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캐릭터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양념게장.”
암살자 중의 최강자가 되는 유저는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나서 로열 로드에 접속했다.
막 로열 로드가 서비스를 시작한 첫날 오전이었다.
“아…….”
양념게장은 감탄사부터 흘렸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이 있는 멋진 하늘.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들이 분수대에서 솟구치는 물방울들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양념게장은 여러 종류들의 게임을 해 봤지만 이런 감각들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
“어디 보자.”
가지고 있는 물품은 보리빵 열 개와 생수가 전부였다.
“마실 물은 분수대에서 채울 수 있겠네.”
희망이 있기에 삶이 즐겁다.
양념게장은 힘차게 앞으로 걸어갔다.
* * *
“검을 배우고 싶다고. 훗. 풋내기 주제에…….”
“무기를 쥘 때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그건 안 죽어야 되겠다는 생각이지.”
“만약 적이 강한 것 같다고 하면 그 느낌은 대부분 맞아. 무조건 도망치라고.”
양념게장은 검을 익히고 싶었지만 도시 내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퇴물 용병이나 늙은 병사라고 해도 레벨 1에 명성이 0인 유저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와, 이거 진짜 난이도 장난 아니다.”
“너무하잖아. 뭘 할 수가 없어.”
로열 로드를 시작한 다른 유저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친절하고, 유저라는 혜택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
재빠르게 식당이나 교역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저들도 보였지만, 양념게장의 눈에는 마땅치 않았다.
‘난 무조건 전사 계열의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
그가 꿈꾸는 전사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해도, 양손 검을 들고 달려가는 것이었다.
단숨에 도약해서 괴물의 머리를 내려치는 패기 넘치는 전사.
로열 로드가 막 열린 시점이라서 아직 어떤 노하우도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품을 열심히 팔아야 했다.
양념게장은 그러던 와중에 버려진 뒷골목 아래에 있는 하수구를 발견했다.
더러운 물이 흐르는 통로는 도시의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설마…… 여긴?’
찌지직!
쥐와 벌레들이 기어 다녔다.
띠링!
―던전. 음침한 벌레 둥지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 명성 50 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벌레 둥지 던전의 발견!
그것도 최초다.
명성이 50 늘어나는 게 수치상으로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다른 유저들보다 앞서간다는 점이 행복했다.
“으흐흐흐흣.”
양념게장은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벌레 둥지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에 나왔을 무렵에는 벌레 껍질과 쥐꼬리 등을 듬뿍 들고 있었고, 레벨도 4가 되었다.
“이거 삽니까?”
“오, 마침 약 재료로 쓰려고 했는데 툴탄의 껍질이 없어서 찾고 있던 참이었지. 개당 6쿠퍼씩을 쳐주지.”
다른 공급자가 없기 때문에 양념게장은 잡화점이나 교역소에 물품들을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저기요.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혹시 사냥하셨어요?”
그 광경을 본 유저들이 덤벼들자 양념게장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꺼이 알려 주었다.
“하수구에서 사냥했습니다.”
* * *
양념게장은 도시에 머물러야 하는 4주간의 기간 동안에 꾸준히 레벨을 올렸다.
레벨 14.
로열 로드는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대단한 화제가 된 이후라서 방송마다 소식들이 들렸다.
― 칼라모르에서 기사로 전직하는 방법이 공개가 되었는데…….
― 마구간에서 일을 하면 승마술을 스킬로 습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사, 기사 계열의 직업들이 익히면 좋은 스킬로…….
― 하벤 왕국의 아렌 성! 바드레이가 레벨 30을 돌파했다는 소식부터 알려 드립니다.
“레벨 20이라.”
도시 내의 사냥터에 대한 정보들도 방송과 인터넷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수구, 버려진 집, 뒷골목.
성문 밖에 있을 사냥터에 비하면 효율이 너무 안 좋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부터 경쟁자도 많아졌다.
양념게장이 간신히 14레벨을 달성했는데, 바드레이는 무려 30을 넘겼다.
“대도시에서 시작할 걸 그랬나?”
