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던 인생이었다.
아니, 사실은 이렇게 무엇인가 탓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니 하는 말이다.
수저 탓, 주변 환경 탓, 남 탓…… 하다못해 운빨 탓이라도 해버려야, 지금의 보잘것없는 인생이 내 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도 양심상 탓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게임에 대한 재능.
지난 28년의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몰두했던 것이 바로 게임이었기에 스스로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떤 게임이든지 간에, 내 재능만큼은 특출났다는 것을.
전략 시뮬레이션, 레이싱, 격투, FPS, AOS 등등…….
나는 접하는 게임마다 남들보다 적은 노력으로 손쉽게 정상급 플레이어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게임마다 존재하는 키 플레이(key play)를 발견해내는 이해력이 남달랐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재능은 있었지만 독보적으로 타고나지는 못했다는 점.
그리고 제법 훌륭하다는 그 재능을 가지고, 어떤 게임에서도 최선을 다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동안 난 수많은 게임을 했지만 정작 정상의 자리를 밟아 본 적은 없었다.
타고난 나태함과 어릴 적 겪었던 트라우마를 핑계로, 항상 정상급에서 한 발짝 더 내딛기보다는 다른 게임으로 도망만 쳐왔다.
“최선? 노력? 말은 참 쉽네……. 아무리 해봤자 세상은 빽 있고 서포트 받는 놈들 투성이에다가, 그도 아니면 억세게 운 좋은 놈들뿐이잖아!”
혹은,
“근데 그중 아무것도 없는 내가 그것들을 어떻게 다 이겨? 끝까지 해 봤자 결국 시간 낭비였으니까 도중에 관둔 거지!”
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생각이자 패배자의 변명이었다.
만약 내가 어떤 게임에서건 단 한 번이라도 최선을 다해 본 후에 그만뒀더라면, 지금 이렇게 후회만 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 하나 정면으로 도전 한 번 못 해 보고 포기하기를 반복해왔던 나는,
결국 아무것도 이뤄보지 못한 채 황금 같은 20대를 허비하고 말았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거짓말 같은 일이지만 내게도 그런 날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더 이상 이 핑계 저 핑계로 무언가를 탓하며 도망치지 못할 만큼…… 완벽한 빽이자 서포트, 그리고 행운까지 모두 합친 그 녀석을 갖게 된 날이 말이다.
철컥!
우연히 참석하게 된 게임 속 대관식에서, 나는 최강의 아이템인 신검을 먹어버렸다.
1화 럭키 데이 (1)
『내일은 드디어 태성 길드의 역사적인 대관식이 있는 날이네요!』
『네, 맞습니다. 그동안 타이탄 연대기 속에서 최초로 국왕으로 즉위할 유저가 도대체 언제, 누가 될지가 초유의 관심사였는데요. 결국 모두가 예상하셨던 대로 태성 길드의 수장, 다리우스 님이 마침내 5성을 통일하고 국왕으로 즉위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네요! 비록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유저가 한 나라의 국왕이 된다니요!』
어젯밤 온종일 퀘스트 노가다를 하다가 잠이 들었던 나는, 일어나자마자 TV부터 켰다.
항상 고정되어 있는 채널은 가상현실 게임인 ‘타이탄 연대기’에 관한 프로그램만 방송하는 전문 채널 ‘타이토닉TV’였다.
개인의 실시간 방송 송출이 금지된 가상현실 게임 시대로 들어서면서, 방송사의 게임 방송은 다시금 부흥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중 이 타이토닉TV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침답게 오늘 낮에 거행될 대관식 소식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혹시 어마어마하게 치열했었던 지난 웰튼 공성전을 저희가 독점으로 중계해 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관식 현장도 저희 타이토닉TV가 독점 중계권을 따낸 것은 익히들 알고 계시겠죠? 그러니 시청자 여러분, 타연 역사에 길이 남을 대관식 현장을 저희 타이토닉TV와 꼭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꺄아!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날이 아닐 수 없는 데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내일 낮 12시, 번슈타인 성에서 진행될 역사적인 대관식 중계방송을 놓치지 말아 주세요!』
“박태후 저 자식…… 결국엔 국왕까지 되고야 마는구나. 밖에서도 왕인 자식이 이젠 진짜로 왕 타이틀까지 달게 생겼네? 인생 혼자 사나, 다 해 처먹는구나!”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을 다리우스, 박태후가 떠올라 부러움의 혼잣말을 내뱉었다.
