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49화 (49/350)

49화 천인대전 (2)

“아싸! 당첨이구나!”

“이게 얼마만의 천인대전이냐! 3달 만에야 다시 여길 밟아 보는구나!”

“고작 3달 만이라고요? 저는 도전 1년 만에 처음 들어와 보는 걸요?”

천 명.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천 명이 들어가고도 좁아 보이지 않을 만큼, 콜로세움 경기장의 크기는 넉넉하고 여유로웠다.

“실버 티켓만 꾸준히 사도 1달에 한 번 정도는 참여 가능해요. 다른데 돈 낭비하지 말고 실버 티켓에 투자해 보세요. 운 좋게 10위 보상이라도 받으면 몇십 배는 더 버니까요.”

“네네 알겠습니다, 금수저 님. 아니 실버 티켓만 사니 은수저 님인 건가? 풋!”

“좋은 의도로 말해준 건데 삐딱선 타시네? 어디 전투 시작해도 계속 삐딱선일지 한번 두고 보죠!”

시작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그 짧은 시간에도 새로운 원한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콜로세움 안에 이런 호전적인 사람들만 들어온 건 아니었다.

낮은 입장 확률 때문에 아는 사람들끼리 만날 확률은 드물다.

한데 다들 한마음 한뜻인 것 마냥, 전투 시작 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대형(隊形)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다수가 소수를 둘러싸는 원형의 대형.

대상은 대형 길드의 1군 마크를 달거나, 나름 이름이 알려진 유저들이었다.

반면, 나 같은 경우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빠듯했지만 오늘 찾아오길 잘했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존재감 없다니? 크크!”

강철 장검 모양의 신검과 외형 변경 탓에 평범해 보이는 방어구.

거기에 누구도 본 적 없는 ‘산드로’라는 아이디 덕분에, 나를 경계하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내일 공성전이 끝나고 나면 타연에서 내가 누군지 모를 사람이 없어질 예정이기에, 급하게 이곳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

“님! 혹시 괜찮으시면 저와 잠시 동맹 맺으실래요? 같이 몇 명 모아서 구석에서 버텨보는 건 어때요?”

아무래도 초반을 견뎌내는 건 혼자보다 다수가 유리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도 손을 내미는 유저가 있었다.

‘남자는묵’이라는 아이디의 전사였다.

“죄송합니다. 도둑이라 그런지 혼자가 편할 것 같네요.”

“아, 네. 근데 어차피 은신 있어도 광역기가 난무하니 쓰나 마나일 텐데. 쌩초보가 아니라면 뭐,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죠!”

남자는묵은 천인대전에 참가해 본 경험이 여러 번이었는지, 두 번 묻지 않고 다른 유저를 찾아 떠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초반엔 급조 파티를 꾸린다라……. 과연 이게 천인대전의 암묵적인 룰(rule)이 맞구나.’

부정을 방지하고자 다른 유저들의 참관을 금하는 경기인지라, 넓은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다.

여러모로 특이한 천인대전만의 분위기.

이곳의 낯선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시작 시각이 다가왔다.

[제157회 ‘천인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단 1인이 남을 때까지 서로를 쓰러뜨려,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죽어라!”

“파이어볼!”

“윈드 샷!”

퍼퍼퍼펑!

시작 알림과 함께 모든 유저들의 아이디는 붉게 변했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스킬 효과음이 쏟아졌다.

내 근처에 있던 마법사에게도 무려 10명이 넘는 유저들의 공격이 집중됐다.

“크악! 이게 얼마만의 천인대전이었는데!”

태성의 길드 마크를 달고 있던 마법사.

누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 첫 번째 타겟으로 점찍어 둔 대상인 모양이었다.

‘직접 보니 진짜 아이러니하네. 고수일수록, 혹은 빽이 좋은 길드 소속일수록 이곳에선 더 불리하다니 말야…….’

나는 그들 사이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주변을 살펴봤다.

시작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경기장 안에 있던 유저들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한데 그런 유저들 사이에서 유달리 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콰르르- 번쩍!

화려한 장비와 강력한 스킬 효과가 돋보이는 몇 명이 마치 파티를 이룬 듯 모여 있었다.

그거야 다른 사람들도 급조 파티를 이루고 있으니 별다를 게 없었지만, 다른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놀랍게도 시작하자마자 쏟아진 불특정 다수의 다굴 공격에 당하기는커녕 반격까지 하고 있는지, 공격하던 유저들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던 것이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찌 된 상황인지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여, 여기 랭커 있어요! 다 같이 여기부터 총공격합시다!”

