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6권 : 8. 퀘스트의 끝 (404/520)

8. 퀘스트의 끝

“역시 다음은 모라타인가.”

위드는 아골디아의 비밀 창고로 돌아왔다.

지금부터는 1분 1초도 시간을 아껴서 써야 할 상황!

드워프 전사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라 준비되어 있었고, 던전의 최종 보스인 크라코어만을 남겨 두었다.

마판 상단의 추가 보급으로 크라코어를 제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품도 전달되었다.

위드는 녹색 약병을 꺼내 로아의 명검에 발랐다.

“이 액체를 무기에 바르도록 하세요. 많이 바를수록 좋습니다.”

“이게 뭔가?”

“지독한 냄새. 독 아닌가? 전투에 독을 사용하는 건 드워프의 수치네.”

브록핸드와 드워프들이 바로 반발했다.

드워프 전사들의 자부심에 독을 쓰자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보급을 위해 온 마판 상단의 유저들은 긴장한 채로 지켜봤다.

드워프들의 고집이란 쉽게 꺾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위드는 싱긋 웃었다.

“독이 아닙니다.”

“그럼?”

“유풀레치카 꽃잎으로 만든 겁니다. 크라코어의 세포 재생을 막고, 파괴하는 역할을 하죠.”

“아, 꽃이었나?”

드워프들은 쉽게 수긍하며 무기에 녹색 액체를 발랐다.

“저것만으로? 설득이 돼?”

“뭐야. 도대체 독이랑 뭐가 다른 건데. 그 말이 그 말 아냐?”

유풀레치카는 아름답지만 지독한 독초였다.

토르 지역에는 없고, 툴렌의 깊은 늪지대에서만 자라는 식물이었다.

보통의 몬스터들에게는 약한 마비 효과 정도만을 주지만, 특정 괴물들에게는 크게 작용을 했다.

“그래도 듣다 보니 나도 잠깐 납득할 뻔했어.”

“사실은 나 역시.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하니까 그냥 받아들여지게 되더라.”

“저게 위드 님이지. 마판 님도 위드 님한테 장사의 기초를 배웠다는 소문이 있잖아.”

위드는 드워프들을 데리고 빠르게 크라코어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위험해지면 언제든 동료를 믿고 뒤로 빠져 주십시오. 우린 케이베른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런 하찮은 곳에서 죽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네.”

“모두 단단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최종 보스!

위드가 잔뜩 긴장한 드워프들을 데리고 최종 보스의 방으로 들어갔다.

크라코어는 55미터짜리 세포 덩어리였다.

광장처럼 넓은 공간에는 드워프제 장비들이 널려 있었다.

< 원초적인 공포!

생명체의 종말에 있는 적과 조우하였습니다. >

< 크나큰 위협을 느낍니다.

정신에 두려움이 깃들었습니다.

정신력과 투지가 이를 견뎌 냅니다. >

위드의 투지는 드래곤 정도가 아니라면 위축되지 않았으니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드워프들은 꽤나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그냥 덩어리로 보이는데. 엄청난 녀석이란 말이지. 그래도 며칠 후에 케이베른을 상대해야 하는 마당에…….’

둥그런 분홍색 세포 덩어리가 귀엽기까지 해 보였다.

―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새로운 방문자들이구나.

― 너희들은 내 몸의 일부가 될 것이다.

크라코어의 몸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세포들이 떨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성장하며 아골디아에 돌아다니는 맹수들의 형태가 되었다.

― 가라!

크라코어의 명령에 따라 땅을 박차며 덤벼드는 맹수들!

4, 5미터짜리 맹수들이 사납게 뛰어왔다.

“수비 진형으로!”

위드는 드워프들에게 명령을 내려 입구를 등지고 방어 진형을 펼쳤다.

“후랴!”

“방패를 들어라! 망치로 내려쳐라!”

드워프들이 방패를 내세우며 단단한 방진을 형성했다. 그 직후 맹수들의 날카로운 발톱과 몸통 부딪치기가 이어졌다.

“드워프들이여, 검과 창, 방패를 들어라!”

“우리 종족의 위대함을!”

“크라코어, 너에게 희생된 동족들의 복수를 하겠다!”

드워프 전사들이 검과 방패를 탕탕 부딪치며 고함을 질렀다.

동료들에게 부여하는 강력한 버프!

“한 마리씩 끌어 들여서 처치한다.”

“동료들과 함께 막아! 방패 부대!”

위드는 드워프들의 상태를 지켜보았지만 세세하게 지휘하지 않아도 아골디아의 맹수들 정도는 잘 막아 내는 모습이었다.

크라코어에 의해 강화된 맹수들은 진화하고 있었다.

