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6권 : 4. 아골디아의 던전 (400/520)

4. 아골디아의 던전

위드는 그루터기 마을에서부터 드워프 전사 1천 명을 이끌었다.

그들을 이끌고 바쁘게 아골디아로 이동!

“달립시다.”

드워프 전사들이 짧은 발을 부지런히 놀리며 아골디아를 향해 달려갔다.

체력들은 타고난 드워프들이었고, 아골디아는 중앙 대륙에 토르 옆에 붙어 있었다.

― 스펜슨 : 지난번에 아골디아를 다녀오며 만든 상세한 지도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 체이스 : 저한테 아골디아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 놓은 자료집이 있습니다.

모험가들의 도움도 받았고, 조인족들의 지원도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아골디아의 하늘을 날며 산악 지역을 샅샅이 훑어본 것이다.

비행 몬스터들이 꽤 있기 때문에 숱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빠른 진전이 있었다.

― 날쌘 찬바람 : 찾아냈습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한나절 정도 거리입니다. 돌산을 세 개 넘으면 바로입니다.

“모두 달려요!”

위드는 드워프들을 가혹하게 이끌며 휴식 시간은 최소로 줬다.

왕성한 힘과 체력을 가진 종족 최고의 전사들이기에 나름 레벨 500을 넘는 정예들.

어떤 이들은 500대 중반, 후반에 도달하기도 했다.

드워프들에게도 사연이 있었는데 상당수는 드래곤과 싸워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어릴 때부터 던전에서만 쭉 살아왔다고 한다.

‘몸을 사리는 유저들과는 달라. 이들은 드워프의 영광을 위해 희생의 화로를 쓸 것이다.’

전사들을 잘 이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케이베른과 싸움이 벌어졌을 때 지휘를 해야 했으니까.

아골디아에는 비행 몬스터들이 날아다녔다.

― 꾸에에에엣.

― 끄우으어!

과거에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만만치 않은 괴물들.

그들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마다 화살을 쏘거나 손도끼를 던져서 쫓아내며 계속 달렸다.

위드는 드워프들과 양피지에 있는 위치에 도착했지만, 단단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찾아왔습니다.”

― 날쌘 찬바람 : 주변 지형으로는 이곳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입구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위드는 지도의 그림과 주변 산악 지역을 보고 이곳의 암벽이 맞다고 확신했다.

“문제는 입구인데.”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간단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발굴되지 않은 던전도 있겠지. 오래전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막혔다거나, 입구를 봉인했다거나 하는…….”

지도가 확실하다면 발굴하면 되리라.

“입구를 만들도록 하죠.”

위드의 말에 드워프들이 일제히 곡괭이를 꺼내 들고 암벽을 파기 시작했다.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서 바위를 깨뜨리고 던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동시에 두세 명이 함께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만 입구를 넓혔다.

―던전. 드워프들의 특급 창고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 명성 15,000 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팍팍 퍼 주는 명성.

이것도 어쩌면 드워프 종족 퀘스트의 특성이리라.

보통 드워프들은 명장으로서 명성을 날리거나, 전투로 활약한다.

모험을 하는 드워프들은 흔치 않았기에.

또한 이 퀘스트가 드워프 종족 전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도 막대한 명성을 얻어 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냈군.”

위드는 드워프들을 이끌고 천천히 던전 안으로 진입했다.

‘여기선 다른 유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그 외에도 약점이 많다.’

드워프들이 혐오하는 언데드 소환 스킬도 쓸 수 없으리라. 반 호크, 토리도 역시 부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드워프들은 단순하지만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었다.

“흠. 그렇다면 드워프들을 철저히 쥐어짜 줘야지. 승산은 충분할 테니까.”

위드는 드래곤 레어에서 얻은 드워프 장비들을 7개 가져와서 착용시켰다.

많은 보물들이 있긴 했지만 드워프들의 장비, 그것도 레벨 제한이 500 정도인 것이 오히려 드물었다.

“이건 명장 우들핸드 님의 작품?”

“케이베른의 집에서 가져온 겁니다.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대규모 전쟁에서야 드워프 7명의 장비가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 가장 선두의 드워프들이 확실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 법!

“밀집 진형으로 전진합니다.”

드워프의 비밀 창고는 대리석 벽으로 통로의 넓이가 20미터 정도는 되어서 상당히 넓었다.

“함정에 주의하면서 천천히 전진하세요.”

척척척.

