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3화 (13/350)

13화 타이탄 소환 (1)

그 후 현중이는 나와 몇 가지 계획에 관해 짧게 의견을 나눈 뒤 돌아갔다.

녀석과 의논한 결과, 일단 내가 확인해 봐야 할 것이 2가지로 추려졌다.

‘꾸물댈 필요가 있겠어? 시간이 지날수록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으니, 최대한 발 빠르게 움직여 보자.’

아직 이번 사건으로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바로 지금이 내가 활보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몰랐다.

나는 당장 캡슐에 누워 타연에 접속했다.

번스타인 성은 사건 후 반나절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다.

나는 은신을 쓴 채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거래소를 찾아간 뒤, 미리 생각해 둔 아이템부터 검색해 봤다.

[검색하려는 아이템의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빛나는 무기 강화석]

[검색 결과 1,214건의 등록 물품이 확인되었습니다.]

신검에 붙어 있는 강화 실패 가호.

첫 번째로 확인해 볼 일은 이 3회의 가호로 과연 몇 강화의 신검을 만들 수 있는지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어차피 지금 하나 나중에 하나 강화는 해야 할 일이었으니, 최대한 빨리 최종 강화 수치를 확정 지어 놓는 편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

[빛나는 무기 강화석(3)을 구매하였습니다.]

[빛나는 무기 강화석(1)을 구매하였습니다.]

빛나는 무기 강화석은 강화 확률이 겨우 조금 더 높은 주제에 그냥 강화석보다 네다섯 배는 더 비쌌다.

그래도 한 달간 해 왔던 노가다 덕분에 겨우겨우 4개를 구매할 순 있었지만, 순식간에 1만 골드나 빠져나갔다.

“쌩 노가다로 겨우겨우 모아 놓은 골드인데……. 크으, 한번에 백만 원이나 써 버리다니!”

유니크 템조차 가져본 적 없기에, 지금껏 빛나는 강화석으로 강화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인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몇 배 더 비싸더라도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강화석만 있다면, 사채를 써서라도 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분수대고 뭐고 당장 어디 돌아다닐 형편이 안 되니까 그냥 여기서 바로 강화해 버리자. 자, 간다!”

자그마치 신검을 강화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나, 나는 별다른 준비 의식 없이 바로 강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신검에 짙은 푸른빛이 감돌며 휘돌다가, 이내 천천히 스며들었다.

[‘룬 페이토나’를 강화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오예! 한 방에 성공!”

별다른 기대도 없이 가호빨만 믿고 질렀는데, 신검이 +1 룬 페이토나로 강화됐다.

‘시작이 좋아. 역시 오늘은 내 평생 최고로 운 좋은 날! 뭘 해도 되는 날인가 보다!’

나는 기세를 몰아 바로 강화를 한 번 더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푸른빛은 아쉽게도 신검에 스며들듯 하다가, 번쩍하고 흩어지고 말았다.

[‘+1 룬 페이토나’를 강화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루이튼 신의 가호로 인해 ‘+1 룬 페이토나’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헉!”

마치 챙! 하고 아이템이 파괴되는 효과음이 들린 듯했으나 착각이었다.

실패 메시지가 뜨길래 반사적으로 쫄았는데, 인벤토리 창에 신검이 멀쩡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옵션 창을 살펴보니 현재 남아 있는 가호 수치가 변해 있었다.

[* 이 아이템은 신의 가호를 받고 있어,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가호가 다 하기 전까지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가호 수치: 2)]

“확실히 적힌 대로 강화가 실패해도 파괴되지 않는구나. 남아 있는 가호는 2번. 아직 괜찮다, 아자아자!”

나는 곧바로 빛나는 무기 강화석으로 재차 강화를 시도했으나,

[‘+1 룬 페이토나’를 강화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3번째도 연달아 실패하고 말았다.

“아…… 뭔데? 레전더리 템이라도 저강화 때는 그나마 잘 뜬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디바인급이라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무슨 1강 템짜리가 연속으로 2번이나 실패가 떠?”

이제 남아 있는 가호는 단 1번.

이번마저 실패가 뜬다면 나는 타연을 접을 때까지 영영 +1강화 신검으로만 플레이해야 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앞자리가 +1인 건 간지가 나지 않는단 말입니다! 제발!!’

척!

그렇게 눈 딱 감고 4번째 강화를 시도했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이번에 나타난 푸른빛은 다행스럽게도 나를 배신하진 않았다.

