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6권 : 6. 블루 드래곤 라투아스 (410/520)

6. 블루 드래곤 라투아스

헤르메스 길드는 자신들이 가진 전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드레이 님을 호위해라!”

“거침없이 덤벼들어. 우린 헤르메스 길드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바드레이를 따라서 전투의 광기에 함께 빠져들었다.

케이베른의 꼬리가 휘둘러져도 더 많은 이들이 달려갔고, 마법 공격을 뒤집어쓰면서도 전진했다.

옷과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독에 중독되어서도 전투를 펼쳤다.

무서운 것은 전투에 대한 집중력!

혼란의 와중에도 강력한 스킬들을 번갈아 터트리며, 드래곤의 생명력을 조금씩 깎아 놓았다.

― 칼쿠스: 왼쪽 다리가 약합니다.

― 핀데그: 오른쪽 날개 아래의 비늘도 파괴되었습니다. 물리 피해가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드래곤의 취약점도 공유하면서 유기적으로 전투를 펼쳤다.

― 인간들! 너희들은 나를 이길 수 없다!

케이베른의 비명에 가까운 포효.

희생의 화로를 쓴 이들이 대활약을 펼치면서 드래곤을 공략해 냈다.

“등은 우리가 맡겠다. 정면에서 버텨 줘!”

“머리를 쳐라. 더 이상 마법을 쓰지 못하게 괴롭혀 줘.”

헤르메스 길드는 이권 관계가 얽혀서 출신과 지역에 따라 단합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처절한 순간에는 뜻이 통했다.

― 가우슈: 날개가 손상되어서 확실히 약화되었습니다.

― 라미프터: 어떻게든 집중 공격을 해서 빠르게 처리를 해야 한다. 마법 병단은 현재 위치에서 전진.

마법사들이 은신하던 건물에서 나와서 앞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케이베른을 향해 마법 주문을 외우면서 함께 공격했다.

블랙 드래곤의 몸에서 화려하게 작렬하는 마법들. 드래곤의 마법 저항력이 여전히 높았지만 그럼에도 생명력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 페일: 우리의 목표는 가장 오른쪽에 있는 드래곤입니다.

― 파이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가자!

타격대의 유저들이 드래곤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그렇지만 모라타의 건물마다 나오지 않고 남아 있는 타격대 소속 유저들도 꽤 많았다.

그들은 헤르메스 길드가 드래곤과 싸우는 걸 지켜보며 감탄도 했고, 스스로에게 화도 냈다.

“저렇게까지 싸울 자신은 없는데, 솔직히.”

“너무 위험해 보인다. 죽기도 많이 죽고.”

원래는 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자신들이 주역이 되었어야 했지만, 헤르메스 길드가 싸우는 걸 보고 겁을 집어먹은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몇 명씩 뭉쳐서 구경하는 쪽을 선택했다.

“헤르메스 길드가 잘 싸우고 있네. 가능하면 사냥 확률이 높은 것이 낫지.”

“모라타가 덜 부서져야 되고.”

“젠장. 그래도 기분이 나쁘네. 우리도 드래곤을 사냥하려고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 왔냐.”

“그건 맞지. 우리의 노력은 대단했어.”

“야야, 헤르메스 길드가 희생의 화로까지 쓰고 먼저 싸운다는데,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될 거야.”

타격대의 유저들은 생각보다 자신들의 전투력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헤르메스 길드가 너무 잘 싸우기에, 자신들이 나서는 것이 별 의미 없게 느껴졌다.

“대륙을 자신들의 손으로 구할 줄 알았는데, 구경꾼이 되었네.”

“여기가 가장 안전하지. 진짜 위험해지면 도우러 가자.”

“그럴까?”

타격대의 유저들이 주저하는 동안에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눈에 띄게 활약하는 비슈르, 크나툴, 말린.

그리고 수많은 이들.

― 오베론: 벤트 성 소속이신 분들. 모두 출격합시다!

오베론도 희생의 화로를 쓰고 드래곤에게 덤벼들었다. 그를 따르는 드워프들도 함께했다.

전투를 구경하던 유저들은 점점 나설 생각이 사라졌다.

너무나도 위험했고, 실제로도 케이베른의 저항에 무참히 유저들이 죽어 나갔다.

중앙 대륙에서 살면서 숱하게 경험했던 패배 의식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모라타가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빠져나가자.”

“정말? 그래도 될까?”

“응. 초보들도 나가고 있어.”

“걸리면 욕 좀 먹을 텐데.”

“다들 정신없잖아. 복장만 갈아입으면 몰라.”

구경을 위해 도시에 있던 초보자들은 전투가 위험해지자 성문을 나가고 있었다.

타격대 유저들도 결국 저렴한 여행복으로 갈아입고, 모라타의 성문을 빠져나갔다.

* * *

위드는 미끼 역할을 하면서도 주위를 쉬지 않고 살폈다.

모라타의 시가지 절반 정도가 전투에 휘말려서 파괴되어 있었다.

멀리 있는 3, 4층짜리 석조 건물들이 굉음과 함께 부서지고, 이제부턴 화재가 나더라도 불을 끈다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도심이 파괴되었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

네크로맨서들은 정신없이 그 와중에 시체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 날쌘 찬바람: 랜도니가 네리아 해를 넘어 북부 대륙에 도착했습니다. 이동 궤적상 정확히 모라타로 오고 있습니다.

드워프 전사들은 위드를 쫓아오는 드래곤을 따라오며 일방적으로 공격했다.

“드래곤이 도망친다!”

“드워프들의 긍지를 위하여!”

케이베른의 등에는 드워프들도 보이고, 머리에는 칼리스나 로암도 보였다.

전투에 참여하고 난 그들은 목숨을 걸고 힘껏 싸우는 중이었다.

의외로 드래곤이 그들을 의식하지 않아서 마음 편히 공격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 땅 위의 벌레들이 감히……!

케이베른이 제자리에 멈춰서 뒤쫓아 오는 이들에게 꼬리를 휘두르려고 하는 순간.

“네 적은 바로 나 위드핸드다!”

위드는 드래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달리던 걸음을 조금 멈췄다.

“분검술!”

재빨리 로아의 명검을 뽑아 들고, 50개의 분신을 일으켜서 드래곤에게 달려갔다.

― 네놈부터 죽인다. 불타는 숨결!

케이베른도 반갑게 맞이하며 입에서 불길을 내뿜었다.

브레스는 아니지만, 화염 계열의 최상위 마법 중의 하나!

< 분신이 소멸되었습니다. >

위드는 분신들이 불에 녹아내리는 중에도 지그재그로 전진했다.