위드는 드워프들을 50명씩 20개 팀으로 나눴다.

전사들이 다룰 수 있는 무기들은 대여섯 가지씩은 된다는 점을 이미 확인했다.

손도끼, 단검 같은 투척 무기에서부터 양날 도끼와 큰 창 같은 중무기까지.

대장장이들이기에 무기의 이해도는 당연히 높았다.

방패까지도 잘 다루는 전투의 팔방미인들.

― 쾟!

― 캬캿!

아골디아에 주로 서식하는 초식동물 케아들이 나타났다.

5미터 크기의 초식동물이지만 인간이나 혹은 그보다 작은 생명체들이 접근하면 재미로 공격하는 포악한 생명체였다.

“적 발견. 전투 시작!”

밀집한 드워프 전사들이 무기를 들고 전진했다.

케아들은 두꺼운 가죽 때문에 웬만한 공격은 잘 먹히지 않았다.

“선두 손도끼 투척하고 뒤로 빠지고, 2열은 창을 던지세요. 3열은 방패를 들고 돌진. 4팀은 도끼를 무장하고 공격.”

드워프들은 다양한 무기들을 등에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적에 맞춰 싸우기 좋다.

방패로 견제하면서 창으로 본체를 찌르고, 도끼로 뻗어 오는 촉수들을 끊어 냈다.

“역시 훌륭해.”

위드는 드워프들이 정확히 생각대로 움직여 주는 모습에 만족스러웠다.

각자 맡은 역할도 잘 해내고, 드워프 전사들 특유의 용맹함으로 적극적인 전투를 펼친다.

바바리안들처럼 극단적인 과격함은 아니지만 방패와 갑옷에서 오는 방어력은 근접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거뜬하게 케아들을 잡아내며 드워프 전사들은 경미한 피해만을 입었다.

“끙. 조금 아프군.”

“견딜 만해. 더 싸울 수 있겠어.”

전투가 끝나자 붕대도 감으면서 알아서 치료를 하는 모습까지도 인상적이었다.

“조금만 손을 보면 훌륭하겠어.”

위드는 전투가 진행될 때마다 드워프 전사들의 조합을 갈고 닦았다.

보물 창고에는 거대 곤충에서부터 바위 괴물, 저주를 뒤집어쓴 몬스터의 망자들까지 다양한 몬스터가 출현했다.

때로는 손도끼 투척을 위주로 싸우고, 일부러 방어 진형을 펼치며 효과를 확인했다.

드래곤과 싸우기 전에 여러 종류의 전투 훈련을 하며 드워프 전사들의 전투력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방어력이 좋아. 지금은 사제들이 없지만…… 사제들까지 붙어 주면 끝내주게 잘 버티겠군.”

근접전에서 도끼를 휘두를 땐 좀 무식하게 싸우긴 했다. 무작정 내려찍고 휘두르며 물러서질 않는 것이다.

반면에 검이나 창을 들면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무기에 따라 싸우는 성향까지 달라지는 건가. 큰 의미까진 없어 보이고.”

하지만 방어력이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니 드워프 전사들의 한계도 드러났다.

힘으로 때리고, 더 강한 힘으로 때리고.

결국에 부서지고 깨질 때까지 때려서 잡아내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냥에는 그럭저럭 아쉬워도 쓸 만하지만 드래곤을 잡기에는 공격력이 부족해.”

위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드워프 전사들은 단순한 스킬들만을 활용하고 있었다.

방어 계열의 스킬들은 다양한데, 무기를 이것저것 다루다 보니 숙련도가 떨어지는 모습.

강한 힘과 좋은 무기 덕분에 평범한 방어력을 가진 몬스터를 압도할 정도로 잘 싸운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몸이 단단하다면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창이나 도끼 전사는 공격력이 좋아서 조합을 잘 짜면 전체적인 사냥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드래곤을 상대로는 거의 의미가 없는 방식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이곳의 보스 몬스터를 잡기도 까다롭겠어. 버티기야 잘 버티지만 말이야.’

어쩌면 드워프 전사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야 할지도 모른다.

검이나 창, 도끼, 방패.

좀 더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스킬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마판 님.”

― 마판 : 넵!

“드워프들은 웬만한 무기들은 다 다룰 줄 압니다. 그런데 스킬들이 구식이라 쓸 만한 것들이 필요하겠어요.”

― 마판 :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함입니까?

역시 척 하면 척 하고 바로 알아들었다.