몸집이 계속 커지고 있었고, 힘도 강해지지만 이 정도는 드워프들이 무난하게 사냥했다.

캬웅!

꾸우우우악!

드워프들의 무기에 당할 때마다 맹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크라코어의 세포로부터 생성된 맹수들이라 방어력과 회복 능력이 탁월했지만, 약점인 독에 타격을 받고 있었다.

‘크라코어. 세포형의 몬스터. 자신의 세포들을 떼어 내서 몬스터를 만든다. 본체에 타격은 대부분 흡수를 해 버리지.’

한 번이라도 흡수한 몬스터들은 전부 제작이 가능하다는 속설도 있었다.

와이번이나 그리폰, 거인까지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적을 무력화시키면 상대의 몸에 달라붙는다. 육체를 빼앗고 지배하는 끔찍함!

크라코어는 아골디아의 지배자였던 만큼 자료는 많이 남아 있었다.

― 우리 레벤체 길드가 최초로 크라코어를 사냥하겠습니다!

헤르메스 길드가 중앙 대륙을 통일하기 전의 일이었다.

그럭저럭 인지도를 가진 레벤체 길드가 아골디아를 탐험하던 도중에 도전해서 몰살을 당했다.

크라코어가 강한 몬스터인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는데, 엄청난 맹수와 몬스터들에 유저들이 질질 끌려가서 본체에 잡아먹혔다.

실은 크라코어가 일부러 적을 끌어들이려고 약한 척을 해서 레벤체 길드가 도전했다는 의심도 있었다.

‘영악한 놈이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죽지 않기 때문에 까다로워.’

크라코어의 위험은 이제부터였다.

몸을 약간만 떼어 내더라도 세포를 증식시켜서 엄청난 병력을 만들 수 있었다.

55미터의 크기는 쉬지 않고 투입할 수 있는 끝이 없는 병력이 된다.

더구나 좀 더 세포들을 많이 떼어 내면, 훨씬 고급 몬스터들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괜히 아골디아의 보스급 몬스터가 아니다. 지금은 드워프들을 무시하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지치게 만들려는 거겠지.’

크라코어의 노림수는 뻔히 보였다.

자신의 세포들을 떼어 내기 싫기 때문에 드워프들을 지치게 해서 하나씩 잡아먹으려는 것이리라.

‘이길 방법은 두 가지. 세포로 만드는 병력을 계속 제거해서 놈을 약화시키거나, 아니면 본체를 쳐야 한다.’

위드는 케이베른까지 상대해야 하는 마당에 언제까지 여기서 시간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광휘의 검술!”

드워프 사이를 빠져나와 빛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전진했다.

“위드핸드!”

“위험하네. 어서 돌아오게!”

위드는 드워프들의 염려를 무시하면서 빠르게 전진했다.

“크릉!”

“크와아아앙!”

맹수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덤벼들었다.

서걱!

위드는 차원의 문을 통과하며 검을 휘둘렀다.

조각 파괴술로 모든 예술 스탯을 힘으로 몰아넣었고, 맹독까지 적용되어 있었다.

발열, 마비, 혼란, 출혈의 4종 세트!

드워프들에게 준 독보다도 훨씬 강한 것이었다.

“1, 2, 3, 4조 방어 진형으로 돌진!”

방패를 앞세운 드워프들이 앞으로 내달렸다.

“5조부터 20조까지. 산개하여 전투를 펼친다. 목표물은 크라코어의 본체!”

“후아!”

방어 진형으로 뭉쳐 있던 드워프들이 일제히 퍼져 나갔다.

맹수들이나, 보호 병력을 많이 만들지 않은 지금이 기회.

위드는 사막의 대제왕 시절을 떠올렸다.

‘방어력이 좋은 드워프들이다. 웬만해선 살아남겠지.’

전장의 한복판으로 부하들을 내던진다. 이겨 낸 자들은 강해질 뿐!

< 세포 로거를 베었습니다. >

로아의 명검은 깔끔하게 맹수들을 처치했다. 하지만 죽은 시체들은 세포의 핵을 파괴하지 않는 한, 더 작고 약한 녀석이 되어서 다시 일어났다.

크라코어의 세포들은 고블린과 드워프로 변했다.

“우릴 이길 수 없다.”

“크라코어 님은 너희들을 흡수하여 더 강해질 것이다.”

위드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두세 번씩 죽여야 되나. 귀찮게.”

고블린과 드워프들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몸이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맹독의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너희들과 보낼 시간 따윈 없다.”

위드는 차원문을 통과하며 가볍게 적들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공간 이동을 할 때마다 빠르게 달려온 맹수들이 공격을 했지만 무시하거나 받아치며 크라코어에게 전력으로 뛰었다.

