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03화 (103/350)

103화 퀀텀 점프 (2)

채팅창을 화려하게 수놓은 아이템들의 목록에 놀라…….

그리고 그 아이템들의 스펙을 홀린 듯이 훑어보느라…… 모두들 말을 잃었다.

레전더리 장비, 특히 무기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게 시세였다.

한데 장검인 ‘투 메르타스의 독니’와 보옥인 ‘투 메르타스의 눈동자’로 모자라, 디바인 장검까지 나와 버렸다.

그러니 아무리 기대를 많이 했던 레이드라고는 해도 이건 한참이나 초과해버린 성과였다.

<샤크 투 메르타스(디바인, 한 손 무기)>

* 공격력: 2280

* 근력 +150, 민첩 +150

* 모든 종류의 대형 몬스터에게 물리 데미지 +2280

* 모든 용종의 몬스터에게 물리 데미지 +2280, 마법 데미지 +2280

* 장검 관련 스킬 레벨 +1

* 장검 관련 스킬의 사용 대기 시간 감소 50%

* 동일 대상을 상대로 공격 시마다 추가 데미지 +10%(최대 100%까지 누적)

* 이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가이라 제국의 선황(先皇) 펠린 가이룩스의 명으로, 그린 드래곤 투 메르타스를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살검(龍殺劍)입니다.

* “아직 투 메르타스가 성룡(成龍)이 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녀석을 토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은 결국 인류의 재앙이 되어, 찬란한 천년 제국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말 것입니다.” - 가이라 제국의 23대 원로원장 게투릭 벤튼스 -

그리고 길드원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놈의 엄청난 스펙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신검 ‘룬 페이토나’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밸런스가 잘 잡힌 검이었다면, 용살검 ‘샤크 투 메르타스’는 오직 공격력에만 특화된 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용종의 몬스터는 물론,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할 땐 훨씬 더 뛰어나 보이기까지 했다.

‘가만있자. 타이탄도 대형 몬스터 취급을 받지 않았었나?’

그러고 보니 인던 안에서 레벤다스를 상대할 때 분명 느낀 적이 있었다.

타이탄을 적으로 상대할 때는, 놈이 대형 몬스터로 취급받는다는 것을!

그렇다면 이 용살검은 드래곤뿐만 아니라, 타이탄에게도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무기였다.

기본 데미지는 신검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일단 옵션 자체가 대형 몬스터에게는 무조건 2배의 데미지가 들어갔다.

거기다가 동일 대상을 연속해서 공격하면 데미지 누적이 100%까지 된다는 옵션 또한, HP가 많은 타이탄을 상대로 할 때 거의 무조건 발동되는 효과라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난 이 용살검을 선택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템 중에 이것보다 내 마음을 더 사로잡는 템이 있었기에, 이것마저 탐낸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기 때문이다.

<투 메르타스의 심장(디바인, 재료 아이템)>

* 각종 무기나 방어구, 연금술에 사용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 제작 시 치명적인 독 속성을 부여합니다.

* 타이탄의 동력 역할로 사용이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 최초 복용 시 최대 마나 수치가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 복용 시 그 즉시 마나를 100% 회복하고, 10초간 스킬 사용 시 마나를 소비하지 않게 됩니다.(사용 대기 시간: 15일)

바로 타연에 최초로 등장한 ‘디바인’급 재료 아이템이었다.

원래 여러 소설이나 게임 설정 상, 이런 ‘드래곤 하트’는 모든 드래곤들의 힘의 원천이자 최고의 보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타연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유독 이 심장만큼은 다른 재료 템들과 달리 디바인급이었다.

‘섭취할 수 있다라……. 이 말은 드래곤의 심장도 다른 몹들의 심장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영약이라는 얘기지.’

이걸로 만들어질 장비들은 얼마나 뛰어날까?

보나 마나 디바인급 장비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걸로 만들 수 있다는 타이탄은 얼마나 좋은 놈일까?

역시나 유저가 만들 수 있는 타이탄 중 최고 등급의 타이탄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디바인급 장비라도 신검보다는 못할 것이고, 아무리 좋은 타이탄이라 해도 7대밖에 없다는 로드급 타이탄이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건 다 포기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현중이가 디바인 검을 갖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니깐.’

타연 내에서 영약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캐릭터 당 오직 단 1번.

지금도 거래소에서는 ‘만드라고라의 뿌리’라든지, ‘바실리스크의 심장’ 같이 스탯이나 HP를 영구히 올려주는 유명한 영약들이 비싼 값에 올려져 있다.