날벼락의 왕관이 방어막을 형성하며 화염 마법을 막았다.

바윗덩어리를 박차고 뛰어올라서 드래곤의 얼굴 근처까지 도약!

― 이번엔 잡혔구나!

케이베른의 앞발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인간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 어쩌면 날 끌어들이려는 함정이었구나! 과격하긴 하지만 그래도 멍청하진 않군.’

절체절명의 그 순간, 위드는 조각술을 사용했다.

“찰나의 조각술.”

조각술 최후의 비기.

세상이 멈춘 가운데 드래곤이라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모든 소리가 사라진 고요한 세상.

대도시 모라타의 모든 상황들이 거짓말처럼 정지했다.

폭발과 혼란, 하늘에서 내리는 화염의 비까지도.

멸망을 알리는 것 같은 도시의 모습이 슬프고도 아름다웠지만, 그걸 만끽할 정도의 감성은 없었다.

9만까지 모아 놓은 찰나의 에너지도 급속도로 소모되는 중이었다.

‘바드레이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나서 아직 제대로 채워 놓지도 못했는데.’

위드가 20미터를 더 움직여서 드래곤의 얼굴까지 다가갔다.

헤겔은 해내지 못했지만 자신은 다르다.

“옜다, 받아라!”

위드는 이번엔 로아의 명검을 뽑아서 드래곤의 눈동자를 힘껏 찔렀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 쿠우워어어억!

드래곤의 눈동자를 꿰뚫으며 박힌 로아의 명검!

신성한 불이 적용되어서 화염을 줄기줄기 뿜어내었다.

< 치명적인 일격!

드래곤의 한쪽 눈을 파괴하였습니다.

생명력 563,974를 감소시켰습니다. >

* * *

“계속 덤벼들어라.”

“정면에서도 피하지마! 버티면서 기회를 노려라! 일격에만 죽지 않으면 어떻게든 살려 준다.”

“장창 부대 전진!”

아크힘의 지휘 아래 헤르메스 길드는 점점 압도적인 병력으로 드래곤을 밀어붙였다.

지상에서 벌 떼처럼 덤벼드는 헤르메스 길드원들.

수만의 병력이 돌격을 기다리고 있었고, 외곽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유저들이 지원을 해 주었다.

케이베른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엄청난 수준이라지만, 수천 발의 화살과 마법 공격들이 쉬지 않고 적중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몸에서 처음부터 싸우며 빙하의 검을 휘두른 바드레이는 사람들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누군가의 입에서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무신!”

하벤 지역을 정복하고 중앙 대륙으로 세력을 마구 뻗어 나갈 때.

바드레이가 이끌던 전투에서 그들은 무신을 외쳤었다.

“무신! 무신! 무신!”

그 단어는 전염성을 가진 것처럼 헤르메스 길드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이윽고 엄청난 함성이 되어 바드레이의 별명을 외쳤다.

무신 바드레이!

그가 친위대와 함께 날개가 달린 갑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 드래곤의 몸을 직접 공격했다.

수많은 마법에 적중당하기도 하고, 화살이 꽂힐 때도 있었지만 사제들의 회복 마법으로 견뎌 냈다.

모든 고통과 부상을 참아 내면서 드래곤을 공격하는 그 광경은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기억하는 독보적이고 절대적인 강함을 가진 바드레이의 모습.

“무신! 무신! 무신!”

헤르메스 길드의 사기는 최고가 되었다.

그들 스스로 모라타에 와서 가장 힘든 전투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가르나프 전투 이후의 패배 의식을 완전히 날려 버릴 정도로 자신감이 솟구쳤다.

아크힘이 소리를 질렀다.

“모두 죽을 각오로 싸워라! 오늘 우린 전설이 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가 격렬하게 드래곤에게 덤벼들었다.

바드레이만을 보고, 그의 강함을 따르는 절대적인 세력.

드래곤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 인간들 따위가!

케이베른이 울부짖으며 꼬리를 휘둘렀다.

기사단 중 꼬리에 얻어맞은 수십 명은 쓰러졌지만, 그보다 많은 기사단이 뿔피리를 불며 돌격해 왔다.

모라타의 건물에 숨어서 전투를 구경하던 유저들이 말했다.

“왠지 우리도 무신이라고 외쳐야 될 거 같지 않냐?”

“바드레이의 소문이 그대로잖아. 장난 아니게 싸운다. 미친 듯이 말이야.”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마음은 바드레이가 보여 주는 열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 가시 장벽!

드래곤이 강철로 된 가시 벽을 세워도 몸으로 뚫었고, 꼬리를 후려쳐도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싸웠다.

헤르메스 길드원이 열 명, 스무 명씩 죽을 때마다 드래곤의 생명력도 착실하게 줄어들었다.

― 쿠우워어어어!

케이베른이 고통으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매끈한 흑색으로 빛나던 드래곤의 비늘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서 공격자들의 무기를 제대로 막아 내지 못했다.

마법을 사방으로 퍼붓고 있지만, 바로 죽지 않는 인간들은 금세 회복해서 다시 덤벼들었다.

무적의 헤르메스 신화가 재현되고 있었다.

― 인간들! 너희들과 이 도시를 저주할 것이다.

케이베른은 생명력이 7% 이하로 떨어지자 오른쪽 날개를 활짝 펼쳤다. 부상이 심한 왼쪽 날개는 절반밖에 펼쳐지지 않았다.

그 순간, 각 군단장들이 포효를 터트렸다.

― 비행이다!

― 드래곤이 하늘로 날아서 도망치려고 한다.

하늘을 날더라도 마법을 써서 쫓아갈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지상에서처럼 엄청난 화력을 끊임없이 집중시키기란 어려운 일.

― 총공격! 모든 마나를 다 써라.

무기를 든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몸으로 뛰어들었다.

드래곤의 저항이나 마법 공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했으며, 미리 준비해 둔 그물을 던졌다.

그동안 전투를 치르며 드래곤의 몸에 수없이 많은 무기들이 꽂혀 있었고, 거기에 걸린 그물들!

― 쿠우워어어어억!

헤르메스 길드가 구해 온 끊어지지 않는 실로 드라고어가 직접 짠 그물이었다.

낚시꾼인 제피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상에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케이베른의 다리를 그물과 연결,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방해할 준비를 해 두었다.

케이베른의 등과 머리에는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전사들이 올라타 있었다.

― 인간들 따위가 나를 막을 순 없다.

드래곤은 그물을 붙잡고 있는 수천 명의 유저들을 데리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5미터, 10미터.

하늘로 서서히 솟구치는 검은 드래곤!

― 아크힘: 마법 병단, 일제 공격!