[‘+1 룬 페이토나’를 강화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됐다, 2강! 아싸!!”

나는 내친김에 거래소에서 강화석을 하나 더 사서 시도해 봤으나, 오늘의 행운이 마침내 끝이 났는지 실패해 버렸다.

“3번의 트라이치고는 아쉬운 결과긴 하지만, 어쩌면 이게 잘 뜬 거일 수도 있어. 디바인 급이 서버에 딱 1개뿐이니, 강화 확률을 알 수가 없잖아?”

이렇게 내가 타연을 접을 때까지 사용하게 될 신검의 강화 수치는 +2로 확정되었다.

다소 아쉬웠지만 애써 좋게 생각하며 2강화가 된 신검의 스펙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봤다.

<+2 룬 페이토나(디바인, 한 손 무기)>

* 공격력: 2420(+484)

* 모든 능력치 +90(+18)

* 암 속성 몬스터 및 악마 계열, 언데드 몬스터에게 물리 데미지 +4840(+968)

* 타격 시 25% 확률로 빛 속성의 마법 데미지 +2420(+484)

* 빛 속성 마법 및 스킬을 검으로 가드 성공 시, 데미지 흡수 및 체력 회복으로 치환

* 모든 보유 스킬 레벨 +1(+2)

* 타이탄 ‘루이투스(!)’ 소환 가능: 현재 봉인 상태(!)

* 이 아이템은 신의 가호를 받고 있어,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가호가 다 하기 전까지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가호 수치: 0)

* 이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 아이템은 교환이나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공격력이 진짜 미쳐 날뛰는구나!”

가뜩이나 무시무시했던 공격력은 20% 더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압권인 것은, 예상했던 대로 ‘모든 보유 스킬 레벨’이 플러스 되는 옵션 또한 강화됐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디바인 무기.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설정된 7신기라 그런지, 강화 때마다 연동되어 오르는 옵션들이 저등급 템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스킬 레벨 플러스 1성만 해줘도 대단했던 옵션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깽판 템이 돼버렸네? 와, 더는 못 참겠다!”

반나절 만에 내 캐릭의 공격력이 십수 배나 높아졌다.

그러니 당장 그 느낌이 어떨지, 체감해 보고 싶어 안달 날 수밖에 없었다.

[번스타인 성 남부, 게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슝!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제는 내 자취방보다 익숙한 게반 마을로 이동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지, 어느새 공간이동비는 신경 쓰이지조차 않았다.

‘사실 당장 필드에 나가볼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걸 보니 안심이 돼.’

아무리 게반 마을 인근이 고레벨들이 찾는 사냥터가 아니라곤 해도, PK가 이루어지는 일반 필드에 나가는 건 부담이었다.

하지만 신검을 착용해서 업그레이드된 이 스킬을 확인하고 나니,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다.

[은신(고유 스킬): ★★★★★☆☆☆)]

* 마나 소비: 300

* 사용 대기 시간: 60초

* 300초 동안 투명화 상태가 되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 은신 상태에서는 이동 속도가 15% 느려집니다.

* 은신 상태로 공격을 하거나 스킬을 사용하게 되면 은신이 해제됩니다.

* 일부 스킬로 발각될 수 있고, 공격에 적중된다면 은신이 강제로 해제될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8성 은신!

6성 은신의 존재도 확실치 않은 지금, 8성 은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그건 타연 속 그 누구도 먼저 나를 발견해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이런 한적한 중렙 존에서 잠시 사냥하는 것 따위에, 벌벌 떨 필요까진 없었다.

“어? 근데 뭐지? 피와 엠피가 왜 이래?”

막상 신검을 착용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스킬창을 비롯한 상태창을 보다 보니 이상한 점을 깨닫게 되었다.

기존의 내 HP와 MP 수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 올 스탯 +108 옵션이 적용된 탓이구나!’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무기 하나 바뀐 효과라고 보기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모든 스탯들의 총합이 1.5배나 증가해 있었다.

[매그넘03(도둑) Lv. 232]

* HP: 8184/8184 * MP: 4862/4862

* 근력: 396 * 체력: 398 * 민첩: 570 * 지력: 182 * 마력: 182

* 공통 스킬: 무기 던지기, 무기 방어, 소드 마스터리, 연속 베기

* 고유 스킬: 그림자 밟기, 덫 설치, 약점 포착, 집중 회피, 은밀한 일격, 은신, 재빠른 몸놀림

다른 스킬들도 일일이 살펴보니, 모두 다 빠짐없이 +3성이 추가되어 있었다.