혹은 투기장이나 신전 등에서 업적치를 바치면 영단과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애써 무시해 왔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약들은 잘해 봐야 유니크 급이었기에,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리기엔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저 나중에 정 마땅한 게 없으면, 투기장에서 유니크급 영단인 ‘불사조의 심장’을 구매할 생각만 막연히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려 디바인급의 영단이 튀어나온 이상, 이번에는 무조건 이걸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아직 레전더리급 영약도 나타나지 않았을 때…… 이런 디바인급 영단을 내가 최초로 먹게 된다면?’

어떤 게임이든지 ‘치트키’나 ‘핵’ 같은 것은 혼자만, 그리고 되도록 일찍 사용할수록 훨씬 더 사기적인 효과를 자랑하는 법이었다.

“다들 원하시는 건 결정하셨나요?”

“모두 생각을 대충 정리했을 것 같은데, 먼저 드로 너부터 원하는 걸 말해보는 게 순서인 것 같다. 빼지 말고 말해 보렴. 어떤 것이 필요한 것 같니?”

“흠……. 축빙 형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전 다른 건 전부 포기하는 대신, 투 메르타스의 심장을 선택하겠습니다.”

“이놈 봐라? 포기하긴 뭘 포기해? 용살검은 당연히 네가 가져가야 하는 거고, 심장을 택했으니 심장도 가지고 가라.”

“……네?”

“맞아요 형님. 용살검은 당연히 형님 몫인 거니 빼놓고 계산하셔야죠.”

“심장은 딱 봐도 마력이나 MP 엄청 올려줄 것 같은 영단인데, 잘 선택했다. 우리가 뭐 심장으로 타이탄을 만들기라도 하겠어? 타이탄이 모자라면 드로 네가 또 뺏어주면 될 일이고.”

혹시 심장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다 포기하더라도 이것만은 갖고 싶다고 선수 친 것이었다.

한데 길드원들은 마치 그런 내 고민이 우습다는 듯, 디바인 템 두 개를 전부 가져가라고 등 떠밀고 있었다.

“그래, 너나 되니깐 디바인 템 들고 혼자 필드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잖아. 우리 중에 너 말고 디바인 템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해? 그리고 검 쓸 수 있는 게 너하고 나뿐인데, 그렇다고 내가 들고 다니리? 방패도 디바인인데 검까지 디바인을 쓰라고?”

“아니, 난 이미 신검이 있잖아.”

“뭔 상관이야? 타연에 쌍검 쓰고 있는 유저들이 쌔고 쌨는데?”

검을 쓸 수 있는 현중이까지 저렇게까지 말하며 사양하자, 더는 거부할 수만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용살검도 제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걸로 용도 좋지만 타이탄 좀 푹푹 썰어 줘!”

“디바인 검 2자루를 찬 유저라니, 공격력 끝판왕의 탄생이구나!”

그렇게 난, 줄곧 아껴 뒀던 스킬 포인트를 예상보다 빨리 사용하게 되었다.

공통 스킬인 ‘이도류 마스터리’에.

“자, 이제 템 분배는 끝난 건가? 많기도 많았다 정말.”

“아직이에요 형님. 마지막으로 한 개 더 남아있습니다. 퀘템이라 공유 안 드렸는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네요.”

[미완성 스킬북(퀘스트 아이템)]

* 옛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스킬북입니다.

* 각 직업군의 마스터에게 찾아 가십시오

드래곤답게, 그리고 퍼스트 킬답게 투 메르타스는 특별한 아이템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쓰임새가 불분명한 퀘스트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가끔 보스 몹들 중에는 퀘스트 아이템을 드랍하는 경우가 있지만, 해결 방법과 보상은 천차만별이었다.

“오호라? 이름부터가 왠지 각이 나오는 것 같은데? 안 그러냐 축굴아?”

“스킬북인데 미완성이라……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 타연이 무슨 다른 겜들처럼 전설 스킬 따위나 남발할 리는 없으니까요. 근데 만약 정말 예상대로라면 스킬 테크트리에 또 한 번의 혁명이 일어나게 되겠네요.”

“그러니깐 이것도 드로가 갖는 게 맞겠다. 평범한 우리보다야 이미 밸붕캐인 우리 길마가 써야 더 효과가 좋을 거 아냐?”

“맞아 맞아. 난 퀘스트는 귀찮아서 퀘템은 질색이야. 다들 드로가 갖는 거 찬성이지?”

“넵 누님!”

