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륙을 위한 결정
스스스슥.
물빛의 화가 페트의 손에서 붓이 빠르게 움직였다.
7미터나 되는 화폭에 북부 전쟁의 모습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위드가 헤스티거와 함께 하벤 제국군을 몰살시키는 그림!
띠링!
―명화! 전쟁 영웅을 완성하셨습니다.
세상의 아픔과 어려운 이들을 표현하는 화가의 손에서 새로운 그림이 탄생하였다.
과거에 북부에서 벌어진 큰 전쟁.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아르펜 제국의 국왕과 용사 헤스티거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다.
영웅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린 작품으로,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리라.
예술적 가치 : 2,960.
역사적 가치 : 1,863
특수 옵션 : 전쟁 영웅화를 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32% 증가한다.
전투 스킬 +2 상승.
생명력의 최대치가 레벨에 따라서 14%―67%까지 증가.
몬스터와 적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줌.
전 스탯 13 상승.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의 습득이 4% 증가함.
다른 그림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명화의 숫자 : 42.
“휴. 명화로군. 이것도 나름 괜찮지. 안 그래도 물감 값이 아쉽던 참이었는데.”
페트는 완성된 그림을 정리하고 모라타로 이동했다.
베르사 대륙의 즐거운 도시.
판자촌과 고급스러운 주택가가 이상하지 않게 어우러지며, 유저들의 활기가 넘치는 장소.
로디움에서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그들이 만들어 내는 작품으로 도시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한 달 된 사자 새끼 분양합니다! 잘만 키우면 엄청 멋지게 자랄 수사자입니다. 초보자들은 분양받지 마세요! 잘못 키우면 잡아먹혀요!”
“코끼리 팜. 흥정 주세요.”
“사육사입니다. 단기 일자리 원해요. 야생동물도 잘 기릅니다. 말은 완전 전문이고요.”
“누렁이의 직계 혈통! 누렁이 12대손 분양합니다. 힘은 마차 12대까지 동시에 끌어 봤습니다.”
황소 광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동물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이 도시는 정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어.’
페트는 모라타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끔찍한 일이지만 케이베른에게 모라타가 부서지고 나면 추억으로 남을 그림들이 있어야 하리라.
“와. 진짜 잘 그리시네요.”
“풍경화 대박이다.”
페트의 그림 실력은 근처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모라타의 건물과 거리들, 멀리 빛의 탑과 여신상까지도 섬세하면서 화려하게 그려 냈다.
“그림이 실제 풍경보다도 예쁜 거 같아.”
“도시의 화가 제로스 님 아니야?”
“그분이랑은 다른데. 붓으로 흘리듯이 쳐 내는데 그림 그려지는 기술 좀 봐. 저건 진짜 타고난 거야.”
페트는 구경꾼들의 감탄을 받으며 그 자리에서 밤이 새도록 십여 점의 그림을 그려 냈다.
예술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후…… 이 거리의 풍경은 조금 완성이 됐군.”
페트가 물감과 붓, 종이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 그리고 발동되는 화가의 비기!
“그림 복사술!”
촤라라라락
50개나 되는 크고 작은 붓들이 물감 통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허공에서 춤을 추며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본의 그림을 종이에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스킬!
스킬의 레벨에 따라 동시에 사용되는 붓의 종류와 숫자, 물감의 소모량, 최대 복사 가능 횟수까지도 조절이 된다.
복사된 그림은 원본의 예술적 가치와 특성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도 담아낸다.
화가가 만들어 낸 그림은 그 희소성과 아름다움 때문에 예술품 중에서도 비싸게 거래가 된다.
살아 있는 인쇄소처럼 모라타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찍어 내고 있었다.
* * *
“침입자.”
“맛있는 드워프들이 왔다.”
“우리의 땅이다.”
위드는 통로 가득 달려드는 몬스터를 보며 생각했다.
‘공간이 넓어졌다. 대략 25미터 정도. 소리의 울림으로는 적들의 숫자도 수백 이상이다.’
깔라뮤.
