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일인 공성전 (4)
콰쾅!
나는 밑에 있던 태성 길드원을 검으로 내려찍으며 지상에 착지했다.
“저 자식이 정말 겁도 없이 뛰어내렸네?”
“아무리 주절대 봤자, 너 같은 놈 하나가 우리 태성한테 뭘 어쩔 수 있다는 건데!”
하지만 태성 길드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오히려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알아서 죽어주러 온다는데 마다할 일은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내게 남아 있는 소환 시간은 이제 2분 30초 남짓.
그중 넉넉잡아 1분 정도는, 외성 마을로 돌아가는 데 사용해야 했다.
또한 피 관리도 해야 했으니 저런 놈들에게 발이 묶이는 건 시간 낭비였다.
“잡놈들은 꺼지시고!”
나는 달려오는 놈들을 무시한 채, 오벨리스크 안쪽에 자리 잡은 궁수단을 향해 뛰어갔다.
일단은 원래 계획대로 원거리 부대부터 공격하는 게 안전했다.
타이탄의 몸빵이 아무리 괴물 같다고는 해도, 원거리 공격들이 누적되면 또 몰랐다.
‘거기다 같은 시간이라면, 원딜러들을 잡는 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말이지!’
마치 양 떼 사이에 뛰어든 늑대와 같은 심정으로 주위를 훑어봤다.
오벨리스크가 있는 가장 안쪽에는 힐과 버프를 주는 힐러단 부대가 둥글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앞쪽으로 원딜러들인 마법사단과 궁수단이 위치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앞 최전방에는 탱커를 맡은 근접 전사들이 쭉 바리케이드를 쳐서 안쪽을 보호했다.
나는 그 바리케이드 중 주성 건물과 가장 가까운 북쪽을 향해 뛰어갔고, 바로 앞까지 도착하자마자 궁수단을 타겟팅해서 쉴드와 함께 전진기를 사용했다.
[광휘의 방패!]
백색의 장막이 다시 한번 타이탄의 몸체를 감쌌고,
[심판의 전진!]
콰과과광!
두껍게 쌓여 있던 견고한 인(人)의 장막을,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이동했다.
쿠궁, 쿵, 쿵, 쿵!
뒤를 돌아보니 내 이동 궤적에 걸쳐 있던 태성 측 유저들 수십 명이, 죄다 넉백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건 또 뭔 스킬이야!”
“말도 안 돼!”
타이탄!
이 규격 외 병기의 등장과 함께, 모든 이의 머릿속에 기존의 공성전 전략들은 이제 송두리째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나는 목표로 했던 궁수단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검을 휘두르면서 평캔 공격을 시전했다.
녀석들이 나를 타겟팅하지 못하고 반격할 생각도 못 하도록, 끊임없는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나 마찬가지였다.
[영광의 검!]
영광의 검은 전방 10미터에 공격력의 350%의 피해를 주는 광역기.
단언컨대 이렇게 유저들이 똘똘 뭉쳐 있는 진형 한복판에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이 스킬을 가장 잘 써먹는 방법인 게 분명했다.
퍼퍼퍼펑!
수많은 쉴드들이 유저들의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대로 다 터져나가며 여기저기서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쓰러져 나갔다.
나는 쏟아지는 원거리 공격들을 무시한 채, 한 치의 동선 낭비도 없이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8 이베르탄 성기사단의 장궁(레어)를 획득했습니다.]
[마을 귀환 주문서(12)를 획득했습니다.]
[+9 베비스 공방의 민첩 반지(레어)를 획득했습니다.]
[+5 칼날 바람 아스메데의 얼음 스태프(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는 횟수만큼, 내 인벤토리 안으로는 아이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쳤구나! 정말 제대로 미쳤어!’
획득 로그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가느라 무슨 아이템을 먹었는지 확인조차 못 할 정도였다.
이럴 걸 예상하고 최대한 인벤토리를 가볍게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인벤토리의 무게 게이지가 절반 넘게 차버렸다.
‘원딜러는 대충 잡았으니…… 이제부터는 힐러단이다!’