발전도가 높은 하벤 왕국의 수도인 아렌 성에는 거대한 지하 하수구가 있었다.
그곳에서 레벨을 올렸을 테니 그가 14레벨을 찍는 동안, 바드레이는 30을 달성할 수 있었으리라.
“뭐 어쩔 수 없지.”
양념게장은 편하게 생각했다.
성문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진짜 세상이 펼쳐지게 되니까.
실상 도시 내의 사냥터들은 치안이나 위생이 좋아지면 사라지게 된다는 정보도 있었다.
위험하면서도 짜릿하고, 대단한 성장이 기다리는 드넓은 대륙!
“가자!”
“우와아아앗. 출발!”
“우리도 가요.”
“뒤쪽에서 밀지 맙시다. 알아서 갈 거예요.”
딱 4주가 되는 시간.
베르사 대륙에는 각 도시마다 성문 앞에 유저들이 몰려 있다가 우르르 뛰쳐나갔다.
“토끼다!”
“이쪽은 다람쥐가 많아.”
“사냥터네. 최고다.”
“여우가 공격해!”
성문 앞은 유저들로 인해서 난리 법석이었다.
어떤 이들은 목검을 휘두르고, 누구는 부러진 단검, 또 공격력은 낮지만 요리 도구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성벽에는 뒤늦게 로열 로드를 시작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유저들이 가득 몰려 있었다.
“사냥을 저렇게 하는구나.”
“와. 잡기가 만만치 않겠네.”
“그물이 더 좋겠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성벽에서 구경하는 유저들.
스릉.
양념게장은 검을 뽑아 들고 나섰다.
전사 길드에서 직업을 얻었는데, 몇 가지의 스킬도 익히고 있었다.
“검이다!”
“우오. 저분 검을 들었어!”
초보 유저들 사이에 전사의 티가 나기 시작한 양념게장은 단연 돋보였다.
“이단 베기, 강하게 베기!”
그는 토끼나 여우들을 몇 마리 사냥해 보긴 했지만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빠르게 도망을 다니고,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사냥이 어려웠다.
양념게장의 시선이 멀리 숲으로 향했다.
‘더 위험한 곳으로 가 볼까.’
남들보다 먼저 숲까지 진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 * *
두 달.
양념게장은 도시 올스 부근에서 사냥을 하며 지냈다.
막 성문 밖을 나왔을 무렵만 하더라도 인근의 다른 유저들을 압도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평범했다.
― 기초 수련관의 존재가 공개되다!
인터넷에 허수아비를 치면 스탯이 오른다는 정보를 공개한 것이었다.
‘스탯이라…… 한 번 얻으면 사라지지 않는 거지. 그렇다면 무조건 얻어 두는 편이 좋아.’
전투 업적이나 퀘스트로도 스탯을 얻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구적으로 얻는 스탯은 나중에 성장 차이가 심할 테니 양념게장은 기초 수련관에 들어갔다.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힘들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환상처럼 맑은 베르사 대륙의 공기를 마시며 참았다.
‘앞으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아. 강해지기 위해 딱 한 번만 하면 되는 수련인데…… 참으면서라도 해야지.’
양념게장이 기초 수련관을 통과하는 데는 8주의 시간이 걸렸다.
정말 최소한의 시간만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했으며, 그를 본 유저들이 악바리라며 칭송할 정도였다.
“저기요, 혹시 우리랑 같이 사냥하실래요?”
“같이 사냥 가요. 우린 평균 레벨이 35입니다. 실력이 꽤 뛰어나실 것 같은데 앞으로 쭉 같이 가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기사와 성직자, 워리어, 마법사까지 조합된 파티에서 초대도 왔다.
사람들의 인상도 좋았고 사냥터에 가고 싶었지만 양념게장은 아차 싶었다.
‘내가 미쳤지. 왜 그때 이름을 양념게장으로 지어서…… 아, 첫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럼에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사냥에 참여하기로 했다.
“같이 가시죠. 초대해 주세요.”
“네, 초대할게요.”
파티에 속하고 나서 그들은 양념게장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
“으음.”
