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6권 : 7. 건설 현장 (403/520)

7. 건설 현장

모라타에 사는 주민들은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인부로 변했다.

“작업장은 성벽 너머에서 자리를 잡도록 해요. 확장을 계속해야 되니까요.”

“농지는 갈아엎습니다. 나중에 아르펜 제국에서 보상을 해 드릴 거예요.”

“위대한 건축물은 성벽을 다섯 겹으로 갖추세요. 대도서관에는 대륙 전체에 하나뿐인 자료들도 있으니 절대로 부서져선 안 됩니다.”

뚝딱뚝딱!

모라타 전역에 드래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장벽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한 공사는 오후가 되자 더욱 규모가 커졌다.

북부 대륙의 건설 자재들과 사람들이 끝없이 모여들고 있었다.

“오늘 저녁 정도가 되면 석재가 부족해집니다.”

“북서쪽의 산에서 화강암을 채굴해 옵시다.”

“운송 팀이랑 계획은…… 젠장. 그냥 산을 다 옮겨 와요.”

인근의 목장으로부터 황소들도 수천 마리씩 지원이 왔다.

음머어어어어

근육질의 튼튼하고 힘 좋은 소들이 수레를 끌며 돌들을 실어 날라서 여기저기 산처럼 쌓아 두었다.

석공이나 건축가들은 그것들을 쪼개서 장벽을 쌓기 위한 기본 재료로 만들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음새 부분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합시다. 바위도 좀 부서졌더라도 그냥 써요.”

“내구도는요?”

“지금 공성 무기 막는 거 아닙니다. 드래곤이 몸으로 부딪치면 한 번이나 버틸 테니 현장에서 빨리 조립할 수 있도록 해요.”

모라타에 넘치는 초보 유저들은 석재들로 위대한 건축물과 주요 시설들의 주변에 장벽들을 세웠다.

예술가들!

로디움에서도 찾아온 예술가들은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로열 로드 초창기부터 예술을 위한 외길을 걸으며 살아온 그들.

무능력하다고 무시당하는 일이 일상이었지만 조각사 출신의 위드가 황제가 되었다.

모라타를 새로운 거점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빛의 탑 앞에 모였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모라타를 지키는 것입니다!”

뎁스가 연단에서 외쳤을 때, 화가와 조각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들 중에서 사냥으로 전투 능력을 가진 이들도 있긴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모라타를 지키고 싶어도 싸울 수가 없다. 직업적인 특징을 포기하고 초보들처럼 돌이나 나르려고 하던 그들이었다.

“우리가 왜 못 합니까! 예술이란 불가능을 인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말은 좋지만 아직까진 설득력 제로.

“케이베른과는 못 싸우지만 모라타는 지킵시다.”

마음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예술가들이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였다.

뎁스가 큰소리로 선언했다.

“그러니까 우린 표절을 합시다!”

“……?”

“으응?”

예술가들에게는 절대적인 금기인 표절!

뎁스는 연단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바웰 성에서 건축가들이 부실 공사를 하는 걸 보며 느낀 것이 없습니까? 모라타에는 귀중한 예술품들이 즐비합니다. 여기 빛의 탑만 해도 그렇죠. 지금은 모라타의 풍경처럼 모두에게 익숙해졌지만 초창기만 해도 얼마나 파격이었습니까? 도시 옆에 빛으로 세워진 탑이 있다니요.”

예술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라타의 멋진 거리 풍경이 더욱 가치 있게 보이는 것은 건축 기술만이 아니었다. 빛의 탑이나 프레야 여신상 같은 초대형 조각품 때문이리라.

“빛의 탑은 모라타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죠. 어쨌든 이것과 비슷한 예술품들을 잔뜩 만드는 겁니다.”

“으응?”

“막 표절하는 겁니다. 보고 베껴요! 그리고 원작보다도 시선을 더 끌 수 있는 조각품이나 그림이면 더 좋습니다. 케이베른이 파괴하는 동안에 모라타는 안전해질 테니까요!”

케이베른이 주요한 예술품들을 파괴하지 못하게 비슷한 것들을 잔뜩 만들어 놓는다!

자신의 일을 찾지 못하던 예술가들의 눈과 귀가 번쩍 뜨이게 하는 발언이었다.

“뭐야, 대단한데?”

“대단히 창조적인 표절이다. 표절이 아이디어야. 진짜 예술에는 한계가 없구나.”

“표절을 부추기다니 미치겠다. 진짜 미쳤어.”

“우리가 솔직히 안 해서 그렇지. 조각으로 벌어먹고 산 보리빵이 몇 갠데. 위드 님의 조각품을 비슷하게 따라 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케이베른의 관심을 끄는 것도 어렵지 않아. 케이베른이 입으로 똥을 싸는 대형 나무 조각상이라도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그림이야말로 욕하기에는 더 적합한 거 아닌가? 제대로 엉망진창인 그림을 그려 주면 되는 건데.”

