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64화 (64/350)

64화 대도적의 부츠 (2)

타탓, 타다탓!

은신을 쓰지도 않은 채 내달리는 내 발걸음에, 어그로가 끌린 오크 투사들이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의미 없는 짓.

고개를 돌리는 수준을 넘어 쳐들어서 천장을 본다 한들, 놈들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개꿀이잖아. 이렇게 플레이하는 사람이 나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칼젠 성 땅굴 인던의 천장을 내달리며, 나는 다시금 이 대도 부츠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유저들과는 달리 일반 몹들 중에는, 아무리 고등급의 은신 스킬이더라도 감지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을 가진 녀석이 섞여 있었다.

이런 인던에도 꼭 하나씩 껴 있는 일명 ‘감지 몹’들 때문에, 은신인 채로 보스룸까지 직행하는 일은 사실상 시스템적으로 막혀 있었다.

하지만 대도 부츠의 벽 타기 옵션.

이걸 갖게 된 이상, 이제는 아무리 은신을 감지하는 몹이 있다 하더라도 상관이 없게 되었다.

어그로가 끌려도 때리질 못하니, 한참을 쫓아오다가도 결국 어그로가 풀려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착!

보스 룸의 천장에서 쫓아온 오크들의 어그로가 풀리길 잠시 기다린 후, 다들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반 바퀴 돌며 착지했다.

처음엔 거꾸로 달리는 게 조금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어 묘기도 부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지상에 내려온 나는 망설일 것 없이, 몇백 번을 그래 왔던 것처럼 바로 울타에게 달라붙어 말뚝 딜을 시작했다.

“쿠륵! 이곳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냐!”

오크족 땅굴 인던의 보스 몹, 제사장 울타.

새벽에 잠시 쪽잠을 잔 시간만 제외하고는, 하루 동안 난 이 녀석만 계속해서 빼먹고 또 빼먹었다.

이 녀석은 마법사형 보스 몹.

그래서 먼저 부하 몹을 소환하고는, 자신은 강력한 마법 공격으로 서포트를 하는 전투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른 후부터는 인던에 들어올 때마다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잡아 왔다.

일주일 사이, 어느덧 305레벨에서 313레벨로 또 한 번의 폭렙을 이룬 지금.

동 레벨 이하 유저들의 상태 이상 마법 따위는, 이제 대부분 저항이 뜰 정도로 내 마법 방어력은 미친 듯이 높아진 상태였다.

생각해 보면 300레벨이 넘도록 올스탯 마력만 찍은 유저는 타연에 나 말고는 없을 터.

거기에 올 마력 세팅 위주의 장비까지 찼으니, 아마 현존하는 가장 높은 마법 방어력의 소유자는 나일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이런 마법사형 몬스터는 아무리 보스 몹이라 해도 식은 죽 먹기였다.

하물며 흡수할 MP까지 넘쳐나는 놈이었으니 더더욱!

“쿠웩! 오크 로드님께서 네놈을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쿠룩, 너희의 칼젠 성은 그분에 의해 결국 우리 붉은 갈기 족의 전리품이 될 지어니!”

쿵.

온갖 잡몹들을 무시하고 보스 룸까지 달려가는 데 3분.

잡고 던전을 리셋해서 다시 입장하는 데 5분.

평균 8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이클로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린 결과!

결국 성을 넘겨주기 직전, 또 하나를 먹고 말았다.

<제사장의 신묘한 머리 장식(레전더리, 투구)>

* 방어력 70

* 마법 방어력 120

* 지력 +35, 마력 +35

* 최대 MP +1200, 마력 회복 속도 +15

* 모든 속성 내성 +2%

* 간파 스킬 보유 시, 마나 소비 없이 활성화 상태 유지

* 일족의 제사장이나 최고 신관에 이르는 고위급 샤먼들이 즐겨 착용하던 머리 장식입니다.

* “두 눈을 감싸던 그 불길한 장식 사이. 붉게 빛나고 있던 제사장님의 안광. 난 얼고 말았다. 그분의 눈빛. 모든 것을 꿰뚫어 보기 때문. 나의 몸. 그리고 나의 영혼까지!” -방랑 오크 말두카-

필드에 비해 인던의 드랍 아이템, 특히 고등급 템일수록 드랍률이 무척이나 낮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파티 사냥용으로 계산했을 때의 얘기였다.