“이 사람들 전부 다 같은 길드예요! 어떻게 이렇게 모였지?”

“히야, 전부 골드 티켓으로 들어온 파티인 거야! 미친, 돈도 많다!”

이번 천인대전에 유독 많이 팔렸던 골드 티켓.

바로 그 구매 당사자들이었다.

‘어라? 근데 저 사람은?’

총 5명이 모두 ‘아틀란티스’의 길드 마크를 달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유저였다.

‘비상구’.

명문 아틀란티스의 부길마이자 궁수 랭킹 3위로, 유명한 거물이었다.

그가 쉴 새 없이 살을 날리면서 외쳤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오늘은 제가 작정하고 업적 먹으려고 찾아온 날이라,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후의 10인 안에만 들어도 보상은 좋으니까, 저희는 없다 생각하시고 다른 곳에서 전투하세요!”

랭커의 수는 많지 않은 반면, 천인대전은 한 달에 고작 4번밖에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랭커라 해도 1위를 하면 얻을 수 있는 업적을 전부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작년부터는, 오히려 랭커일수록 천인대전 업적을 얻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업적 하나를 갖는다는 것.

그건 때에 따라 몇 번의 레벨업을 한 것보다 더 나은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불쑥 참여한 랭커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눈앞의 비상구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파티를 짠 채로 제대로 각 잡고 참가한 모양이었다.

“크아악!”

뒤에서 다가서던 기사 하나가 미처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순삭당했다.

한 개 파티 수준에서 나온 일점사로는 보기 힘든 무시무시한 데미지!

다시 전방을 향해 몸을 돌린 비상구 일행이 또 한 번 소리쳤다.

“무모하게 욕심내지들 마세요! 괜히 저희 잡으려다가 아까운 입장 기회가 바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확실히 랭커급 파티답게 포스가 있었다.

난투극인 상황이니 명백히 자신들이 불리한 포지션인데, 오히려 주변을 봐주고 있다는 듯이 위협하고 있다니…….

각자 힘을 합쳐 비상구 일행부터 죽이고 시작하면, 모두에게 이득인 상황이란 걸 잠시 잊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바란 상황이 아니었다.

“에이! 저거 뻥카잖아요! 다들 원거리 스킬 하나씩은 있지 않아요? 그냥 원거리만 주야장천 날려서 쟤들부터 잡고 시작합시다. 보상이 열 명한테만 돌아가는데, 저쪽에서 다섯 명이나 가져가면 누구 코에 붙여요!”

“마, 맞아요! 뭐 하러 미련하게 달려듭니까! 그냥 원거리로 조집시다!!”

누군가 나 같은 유저가 나서주길 기다리기라도 한 것마냥, 선창을 외치자마자 호응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날리기 시작한 단검 투척을 시작으로, 비상구 일행에게 원거리 공격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힐러부터 점사 시작입니다!”

“윈드 커터!”

“파워 샷!”

혹시나 공격이 분산될 수 있으니 명확한 타겟 지시 또한 잊지 않았다.

“저, 저 자식이!”

아니, 다 된 밥이었는데 저 새낀 또 뭔데?

딱 그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비상구 일행.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 나를 보고 있기엔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순식간에 급박해졌다.

퍼퍼퍼퍼퍼펑!

흡사 콜로세움 안이 난투극이 아닌 레이드 현장이 돼 버린 것처럼, 하나둘씩 공격이 늘어나기 시작한 원거리 공격은 무려 오십 명 가까이까지 늘어났다.

잠시 버티다 뒤로 물러서던 비상구 일행 중 하나가, 결국 누적된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리타이어 당했다.

“아아아! 이게 뭔데! 골드 티켓을 5장이나 투자했는데 이게 무슨!”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죽어간 힐러.

그를 필두로, 비상구 일행은 금세 한 명만 남겨둔 채 차례로 죽어버렸다.

하지만 비상구는 과연 랭킹 3위다웠다.

가장 먼저 궁수의 고유 이동기인 ‘백스텝’을 사용해서 후방으로 벗어난 뒤, 침착히 백 무빙샷을 하며 한 명씩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나 그것도 원딜러들의 사정거리에서 잠시 벗어났기에 가능한 여유였다.

팀원들이 전멸하자 금세 타겟팅 차례가 돌아와, 결국 콜로세움 구석으로 몰리고 말았다.

“아, 진짜 이런 데서 공개할 생각은 없었는데!”

난 처음부터 쭉 비상구만 노리며 단검을 던지고 있었기에, 녀석의 신경질적인 혼잣말을 똑똑히 듣고 볼 수 있었다.