발상의 전환!

예술가들은 자신의 할 일을 찾았다.

그들은 돈이 안 되는 일에도 일단 빠지면 몰두하는, 별별 인간들이 다 모여 있었다.

아르펜 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 부족한 금액이지만 모라타 방어전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는 일당을 지급하도록 하겠어요.

따로 집계하는 것이 힘드니 모라타의 모든 주민들에게 매일 3골드씩을 드립니다.

식사는 모라타 내의 모든 식당이 무료입니다.

새벽에는 축제가 개최됩니다.

“역시 위드 님이네.”

“캬…… 이 세심한 배려 보소.”

“고생하지 말라고 베풀잖아. 초보를 아끼는 건 위드 님이야.”

“황제가 되고 나서도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서윤이 유저들의 참여로 고마운 마음에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정책.

건축가, 예술가들이 전면에 나서고 유저들이 벌 떼처럼 달라붙으며 모라타의 요새화가 시작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선발대도 모라타에 도착했다.

“이쪽에는 기사들의 매복이 가능할 것 같군요. 드래곤을 가까이 끌어들이면 기습 공격을 할 수 있겠습니다.”

“복잡한 건물 탓에 시가전이 펼쳐진다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드 님이나 지역 주민들이 허락해 주지 않을 수 있지만 말입니다.”

“드래곤의 활동 범위를 줄이려면 방호벽들을 미로처럼 설치해야지요. 높이는 3, 4미터 정도? 건물들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법사나 궁수 부대를 지킬 수 있는 장벽이나 이동 경로들이 만들어져야 됩니다. 가능할까요?”

헤르메스 길드의 요구 사항은 건축가 조합을 통해서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모라타를 지켜야 한다는 절대적인 목표 앞에 과거의 원한 정도는 잠시 눈 감을 수 있었다.

“유저들이 생각보다 우릴 싫어하지 않네.”

“사인을 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어.”

“그보다도…… 드래곤과의 전투에 전력이 충분할지 모르겠군.”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과거에 케이베른과 싸웠을 때가 떠올랐다.

전율적인 블랙 드래곤의 전투력!

현재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라미프터가 말했다.

“위드 님에게 생각이 있긴 하겠지요. 우리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력이 핵심이 되겠지만. 그렇더라도 승리를 하려면 좀 더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칼쿠스가 슬며시 다가왔다.

“좋은 계획이라도 있습니까?”

“가르나프 평원에서는 쓰지 못했지만, 마법공학 대포를 가져오는 건 어떨까요.”

“대포요?”

“1급 보안이 걸려 있었는데. 고대의 유물. 마법 장비인데 해상전의 대포와는 좀 달라요. 마법사들의 마력을 기반으로 쏘아 내는 것이죠.”

“쾅쾅 막 터집니까?”

“……아쉽지만 폭발형은 아닙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빛을 쏘아 내는 방식이라 공성전으로 적합한 무기는 아니죠. 그래도 명중률과 관통력이 좋아서 초대형 생명체를 사냥하는 용도로 쓸지 몰라 쌓아 둔 게 있습니다. 드래곤에게도 써먹을 수 있을 듯한데 말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보스급 몬스터의 사냥 경험이 많은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 냈다.

“며칠 안에 르블뢰 상단이 가져올 호랑이 가죽 의자는 성벽 위에 설치해 주세요.”

학살자 칼쿠스의 이색적인 제안이 약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도대체 왜요?”

해당 지역 건설을 전담하던 프레임이 물었다.

레벨로는 까마득히 높은 상대였지만 그래도 시설물 배치의 중간 책임자는 자신이었다.

칼쿠스가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했다.

“위드 님이 오실지도 모르잖습니까. 이쪽에서 앉아서 보면 준비하고 있는 방어선이 한눈에 들어오실 겁니다.”

“…….”

아르펜 제국과 화해하기로 한 이상 적극적으로 변한 칼쿠스.

실상 헤르메스 길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모라타에서 더욱 바뀌고 있었다.

나중에라도 위드를 죽여야 한다면서 복수에 불타오르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라타에서 힘의 대세가 바뀐 것을 확인하자마자 말을 갈아타려는 이들이 넘쳐 나고 있었다.

알고 보면 그들의 태도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힘과 권력을 쫓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며, 마찬가지로 위드를 따를 뿐.

- 모이자. 모라타로!

- 공사판이 벌어졌다. 풀죽신교 총집결!

- 성지 수호 갑시다.

푸홀 워터파크에서도 유저들이 밀려오고 있었으며, 중앙 대륙에서도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모라타를 돌아다니는 많은 유저들에 압박감을 느꼈다.

“도시에 사람이 끝도 없어.”

“성문으로 분당 수천 명씩 들어온다.”