― 모두 막아라!

크라코어는 겁이 많았다.

가능하면 직접 싸우지 않으려 하고, 또한 공격을 받아 세포를 잃는 것을 무엇보다 무서워하는 유형!

55미터나 되는 방대한 몸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했다.

“검의 돌진!”

위드는 전사의 스킬을 발휘하며 맹수들을 힘으로 뚫어 냈다.

단숨에 맹수들을 지나쳐서 크라코어의 앞에 도착했다.

“분검술!”

위드의 몸이 50개로 늘어나면서 스킬이 발동되었다.

“신성한 불.”

화르륵.

분신들까지 불타는 검으로 크라코어의 육체를 마구 베었다.

― 뀨우아아아아아악!

거대한 세포 덩어리가 불에 타며 비명을 질렀다.

“광휘의 검술!”

위드는 맹수들에 의해 분신들이 소멸될 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검으로 크라코어의 몸체를 베었다.

― 이 고통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거대한 크라코어의 세포들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와서 검게 변했다.

무언가 엄청난 몬스터들을 생성하려는 조짐!

“절대 분열하지 못하도록 조각조각 부숴 주마.”

― 드워프들! 너희들은 내 몸의 일부가 될 것이다!

* * *

― 위드와 크라코어의 대결!

― 굉장합니다. 위드가 이렇게 강했나요?

방송국들은 위드의 전투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대륙의 운명이 결정될 모라타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그런 데다 위드의 모험은 기본 시청률은 보장해 준다.

크라코어는 아골디아에서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32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를 일곱 마리나 만들어 냈다.

위드는 거미줄을 베어 가며, 거대 거미들과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 오주완 씨, 위드 님이 불의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매우 멋진 것 같아요.

― 필요에 따라 스킬도 사용하지만, 기본 검술만으로도 훌륭하게 잘 싸우죠. 이게 위드 님의 특기입니다.

― 무기를 잘 다루는 것이 고레벨 유저들의 공통점이 아닐까요?

― 위드는 수준이 다릅니다. 극한까지의 실력을 보여 주죠. 전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공략은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바드레이 님도 이겼으니 공식적으로 위드 님이 최강이 되었어요.

― 기본적인 전투 능력에서는 아직까지도 무신 바드레이가 위라고 봅니다만…… 잠깐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공략하고 말았죠.

오주완은 평소처럼 위드의 전투를 해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무언가가 거슬렸다.

쉽게 검을 휘두르고, 쉽게 움직이는데도 전투가 훨씬 편해 보인다.

거미들의 날렵한 움직임과 독과 거미줄을 뿜어내는 공격들을 잘도 빠져나가면서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도찬미도 그 느낌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 이런 말 하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검술이 정말 아름답네요. 위드 님에게 여유가 보여요. 크라코어조차도 쉬운 걸까요?

― 그런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크라코어는 정말 강한 보스 몬스터죠. 그리고 벌써 1시간째 싸우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 앗! 지금 파도처럼 공격이…….

― 크라코어의 몸에서 세포들이 떨어져 나가서 또다시 몬스터로 변했습니다. 형용하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코뿔소처럼 커다란 바퀴벌레? 그것들이 일제히 위드에게 돌진합니다!

진행자들이 영상을 집중해서 해설했다.

크라코어가 만들어 낸 병력들의 공격이 엄청난 것 같았지만, 위드는 절묘하게 잘 빠져나가고 있었다.

크라코어와의 전투는 쉬지 않고 진행되었다.

끈질기고, 지독한 녀석이었지만 싸울 때마다 세포를 잃어버렸다.

위드가 공격할 때에도, 병력과 몸의 일부를 상실하면서 점점 약해졌다.

― 육체를 잃어버리다니 분하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너 따위에게 죽을 수는 없다!

“끈질기긴 했어. 그래도 넌 안 돼.”

오랫동안 싸우면서 크라코어의 약점을 찾아냈다.

불과 독, 신성력. 마지막으로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위드는 모든 준비들을 갖추고 있었고, 검으로 공격할 때마다 크라코어의 세포 일부는 영원히 타 버리게 되었다.

드워프들도 뒤로 물러나고, 바닥은 크라코어의 떨어진 세포들로 미끈거렸다.

― 폭멸!

위기의 순간, 바닥에 떨어진 세포들이 그를 붙잡고 흡수하려 할 때는 거침없이 스킬을 터트렸다.

“대파멸의 모래 폭풍!”

사막 전사 최후의 스킬.

최종 보스의 방이라 꽤 넓긴 했지만, 던전 내에서 쓰기에는 극단적으로 위험한 스킬이었다.

“모두 수비!”

