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92화 (92/350)

92화 타이탄의 시대 (5)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리버스국이 생산에 성공한 타이탄을 티에스국이 보유하지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그것도 이 장소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축복받은파볼: 저게 드로가 말했던 그건가? 티에스국에서 만들어서 이름이 자동으로 붙었나 보네?]

[라스트챤스: 헐? 태성이 타이탄 공개했어요? 아 뭐야, 궁금해 죽겠네!! 저도 지금이라도 참전하러 갈까요?]

솔저급 타이탄이 타연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리.

급은 낮았지만 태성의 타이탄은 타이탄답게, 성벽 위 모든 NPC 병사들의 화력을 오롯이 견뎌내고 있었다.

타이탄을 비롯한 모든 태성 길드원들 또한, 공격을 분산하지 않고 내성문만을 향해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한데 아무래도 리버스 나이츠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 타이탄인 모양이었다.

방패를 들며 특정 스킬을 사용하더니, 힐을 받지 못하는 타이탄임에도 불구하고 일점사를 상당히 오랫동안 버텨낸 것이다.

마치 레벤다스처럼 방어에 특화된 타입인 듯싶었다.

‘아마 솔저급의 체력은 28만 안팎 정도……. 곧 뒤로 빠지거나 역소환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역시 타이탄은 역소환당했다.

그리고 라이더로 보이는 성기사가 무적 스킬을 사용해서 뒤로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성의 내성문 공략의 관건은 강력한 NPC 병사들의 일점사를 잠시라도 버텨낼 탱커의 존재 여부(與不)!

타이탄이 몸빵하는 동안 화력이 집중된 내성문은, 타이탄이 역소환됨과 동시에 기어코 파괴돼 버리고 말았다.

“좋아, 뚫렸다! 모두 전진!”

“계획대로 성벽 위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피윳! 피윳!

내성문을 두드리던 유저들이 안으로 물밀 듯이 들어가는 순간, 하늘에서도 파공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태성의 자랑인 ‘그리폰 부대’의 화살 소리였다.

[산드로: 오늘 공성전에서는 이곳으로 그리폰 부대가 왔네요. 수는 대략 20명 정돕니다]

[축복받은무빙: 저기 그리폰 킹도 있다! 슈마허도 왔구나?]

[산드로: 안 되겠다. 축굴아, 너도 어서 마을에서 올라와라. 딱 보니까 오늘 타이탄끼리 제대로 한판 벌이게 생겼다.]

[축복받은얼굴: 오냐! 바로 달려간다!]

확실히 공성전의 베테랑 태성답게, 성벽 위에서 맹공을 퍼붓던 NPC 병사들은 차례차례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성문이 막혀 있을 때야 어려웠지만, 탱딜러들이 진입해서 각개격파를 시작하면 제 자리 공격밖에 못 하는 NPC 병사들은 크게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물론 강력한 공격력은 그대로였기에 태성의 유저들도 죽어 나갔지만, 그 수는 고작 20여 명을 넘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 아직 머셨어요? 이제 내성문은 다 정리당해서 곧 오벨리스크로 진입할 것 같습니다.)

(지옥불: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 입구 앞입니다.)

항상 듀메인 성의 수성을 지휘하던 지옥불도, 이번에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이 성으로 순간 이동해왔다.

첫 리버스 나이츠의 정수를 가진 유저가 바로 지옥불이었기 때문이다.

태성의 유저는 곧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전부 내성 안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우리가 입구로 나와 조금 기다리자, 곧 지옥불이 원래 공성을 시도하려던 피닉스 길드원 백여 명과 함께 도착했다.

“오셨군요! 한데 이게 전부입니까? 아무리 뒤치기를 할 거라 해도 이 인원으로 태성을 압도할 수 있을까요?”

“현재 6개 성에 배치한 수성 인원이 빠듯해서 이게 최선입니다. 상황에 따라 지원군이 조금 더 올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렇군요. 어쨌든 오면서 들으셨겠지만, 녀석들도 역시 타이탄 제작에 성공해서 이번 공성전에 써먹기 시작했습니다.”

“네. 들었습니다. 솔저급으로는 유저들보다 NPC를 상대하는 편이 수월할 테니 이곳을 첫 사용처로 선택한 모양이에요.”

“운이 나쁘게도 저희와 생각이 같았나 보네요.”