“여긴 진짜 대도시야. 판자촌 지역이 석조 건물로 바뀐다면 아렌 성보다도 발전한 곳이었을걸.”

대부분 초보 유저들임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인파.

물론 초보들의 입장에서도 드래곤의 전투에 끼려는 것은 아니었다.

모라타를 지키기 위한 건설에 참여하고, 베르사 대륙의 운명을 건 전투를 구경하기 위한 것.

성문으로 줄지어 들어오는 초보들이 신나서 떠들었다.

“클레타를 막기 위해 다들 뭉친 걸 보니 놀랍고 대단하긴 해.”

“위드 님이 중심을 단단히 잡아 주는 덕분이지.”

“위드 님과 바드레이가 함께 싸운다는 거지?”

“응. 케이베른을 누가 사냥하느냐도 좋은 구경거리가 되겠다.”

“설마 다 죽으면…….”

“…….”

“크흠.”

위드와 헤르메스 길드가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케이베른과도 싸워 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모여든 유저들은 모라타의 요새화에 적극 참여했다.

* * *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리버스가 접속한 건 그 무렵이었다.

고작해야 하루 만에 모라타는 완전한 공사판으로 바뀌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위드의 영향력이 이 정도란 말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평온하던 성문 앞은 난리도 아니었다.

“지나갑니다. 비켜 주세요!”

사람들이나 황소가 바쁘게 드나들며 건축자재를 운반했다.

성벽에는 건축가들이 달라붙어서 구조 보강과 장벽 추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매시간마다 공사의 규모가 확대되어 드래곤이 도착할 때에는 완전히 모습이 바뀌어 있을 것으로 예상.

가르나프 평원은 허허벌판이었지만 모라타는 대도시라서 참여할 유저도 많고, 보급의 문제도 없다.

단순 활동 유저들의 숫자만 놓고 보면 베르사 대륙 최대의 도시!

“우린 어서 다녀옵시다. 오늘만 다섯 차례 이상 왕복을 하려면 시간이 없어요!”

동시에 예술회관이나 대도서관에 있는 귀중한 자료들은 주변 도시들로 빼돌리고 있기도 했다.

모라타를 배수진으로 두고 싸울 테지만 브레스나 광역 마법으로 보물들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비상 보존 계획.

멍하니 성문 근처에 서 있던 리버스의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풀죽 드실 분은 오세요!”

공사 현장에는 커다란 솥들이 부글부글 끓었다.

북부의 대규모 공사판에는 어김없이 출현하는 풀죽!

공사에 참여하는 유저들이 줄을 서서 풀죽을 한 그릇씩 받아 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 풀죽은 맛있네.”

“떫은 느낌도 덜하고…… 고소하기도 한데. 열매도 몇 개 보여.”

“사치네, 사치.”

리버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줄 서 있는 유저들에게로 향했다.

‘진짜 풀죽. 그걸 먹어 볼 기회구나.’

로자임 왕국의 피라미드 건축을 할 때부터 맛이 궁금했던 풀죽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열심히 일해 주세요.”

“허리가 부러질 때까지 할 겁니다.”

초보 요리사들이 끓이는 풀죽!

그들은 대량 요리로 스킬 숙련도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리버스도 풀죽 한 그릇을 받아서 근처 바닥에 대충 주저앉았다.

모라타 성문 인근에는 유저들로 가득 차 있었고, 평소보다도 몇 배나 되는 이들이 보였다.

“음. 맛을 볼까.”

나무로 된 수저로 풀죽을 듬뿍 떠서 입에 넣었다.

“뜨헙!”

혓바닥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풀죽이었다.

“뭐가 이렇게 뜨겁지? 너무 뜨거워서 맛을 잘 모르겠어.”

리버스는 풀죽을 윗부분만 살짝 떠서 식힌 후에 먹어 봤다.

떫고, 쓰고 그러면서도 달짝지근하며 짜고 매운맛도 뒤섞인 미묘한 맛이었다.

풀과 나무 열매들을 마구 넣어서 삶은 다음에 소금과 설탕, 간장에 고추장 약간을 넣은 그런 맛.

“이게 맛있다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몇 숟가락을 더 먹어 봤다.

“…….”

싱싱한 풀이 건져졌다.

멀건 죽에는 밥알이 몇 개가 보이고, 고기 조각도 보인다.

“그냥 아무거나 막 넣고 끓인 거 아닌가. 특히 풀을 많이 넣고…….”

리버스는 요리에는 문외한이었다. 별생각 없이 말했지만 그것이 정답!

대규모 공사판에서 풀죽의 비결은 대충 끓이는 데 있었다.

“이건 정말 맛이 없어.”

리버스는 절반 정도를 남긴 채 유저들을 따라나섰다.

평소라면 귀찮아서 안 할 테지만 이런 이벤트에는 소소한 일이라도 참여해 보고 싶었다.