“일반 몬스터 사냥에도 공격력이 뛰어난 기술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드래곤 사냥에는 기왕이면 비기들이 필요하겠죠.”

검술, 도끼술, 창술의 비기.

과거에는 하나를 배우는 것만 해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젠 아니다.

위드는 아르펜 제국의 황제였고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벤 지역만 아니라면 비기가 있는 곳에서 그것들을 구할 수 있으리라.

‘아무나 익히진 못할 테지만 드워프들이라면 자격은 충분해.’

― 마판 : 최대한 빨리 좋은 것들로 챙겨 보겠습니다. 오베론 님도 방어술을 좀 알고 계실 겁니다.

드워프들에게 부족한 스킬들을 가르친다고 끝나는 건 아니었다.

고급 수준까지 숙련시키려면 제대로 굴려야 하리라.

그 점에 대해서는 위드가 나름 전문가였다.

‘드워프들은 강인한 종족이라서 한계치가 높지. 죽어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굴려 줄 수 있어.’

이제부터는 사냥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할 때.

― 내가 위드핸드다!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리며 로아의 명검을 뽑았다.

이제부터는 이들의 마음을 얻으며, 본격적인 사냥에 돌입했다.

“오. 드디어 위드핸드가 무기를 들었군.”

“검? 검을 주로 쓰는 건가!”

용을 죽이는 도끼는 스탯이 감소하니 당연히 쓸 마음이 없었다.

웬만한 보스급 몬스터가 아니고서야 절대 꺼내기 싫은 무기!

위드의 사자후는 드워프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도 좋았지만 따로 의도한 바가 있었다.

멀리서부터 쿵쿵대며 끝없이 밀려오는 몬스터들의 군단.

던전은 몬스터들이 울부짖는 소리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이제부턴 몽땅 정리하도록 하죠.”

위드는 몬스터들을 몽땅 끌어들이니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시간을 아껴야지. 이 정도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부딪쳐 볼 만하다.’

드워프들은 마구 굴려야 제맛!

던전의 통로를 봉쇄하면 몬스터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덤벼들 수 있는 숫자는 한정적이다.

방어력이 탄탄하단 걸 확인했으니 끝을 볼 때까지 싸우면 된다.

“조각 파괴술! 이 모든 것이 힘이 되어라.”

조각 파괴술로 모든 예술 스탯은 힘으로!

“헤라임 검술. 으아하압!”

몬스터들을 거침없이 제압해 나가며 전사들과 함께 정리했다.

“굉장한 드워프야.”

“저 힘은 오우거보다도 강할 것 같아.”

드워프들이 감탄하며 뒤를 따랐다.

한참 동안 몬스터를 막아 내고 나서 보니 드워프들은 지치긴 했어도 희생자는 없었다.

같은 동족으로서 끈끈한 정으로 서로를 지켜 주며 잘 싸운 덕분.

위드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음. 더 안심하고 빡세게 굴려도 되겠군.”

부하들이 무의미하게 죽지 않길 바라지만,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악덕 사장의 기질!

“계속 전진한다.”

얼마간을 돌파했을 때, 강철 골렘들이 발견되었다. 먼지가 머리와 어깨에 두껍게 쌓여 있었지만 드워프들이 다가가니 눈을 떴다.

“적이다. 전투 준비!”

― 그오오오. 드디어 왔는가.

― 우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다.

놀랍게도 골렘들은 적이 아니라, 드워프들의 아군.

드워프 명장들이 만들어 놓은 강철 골렘 지원군이었다.

“역시 10대 금역에 있는 고급 던전이란 말이지.”

위드는 퀘스트의 난이도가 쉽지 않겠단 생각을 했다.

잘 준비된 드워프들로도 뚫지 못하니 강철 골렘 지원군이 준비되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더라도…… 재미는 있을 것 같아.”

위드는 퀘스트가 좀 어렵다고 해서 주눅이 드는 평범한 드워프가 아니었다.

온갖 모험들을 하며 대륙을 돌아다니느라 죽을 고생을 다 해 왔고, 가지고 있는 스킬의 폭도 끝없이 넓었다.

“드워프 종족 퀘스트는 정상적이면 레벨이 700이나 800에 받을 수 있었겠지. 어쩌면 그 뒤일지도 모르고. 드워프들의 레벨은 지금보다 상승했다고 해도 500대 중후반.”