“물러나!”

드워프들은 방패를 세우고 뭉치며 몸을 웅크렸다. 그들의 장비들은 드래곤과의 전투에 대비하여 마법 저항력이 높은 것들로 맞춰 놓았다.

그럼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릇.

땅이 갈라지면서 모래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라코어를 중심으로 사방을 휩쓰는 모래의 폭풍에 세포로 만든 몬스터들이 튕겨 나갔다.

“재생의 검!”

위드는 대파멸의 모래 폭풍이 끝나면 재생의 검을 쓰며 드워프들과 함께 방어와 생명력 회복에 힘을 썼다.

< 투신 바탈리의 축복이 부여됩니다.

소모된 체력의 20%가 회복됩니다.

생명력의 재생 속도가 빨라지고, 고통에 면역이 됩니다.

적에게 입힌 피해만큼 방어력을 무시! >

투신 바탈리의 축복도 틈틈이 부여.

그렇게 크라코어는 무려 10시간의 전투 끝에 서서히 죽어 갔다.

위드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반성했다.

‘공격력이 확실히 부족했다. 크라코어 자체가 극단적으로 물리 방어력이 뛰어나고, 드워프들이 제대로 공격할 수 없긴 했지만…… 전투를 극단적으로 길게 끌 수밖에는 없었어. 신의 축복과 장비발로 이긴 거야.’

마법사 부대를 이끌고 크라코어와 싸웠더라면 훨씬 쉽게 이겼으리라.

마법적인 타격은 세포들을 얼리고 태우면서 제대로 피해를 입힐 테니까.

네크로맨서 스킬을 쓰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더 많은 유형의 전투 기술들을 연마할 필요성도 느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헤르메스 길드가 전반적으로 강한 건 사실이다.’

드래곤과의 전투는 검과 마법. 양쪽 모두가 최고 수준에서 동원될 것이다.

드워프 전사들 외에도 벌 떼처럼 몰려들어서 공격할 유저들이 많았으니 기나긴 장기전은 되지 않을 듯싶었다.

‘드래곤과도 이렇게 오래 싸운다면 모라타는 아예 형태도 남아나지 않겠군.’

위드는 그렇게 크라코어에게 최후의 안식을 주었다.

―아골디아의 옛 지배자. 크라코어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위대한 전투 업적으로 인하여 명성이 5,230 올랐습니다.

―카리스마가 2 상승하였습니다.

―힘이 2 상승하였습니다.

―인내가 3 상승하였습니다.

“끄응. 너무 힘든 전투였어.”

“그래도 대단하군. 위드핸드!”

“자네가 해낼 줄 알았어.”

위드는 전투를 마치고 드워프들을 수습했다.

크라코어가 만들어 낸 몬스터들과 싸우느라 무려 15명이나 사망!

그들 중에는 넷이나 크라코어에게 빨아 먹혀서 생명력과 힘을 잃기도 했다.

“부상이 심하신 분들부터 돌보죠.”

위드는 드워프들과 함께 붕대를 열심히 감았다.

강인한 전사들이라 전투가 끝날 때까지 죽지 않았더라면 어지간하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크라코어는 영구적으로 생명력을 3,000 올려 줄 수 있는 비약의 재료를 남겼다.

다른 전리품들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장비들도 되찾을 수 있었다.

띠링!

날벼락의 왕관 완료.

훗날을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아골디아의 비밀 창고는 다시 드워프들의 손에 들어왔다.

중무장한 드워프들은 이제 케이베른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 드워프들이 15명 사망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부여됩니다!

모든 드워프들의 최대 생명력이 7% 늘어납니다. >

위드의 시선은 보석이 알알이 박힌 왕관으로 향했다.

크라코어의 뒤에 있었고, 전투를 펼치면서도 자꾸만 눈이 가던 왕관이었다.

드디어 날벼락의 왕관도 입수.

“후…… 이제 됐군. 감정!”

날벼락의 왕관 : 내구력 110/110. 방어 79.

드워프들은 지하의 가장 깊은 곳에서 힘과 벼락, 지배의 보석을 발굴해 냈다.

“이건 가지고 있기에 위험한 힘이다.”

“아니, 우리에게 드래곤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기회가 주어졌다.”

대장장이들은 보석에 봉인된 힘을 모아 왕관을 제작하였다.

“케이베른과 이제 싸울 수 있을까?”

“부족해. 일족의 보물인 희생의 화로가 필요하다.”

“희생의 화로는…… 우리의 손에 닿지 않는다.”

“아쉽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이 왕관은 케이베른의 눈에 띄지 않도록 우리 드워프들로부터 떠나 있어야 한다.”

“어디에 숨기지?”