북쪽에 위치한 궁수단이 순식간에 괴멸할 정도로 초토화되자, 주변이 한순간 공터로 변해 버렸다.
나는 그 비어져 버린 공간을 메꾸며 다가오는 탱커단을 뒤로하고, 더 안쪽인 오벨리스크 앞에 자리 잡은 힐러단 쪽으로 향했다.
“야, 이 미친놈아! 이게 무슨 깽판이야!”
“미친 일루전! 이따위로 밸런스를 파괴하는 유닛을 만들면 어떡해!”
“죽더라도 진형은 유지해! 이러다간 전방도 무너진다!! 타이탄도 타이탄이지만, 연합들로부터 오벨리스크는 보호해야지!”
무릎 어림 높이에서 악을 지르며 소리치는 태성 놈들의 모습을 보니 뭐랄까?
흡사 갓 태어난 강아지 무리가 나를 감싸고 짖고 있는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귀여운 강아지들 사이에서 늑대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쏜살같이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일도양단이었다.
[차징!]
“이 건방진 도둑놈 새끼! 신검을 훔친 것도 모자라 공성전까지 깽판을 놔? 네가 도대체 우리 길드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쳤는지 알아?”
내 검의 리치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녀석은 차징으로 순식간에 내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며 왼발 뒤꿈치를 공격했다.
그리고는 발밑에서 계속 좌우로 움직이며,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가며 공격했다.
‘어쭈, 요놈 봐라? 그래도 랭커는 랭커다, 이거지?’
타이탄의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지만, 덩치가 컸기에 방향 전환이 다소 느릴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그새 그걸 파악하고는, 내 발밑에서 계속 뒤를 잡은 상태로 무빙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게 누가 그따위로 살래? 먼저 남의 것을 뺏으려 했다면, 네 것도 뺏길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명심했어야지!”
“닥쳐! 이 건방진 허접 새끼야! 어쩌다 운 좋게 먹자 해서 타이탄을 타고 있다 보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지?”
“하하! 허접이 정말 누구일지는, 어디 지금 한번 확인해볼까?”
순간 움찔하는 일도양단.
하지만 나는 꺼낸 말과 다르게, 녀석을 무시한 채로 옆에 있는 힐러단을 향해 이동했다.
녀석에게 광역기를 사용해 봤자 발밑인지라 무빙으로 피해버릴 것이고, 평타 공격을 해 봤자 뛰어난 방어력과 서포터들의 힐 때문에 죽이는 건 힘들어 보였다.
녀석도 그 사실을 짐작했기에, 시간을 끌기 위해 겁도 없이 달려든 것일 테고 말이다.
그러니 내가 녀석의 장단에 놀아나 시간 낭비를 할 이유는 없었다.
쉭! 영광의 검!
잠깐 안심하며 뭉쳐 있던 힐러단은 내 광역기의 범위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쉴드들을 무시한 채 계속 검을 휘두르니, 곧 힐러들이 하나둘씩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 개자식! 힐러 잡지 말고 나와 상대하자! 나를 잡아보라고!”
“내가 왜? 싫은데?”
이런 수성 측 진형은 전방의 바리케이드의 역할이 중요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오벨리스크 앞에 위치한 힐러단의 생존이 가장 중요했다.
힐러가 죽어 나가면, 버티기만 해도 이기는 수성 측 길드의 전투 지속력이 급격하게 다운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장 안쪽에 있는 힐러들이 죽게 된다면, 부활하더라도 이 치열한 전장을 뚫고 다시 오벨리스크 앞까지 올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즉, 힐러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수성 측 진형은 점차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런 양상이 전개된다면 당연히 수성은 실패할 수도 있었다.
“이 개자식!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나중에 후회할 짓 하지 말고 그만 공격해!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니라면!”
일도양단은 다년간의 공성 경험으로 그런 사실을 짐작했기에, 이리도 발광하고 있는 것이었다.
녀석한테는 내가 신검을 먹은 것도 모자라 태성의 주요 성까지 뺏기게 만들지 모르는,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라고? 그러게 괜히 잠자고 있던 사자의 코털을 누가 건들라고 했어? 이미 신검을 쓰기로 결심한 이상…… 나도 타연에 하나뿐인 인생을 걸었다고!’
