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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67화 (67/350)

67화 두 번째 7신기 (3)

(히든캬드: 정말 원딜러들을 정리하지 않고 가도 괜찮겠습니까?)

(나: 다 잡으면서 가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어차피 원딜러들은 저만 타겟팅 할 테니까 무시하고 돌파하세요. 그쪽 탱커진들이 제 뒤로 바짝 따라와서, 저와 함께 바리케이드를 뚫는 것에 오늘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300레벨을 넘겼기에, 이제 루이투스의 소환 시간도 5분이 넘었다.

원래라면 종료 5분을 남겨놓고 소환했으니, 성을 먹든 안 먹든 마을로 추방당하기 전에 역(逆)소환될 일은 없다.

하지만 내성문을 뚫는 잠깐 동안에 소모된 HP만도 벌써 20%가 넘었다.

오벨리스크로 다가갈수록 나를 향해 집중포화가 쏟아질 것이 뻔했기에, 이대로는 소환 시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역소환 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몸빵을 많이 하면 할수록 반대로 피닉스군의 생존율은 올라갈 것이기에, 공성의 성공 확률은 그만큼 높아졌다.

‘역소환당한다 해도, 설마 피닉스가 뒤치기하지는 않겠지……?’

유일하게 염려되는 것은 몸빵을 하던 타이탄의 체력이 다했을 때, 피닉스가 오벨리스크 대신 나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도 모두 내 예상 범주에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기에, 굳이 이렇게 피닉스군과 함께 단독 길드로 참여했다.

내면에 탐욕을 숨기고 있었던 히든캬드.

아무리 그라 할지라도, 설마 여기서 날 배신하는 멍청한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떤 놈인지는, 그동안 지켜봐 오며 충분히 깨달았을 테니!

“놈들이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를 사수해! 곧 지원군이 도착한다!”

“3분만, 3분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야!”

“쉴드!!”

내성문이 뚫리자마자 지원군을 요청했는지, 필사의 각오로 방패를 곧추세우는 태성의 기사들이었다.

종료 3분 전.

나는 바리케이드를 친 기사 열의 전방이 아닌, 모서리 쪽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바리케이드 건너편을 향해, 비스듬하게 심판의 전진을 사용했다.

퍼버버벙!

태성 측 마법사들이 기사들에게 걸어준 쉴드가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그와 함께 전진의 행로에 광범위하게 걸쳐있던 탱커진 3, 40명이, 그대로 넉백당해 고꾸라졌다.

“파이어 볼!”

“멀티 샷!”

내 전진기가 멈추자마자, 연이어 추가 공격을 퍼붓는 피닉스의 원딜러들.

피닉스의 탱커진들 또한 차징을 사용해 빠르게 달라붙어, 일어서는 태성의 탱커진들을 향해 연계 스턴을 먹여댔다.

온갖 고함 소리와 쉴드 터지는 소리, 힐과 광역 마법의 효과음 등으로 인해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광휘의 방패가 1,550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광휘의 방패가 2,612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

한편 주성 위의 원딜러들이 내 타이탄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어, 새로 시전한 광휘의 방패가 금세 또 깨져 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덩치가 워낙 컸고 바리케이드 진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활약이 단연 돋보였기에, 예상했던 대로 내게 일점사를 가해온 것.

그와 동시에 내 발밑에서도, 어느새 자버프와 생존기로 체력을 회복한 탱커진들이 달라붙어 검을 휘둘러 왔다.

그 중, 뜻밖에도 낯익은 얼굴이 보여 아주 잠시지만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칫하고 말았다.

‘패트릭! 그리고 랜포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게 ‘마이 로드’를 외치던 녀석들.

내 부하였던 놈들이 지금은 필사적으로 내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한 달간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놈들이 나를 못 알아본단 말인가!

NPC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빈정이 상했다.

‘이런 정 없는 녀석들, 그간 고생했다고 감사의 인사도 건네줬는데……. 좋다, 어차피 주인도 못 알아보는 녀석들이라면 나도 필요 없다!’

걸리적대던 배신자 둘을 전력을 다해 발로 차자,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직후, 탱커진 뒤에서 쉴 새 없이 힐을 날리고 있는 힐러 부대 한복판으로 점프하듯 난입한 뒤, 영광의 검을 시전했다.

“으악! 힐!”

“타이탄 좀 어떻게 막아 줘 봐!”

PK를 하든 전쟁을 하든, 가장 먼저 죽여야 할 직업군은 언제나 힐러였다.