“깊숙한 곳에.”

드워프들이 감춰 놓은 날벼락의 왕관을 되찾았다.

제한 : 드워프 전용.

―레벨 1,190.

―일족의 영웅.

옵션 : 생명력, 마나, 체력의 최대치가 두 배로 증가.

전투 중에 신체의 회복 속도가 300%가 됨.

심한 부상에도 전투 능력이 감소하지 않음.

최초의 착용자에게 영구적으로 모든 스탯이 30씩 증가.

원거리 공격을 80만까지 막아 내는 방어막 생성.

호칭 ‘드워프를 이끄는 자’ 획득.

드래곤 피어를 반경 30미터까지 무효화.

왕관에 박혀 있는 세 종류의 보석을 소모하여 새로운 능력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힘의 보석.

하루 동안 힘을 2,000만큼 늘려 준다.

모든 스킬의 최대 피해를 50% 향상시킴.

벼락의 보석.

생명력을 대가로 가장 강력한 벼락을 떨어뜨릴 수 있다.

움직임이 2.5배 빨라짐.

지배의 보석.

자신과 주변에 있는 드워프들의 신체 능력을 30% 강화함.

드워프에 대한 통솔력이 최대가 됨.

드래곤에게 위축되지 않음.

“역시 끝내주는구나.”

위드는 날벼락의 왕관을 구한 보람이 있었다.

드워프의 상태로만 착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없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템.

드워프 전사 중의 한 명이 말했다.

“위드핸드. 전사들은 전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자네라면 충분히 우릴 이끌 자격이 있어. 존경받는 장로 바인핸드 님이 반격의 깃발을 가지고 있을 것이야. 그분을 찾아가 보게.”

반격의 깃발을 얻어라!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는 드워프 장로 바인핸드를 찾아가서, 67개의 봉우리가 그려진 깃발을 구하라.

케이베른과의 전투를 위해 대륙에 있는 모든 드워프들을 모아야 한다.

난이도 : 종족 퀘스트

퀘스트 제한 : 드워프.

보상 : 반격의 깃발.

“알겠습니다.”

위드는 가볍게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종족 퀘스트를 더 이상 진행할 생각은 없었다.

간단한 것이라면 해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그만두어야 했다.

드워프 마을들을 하나씩 다니면서 전사들을 소집하는 건 너무 긴 시간을 필요로 하리라.

― 마판 : 위드 님, 퀘스트 완료를 축하드립니다. 크나툴과 말린의 정보들은 확인했습니다.

“어딘가요?”

― 마판 : 우선 크나툴은 북쪽 설원 지대에 있습니다.

* * *

위드는 드워프의 비밀 창고를 나와서 유린의 그림 이동술을 사용했다.

최대한 북쪽으로 이동해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와삼이의 등에 탔다.

“빨리 가 보자.”

― 꾸에에엣. 어디로 가면 되나.

“북쪽으로 계속 날면 돼.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어.”

― 왜 그러는가?

“힘들어 죽기 직전까지 날아야 할 테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앞으로 더 부려 먹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진짜 죽게 하진 않을 테니까.”

― 꾸에에엣!

와삼이는 거꾸로 부는 찬바람과 싸우면서 쏜살같이 북쪽으로 날아갔다.

와삼이의 체력이 떨어져서 중간에는 빙룡으로 갈아타야 했다.

“드워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 페일 : 예. 모라타에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밀 창고에 있는 드워프들은 타격대와 마판 상단이 모라타로 데려가도록 했다.

추운 설원 지대의 하늘에 도착하니 길을 인도하는 조인족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 보담 : 이쪽입니다, 위드 님!

두툼한 털옷을 입은 참새가 길을 안내했다.

새하얀 눈밭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바바리안의 얼음 마을을 발견.

“여기로군.”

위드는 빙룡을 타고 바바리안의 마을 상공에 도착했다.

지상에는 바바리안들이 창을 들고 놀라서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 적당히 시원하고 매우 마음에 드는 장소다.

빙룡은 설원 지대를 보며 만족하고 있었다.

“동쪽으로 가면 빙설의 폭풍도 분다더라.”

― 가 보고 싶다. 추운 곳이 좋다.

“일이 끝나면 다녀와. 시원하게 몸 좀 얼려.”

― 고맙다, 주인.

바바리안들은 거대한 할버드와 망치, 투척용 창을 들고 경계하고 있었다.

위드는 빙룡과 함께 마을의 입구로 서서히 내려갔다.

“인간! 여긴 와선 안 되는 장소다.”

외부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

바바리안들은 전투라도 벌일 기세였지만, 잠시 후에 하프엘프 비슈르가 와일이와 함께 나타나자 들고 있던 무기들을 아래로 내렸다.