다들 배운 사람들답게 비웃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막상 사냥에 나서니 나오는 자연스러운 상황들이 문제였다.
“게장 님! 그쪽으로 몬스터 가요.”
“양념게장 님. 진짜 잘 싸우시네요.”
“와. 게장 님 검술 진짜 끝내주심. 스킬도 강하네요. 스탯발까지 좋네.”
“…….”
이름만 불러도 개그가 되는 현실.
양념게장은 오랫동안 사냥을 하긴 했지만, 다음 날부터는 혼자 다니는 게 훨씬 더 편했다.
그럼에도 얼굴이 익숙한 이들끼리는 자주 파티 사냥을 했다.
기초 수련관을 통과한 양념게장의 성장 속도는 빨랐고, 전투 감각도 있어서 많은 이들이 파티원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써서 쉴 틈이 없었다.
* * *
양념게장은 레벨 70까지 쉬지 않았다.
피곤하면 잠을 자고, 로열 로드에 접속을 해서 사냥과 퀘스트를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다른 유저들의 레벨이 정체된 사이에도 스탯과 감각의 도움을 받아서 빠르게 성장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재밌네.’
싸우고, 이기고 전리품을 회수하는 과정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로열 로드에서 인간들의 개척지는 도시와 그 부근에 국한되어 있었다.
레벨이 50 정도 되면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기에도 충분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길이 알려진 경우에 한정된 이야기다.
바로 옆에 있는 도시, 치안이 확실하거나 주민들이 오가는 도시가 아니면 길을 떠나기가 위험했다.
실제로 게임 방송에는 모험가들이 지도를 만든다거나,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찾는다고 이동하다가 몬스터를 만나 죽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뒷산에서 흔적이 끊겼는데. 전사님이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밤에 무서운 소리가 들려요. 들판에 유령들이 돌아다니나 봐요. 신의 축복을 받은 무기만이 유령들을 물리칠 수 있겠죠.”
양념게장은 도시 올스 부근의 퀘스트를 하며 지내며 점점 유명해졌다.
“우리 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가 양념게장 님이라더라.”
“고홉이랑 싸우는 거 봤어? 끝내주던데.”
“스킬 운용도 장난 아니고. 다른 지역 최고수들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을 거야.”
“근데 꽃게장 님이랑은 무슨 사이야? 친구인가?”
그러던 어느 날, 도둑 떼들이 도시 올스 인근에 자리를 잡고 말았다.
하이네프 산악 지대가 이어지는 험한 산 때문에 불안했었는데, 결국 총인원 천여 명이나 되는 도둑 떼가 생겨난 것이다.
도둑들의 레벨은 평균 80.
대장은 카탄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무려 용병 출신이었다.
용병의 레벨이 보통 130을 넘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도시를 위협하는 도둑들.
바슬리 산의 도둑들은 제대로 한탕을 털려고 하고 있다.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도시 올스의 성문 밖을 나가는 것은 위험할 것이다.
도둑들을 물리쳐라!
난이도: D
보상: 도둑들이 숨겨 놓은 보물.
퀘스트 제한: 도시 퀘스트.
도시의 모든 유저들에게 발생한 퀘스트.
“와, 이걸 어떻게 처리해.”
“말도 안 된다. 진짜…….”
“이 땅은 저주받았나? 몇 개월 지나면 모르지만 지금은 해결이 불가능한 퀘스트잖아.”
“다른 왕국이라고 해도 어려울걸.”
도시의 유저들은 불평불만을 쏟아 냈다.
성문에서 멀리 떨어져서 산으로만 들어가면 언제 도둑들을 만날지 모른다.
양념게장이나 도시의 최상위권 유저들조차도 사냥을 나서기 힘들었다.
“올스를 떠나야 하나?”
“아이데른 왕국의 수도로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참에 우리 전부 뭉쳐서 가죠?”
“남겨진 유저들은 어떻게 하고요?”
“그거야 우리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선술집이나 분수대에는 도시를 떠나려는 유저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도시 올스의 비극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에도 나왔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아이데른 왕국에서 정식 병사들을 동원해서 토벌대를 구성했다.