특히 이런 전장에서 탱커를 무시한 채 갑자기 후방의 힐러를 공격한다면, 당황한 힐러는 본인에게 힐을 쓰느라 탱커의 피 관리가 급격히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같은 힐이라도 방어력이 높은 탱커에게 들어가던 힐이 힐러에게 들어가면, 그만큼 힐량은 손해!

그러다 결국 힐러가 한 명이라도 죽기 시작하면, 그 파티나 부대는 급격히 무너지기 마련인 게 이런 난투전의 주된 양상이었다.

“네가 좀 해봐! 제자리에서 타이탄을 무슨 수로 막는데!”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힐러가 죽어 나가자 태성의 탱커진도 하나둘씩 리타이어 되기 시작했다.

몸빵과 진형 무너뜨리기를 둘 다 내가 해줬기에, 피닉스군은 그저 침착하게 탱커진들 일점사에 전념했던 것이 먹혀들었다.

종료 2분 전.

격돌 1분 만에 바리케이드의 탱커진과 힐러진 대부분이 사라졌고, 살아남은 원딜러들만이 오벨리스크 뒤편과 성벽 곳곳에서 공격을 날려댔다.

하지만 나와 피닉스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벨리스크에 모든 딜을 쏟아부었다.

35%, 30%, 25%!

오벨리스크의 전면부를 내 거대한 몸체로 가리며 피닉스군의 보호도 함께했기에, 루이투스의 HP가 푹푹 줄어들었다.

아무리 타이탄이라 하더라도, 무빙 없이 집중포화를 그대로 맞으며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오벨리스크를 파괴하기 전에, 루이투스가 먼저 역소환된다!’

머릿속으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그 결과 내가 이대로 빠져 피닉스군의 탱커진이 어느 정도 죽더라도, 원딜러들의 공격으로 결국 오벨리스크 파괴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판단을 내린 나는, 곧바로 몸을 뒤로 빼서 오벨리스크를 뒤로한 채 성벽 쪽으로 내달렸다.

“타이탄이 튄다! 잡아라!”

“미친 산드로 저 자식! 결국에 피가 다 닳았구나!”

“어차피 오벨리스크를 지키기엔 늦었다! 산드로라도 잡자!”

뜻밖에도 오벨리스크로 날아가던 원거리 공격들이, 갑자기 타겟을 바꿔 나를 향해 날아왔다.

슈슈슛! 퍼펑!

얼추 100여 명에 가까운 원딜러들이 일점사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빠른 이동 속도 덕에, 적중하는 것은 그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남은 HP는 어느새 10%!

그래도 성벽에는 거의 다 다다른 순간이었다.

이번 공성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한 무리의 파티가,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달라붙는 것이 눈에 띄었다.

특이한 점은 녀석들의 형체가 전부 반투명 상태로 보인다는 것!

그건 놈들이 전부 ‘은신’ 스킬이 활성화된 상태의 도둑들이라는 의미였다.

‘뭐지 저놈들? 설마 날 잡기 위해 태성이 만들었다던 그 암살 부대?’

허나 지금 난 제사장의 머리 장식을 착용한 상태.

그리고 이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레벨업하며 얻은 스킬 포인트 2개를 간파에 투자해 5성을 만들어둔 후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이 사실을 모를 터!

그렇기에 모르는 척 달려가다 놈들과 맞부딪치는 순간, 그대로 영광의 검을 날려 선공을 날렸다.

[그림자 밟기!]

[그림자 밟기!]

허나 정말이지 놀랍게도, 내가 휘두르는 스킬의 예비 동작만 보고 8명에 이르는 도둑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이동기를 사용해 피해버렸다.

‘뭐야! 내가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걸 전부 다 보고 피한 거라고? 반응 속도가 장난 아닌데?’

퍼버버벅!

그리고 내 뒤로 이동하자마자 8명 전원이 평캔을 섞으며 각종 스킬을 날려댔다.

이놈들은 확실히 내가 그동안 상대해왔던 유저들과 급이 다른 놈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도둑들 사이에 낯익은 아이디, ‘홍길동’이 있었다.

“히야! 그때 그 쪼렙이 이렇게 거물이 돼서 나타날 줄이야! 정말 놀랍네요!”

“어떻게 은신을 먼저 발견한 거지?”

“상관없어! 이놈 이제 피도 얼마 없을 테니, 다 잡은 거나 마찬가지야. 집중해!”

너나 할 것이 없이 한마디 하는 도둑들.