― 꾸에에엣!

비슈르를 데려온 와일이는 털옷을 입고도 깃털이 살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 주인. 죽을 것 같다.

“내가 있잖아. 이런 곳에서는 안 죽어.”

위드가 신성한 불로 모닥불을 크게 피워 주었다. 와일이가 뒤뚱거리며 모닥불에 가까이 와서 몸을 녹였다.

“역시 널 아껴 주는 건 나밖에 없지?”

― 고맙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정말 힘들 때 챙겨 주는 사람이 은인이야. 나한테 앞으로 잘해라.”

― 알겠다. 꾸우웃.

와일이가 몸을 비비면서 애교까지 부렸다.

그사이에 비슈르는 바바리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래전의 맹약에 따라서 케이베른을 상대하기 위한 힘을 합치길 원해요.”

“우리 부족의 족쇄는…….”

“케이베른을 물리친 다음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제가 도와줄게요.”

“그렇다면 좋다.”

키가 3미터에 달하는 바바리안 영웅 크나툴은 간단히 합류 의사를 밝혔다.

요정 기사 말린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지만, 그쪽 바닥이 또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요정족 모험가 스테인의 제보를 바탕으로 하루나가 확인을 해 주었다.

“경치가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에서 특별한 비법으로 담근 맛있는 꽃술을 마시고 있으면 나타나요. 향이 깊을수록 가능성이 더 높아요. 정직하고, 평판이 좋은 유저에게는 선물도 주거든요.”

위드는 비슈르, 크나툴과 같이 모라타 인근에 있는 작은 호수로 돌아와서 꽃술을 마셨다.

한 잔, 두 잔, 세 잔.

술을 마시면서 낚시도 하고, 바느질도 하다 보니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왱왱왱.

“자네, 맛있는 술을 먹고 있군.”

파리처럼 날아온 요정족 말린.

“시간의 흐름에도 사라지지 않을 복수를. 케이베른이 활동하고 있어요.”

“기꺼이 싸우지.”

그도 하프엘프 비슈르의 말에 함께하기로 했다.

함께 싸울 동료를 찾아서 완료

바바리안 크나툴.

요정 기사 말린.

그들은 오래된 약속에 따라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과 싸우기로 했다.

인간, 하프엘프, 바바리안, 요정 기사.

네 종족의 용사들은 이제부터 운명을 함께할 것이다.

<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4 증가합니다. >

< 명성이 10,000 올랐습니다. >

퀘스트의 성공!

쉽게 끝내기는 했지만,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였다.

드래곤을 해치우기 위해 모인 네 명의 영웅.

요정 기사 말린이 신비로운 빛을 몸에 휘감고 말했다.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놈의 마법을 막아 내야 해.”

바바리안 크나툴이 말을 받았다.

“그것이 가능하나?”

“몇 가지 방법이 있지. 요정의 호수에서 만들 수 있는 비약을 먹으면 마법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것들을 구해 와야겠군.”

“비법은 내가 알고 있어. 하지만 요정의 호수는 악마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재료들을 구해서 호수로 가야만 해.”

띠링!

사브리나 호수의 비약

호기심 많은 요정들은 수많은 신비로운 물품들을 만들어 냈다.

그들이 자랑하는 물건 중의 하나가 마법을 견디게 만드는 비약!

이것만 만들 수 있다면 강력한 마법을 견뎌 낼 수 있다.

비약의 재료로는 총 32가지가 필요하다.

바니의 붉은 약초, 알락시움의 돌, 초록 해골의 이끼, 거북이 섬의 산호초, 쿤단의 초승달, 흰 여우 꼬리, 네모의 달팽이 껍질…….

이 재료들을 전부 구해서 요정의 호수에 있는 악마들을 쫓아내라.

말린이 비약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난이도 : 제작 퀘스트.

보상 : 마법 저항의 비약.

퀘스트 제한 : 요정계의 출입. 요정 기사의 안내를 받아야 함.

위드는 바로 귓속말을 보냈다.

“마판님, 우선 이 재료들 얼마나 구할 수 있습니까?”

― 마판 : 거북이 섬의 산호초? 이건 해적들과 해녀들을 동원하면 구할 수 있습니다. 달팽이 껍질은 굉장히 희귀하다고 하는데…… 재고는 한두 개 있습니다. 잠시만요. 더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요.

마판은 상인으로서 수많은 재료 템들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 마판 : 초록 해골의 이끼는 중독된 시체들에서 나옵니다. 바하밤 던전인데. 여긴 안개가 가장 짙은 날에만 열린다네요.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다른 재료들은 3개월은 잡아야 될 것 같습니다.

“유저들에게서 구매한다면요?”