웬만한 6인, 8인 파티들보다 수십 배는 빠르게 인던을 클리어한다면…….

심지어 파티원들이 나눠 가져야 할 드랍템을 혼자 독식할 수만 있다면!생각보다 득템률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2주 차에 먹게 됐던 이 제사장 투구.

인던 템이라 다른 레전더리 템보다 기본 스펙은 다소 떨어졌지만, 내게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거기에 붙어 있는 옵션이 내게는 아주 꿀 같은 옵션인지라, 남은 하루 동안 무리해서 사냥해 보았다.

사실 그동안은 공통 스킬인 간파를 찍었어도 사용할 일이 드물었다.

웬만하면 쭉 은신 상태로 다녔으니, 굳이 간파 스킬을 사용하느라 노출을 자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이 투구를 쓰게 되면, 스킬의 사용 없이 계속 간파 활성화 상태가 유지된다.

앞으로 쭉 솔플을 하며 은신 적들을 경계해야 할 나로서는, 이 템을 얻자마자 평생 템이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꼭 하나 더 얻어서 강화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이로써 머리 장식도 2개구나! 이건 몇까지 강화에 성공할 수 있으려나?”

캐릭의 스펙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보니, 템 수준 또한 말도 안 되게 달라졌다.

예전엔 어쩌다 레어 템만 먹어도 온종일 기분이 좋았고, 뽑기에서 유니크가 나온 날은 인생 최고의 날처럼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이제는 레전더리 템을 먹어도, 강화해서 날려 먹을 생각부터 들다니?

한데 그도 그럴 것이, 오크 로드로부터 한 개 더 먹은 목걸이도 +4짜리를 만들다가 이미 하나를 날려 먹은 상태였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아깝긴 했지만, 다리우스는 +9 레전더리 템으로 도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이상 장비에 투자를 아낄 순 없었다.

녀석이 차고 있는 장비는 필시 인던에서 배출되는 레전더리 템.

3군, 4군까지 있는 태성의 하위 길드원 수천 명이 성 전용 인던에서 사냥하면서 먹게 되는 레전더리를, 전부 다 매입하거나 상납받아서 강화 러쉬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일반적으로 인던 드랍템은 필드 드랍템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9라는 수치는 어마어마한 스펙 업이 이루어지는 수치.

그런 놈을 따라잡으려면, 내가 버는 골드는 ‘현금’이 아니라 무조건 캐릭에 재투자해야 하는 ‘게임머니’일 뿐이라고 계속해서 되뇌어야만 했다.

“그나저나 쓸 만한 매물을 못 구하니까 돈이 쌓여만 가는구나. 이걸로 뭘 해야 하려나?”

현재 내 골드 잔고는 1200만 골드가 넘어가고 있었다.

듀메인 성 인던에서 먹었던 유니크 템.

그동안 오크 로드를 잡으며 먹었던 유니크 방어구 수십 피스와 재료 템인 어금니.

그 외 전투에서 먹었던 유저들의 아이템들까지 틈틈이 판매해 합친 결과였다.

돈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방어구를 고강화 유니크 템으로 전부 교체하고 지속해서 빛마석을 사오느라 200만 골드를 더 썼는데도, 이정도 골드가 쌓여 있었다.

심지어 가장 큰돈이 들어올 아이템은 계산에 넣지도 않은 상태였다.

(핑크래빗: 산드로님, 도끼 사겠다는 분한테서 방금 컨펌 받았는데요. 혹시 지금 거래 가능하세요?)

아직 오크 로드의 레전더리 도끼가 남아 있던 것이다.

나는 이 레전더리 무기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핑크래빗에게 일주일이란 시간을 주고 중계 거래의 첫 개시 템으로 의뢰해 보았다.

(나: 네. 막 사냥도 끝냈으니 지금 만나 뵙죠. 칼젠 성 외성 마을 광장에서 뵙기로 해요.)

(핑크래빗: 네! 알겠어요!)

“이제 작별이구나. 잘 있어라, 패트릭!”

“…….”

NPC답게 뜬금없는 말에는 대답하지 못하는 패트릭.

질리도록 봐와서 눈썹 모양까지 외운 녀석의 소환을 해제하고, 총관 베네딕으로부터 마지막 세금을 건네받았다.

1달간 생에 첫 번째 내 집이 되어줬던 성.