바로 다음 순간, 녀석이 무엇을 소환했는지.

슈웅.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허공에 마법진이 생성됐고, 그 안에서 날개 달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현재 가장 유명한 탑승용 펫, ‘그리폰’이었다.

“우와아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온 감탄사가, 서로 공명하며 울려 퍼졌다.

한데, 그도 그럴 만했다.

일반 말보다 더 큰 몸통과 거대한 날개.

최상위권 유저들 중에서도 오직 극소수만이 주인이 되는 행운을 차지한, ‘그리폰 라이더’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내일 공성전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하루 앞당기게 됐군요! 결국 이걸 꺼내게 만든 이상, 오늘 천인대전의 업적은 무조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우오오오!”

경기장 상공으로 날아오르는 비상구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는 유저까지 등장했다.

그렇게 비상구를 공격하던 유저들이 지붕 위로 올라간 닭 쳐다보듯 쳐다보다가, 하나둘씩 불현듯 현 상황을 깨닫게 되었다.

이곳은 여전히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는, 콜로세움 안이라는 사실을!

“차징!”

“방패 후려치기!”

사실 이런 난투극에 가장 적합한 클래스는, 뭐니 뭐니 해도 근접 전사 군이었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유난히 기사 특유의 스킬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그동안 비상구 일행을 다굴 놓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근접 탱딜러들이, 제각각 원딜러들을 공격하는 소리였다.

“뭘 그리 넋 놓고 있으시나!”

“차징!”

[마나 쉴드가 565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상태 이상 ‘넉백’에 저항합니다.]

팅!

내 앞에도 갑자기 전사 유저가 다가와 공격했다.

하지만 당연히 넘어질 줄 알았던 내가 제 자리에 미동도 하지 않고 버티자,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뭐, 뭐지? 당신 도둑 아니었어?”

“도둑 맞아요. 근데…… 역시나 결국 절 뒤치기할 분이셨군요?”

조금 전 함께 버텨보자고 제의했던 남자는묵이란 유저였다.

그의 뒤에서 2명의 전사가 함께 공격해 왔으나, 내 몸에는 마나 쉴드의 푸른 잔물결만 일렁일 뿐 어떠한 상태 이상도 먹히지 않았다.

“뭐, 뭐지? 이런 적은 처음인데……?”

“하하! 맞아요. 아마 이런 캐릭은 처음 보실 겁니다. 아무튼, 이제 참가자도 많이 준 것 같으니, 저도 잠깐 기분 좀 내볼까요?”

[재빠른 몸놀림!]

굳이 여러 개 할 것도 없이 ‘재림’ 버프 하나만 건 채 반격에 나섰다.

휘잉!

허공을 가르는 평범한 강철 장검.

하나 그 안에 담긴 공격력은, 운 좋게 브론즈 티켓으로 들어온 어중이떠중이들이 버텨낼 수준이 아니었다.

“컥!”

“뭐야! 데미지는 또 왜 이래!!”

평타 공격에 이어진 연속 베기, 그리고 쉬지 않고 몰아친 회전 베기까지!

평범한 유저였더라도 피가 뭉텅이로 빠질 연계기인데, 무려 신검으로 휘두른 공격이었다.

“난투극이면 난투극답게 홀로 싸우지, 패거리가 뭡니까? 그렇게 싸우다가 이렇게 한 명한테 깨지면 괜히 더 쪽팔리잖아요?”

“커, 컥! 당신 정체가 뭐야? 마쉴에 도둑 버프? 거기다 검은 왜 이렇게 아픈 건데?”

“궁금하시겠지만 내일이면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푹.

남자는묵을 끝으로, 총 4명을 순식간에 전멸시켰다.

그 직후 난, 누가 볼세라 곧바로 은신을 사용했다.

‘아직 절반이나 남았으니, 굳이 눈에 띌 필요는 없겠지?’

초반에는 곳곳에서 광역 스킬들이 터지기에, 은신을 썼다가 쿨타임만 낭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은신을 써도 안전할 것 같았기에, 괜히 힘 빼며 숫자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서로를 알아서 죽이고 있었으니.

(나: 현중아, 천인대전이 이렇게 지루한 거였냐?)

(축복받은얼굴: 뭐? 그게 뭔 소린데? 설마 너 지금 천인대전 참가 중이냐?)

(나: 어. 근데 이거 진짜 쉬운데? 그냥 은신하고 구석에만 있어도 알아서 최후 10인 안에 들 기세야.)

