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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94화 (94/350)

94화 레이드 준비 (2)

『김석용 아나운서님. 오늘 공성전에선 참 기념비적인 일이 벌어졌죠?』

『네,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공성전이었습니다. 먼저 가장 큰 뉴스로 타연의 떠오르는 태양, 파죽지세로 나날이 세력을 넓혀가는 그 피닉스 길드가! 오늘로써 무려 7성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와!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피닉스 길드가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요. 올림푸스나 아틀란티스 등과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던 피닉스가 단기간에 타연 최고 수준의 길드로 거듭나게 된 비결이 있을까요?』

『길드 마스터인 지옥불 님이 워낙 실력파 유저로 유명하니 그분의 용병술과 전략이 한몫했을 겁니다. 하지만 타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람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바로…… 산드로 님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홀연히 나타나 이제는 타연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된 유저, 스페셜 원! 바로 그 산드로 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닉스 길드가 지금처럼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일과가 되어버린 공성전 후 시청 시간.

나는 간만에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TV를 쳐다봤다.

방송에서는 한창 나에 관한 이야기를 연이어 쏟아냈지만, 오늘따라 멍하니 집중이 되진 않았다.

귓가에 어떤 소리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딴생각에 잠겼기 때문이었다.

‘그때 무리 좀 했다면 잡을 수 있지도 않았을까?’

‘아니야……. 거기서는 뭘 해도 따라잡을 거리가 아니었어. 그리폰 킹이 아니었다면 혹시 모를까.’

‘아예 첫 교전부터 루이투스를 소환해서 밀어붙였다면? 그러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럼 아마 데이네스를 소환해서 싸우기보단, 일찌감치 지웰 성을 포기하고 바로 뺐을 거야. 우리 버닝 스타가 왔던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타이탄을 먼저 소환하며 피닉스와 싸웠던 거겠지.’

그저 타이탄으로 내성문을 뚫고 오벨리스크를 정리를 돕기 위해 참여했던 공성전이었는데, 뜬금없이 다리우스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 넓디넓은 타연, 그것도 마신검을 얻은 후부터는 필드에 나오기를 더욱 꺼린다는 다리우스와 직접 마주치는 일.

그건 굉장히 어렵고도 희귀한 일이었다.

다리우스를 최대한 빨리 킬하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행운과도 같은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고 생각하니 역시나 크게 아쉬웠다.

그래서 앞선 전투에 대해 복기를 하고, 더 좋았을 선택들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확실히 지금 상태에서 녀석을 죽인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붙으면 이길 수도 있다.

아니, 내가 조금만 더 성장하면 녀석을 압도할 수 있다!

그런 확신이 드는 건 맞다.

하지만 다리우스도 기본적으로 프로게이머 경력이 있는 실력자에다가 전(前) 랭킹 1위인, 실질적으로는 현재 지존이나 다름없는 유저였다.

조금 전의 전투에서도, 나는 사실 녀석이 태성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최대한 버티며 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놈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타이밍에 과감히 타이탄을 활용해서 도주해 버렸다.

‘한번 그랬던 녀석이…… 다음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다음에도 이번같이 녀석을 몰아붙일 좋은 기회가 생겨도, 녀석은 이미 빠져나갈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마련해 놓았을지 모르는 일.

그렇기에 녀석을 죽이려면, 이런 전투가 아닌 평상시에 허점을 노리는 편이 성공 확률이 높아 보였다.

동료나 부하의 배신?

그건 이미 한번 당했던 전적이 있어, 녀석이 철저히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놈이 사냥하고 있을 때를 노린 ‘뒤치기’였다.

‘결국…… 도닥통의 암살단과 힘을 합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겠구나…….’

우리 버닝 스타 길드원들도 다리우스를 잡기 위해 뭉치긴 했지만, 사실 엄밀히 보자면 다리우스를 암살하기에 적합한 구성은 아니었다.

필드 사냥 뒤치기에는 역시 은신 도둑을 따라올 캐릭이 없다.

녀석과 실제 전투를 나누고 복기까지 해보니, 결국 다리우스 킬에 있어서만큼은 도닥통이 제시한 방법이 더 적합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피닉스가 점령한 신규 지웰 성에는, 미처 어떠한 중계방송도 준비하지 못해 자료 화면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타이탄이 무려 7대나 등장한 화려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소식입니다.』

『하필 태성과 피닉스 두 길드의 목표가 겹쳐서 그랬지, 각자 다른 성의 공성에 타이탄을 활용했다면 이번 공성전에도 참 격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안 그런가요, 아나운서님?』

『아무래도 그랬을 겁니다. 어쨌든 태성 길드도 이번 공성으로 다시 5성을 회복했으니, 다음 공성전에서는 더 많은 타이탄을 구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상상만 해도 다음 달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타이탄들이 전장을 활보하게 될 광경을 직접 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삑!