혼자의 힘으로 선두에서 버티고, 드워프들을 끌고 던전을 개척해야 하는 퀘스트였으리라.

“강력한 몬스터들이 존재하긴 할 거야.”

케이베른에게 쏟아야 할 드워프들이다. 한 명이라도 무의미하게 죽어서는 안 될 일.

“그렇지만 정말 위험할까?”

위드는 승부욕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사실 통로형 던전에서 강력한 몬스터들이 있다고 해도 드워프들의 방어력이라면 웬만큼 버틸 수 있었다.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한순간에 죽을 정도는 아니고,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으리라.

“드래곤과도 싸워야 하는 마당에…… 역시 극한 사냥이 제격이지.”

* * *

불의 고리에 간 모험가들은 매일 동료들의 죽음을 마주했다.

“여긴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네, 동의합니다. 지형이 가장 큰 문제고, 몬스터들도 걱정거리네요.”

화산 폭발에 느닷없이 땅이 갈라지면서 열기를 뿜어냈다.

모험가들은 수십 명이 한꺼번에 타 죽는 것을 보며 안전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극한의 지대에서는 장비를 갖추면 그럭저럭 살아남는데 여긴 언제 사고가 벌어져서 죽을지 모르는 장소네요.”

“저흰 돌아가겠습니다. 오크랜드에서 뭐라도 알아보도록 하죠.”

“악마들의 왕. 그 단서를 쫓을 겁니까?”

“네. 허황되긴 하지만 자잘한 퀘스트라도 줍는다면 최초가 될 거니까요.”

“우린 남을 겁니다. 랜도니의 레어가 분명 근처에 있을 거예요.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순 없죠.”

모험가들은 둘로 나뉘었다.

체이스와 스펜슨.

모험가들을 대표하는 업적을 남긴 이들은 지골라스의 탐험을 계속하길 선택했다.

그럼에도 상당수는 오크랜드나 중앙 대륙으로 돌아가는 쪽을 선택했다.

불의 고리 탐험은 오크랜드에 붙은 땅을 제외한 모든 곳이 위험 지대였다.

땅이 갈라져서 용암에 빠져 죽고, 화산이 폭발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파편에 죽고.

위드가 과거 지골라스를 탐험하기도 했지만, 그곳은 빙하 지대에 있는 화산 섬.

불안한 지각 변동이 끊이지 않으며 용암을 쉴 새 없이 토해 내고, 대지는 모래알처럼 갈라진다.

불의 고리는 탐험을 거부하는 이름 그대로 가장 위험한 장소였다.

“이제부터 남은 우린 어떻게 할까요?”

불의 고리에 남은 모험가들은 지도책을 펼치고 탐험 계획을 짜기로 했다.

숱한 모험가들의 죽음으로도 불의 고리는 20%의 영역밖에는 살피질 못했다.

나머지 구역들은 접근 자체가 극도로 위험하거나 몬스터들의 서식지에 가로막혀 있었다.

체이스가 지도를 보며 신중하게 말했다.

“우리끼리 뭉쳐 다니다가 몰살을 당하거나, 신중하게 활동하느라 탐험이 늦어지고 있어요. 그러니 각자 탐험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파악한 정보는 서로 공유하도록 하고요.”

“좋습니다.”

“누가 랜도니의 레어를 찾을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혼자 다 먹진 맙시다.”

모험가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불의 고리 탐험에 나섰다.

목숨을 걸고 한 걸음씩을 내딛고, 자신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안전하다는 표시를 해 두었다.

* * *

바이슨.

아르펜 왕국이 건국되기도 전, 모라타에서 시작한 모험가인 그의 레벨은 230.

“랜도니의 레어를 찾아야만 해!”

불의 고리에 온 바이슨은 모험 스킬은 부족해도 열정적이었다.

화산 근처에서 탐험하다가 벌써 두 번이나 목숨을 잃었지만 오크랜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살이 익을 정도로 뜨거운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생각에 잠겼다.

“지형이 너무 위험하다. 기껏 탐사한 지역도 화산이 폭발하면서 형태가 바뀌어 버리기 일쑤고.”

바이슨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대로는 랜도니의 레어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불의 고리는 모험가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강하게 인간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장소였다.

“지역 전체를 뒤지고 다니다가는 1년이 걸려도 수없이 죽기만 할 테지.”

많은 모험가들이 돌아간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만약 위드 님이라면…… 위드 님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바이슨은 북부 대륙에서 위드의 모험을 보며 꿈을 키워 온 유저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거꾸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불의 고리는 극도로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탐험이 늦어지고 있었다.