기사 바테미어가 이끄는 2천 명의 정규군.
“도시의 주민들은 들어라! 우리 토벌대가 도둑 떼를 퇴치할 테니 안심해라!”
유저들은 자유롭게 토벌대에 가입해서 전투를 하거나, 공적을 세울 수도 있었다.
“완전 재밌겠네.”
“캬…… 이런 통수가. 도시 올스의 비극이 아니라 개꿀이잖아.”
“공적 치 쌓으면 뭐 하는 건데?”
“몰라. 어쨌든 좋은 거 아닐까. 다른 지역은 이런 퀘스트도 없다고!”
“왕국이 일을 하긴 하네.”
유저들은 기뻐하면서 퀘스트를 받아들였고, 양념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왕국 병사들과 함께하는 퀘스트를 진행하는 경험이란 정말로 흔치 않은 것이다.
이틀 후에 토벌대는 진격을 시작했고, 도시 올스의 유저들도 1,800여 명이 합류했다.
레벨이 25만 넘어도 대부분 참여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도둑들의 본거지로 진군하라!”
기사 바테미어는 성문을 열고 나와서 병사들을 이끌고 도둑 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으로 진군했다.
“근데 오늘 바로 싸우나?”
“응. 2, 3시간 정도 거리래.”
“그렇군. 완전 흥분되고 재밌겠다.”
유저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토벌대를 뒤따랐다.
‘설마…… 아니겠지.’
양념게장은 산을 오를 때부터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토벌대 2천 명, 유저들까지 합치면 거의 4천 명의 병력이다.
도둑들의 병력 수보다 4배나 많다고는 하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나무와 바위가 많은 험한 지형이 거슬렸다.
‘전형적인 매복이 가능한 위치로 보이는데. 이럴 때 공격을 해 오면 위험하지 않을까.’
양념게장은 생각은 하면서도 나서지 않았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구라도 말을 하겠지.’
스스로의 안전은 누구도 지켜 주지 않지만 토벌대의 병력을 보고 믿었다.
그리고 산 중턱에 올라섰을 때였다.
푸슈슈슉!
좌우측의 숲에서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진짜 매복이다.’
양념게장은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
후방에 있는 그에게까지 오는 화살은 없었지만 토벌대와 많은 숫자의 유저들이 적중당했다.
“으악!”
“화살이다.”
“뭐야. 무슨 일인데!”
양념게장은 두 눈으로 꽤 많은 유저들이 목숨을 잃고 회색빛으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습격이다, 막아라!”
기사 바테미어가 소리쳤다.
병사들은 혼란에 빠진 와중에도 방패를 높이 들었지만, 유저들은 아니었다.
그들끼리 숨는다고 몸을 날리고, 뒤쪽으로 도망치려다가도 날아오는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엄폐물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바위 뒤로 숨었지만 절반 정도의 유저들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새, 생명력이…….”
“중독되었어요. 해독이 가능하신 분!”
“해독 약이요, 빨리!”
화살을 맞은 유저들이 빠르게 죽어 갔다.
워리어나 전사 계열이라 생명력과 방어구로 버텼던 유저들이 잠시 후에는 목숨을 잃었다.
독화살!
유저들은 가급적이면 독이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았다.
그런 던전의 몬스터들은 레벨이 낮아도 까다롭기 짝이 없었으며, 전리품도 비싼 것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에 해독 약을 가지고 다닐 리도 만무했고, 사제들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그렇게 바위에 숨어 있던 유저들은 토벌대가 어떻게 당하는지를 지켜봤다.
독화살이 계속 날아오고, 산 위에서는 큰 바위들이 굴러 내려왔다.
화살 공격 때문에 단단히 밀집되어 있던 토벌대는 그대로 바위에 짓뭉개져서 커다란 피해를 입어야 했다.
“으하하하. 아이데른의 오합지졸 주제에 나 카탄 님을 잡으러 왔느냐!”
도둑들의 수장 카탄!
그는 유리한 지형에 있으면서 고함을 질러 도둑들의 사기를 드높였다.
그 모습을 본 바테미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이데른의 영광을 위해!”
