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6화 (16/350)

16화 타이탄 소환 (4)

“와, 타이탄에 탑승한다는 게 이런 방식이었구나…….”

외골격의 이족 보행 로봇을 탑승해서 조종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한데 이건, 내 캐릭이 매그넘03이 아니라 타이탄으로 변해버린 듯한 일체감을 주는 방식이었다.

[업적 ‘타이탄 라이더’를 획득했습니다.]

“어? 근데 이거 뭐야? 나 업적 얻은 거야?”

타연에서 업적이란, 말 그대로 아무나 이룰 수 없는 힘든 일들을 달성하거나 이룩했을 때 주어졌다.

그 때문에 난 3년간이나 게임을 해오는 동안 고작 2개의 업적밖에 얻지 못했는데, 얼떨결에 업적 하나를 최초로 얻어버리고 말았다.

[업적: 타이탄 라이더(A)]

* 자신이 소유한 타이탄을 소환했을 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모든 능력치 +10)

* 이 업적은 타이탄의 소유권을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효과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와, 올 스탯 플러스 10이라니. A급 업적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그동안 내가 겨우 얻었던 업적 2개는 모두 D급.

고작 단일 스탯 3 정도만 올려주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축복받은얼굴: 지환아, 뭐 해? 안 움직여?]

[매그넘03: 아, 갑자기 업적을 하나 얻게 돼서.]

[축복받은얼굴: 업적? 하긴 타이탄이라면 하나 줄 만은 하지. 암튼 너 지금 장난 아니야. 간지 작살난다 작살나! 타이탄이 쌈만 잘하면 됐지 쓸데없이 뭐 이리 화려하게 만들어 놨어? 명색이 로드급이다 이건가?]

[매그넘03: 아 그래? 난 내 모습을 못 보니깐 졸라 궁금하네. 어쨌든 시간 없으니깐 잡담은 그만하고 나가 본다? 거기서 잘 보고 있어 봐!]

시야 위쪽에서 줄어들고 있는 타임 표시는, 어느덧 소환 시간이 채 200초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일단 타이탄의 소환 방법과 탑승법에 관한 확인이 끝났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타이탄의 위력과 스킬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였다.

[심판의 전진!]

쿵, 쿵, 쿵!

마을 입구에서 뛰어나가다 근방에 있던 용암 골렘이 가까워지자, 곧바로 전진 스킬부터 써봤다.

그러자 사람이었다면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골렘 앞까지 도달해 버렸다.

‘헉! 이 정도 속도라면 예측하지 않고서는 거의 못 피할 수준인데?’

녀석과의 거리가 순간적으로 삭제라도 된 듯한, 기사 클래스의 전진기인 ‘차징’보다 최소 3배 이상 빠른 속도였다.

또한 전진 속도도 속도였지만, 스킬에 붙어있는 부가 효과는 더욱 환상적이었다.

용암 골렘은 루이투스와 부딪히자마자 그대로 넉백 당했던 것이다.

쿠구궁!

그런 골렘에게 후속타를 날리자 녀석은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단 5대 만에 잡혀버렸다.

나는 녀석이 드랍한 42골드를 주울 생각조차 못 하고, 멍하니 골렘이 사라지는 모습만 바라봤다.

[매그넘03: 현중아... 봤냐? 무슨 용암 골렘을 5방 만에 잡아버렸어ㄷㄷ]

[축복받은얼굴: 여기선 너무 멀어져서 잘 안 보여! 근데 5방이라니... 데미지 보정 돌았네. 여기는 고렙들도 죄다 파티 사냥으로만 잡는 몹들인데?]

[매그넘03: 다른 스킬도 써 볼 테니 잘 좀 봐봐. 타이탄. 이거 승차감 죽여준다 진짜!]

앞서 심판의 전진을 사용해서 골렘에게 붙었기에, 근처에 함께 있던 불꽃 도마뱀 등의 몬스터 몇 마리가 어느새 발 부근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 불꽃 도마뱀들을 향해, 이번엔 광역 공격 스킬을 사용해봤다.