“초보시죠? 석재는 너무 무거우실 텐데…… 황소 마차를 몰아 주실래요?”

“석재나 주시오.”

“힘드실 텐데…….”

“괜찮으니 주기나 하시오. 나는 다른 초보들과는 다르니까.”

리버스는 각종 강화 마법이 걸린 장비들을 믿었다.

“힘드시면 주변 유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셔야 됩니다.”

“걱정하지 말라니깐. 끙차!”

저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의 무게.

등에서부터 머리까지 짓누르는 엄청난 무게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다음에는 개미 떼가 움직이는 것처럼 석재를 지고 공사 현장으로 걸어가야 했다.

‘이 짓을 도대체 왜 하지?’

리버스는 후회와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다른 유저들도 다 하는데, 얼굴에는 피로와 동시에 활기가 넘친다.

무언가를 해낸다는 성취감!

석재를 한 번 옮기고 나니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이런 것이 위드의 힘인가. 군중들을 이끌고 다니는…….”

리버스는 로열 로드를 하면서 실감했다.

사람들은 냄비처럼 금방 끓고, 금방 식는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오래 하지는 못하고, 남들을 욕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언가 의미를 부여해서 그들을 열광적으로 참여시키면 불가능을 극복하는 기적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모니터로 볼 때와 직접 참여하는 건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다.

“위드는 힘으로 황제가 된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었기에 황제가 되었단 말인가.”

리버스는 저녁에 공사가 두 배로 확대된 것을 보며 경악했다.

다음 날에는 온갖 지역에서 도착한 유저들에 의해 다섯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었다.

* * *

“미쳤네. 정신이 나간 것 같기도 한데…… 그게 위드란 말이야. 그러면 무시할 수도 없고.”

미헬은 칼리스, 로암 등과 같이 20명의 대영주을 모아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

아르펜 제국의 영주들끼리 친목을 도모하자는 명목이었지만, 저마다 세력 확장의 욕심이 가득하단 걸 모르지 않았다.

“느닷없이 헤르메스 길드를 포섭할 줄이야. 과연 누가 알았을까.”

로암이 가벼운 탄식을 내뱉었다.

그들의 뒤통수를 강하게 치는 위드의 행보였다.

자신들은 대영주가 되고 나서 몬스터들을 물리치며 세력 확대의 기회를 얻었다.

케이베른 사태에서도 조용히 뒷짐을 지고 지켜보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는데, 전격적으로 결정된 케이베른 사냥이라니!

“최소한 준비 기간만 1년은 걸릴 줄 알았습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요?”

칼리스가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이 자리에 모인 대영주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 강대한 드래곤을…… 벌써 잡는다고? 만약 실패한다면?’

의심은 해도 드래곤 사냥에는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르펜 제국의 그늘이 필요하기도 했고, 드래곤 사냥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의식한 탓이었다.

“상대가 드래곤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예요. 헤르메스 길드가 합류했고, 희생의 화로가 있다지만 쉽진 않을 겁니다.”

미헬은 타격대에 속한 길드원들에게 희생의 화로를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을 비밀리에 전달했다는 이야기는 밝히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들은 철저히 이번 전투에서는 전력을 보존하기로 했다.

만약 드래곤을 잡지 못하면 전투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샤우드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떻게 싸우느냐가 관건이고. 어느 쪽이든 이길 수 있으리라 봐야겠지요. 우린 드래곤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가 잘 싸운다는 건 알지요. 위드도 마찬가지고요.”

대영주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탐탁지 않았다.

길드 간의 전투는 익숙하기도 했고, 비슷한 세력전의 양상으로 펼쳐지지만 드래곤이란 차원이 다른 존재다.

로암은 앞으로의 일을 전망했다.

“위드가 드래곤을 이긴다면 현재의 인기에 더불어 절대적인 권위까지 부여됩니다. 바드레이가 가지고 있던 무신? 그것도 우습게 여길 정도로 말이지요.”

위드가 드래곤을 이기면 최소한 자신들이 고개를 숙이며 살아야 하는 기간에 2년은 추가되리라고.

‘나라면 실패한다. 승산을 따지기 힘든 위험한 모험이야. 하지만 위드라서……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싸울지조차 짐작할 수도 없는 전투다. 베르사 대륙의 주력이 총동원되는 거고…… 위드와 헤르메스 길드가 전격적으로 나선다는데, 전투의 규모도 예상 밖일 거야.’

‘위드다. 그리고 바드레이까지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희생의 화로를 쓰고 헤르메스 길드까지 나선다면…… 으음.’

대영주들은 마냥 실패를 바랄 수도 없는 처지였다.

위드가 나서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들로서도 감당이 안 되는 존재.

케이베른이 계속 도시를 파괴하고, 몬스터들을 퍼뜨리면 분명히 자신들의 차례도 온다.