아골디아의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녀석들이었다. 특이하게 세 개의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는데, 앞으로 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옆이나 대각선으로도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극단적으로 상대하기 싫은 몬스터였다.
“방벽을 형성하고 적을 하나씩 끊어 낸다.”
“후아!”
위드는 드워프들을 지휘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싸우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걸 느꼈다.
‘무엇일까. 사냥에 대해 드는 아쉬움은.’
벌써 4일째 선두에서 길을 뚫고 있었다.
간질간질하던 느낌이 점점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의 형태를 갖추었다.
‘나는 전투에서는 완성형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야.’
검술에 대해서는 로열 로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대로 배웠다.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적을 격파한다.
스킬 운용, 생명력이나 체력, 마나의 활용에서도 정점에 올랐다고 자부했다.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나쁜 버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적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물론이었다.
― 위드의 고급 수련관 전투 모습!
― 가르나프 평원의 대전.
― 사막의 대제왕 위드!
위드가 치렀던 전투 영상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셀 수 없이 불러왔다.
중복해서 보는 유저들 때문에 영상마다 수십억의 조회 수를 달성했다.
압도적인 사냥 속도는 모든 요소들이 최적의 모습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
위드의 머릿속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 가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난 강하다. 근데 왜 답답하게 느껴질까.’
인내심, 판단력, 집중력, 과감함.
전투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단련해 왔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와 비교해서 확 달라져 있었다.
‘레벨이 낮거나, 검술 마스터가 아닌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왜 이렇게 싸우면서 뜨뜻미지근하게 느껴질까.’
위드는 오랫동안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언제든 해결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었으니.
“스승님.”
검치에게 귓속말을 보냈더니 한참 만에 답변이 왔다.
― 검치 : 왜 부르느냐, 제자야.
“바쁘십니까?”
― 검치 : 꺼억. 괜찮다. 말해 보거라.
검치는 남부 사막 지대에서 제자들과 함께 신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멧돼지 다섯 마리를 구워서 안주로 삼으며 신나게 먹어 치우는 도중!
“던전 사냥을 왔습니다. 잘 싸우고 있는데…… 뭔가 답답합니다. 지금보다 더 잘 싸우려는 욕심 같기도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위드의 설명은 상황을 자세히 전달하지 못했다.
사실은 스스로도 어떤 느낌인지를 모르고 있는 와중이었다.
― 검치 : 흠…… 벽을 만난 게로구나.
“벽이요? 그런 것도 같습니다.”
― 검치 : 강해지는 것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도 같다. 스스로를 만들어 가면서 한참 그렇게 오르다 보면 벽을 만나게 되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검치 : 벽이 괜히 벽이겠느냐. 그걸 넘어서기 어려우니 벽이라고 하지.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 검치 : 노력으로 극복되지 않으며, 웬만큼 재능이 높다고 해도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어렵다. 그러니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살아라.
“마음이요?”
― 검치 : 어떤 구속에서도 벗어난 자유로움. 얽매이지 말고, 길들여지지 마라. 한 줌도 망설이지 마라. 그것이 검이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안 되면요?”
― 검치 : 그럼 어쩔 수 없지.
* * *
“실컷 마셔라.”
“으하하하핫!”
사막에서는 신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검치와 수련생들은 타격대에 지원한 전사들을 데리고 사냥터로만 끌고 다녔다.
일주일에 걸친 사냥의 완료!
고기와 술을 잔뜩 풀어서 그다음 날까지 연회를 개최한 것이다.
“으…… 나 원래 술 못 마시는데. 왜 이렇게 술이 맛있냐.”
“마셔. 일단 마시고 죽어 버리자.”
유저들은 주는 족족 술을 받아 마셨다.
몸과 정신이 모두 고되다 보니 술과 고기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여긴 지옥이야.’
‘탈출하고 싶다. 고3으로 돌아가고 싶다.’
‘진작 지금처럼 사냥하면 내가 위드고 바드레이인데, 후.’
술을 마시다가도 슬쩍 상태 창을 확인해 보았다.