[영광의 검!]

스킬명을 외치자, 루이투스는 즉각적으로 내가 바라보고 있던 방향으로 크게 횡 베기를 했다.

그러자 일반 공격과는 달리 검기와 같은 화려한 이펙트가 튀어나와, 전방 10미터 범위에 모든 몹들에게 방사형(放射形)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그마치 공격력의 350% 데미지!

원래부터가 미친 공격력이었던 만큼, 공격력 계수를 곱해주는 스킬을 사용하자 그 효과는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였다.

크르르르-!

HP가 낮은 불꽃 도마뱀들은 전부 다 이 스킬 한방에 산화해 버렸던 것이다.

그나마 몸빵이 되는 용암 골렘 단 한 놈만이 이 광역 공격에서 살아남아, 처량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헐…… HP가 많은 몬스터들도 이 모양인데, 상대적으로 피가 적을 일반 유저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이야?”

물론 유저들은 공격을 보고 피할 회피기도 있고, 방어 스킬이라든지 회복 스킬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광역 스킬의 쿨타임은 놀랍게도 15초밖에 안 됐다.

아직 돌아가고 있는 심판의 전진 쿨타임보다 영광의 검 쿨타임이 더 빨리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전율마저 살짝 느껴질 정도였다.

‘이, 이걸…… 뭉쳐 있는 유저들 한복판에다가 쓴다면?’

잠시 벙쪘지만, 지금도 소환 시간이 흐르고 있기에 계속 잡생각이나 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마저 광휘의 방패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서둘러 주변에 있는 불꽃 도마뱀들을 평타로 한 대씩 치거나 혹은 다가가서 어그로를 끌었다.

그렇게 금세 열댓 마리가 모이자, 나는 제자리에 서서 놈들이 쏘아대는 원거리 화염 브레스 공격들을 가만히 맞고만 있어 봤다.

[광휘의 방패!]

이번에도 스킬명을 외치자 스킬이 발동됐고, 이름 때문에 방패가 생길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백색의 쉴드가 온몸을 감쌌다.

[광휘의 방패가 1,324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광휘의 방패가 1,256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퍼펑! 펑, 펑!

도마뱀들로부터 쉴 새 없이 날아오는 화염들은, 내 광휘의 방패와 부딪치자 단 1의 HP도 깍지 못한 채 펑펑 터지며 사라졌다.

쿨타임인 30초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맞고만 있어 봤는데, 놀랍게도 이 마법 보호막은 절반도 닳지 않았다.

아무리 타이탄의 현 스펙과 대비해서 이곳 몬스터들이 약한 수준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지는 수준의 방어력이었다.

“스킬들이 하나같이 전부 다 쩔어……. 타이탄이라면 이게 당연한 거냐, 아니면 내가 탄 이놈만 이런 거냐? 이 정도 수준이라면 랭커들도 가기 힘든 고레벨 사냥터에서, 몰이 사냥으로 순식간에 폭업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겠어!”

소환 시간이 짧아 저레벨 구간에서 레벨업 용도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최대한 고효율로 이용할 방법을 구상해 본다면, 역대급의 폭렙업이 불가능해 보이지만도 않았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도중.

갑자기 뒤편에서 낯선 유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이거 필드 보스 몹인가? 여기에 이런 것도 있었어?”

“같은 몹들한테 공격당하는 보스 몹이 있다고? 뭔가 새로 나온 건가?”

거대한 체고뿐만 아니라, 수십 마리의 불꽃 도마뱀으로부터 원거리 화염 공격을 받고 있던 모습이 아무래도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사냥 중이던 유저가 전혀 없진 않았는지, 어느샌가 3인 파티 하나가 다가와 있었다.

‘실수했네……. 사람들 눈에 안 뜨이려고 이곳으로 온 거였는데, 신나서 이것저것 써 보다 보니…….’