모험가들이 아무리 겁이 없는 이들이라고 해도 방금 화산이 폭발한 지역에 다시 수색에 나서진 못했으니까.

안전을 확인하고, 주변을 탐색하다가 지형이 바뀌거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유저들이 죽어 나갔다.

“위험한 지역의 탐험이 그래서 더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이런 장소에서 랜도니의 레어를 찾아내려면 정말 수많은 목숨들을 바쳐야겠지.”

바이슨은 먼 곳의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쉬지 않는 화산 분출구.

불의 고리에는 접근을 거부하는 듯한 극단적인 위험 장소들이 몇 있었다.

수백 미터나 용암이 솟구쳤으며, 하늘을 화산재로 검게 뒤덮어서 주변까지 어두워진 지역.

“랜도니의 레어…… 랜도니는 레드 드래곤이지. 그렇다면 불의 기운을 좋아할 테고.”

바이슨은 한국인이었다.

지난달에 부모님을 위해 사 드렸던 전기장판이 떠올렸다.

“우리 부모님이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을 좋아하듯이 그런 장소가 레드 드래곤의 취향이 아닐까?”

불의 고리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지형.

용암이 흐르는 산들이 우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폭발이 자주 일어나는 대화산!

불의 고리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에 랜도니의 레어가 있을 것 같았다.

“가 보자!”

* * *

하루 뒤에 체이스는 귓속말을 전해 들었다.

― 바이슨 : 안녕하세요, 체이스 님. 여긴 대화산입니다.

“네. 그곳을 탐험하시는군요.”

체이스는 평범한 연락인 줄로만 알았다. 그는 불의 고리를 탐험하기 위해 현지에서 구한 재료들을 바탕으로 모험 물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물 가죽, 식물, 광물이나 전리품을 통해 쓸모가 많은 모험 물자들을 제작하는 것이 체이스의 특기!

― 바이슨 : 용암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몸에 불이 붙었습니다, 하하. 화상이 심하고 물도 다 떨어져서요. 제 이번 생은 여기까진가 보네요.

“저런…… 이곳까지 오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 바이슨 : 아닙니다. 이번 죽음은 의미가 있으니까요.

“뭐라도 찾아내셨어요?”

― 바이슨 : 네. 랜도니의 레어요.

“예?”

― 바이슨 : 이제 곧 죽으니 짧게 말하겠습니다. 레드 드래곤의 레어가 여기에 보입니다. 용암 길 사이를 통과해야 하지만…… 자세한 영상은 대륙의 모험가 사이트에 올릴 테니 직접 확인해 보시고요.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바이슨 님!”

― 바이슨 : 즐거운 로열……

바이슨의 연락은 거기서 끊겼다.

체이스는 그 소식을 모든 모험가들에게 전달했고, 그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곧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슨이 몬스터로부터 도망 다니고, 증기가 끓어오르는 지역을 화상을 입으면서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대화산 지역.

산의 절반 정도가 검붉은 용암이 흘러내리는 끔찍한 장소였다.

모험가들조차도 탐험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형이었다.

바이슨은 밧줄과 삽 하나를 들고 대화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부츠가 녹아내려도 그냥 쉬지 않고 전진했는데, 아마도 멈춰서 다시 정비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

그렇게 바이슨은 대화산의 3분의 2 지점까지 등반하는 데 성공했다.

생명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상태지만, 산 중턱에 있는 용암 동굴을 발견!

동굴 너머에 있는 대화산의 중앙부에 레드 드래곤의 레어를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

체이스는 불의 고리에 있는 모든 모험가들에게 말했다.

― 체이스 : 좌표는 대화산입니다. 전부 집결합시다. 바이슨 님이 죽으면서까지 알려 주신 소중한 정보입니다.

* * *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이 대표적 무역 도시인 와펜 성에 나타나 철저히 파괴했다.

드래곤의 복수

악룡 케이베른은 인간들의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령과 요정들이 경고하고 있다.

“일주일 후에 케이베른이 미스트리스 성으로 향하게 될 거예요.”

미스트리스 성!

예상대로라면 그다음에는 아르펜 제국의 시초가 된 모라타의 순서였다.

중앙 대륙을 먹어 치운 지금이야 대도시들이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할 지경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모라타는 아르펜 제국의 상징이다.