사냥을 시작할 당시보다 레벨이 훌쩍 올라 있는 걸 보며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견뎌야지. 여기서 잘 성장해서…….’
‘나만 사냥 안 하면 뒤처지는 게 되잖아.’
유저들은 그렇게 고단함을 견뎌 내고 있었다.
정작 그들을 이끌고 다니는 검치와 수련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동부 모래 언덕에서도 잘 버티는구나.”
“이곳에서는 20% 정도는 낙오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중앙 대륙에서도 실력자들만 모아 놓아서 할 만한 것 같습니다.”
검치는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사냥부터는 강도를 더 높이자.”
“어느 정도나 높여야 할까요?”
“두 배 정도?”
“…….”
검둘치, 검오치는 좀 심하다고 느꼈다. 자신들이야 어떻게든 굴러온 거친 인생들이지만, 이곳에 온 유저들은 일반인이었다.
벌써부터 유저들의 비명이 들리고 지쳐 쓰러지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레벨이 높은 육체는 버틸 수 있다고 해도 정신력만큼은 아니니까.
“그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역시 스승님이십니다.”
“과연.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으면 저들도 훌쩍 성장해 있을 겁니다.”
“크흐흐.”
고기와 술을 실컷 먹다가 검치가 위드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후에 검둘치가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어. 별거 아니다. 막내가 벽에 도착한 것 같구나.”
“벌써 벽이요?”
“그래. 빨리 찾아왔구나. 역시 재능과 노력이 뛰어났기 때문이겠지.”
검치는 오래전 위드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한 자루의 검을 들고 도전자들을 꺾어 나가던 모습.
사납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가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다듬어 주었다.
“녀석은 가르치면 무엇이든 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냈다.”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하는 천재였죠.”
“음. 그래도 너무 계산적으로 싸우는 경향이 있었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 가장 강한 녀석이었는데…… 기술은 넘칠 만큼 가르쳐 놓았으니 스스로 깨닫는 것만 남았지.”
“벽을 뚫을 수 있을까요?”
“내가 한마디를 해 주긴 했지만 벽이 괜히 벽이겠느냐.”
“역시 그렇죠?”
“클클. 수많은 좌절과 고통, 한계를 느껴야지.”
“수비에 집중하라!”
“방패! 방패를 앞으로!”
위드가 검치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는 와중에도 드워프들과 깔라뮤의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현란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깔라뮤들이 휘두르는 무기를 드워프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막아 냈다.
‘자유로움이라.’
한 걸음 더 앞에 나가 있는 위드에게는 수많은 공격이 집중되고 있었다.
‘내게 더 이상의 검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할까?’
고급 수련관.
투쟁의 길을 돌파할 때에 검의 길을 느꼈다.
넓은 전투 시야를 바탕으로 수많은 적들이 덤벼들 때에 싸워야 하는 최적의 길을 찾아냈다.
깔끔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적을 격파한다.
매번 전투가 끝날 때마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지금은 고민해 봐도 더하거나 뺄 것도 없는 상태다.
‘어쩌면 전투에 필요 이상의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로열 로드에서는 직접 검을 다루는 일은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스킬들에 의존해서 싸우는 유저들도 흔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공격 스킬, 방어 스킬들을 위주로 사용하는 건데, 이것도 사실 나쁘지 않다.
체력과 마나의 소모가 크지만 안정적인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제대로 스킬만 터트린다고 해도 실력자로 분류되기에 충분했다.
위드처럼 뛰어난 검술을 완벽하게 활용하며 몬스터와 싸우는 이들이야말로 괴물들.
1초를 몇 번이나 쪼개서 하는 판단과 감각으로 싸우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이미 내가 가진 전투력을 100%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검에 대한 갈증을 느껴 봐야…….’
바뀌는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검술을 배웠고, 몬스터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다.
빠른 반응과 한 걸음 앞선 움직임만으로도 사냥에는 충분하다고 여겼다.
검술의 비기를 비롯해 스킬과 장비도 다수를 갖췄다.