모두가 망하느냐.

아니면 고개를 숙이며 열심히 아부를 떨며 살아가야 하느냐.

어느 쪽으로든 나쁜 결과물들일 수밖에 없었고, 가장 안 좋은 건 그들에게는 말로 떠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 *

“자네, 몸이 무척 단단하군.”

“고맙습니다.”

바드레이는 마침내 바바리안들로부터의 인정을 받아 냈다.

전투에 나설 때마다 나름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부족을 위해 사냥감들을 넉넉하게 벌어 왔다.

바드레이도 바바리안들과 어울리는 법을 조금은 터득했다.

저녁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됐다.

‘이렇게 쉬운 걸…… 지금까지 헤맸나?’

바드레이는 만약 위드였다면 친밀도를 높이는 데 이삼 일이면 충분했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했다.

실제로는 하루도 안 걸려서 끝나 버렸겠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땅이 있어. 북서쪽의 빙벽 너머를 보았나?”

“얼음밖에는 없는 곳이 아닙니까?”

“거친 대자연이 있지. 그곳에 묻혀 있는 전설을 꺼낸다면 부족 최고의 전사라고 불릴 만할 것이네.”

띠링!

< 철혈의 워리어가 되기 위한 자격 증명!

북서쪽의 빙벽을 기어올라서 끝없이 걸어가라.

전사의 심장은 고난과 추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대지를 내딛는 발걸음은 바바리안들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육체의 고통과 피로를 이겨 내야 합니다.

한계를 초월한 이후에 쓰러지면 철혈의 워리어로 태어나게 됩니다.

죽음으로 레벨과 스킬 숙련도는 하락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멀리 이동할수록 맷집과 인내력, 방어 기술이 향상됩니다.

이동한 거리만큼 바바리안 부족의 영토가 확장됩니다.

5일 이상을 버티고 걸으면 전설이 깃든 빙하의 검이 묻혀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도착하지 못하면 빙하가 무너져서 검은 아득한 얼음 바다 아래로 사라지게 됩니다.

난이도 : S

보상 : 철혈의 워리어로의 전직.

빙하의 검. >

드디어 뜨게 된 전직 퀘스트.

“철혈의 워리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빙하의 검이라.”

바드레이는 헤르메스 길드가 아닌, 스스로 퀘스트를 하며 전설을 일깨운 건 처음이었다.

“더 강해질 수 있다.”

헤르메스 길드가 아르펜 제국의 깃발 아래로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벤 지역의 안정이나 길드의 생존은 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위드. 황제의 자리는 너에게 주마. 그러나 무신의 자리는 영원히 나의 것이다.’

바드레이는 곧바로 북서쪽의 빙벽을 향해 걸었다. 케이베른의 사냥 일정에 반드시 맞추려면 마음이 급했다.

헤르메스 길드가 하벤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했지만, 희생의 화로를 사용한 이후에 약해진 위드를 이긴다고 해도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 *

페일은 파이톤, 오베론과 함께 타격대를 이끌었다.

중앙 대륙에 넘쳐 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하루 종일 사냥하는 그들이었다.

“파이톤 님의 검술은 언제 봐도 굉장히 호쾌하십니다.”

“하하하. 몬스터를 날려 버리는 재미로 익힌 전투법이라서…… 그보다 페일 님은 어떻게 궁수가 되었죠?”

“퀘스트 때문에요.”

“오…… 궁수의 스킬이나 직업을 얻기 위한 특수 퀘스트?”

“아니요. 활로 토끼를 잡아 달란 의뢰를 진행하다 보니 궁수가 되었어요.”

“…….”

파이톤과 오베론은 이거 호구 아니냐는 시선을 듬뿍 던졌다.

페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끼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저는 그래도 궁수가 된 걸 후회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파이톤과 오베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겠지. 근데 저 성격을 보니 검사가 되어도 후회는 안 했을걸.’

‘뭘 해도 잘했겠지. 뭐 어떻게 살아도 자기 인생이니까…….’

페일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로열 로드의 수많은 유저들이 알면서도 인정했다.

위드의 전투 노예 1호.

그럼에도 아르펜 제국의 넓은 땅을 다스리는 대영주가 되었으며, 명성도 비할 바 없이 높다.

페일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도 이만큼의 영향력이나 인기를 가지고 있진 못했으니.

성공한 전투 노예, 혹은 호구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없었다.

“근데 오베론 님은 성격이 현실과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페일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헌신적인 워리어!

현실에서는 대부호의 자손이며 자신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남자.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렇게 무작정 퍼 주는 성향은 아니었다.

위드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양심 없는 7봉 사내’였고.