바테미어의 선택은 닥치고 돌격!
그를 중심으로 30명 정도의 토벌대의 정예 병력들이 높은 곳에 있는 카탄을 향해 내달렸다.
“쏴라!”
화살 공격이 딱 좋은 먹잇감이 된 그들에게로 향했다.
하나둘씩 고슴도치가 되어서 사망하는 그들.
“으으, 분하다!”
바테미어도 절반도 다가가지 못한 채로 목숨을 잃었다.
양념게장은 입을 떡 벌렸다.
“…….”
이게 무슨 무모한 전투란 말인가.
사기가 추락한 토벌대 병사들도 남김없이 죽임을 당했고, 그다음에는 숨어 있는 유저들의 차례였다.
* * *
토벌대가 처참하게 실패하고 도시 올스의 유저들은 이주를 선택했다.
“여긴 저주받았네.”
“완전 망했다. 아이데른 왕국의 다른 대도시로 가지 뭐.”
“하벤 왕국도 좋다더라. 브리튼 연합이나.”
“어디든 여기보다 못하겠어.”
유저들은 성문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방송으로도 토벌대가 실패하는 장면들이 뉴스로 나와서 새로 시작하는 유저도 거의 없었다.
“뭐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실수로 도시 올스를 시작점으로 선택한 유저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양념게장이 되살아나서 접속했을 때의 분위기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토벌대에 속했던 유저들이 떠드는 이야기가 들렸다.
“방패도 잃어버리고 망했네.”
“난 부츠 뺏겼어. 레벨 떨어진 건 금방 복구가 가능하지만…… 하.”
“일렉이라는 레인저는 활 잃어버렸다더라. 근데 원래 이렇게 죽으면 손해가 커?”
“도둑한테 죽어서 그런다더라.”
양념게장도 자신의 장비들을 확인해 봤는데, 장검이 없어졌다.
가진 재산의 절반 정도를 투자해서 샀던 날카로운 장검!
보물처럼 애지중지하면서 사냥터에서 유용하게 썼던 검이 없어지고 말았다.
‘최악이네. 도시의 상황도 안 좋고…….’
그렇지만 양념게장은 다른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화살에 맞은 토벌대의 병사들이 죽어 갈 때 전리품들이 땅에 많이 떨어졌다.
도둑들은 멀리서 화살을 쏘느라 접근하지 않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었다.
‘어차피 죽는 거.’
양념게장은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땅을 구르며 토벌대의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같은 토벌대에 속해 있었으니 병사들에게 공격받진 않았다.
그게 그날 양념게장이 가장 잘한 판단이었다.
손에 잡히는 아무 물건이나 주웠는데 가죽으로 된 방어구 여러 개와 세 자루의 평범한 철검, 활 그리고 단검이 하나 있었다.
철검은 무기점에 팔면 4골드 정도는 나오는 흔한 것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물품 하나.
“감정!”
타탄의 단검: 내구력 35/35. 공격력 5―39.
맹독을 바른 단검이다.
3초 안에 마비와 고통 증세가 나타난다.
매우 날카로워서 찔리면 아플 것 같다.
독 단검!
‘상점에 팔면 이건 15골드 이상 받지 않으려나.’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 만회가 가능할 것 같았다.
양념게장도 도시 올스를 둘러보고 떠나려던 찰나였다.
‘근데 이 퀘스트는 정말 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불현듯 의문이 일었다.
토벌대까지 출동했음에도 전멸하고 말았지만 결과론적으로 실패했을 뿐이었다.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정찰병을 운용하자고 제안하고 도둑들의 매복을 먼저 발견했다면?’
기사와 병사들의 무장 상태, 병력의 숫자 등을 고려했을 때, 숨어 있는 도둑 떼를 발견하고 근접전을 펼쳤다면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완전히 불리한 싸움을 했기에 패배했던 것이지, 결과가 바뀔 여지는 충분했다.
‘너무 안일하게 뒤따라가면서 싸움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렸어. 쉬운 전투는 없는데도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
전투를 되새겨 볼수록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이젠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없나?’