보아하니 사냥하다 위험해지면 마을 입구로 도망가면 되었기에, 오히려 마을 근처에서 주로 사냥하는 파티인 듯싶었다.

“이름이…… 멸절의 빛 루이투스? 이거 혹시 그거 아니냐? 타이탄?”

“타이탄은 무슨 타이탄이야? 이런 곳에 아직 공개도 안 된 타이탄이 뜬금없이 왜 나타나는데?”

“너 어제 TV랑 인터넷도 안 봤어? 어제 다리우스가 신검 뽑자마자 타이탄 시스템이 개방됐었잖아! 그래서 신검에 타이탄 소환 옵션이 붙어있을지 모른다고 유저들 사이에서 얼마나 이슈였는데!”

“뭐야? 그럼 네 말은 저게 신검으로 소환한 타이탄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저 안에……?”

파티 창을 두고 굳이 입으로 대화했기에, 다가온 3인이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근데 얘네 뭐냐? 뭐가 이리 예리해? 확실히 고레벨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최상위권 유저다 이건가?’

타이탄을 타고 있는 내 아이디는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도, 내가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챈 듯싶었다.

그렇게 잠시 조용한가 싶더니 역시나 기사와 마법사, 궁수로 이루어진 3인 파티는 동시에 날 에워싸며 선공을 날렸다.

“파이어 레인!”

“차징 샷!”

[광휘의 방패가 865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원샷쓰리버드로부터 725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화르륵! 핑!

그런 놈들의 공격은 간지럽지도 않은 수준이었으나, 그렇다고 가만히 맞고만 있을 순 없기에 경고했다.

“님들! 제가 지금 불꽃 도마뱀한테 다굴 맞고 있다고 절 뒤치기하는 거 같은데요. 당장 공격 멈추지 않으시면, 저도 가만히는 안 있습니다?”

“입 다물어! 너 매그넘03 맞지? 로또가 눈앞에 있는데 그냥 지나칠 사람이 어딨냐? 죽어라!!”

“민찬아! 등 뒤로 올라타서 칼로 찍어!! 덩치가 큰 놈이니까 그러면 반격하기가 어려울 거야! 매그넘03은 250렙도 안 된다니까 별거 없어!”

“그래! 오늘 신검 한번 먹어 보자!”

신속하게 삼면으로 에워싼 채 화살과 마법 공격을 연속해서 날리는 녀석들.

심지어 전사 캐릭은 이리저리 무빙하며 내 뒤꿈치만 공격하고 있었다.

‘애쓴다 애써. 원래 나보다 높은 레벨이니까 여기서 사냥 중이었을 텐데……. 그나저나 생각에도 없는 PK를 하게 생겼네.’

소환이 해제되기까지는 아직 2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날 공격하는 3명의 아이디 옆에는 두 자루의 칼이 교차된 ‘정당방위’ 표식이 떠 있었다.

섣불리 PK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전부 다 죽여 버려도 페널티가 없는데 굳이 살려줄 필요도 없었다.

“그냥 얌전히 사냥이나 하시지. 결국, 후회할 짓을 사서 하시네요!”

[영광의 검!]

몇 발자국 움직여 캐스팅 중이던 마법사에게 광역 스킬을 사용하자, 놈은 어이없게도 단 한 방 만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많이 흥분했는지 미리 쉴드조차 둘러두지 않은 탓이었다.

“뭐, 뭐야! 이게 말이 돼!”

“그러게 겁도 없이 왜 먼저 건드리셨어요? 타이탄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면서!”

황당해하는 기사를 향해 뒤돌아 검을 휘두르니, 기사 녀석도 윽윽 대며 허둥대다가 고작 네 방 만에 죽어 나자빠졌다.

놈의 키보다도 거대한 검이 휘둘러지자, 생각보다 피하기가 쉽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한데 마법사를 죽였을 때와는 뭔가 다른 것이 한가지 있었다.