‘드래곤과 싸울 때처럼 상대가 지나치게 강해서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도 갈증이 느껴지니 미칠 노릇이군.’
위드는 깔라뮤를 상대하면서 답답함이 더욱 커져 갔다.
세 개의 다리로 마구 뛰어다니며 드워프들의 방어선을 공략하는데, 한 마리라도 잡아내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드워프들보다 레벨이 100개씩은 높다 보니 버티면서 30분, 1시간을 싸워서 차근차근 이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드워프들의 공격력은 약해. 전반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음은 다르게 말했다.
검을 휘두르라고.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얽매이지 말고 자유로워지라는 검치의 말이 떠올랐다.
위드는 그 말을 따라 보기로 했다.
세 걸음.
지금 있는 곳에서 세 걸음을 더 앞으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깔라뮤의 공격이 더욱 집중되었다.
전방과 좌우의 공격이 두 배가 넘게 늘어났다.
위드는 적의 공격들을 평소처럼 파악했다.
‘왼쪽의 창부터 쳐 낸다. 오른쪽의 검은 그다음. 지금 위치에서는 최대 5마리가 한꺼번에 날 공격할 수 있다. 반격 기회는 당장 없지만, 힘으로 밀쳐 내면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세 번 정도의 공방을 주고받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
깔라뮤의 습성과 전투력을 감안한 순간 판단이 즉시 이루어졌다.
다른 유저들이 매번 감탄밖에 하지 못하는 넓은 전투 시야 덕분이었다.
‘깔라뮤는 강하고, 체력이나 지능이 높아서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몬스터다. 동족들과 협력한다는 의식도 강해서 드워프들에게는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
이곳은 땅속에 있는 던전이었다.
안타깝게도 용암의 강 같은 대형 스킬을 펑펑 터뜨릴 수도 없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적다.
‘다 필요 없어. 이젠 판단하지 않는다.’
위드는 머릿속을 깨끗이 비웠다.
적의 움직임을 보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검을 들어서 대응할 뿐!
챙! 챙! 챙!
몇 번의 공격을 쉴 새 없이 막아 냈다.
본능이나 마찬가지인 움직임이었고, 그것은 지금까지와 다르지도 않았다.
슈욱!
그 순간, 위드의 검이 앞으로 찔러 나갔다.
찰나를 비틀어 놓은 것만 같은 순간.
“우엑?”
“캬카캿!”
“어딜 보는 거야.”
깔라뮤들은 자신들 사이로 검을 찌르는 위드를 보며 비웃었다.
슈슈슉!
몇 번의 검이 더 휘둘러졌다.
엉뚱한 공격 같았지만, 깔라뮤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검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었다.
불규칙적인 움직임조차도 꿰뚫는 검술.
깔라뮤들이 스스로 검에 뛰어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 치명적인 일격!
무방비 상태인 적을 베었습…… >
위드는 막고, 흘려 내고, 공격했다.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휘두른다.’
로아의 명검이 멈추지 않았다.
* * *
대화산에 집결한 모험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여길 혼자 올라갔다고요?”
“미쳤네. 미쳤으니 탐험에 성공할 수 있었겠지만.”
산의 절반을 검붉은 용암이 덮었다.
느리게 용암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군데군데 용암이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땅바닥도 마치 프라이팬을 달군 것처럼 뜨거웠다.
체이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여긴 진짜 많이 죽을 것 같은데…… 돌아가실 분은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리셔야 될 것 같습니다.”
“…….”
체이스의 말에도 흔들리는 모험가들은 없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모험가들이란 목표가 뚜렷하다면 대박을 쫓아서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존재.
체이스도 누군가가 떠나길 기대하며 한 말이 아니었다. 죽음의 돌파를 행하기 전에 각오를 다지길 바랐다.
“그럼 가 봅시다. 속전속결입니다.”
모험가들은 대화산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관찰해 온 바에 따르면 2, 3일에 한 번씩 대규모의 용암 분출이 이뤄진다.