양념게장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이틀 동안의 연구.
도둑 떼가 자리를 잡은 영역은 도시 올스의 부근이기 때문에 그곳을 탐험한 여행자들이 만든 지도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었다.
‘방대한 지역에 도둑들이 퍼져 있어. 숲과 바위들이 있어서 숨어들기에 딱 좋다. 경계를 하더라도 잠입하는 걸 막긴 어려울 거야.’
도둑들이 토벌대와 싸우기 어려운 지형이지만, 반대로 그들도 자신을 지키기 힘들었다.
‘퀘스트는 아직 취소되지 않았어. 나는 독 단검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양념게장은 무모하지만 혼자 도둑 떼를 처리하기 위해 잠입해 보기로 했다.
‘상황이 안 되면 도망치자. 적어도 아무 생각 없이 토벌대를 따라가는 것보단 낫겠지.’
* * *
도시 올스에서 몇 가지 장비들을 구입했다.
유저들이나 상인들은 이주를 위해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싸게 팔았다.
양념게장이 산 건 검은 천과 가죽들.
‘조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아.’
우선 신발부터 천으로 감싸고 걸어 봤다.
‘됐어. 확실히 소리가 덜 난다.’
직접 바느질을 하면서 나뭇잎들의 무늬를 새긴 넓은 위장용 망토도 만들었다.
독화살도 구입을 하긴 했는데 궁술 스킬이 없는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쓰기로 했다.
‘됐어. 가 보자.’
양념게장은 그날 초저녁부터 바슬리 산에 올라갔다.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는 날이었지만, 그럼에도 희미한 달빛에 의지하여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조심스럽게 올랐다.
‘험한 곳으로 가자.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도둑 떼들은 주로 유저들이나 주민들이 오가는 통로를 지킨다.
가파른 절벽 근처나 암석 지대는 최소한의 경비병들만 있을 것 같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도둑들도 머리를 쓴다. 그렇다면 공략할 방법은 있어.’
양념게장은 탁 트인 지형은 풀에 누워서 살금살금 기어서 이동했다.
어둠 속에서는 적들이 잘 보이지 않기에, 자신도 발견될 가능성도 적다고 봤다.
‘천천히. 시간은 많아. 날이 뜨더라도 어디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으면 되니까.’
밤새 이동해서 도둑들의 산채가 보이는 곳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언제라도 들킬 것 같아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무사히 도착하고 만 것이다.
산채에는 멧돼지를 구워 먹으면서 흥청망청 놀고 있는 도둑들이 보였다.
‘놈들이다. 술도 마시는 것 같군.’
도둑들은 토벌대를 습격해서 얻은 식량과 전리품들을 가지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도둑들의 수장 카탄은 술동이를 들고 마시고 있었는데,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양념게장에게는 어떤 방해물도 없었다.
양념게장이 활을 꺼내서 독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쏠까? 확실하지 않은데…… 그냥 더 지켜보자.’
궁술 스킬만 있었더라도 확실한 기회였는데 우선은 지켜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솔직히 화살을 쏴서 죽일 자신도 없었고.
양념게장이 보는 사이에도 도둑들은 술을 계속 마시고 있었고, 한두 명씩 쓰러져 자는 이들이 나왔다.
아침이 되면 해가 떠오르겠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기다렸다.
‘아침이 되더라도 상관없어. 전투력만 놓고 보면 내가 정상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이 아냐. 술에 더 취해야 잡을 기회가 온다.’
시간이 흐르고 몇 명의 도둑들이 잠을 자기 위해 산채에 있는 집에 들어가는 것들을 봤다.
‘도둑들의 대장도 자신의 집에 갈 거다. 그렇다면 거긴 아마 여기서 가장 큰 곳이겠지.’
양념게장은 조심스럽게 위치를 옮겼다.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이 되었지만 쭉 지켜본 바로는 도둑들이 심하게 경계하고 있진 않았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토벌대를 따라가는 것보다도 내가 주도하는 싸움이다.’
건물의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과감하게 들어갔다.
넓은 침대와 텅 빈 술통, 약간의 보물들이 흩어져 있는 도둑의 방!