[+9 철사자 기사단의 양손검(레어)을 획득했습니다.]

“뭐, 뭐야? 대박이잖아!”

녀석이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템, 그것도 가장 비싼 ‘무기’를 드랍한 것이다.

타이탄의 스펙만 확인하러 왔다가 뜬금없이 PK를 하게 됐다.

한데 그것도 모자라 아이템까지 먹게 되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동안 솔플러로 살아왔기에 그렇게나 어려웠던 PK가, 쉬워도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이거…… 어쩌면 타이탄 PK로 돈벌이만 해도 엄청나겠는데……?’

일단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어느새 쿨타임이 채워진 심판의 전진을 혼자 도망가고 있는 궁수를 향해 사용했다.

“크억! 뭐, 뭐야?”

50미터라는 제법 먼 거리를, 순식간에 돌격해서 넉백시켜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평타 한대를 연달아 먹이니, 궁수는 바로 잿빛으로 산화해 버렸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드랍 아이템은 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웃긴 일이었다.

“맞다. 이거 사냥 중에 뒤치기 당한 거였지……? 거기다가 1대 3의 PK 상황이었잖아.”

아무리 마을 근처라도, 타이탄을 타지 않고 있었다면 살아남기 힘들 상황이었다.

한데 거의 전무한 피해로 혼자 전멸시켰다.

나는 아직까지 공격 중이던 불꽃 도마뱀들을 모아서, 영광의 검 스킬로 한 방으로 잡아버리고는 서둘러 마을로 돌아왔다.

[매그넘03: 현중아, 나 PK하는 거 전부 봤냐? 원샷 원킬... 순식간에 +9짜리 레어 무기까지 먹어버렸다ㄷㄷ]

[축복받은얼굴: 뭐야? 먹은 게 9레어템이었냐? 캬! 오지긴 진짜 오지구나ㅋㅋ 아무튼 일단 이동부터 해! 죽은 놈들이 아는 사람들 죄다 불러서 여기로 올지도 모르니깐]

[매그넘03: ㅇㅋㅇㅋ 그럼 난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간다!]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루이투스의 소환을 해제한 나는, 바로 은신을 쓰고 공간이동 술사를 통해 이바슈 성으로 이동했다.

‘타이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쩔어……. 이정도면 정말 엔드 콘텐츠라고 불리고도 남을 만하다. 이런 놈이면 유저들끼리 서로 기를 쓰고 뺏으려고, 충분히 몇 년간은 지지고 볶겠어!’

[매그넘03: 현중아, 그나저나 어땠냐? 타이탄을 직접 구경한 소감이?]

[축복받은얼굴: 넌 인마,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하든가 했을 거다. 타이탄을 보고 나니, 이건 뭐 신검을 100억에 팔아도 손해 같은데? 제대로만 쓰면 무조건 뽕 뽑고도 남겠어!]

[매그넘03: 그렇지? 나도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한번 써 보니깐 답이 나온다. 이제 타연은 곧 내가 접수한다. ㅇㅈ?]

[축복받은얼굴: ㅈㄹ하네ㅋㅋㅋ 타연이 그리 만만한 겜은 아냐 짜식아. 실수 한 번만 해도 바로 100억이 날아가는 거고 말야. 아무튼 지환아, 이제 너 뭐 할 거냐? 그 타이탄으로 말야?]

물론 녀석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한 번이라도 삐끗하게 된다면, 이 죽여주는 아이템과 행운은 영영 내 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그렇다고 죽을 것이 두려워 이걸 창고에만 묵히며 썩힐 순 없었다.

신검을 쓰기로 결심한 이상, 난 모두에게 이 신검을 미친 듯이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아내고 말 작정이었다.

[매그넘03: 얀마, 죽여 주는 슈퍼카를 뽑았으면 다음에 뭘 해야겠냐? 남자라면 풀악셀 한 번쯤은 밟아줘야 하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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