용암 분출 이후에는 지독한 열기 때문에 하루는 근처에도 올 수 없었기 때문에 안전한 시간이 별로 없다.
“시작입니다.”
모험가들이 대화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은 화산재가 뒤덮고 있어서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는 시간.
어둠에도 불구하고 용암이 붉은빛을 내서 시야를 밝히는 데엔 지장이 없다.
쿠구구궁!
모험가들이 밟고 있는 땅이 거칠게 흔들거렸다.
“이거 설마?”
“근처 화산이 터진 겁니다. 계속 이동하죠.”
모험가들은 옆에 있는 화산에서 이글거리는 용암 덩어리들이 폭발하는 것을 봤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모험이었다.
“전 여기까지네요. 모두 고생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불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유저들은 대화산을 삼분의 일쯤 오른 후부터는 포기했다.
생명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었고 몸에도 불이 붙어 더 이상 오를 수가 없어지자 하산을 결정했다.
“이곳까지 오르는 데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더 빨리 갑시다.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죠.”
길을 열던 체이스는 결단을 내렸다.
“좋습니다.”
“대화산이 폭발하면 다 죽은 목숨이니…… 지금은 서둘러야 되겠네요.”
모험가들도 동의했다.
용암이 흐르는 개천을 발견할 때마다 주위를 멀리 돌아가다 보니 전진이 빠르지 않았다.
“갈고리를 던져요!”
용암 개천의 맞은편으로 갈고리를 던져서 뛰어넘었다.
일부의 모험가들은 대열에서 이탈해서 자신들만의 길을 찾으며 서둘렀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 줘요!”
용암에 닿은 모험가들은 순식간에 몸에 불이 붙어 타 죽었다.
물의 정령들이 소환되어 있었지만, 불의 열기에 의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소멸되는 모습이었다.
50미터, 100미터를 가는데도 모험가들이 몇 명씩 죽어 나갔다.
커다란 용암 줄기를 발견했을 때에는 합심해서 갈고리를 던지고, 밧줄을 여러 겹으로 겹쳐서 넘어갔다.
“드디어 여깁니다.”
“진짜 레어가 있네요.”
바이슨이 발견한 용암 동굴에 도착한 모험가들은 총 256명.
동굴을 통해 보이는 대화산의 내부에는 레드 드래곤의 레어가 있었다.
“저기, 저기 좀 보세요. 황금이 물처럼 흐릅니다.”
“예. 루비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요.”
황금을 녹여서 만든 금빛 강이 레어에 있었다. 마법 장비들과 보석들도 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케이베른의 레어보다는 보물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
“그 드래곤은 드워프들을 착취해서 보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제가 본 것 중에는 최고입니다.”
모험가들도 탐욕에 불탔다. 하지만 당장 용암 동굴을 통과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동굴의 좌우 폭은 3미터 정도.
천장은 비교적 높지만 용암이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졌다.
“용암을 피해 가야 하고…… 중간 정도 가면 완전히 용암 바닥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길이가 50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날아간다는 표현이 더 맞겠군요.”
“다행히 레어를 지키는 병력은 없는데요.”
“누가 여길 뚫고 들어가겠습니까? 우리에겐 몬스터들이 없는 게 다행이지요.”
모험가들은 짧은 의논을 마쳤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개인기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열 명의 모험가들이 용암 동굴로 뛰어들었고, 열기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용암 방울에 맞아 죽었다.
간신히 2명이 가장 멀리 진출하긴 했지만 그래도 50미터의 용암 바닥 근처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음 조 갑시다.”
“그래요. 서둘러요.”
모험가들은 상황을 분석할 시간이 모자랐다.
1, 2분 간격으로 계속 사람들이 투입되었다.
목숨을 잃으면서도 막무가내로 뚫는 방식은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꽤나 효과적이기도 하다.
겪어야 할 시행착오를 토론하는 게 아닌, 몸으로 경험하게 되니까.
될 건 되고, 안 될 건 안 되고.