오베론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상하게 로열 로드만 오면 사람들을 지켜 주고 싶습니다. 첫 던전 사냥에 처참하게 실패한 이유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로열 로드의 초창기, 마을 근처 사냥을 하다가 레벨 50이 되었을 무렵, 친한 이들과 던전 사냥을 떠났다.

모두 어설펐던 시절이라 자신들의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 그때부터 동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페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적당히…… 조절되는 감정은 아닌 모양이죠?”

오베론이 동료들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지를 보았다. 무척이나 감동적인 모습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괜히 나섰다가 죽었다고 하니 좀 오지랖이라고 할까.

“이게 맘대로 안 됩니다.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도 있지만 저절로 저도 모르게 그냥 나서게 되고 말아서요.”

“그렇군요.”

페일은 잠시 여운을 두다가 말했다.

“혹시 모라타의 전투에서 희생의 화로를 또 쓰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써야지요. 멋진 전투가 될 테니까요.”

페일은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그토록 걱정하는지를 깨달았다고 할까.

‘호구를 보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오베론의 시야에 퀘스트 창이 발생했다.

띠링!

악룡 케이베른의 퇴치.

모든 드워프들이 힘을 합쳐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날카로운 무기를 들어라!

거친 함성을 질러라!

케이베른에게 돌격해야 할 시간이다.

한 달 내로 케이베른과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

승리한다면 드워프들은 잃었던 긍지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난이도 : 종족 퀘스트

퀘스트 제한 : 드워프.

종족 내 레벨 상위 3%.

보상 : 드워프의 종족 특성 긍지.

“어…… 방금 드워프들에게 종족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종족 퀘스트요?”

“위드핸드라는 드워프와 함께 케이베른을 퇴치하라는 의뢰네요.”

위드는 드워프 전사들과 함께 케이베른과의 전투를 펼치기로 결정했다.

그 순간, 상위 3%에 해당하는 드워프 유저들에게 일제히 발생한 의뢰.

“기꺼이 케이베른과 싸우겠습니다.”

오베론이 퀘스트를 수락한 다음에 말했다.

“모라타에서 싸울 날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파이톤과 페일도 그 심정은 비슷했다.

“흥분되지요. 정말 멋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습니다.”

“네. 실컷 싸워 보죠.”

* * *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를 다녀오고 드래곤을 잡기 전에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도끼를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예.”

하일라야 숲의 동쪽.

나무꾼 파틴을 만나서 도끼의 비기를 익혀야 했다.

파틴은 긴 다리에 우람한 근육질의 어깨를 가진 나무꾼이었다.

“난 귀족이나 왕족은 잘 몰라. 그래도 자넨 굉장히 유명해서 이름은 들어 봤어.”

“악당들과 싸우다 보니 좀 유명해졌습니다. 대륙의 평화를 위해 몬스터들을 퇴치하기도 했고요.”

“자넨 악당이 아니야. 좋은 일을 많이 한 모험가이고 조각사란 이야기를 들었어. 난 예술도 잘 모르지만.”

나무꾼 파틴은 악명이 높은 유저를 만나기만 하면 바로 머리에 도끼를 내려찍어서 죽이는 습성이 있었다.

지위나 명예가 통하지도 않고, 그냥 나쁜 놈들을 싫어하는 단순한 나무꾼.

파틴은 잘 익혀서 기름이 뚝뚝 흐르는 멧돼지 뒷다리를 모닥불에서 꺼냈다.

“내가 멧돼지 고기를 좋아해. 정말 잘 구웠군.”

“산에서 구워 먹는 멧돼지가 제맛이죠. 소금은 깊은 광산에서 캐낸 겁니다.”

“짭짤하고 맛있어.”

사전에 마판으로부터 파틴에 대한 정보들을 들었다.

― 마판 : 파틴은 정해진 형식이라는 게 없습니다. 도끼술을 익힌 유저들이 몽땅 달려갔지만…… 퀘스트를 내주는 게 아니라 친해져야 합니다.

요리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고급 요리를 즐긴다기보다는 평범한 음식들을 즐겨 먹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친분이 다져지면 도끼술의 비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친절하게 직접 가르쳐 주지 않고 나무에 도끼질을 하는 걸 옆에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죠.

도끼의 비기는 눈으로 보면서 터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익힌 사람은 6명인데. 위드 님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위드는 도끼를 다루는 기본적인 방법은 알고 있었다.

‘검에 비교해서 압도적인 무게감이 있다.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하며 순간적인 변화는 적은 무기.’

검이나 창을 다룰 때보다는 복잡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자리에서 도끼만 휘두른다면 제대로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

마구 움직이면서 체중을 힘껏 실어야 도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맥주도 한 잔 드시겠습니까?”

“맥주도 있나?”

“흠뻑 취할 정도로 있습니다. 드워프들도 없어서 못 먹는 모라타의 맥주죠.”

“모라타의 맥주라…… 벌써 침이 고이는군.”

4시간.