지옥불의 길드원들과 함께 내성 안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지금 저희가 들어가는 건 부활한 길드원들과 그리폰 라이더 때문에 이미 태성도 눈치챘을 겁니다. 지옥불 님, 어떻게 공격하실 생각이신가요?”

“녀석들이 오벨리스크를 공략하고 있다면 곧바로 타이탄을 함께 소환해서 뒤치기를 들어갑시다. 만약 녀석들이 오벨리스크 대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전투가 시작되더라도 될 수 있으면 타이탄은 먼저 꺼내지 마십시오.”

“역시……. 지옥불 님도 타이탄이 포함된 전투 시에는, 적보다 늦게 꺼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 중이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타이탄은 드러나 있지 않은 상태로 뜻밖의 타이밍에 소환될 때, 더욱 효과가 큰 법이겠지요. 전투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역시 산드로 님의 멋진 임기응변을 기대하겠습니다.”

“또 비행기 태우시네요? 아무튼 기대는 되네요. 모의 전투가 아닌 타이탄 간의 첫 번째 실전(實戰)이, 오늘 여기서 벌어질 테니…….”

타이탄 연대기(Titan Chronicle).

게임의 타이틀에 어울리는 본격적인 전투가, 이제 막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 * *

내성문이 뚫린 지 3분여.

고작 그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성벽 위에 있는 NPC 병사들은 그사이에 싸그리 정리됐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일점사에 특화된 그리폰 부대까지 왔다 이건가……?’

그렇게 수월하게 도달한 주성 앞 광장.

그 한복판에 있는 오벨리스크 주위는, 지웰 성을 지키는 NPC 기사들과 그들을 공격하는 태성의 길드원들로 혼잡한 상태였다.

멀리 있을 때는 아이디가 잘 안 보여서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태성의 정예로 유명한 랭커진들의 아이디가 다수 보였다.

그리고 전투의 최전방에는 보고도 믿기 힘든 아이디의 유저 한 명이 한창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다리우스! 이 개자식아!!”

한데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고함을 내지르는 유저가 있었으니, 바로 지옥불이었다.

항상 차분하기 그지없는 형님이었는데, 바로 욕설부터 내뱉는 참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하긴 그러실 만도 하지…….’

그 고함을 듣고 뒤를 흘끗 쳐다보더니, 이내 주위의 NPC 기사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다리우스.

그는 눈앞에 있던 NPC 셋을 순식간에 정리하고는, 게임이라 묻지도 않은 피를 털어내듯 유려하게 검을 휘저으며 착검했다.

화려한 모션만큼이나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검은빛 검신.

간만에 보게 된 마신검의 매혹적인 자태였다.

“지옥불 님이신가요? 수성에 바쁘실 텐데 굳이 이곳까지 행차하신 걸 보니, 운이 나쁘게도 신규 성 공략이 겹친 모양이군요.”

“긴말하지 않겠다 다리우스. 이대로 이 성을 포기할 텐가, 아니면 우리와 끝까지 싸울 것인가?”

“제가 직접 이곳까지 왔는데, 공성을 포기한다고요? 저를 잘 아실만한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무척 이상하군요. 역시 마신검 사건도 그렇고…… 아무래도 나이 드시고는 현역 시절의 감을 잃었다는 소문이 진짜인가 보군요?”

“허접한 도발 따위는 집어치우지? 아무튼 오늘, 잃었던 마신검을 생각보다 빨리 되찾게 되겠구나……. 피닉스여!”

“예!!”

“가자-!”

와아아!

지옥불의 외침과 함께, 피닉스의 길드원들은 모두 태성 길드원들을 향해 전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태성의 전열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타이탄 2대가 소환됐다.

각기 대검과 장창을 들고 있는 청색의 솔저급 타이탄이었다.

* * *

-네? 운이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피닉스는 세 번째 도전 만에 겨우 한 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태성은 먼저 시작한 만큼, 그동안 적어도 네다섯 번은 도전했을 겁니다. 그러니 운이 좋다면 두 대 정도 생산했을 수도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다리우스는 타연 최고의 행운을 가진 놈으로 유명한 자식이니 말이지요.”

조금 전 내성문을 뚫고 오며 지옥불과 나눈 대화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지옥불 님. 그 말씀 그대로네요. 저 재수 없는 자식은 정말 운만큼은 타고 났나 봅니다. 벌써 타이탄을 세대나 만들어냈다니!’

당연하겠지만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태성을 향해 달려가던 피닉스의 유저들은 눈앞에 소환된 거체의 위용에 놀라 제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뭐, 뭐야!!”