대충 볼 건 다 봤기에, 새벽 사냥을 위해 일찍 침대에 누웠다.

기존의 랭커급 유저들을 따라잡는 데 3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반면 그들의 시간 또한 멈춰져 있진 않았기에, 랭커들은 더욱더 강해졌고 장비도 좋아졌다.

심지어 타연에는 ‘타이탄’이라는 새로운 전력이 속속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3달의 시간을 통해 만족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당초 구상했던 것보다 혼자 깽판을 벌이기는 훨씬 어려운 상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면 깨부수고 뛰어넘으면 그만이다.

이제 나도 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강해진 만큼, 지금부터는 따라잡는 것이 아닌 앞서나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누구도 밟아보지 않았던 길.

그동안 랭커들만 밟아왔던 그 길에, 이젠 나도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 * *

[축복받은무빙: 오늘도 좋은 아침!]

[축복받은얼굴: 어서 오세요 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축복받은무빙: 나를? 왜?]

[산드로: 좋은 아침입니다 형님. 이제 우리 길드원들이 전부 다 접속했네요. 모두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사냥하면서 전 길드원들이 모이기만을 기다렸다.

요즘은 올빼미 현중이 녀석도 길드원들과 사냥하는 탓에, 새벽형 인간으로 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 잡고 있던 자이언트 놀을 빠르게 순삭해 버리고는, 하던 말을 이었다.

[산드로: 먼저 어제 제가 먹은 솔저급 타이탄을 처분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꼭 필요로 하시는 분 계십니까?]

[축복받은무빙: 타이탄? 그건 드로 네가 혼자서 먹은 거나 다름없잖아? 그러니 혼자 알아서 처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산드로: 또 그 말씀이세요? 함께 공성했으니 제가 먹을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누차 말씀드리지만 태성과 싸우려면 길드원 전원이 타이탄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타이탄의 보유 여부가 전투에서의 생존율을 크게 좌우하게 될 테니 말이죠.]

[라스트챤스: 형님~ 어차피 전 활질 해야 하니 필요 없습니다~ 무빙 행님이 쓰시면 좋을 것 같네요~]

[축복받은무빙: 비록 드로는 힐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다른 길드원들은 힐과 정화를 줄 힐러가 여전히 필요하지 않겠어? 그러니 내가 타이탄을 타는 건 너무 비효율적일 것 같다. 고로 나도 포기.]

욕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는 길드원들이 있을 수 있을까?

직업과 상관없이 타이탄을 탄다는 것은 모든 유저의 로망 중 하나일 텐데 말이다.

[산드로: 어차피 순서대로 돌아갈 테니까 그리 빼지 않으셔도 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축볼 누님께 이 타이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축복받은파볼: 잉? 나? 무슨 법사한테 타이탄을 타라고 그래?]

[산드로: 법사라고 칼질하지 말란 법 있습니까? 아, 이놈은 창이니까 창질이겠구나. 슉슉! 오늘부터 마법뿐만 아니라 창질 연습도 좀 하셔야겠네요~]

[축복받은파볼: 뭐야?ㅋㅋㅋ 나 미쳐ㅋㅋ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태성 땜에 타이탄을 다 타게 생겼네? 알겠다 드로야. 난 축빙 오빠처럼 빼지는 않을게!ㅋㅋㅋ]

다들 흩어져서 사냥 중이었기에, 타이탄의 정수는 잠시 후 따로 만나서 드리기로 했다.

이어서 모두에게 하룻밤 내내 고민했던 중대한 발표를 전달했다.

[산드로: 그리고 이미 다들 레벨업에 바쁘실 텐데, 더욱 빡세게 레벨업을 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됐습니다.]

[축복받은얼굴: ㅇㅇ? 뭔데?]

[산드로: 지금 타이탄의 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걸 다들 보셨으니 아시죠? 그러니 시간이 지나 다른 길드가 채가기 전에 저희가 먼저 꼭 먹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축복받은무빙: 우리가 먼저 먹어야 할 것? 우리가 가진 타이탄으로 성이라도 먹자는 거야? 근데 다음 공성전은 한 달 후에나 있잖아?]