백여 명이 죽었지만 그 대가로 용암 바닥까지의 비교적 안전한 경로를 확보했다.
운이 나쁘면 그럼에도 열 명 중에 둘은 죽는 수준이었지만.
“용암 바닥. 저부터 시험해 보겠습니다.”
체이스가 가장 큰 난관을 돌파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각종 마법 내성이 강력하기도 했고, 좋은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용암 바닥까지 진출한 다음에는 반지에 봉인된 비행 마법을 펼쳤다.
용암이 흐르는 바닥을 스치듯이 날아갔다. 하지만 절반쯤 지났을 때 용암이 꿈틀거렸다.
츄와악!
도마뱀처럼 비늘로 뒤덮인 팔이 튀어나와서 체이스를 잡아 가는 것이었다.
“바람 가속!”
체이스는 급히 속도를 높이며 다시 모험가들에게 되돌아왔다.
“몬스터가 있네요. 어떻게 하죠?”
“레어를 지키는 몬스터가 아니라 용암에 사는 생명체로 보입니다. 전투 계열 직업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 텐데.”
“우리끼린 잡을 수 없으니 피해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다른 길을 찾자고요?”
“무리예요. 대화산의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짧으면 12시간. 길면 24시간 정도입니다.”
“정비를 해서 화산 폭발 이후에 다시 오는 것은요?”
“기회가 많지 않아요. 열기가 식을 때까지 하루가 더 걸릴 겁니다.”
모험가들은 용암 괴물에 잡아먹히면서도 공략을 계속했다.
위드는 얽매이지 말라는 검치의 말이 사실이란 걸 몸으로 직접 겪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
< 깔라뮤의 머리를 파괴했습니다. >
< 치명적인…… >
< 치명적…… >
― 최고의 검술? 글쎄다. 나이 먹고 나서부터는 마음 가는 대로 휘둘러도 아무도 막지 못하더구나.
처음 검을 가르쳐 줄 당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충 싸워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어. 정말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건 자유로운 검술, 그 자체의 검술이다.’
어떤 검술인지 구체적인 형태는 없었다.
경험과 기술은 당연히 기본이 되고, 무의식에서부터 검의 올바른 길이 느껴져야 하리라.
적에 맞춰서, 최적의 공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100%의 공격력과, 100%의 방어력을 가진 완성된 검의 형태.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틀을 깨 버리는 존재.
‘뭐, 그냥 하면 되네.’
위드의 검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깔라뮤들은 급격하게 목숨을 잃었다.
조각 파괴술로 힘을 크게 키운 후에 다 몰아치는 것이었다.
“재생의 검!”
자신과 드워프들을 지키기 위한 검술의 비기까지 사용. 깔라뮤들을 돌파하고 나서도 탐색에 거침이 없었다.
< 무기고 >
< 대형 무기고 >
< 전사 용품 >
< 장거리 무기 >
< 소모품 >
< 보물 >
< 대장장이 재료 >
“모두 더 좋은 장비들로 무장하세요.”
위드는 드워프들의 장비들을 계속 좋은 걸로 바꿔 주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관대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뼛속까지 우려내서 부려 먹어야지.’
케이베른과 전투를 치르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함이었다.
“흐어억. 죽을 것 같네. 잠시만…….”
드워프 전사들이 과로로 앓아눕기 시작했다.
전투로 쉼 없이 내돌렸기 때문에 건강한 드워프들도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도 고통받는 동족들을 떠올리세요.”
“케이베른이 수탈해서 그렇지 웬만한 드워프들은 마을에서 잘 머무르고 있네만.”
“자긍심! 드워프로 태어나서 긍지를 가슴에 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드는 드워프제 장비에 눈이 돌아가 있었다.
드워프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가면서 계속 부려 먹었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아픈 건 나중에 치료하면 되니까.’
드워프 세계까지 미친 악덕 지휘관의 손길!
그렇게 드워프들의 특급 창고를 하나둘씩 털어 갔고 마지막 장소만을 남겨 두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와중에 단서들을 모아서 최종 보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상태였다.
