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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22화 (22/350)

22화 스탯 리빌딩 (2)

풍덩!

드디어 마지막 입수를 끝으로 이 지겨운 바다와 안녕을 고했다.

50레벨에 아이디를 변경하고는, 죽는 데 조금이라도 시간이 덜 걸리는 뤼젠 항구로 이동해서 익사로 바꿔서 진행했다.

그 결과, 나는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10레벨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와, 내 생에 두 번 다시는 못 할 짓이었다. 나만큼 렙따를 많이 한 사람은 아마 타연에 없을 거야.”

보통 레벨 다운은 아무리 높아도 100레벨 근방에서나 하지, 그 이상은 너무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대부분 지우고 새로 키우는 편이었다.

그러니 나만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거라는 말은,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어쨌든 나는 신전에서 부활하자마자 뤼젠 항구의 거래소로 향하며 상태창을 살펴봤다.

[산드로(도둑) Lv. 10]

* HP: 890/890 * MP: 810/810

* 근력: 41 * 체력: 70 * 민첩: 62 * 지력: 22 * 마력: 62

* 공통 스킬: 연속 베기

* 고유 스킬: 그림자 밟기, 덫 설치, 약점 포착, 집중 회피, 은밀한 일격, 은신, 재빠른 몸놀림

상태창에는 대망의 레벨 10이라는 감격스러운 숫자와 함께, 10레벨로는 보기 힘든 높은 스탯과 스킬들이 적혀 있었다.

1레벨의 시작 스탯은 모두 10부터 출발한다.

유저들은 거기에 레벨업마다 주어지는 3개의 자유 스탯과 5레벨업마다 주어지는 올 스탯 +1의 조합으로, 자신이 원하는 캐릭을 완성해 나갔다.

HP와 MP 또한 1레벨업 당 각각 10 포인트씩 자동으로 올라갔는데, 체력과 마력 스탯을 통해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232레벨까지 키우며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던 120개의 스탯. 그리고 새로 얻은 업적 효과 덕분에 10레벨 치고는 수치가 상당히 높아!”

일단 당장 쓸 수 있는 스킬은 내가 예전에 10레벨까지 찍었던 2성 연속 베기만 가능했다.

하지만 레벨 다운에도 전직했던 것은 취소되지 않았기에, 고유 스킬들은 회색빛의 사용 불가 상태로 스킬 목록에 남아 있었다.

“오! 어젯밤에 제법 많이 팔렸잖아?”

20개쯤 올려 뒀던 레어템은 진작 다 팔려나갔고, 유니크 템도 4개나 팔려나가 이제 단 2개만 남아 있었다.

레전더리 반지는 아직 판매되지 않았지만, 입찰 들어온 가격만 봐도 벌써 120만 골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판매하는 템이지만 그래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네. 게임 속 반지 하나에 1억이 넘는 금액을 입찰했다니? 현실 속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그 금액이면,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어쨌든 비싸게 팔릴수록 좋은 일이었다.

들어올 돈도 돈이지만, 내가 인생을 건 타연이 그만큼 돈이 되고 핫한 게임이라는 반증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그건 나중 일이고……. 어디 이번엔 매물이 떴나 검색해볼까?’

내가 지금 거래소에 찾아온 첫 번째 이유.

당장 레벨업에 쓸 +10 강화 검을 다시 한번 검색해봤다.

“오예! 드디어 매물이 떴구나! 좋아, 즉시 구매!”

매물이 판매되어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10레벨부터 쓰게 될 아이템을 구매했다.

초반 레벨업 용으로 좋은 템들의 매물은 넘치도록 많았기에, 가격에 상관없이 전부 다 구매했는데 검만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구하려는 무기가 특정 사냥터에서 워낙 효과적인 편이라 매물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딱 알맞게 누군가 새롭게 판매 등록한 모양이었다.

[+10 이베루탄 성기사단의 장검(레어)을 24,950골드에 구매했습니다.]