― 라미프터: 아군들이 너무 많이 붙어 있습니다.

― 바드레이: 상관없다. 쏴!

모라타의 곳곳에서 케이베른을 향해 마법 공격들이 날아왔다.

마법공학 대포도 발사되었다.

“죽여!”

“여기가 끝이다.”

드래곤의 등에 타고 있던 유저들도 미친 듯이 공격을 해 나갔다. 어떤 마법이 자신들에게 날아오고 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탄생의 힘, 흑기사의 일격!”

바드레이는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케이베른과 유저들의 마법 공격을 몸으로 견뎌 내면서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되었다.

예전이었더라면 생명력이 절반만 줄어들었더라도 물러나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으리라.

철혈의 워리어가 된 이후 피해를 더 많이 견딜 수 있었지만, 목숨의 위협을 느낀 것도 오래.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회복 마법이 집중되었지만 드래곤의 꼬리에 얻어맞는 등의 숱한 위기들이 있었다.

― 그로비듄: 놈의 생명력이 2%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로비듄의 말이 끝나자마자, 헤르메스 길드의 공격은 광란이라고 불리기에 적합한 것이 되었다.

저마다 체력과 마나를 모조리 쓰는 스킬들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고통의 환희!”

철혈의 워리어가 되어 익힌 스킬.

워리어의 비기 중의 하나로 줄어든 생명력만큼 강력한 공격력을 끌어냈다.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는 단점을 가졌지만 이럴 때 쓰지 않으면 언제 사용하겠는가.

바드레이는 드래곤의 정수리에서 검을 아래로 꽂았다.

“죽어라, 지긋지긋한 도마뱀아!”

“와우후!”

검치는 드래곤에게 달려들며 신이 났다.

“드디어 저놈과 싸워 보는구나!”

“행복하신 것 같습니다, 스승님!”

검둘치와 사범들이 검을 뽑아 들고 옆을 따랐다.

거대한 드래곤을 상대로 폐허가 된 도시를 달리는 기분은 끝내줬다.

“암. 그렇다마다.”

“마법 공격입니다!”

― 천둥의 울림!

꽈르르릉!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며 전사들이 죽어 나갔다.

반경 1킬로에 퍼지는 먹구름과 무작위로 쏟아지는 벼락!

전사들만이 아니라, 모라타의 건물들까지 한꺼번에 표적이 되었다.

검치는 그래도 모여서 돌격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됐다.

“흩어지지 말고 달려라!”

“스승님의 말씀이다. 단단히 뭉쳐라!”

검치를 선두로 부채꼴 모양으로 돌격하는 수련생들!

“미쳤어!”

“진짜 무모해.”

타격대의 유저들이 깜짝 놀랐지만 그들은 전투의 낭만을 만끽했다.

― 뼈의 손! 화염 기둥!

대지에서 일어난 뼈의 손아귀에 사로잡히고, 불기둥이 솟구쳐도 정면으로 달렸다.

“그냥 직진이네.”

“드래곤 사냥에서도 저런 미친 짓을 볼 줄이야.”

검치와 수련생들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드래곤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죽여!”

“토막 내!”

“찢어 버려!”

희생의 화로를 사용해 레벨은 800대에서 900대에 달하고, 공격력에도 극단적으로 몰빵한 전사들이었다.

< 치명적인 일격! >

< 치명적인 일격! >

< 치명적인 일격! >

무식한 돌격에 이은 공격은 짧은 시간에도 드래곤에게 끔찍할 정도의 피해를 안겨 주었다.

공격력이 높기도 했지만 드래곤의 비늘 사이사이를 정확하게 칼로 내려치고, 균열이 생긴 부위들만 집중해서 베었다.

“이것이 결 검술이다!”

“결 검술!”

“한 곳만 패자!”

블랙 드래곤의 가장 취약한 부위를 공략하면서 단단한 비늘을 부쉈다.

대형 몬스터들을 때려잡는 일점 공격술까지 사용했다.

드래곤이 눈앞에 보이는 타격대를 공격하는 사이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다다다닥!

검삼치는 꼬리에서부터 등을 거쳐서 드래곤의 머리 위로 뛰어서 매달렸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여기에 왔다!”

검삼치가 검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 쿠우워어어어어어!

케이베른이 자신의 머리에 올라간 이에게 분노할 때였다.

“계속 잘라. 단단한 비늘은 다 부수면 돼!”

“우워! 우워! 우워!”

“이 동네의 미친놈은 우리다!”

타격대의 유저들이라고 전부가 소심한 건 아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그동안은 얌전했을 뿐, 심하게 말하면 주눅이 들어 있던 거였다.

위드가 남부 사막 지역에서 야성을 기르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검치와 수련생을 따르는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싸웠다.

“우린 지원을 합니다. 잘 싸우고 있으니 직접 드래곤을 겨냥하기보단 혼란을 야기시키는 데 주력해 주세요.”

“옛. 알겠습니다.”

페일은 그를 따르는 궁수 부대와 함께 화살을 쐈다.

“발사!”

불화살, 연막 화살, 냄새 화살, 마비 화살, 독화살.

드래곤을 괴롭히는 다양한 화살들이 쏘아졌다.

먼 거리에서 드래곤의 견고한 비늘을 뚫고 피해를 입힐 자신까진 없었다.

그저 드래곤의 몸통을 노리면서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페일의 화살 통에 담긴 몇 개의 화살은 특별한 것이었다.

< 죽음의 화살!

목표를 정확하게 명중할 시에는 최대 10만의 피해를 입힘. >

세상에 5발밖에 없는 화살이었다.

세계수와 관련된 궁수 퀘스트를 통해서 얻은 귀한 것으로 값을 매기기도 힘든 물건.

위드는 일찍이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말했다.

“그 화살은 일찍 쓰지 말고 기다리세요. 드래곤을 제가 죽이면 가장 좋겠지만…… 페일 님도 막타를 노리셔야 됩니다.”

“막타요?”

“마지막 공격이요. 드래곤을 쓰러뜨리면 특별한 전투 업적을 얻을 겁니다.”

드래곤을 잡는 영광.

페일은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낸다면 꽤 멋질 것 같았다.

‘그 순간을 위해 이 화살은 아껴 둔다.’

위드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다.

아낌없이 이런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타격대의 전투 방식은 먼저 싸우기 시작한 헤르메스 길드를 많이 참고했다.

마법사와 궁수 부대는 원거리에서 지원하고, 전사들이 주축이 되어 근접전을 쉬지 않고 펼쳤다.

확실히 헤르메스 길드보다는 약했고, 위드가 드워프와 명문 길드들과 함께 싸우는 것보다도 전력이 부족했다.