비록 너희에게는 내가 사자는커녕 고양이만도 못해 보였겠지만, 신검을 줍게 된 후부터 모든 것은 변해 버렸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렇게 신봉하던 약육강식의 논리로 똑같이 당해볼 차례였다.
쾅! 영광의 검!
쿨타임 15초라는 사기적인 수준의 광역스킬.
워낙 빠르게 돌아온 광역기 덕분에, 이번 공격에는 십수 명의 힐러들이 잿빛으로 산화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대략 눈에 보이는 힐러들의 1/3은 잡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만! 제발 그만해! 번스타인 성을 뺏기게 되면 난 형님한테 죽어. 맞아 죽는다고, 이 개자식아!”
이만하면 힐러를 더 잡지 않아도, 수성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한창 적대 길드들과 교전 중이던 태성의 후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더불어 루이투스의 소환 시간도 다 끝나 갔기에, 그만 물러나는 편이 좋아 보였다.
물론 곁에서 계속 앵앵대던 모기 한 마리를, 굳이 살려두고 떠날 필요까지는 없었다.
나는 줄곧 내 발밑에서 공격하고 있던 일도양단을 향해 불시에 검을 휘둘렀다.
“오냐. 소원대로 이제 너도 좀 공격해 주마!”
[심판의 전진!]
그리고 공격이 적중되는 순간!
오직 일도양단 단 한 명만을 위해, 쿨타임이 돌아온 심판의 전진을 사용했다.
녀석의 까다로운 무빙을 봉쇄하기 위한, 오직 ‘넉백’ 효과 하나만을 위한 공격이었다.
쿵!
녀석은 계속 힐러만 잡아대던 내가 갑자기 돌변해서 공격하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쾅! 영광의 검!
그렇게 넉백당한 녀석의 위로 칼을 찍으며, 영광의 검으로 평캔을 섞어 넣었다.
“그러게 원체 적당히 입을 털었어야지! 내가 누군지 알아보고도 왜 계속 개겼어? 어찌나 내 발밑을 계속 긁어대니 도무지 그냥 갈 수가 없잖아!”
쾅! 쾅! 쾅!
근처의 힐러는 대부분 잡히거나 나를 피해 도망치던 중이라, 갑자기 쓰러진 녀석에게 어떠한 힐도 들어오지 않았다.
녀석은 놀랍게도 넉백 동안 계속됐던 평타 공격을 버티고 일어나 도망쳤으나, 불행하게도 타이탄의 보폭과 사거리는 무척이나 길었다.
“그만! 그만해! 이러다 나 죽는다!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냐고!”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레퍼토린데?
“이럴 땐 뭐라고 하는 거였더라? 그건 네 건방진 입한테 물어보시든가, 이거였나? 하하!”
도망가는 일도양단의 뒤통수에 검을 네다섯 차례 더 휘두르자, 결국 녀석은 잿빛으로 산화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녀석이 내게 말했던 ‘황금 고블린’이라는 표현이 갑자기 생각났다.
일도양단이 말 그대로, 보물을 떨구고 사라졌던 것이다.
[+4 사자왕 번스타인의 미스릴 장검(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레전더리 무기!
현존하는 가장 비싼 아이템 중의 하나를 녀석이 드랍해버렸다.
“하하! 하하하!”
유저들이 지켜보고, 어디선가 방송 카메라가 날 찍는 중이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순간보다 더 통쾌했던 적은, 맹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난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전장을 이탈해 내성 마을을 향해 뛰어갔다.
내 활약을 지켜본 딜러들은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수성 측이 점차 무너지며 공성의 성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나를 추격해오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이제 곧. 20초…… 15초…… 10초!’
그렇게 자잘하게 들어오는 공격들을 무시한 채, 정신없이 외성 마을의 안전지대 안에 도착하자마자였다.
지이잉!
소환될 때와 같은 소리와 함께 루이투스의 소환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난, 마을 입구에 몰려있던 유저들 한복판으로 내려왔다.
“와! 매그넘03이다! 여기 매그넘03이 있어!”