“와, 강지환 인생이 피긴 폈구나! 10레벨 주제에 10레어 장검을 들다니!”

지금 레벨에 사용하기에는 분에 넘치도록 비싼 아이템이었으나, 전혀 아깝지 않았다.

좋은 장비로 중레벨 대까지 빠르게 잘 키우면서 쓴 다음에는, 다시 고스란히 거래소에 팔면 됐으니 말이다.

그렇게 다 쓰고 팔고 나면, 나로서는 판매 수수료 10% 정도밖에 손해볼 게 없었다.

“이게 바로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렌탈 같은 거지. 레벨업에 최적화된 아이템을 잠시 빌려 쓰는 값으로 10% 비용이면 껌값 아니겠어?”

물론 껌값치곤 비쌌지만, 이놈의 짠돌이 성격을 억지로라도 고치려는 중이었기에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이 레벨이 되도록 한 번도 차보지 못했던 +10 레어 풀템으로 전부 맞추는 것을 끝으로, 다시 레벨업을 시작할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 * *

창고에 들러 이미 사 두었던 풀템을 착용하고 장비창을 보자, 도무지 10레벨이라고는 볼 수 없는 화려한 스펙이 완성되어 있었다.

<+10 이베루탄 성기사단의 장검(레어, 한 손 무기)>

<+10 흉폭한 오크족 투사의 투구(레어, 투구)>

<+10 눈보라 에티의 가죽 조끼(레어, 흉갑)>

<+10 눈보라 에티의 가죽 하의(레어, 하의)>

<+10 눈보라 에티의 가죽 견갑(레어, 견갑)>

<+10 근위병의 건틀릿(레어, 장갑)>

<+10 요정족 바람 장화(레어, 신발)>

<+10 요정족 바람 망토(레어, 망토)>

<+10 트롤의 생명 목걸이(레어, 목걸이)>

<+10 흉폭한 오크족 투사의 허리띠(레어, 허리띠)>

<+10 흉폭한 오크족 투사의 팔찌(레어, 팔찌)>

<+10 셀다린 공방의 체력 반지(레어, 반지)>

<+10 셀다린 공방의 체력 반지(레어, 반지)>

총 합쳐서 HP 2100과 MP 850 증가를 비롯한, 180 포인트의 스탯 추가.

거기에 5백이 넘어가는 공격력과 1천에 가까운 물리 방어력까지……!

무슨 10레벨짜리가 웬만한 100레벨 중반대의 유저들을 스펙을 상회하고 있었다.

“와! 진짜 풀 10강화로 맞추니깐 미친 스펙이네! 이 피통이 도대체 10레벨에 말이 돼? 현질러들은 타연이 아니라 완전 다른 겜을 하고 있었던 거였네!”

흙수저 유저로 하나씩 야금야금 아이템을 갖춰가며 캐릭을 키워 왔던 나로서는, 정말 생소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현질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였던 걸까?

자전거를 타다가 한순간 스포츠카로 바꿔 타게 된 것 같은, 바로 이 느낌 때문에?

나는 그렇게 장비를 착용하고 물약까지 세팅한 뒤, 드디어 사냥을 위해 초보자 존으로 이동했다.

[태초의 섬, 여명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슝!

유저들이 처음 캐릭을 만들면 접속하는 여러 스타팅 포인트 중 하나, 태초의 섬.

공간 이동해서 마을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뜬금없이 낯선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와, 방금 공간이동술사 통해서 오셨죠? 고수님, 50골드만 빌려주시면 안 되나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

“에효, 이곳은 그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외상을 빙자한 삥 뜯는 소리였다.

무시하고 떠나려던 나는, 구걸하던 유저의 아이디를 무심코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 아이디 뭐야? 매그넘09……? 벌써 내 아이디를 따라 만드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곳이 초보존이라 그런지, 새롭게 캐릭을 만드는 유저들 중에 날 따라 만드는 유저도 생긴 모양이었다.