“모두 대피해 주세요. 상인 여러분들은 먼저 떠나는 것이 좋겠어요. 챙겨야 할 짐이 많을 테니 다른 유저들도 떠나기 전에요.”

서윤이 직접 모라타의 대피 계획을 총괄했다.

북부의 유저들은 정든 도시와 이별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고 성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멀리 가지 못하고 북쪽에 루벤스 강 인근에 임시 거주지를 만들었다.

모라타의 유저들이 엄청나게 옮겨 가고 있었기에 금세 시장과 주거 지역들이 형성되었다.

“다른 도시도 아니고 위드 님이 모라타는 지켜 줘야 되는 거 아냐?”

“할 수 있으면 했겠지. 드래곤을 이기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 되는 거 아냐.”

“쉽게 포기하는 감이 있지.”

북부 유저들도 점점 동요하면서 위드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었다.

추억만이 아니라 생활 영역이 전부 부서진다.

모라타가 없어지면 북부 지역의 무역과 생산, 모험, 종교, 치안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환경이 악화될 것을 유저들은 알고 있었다.

“모라타가 없는 북부라니…… 이건 정말 생각도 못 해 봤어.”

“아르펜 제국도 점점 무게중심을 중앙 대륙으로 옮기는 거 아닐까?”

“싫다, 진짜…… 북부가 우리 고향인데.”

북부 유저들의 여론마저도 흔들리고 있었다.

숱한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던 그들이지만, 이번만큼은 자신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안타까워하면서 바라보는 수밖에.

던전이 위드의 예상과 다른 점은 두 가지 정도였다.

“골렘이 많기도 하다.”

강철 골렘을 시작으로 황금 골렘, 루비 골렘 같은 녀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세월의 흔적 때문에 고장 난 골렘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드워프들이 망치와 각종 수리용 연장을 들고 나섰다.

“내핵으로 연결되는 신경이 손상되었어. 조금만 손을 보면 되겠군.”

“오, 세상에…… 이 관절의 구조를 좀 봐. 선조들을 욕하려는 건 아니지만 너무 구식이잖아.”

“복합 관절을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전투 능력이 향상되겠지. 다른 걸 다 떠나서 철컹거리면서 시끄럽게 걸어 다니는 골렘은 너무 구식이야.”

드워프들의 대장장이로서의 실력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다.

전투 중에 부서진 골렘들도 그들이 손을 좀 보면 거뜬하게 고쳐졌다.

어떤 때는 골렘의 재료가 부족해서 고칠 수 없는 녀석들은 다음 전투에서 재료를 입수하기도 했다.

때론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기도 했고.

위드는 벽이나 바닥, 어딜 파내더라도 광물들이 쏟아지는 걸 보며 생각했다.

“매우 뛰어난 품질의 철광산이라…… 드워프들이 창고를 그냥 이곳에 만든 건 아니겠지. 광석들이 많았기 때문일 거야.”

땅을 보는 실력만큼은 드워프들이 모든 종족 중에 최고랄 수 있다.

1등급 혹은 2등급의 고품질의 철이 나온다. 순수한 은, 사파이어, 루비, 오팔도 곧잘 캐내었다.

‘전사가 천 명, 장인이면서 광부는 천 명이다.’

드워프들을 끌고 다니면 던전 사냥에서는 장점이 정말 많았다.

평지 사냥에서도 드워프들은 덫을 설치하거나, 방어벽을 만들 수 있다.

도끼나 철퇴를 휘두르는 걸 즐기는 그들의 취향은 물론 아니지만.

‘이 던전의 난이도는 드워프 때문에 좀 낮아졌다고 봐야겠지.’

전투가 한 번 벌어질 때마다 서너 기씩 부하로 합류하는 골렘들.

그들의 임무는 드워프들의 비밀 창고를 지키는 것이었으니, 만약 다른 종족이 들어왔다면 적으로 전투를 펼쳐야 했으리라.

‘그렇지만 이게 함정일 수 있어. 골렘 때문에 편하게 싸우다가 한순간 몬스터들이 밀고 들어올 수 있겠지.’

재수 없게 꼬이는 것이 한두 번 당해 본 게 아니었다.

위드는 곰프핸드에게 지시했다.

“강철 골렘은 후방으로. 우리 드워프들이 계속 길을 뚫습니다.”

“골렘을 안 쓸 건가?”

“쓰긴 해야지요. 그래도 소중한 몬스터를 골렘으로 낭비하긴 아까워요.”