“개쩔어! 타이탄 소환 해제되는 거 봤어? 가까이서 보니깐 졸라 멋있다!”
“님! 매그넘03님! 님 덕분에 태성군 진형이 다 무너졌어요! 완전 대박! 감사합니다!!”
부활해서 내성을 향하던 유저들까지, 루이투스에서 빠져나온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님! 아까 선포하는 거 다 봤어요! 누가 뭐래도 전 그 심정 이해 갑니다. 태성 놈들이 워낙에 개매너로 게임 해 왔는데, 그동안 당한 사람이 한둘이겠어요? 정말 잘하셨어요!”
“맞아요! 잘했습니다!! 저도 매그넘 님을 지지합니다!”
‘응?’
이건 의외의 반응이었다.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명분을 밝힌 것이었지, 굳이 날 지지해달라고 아군을 만들고자 했던 행동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고맙습니다. 걱정이 많고 겁도 났지만, 여러분들을 보니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어느새 나를 둘러싼 수백 명의 유저들을 향해 말했다.
사실 똑같이 시작한 게임에서, 유독 태성이 가장 압도적인 길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길드가 잘 나가기 시작하고 성을 하나둘씩 먹어 나라까지 건국하는 과정에서, 소위 말해 유저들의 ‘민심’을 잃을만한 플레이를 많이 해왔던 것이다.
사냥터의 독식, 무분별한 척살 행위, 비즈니스적인 길드 내의 계급 체계, 종속적인 타 길드와의 동맹 관계 등등.
좋게 말해 게임 속에서 자신들만의 룰을 잘 만든 것이지, 현실로 치자면 조폭이나 다름없는 플레이를 해온 것이 바로 태성 길드였다.
그러다 보니 유저들 중에는 쌓였던 불만이 터지기 직전인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있었고, 그것이 내 노림수이기도 했다.
한데 내가 벌써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핀 모양이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태성을 무너뜨려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그래도 막상 이렇게 지지한다는 응원을 실제로 접하게 되자, 나도 모르게 격앙되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렇게 난 환호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번스타인 성을 떠났다.
* * *
[모든 공성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유저들이 드문 이바슈 성으로 이동해 오자, 곧 이달의 공성전이 끝났다는 알림 창이 떴다.
예상대로 번스타인 성은 수성에 실패해서 올림푸스 길드의 소유가 되었다.
‘역시 올림푸스가 먹었구나. 대단하구나 제독…… 길드를 이렇게까지나 성장시킬 줄은 상상도 못 했었는데.’
번스타인 성을 차지한 뒤, 단 한 번도 뺏기지 않았던 태성으로서는 뼈아픈 손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지금의 난, 인벤토리 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아이템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무려 레전더리 2개와 유니크 6개.
거기다가 고강화 레어템만도 20개가 넘게 들어앉아 있었다.
공성전 드랍 확률을 80% 줄여놓았다는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뭐냐 이건? 아무리 홍당무와 일도양단이 머더러였다곤 해도, 이게 말이 돼? 아무튼 대박이 터져도 초대박이 터졌구나! 오늘부터 난 부자다! 으하하하!”
타연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주워본다는 고강화 레어템.
나는 3년 동안 그런 템도 한번 못 먹어봤던 주제에, 4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그 몇백 배가 넘는 템들을 득템해 버렸다.
그것도 내가 직접 손수 잡아서!
사람 팔자란 게 이렇게나 급변할 수 있는 거구나란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는 와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엊그제와 똑같은 게임사의 임시 점검 알림창이 떴다.
[잠시 후, 게임의 업데이트를 위해 긴급 임시 점검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모두 안전한 곳에서 로그아웃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공성전 때부터 줄곧 흥분했던 상태라 상당히 피곤했기에, 나는 기분 좋게 로그아웃했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음은 업데이트 로그 사항을 읽어보는 순간 씁쓸하게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구나 일루전……. 한 번만 더 해보게 좀만 늦게 너프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오직 나 한 명을 저격하기 위해 이루어진 임시 점검.
유저들이 타이탄에게 PK를 당해 죽게 되면, 더 이상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이번 업데이트의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