< 창고의 지배자 크라코어
거대한 몸 전체가 특수 세포로 이루어진 괴물이며, 과거 우드고른의 지배자였다.
대괴수 바하란트에 밀려난 이후로 절치부심하며 힘을 키우는 중.
매우 똑똑하며, 역겨운 산성 침을 사방으로 뿜어낸다.
세포들을 활용한 변형 공격을 한다.
주의!
가까이 있는 적을 붙잡아서 흡수할 수 있다.
물리적인 피해를 95% 약화시킴.
화염 마법에 거의 완벽한 내성을 가졌지만, 추위에는 비교적 약하다. >
10대 금역.
그것도 드워프 종족의 비밀 창고를 지키는 최종 보스!
위드의 옆에서 착취당하던 브록핸드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 크라코어는 우리들에게는 절대적인 공포라네.”
“어째서요?”
“놈에게 흡수당한 드워프가 수백이 넘어.”
“흡수라고요?”
“놈의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이지. 아골디아의 어딘가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숨어 있을 줄은. 위드핸드, 돌아가세.”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크라코어가 가진 장비들까지는 얻지 않아도 드래곤과 싸우기엔 충분할 것이네.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도 돼.”
위드에게는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다.
‘당당하던 드워프들이라지만 두려워하는 것도 많군.’
크라코어가 가지고 있을 드워프들의 장비, 그것도 아마 최고급일 것들을 놔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싸울 겁니다.”
“좋네. 그러면 충분히 쉰 이후에 문을 열도록 하세.”
“장비만 점검하고 가지요.”
“젠장!”
드워프들을 데리고 최종 보스가 기다리는 무기 창고에 섰을 때였다.
― 마판 : 위드 님! 급보입니다. 랜도니의 레어가 뚫렸습니다!
“정말요?”
위드도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 마판 : 레어를 탐험한 모험가들로부터 엄청난 소식이 있습니다. 케이베른과 랜도니와 관련된 것인데요.
“설마…… 악마들의 왕 클레타까지 나오는 건 아니겠죠?”
― 마판 : 불행히도 맞습니다. 드래곤들의 움직임에는 사실 음모가 있었다는데, 저도 간략히 전해 들은 거라 직접 영상을 확인하시죠. 5분 정도 후에 모험가 데드론 님이 랜도니에 들어간 영상이 KMC미디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랍니다.
위드는 드워프들에게 휴식을 주고 수정 구슬을 꺼냈다.
스킬 노가다를 위해 바느질을 하며 기다리니 금세 KMC미디어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급히 여러분들에게 알려 드릴 중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불의 고리에서 탐험하는 모험가들이 랜도니의 레어에 들어갔습니다.
KMC미디어에서는 전속 진행자인 오주완이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그 직전까지 위드가 드워프들을 데리고 던전 사냥하는 장면들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 우선 모험가들의 공략 영상부터 짧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모험가들이 대화산을 오르고, 용암 동굴을 돌파하는 장면이 편집되어서 간단히 펼쳐졌다.
군데군데 영상이 깔끔하지 못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모험가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가는 모습들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용암 바닥의 몬스터들을 뚫는 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모험가는 3인.
그들은 랜도니의 레어에 들어가긴 했어도 쌓여 있는 보물을 챙겨서 밖으로 다시 나올 순 없는 처지였다.
“뭐든 찾아보자.”
“그래. 이렇게 된 거…… 직접 익힐 수 있는 스킬이라도 있으면 좋겠지.”
모험가들은 레어의 침입이라는 모험 공적을 달성했다.
“함정 조심하고.”
“여기까지 온 거 개죽음은 당하지 말자고. 다시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몰라.”
그들이 찾아낸 것은 뜻밖에도 랜도니의 오래된 일기장.
드래곤의 기록이었는데, 그 안에는 엄청난 비밀이 담겨 있었다.
― 오늘 케이베른과 나 랜도니는 위대한 악마 집사 제펜트 님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다.