고기와 맥주, 사탕발림으로 파틴을 구워삶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설명은 못 하겠어. 보고 배울 수 있다면 알아서 배우게.”

“예. 그걸로 충분합니다.”

파틴은 일어서서 굵은 나무에 도끼질을 시작했다.

콰앙! 쾅! 쾅!

도끼질 한 번에 굵은 아름드리나무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위력은 끝내주네. 과연 공격력 몰빵 스킬.’

처음에는 결 검술을 떠올렸지만 몇 번 만에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약점을 베어 내는 게 아니다. 그보단 강하게 찍어 내는 느낌.’

힘이 집중된 도끼가 속도와 탄력을 받아 거목을 강타했다. 잘라진 나무는 칼로 베어 낸 듯이 깔끔했다.

― 마판 : 2명의 유저는 일주일 정도 파틴과 함께 다녔습니다. 케이베른과 싸워야 하지만 급할수록 천천히 하세요.

‘대충 요령은 알 것 같은데. 검과는 결국 형태가 다른 무기일 뿐이니.’

위드는 무지하게 단단한 대형 도끼를 꺼냈다.

용을 죽이는 도끼는 스탯 감소의 제한이 있어서 함부로 다룰 물건은 아니었다.

쿠웅!

무거운 도끼로 거목을 옆으로 후려쳤다.

두 번째에는 쓰러뜨리긴 했지만, 절단면이 파틴처럼 깔끔하진 않았다.

‘힘과 속도는 비슷하게 한 것 같은데…… 이게 전부는 아니란 의미겠지.’

위드는 몇 번의 도끼질을 통해 거목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대단하군.”

“아직 멀었습니다.”

그다음부터의 도끼질은 파틴과 점점 닮아 갔다.

콰앙! 쾅! 쾅!

손목과 어깨의 움직임, 도끼의 궤적까지도 비슷해졌다.

‘대략 이런 방식이군. 나무를 할 때는 상당히 최적화된 방식이다.’

힘을 힘껏 실은 도끼가 간결하게 나무를 쳐 낸다.

그 와중에 느껴지는 끝내주는 손맛!

위드는 하루 정도 지켜보면 파틴의 비법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지금까지 검술을 체계적으로 익혀 왔고, 험한 사냥터를 전전하며 숨 가쁜 시간들을 보냈다.

무기를 다루는 건 이미 몸처럼 익숙해져 있었다.

‘근데 머리로 생각하며 익혀야 하나?’

얼마 전부터 검술을 머리에서 지워 버렸다.

필요할 때면 고정된 형태의 검술을 응용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가는 대로 휘두르면 그것이 정답이 되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0.1초의 짧은 시간에서 최적의 답이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무기가 달라졌다고 해도 완전히 처음부터 익혀야 할 정도로 새로울까.’

위드는 도끼질의 시작은 파틴의 모습을 참고하면서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로 생각하고 맞춰 가지 않고, 의식과 몸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도끼를 느끼고, 나무를 베어 가는 최적의 방식을 스스로 찾아 갔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띠링!

< 나무꾼 파틴의 도끼질을 터득하셨습니다.

도끼의 비기 도끼 강타를 배웠습니다.

파틴은 평생 나무를 베며 도끼를 다루어 왔습니다.

그는 도끼가 가진 위력을 진정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도끼 강타가 500%의 공격력을 발휘합니다.

파괴력이 250%의 위력으로 30미터 반경으로 퍼집니다.

생명체가 아닌, 바위나 지형도 부서질 것입니다.

생명력과 방어력이 낮은 적은 일격에 제압합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최대 공격력과 공격 반경이 증가합니다. >

< 도끼술에 대한 이해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도끼술의 레벨이 초급 9레벨이 되었습니다. 파괴력이 15% 증가합니다. 방어력을 4% 추가로 관통합니다. >

< 힘이 10 증가합니다. >

< 전사의 업적으로 모든 스탯이 2씩 늘어납니다. >

시간이 약간 걸렸지만 쉽게 익혀 버린 도끼술의 비기!

파틴이 감탄하며 말했다.

“내가 평생 동안 휘둘러 온 도끼질을 금방 배웠군. 자네처럼 뛰어난 사람은 처음이야.”

“감사합니다.”

“도끼질을 하고 나니 배가 출출해져서 그러는데, 남는 고기가 좀 있는가?”

위드의 배낭에는 따로 챙겨 온 고기들이 아주 많았다.

도끼의 비기를 익히는 데 사흘 정도의 시간은 생각하고 왔던 것이다.

“있습니다. 드릴까요?”

“음. 좀 주게.”

위드는 배낭에서 고기를 꺼내서 다시 한 번 구워 주었다.

도끼의 비기는 익혔으니 무시하고 바쁜 길을 떠나도 그만이긴 했다. 그래도 도끼 마스터라면 훗날 어떻게 부려 먹을지 모르기에 친밀도를 유지해야 했다.