“타이탄을 두 대나 더 갖고 있다고?”

“미친 뽑기왕 새끼!!”

달려가던 쪽에서 멈추자 오히려 녀석들이 타이탄 2기를 필두로 전진해오기 시작했다.

비록 솔저급에 불과하다지만 멋대로 설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타이탄 상대법이 생소한 지금, 여차하면 순식간에 괴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차피 난전이 된 이상 은신 상태로 놈의 코앞까지 접근한다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뭐가 됐든 간에 전투부터 이기고 봐야겠다!’

다리우스가 보였기에 잠시 우선순위를 망설이던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산드로: 축굴아 오래 기다렸다. 이제 레벤다스 타임이다!]

현중이는 내 말에 대답할 시간도 아낀 채, 곧바로 인파를 뚫고 태성의 타이탄 앞에 다가가 레벤다스를 소환했다.

쾅!

소환되자마자 방패를 들어 티에스 나이츠의 대검을 막는 레벤다스.

역시 타이탄끼리의 전투는 이렇게 공방이 가능해서 일반 유저들을 보호하는 게 가능했다.

[산드로: 이제부터 타이탄 정리에 들어가겠습니다. 가급적이면 제가 치는 놈 위주로 공격해 주세요.]

[축복받은무빙: 그래!]

[축복받은파볼: ㅇㅋㅇㅋ 출똥!!]

확실히 타이탄은 타이탄이 있어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이탄을 파괴하는 것은, 타이탄 한두 대만으로는 힘겨워 보였다.

게임 내 오브젝트 취급을 받는 것처럼, 비록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기는 하지만 서로의 공격을 디펜스하거나 패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타이탄 킬러의 역할은 결국 유저들의 몫이라고 판단 내렸다.

그리고 그 판단은 ‘타이탄 파괴자’ 업적을 얻은 이후부터 확신으로 변했다.

‘레이드에서도 결국 딜링은 탱커가 아닌 딜러가 하는 법이니까!’

워낙 덩치가 큰 놈 2대가 맞붙어 있기에, 어느새 유저들은 타이탄을 빙 둘러싼 채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덕분에 은신 상태로 타이탄을 향해 다가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엉겨 붙은 타이탄 근처에 도달한 순간.

나는 재빠른 몸놀림을 시전하며 티에스 나이츠의 뒤쪽 종아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채챙, 챙 챙!

계속해서 대검을 휘두르며 레벤다스의 방패를 공격하던 타이탄은, 뜬금없이 들려오는 금속음 소리에 황급히 밑을 돌아봤다.

나는 그런 타이탄을 향해 점프해서 등 뒤로 올라탔다.

아무리 가상현실 게임일지라도, 유저가 매달리는 등의 현실적인 모션으로 타이탄 위로 올라타는 행위 따위는 성공하긴 힘들다.

비록 타이탄이 오브젝트 취급을 받고 있더라도, 끊임없이 격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야생마 같은 이 타이탄의 위로 올라타는 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대도 부츠!

이 템을 신은 이상, 나는 타이탄의 몸 위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이곳저곳에 검을 쑤셔 넣을 수 있었다.

[약점 포착!]

푹! 푹!

어느새 타이탄의 등 뒤에서 앞면 쪽으로 이동해온 나는, 약점 포착을 활성화해서 검을 쑤셔 넣었다.

재빠른 몸놀림 상태로 타이탄의 몸 위를 휘젓고 다니는 나는, 마치 한 마리의 미꾸라지와도 같았다.

다만 다른 미꾸라지들과 달리, 맹수의 이빨도 가졌다는 점이 매우 달랐겠지만!

“파이어 볼!”

“라이트닝 볼트!”

퍼펑! 펑!

그런 나를 잡기 위해 태성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날려 왔지만, 나에게 적중되기는커녕 오히려 티에스 나이츠의 등에 가로막혀 터져버렸다.

“쉴드 어택!”

검을 들지 않은 손을 이리저리 뻗으며 나를 잡으려 애쓰는 찰나, 레벤다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턴기를 날렸다.

제대로 적중당한 티에스 나이츠는 그 자리에서 스턴 상태에 빠져버렸고, 모든 피닉스 원딜러들의 일점사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태성 측 버퍼들이 쉴드를 걸어 줬지만, 불행히도 이어나갈 순 없었다.

힐러들 한복판에 지옥불의 타이탄, 주황색의 리버스 나이츠가 소환되어 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또다시 네놈이냐! 이 쥐새끼 산드로오!!”