그리고 앞으로의 내 행보를 든든하게 만들 자금력을 마련해준 성.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았던 고마운 칼젠 성의 문을 뒤로하고, 거래를 위해 외성 마을로 향했다.

<오크 로드 줌바카의 전투 도끼(레전더리, 두 손 무기)>

* 공격력: 820

* 근력 +70, 체력 +70

* 타격 시 6% 확률로 불 속성의 마법 데미지 +820

* 대형 몬스터에게 물리 데미지 +410

* 공격 성공 시 2% 확률로 ‘요동치는 대지’ 발동

* 오크 로드 줌바카가 그의 제사장과 함께 불과 대지의 힘을 봉인하는 데 성공한 희대의 역작입니다.

* “너희들의 절규만이 나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어니! 울부짖어라, 패배가 예정된 자들이여!” -오크 로드 줌바카-

창고에서 꺼내 본 이 레전더리 무기는 과연 필드 드랍템다운 놀라운 스펙을 자랑했다.

아무리 원하는 타이밍에 사용하지 못하는 확률 발동이라곤 해도, 오크 로드의 고유 스킬인 ‘요동치는 대지’를 유저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니!

다수에게 광역 넉백을 안겨주는 이 스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은, 몸빵이 받쳐준다는 가정 하에 공성전 최고의 깽판 템이라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신검 때문에 무기 스왑을 할 수 없는 내겐 전혀 쓸모 없는 템.

그렇기에 판매해야 했는데, 거래소에 올리면 돈 많기로 유명한 태성 측이 구매할 확률이 거의 99%였다.

아무래도 붙어 있는 옵션이 옵션인지라 태성에게만큼은 넘기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직거래를 하면 수수료 10%도 아낄 수도 있었기에, 고민 끝에 핑크래빗에게 대리 판매를 부탁하게 되었다.

“벌써 와 계셨군요?”

“네! 철저한 시간 약속은 장사꾼의 기본이죠! 물건은 챙겨 오셨나요?”

“그럼요. 쉽지 않은 물건이었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이런 엄청난 거래를 맡겨주셔서 정말 큰 경험이 됐는걸요!”

“근데 확실히 태성측 유저는 아니겠죠? 넘겼더니 그 사람이 태성 측에 다시 되팔면 안 되는 것도 체크하셨고요?”

“아 참, 누가 오시기로 했는지 말씀 안 드렸구나. 아! 저기 오시네요! 여기예요, 여기!”

볼 때마다 느끼지만, 핑크래빗 님은 귀여움과 냉철함이 공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줄곧 귀여움 모드로만 대화하던 그녀는, 이내 누구를 발견했는지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 먼저 와계셨군요! 반갑습니다 핑크래빗 님.”

다가온 그는, 머리 위에 내 걱정이 쓸데없었음을 증명하는 아이디를 달고 있었다.

기사 랭킹 3위이자 올림푸스 길드의 마스터, 바로 ‘제독’이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매그넘? 아니 이제는 산드로인가?”

“……누구시죠?”

“뭘 모르는 척하고 있어. 내가 널 기억 못 할 것 같아?”

“어머 산드로 님. 제독 님과 아시는 사이셨어요?”

그리고 그는…….

지난 3년간의 타연 플레이 동안 만났던, 나의 몇 안 되는 인연 중 한 명이었다.

“아직 저를 기억하고 계셨네요. 오랜만이에요 제독 형님. 그동안 잘 지내셨, 아니 길마 되시고 계속 잘 되신 거. 그동안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대단하세요.”

“가끔 네가 뭘 하고 지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단한 놈이 돼서 만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구나. 예전에도 느꼈지만, 역시 넌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제가 뭘요. 그냥 먹자 한 번 잘한 거죠.”

“자식. 먹자한 건 잘 알고 있구나. 원래 우리가 판 깔아서 암살한 거였는데, 놓쳐서 얼마나 배 아팠는데!”

“하하! 죄송합니다, 형님.”

타연 초창기, 나는 이 게임이 솔플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사실을 제법 빨리 눈치챘다.

또한 게임의 인기가 계속된다면 스토리 위주의 성장보다는, 반복 사냥을 통한 템 파밍이 주된 콘텐츠가 될 것을 예상하고 한 레이드 길드에 가입하게 되었다.

2주 조금 넘게 가입했다가 탈퇴했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길드 생활.

그곳이 바로 지금의 4강 길드 중 하나인 ‘올림푸스’였다.