보물들은 최소 수십 골드의 값어치가 있겠지만 양념게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매복하기 최적의 장소는…… 상대가 들어올 때 보이지 않는 각도여야 하고 단숨에 침대까지 갈 수 있어야 해.’
조금 먼 곳에 높게 쌓인 술통들이 있었지만, 가까운 기둥 뒤에 숨어 기다리기로 했다.
스스로가 내쉬는 작은 숨소리.
멀리서 들리는 도둑 떼들의 술주정.
한참 뒤에 문이 열리면서 험상궂게 생긴 도둑이 방으로 들어왔다.
“꺼어억!”
도둑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두근. 두근.
양념게장의 심장이 고동쳤지만 그럼에도 차분히 기다렸다.
이윽고 불과 몇 초가 지나자 드르렁거리면서 코를 고는 소리가 거하게 들렸다.
양념게장이 창밖을 보니 서서히 해가 밝아져 오고 있었다.
‘시간을 더 오래 끌 것은 없다. 지금.’
이미 꺼내서 손에 들고 있던 독을 바른 단검을 가지고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천으로 감싼 신발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만이 났고, 만약에 도둑이 몸을 일으킬 낌새가 보인다면 즉시 습격할 작정이었다.
얼마나 많이 술을 마신 것인지 바로 옆까지 다가가는데도 도둑은 깨지 않았다.
양념게장은 독 단검을 정확히 상대의 목을 겨냥해서 찔렀다.
< 치명적인 일격!
무방비 상태에 있는 상대의 급소를 찔렀습니다.
기본 공격력의 7배에 달하는 피해를 입힙니다.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암살에 성공했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명성이 147 올랐습니다. >
<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 * *
양념게장은 그날에만 41명의 술 취한 도둑들을 몰래 암습으로 죽였다.
레벨도 무려 3개나 올릴 수 있었다.
‘이거 정말 쏠쏠하네.’
도시 올스로 돌아오니 다른 유저들은 떠난다고 짐을 챙기느라 난리였다.
‘정면 대결이 아니라 도둑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게 맞았어.’
불현듯 마법의 대륙에서 전쟁의 신 위드가 했다는 유명한 대사도 떠올랐다.
직접 위드를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그가 했던 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 세상에 잡지 못할 몬스터는 없다. 못 잡을 사람도 없다.
― 패기 시작하면 멈추지 마라.
― 맞기 전까지 내 욕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양념게장은 확신했다.
‘이 퀘스트. 분명히 공략할 방법이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도시 올스에서 술통을 여러 개 구입하고 수면초까지 샀다.
만약 위드가 봤다면 경악하고 말았을 아까운 돈을 써 버렸다.
수면초를 섞은 술통들은 손수레를 끌고 가서 산 근처에 그대로 버려두었다.
‘알아서 가져가겠지.’
운에 맡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률이 높은 함정이었다.
“이게 웬 술이지?”
“산채로 가져가자.”
도둑들은 술통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돌아갔다.
그날 저녁, 양념게장은 도둑들의 근거지로 가서 또다시 60명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레벨도 3개나 올랐지만, 초급 검술 스킬이 2단계나 상승했다. 게다가 전투 업적으로 스탯도 얻었다.
< 호칭 ‘암살의 대가’를 획득하셨습니다.
적들을 빠르고 깔끔하게 살해했습니다.
도둑들은 당신의 그림자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민첩 12 증가.
최초의 치명적인 공격에 200%의 데미지를 더합니다. >
‘암살의 대가라…… 훗. 이러면 사냥이 더 쉬워지겠는데.’
도둑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나 있기도 했다.
양념게장은 도시 올스 부근의 던전이나 사냥터를 돌다가, 2, 3일마다 한 번씩 도둑들을 퇴치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레벨, 사냥이나 도둑들을 암살하기에도 점점 쉬워져 갔다.
‘레벨이 진짜 잘 오르네. 이대로라면 로열 로드 전체 랭커도 꿈이 아니지 않을까.’
도시 올스의 유저들 사이에는 정작 도둑으로부터 피해가 없어서 안도감도 퍼져 나갔다.