극소수의 유저들만 겪는 일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님, 근데 그 아이디로 구걸하는 게 말이나 돼요? 디바인 템을 먹은 사람인데요?”

“매그넘 시리즈가 지금 몇 명인데 그런 소릴 해요? 아, 좀만 도와주세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

원래 그 아이디의 주인은,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항상 운이 없었다.

내가 삭제해버린 매그넘 아이디를 직접 눈으로 보고나니, 왠지 모를 연민이 솟구쳐 나답지 않게 100골드를 떨궈주었다.

“님, 운 좋네요. 돈 안 갚아도 되니깐 이걸로 물약 사서 렙업부터 하세요. 이 겜은 레벨이 받쳐줘야 나중에 득템도 할 수 있어요.”

“와우! 감사합니다! 정말 복 받으실 거예요!”

매그넘09의 구걸 성공을 지켜본 주변 초보들이 하나둘 다가오자, 나는 얼른 마을에서 빠져나왔다.

목표는 섬 남서부에 있는 고레벨 사냥터 ‘휴화산’ 지역이었다.

“내가 유명해지긴 했나 보구나. 아무튼, 신경 끄고 일단 이 섬에서 50레벨까지만 빠르게 키우자.”

일반적으로 필드 몬스터는 인스턴트 던전 안의 몬스터보다 경험치를 더욱 많이 줬다.

지역마다 미묘하게 달랐지만, 대략 40%에서 60% 정도 더 많이 준다는 것이 유저들이 내린 중론이었다.

인던은 타인의 몬스터 스틸이나 사냥 중 뒤치기, 아이템 드랍, 사망을 대신한 빈사(瀕死) 시스템 등을 통해 비교적 쾌적하게 레벨업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레벨업이 목적이라면, 아무래도 필드에서 자리 잡고 사냥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나 같은 경우는 광역 공격 스킬이나 마법이 없어, 필드 사냥의 꽃이라는 ‘몰이사냥’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 아이템들을 세팅한 이상, 이 섬에서의 사냥은 몰이사냥과 비교해도 크게 꿀릴 게 없었다.

“와, 저 사람 봐! 전 장비 풀 레어템인가 봐. 개쩐다!”

“현질 오질라게 하고 시작하나 보네. 돈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타연 하겠나!”

필드 곳곳에 자리 잡고 사냥 중이던 초보 유저들이, 이동 중이던 나를 보고는 여기저기서 수군댔다.

아무래도 초보 존인 이곳에서 풀 레어템 세팅은 흔히 볼 수 없는 장비.

강화 수치는 알 수 없겠지만, 척 봐도 돈 많은 유저가 현질로 게임을 시작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실수했네. 이러다 사냥하다가 혹시 뒤치기 들어오는 거 아냐? 지금 모습은 누가 봐도 돈 지랄로 도배한 탐스러운 먹잇감으로 보일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수도에 들러 외형 변경이라도 하고 올 걸 그랬나 싶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접었다.

어차피 외형이 어떻든 간에 내 사냥 모습을 잠깐이라도 지켜본다면, 좋은 장비들로 도배했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30렙 찍어서 그림자 밟기만 다시 쓸 수 있게 되면, 좀 안전해지겠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순 없는 일.

뒤치기가 무서워서 필드 사냥을 꺼린다는 것은, 타연에서 농담거리도 못 되는 말이었다.

죽는다고 무조건 장비를 드랍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유저들이 붐비는 마을 부근을 지나 휴화산 근처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눈앞에서 리스폰되는 ‘야생 멧돼지’ 한 마리와 맞부딪쳤다.

초보 존에서 제법 높은 편인 20레벨대의 몹이었다.

“어쭈? 감히 내 길을 막아?”

쉭! 쉭! 번쩍!

2대.

멧돼지에게 다가가 +10 이베르탄 장검으로 딱 2대를 치자마자, 녀석은 바로 고꾸라지며 사라져 버렸다.