놈들은 전부 5성의 약점 포착과 재빠른 몸놀림을 사용한 듯, 남은 HP가 빠르게 깎여나갔다.

원거리 공격은 광휘의 방패에 막히거나 무빙으로 반쯤 빗나갔기에 버틸 만했다.

하지만 이렇게 공격이 100% 적중되는 근접 공격은, 별다른 막을 방법이 없어 그대로 맞아 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나마 공격력이 낮았던 탱커진들과 달리, 자버프를 쓴 이 8명의 도둑은 공격 한 방 한 방이 상당히 매서웠다.

[심판의 전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역소환 때까지 맞고만 있을 이유는 없었다.

난 아껴 두고 있던 심판의 전진을 사용해 전부 다 뿌리치며 성벽까지 붙었고, 그와 동시에 루이투스의 소환을 해제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타이탄 사이로 내 모습이 보이기도 전.

나는 허공에서 그림자 밟기를 사용했다.

목표는 성벽 위에서 날 향해 화살을 쏘고 있던, 한 궁수 유저였다.

휙!

난 스킬 덕에 손쉽게 성벽 위로 올라왔고, 날 노리던 도둑 무리와는 잠깐 사이에 50미터 이상 거리를 벌려 버렸다.

화들짝 놀란 궁수를 무시한 채, 난 재빠른 몸놀림을 쓰고 성벽과 이어진 높게 솟은 성루를 향해 뛰어갔다.

“됐다! 타이탄이 터졌다! 이제 잡기만 하면 돼!”

“성 뺏겨도 산드로만 잡으면 대박이야! 전부 총 공격!”

이 상태에서 은신을 사용한다?

물론 내 은신은 8성 은신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이동 속도가 느려질 뿐만 아니라, 광역 마법의 파편을 맞고 쓰자마자 벗겨질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난 그대로 성루까지 전속력으로 쭉 달려갔고, 성루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놈들의 예상을 깨고 성루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지면과 직각으로!

“어? 어? 저거 뭐야? 벽을 타고 달린다고?”

“대, 대도 부츠야! 하지만 상관없어요! 성루 위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집니다! 원딜 계속 날리면 오벨리스크가 부서지기 전에 잡을 수 있어요!”

지상에서 홍길동이 외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성루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날 노리고 있는 놈들이 맞는 거야? 나에 대한 분석이 이리도 부족한데?’

키에엑-!

성루의 지붕까지 전력으로 벽을 질주해서 도착한 순간!

공성 내내 상공에서 활공하던 훼라리가 타이밍 좋게 내 앞을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대로 점프해 내 애룡의 등 위에 안착했다.

휘휙! 휙, 휙!

안타까운 화살들이 날아왔지만 훼라리의 꽁지를 스칠 뿐,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우리를 맞추는 공격은 없었다.

나와 훼라리는 상공을 향해 그대로 수직으로 솟구쳐 날아올랐다.

(나: 고작 이 인원으로 날 잡겠다고? 길동님, 너무 건방진 거 아닙니까? 설마 아직도 나를 예전의 매그넘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죠?)

(홍길동: 신검 믿고 요즘 너무 깝치고 다니시는 거 스스로도 알고 있죠? 신검만 아니었으면 여전히 허접이었을 사람이 말이죠.)

웬만해서는 싸우는 상대에게 선(先) 귓속말을 넣지 않는 나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홍길동이었기에 참을 수 없었다.

애초에 놈들에게까지 매너를 갖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 당신도 신검이 있었다면 저처럼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하하하! 그 반대겠죠! 만약 제가 당신이 받은 서포트의 반만이라도 받았었다면, 도둑 랭킹 1위쯤은 진작에 찍었을 것 같은데요?)

(홍길동: 닥치시고요. 아무튼 이번엔 운 좋게 도망쳤지만, 다음에도 도망칠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죠.)

(나: 실력도 없으면서 그렇게 성격만 내세우니, 참 초라해 보이네요.)

(홍길동: 뭐라고? 이게 오냐오냐하니까 선을 넘네?)

(나: 이거 본인이 했던 말인데 설마 까먹은 거예요? 어디, 본인이 듣는 입장이 돼보니깐 기분이 어때요? 엄청 구리죠?)

[‘홍길동’이 당신의 귓속말을 차단했습니다.]

나의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결국 더는 참지 못했는지 녀석이 나를 차단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전체 알림 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피닉스’ 길드가 칼젠 성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습니다.]

공성 종료 15초 전.

계획했던 대로 피닉스군이, 아슬아슬하게 칼젠 성의 오벨리스크를 함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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