[재빠른 몸놀림(고유 스킬) : ★★★★★☆☆☆)]

* (passive)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24% 증가시킵니다.

* (active) 마나 소비: 240, 사용 대기 시간: 60초

-10초 동안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48% 증가시킵니다.

도둑을 최강의 딜러이자 히트맨으로 만들어주는 주력 고유 스킬, ‘재빠른 몸놀림’.

놀랍게도 이 스킬 또한 8성이 되면서 쿨타임 감소와 함께 효과가 향상되어 있었다.

유저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동용 소환물은, 한대라도 공격당하게 되면 곧바로 강제 역소환을 당해 버린다.

따라서 전투 중에 유저들은, 일부 라이더들을 제외하고는 자기 발로 이동하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액티브까지 발동했을 때 다른 5성 도둑보다 이속이 27%나 더 빠르다는 말은…… 작정하고 도망치면 잡을 수 있는 캐릭이 거의 없다는 뜻이지!’

또한 고레벨로 갈수록 스탯과 장비들 때문에 공격력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남들보다 공격속도가 빨라지는 스킬을 더욱 자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가뜩이나 신검이라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유한 내가 말이다.

“확실히 달라. 이미 패시브 효과만으로도 이속이 빨라진 게 체감이 돼. 역시…… 이 스킬 레벨 증가 옵션이 가장 사기 옵션이었어!”

나는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한 마음을 다잡고, 유저들을 피해 트롤들이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몬테나 주머니 보상 때문에 트롤 파티가 출몰하는 숲의 중앙 부근에서 사냥했다.

그래서 트롤 전사가 한 마리씩 출몰하는 숲의 외곽 쪽에는 사냥하는 유저가 드물었는데, 마을에서 먼 방향으로 돌아가다 보니 홀로 있는 트롤 전사를 마주칠 수 있었다.

“쿠엑? 크르룩!”

띠딩!

내가 은신을 풀자 붉은 갈귀 트롤 전사에게 어그로가 감지됐다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과연 몇 방 만에 죽으려나? 가장 최근에 잡아봤을 때가 풀버프로 20방 정도였던 거 같은데.”

트롤 전사는 주술사보다 체력과 물리 방어력이 2배 이상 높았다.

그런 주제에 공격력까지 상당해서 항상 거르고 다녔던 놈들.

나는 그런 트롤 전사에게 신검을 꺼내 들고, 스킬 없이 평타로만 공격해 보았다.

휙, 휙, 쿵!

“쿠에엑!”

“미, 미친 거 아냐?”

막 세 번째 공격을 휘두르려던 나는, 검을 든 채 엉거주춤한 포즈로 굳어버렸다.

단 2방.

그것도 흔한 자버프 따위도 어느 것 하나 걸지 않은 상태로 쳤던 공격이었다.

“이, 이게 신검의 공격력……?”

내 오른손에 들려있는 신검, 룬 페이토나가 다시 한번 경이롭게 느껴졌다.

시리도록 푸른빛이 서려 있는 하얀 검신과 금빛의 크로스 가드, 그리고 태양을 닮은 보석이 박혀 있는 폼멜까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외형이었으나, 위력은 그보다 더욱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트롤 전사의 레벨이 아무리 200 정도라고 해도…… 단 2방? 됐다. 이 정도라면 충분해. 아니, 이거라면 분명히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다리우스를 따라잡는다.

그리고 태성 길드를 무너뜨린다.

몇 년의 기한을 잡고 세운 목표였지만, 솔직히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일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껏 마음먹은 인생 첫 각오를 금세 포기할 순 없기에 끝까지 도전해 보려고 했다.

설령 계란으로 바위 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어도 말이다.

한데 내 손에 쥐어진 신검의 위력을 이렇게 확인하고 나니, 이젠 정말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타연 속 No. 1, 지존이 되겠다는 목표도!

“죽지만 않으면 돼! 어떻게든 죽지만 않고 강해지다 보면 분명 지존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게 아마, 내 목숨의 여벌이 돼 주겠지.”

‘타이탄’.

신검에 귀속된 타이탄의 봉인을 해제하고 그 위력을 확인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두 번째로 확인해 볼 일이었다.

게임 안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이 타이탄이라는 놈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내 운명도 판가름 날 테니 말이다.

나는 누가 볼세라 서둘러 귀환한 뒤, 신검의 옵션에 붙어있던 느낌표를 클릭해서 퀘스트 안내창을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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