[라스트챤스: 앗! 드로 형님... 전 왠지 형님이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설마 가트웰 산맥? 거기에 있는 놈을 말씀하시는 거 맞죠?]

[산드로: 오, 라챤이 제법인데? 정답! 바로 그놈이야.]

[라스트챤스: 와... 물론 타이탄이 3대나 있으니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그게 정말 가능하겠어요? 저한테는 도무지 각이 전혀 안 보이는데요...]

[축복받은파볼: 야! 니들끼리만 그러지 말고 얼른 말해봐! 그게 뭔데 그러니?]

[산드로: 여러분, 저희 길드는 앞으로 열흘 안에 투 메르타스의 퍼스트 킬에 도전할 겁니다. 그러니 다들 빡세게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와우!

다들 채팅창에 글을 써서 올리진 않았지만, 각자 이런 탄성을 질렀을 것을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린 드래곤 ‘투 메르타스’.

놈은 1년 전 가트웰 산맥 안쪽이 업데이트될 당시, 자칭 ‘모험가’ 유저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그 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놈은 모든 타연 유저들의 머릿속에 가장 강력한 필드 보스 몹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와이번의 둥지 너머 침묵의 숲 끝에 다다르면, 이 투 메르타스가 잠들어 있는 레어에 도달할 수 있다.

많은 유저들이 직접 드래곤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목숨을 내놓고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워낙 고레벨 지역인지라 실제 레어까지 도착하는 인원은 극소수뿐.

그마저도 레어에 들어가 드래곤의 위엄 있는 모습을 직접 보려면, 대가로 목숨을 바쳐야만 했다.

퍼스트 킬의 엄두는커녕, 그저 보는 것조차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존하는 최고 난이도의 보스 몹, 드래곤(dragon).

난 그놈의 ‘퍼스트 킬’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길드의 전력을 급격히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이 방법만이 최선이야.’

남들이 들었다면 정신 나갔다며 맹비난을 쏟아낼 레이드.

사실 내가 떠올린 생각이지만, 나 자신도 굉장한 무리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꼭 드래곤 레이드에 도전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드래곤의 ‘퍼스트 킬’.

레벤다스를 얻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타연은 인던조차도 퍼스트 클리어와 퍼스트 킬 보상에 굉장히 후했다.

그러니 인던 보스 몹과는 비교도 안 되게 드랍율이 높은 필드 보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리우스를 비롯한 랭커들이 항상 후발 주자들과 거리를 둔 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

거기에는 고생하며 도전한 그들에게, 그만큼이나 후한 보상이 주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 드래곤의 퍼스트 킬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우리 버닝스타가 먹는다면 그 어떤 이벤트보다 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테지만, 만약 다리우스 패밀리가 먹는다면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놈은 아직 투 메르타스를 잡을 수 있는 유저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아니, 그런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하고 있을 게 분명해!’

다리우스는 아직 이 드래곤을 잡는 것을 시기 상정이라고 여기고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타이탄이 점차 생산되어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순간이 되어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절대 아니었다.

분명 숲속 깊숙한 곳에서 고고하게 존재하고 있는 드래곤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대대적인 트라이에 돌입할 것이 분명했다.

즉, 놈이 아직 나나 다른 유저들이 드래곤 레이드에 도전하지 못할 거라고 방심하고 있을 타이밍.

누구의 방해도 없을 이 타이밍이야말로, 다시없을 절호의 찬스나 마찬가지였다.

타이탄의 숫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을 테니, 생각해 보면 그 기간은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산드로: 일단 준비할 것들이 있으니 다들 레벨업에 힘써 주세요. 뭐가 됐든 간에 공격이 박혀야 레이드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기간은 열흘. 정확히 열흘 후 새벽에, 저희는 타연 최초로 드래곤 레이드에 도전할 것입니다.]

디바인 아이템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드래곤을 킬하게 되면 ‘7신기의 해방자’에 못지않은 엄청난 업적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업적은 아이템과 달리 모든 길드원들이 똑같이 받을 수 있는 만큼, 우리 길드가 단번에 급격히 강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조금씩 따라잡기엔 너희가 너무 높은 산이기는 하지. 그러니 지름길로 가로질러 올라가 주마. 조금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나는 드래곤 레이드에 나설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순서는, 훼라리 이후로 봉인해 왔던 테이밍 몬스터 스킬의 슬롯 창을 전부 채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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