케이베른이 빛의 궁극 마법을 사용했다.

― 빛의 붕괴!

하늘이 폭발하는 것처럼 빛의 줄기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멀리 도시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찬란한 섬광.

레벨 300대, 400대의 유저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궁극의 마법.

“이야아아압!”

“죽여, 죽여!”

“몸에 불이…… 아아. 빛에 꿰뚫려서 죽는 것은 처음이야.”

“내 멈추지 않는 심장에도 구멍이 생겼다. 크하하핫. 내가 바로 검오백치!”

검치나 수련생들, 타격대의 유저들은 헤르메스 길드처럼 마법 저항력이 높은 장비들을 착용하지 못했다.

위드가 아끼는 장비들이라도 검치와 사형들에게는 내주려고 했지만 그들이 단칼에 거절했다.

“방어구를 덕지덕지 착용하고 싸우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다.”

검에 미친 이들은 케이베른의 마법 공격에 우수수 죽어 가면서도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다.

크나툴은 용맹하게 드래곤의 관심을 끌었고, 비슈르는 정령술과 마법 공격, 화살로 피해를 입혔다.

요정 기사는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차원을 자르는 검을 휘두르며 케이베른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크하하핫. 드래곤은 우리 손으로 잡는다.”

“스승님! 영광의 순간이지 말입니다.”

검치와 수련생들은 벌써 절반 정도가 사망했다.

“한 대를 맞고, 두 대를 때리면 우리가 이긴 거지.”

“맞습니다, 스승님!”

“일대일의 싸움만이 승부가 아니다.”

“역시 싸움은 패싸움이지 말입니다.”

오베론은 지상에서 드래곤의 관심을 끌었다.

워리어들을 데리고 정면에서 버티면서 드래곤의 공격을 유도, 많이 밟혀 죽긴 했지만 다른 이들이 마음 편하게 공격하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해냈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검치와 수련생들은 마법 몇 번에 일찌감치 전멸했을 수도 있으리라.

― 우린 승리한다!

오베론이 함성을 터트리며 격려를 할 때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진영에서 어마어마한 고함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 드래곤이 죽었다!

― 바드레이 님이 드래곤을 사냥했다!

모라타에 있는 수많은 유저들이 헤르메스 길드가 맡은 드래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바드레이가 드래곤의 머리에 검을 꽂은 채 망토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

육중한 검은 드래곤이 서서히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 만세! 드래곤을 이겼다.

― 승리다.

― 이제 둘 남았어!

* * *

대지의 그림자 파티.

은링, 벤, 엘릭스로 이루어진 그들은 퀘스트에 필요한 물건을 얻었다.

“서두르자고.”

“약속의 목걸이. 이걸 이렇게 빨리 구할 줄은 몰랐지.”

“헤르메스 길드가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말이에요.”

드래곤 라투아스와 관련된 물품을 구하는 데는 헤르메스 길드가 제공한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급한 마음에 유린의 그림 이동술로 단숨에 그레고달 산맥의 초입에 도착했다.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일부터 해결하러 빨리 가 보세요.”

“정말 친절하시군요.”

벤이 웃으며 말하고 재빨리 산맥을 뛰어올라갔다.

드래곤 라투아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여기서부터는 직접 걸어서 가야만 한다.

‘정말 귀여운 아가씨네.’

힐끗.

급히 산을 달리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유린의 앞에 나타난 것이 보였다.

케이베른의 활동 이후에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도 했지만, 그레고달 산맥은 원래 험한 곳.

‘구해 줘야 돼.’

벤이 발길을 멈추려는데, 유린이 등에서 엄청난 크기의 몽둥이를 꺼내는 것이 보였다.

“어어?”

유린은 검술이나 창술 쪽에는 취미가 없었다.

본격적인 전투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며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처리할 정도로는 강해졌다.

늑대가 유린에게 달려들었고, 그 순간 몽둥이가 현란하게 춤을 추었다.

콰직! 깨갱! 깽!

“벤? 빨리 가야지!”

“어. 그, 그래…….”

벤은 자신이 본 게 착각일 거라 생각하고 산을 계속 올라갔다.

해골 지팡이를 들고 있는 리치가 길가에 서 있었다.

― 인간들이여. 이곳은 위대한 라투아스 님께서 계신 곳이다.

엘릭스가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저희는 라투아스 님을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 라투아스 님은 하찮은 인간을 만나지 않는다.

“여기…… 그분이 원하시는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엘릭스는 약속의 목걸이를 꺼내서 보여 주었고, 그것으로 리치의 허락을 받아 냈다.

―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따라와라.

블루 드래곤 라투아스.

다른 드래곤들과는 달리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며 만나는 모험가나 종족도 없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위드가 만나고 무려 헬리움까지 챙겨서 돌아온 것은 모험가들에게는 전설로 남아 있는 대사건.

“드래곤을 뵙습니다.”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레어의 내부로 들어가서 거대한 블루 드래곤을 만날 수 있었다.

― 인간들이여. 내가 찾는 물건을 가져왔다고?

“그렇습니다.”

엘릭스가 공손하게 약속의 목걸이를 바쳤다.

― 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아느냐?

“알지 못합니다.”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순록의 던전에서 약속의 목걸이를 구했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것도 아니고, 던전의 구석에 숨겨져 있던 물건.

< 약속의 목걸이: 내구도 10/10

특수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약속의 증표로 존재합니다. >

그들은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비밀을 알 수 있을 거라고만 짐작하는 상태였다.

― 이 목걸이는 내 맹세의 증표이다.

파직!

구슬들이 엮여 있던 약속의 목걸이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깨졌다.

< 드래곤 라투아스가 찾는 물건 완료.

라투아스는 오래전 자신의 친구인 유스켈란타와 약속했다.

“너를 봐서 이 땅의 생명들을 지켜 주겠다.

세상이 위기에 닥쳤을 때 나는 그들을 구할 것이다.”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와의 약속.

라투아스의 고결한 맹세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것이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라투아스와의 친밀도가 높아집니다.

드래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

< 명성이 20,000 증가합니다. >

그 순간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알 수 없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 * *

어둡고, 붉은 균열에서 끝없이 악마병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실버 드래곤이 마법을 쓰며 막아 내고 있었다.

― 드래곤의 피를 마셔라!

― 뼈를 삼키고, 눈알을 파헤쳐라!

악마병들의 공격을 실버 드래곤은 바람과 방어 계열의 마법으로 상대했다.

균열에서는 점점 더 많은 악마들이 튀어나왔고, 악마 전사들까지 나타나면서 실버 드래곤의 전신이 난도질당했다.

― 소생.