위드는 웬만한 몬스터들은 드워프들의 피와 땀으로 돌파해 냈다.

단단한 방어력을 가진 드워프들을 선두에 배치하고 한 걸음 앞에 위드가 선다.

“재생의 검!”

방어력과 회복력을 상승시켜 주는 검술의 비기!

위드의 지휘를 받는 드워프 전사 1,000명.

던전 공략에 드워프 전사들이 너무 많이 동원된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던전의 규모 자체가 거대했을 뿐더러 몬스터들의 저항도 극심했다.

아골디아의 몬스터들이 드워프제 명품 장비들로 무장했다.

5미터, 7미터짜리 갑각 괴물들도 벽이나 바닥을 뚫고 나타났으며, 독을 뿜어내는 벌레 떼들이 새까맣게 밀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부상병들은 뒤로 빠져서 쉬어라!”

체력과 생명력이 하락한 드워프들은 붕대를 감고 휴식. 싸울 수 있는 이들은 번갈아 가며 전투에 쉬지 않고 투입했다.

드워프들을 말 그대로 던전에 갈아 넣었다.

“재생의 검!”

위드와 드워프들은 막무가내로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 내야 했다.

‘용사 퀘스트를 통해 얻은 스킬이 없었다면 훨씬 힘들었겠어.’

어쩌면 용사 퀘스트도 이런 비슷한 과정이 있을지도 몰랐다.

전장에서 재생의 검을 휘두르며 군대를 이끄는 것이다.

‘용사라…… 지금까진 하프엘프가 동료로 합류한 정도였지만, 인간의 군대를 지휘할 수도 있겠지. 인간들을 대거 끌고 드래곤과 싸우는 거야.’

띠링!

< 전투 업적! 철벽을 달성하셨습니다.

30분 동안 몬스터의 집단 돌격을 저지해 냈습니다.

영구적으로 인내와 맷집이 2씩 증가합니다. >

“저기 맥주 한잔 마시면서…….”

“쉴 시간이 없습니다. 동족들이 고통받는데 맥주가 목으로 넘어간단 말입니까?”

위드는 드워프들의 휴식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던전이 위험한 만큼 전투 스킬 숙련도도 빠르게 오르고, 스탯들도 잘 얻었다.

강해지는 느낌이야말로 전투에 푹 빠져들게 하는 것!

“드워프 11조부터 선두에 선다. 맥주 마실 힘이 남아 있는 드워프들은 나서서 싸워라.”

위드는 드워프들을 쥐어짜며, 던전을 공략하며 레벨을 한 단계 올렸다.

언데드를 소환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어도 그래도 일반 유저들은 따라오지 못할 사냥 속도.

던전을 공략하며 드워프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무기고도 하나씩 찾아냈다.

“여긴 검이 많군.”

수백여 종의 드워프제 명검들!

어떤 무기고에는 갑옷과 방패들만 있기도 했고, 수백 미터나 되는 공간에 단검으로만 채워져 있는 창고도 존재했다.

“역시 드워프들. 아주 넉넉하게 잘 만들어 놨어.”

위드는 팔아먹을 생각도 당연히 했지만, 무기와 방어구들은 먼저 드워프들의 무장에 사용되었다.

레벨 제한이 700대, 800대의 최고급 무기들이지만 전사이며 대장장이인 드워프들은 착용할 수 있었다.

‘장비발의 종족이라…… 전투력이 향상되는 게 눈에 보이네.’

공격력과 방어력이 향상되어 사냥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었다.

대장장이 마스터들의 작품도 어쩌다 나왔다.

레벨 900 이상의 제한을 가진 장비들을 쓰지 못하는 드워프들도 있었다.

드물지만 대장장이가 아닌 순수한 전사들!

당장은 쓰지 못하지만 희생의 화로가 발동되면 사용이 가능했다.

‘이 던전 공략이 끝날 때쯤엔 드워프들의 방어력은 절대적이 되겠군.’

사막의 대제왕 시절의 사막 전사들과 저절로 비교가 되었다.

사막 전사들은 적을 만나면 미친 듯이 돌격하며 시작했다.

무질서한 모습이었지만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적을 그대로 부숴 버렸다.

‘공격력은 사막 전사가 몇 배는 강하지. 낙타를 타고 다니며 기동력도 쓸 만했고. 하지만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했어.’

시간을 아끼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지만, 많은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드워프들은 어지간하면 죽지 않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었고, 성장 잠재력도 높았다.