“제우스 형님은 아직도 연락하세요?”

“손절한 지가 언젠데 연락은 무슨. 그 아저씨 예전에 한번 귓말 온 적 있었는데, 바로 차단 먹였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말이야. 아, 그래도 네가 귓말 줬으면 내가 고민은 해봤을 텐데…… 넌 한 번을 안 주더라?”

원래 내가 가입했을 당시의 올림푸스는, ‘제우스2세’라는 40대 기사 형님이 만든 열댓 명 정도의 소규모 레이드 길드였다.

들어와 보니 ‘백두산헤라’라는 부인과 함께 만든 길드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길드원들 수준은 괜찮았는데 의외로 두 부부의 횡포가 은근히 심했다.

그러던 중 당시 운 좋게 먹은 유니크 템을 두 부부가 꿀꺽한 사건을 계기로, 나는 한바탕 싸우고 금방 탈퇴해 버렸다.

한데 그 후 길마가 초기 멤버였던 제독 형님으로 교체되고는 규모가 점차 커지더니, 이제는 당당히 4강 길드 중 하나로까지 성장했다.

당시에도 군 장교 출신의 센스 있고 듬직한 형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보다시피 전 솔플하는 게 제 성향에 잘 맞아요. 그리고 제가 형님 성격을 아는데, 잘된 다음에 받아 달라고 했으면 받아 주셨겠어요? 그런 분이셨으면, 제 정체를 아시자마자 바로 귓말 주셨겠죠.”

“얼마 함께하지도 않았는데, 날 너무 잘 아는 거 아니냐? 하하!”

아주 잠깐 같이 길드 생활을 했던지라 당연히 나란 존재를 잊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산드로’가 됐으니까 이렇게 ‘제독’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핑크래빗: 아시는 분이라면 더욱 안전한 분이겠죠? 워낙 물건이 물건인지라 최상위권 유저들 대상으로 가격 흥정하느라 애 좀 먹었어요. 그래도 장담 드릴 수 있어요! 아마 혼자 파셨다면 절대로 이정도는 못 받아내셨을 거예요!)

(나: 네, 사람 제대로 구해오셨네요. 이 형님이라면 확실히 태성에 되팔 사람은 아니죠.)

간만의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핑크래빗으로부터 귓속말이 들어왔다.

확실히, 그녀를 전용 장사꾼을 두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총무한테 판도라 님께 성을 넘기기로 했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한테 넘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구나.”

“형님이 절 기억하고 계신 줄 알았다면 넘길 걸 그랬네요. 근데 사실 이런 말 하기엔 뭐하지만…… 제가 팔았지만 약간 바가지 씌운 느낌은 있었어요. 안 사시길 정말 잘하신 겁니다.”

“하하! 몰랐는데 농담도 잘하는구나? 그나저나 이 도끼까지 팔게 되면 돈을 쓸어담는 거나 마찬가지겠는데? 혼자서 정말 대단하네.”

“어허! 별 볼 일 없던 길드를 3개 성의 주인으로 만든 분이 그런 소릴 하시나요? 저도 하나 먹어봐서 성 하나에서 한 달간 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뻔히 아는데……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죠!”

“혼자 독식하는 것과 이천 명이 나눠 써야 하는 게 비교가 되겠어? 아무튼, 이제 매물 좀 한번 볼 수 있을까?”

“네, 교환 걸어 주세요.”

제독이 엄살을 떨며 말했지만, 실제로 돈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 무기 하나를 사고자 이런 엄청난 액수를 제시했을 리 없었다.

판매가 690만 골드.

아마 초창기를 제외하면, 최근에 판매된 필드 드랍 레전더리 무기 중 최고가가 아닐까 싶었다.

인터뷰 때문에 주울 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알아보니 이 도끼는 오크 로드가 처음으로 드랍한 레전더리 무기였다.

무엇이든 희귀할수록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가는 법.

핑크래빗은 서버 최초라는 희소성과 광역 스킬 옵션을 잘 어필해서, 이렇게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걸 이 돈 주고 산 게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구나.”

“아마 돈값 할 녀석일 겁니다. 아무쪼록 태성을 상대로, 잘 써 주시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러마.”

그렇게 교환창의 거래 완료 버튼을 눌러, 한 달간 걷은 세금보다 큰 수입을 안겨준 녀석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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