실버 드래곤은 위험에 빠질 때마다 스스로의 몸을 회복시켰다.

해가 떠오르고, 저물고.

몇 날 며칠의 전투가 이어졌다.

마침내 악마병들은 개미 떼가 코끼리를 무너뜨리듯이 실버 드래곤의 결계를 뚫고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쓰러지는 실버 드래곤의 모습을 보여 주며 영상이 끝났다.

“으음.”

“아…….”

“이건.”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슬며시 눈을 마주치며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죽음.

드래곤이 죽은 일이 보통이었을 리가 없다.

짐작은 했지만 약속의 목걸이를 가져온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 내 친구 유스켈란타는 엘프들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드워프들을 아끼고, 인간들을 좋아했다. 그녀는 악마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려고 했다.

라투아스의 나직한 혼잣말.

세 명의 모험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 유스켈란타의 부탁은 인간들을 보살펴 달라는 것. 인간들을 위해 너희들은 악마들이 이 땅에 뿌려 놓은 위험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위험이요?”

― 악마들이 세상을 파괴할 음모를 어디선가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은밀하여 알아차리기가 어렵지만 일찍 막아 내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것이다.

“…….”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조용히 눈치를 보았다.

연계 퀘스트가 이어질 거 같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악마들의 음모라면 요즘 핫한 이슈가 아닌가.

“설마 지금 말씀하시는 악마들의 음모라는 게 이거 아닙니까?”

벤이 배낭에서 알의 껍데기를 꺼냈다.

케이베른이 만들었던 드래곤의 부서진 알의 껍데기였다.

― 맞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가짜 알이구나. 건방지게도 악마들이 드래곤을 이용하고 있었다니.

< 퀘스트 ‘악마들의 비밀’을 완료하셨습니다. >

퀘스트를 정식으로 받기도 전에 완료!

명성과 라투아스와의 친밀도를 또다시 얻었다.

< 케이베른과 랜도니가 이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계 퀘스트의 내용이 갱신됩니다. >

< 퀘스트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을 완료하셨습니다. >

< 퀘스트 레드 드래곤 랜도니를 완료하셨습니다. >

< 퀘스트 악마들의 지배자를 완료하셨습니다. >

― 케이베른과 랜도니. 그놈들을 막아야 한다. 인간들과 드워프, 오크들을 파괴하고 나면 흑마법으로 지옥의 문을 열 것이다. 악마들이 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띠링!

블루 드래곤 라투아스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악마들의 왕 클레타를 강림시키기 위해 어리석은 두 드래곤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라투아스는 오래전의 약속에 따라 전투를 시작할 것이다.

“그들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드래곤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케이베른과 랜도니의 위치를 알아 오십시오.

라투아스가 그들과 싸워서 이긴다면 대륙은 안전해질 것입니다.

제한: 악마들의 지배자 완료.

난이도: S

퀘스트의 발생.

그것도 드래곤끼리 전투가 발생하게 되는 퀘스트였다.

“이거 원래대로라면 생각해 볼 여지가 많았겠어.”

“그렇죠? 퀘스트 문구의 마지막 부분이 좀 수상해요. 라투아스가 아무 때나 나서서 두 드래곤과 싸워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요.”

“케이베른이 위험에 빠지니 랜도니도 출격했지. 이거 잘못하면 드래곤 두 마리에게 협공을 당해 라투아스가 죽을 수도 있었겠어.”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퀘스트와 모험에 대한 전문가들.

이 퀘스트는 라투아스를 이용하긴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매우 위험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끔찍한 위험이 있는 퀘스트였다.

“근데 지금은 케이베른이 거의 죽기 직전이고 랜도니가 모라타로 가고 있다고 하니…….”

“더 볼 거 있나? 지금보다 나은 기회는 없을 거라고.”

“그럼 바로 퀘스트를 시작하는 것에 모두 동의하시는 거죠?”

“응, 당연히.”

“동의해.”

은링은 두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대표로 말했다.

“케이베른과 랜도니는 북부의 도시 모라타에 있어요.”

< 블루 드래곤 라투아스의 출격에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었습니다. >

라투아스가 거대한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끝없이 커지는 것 같은 덩치에 몸을 떨어야 했다.

― 드래곤은 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 케이베른과 랜도니는 어리석고 잔혹한 드래곤들이다. 그들이 클레타의 강림을 위해 인간 세상을 파괴하려고 한다면 막아야 한다.

라투아스가 레어의 입구에서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 뭔가 굉장한 걸 한 거 같은데.”

“그러게요. 꽤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거 같죠?”

“아…… 모라타. 모라타에서 이걸 구경했어야 하는데.”

* * *

위드는 드워프들을 이끌다가 바드레이가 먼저 드래곤을 해치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 마판: 드래곤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 보니 블랙 드래곤이 쓰러지고 있었다. 악의 분열 마법의 효과가 다한 것인지 드래곤의 육체가 그대로 소멸되었다.

“역시!”

위드는 매의 눈으로 전리품이 떨어지지 않은 것부터 확인했다.

‘분명히 없었어.’

먼 거리였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전투의 승리도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지만, 드래곤이 죽고 나서 남긴 물품은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

‘전리품이나 업적까지 세 개가 된 건 아니야. 드래곤을 사냥하는 업적은 마지막 케이베른을 처치한 자가 갖는다.’

― 마판: 급보입니다.

“또 뭔가요?”

위드는 마판의 연락이 올 때마다 불안감이 마구 치솟았다.

오늘은 계속 심장 건강에 대단히 안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 마판: 라투아스가 레어에서 날아올랐습니다.

“블루 드래곤요?”

위드와도 연관이 깊은 드래곤.

퀘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유스켈란타의 조각품도 만들었다.

헬리움도 넉넉하게 챙기면서 상당히 친밀도를 높여 놓은 드래곤이었다.

그럼에도 두 번 다시 얼굴을 보고 싶지 않긴 했지만.

― 마판: 대지의 그림자 파티로부터 연락입니다. 라투아스가 케이베른과 랜도니를 막으려고 한답니다.

“우릴 돕는단 말입니까?”

― 마판: 예. 지금 레어에서 이동하고 있다는데…… 잠시만요.

위드는 드워프들을 이끌고 싸우면서도 마판의 소식이 계속 기다려졌다.

헤르메스 길드는 한 마리의 드래곤을 처치하고, 타격대와 합류해서 드래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 쿠으으으으으. 벼락! 벼락! 벼락!

그쪽의 드래곤도 인간들과 싸우면서 맹렬하게 저항했다.

엄청난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 모두 쓸어 줄 것이다. 불의 바다.

케이베른의 자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블랙 드래곤.