선공을 맞은 녀석이 반격하려고 하려는 찰나에 2대째를 맞고 죽어버리니, 공격당할 틈도 없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솨아아아.

이 한 놈만으로 순식간에 11로 레벨업을 하고도 경험치 바가 1/3 가까이 차버렸다.

10레벨의 90%쯤에서 올랐으니 근 40%에 가까운 경험치를 야생 멧돼지 한 마리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크크, 이 맛에 풀템 맞추고 게임 시작하는 거구나! 20레벨은 넘어야 겨우 혼자 잡을 만한 야생 멧돼지를 딱 2대만으로 잡아버리네? 하하하!”

맨날 레벨 다운만 하다가 간만에 레벨업을 하니, 기분이 업됐다.

일단 이 한 마리는 이동 중에 시험 삼아 잡아본 거였으니, 다른 몹들을 무시하며 서둘러 산의 정상으로 올라갔다.

“오, 다행이다. 사냥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산의 정상은 넓은 분지형으로 움푹 팬 공터였는데, 공터 위에는 큼지막한 돌무더기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이 돌무더기들의 정체가 바로 내가 여기에 온 목적, ‘바위 골렘’들이었다.

휴화산은 섬의 가장 고레벨 지역이었고, 이 바위 골렘은 이곳 정상에 출몰하는 태초의 섬 최고 레벨의 몬스터였다.

그런 만큼, 이 바위 골렘들은 초보들이 솔로잉하기 버겁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일단 피통과 방어력이 다른 몹들보다 몇 배는 많았고, 속도는 느리지만 한 방 한 방의 공격력이 강력했다.

즉, 이곳은 초보들이 강제로 ‘파티 사냥’을 하도록 게임사가 유도해 둔 사냥터였다.

‘내가 렙업할 때만 해도 골렘 하나 리스폰 되면 여기저기서 공격 날리느라 난장판이었는데……. 이젠 추억이구나!’

출시 극초반에는 이곳이 온갖 유저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 있었다.

덕분에 파티는커녕, 수십 명의 유저들이 리스폰되는 바위 골렘을 한 대라도 더 쳐서 경험치를 먹으려는 막사냥이 주로 이루어졌다.

물론 나중에는 각 파티들이 한 곳에서 리스폰되는 바위 골렘들을 잡느라, 자리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양상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다 옛날 일.

신규 유저가 훨씬 줄어든 지금에 이르러서는, 파티 사냥하는 유저가 몇 명 없어 보일 정도로 한적하기만 했다.

거기에 이른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돌무더기들은 그야말로 발에 챌 만큼 리스폰되어 곳곳에 쌓여있었다.

“좋아, 바로 시작하자! 자, 스탠 덥!”

쾅, 쾅, 콰광!

바위 골렘은 이래 봬도 선공 몬스터.

내가 쌓여있는 돌무더기 중 하나에 다가가자, 바위들이 멋진 이펙트와 함께 뭉쳐 순식간에 3미터 크기의 바위 골렘으로 변해 버렸다.

초보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멋진 연출이지만, 나는 이미 초보 시절에 질리도록 봤던 터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한 대, 연속 베기! 두 대, 세대!”

놈이 완전히 합쳐지기 전까지는 비선공 몬스터나 마찬가지!

습관적으로 사용한 평타 캔슬과 연속 베기, 그리고 이어진 2대의 평타 공격이 들어갈 때쯤에야 드디어 녀석으로부터 첫 공격이 들어왔다.

부웅! 쾅!

[바위 골렘으로부터 175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자체 회피율과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면 실제로 피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대로 맞아버렸다.

괜히 무기뿐만 아니라 방어구까지 풀템으로 맞췄겠는가?

풀피 상태에서는 피할 시간에 한 대라도 더 치는 게 이득이었다.

우르르르-.

솨아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결국 난 풀 HP의 20%도 닳지 않은 채로 녀석을 쓰러뜨려 레벨업했다.

예전 11레벨의 매그넘03 시절에는, 감히 상상도 못 해봤던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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