(축복받은얼굴: 야이 얍삽한 자식아. 너만 8성짜리라는 사기 은신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 거지ㅋㅋ 천인대전 중에 이렇게 여유롭게 귓말하는 놈이 또 있었을까 싶네ㅋㅋㅋ)

(나: 뭐가 됐든 업적 얻기 졸라 쉽구만 쉬워~ 앉아서 쉬다가 마지막 유저만 킬~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개꿀~)

경기장 한구석에서 현중이와 쓸데없는 귓속말을 하며,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 눈앞의 전투를 구경했다.

급조한 패거리로 여전히 한 명씩 죽이고 있는 파티.

나처럼 무리를 이루지 않고 혼자 발 빠르게 이동하며 전장을 휘젓는 단독 유저들.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치열한 일대일 결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그리폰 덕분에 혼자 공중에 유유히 떠 있는 비상구였다.

“파워 샷!”

푹! 펑! 푹! 지지직!

평타 화살을 날리다가 데미지가 뻥튀기되는 챠징 샷을 섞어 쏘는 그의 저격.

그 막강한 공격에 종이 몸들, 특히 이속이 느린 마법사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특히나 푸른 뇌전에 감싸인 화살.

다른 궁수들의 공격과 다른 그 모습 때문에, 마치 스킬 공격을 쿨타임도 없이 무한정 쏘아대는 것만 같았다.

‘저게 그 유명한 썬더 샷이구나. 레전더리 활에 패시브로 붙어있는 옵션!’

적중 시 일정 확률로 상태 이상 ‘감전’에 걸리기에, 일대일 최강자는 사실 비상구일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도록 만들어준 활.

‘고대 왕국의 썬더 볼트’를 착용한 비상구는,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간간히 뇌전을 쏘아대는 모습 때문에 간지가 넘쳐흘렀다.

[콜로세움에 어느덧 100인이 남겨졌습니다.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후회 없는 전투를 벌이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천인대전이 시작된 지 10여 분.

그 짧은 시간 동안 900명이 넘는 유저가 추방당했다.

비상구의 처음 목적은 본인 길드원들과 버티는 것이었는지 몰라도, 이제 그는 전장의 화신으로 돌변해 있었다.

물론 ‘업적’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겠지만, 이왕 그리폰 라이더란 사실이 밝혀진 이상 죽이면 죽일수록 포인트 할당도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도 원거리 공격에 종종 적중됐다.

하지만 집중 회피 스킬을 사용해서 한순간 집중된 원거리 포화를 버텨냈더니, 잡는 걸 포기했는지 공격이 금세 줄어들었다.

‘와……. 회피 스킬을 저렇게 잘 쓰는 사람은 처음 보네. 나도 집중 회피 연습 좀 해볼까?’

제법 잘 싸우던 태성의 어느 성기사도.

구석에 짱박힌 채 다가오는 적을 일점사하던 10인의 궁수단도.

심지어는 기사 랭킹 9위가 참가했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으나…….

모두 하나씩 리타이어 되었다.

서로를 죽이는 와중에서도, 갑자기 뒤에서 공격이 날아오는 ‘난투극’다운 결과였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 전부를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팔- 팔-! 팔성 은신이- 최고야!’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

도둑은 원래 이런 대규모 난투극에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상성인 전사와 기사들이 주력으로 참가하다 보니,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도망갈 곳도 없는 한정된 공간에 천명이나 몰려있으니, 5성 은신을 써도 금방 들킬 수밖에 없었다.

‘초반엔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않아서 멍 때리고…… 중간부터는 8성 은신으로 멍 때리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구나!’

내일 내 정체가 밝혀지게 되면, 앞으로 이 업적을 획득하기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비상구를 봤던 것과 같이, 모든 유저들이 시작하자마자 나부터 일점사로 죽이려 들 테니 말이다.

그건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버텨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공성전에 앞서 업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급하게 이 천인대전에 참가한 진짜 이유였다.

그리고 역시나, 내 생각대로 지금 이 타이밍에 천인대전을 찾아온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제 최후의 10인이 콜로세움에 남겨졌습니다.]

[이제 최후의 9인이 콜로세움에 남겨졌습니다.]

……………………

[마침내 최후의 2인만이 콜로세움에 남겨졌습니다.]

차츰 줄어드는 참가자를 알리던 알림창은, 마침내 피할 수 없는 마지막 결투를 알려왔다.

죽음의 번개로 무시무시한 활약을 벌인 랭커 궁수와,

종적을 찾아볼 수 없던 어느 무임승차 도둑의 대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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