― 악마들이 가져다주는 먹이는 무척 맛있다. 그들은 다정하고, 우리를 보살펴 준다.
― 악마들은 매우 현명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 인간과 드래곤들은 악마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마 악마를 질투하기 때문이 아닐까.
― 흑마법을 배웠다. 엄청난 마법들이다. 최고의 파괴력! 화염 마법보다도 훨씬 위대하다.
일기장에는 어린 시절의 케이베른과 랜도니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드래곤이 아닌 악마들에 의해 키워졌다.
― 악마들의 왕, 클레타 님은 진정 좋은 분이라고 한다.
― 그분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쓸모없는 인간과 엘프, 드워프들이 가진 봉인석. 그것이 사라지면 클레타 님이 오실 수 있다는데…….
― 악마들은 너무나도 좋다. 그들이 떠났다.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없을까?
― 봉인석. 봉인석만 파괴할 수 있다면…….
― 봉인석을 깨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최대한 많은 피를 대륙에 적셔야 한다. 그래야만 클레타 님이 온전한 힘을 가지고 나타날 수 있겠지.
― 죽음이 많을수록 나타나게 될 클레타 님은 강해진다.
일기에 기록된 내용들은 단편적이긴 했지만 전후 사정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케이베른과 랜도니가 인간들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악마들과 관련이 있었구나.”
용사 퀘스트나 종족 퀘스트를 더 많이 진행했더라도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모험가들에 의해 랜도니의 레어에서 일기장을 찾아내며 의문들은 풀렸다. 하지만 해결책까지 나온 건 아니었다.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여간해서는 말로 설득이 되질 않는다.
답답한 꼰대의 전형!
‘용사 퀘스트에서도 초반부터 돈을 줘서 타협하는 방식이 있었지. 가능성은 없었지만. 드래곤에게 악마들에게 현혹된 상태라고 말한다면 전쟁이 끝날까? 절대 그렇진 않겠지.’
드워프 퀘스트 역시 종족의 운명을 걸며 드래곤과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은 두 드래곤을 힘으로 이기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
― 봉인석에 대한 정보가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모라타의 대도서관에 봉인석에 대한 글귀가 있었다는데요. 지금까지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제 알 게 된 것 같습니다.
방송 화면은 모라타의 대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모험가 복장을 하고 있는 남자 유저가 글귀가 새겨진 돌을 들어서 보여 주었다.
― 인간들은 자신들의 문명을 세우는 도시의 어딘가에 봉인석을 놔두었다.
― 엘프들의 봉인석은 세계수에 있다.
― 오크의 봉인석은 누가 가져갔는지 모른다. 정말 찾기 힘들 것이다. 아마 오크들을 다 죽이는 것이 빠를지도.
케이베른은 도시를 파괴한다. 랜도니는 오크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봉인석이 드래곤의 움직임들을 설명해 주었다.
― 마판 : 봉인석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둘러 주세요.”
― 마판 : 그런데 어쩌면 위드 님의 모험이 먼저 봉인석과 관련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용사 퀘스트에 해답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크의 종족 퀘스트까지 동시에 진행하기는 무리고…… 아무래도 그쪽은 운에 맡겨야 되겠군요.
― 마판 : 봉인석이 다 파괴되면 어떻게 될까요?
“베르사 대륙이 멸망에 가까워질 겁니다. 악마들까지 나오면 정말 답이 없죠.”
― 마판 : 벌써 도시들도 많이 파괴되었는데. 어쩌면 그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게 아닐까요?
드래곤이 날뛰기 시작한 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악마들의 왕 클레타가 풀려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 마판 : 진짜 최악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드래곤을 사냥하는 것인데…….”
위드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용사로서, 아르펜 제국의 황제로서 대응 방안을 확실히 정해야 했다.
퀘스트를 진행하며 무기나 방어구, 믿고 싸울 수 있는 동료와 스킬 같은 힘을 얻는 이유도 결국은 케이베른과 싸우기 위함이었다.
‘모라타가 파괴된다. 만약 지금 모든 힘을 모아서 드래곤과 싸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