하나의 육체가 파괴되고, 헤르메스 길드의 공격까지 받자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안됏!”

“막아요, 어서!”

지상을 불태우며 떠오르는 드래곤을 헤르메스 길드와 타격대가 뒤쫓는 것이 보였다.

― 어딜 보느냐!

위드의 적은 바로 앞에도 있었다.

로아의 명검을 눈에 꽂은 대가로 드래곤의 뜨거운 분노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 공간 폭발!

드래곤은 마나가 모이는 대로 마법을 터트렸다.

위드가 워낙 잘 도망 다니다 보니 광역 공격이 아니라, 피할 수 없도록 대상을 지정하는 마법으로 전환했다.

공간이 압축되더니 빛이 새어 나오면서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 생명력이 162,381 감소하셨습니다.

시공간이 비틀어지며 깨지고 있습니다.

매초마다 힘이 4.6%씩 감소하며 쇠약해집니다. >

위드라고 해도 입을 수밖에 없는 심대한 타격!

레벨 1,000을 넘긴 했지만 궁극 마법을 몸으로 견뎌 내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 하늘 지배자의 갑옷이 상태 이상을 저항합니다. >

날벼락의 왕관 외에도 생명력과 마법 저항력을 높여 주는 장비들을 몽땅 착용하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워리어들은 드래곤과 전투를 위해 체력을 2, 3배 이상 높여 주는 장비들을 착용해서 체력 100만을 유지했다.

위드는 생명력이 워리어들처럼 높진 않았어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거룩한 보호!”

“빛의 영광을!”

“치료의 손길!”

“완전 회복!”

아군으로부터 쉴 새 없이 회복 마법을 받아서 생명력을 다시 채운다.

‘버틸 수는 있다.’

드워프나 명문 길드의 세력은 온전히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사이에 타격대가 맡았던 드래곤은 마침내 하늘로 날았다.

다리 하나가 사라진 상태의 만신창이였지만, 등에 수많은 유저들을 태운 채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데는 성공했다.

― 뮬: 모두 출격합니다.

이젠 저쪽은 공중전까지 벌어지게 된 사태!

그리폰 라이더들이 창을 들고 드래곤에게 습격을 가하고 있었다.

― 마판: 대지의 그림자 파티의 말에 따르면 라투아스도 모라타로 오는 것 같습니다.

“정말인가요?”

― 마판: 북쪽으로 날아오는 라투아스의 모습이 도처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랜도니와 라투아스가 모두 모라타로 옵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겠네.’

위드는 케이베른의 상황을 계속 확인했다.

드워프와 명문 길드의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며 드래곤은 생명력이 감소하고 있었다.

― 반드시 죽인다, 드워프!

위드가 몸을 날릴 때마다 쫓아오는 케이베른의 다리와 날개에 부딪친 건물들이 부서지고, 마법으로 초토화가 되었다.

* * *

모라타의 건물마다 숨어 있는 전력이 있었다.

“볼크, 자네 말대로 희망이 보이긴 한데?”

“그러게 말이야. 드래곤을 잡을 수도 있겠어.”

다크 게이머들.

어디서든 살아남고, 전리품을 챙기는 그들은 모라타에 남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승산이 없어 보이면 미련 없이 발을 빼기로 했다.

무엇보다 목숨을 지키는 일은 중요했으니까.

“지금까지 팽팽하게 케이베른과 싸웠어.”

“헤르메스 길드만으로도 몰아붙였고, 세 마리가 되어도 하나는 처리했지.”

“랜도니가 오긴 하지만…… 라투아스도 온다지 않은가?”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군.”

다크 게이머들이 모여 있는 선술집에는 덴타코어도 있었다.

그는 로열 로드 초창기부터 사냥을 혼자 다녔다.

모든 시간을 던전에서 보내고 다른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크 게이머.

최고 수준의 유저의 레벨이 100, 200인 시절에는 이런 말들이 떠돌았다.

― 덴타코어는 무엇이든 혼자 해낸다. 그는 사냥터의 제왕이다.

헤르메스 길드가 강해지고, 유저들의 수준이 더 높아지면서 덴타코어에 대한 소문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항상 사냥터에서 살아온 덴타코어가 강자일 거란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덴타코어는 모라타산 맥주를 한 잔 깨끗하게 비우고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저는 갑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겠군요.”

케이베른의 목숨이 슬슬 위태로워지니 덴타코어가 선술집을 나섰다.

몇 명의 다크 게이머들도 슬슬 그들끼리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흠. 남들이 다 먹기 전에 뭐라도 챙기려면 나도 나가야지.”

“몸이 찌뿌둥하니 한판 싸워 볼까?”

남아 있던 다크 게이머들은 창문 너머로 드래곤의 모습을 보았다.

만신창이가 되어서도 필사적으로 위드를 쫓고 있는 광경이었다.

“드래곤이야. 진짜 어마어마한 존재…… 하지만 부상이 심한 것도 사실.”

“상처 입은 드래곤이라. 거기에 어그로가 제대로 끌렸어.”

“운만 좋으면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아닌가?”

다크 게이머들의 계산법은 위드나 헤르메스 길드와는 달랐다.

대륙의 평화나 개인적인 명예는 상관없고 당장의 이득만을 봤다.

목숨을 걸더라도, 목숨 값만 잘 쳐준다면 만족한다.

“랜도니가 오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저놈만큼은 죽일 수 있겠군.”

“치고 빠지기에는 정말 적당해. 그다음 일은 모르겠지만.”

* * *

위드를 뒤쫓는 케이베른의 뒤로 유저들이 대거 달려왔다.

“빛의 추적!”

“날뛰는 피의 분노!”

“각성, 폭주, 광기!”

1만여 명의 정도의 유저들.

그들은 흑사자 길드나 다른 명문 길드들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접근하며 원거리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뭐야, 누군데 갑자기?”

“진짜 강한데?”

명문 길드 소속 유저들조차도 깜짝 놀랐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르지만, 자신들보다도 월등한 실력들을 보유한 것으로 보였으니까.

그들은 알려지지 않은 스킬이나, 효율적인 구성을 갖춘 장비들을 착용했다.

‘다크 게이머다.’

위드는 고개를 돌려 드래곤을 살피면서 새로 합류한 유저들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역시 시간 싸움인데.’

헤르메스 길드와 타격대가 합류한 공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유저들의 집요한 저항에 하늘로 떠오르진 못하고 대략 500, 600미터의 높이.

‘저쪽 케이베른이 먼저 죽어야 된다. 그다음에 이쪽 걸 정리해야…….’

위드는 상황을 조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칼리스: 공격해라!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 로암: 로암 길드여, 오늘만 살아라!