― 마판 : 헤르메스 길드가 몇 개는 보유하고 있을까요? 그래도 쿤단의 초승달 같은 건 알려지지도 않은 재료 템이고, 몇 가지는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해도 희박한 확률로 떨어집니다. 아예 출처를 모르는 것도 섞여 있네요.

“일주일 안에 구하진 못하겠군요.”

― 마판 : 3개월이면 대륙을 철저히 수색할 수는 있을 겁니다. 타격대의 도움도 받고요.

위드는 아쉽지만 더 이상의 용사 퀘스트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재료를 구하더라도 요정의 호수를 악마들과 싸워 빼앗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용사 퀘스트는 중단하고 케이베른과의 전투에 집중하기로 했다.

* * *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세계수를 중앙 대륙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고맙습니다, 페일 님.”

“뭘요. 당연한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페일이 이끄는 타격대가 하늘에서 그들을 보호해 주었다.

대지의 그림자 파티를 목표로 엄청난 몬스터 떼가 몰리기도 했지만, 위드의 요청이 있었다.

― 위드 : 퀘스트를 성공시킬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케이베른은 엘프 종족 퀘스트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엘프 전사들이 합류한다고 해도 모라타를 지키기에는 날짜를 맞추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수가 자리를 잡고 대륙에 엘프가 많아지면 그 혜택이 엄청났다.

숲이 풍성해지고 맛있는 과일의 수확량만 늘어나도 대박!

엘릭스가 세계수를 다시 심기로 했는데, 그 위치는 10대 금역 중의 한 곳인 아베리안 숲의 인근이었다.

툴렌과 라살 지역의 접경!

엘릭스는 땅을 삽으로 깊게 팠다.

“이제 심겠습니다.”

“잠시만. 굳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무를 심는 거니까.”

벤은 상인들에게 구입한 특제 거름을 구덩이에 듬뿍 뿌렸다.

“넉넉하게 뿌렸습니다.”

세계수의 묘목이 그다음에 심어졌다.

몇 초 동안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나무줄기가 하늘로 솟아올라 가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이 풍성하게 옆으로 퍼지고, 땅이 들썩거리면서 뿌리들이 깊게 자리를 잡아 갔다.

주변의 풍경도 변화가 있었다.

말라 있던 풀이 자라고 꽃들이 활짝 피었다.

살랑대는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싱그럽고 향긋한 냄새들이 맡아졌다.

붉고, 하얗고, 푸르고.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이 자라나서 숲을 더욱 무성하게 가꾸었다.

“우와아아앗!”

“세상에…….”

“계절의 변화를 한꺼번에 보는 기분이에요.”

대지의 그림자 파티와 타격대의 유저들은 눈이 호강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꽃들이 지고, 낙엽이 떨어졌지만 금방 다시 피어나면서 울창한 수림을 이루었다.

< 세계수를 원래대로 완료.

세계수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숲을 지키는 엘프들은 잃어버린 힘을 되찾을 것이다.

엘프들의 고대 마법이 개방됩니다.

정령과 요정들과의 친화력이 높아져서, 정령왕과 요정왕의 소환이 가능해졌습니다.

새로운 직업, 숲 지기, 숲의 사냥꾼, 세계수의 전사, 숲의 주인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수의 영향에 있는 식물들의 성장이 빨라져서, 숲의 영역이 빠르게 확대될 것입니다.

모든 엘프들이 세계수의 축복을 받아서 숲에서의 능력이 강화됩니다.

시력이 100% 향상됩니다.

이동 속도가 30% 빨라집니다.

최대 생명력이 50% 증가합니다.

식물과 대지 계열의 마법이 강해집니다.

세계수가 성장할수록 엘프들은 더 많은 능력 강화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아베리안 숲에도 변화가 생겼다.

몬스터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베리안의 숲.

세계수의 초록 기운이 나무를 뒤덮으며, 아베리안 숲으로 끝없이 밀려 갔다.

시들어서 죽어 가던 잿빛 풀들이 되살아나고, 나무는 새로운 가지를 뻗어 내며 풍성함을 더했다.

초식 동물들이 뛰어놀기 시작했으며, 사라진 줄 알았던 하이 엘프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주워서 뚝딱뚝딱 허름한 오두막을 지었다.

하이 엘프의 마을이 형성되고 있었다.

10대 금역이던 아베리안 숲을 정화하는 세계수의 힘!

세계수가 무럭무럭 자라나서 과거의 힘을 완전히 되찾으면, 그 나뭇가지와 뿌리를 퍼뜨려서 엘프들은 대륙의 어디든 숲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숲의 풍성함.

엘프들이 대부흥을 이루어 내리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 지금 엘프 하러 갑니다.