‘지휘하기에 따라서 전투력이 달라지는 종족이다. 잘 이끈다면 사막 전사들과 붙는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위드는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들었다.

‘지휘력이 필요한 것도 일반적인 전투의 경우야. 이 강력한 드워프들도 아마도 케이베른과 싸우면 대부분 죽고 말겠지.’

큰 손실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피해였다.

― 마판 : 위드 님, 모험가들에 대한 보고를 하겠습니다.

위드는 드워프의 비밀 창고에 들어오고 나서부턴 다른 유저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다.

당장은 드워프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최선이었고, 중요한 사안들만 마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 마판 : 불의 고리에서 마침내 랜도니의 영역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고생이 많았겠네요.”

― 마판 : 화산이 쉴 새 없이 폭발하는 지역에 레어가 있답니다. 모험가들이 목숨을 던지며 용암굴로 뛰어들고 있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알려 줄 건 그게 전부인가요?”

― 마판 : 크나툴과 말린에 대한 정보는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위드는 용사 퀘스트에 대해서는 느긋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웅을 포섭한다고 하더라도 쓸 만한 드워프 열 명보다는 못한 느낌이었으니까.

케이베른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영웅 몇 명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태이기도 했다.

“그렇군요.”

― 마판 : 그리고 위드 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과감하게 모라타의 오 분의 일만 줄여 버리면…… 시간을 한참 더 벌 수 있습니다.

케이베른이 모라타를 파괴할 예정일까지 11일이 남은 상태였다.

마판은 미스트리스 성이 부서지기 전에 모라타의 자체 축소 계획을 건의하고 있는 것이다.

― 마판 :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위드 님이 직접 모라타를 지켜 주거나, 아니면 도시를 허물어 놓고 뼈대만 남겨 놓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뼈대만요?”

― 마판 : 도시의 기본 구조는 놔두고, 위대한 건축물도 남겨 놓고. 주거와 상업 시설들은 다 인근으로 옮겨 버리는 것이죠. 드래곤의 공격이 끝나고 나면 재건하는 겁니다.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라타 보전 계획!

인근에 위성도시를 건설하여 모라타의 시설들을 최대한 그대로 옮겨 간다.

케이베른을 퇴치한 다음에 다시 원래대로 복구한다는 노가다의 대역사!

보통은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업적들이 이를 계획하게 만들었다.

위드도 잠시 생각해 봤다.

‘모라타를 뜯었다가 다시 합친다는 건데…… 실제로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하다.’

상인들과 유저들의 힘이 동원되면 해낼 수 있었다.

모라타를 완전히 뜯어낼 필요도 없고, 10%, 20%의 주거지역만 빼내더라도 케이베른의 목표에서 벗어날 테니까.

매주 어느 정도씩만 이전을 하다 보면 상업과 인구, 발전도가 덩달아 낮아져서 안전해진다.

도시의 기본 구획들이 그대로만 남겨져 있다면 케이베른을 물리치고 원래대로 복원이 가능했다.

‘우후죽순 들어선 건물들은 조금 정리해도 되겠지. 다 끝나면 모라타가 훨씬 멋진 도시가 될 거야.’

장점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독이 든 사과나 다를 바 없었다.

막대한 비용과 노동력이 일차적으로 동원되게 된다.

대륙 전역에서 비난도 빗발치게 되리라.

모라타가 안전해지더라도, 다른 어느 도시는 드래곤에게 파괴되고 말 테니까.

그 지역의 주민들은 위드를 원망하게 되리라.

― 모라타는 지켰으면서 왜 우린 내버려 두었죠?

― 아르펜 제국은 모라타만 중요합니까?

다른 부작용이 전 대륙에 걸쳐서 일어날 수도 있었다.

어떤 영주라도 자신의 도시가 폐허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만약에 대륙 전체에서 대도시들끼리 안전해지기 위해 파괴 경쟁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결말은 처참할 것이니까.

“그럴 순 없어요. 모라타를 부수면 다른 도시들도 파괴하게 될 겁니다. 끝없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어요.”

― 마판 :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모라타는…… 휴우.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너무 안타까우니 계속 생각은 해 보세요.

위드는 마판과의 대화를 마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모라타가 이대로 사라지는 건 나도 싫다.’

아르펜 제국의 역사가 만들어진 도시.

흑색 거성 시절, 폐허에서 모든 걸 일으켰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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