― 미헬: 우린 나아갈 수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 해낼 수 있어!

대영주들은 유저들을 독려하며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와의 경쟁에 눈이 멀어 버린 모습.

이쪽의 드래곤도 부상이 심하고, 마나 소모가 큰 상태였다.

‘저렇게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쪽 드래곤이 먼저 죽으면 업적과 전리품이 날아간다.’

위드가 크게 걱정했지만 정작 전투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은 다크 게이머들이었다.

그들은 드래곤에게 접근하면서도 공격 기술을 마구 터트리진 않았다.

간단한 공격을 몇 번 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드래곤의 방어력을 확인하면서 시기를 기다리는 태도.

‘속셈이 보이는구나. 헤르메스 길드나 타격대가 저쪽의 드래곤을 사냥한다면 모든 공격을 퍼붓겠지?’

드래곤 사냥보다도 전리품에 눈이 멀어 있는 모습이었다.

케이베른 처치에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의 합류로 위드의 승리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자가 굉장히 많아진 것이다.

그 순간!

― 와아아아아아! 드래곤이 죽었다.

― 명궁 페일 님이 해냈어!

거대한 함성이 들렸다.

하늘을 날아서 벗어나려고 하는 드래곤.

페일이 5발의 화살을 연달아 쏘아서 드래곤을 공중에서 제압했다.

위드의 눈에 추락하고 있는 드래곤의 모습이 보였다.

“좋았어! 투신의 심판!”

다크 게이머 덴타코어가 망치를 들고 강력한 스킬을 터트리며 드래곤을 두들겼다.

“죽음의 보복!”

“어둠 강림!”

“필멸의 장악, 흑마법의 선물!”

“불사조의 주먹!”

분신들의 제거 완료.

다크 게이머들이 갈고닦은 가장 강력한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위드는 저 먼 곳에서부터 수많은 마법 공격이 날아오는 것도 봤다.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 병단이다.’

멀리서 지켜보던 마법사들도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두 마리의 드래곤이 쓰러지자마자 아껴 두었던 마나를 모조리 쏟아부으며 엄청난 마법을 퍼부었다.

‘드래곤의 마법 저항력이 높다고는 해도…… 생명력은 얼마 안 남았어.’

위드의 마음이 다급해지려는 순간!

― 희생자의 생명 흡수!

케이베른이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 남은 마나를 써서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러나 전장에는 시체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

― 쿠오아아아아아아아!

케이베른이 울부짖는 소리에 당황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위드를 맹렬히 쫓아왔지만 이제야 주변을 돌아본 것이다.

― 그로비듄: 드래곤의 남아 있는 생명력은 13%입니다.

그로비듄이 상황을 보고했고, 모라타에 있는 유저들은 한마음이 되었다.

‘내 손으로 드래곤을 사냥하는 업적을 세우려면 지금 공격해야 한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며 건물과 잔해를 뛰어넘었다.

케이베른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등에는 다크 게이머들과 드워프 전사들까지 타고 있었다.

‘잡을 수 있어. 드래곤이 금방 죽는다.’

마침내 기나긴 전투의 끝이 보이는 상황!

위드는 집중력을 불태웠다.

‘오늘의 이 한순간을 위해 싸워 온 거야.’

드래곤의 표적이 되어 도망 다니면서 갑옷이나 투구의 내구도가 절반 이하로 부서졌다.

생명력도 20만 정도가 남은 상태.

“죽엇!”

“이제 끝이다. 케이베른!”

모라타의 전역에서 수많은 마법 공격과 화살이 케이베른을 향해 날아왔다.

레벨 200, 300대 정도의 구경꾼들조차도 원거리 공격을 가했다.

모든 이들이 드래곤의 최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최상위 랭커들도 무기를 들고 마법 공격들 사이로 뛰어왔다.

“드래곤에게 최후를!”

“우리 헤르메스 길드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드래곤을 제거하는 최후의 영광을 위해 공격하는 유저들.

― 뮬: 우리도 어서 내려가!

뮬이 이끄는 그리폰과 기사단이 창을 들고 하늘에서 돌진했다.

로열 로드에서 강함을 자랑하는 모든 유저들이 드래곤의 최후를 위해 덤벼든다.

‘7%다. 아직 참아야 돼.’

위드는 드래곤을 노려보면서 저절로 움직이려는 몸을 억눌렀다.

“죽어라, 이놈아!”

“크하하하핫. 드디어 드래곤을 죽이는구나!”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마법 공격은 드래곤의 전신을 타격하고 있었다.

― 바드레이: 우리가 접근하고 있다! 마법 공격을 멈춰라!

바드레이의 말은 타격대는 물론이고, 한창 흥분한 헤르메스 길드에도 통하지 않았다.

궁수와 마법 병단의 마법사들은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전사들도 물러나지 않고 몸으로 맞서면서 드래곤을 두들겼다.

드래곤의 막타를 먹기 위해 모든 이들이 광란에 빠져 있었다.

케이베른의 생명력이 1%, 2%씩 줄어들고 있는 이 순간!

‘드디어 때가 오고 있구나!’

위드는 용을 죽이는 도끼를 움켜쥐었다. 빛의 날개도 펼쳤다.

드워프 명장들이 대를 이어서 만들어 온 전설급 무기, 그것이 정정당당한 전투보다는 막타를 위해 동원되는 상황!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다른 조각 생명체들은 이번 전투에 동원하지 않았다.

“조각 소환술!”

그럼에도 빛날이를 소환하여 등에 매달았다.

“알겠지만 우리가 드래곤을 처치해야 돼.”

―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주인님. 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아. 하지만 이번만 성공하면 몸을 만들어 줄게.”

― 몸이요?

“맨날 다른 애들을 날개 해 주는 게 귀찮지 않았어?”

― 맞아요. 누렁이는 정말 무거웠어요.

“그 녀석은 워낙 우람하고 토실토실해서 무척 맛있을 테니 봐줘야 돼.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아주 멋진 몸을 만들어 줄게. 죽어도 다시 생명을 부여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 알겠어요, 주인님.

위드는 두 번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모라타의 모든 원거리 화력이 케이베른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이 정도의 공격을 처음부터 드래곤에게 퍼부었다면 진작 해치울 수 있지 않았을까?’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유저들의 총공격은 드래곤마저도 견디기 어렵다.

검치와 수련생들은 케이베른을 죽이러 왔지만 유저들의 마법 공격에 휘말려 남김없이 죽임을 당해야 했다.

뮬과 그리폰 부대도 공중 공격을 하다가 마법이나 화살 공격에 의해 속절없이 죽어 갔다.