― 엘프네. 답은 엘프였어.

― 엘프로 쭉 살아오던 분들은 복권 당첨됐네요.

― 안 그래도 장점이 많은 엘프인데…… 세계수라니?

방송을 통해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떠들기 바빴다.

세계수를 원래대로 되돌려 놨지만 세계수의 퀘스트는 끝난 게 아니었다.

― 숲을 일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몬스터들도 정리해야 해요.

세계수가 인근 몬스터들을 하이 엘프들과 함께 토벌하라는 퀘스트를 냈다.

타격대 유저들이 받아들였지만,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세계수가 대지의 그림자 파티에게 말했다.

― 드래곤 라투아스를 만나야 해요.

은링은 깜짝 놀랐다.

“블루 드래곤 라투아스요?”

― 맞습니다. 한 가지 물건을 구해서 그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엘릭스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들, 이건 무조건 받아들일 거지?”

드래곤과 관련된 퀘스트.

고생문이 훤히 열려 있었지만, 그의 동료들이라면 거절할 까닭이 없다.

“당연하죠.”

“무조건 합니다.”

엘릭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아쉬움이 있다면 모라타에서 케이베른과 싸우는 걸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 * *

위드는 용사 퀘스트를 중단한 날부터 모라타에 머물렀다.

사냥하고, 드워프들을 이끄는 일도 중요하지만 드래곤과의 전투를 기획해야만 했다.

‘최대한 많은 상황을 고려해야 해. 드래곤을 원하는 전장에 끌어들여서 싸워야 한다.’

최악은 드래곤이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이었다.

하늘에서만 브레스와 마법 공격을 한다면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답이 없지. 공중전은 필패다. 그땐 전부 철수다. 지상에 내려와야 승산이 있어.’

어떻게든 케이베른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지상에서 유혹할 필요가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파견대를 보내서 방어 진지를 건설하는 일을 도왔다.

아크힘이 모라타의 지도를 보며 건의했다.

“도시의 몇 곳에 마법 병단을 배치해야겠습니다.”

“마법 저항력이 높은 드래곤에게 마법 공격이 효과가 있을까요?”

“피해가 대부분 감소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마법사들이 쓸 수 있는 마법은 다양합니다. 비행이나 가속 마법으로 전사들을 도울 수도 있을 테고요. 우리 길드에서 참여를 결정한 마법사들이 정말 많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사, 소환사, 정령사들이 머물 건물들이 지정되었다.

가르나프 평원 전투에서 활약했던 가우슈, 하일러, 칼쿠스, 그로스, 크레볼타 등등.

군단장 출신들이 자신의 직속 부대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에 요청했던 건 희생의 화로를 쓸 1만의 병력.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많은 길드원들이 준비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도 참여율이 높은 것이 의외이긴 했습니다.”

아크힘은 쓴웃음을 지었다.

“드래곤 사냥의 업적을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법사들은 영혼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요.”

“영혼력?”

“상위의 마법사가 되면 마법력이 높아지면서 영혼의 힘에 눈을 뜬다고 하더군요. 마법의 단계가 상승하고, 마법을 더 빠르게 구현할 수도 있다는데…….”

“영혼력을 쌓으려면 강한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평범한 몬스터들로는 얻지 못합니다. 마법사들에게 드래곤은 최고의 제물이 되는 셈이죠. 드래곤이 가까운 곳에서 죽으면 마나까지도 일부 흡수할 수 있어서요.”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 최강의 직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이 마법사!

유저들의 정보가 부족했을 당시에는 산이나, 평원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뜬소문이 퍼지며 열광하지 않는 이들이 드물었다.

실제로 마법사는 레벨이 낮을 때는 개고생을 하지만 공격력만큼은 최고였다.

마법 주문을 익히기 까다롭고, 장비들이 비싸다는 점도 압도적인 공격력 앞에 모두 용서가 되는 직업이었다.

현재 마법사들의 인기는 그리 높진 않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 병단은 단연 대륙 최고였다.

“아무튼 헤르메스 길드가 발 벗고 나서 주면 큰 도움이 되겠군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크힘과 군단장 출신들은 모라타에 와서 대중들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도 했다.

케이베른을 깨운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드래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중앙 대륙, 북부 대륙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는 헤르메스 길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

위드는 사과를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일을 저질러 놓고 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다.

그럼에도 필요하면 이용해 먹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나쁜 놈이 얼마나 많던가.

“헤르메스 길드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하하. 과거는 잊고 새롭게 출발해 보죠.”

위드와 아크힘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웃었다.

‘내 밥상 엎으려고 한 놈들…….’

‘헤르메스 길드 최대의 적!’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