스턴 상태에 빠진 타이탄을 쉬지 않고 공격하던 내 귓가에, 다리우스의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그리고 녀석이 데이네스를 소환하는 외침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데이네스를 타자마자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다리우스.

녀석이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했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때리던 타이탄을 마저 공격했다.

피슛!

그러다 데이네스가 내게 검을 내려찍는 순간, 아껴뒀던 그림자 밟기를 사용했다.

바로 근처에서 깽판을 놓고 있던, 창을 든 티에스 나이츠의 뒤로!

“뭐지?”

챙!

데이네스가 나를 찾는 듯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며, 비장의 한 수를 발동시키기 위해 두 손목을 짧게 부딪쳤다.

[60초 동안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90% 감소합니다.]

[60초 동안 모든 스킬의 마나 소모량이 10배 증가합니다.]

‘악마 단테리오의 불공정한 계약’ 팔찌.

스킬의 쿨타임을 10배로 줄여 주는 이 사기템의 효과를 발동시킨 것이다.

나는 지속 효과가 끝난 재빠른 몸놀림을 다시 발동시키고, 좀 전과 같이 창병 타이탄의 등 위에 찰싹 붙어 검을 쑤셔 박기 시작했다.

아무리 타이탄이 사기적인 몸빵을 가졌다 하더라도, 타이탄은 기본적으로 힐을 받을 수 없다.

반면 나는 신검이라는 사기적인 공격력의 무기를 착용한 채, 불굴의 용맹함 효과를 비롯한 각종 자버프, 거기에 타이탄에게 25%의 추가 데미지를 주는 업적까지 갖춘 몸이었다.

그야말로 현존하는 최강의 타이탄 카운터인 내가,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쉴 새 없이 검을 쑤셔 넣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절망의 울림!”

그런 나를 잡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하는 타이탄의 갑옷 위로,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검 타이탄의 옆에 있던 데이네스가, 점프 스킬인 절망의 울림을 써서 덮쳐온 것!

발은 타이탄의 몸 위를 이동하고, 손은 검을 쑤셔 넣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하나 눈만큼은 다리우스의 데이네스를 주시하고 있던 나는, 녀석이 점프하는 순간 다시 대검 타이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림자 밟기!]

본래 8성 그림자 밟기의 쿨타임은 30초.

지금은 비록 한 번 사용에 1800이라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소모됐지만, 대신 3초마다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두 타이탄을 사이에 둔 채로, 또다시 데이네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뭐냐고 저 자식! 도대체 산드로 좀 붙잡아 둘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습니까!!”

다리우스가 진심으로 분노했다는 것을, 굳이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놈은 몰랐겠지만, 모습을 드러낸 직후부터 내 시스템 창에는 무수히도 많은 로그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속박의 손길, 포획, 슬로우 등등의 타겟 마법이 몇몇 적중했지만, 높은 마법 방어력 탓에 전부 저항해버렸다는 메시지가!

[약점 포착!]

열 배나 많은 마나가 소모되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또 한 번 자버프를 발동시켰다.

타이탄이란 놈은 HP만큼이나 보유 MP도 많았기에, 버프를 쓰고 공격하면 흡수하는 마나의 양도 쭉쭉 늘어났기 때문!

그래서 종종 타이탄의 몸체 사이로 화살이 비집고 들어와 적중했으나, 내 MP는 금세 풀로 차올랐다.

휙!

다시 내게 달려온 데이네스를 피해 창병 타이탄의 뒤로 그림자 밟기를 사용해서 공격했고, 또다시 쫓아온 데이네스를 피해 대검 타이탄의 뒤로 이동했다.

완벽한 똥개 훈련.

공성 직전에 얻은 단테리오 팔찌 덕분에, 나는 이 치열한 전장 한복판에서 다리우스를 제대로 농락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결국 티에스 나이츠는 역소환 돼 버리고 말았다.

나의 공격 한 방 한 방과 피닉스 원딜러들의 공격이 누적되어, 어느새 30만에 가까운 HP를 전부 소진시켜 버린 것이다.

최초의 타이탄이었던 루이투스 이후, 새로운 타이탄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결국 이렇게 공성전에서 타이탄들이 전투까지 벌이는, 일명 ‘타이탄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타이탄 없이도 혼자 타이탄을 잡아버리는…….

이른바 ‘타이탄 킬러의 시대’도 함께 열리고 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