다리우스.
녀석은 현재 통합 랭킹 1위이자 게임 속의 각종 신기록과 퍼스트 킬의 보유자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타이탄 연대기 속 최고의 스타였다.
더불어 가장 막강한 길드로 평가받는 태성 길드의 길드장이자 현실에서도 재벌 3세였기에, 그야말로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녀석이었다.
“게임 좀 하는 건 맞다만…… 아무리 그래도 저런 놈이 승승장구하는 걸 보고 있자니, 세상 참 거지 같구나!”
개발사인 일루전 소프트의 사장은 몰라도 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저 녀석과, 사실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학창 시절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갤럭시 워.
그 당시 난 국내 랭킹 100위권에 올라갈 만큼 아마추어 톱급에 다다른 실력이었기에, 교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그렇게 소문이 퍼지던 어느 날, 어쩌다 보니 프로게이머를 준비한다는 다른 반 친구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그 승부가 생각보다 많이 이슈화됐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내 인생이 크게 흔들리게 되리란 것은, 그땐 미처 알 수 없었다.
“그때 얌전히 져 줬었더라면…… 지금의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사실 그 전까지는 무슨 게임을 해도, 정말 열정적으로 파고들곤 했는데 말이야.”
피시방에서 수십 명의 친구를 앞두고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졌던 승부.
그 상대가 바로 지금의 다리우스, 박태후였다.
-와, 강지환 화면 봤냐? 실제로 플레이하는 거 보니 더 쩔잖아! 저 정도면 거의 프로게이머 수준 아니냐?
-이제 1판만 이기면 끝나는 거야? 3대 0이면 완전 압승이잖아? 박태후가 상대도 안 되네?
5판 3승으로 이루어진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는 듯싶었다.
나는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손쉽게 2승을 챙겼고, 녀석의 실력은 까다롭기는 해도 내 실력을 따라오기에는 모자라 보였다.
하지만 녀석의 요청으로 잠시 갖게 된 휴식 시간.
나는 그사이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말았어야 했다.
-너 미쳤냐? 설마 이대로 태후한테 이기려는 건 아니지? 태후네 집이 태성 그룹인거 몰라? 형들이 좋게 말할 때, 사람들이 눈치 못 채도록 알아서 져 줘라.
-너 따위가 이런 곳에서 이겨봤자 무슨 영광이 있다고? 근데 태후가 여기서 지면 체면이 뭐가 되겠어? 그리고 지금 누가 보러 와있는 줄 알아?
나는 좁은 화장실 안으로 뒤따라 들어온 괴한들에게 어이없게도 협박을 당했다.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겁대가리가 없었던 나는, 그들의 협박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애들끼리 게임 한번 하는 것에 이게 뭔 짓거리야? 그리고, 안 져주면 니들이 뭐 어떡할 건데?’
그렇게 사소한 일에도 협박을 해대는 놈들이라면, 나중에 정말 무슨 짓을 벌일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해야만 했다.
3대0으로 기량을 뽐내며 승리한 날 노려보던 박태후가 어떤 성격을 가진 놈인지도, 미리 알고 있었어야만 했다.
-날 이딴 식으로 이겨버린 거, 정말 후회하게 될 거다.
녀석이 헤어질 때 내 귓가에 속삭였던 경고는 현실이 되었다.
승부에 목숨이라도 거는 녀석이었던 건지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지 몰라도, 녀석은 어이없는 방식으로 내 인생을 망가뜨렸다.
타겟은 내가 아니었다.
태성 그룹 계열사, 그중 3차 협력사에 불과한 중소기업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그 일로 20년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되셨다.
아버지의 있지도 않은 실수를 지적하며 무작정 계약 해지를 통보한 본사의 연락에, 사장님이 간곡한 부탁을 했던 것이다.