“와구와구. 자넨 정말 좋은 사람 같군.”

“아닙니다. 이렇게 도끼술을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네가 잘 익힌 거지. 정말 천재야.”

“훌륭한 도끼술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온 두 놈은 내 도끼술을 배우자마자 고마움을 표시하지도 않고 떠나 버리지 않았던가.”

“아주 나쁜 놈들이군요.”

위드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면서 고기를 뜯어 먹었다.

“맥주는 떨어졌나?”

“여기 더 있습니다. 실컷 드시죠.”

슬슬 배도 채우고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파틴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내 도끼술을 배워 볼 생각이 없나?”

“도끼술이요? 방금 익혔습니다만.”

“그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배운 도끼술이지.”

위드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뭔가가 더 있다.’

파틴에게서 배울 수 있는 스킬은 도끼 강타가 끝이 아닌 것이다.

“자네가 익힌 도끼질로 만든 기술이 하나 더 있다네.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멧돼지라도 나오면 싸우려고 만든 것이네. 잘 보게.”

검사들이 전투를 치르듯이 도끼를 들고 선 파틴!

“이야하아아아압!”

좌우로 번갈아 가며 여섯 번을 휘둘렀다.

파틴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위협적인 파공성이 들렸다.

도끼를 휘두르고, 내려찍을 때마다 무시무시한 위력이 퍼져서 주변 땅이 파이고, 나무들이 쓰러졌다.

“의리야하압!”

마지막에는 파틴이 힘껏 고함을 지르고 도끼를 던졌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쏘아진 도끼가 정면에 있던 바위를 산산조각 내며 다시 돌아왔다.

“헉헉. 어떤가. 이것이 멧돼지 도살법이라네. 배워 보겠는가?”

띠링!

< 도끼 마스터 파틴이 기술을 전수해 주려고 합니다.

멧돼지 도살법 : 도끼 강타를 익히고 나서 배울 수 있는 연속 공격술입니다.

극단적인 위력의 7번 연속 공격.

매 공격마다 치명적인 일격이 발동되며, 방어력을 뚫고 상대의 뼈를 으스러뜨릴 것입니다.

스킬의 사용을 위해 경이로운 체력과 힘을 필요로 합니다. >

“물론 배우겠습니다.”

위드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예정된 그날.

케이베른은 미스트리스 성에 나타나서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동안 수차례나 벌어졌던 일이기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모든 유저들의 관심사는 그다음의 일에 있었다.

건물들이 불타오르고, 무너진다.

미스트리스 성이 완전히 폐허로 변한 다음에 메시지 창이 떴다.

드래곤의 복수

악룡 케이베른은 인간들의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령과 요정들이 경고하고 있다.

“일주일 후에 케이베른이 모라타로 향하게 될 거예요.”

대륙 전역, 모라타에서 공사를 하던 유저들도 메시지를 확인했다.

― 으아악! 진짜 모라타다.

― 정말 모라타…….

― 예상 적중! 세기의 전투가 벌어지고야 말겠네요.

― 모라타 같은 대도시에서 싸우다니…… 위드 님한테 너무 불리한 거 아님?

― 이틀 전까지는 그랬죠. 지금은 완전 요새로 변하고 있음. 7중 성벽 보셨음? 강철 10단 함정은? 난공불락의 대명사이던 오데인 요새를 비웃을 정도.

― 죄송하지만, 성벽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드래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데요.

― 주요 건물들마다 두꺼운 성벽을 세우고 있죠. 부딪쳐도 쉽게 파괴되지 않도록요. 드래곤이 지상에 착륙할 때를 대비해서 참호도 파고 있음.

― 발리스타 같은 공성 무기도 대량으로 제작되고 있던데요.

― 화재 발생에 대비해서 건물들을 부수고 길도 내고 있습니다.

― 상단들이 하벤 지역에서부터 대형 공성 무기를 해체해서 운송하고 있답니다. 미친 듯이 달려오는 중.

케이베른이 모라타를 공격하기로 예정되니 게시판마다 난리가 나고 있었다.

동영상도 수없이 올라왔는데 모라타가 요새처럼 바뀌어 가는 모습들과, 각 상단의 움직임들이었다.

베르사 대륙 전역에서 전투 물자와 공성 무기들이 소집되고 있었다.

― 엄청난 승부가 벌어지긴 하겠네요.

― 유저들과 드래곤 한 마리…….

― 향후 4, 5년 내에 없을 대전투이긴 하네요.

― 위드 님이니까 이런 전투도 이끄는 겁니다. 초대박이죠.

― 근데요. 만약에 지면?

― 다음 일은 생각하지 말도록 합시다…….

― 베르사 대륙 대파멸. 덜덜덜…….

― 아, 생각하지 말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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