“이상하다. 도둑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도시 치안도 별로 안 떨어지고.”
“습격도 없잖아. 그거 정말 무섭다던데.”
“맞아. 도둑들이 수십 명씩 몰려다니면서 유저들을 사냥한다니 말이야.”
양념게장의 활약으로 도시 올스가 안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도둑들을 한 번씩 사냥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띠링!
도시를 위협하는 도둑들 완료.
바슬리 산의 도둑들은 조용히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목숨을 잃은 그들은 도시 올스를 다시는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퀘스트 완료!
양념게장에게도 감격적인 순간이었지만, 고향을 버리기 아쉬워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던 유저들도 만세를 불렀다.
“뭐야. 퀘스트가 끝났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퇴치를 한 건데?”
유저들은 어리둥절했는데, 주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양념게장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의 칼은 벗어나기 어렵다고 하지.”
“그가 노린 도둑들은 자신이 죽는지도 몰랐을 거야.”
“그림자를 조심하게! 양념게장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 * *
양념게장은 도시 올스를 떠났다.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이 없었고, 자신이 월등하게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훗. 베르사 대륙에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 만한 실력자가 있을까.’
중앙 대륙을 떠돌며 용병 의뢰도 받고, 사냥터도 돌았다.
“여긴 외부인은 못 옵니다. 다른 데로 가세요.”
“네?”
“입장료 50골드를 내면 일주일간 사냥할 수 있어요.”
“그건 너무 비싸잖아요.”
“싫으면 가시든가.”
좋은 던전을 차지한 길드들이 텃세를 부리는 건 흔한 광경이었다.
양념게장은 어떤 때는 돈을 지불하기도 했지만, 보통은 도시에서 먼 곳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했다.
효율적인 사냥터들이 아니라, 몬스터들을 띄엄띄엄 만나기에 레벨 업 속도는 조금 느려지게 되었다.
‘치사하고 더러운 세상이구나.’
어떤 길드에서는 양념게장을 영입하려고도 했다.
“올스에서 날리셨다죠? 흐흐. 우리 길드로 오시죠. 사냥터나 장비 제공까지 다 해 줍니다.”
“돈이 많지 않은데요.”
“돈은 무슨. 길드 가입만 하면 다 지원해 줍니다. 물론 싸움이 일어나면 같이 싸우는 건 당연한 거고요.”
양념게장은 길드에 오라는 제안들은 거절한 채로 혼자 활동했다.
며칠 길드에 가입해 봤지만 내부 사정을 알고는 그만두었다.
다른 길드들끼리의 분쟁이야 당당하게 싸우겠지만, 던전이나 사냥터를 관리하면서 입장료를 받는 일이 많았다.
어떤 때는 그냥 지나가는 유저들을 습격하고 전리품을 빼앗기까지 했다.
양념게장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기했다.
“악당들은 다 죽인다.”
한 자루의 단검만이 정의를 추구하리라.
유저들과 몬스터들을 가리지 않고 악당이라는 판단이 들면 조용히 정리했다.
― 죽음을 몰고 오는 그림자 양념게장.
― 피하지 못하는 죽음 양념게장.
― 어둠의 살인자 양념게장.
― 영혼을 파괴하는 양념게장.
― 잔혹한 살육지배자 양념게장.
숱한 악명들이 그에게 붙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양념게장은 약속 장소인 모라타의 분수대에 도착했다.
“게장 님! 빨리 와요.”
“밥 뭐 먹었어요?”
“밥도둑님이다!”
“오늘은 어디로 사냥 갈 거예요, 위드 님?”
양념게장은 암살자의 로브를 입은 채로 환하게 웃었다.
정신없이 조각품을 만들고 있는 위드.
활을 들고 있는 듬직한 페일.
흰 옷이 잘 어울리는 착한 이리엔.
지팡이를 들고 있는 마법사 로뮤나.
주먹을 휘두르지만 여린 성격을 가진 수르카.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령.
악기를 연주하면서 투덜거리는 벨로트.
그가 바쁘게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동료들이 있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