-도대체 태성의 높은 분께 내가 밉보일 일이 어딨었는지 모르겠구나…….
비록 사장님의 배려와 아버지의 인맥으로 이직은 하실 수 있었지만, 정든 회사를 떠나 한참을 고생하셔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아버지께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죄송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사건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는 나 자신도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작 내게 졌다고…… 아니, 아무리 내가 뜻대로 져주지 않아서 열이 받았을 거라고 해도…… 고작 그딴 것 때문에 한 가정을 이렇게 파탄을 내? 세상에 그런 미친놈들이 정말 있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내게 실제로 벌어진 현실이었으니 부정할 수도 없었다.
태어나 처음 겪어봤던 문화적 충격.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갖고 있던 성공에 대한 열망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상의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의 반발과 보복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워진 것이다.
그렇게 난, 지레 겁먹고 도전을 포기하는 못난 놈으로 성장해버렸다.
“현실에서도 눈에 거슬리는 건 죄다 재끼던 놈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 저 자식이 저렇게 타연 속에서 왕이 되는 결과는 말야.”
이대로는 계속 부정적인 생각이나 떠오를 것이 뻔했다.
나는 먹고 있던 후레이크 그릇을 후딱 비우고는 곧바로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라라 랄라라.
내 귓가에 바람 정령들의 노랫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안개 같은 뭉게구름들도 바람과 함께 내 뺨을 차갑게 핥고 지나갔다.
이윽고 내 시야에는 게임의 타이틀 로고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환상적인 풍경이 저 멀리 보였다.
<타이탄 연대기>
한국 PC게임 역사에서 전설로 남은 MMORPG 게임, 타이탄 에이지.
타이탄 연대기, 즉 ‘타연’은 그 게임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세계 최초의 다중 접속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이미 출시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인기가 사그라들기는커녕 아직도 매 순간 끝 모를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최초로 출시된 한국 서버를 필두로, 각 후속 국가에서 여전히 혁명과도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로그인.”
이미 수천 번은 족히 겪어 본 접속 과정.
하지만 나는 버릇처럼 한참을 만끽하고 난 후에야 로그인을 진행했다.
답답하고 우울하기만 한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왔다는 기분이 물씬 느껴졌기에, 항상 이 순간이 설레고 즐거웠다.
[로그인 정보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확인되었습니다.]
타연은 최초의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이었기에, 지금까지의 PC게임들과는 다르게 새롭게 제약되는 사항들이 몇 가지 있었다.
가령 캐릭터 선택 같은 것이 그중 하나였다.
여러 캐릭터를 육성시키고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었던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타연에서는 유저가 오직 단 하나의 캐릭터만을 육성시킬 수 있었다.
즉 부캐라는 것을 키울 수 없었고, 따라서 당연하게도 캐릭터의 대리 육성, 판매 같은 것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심지어는 성별마저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제약이 심했다.
그에 대해 개발사에서는,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라고 답변했는데…….
‘사실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지.’
의외로 하나의 캐릭터만 선택해서 육성하고 플레이한다는 것은, 최소한 가상현실 게임에서만큼은 장점이 더 많았다.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더 몰두하고 애착을 갖게 되었으며, 캐릭터의 삭제와 재성장이 어려운 만큼 게임 속에서의 플레이가 진솔하고 신중해졌다.
그리하여 출시된 지 3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는, 게임 속 캐릭터를 제2의 자신처럼 여기며 사는 일명 컨셉충 유저들의 활보가 더는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유저들의 등장이 게임 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대중화가 돼버린 것이다.
사실 난 개발사인 일루전 소프트가 이런 결과까지 의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사실은 완벽에 가까운 게임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몇몇 독특한 방침 등을 통해, 타연이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3년의 세월 동안, 하필 내게는 어지간히도 운이 안 따라줬지. 특히나 득템운이…….’
그 흥행 돌풍이라는 순풍 위에, 내가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매그넘03(도둑) Lv. 232]
오늘따라 자꾸 상념에 빠지는 사이, 나는 늘 하던 대로 허공에 나타난 내 캐릭터에 손을 뻗어 접촉했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본인 캐릭터와의 동화(同化) 의식.