“드래곤이 죽어 간다!”

“이젠 마지막이야, 진짜!”

막타가 만들어 낸 광기.

유저들은 더 많이 덤벼들고 있었다.

지상에서 뛰어오르고, 비행 마법을 써서 드래곤에게 달라붙었다.

불나방조차도 이러진 않으리라.

물론 위드도 기꺼이 뛰어들 작정이었다.

“크하하핫.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님들도 왔다.”

“팔자를 고칠 때다!”

“드래곤은 뒤치기의 4인조 것이다.”

“프레임! 취업도 안 되고, 여기서 인생을 걸겠습니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야호!”

위드는 가만히 숫자를 셌다.

1초, 2초, 3초.

드래곤의 몸에 수많은 원거리 공격들이 작렬하고, 근접 유저들이 달라붙어 무기를 휘두른다.

그로비듄도 생명력이 얼마 남아 있는지를 알려 주지 않고 있었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

네크로맨서들조차 드래곤의 옆에서 죽은 유저들의 시체를 터트리기 바빴다.

위드는 지금까지의 케이베른의 모습들을 되짚어 봤다.

‘보이는 것처럼 모든 공격이 제대로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니다. 특히 마법 공격은 드래곤에 타고 있는 아군을 많이 맞추고 있고.’

확실한 건 드래곤의 최후가 10초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제 가자.”

― 지금 가면 되나요?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출발하자.”

위드의 등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동안 빛날이도 금인이의 등에 붙어서 꾸준히 성장을 해 왔다.

단거리 비행에서는 빛날이가 어떤 조각 생명체보다도 빠르다.

“시작해!”

위드의 등에서 빛날이가 넓게 펼쳐지며 드래곤을 향해 날았다.

유저들을 빠르게 추월하고, 마법 공격들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 크우워어어어어!

그때 들리는 케이베른의 울음소리.

거대한 블랙 드래곤의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육체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개미 떼처럼 달라붙어 있는 유저들에게 수많은 공격들을 당하고 있다.

“더 빨리!”

― 최고 속력이에요.

이미 바람을 꿰뚫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슈와아아악!

드래곤의 모습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 날벼락의 왕관이 거친 화살을 튕겨 냈습니다. >

화살비와 마법을 뚫고, 빛의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위드!

바드레이의 모습도 얼핏 보였다.

그 역시도 검을 들어서 미친 듯이 케이베른의 등을 내려찍고 있었다.

‘모든 힘을 다 모아서…….’

여러 종류의 스킬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멧돼지 도살법.

극단적인 공격력을 가진 도끼술의 비기.

위드는 모라타에서 전투를 준비하며 이 스킬의 숙련도만을 노가다로 높여 놓았다.

중급 1레벨.

전력을 다해서 7번의 연속 공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리라.

“머리로!”

위드는 케이베른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고는 용을 죽이는 도끼를 휘둘렀다.

콰과광!

< 일격이 적중했습니다.

용을 죽이는 도끼의 위력이 극대화되었습니다.

반경 30미터에 충격파가 퍼집니다.

359,371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을 파괴했습니다. >

엄청난 위력의 충격이 주변으로 퍼졌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마법과 화살들까지 날려 버린다.

위드는 휘두른 도끼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다시 내려치는 동작으로 연결시켰다.

엄청난 힘과 속도를 정교하게 다뤘다.

용을 죽이는 도끼가 케이베른의 이마를 내리찍었다.

< 이격이 적중했습니다.

573,034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드래곤의 뼈를 부러뜨렸습니다.

방어력을 31% 약화시킵니다.

일시적인 충격 상태에 빠뜨렸습니다. >

3격, 4격.

위드는 도끼를 올려 치고, 내려치며 몸 전체를 함께 움직였다.

조각 파괴술까지 써서 늘어난 힘으로 사용하는 극단적인 공격 기술.

드래곤에게 수많은 공격이 적중하고 있기에 누가 막타를 먹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위드의 공격력은 백만을 훌쩍 넘겨서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럼에도 장담하지 못한다.

5격, 6격의 작렬.

드래곤은 초죽음 상태에서 버티고 있었다.

“흑기사의 일격!”

소란을 뚫고 바드레이가 공격 기술을 발동시키는 소리도 들렸다.

어느새 그가 케이베른의 머리 위로 올라와서 검을 내려찍으려고 했다.

‘어떻게 할까. 저 공격이 적중한 이후를 기다려? 아니면 먼저?’

갈등은 매우 짧았다.

‘내가 먼저 친다.’

위드는 온 힘을 모아서 용을 죽이는 도끼를 케이베른의 이마를 겨냥해서 던졌다.

파파파파팟!

도끼가 세찬 원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리고 케이베른에게 정통으로 꽂히는 순간이었다.

띠링!

―울타 산맥과 노른 산맥을 아우르는 지배자.

강대한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도끼술의 레벨이 중급 4레벨이 되었습니다. 강한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격력이 15% 증가합니다.

상대를 밀쳐 냅니다.

방어구를 파괴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

―놀라운 전투 업적으로 인하여 명성이 219,740 올랐습니다.

힘이 12 상승하셨습니다.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

체력의 최대치가 50,000 늘어났습니다.

마나의 최대치가 50,000 늘어났습니다.

― 호칭 ‘드래곤을 이긴 용사’를 얻으셨습니다.

― 호칭 ‘세계의 구원자’를 얻으셨습니다.

― 호칭 ‘악룡의 퇴치자’를 얻으셨습니다.

― 호칭 ‘거룩하고 위대한 황제’를 얻으셨습니다.

― 빛의 업적을 완성하셨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격이 상승합니다.

모든 신체적인, 정신력인 능력이 10% 높아집니다.

위드는 메시지 창을 보며 도끼를 날린 손맛을 즐겼다.

‘드래곤을 잡았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해냈어.’

도끼가 꽂히자마자 바드레이의 공격도 적중되었다.

어쩌면 바드레이가 드래곤의 막타를 쳤을 가능성도 있었으리라.

남의 것을 뺏어 먹을 때의 즐거움이 더 큰 법.

샤샤샥!

< 클레타의 뿔을 획득하셨습니다. >

< 죽음의 서를 획득하셨습니다. >

< 흑마법의 정수를 얻었습니다. >

세 가지의 물건과 어마어마한 재료 템들.

< 블랙 드래곤의 심장을 얻었습니다. >

<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대량으로 얻었습니다. >

< 블랙 드래곤의 뼈를 대량으로 얻었습니다. >

< 현재의 힘으로 소유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섰습니다. >

조각 파괴술로 힘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다 들 수가 없었다.

위드는 저절로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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