그렇게 접촉을 통해 내 몸은 캐릭터에 닿았던 손부터 스며들었고, 이내 온몸이 캐릭터와 합쳐지며 나는 타연 속 세상으로 로그인했다.
[타이탄 연대기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모험이 되길 바랍니다.]
익숙한 숲 내음과 수풀 사이를 뚫고 들어온 햇살이 느껴지는 곳.
접속 종료 때 시전한 은신 상태로 접속한 곳은 번스타인 성 지역에 있는 ‘붉은 머리 트롤의 숲’의 한가운데였다.
“오, 굿! 바로 한 파티 발견! 역시 아침이라서 사냥터가 쾌적하구나!”
반복 퀘스트 노가다의 생명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냥을 하느냐의 싸움.
역시나 저녁 시간대 북적이는 사람들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이렇게 아침 사냥을 선택하는 것이 진리였다.
나는 사냥에 앞서 퀘스트 완료까지 몇 마리가 남았는지 시스템 창을 열어 확인했다.
[기사단장 몬테나의 부탁: 반복 퀘스트]
* 클리어 난이도: C
* 게반 마을을 주기적으로 습격하는 트롤 파티의 수장인 주술사를 처치하라(8/10)
* 퀘스트 클리어 보상: 몬테나의 주머니 1개
“좋아, 이제 2마리만 더 잡으면 마지막 세트도 끝인가? 바로 한 마리 간다!”
어젯밤에는 10분을 헤매도 한번 만나기 힘들었던 트롤 파티를 향해 여전히 은신 상태인 채로 다가갔다.
붉은 머리 트롤은 비슷한 레벨대의 유저라면 일대일로 잡기 힘든 몬스터.
그런 트롤 파티를 도둑 혼자서 잡는다는 것은, 최상급 템을 둘둘 감은 유저라 할지라도 고레벨이 아니라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곳 트롤 숲은 솔로 플레이를 하는 유저를 찾아볼 수 없는, 말하자면 파티 전용 사냥터였다.
하지만 그런 이 숲에서, 난 1달 동안이나 솔플 사냥을 해 왔다.
[덫 설치!]
하도 숙달해서 거리 계산을 할 필요도 없이, 놈들과 떨어진 곳에 연막 덫을 설치했다.
그리고 곧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트롤 전사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쉭!
띠딩!
내게만 들리는 어그로 감지 효과음을 들으며, 난 익숙한 무빙으로 설치한 덫과 일직선 상태로 놈들이 다가오도록 뒷걸음치며 자(自)버프를 걸었다.
그렇게 몸빵 겸 근접 딜러 역을 맡고 있는 파티 선방의 트롤 전사가 덫을 밟아 펑하고 터지는 순간!
[그림자 밟기!]
난 가장 후방에서 따라오던 트롤 주술사를 타겟팅해서, 도둑 고유의 이동 스킬로 녀석의 후방으로 순간이동하듯 도달했다.
원래라면 내가 주술사를 치지도 못할 정도로, 바로 트롤 전사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공격을 맞아야 정상이었다.
그게 바로 이 숲이 파티 사냥터가 되고 몬테나 퀘스트가 난이도가 C급으로 책정됐던 이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막은 나와 주술사를 뺀 트롤 전사들만 감싸고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과 거리 계산으로, 오직 우리 둘만 연막 범위 밖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할 때마다 느끼지만…… 역시 내가 개발한 몬테나 퀘 솔플 사냥법은 대박이라니까. 죽어라!”
다른 덫들과 달리 데미지나 속박 같은 메즈 효과는 없지만, 연막은 ‘시야 차단’이라는 디버프 효과를 다수에게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트롤 전사들만 따로 연막 안에 가둘 수 있다면, 효과가 지속되는 10초 동안 오직 주술사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몸빵이 약한 주술사와 순간 폭딜이 최강에 가까운 도둑 간에 이루어진 근접 전투는, 당연하게도 극상성이었다.
“쿠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