“두말하면 잔소리죠!”

당최 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로 내게 몰아주는 분위기였다.

“아, 다들 왜 이러세요? 자꾸 이러시면 제가 앞으로 부담스러워서 뭘 같이 하자고 못 할지도 몰라요.”

“응? 당연히 부담스러워 해야지 뭔 소리야. 우린 네가 태성과 다리우스를 잡을 거라고 해서 함께하기로 한 건데 그동안 부담도 없었어? 앞으로도 계속 무한 서폿이 들어갈 예정이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크크, 그래. 원래 사람은 부담 좀 가져야 더 열심히 하는 법이야. 우리 드로, 화이팅이다?”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사람들.

덕분에 난, 어쩌면 드랍 템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일지도 모를 퀘템마저 손에 넣게 되었다.

* * *

다들 새벽형 인간이 아닌지라, 아이템 분배가 끝나자 피곤하다며 접속을 끊었다.

현중이마저 쉬겠다며 로그아웃할 정도였으니, 과연 모두가 온종일 드래곤 레이드를 위해 전력을 다했던 듯싶었다.

한 대라도 스치면 10초간 어마어마한 독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투 메르타스의 독니는, 현중이가 가져갔다.

투 메르타스의 눈동자라는 이름의 보옥은, 마법사가 한 명뿐인지라 당연히 축복받은파볼 누님의 몫이 되었다.

-나도 드디어 레전더리 무기를 써 보는 거야? 히야! 캐스팅 시간을 25%나 줄여준다니, 이건 아무리 레전더리라고 해도 옵션이 너무 좋잖아!

누님이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는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뛸 듯이 기뻐했다.

비록 완성 템을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대신 제작에 필요한 재료 아이템을 대부분 양보받았기 때문이었다.

분배받은 용의 뼈와 용의 힘줄로 레전더리 활을 2개는 만들 수 있겠다는 라챤이.

그리고 세계수 가지로 만들 스태프라면 보나마나 힐 증폭 옵션이 붙을 거라는 축빙 형님까지…….

결국 우리 길드원은 이번 레이드를 통해 전원이 레전더리 무기를 착용하게 되었다.

특히 두 사람은 완성템 무기를 하나도 못 가져간 대신, 은신의 망토라는 타연에 처음 등장한 템까지 가져가게 되었다.

비록 1성에 불과한지라 이속이 느리고 큰 페널티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망토를 착용하게 되면 오직 도둑 클래스만 쓸 수 있는 은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소규모 전투에서는 적들 중에 디텍팅 스킬이 없는 경우도 많았고, 설령 고레벨 지역이라 해도 은신을 감지하지 못하는 몹들도 많았기에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보이는 망토였다.

용의 비늘은 각자 방어구를 만들기로 하고 골고루 나눠 가졌는데, 내가 분배받은 양은 모두 현중이에게 주었다.

디바인 검을 곧바로 양보받은 것이 너무 고마웠고, 용의 비늘로 만들어질 방어구는 마나 관련 옵션이 붙지 않을 것 같아 내게 그다지 필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누가 뭐래도 이번 레이드에서 나 다음으로 큰 공훈을 세운 사람은 현중이었다.

물론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레이드였기는 하지만, 녀석의 공이 컸던 만큼 이 정도는 충분히 받아도 될 자격이 있었다.

유일한 탱커였기에 방어구가 중요한 캐릭이기도 했고 말이다.

[가이라 제국의 수도, 오스타그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친 뒤 혼자서 찾은 곳은 오스타그였다.

마지막으로 카이저 님으로부터 얻은 퀘스트 ‘드래곤 슬레이어’의 보상을 수령하기 위해서였다.

여러모로 불가능에 가까웠던 어려운 도전.

그래서 그런지, 그에 따른 보상도 타연에 최초로 등장하는 종류였다.

궁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나는 새로 익힌 스킬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동안 레벨업을 하며 아껴둔 스킬 포인트를 거의 다 써 버렸지만, 수치들을 볼 때마다 하나도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도류 마스터리(공통 스킬) : ★★★★★☆☆☆☆]

* (passive) 양손에 한 손 무기 2개를 착용할 수 있게 됩니다.

* 공격력과 명중률이 10% 감소합니다.

* 가드 성공률이 27% 증가합니다.

“용살검 옵션 때문에, 이제 도검류는 9성까지 찍을 수 있는 게 진짜 사기긴 하네. 이도류인데 페널티가 고작 마이너스 10%라니……? 진짜 밸런스고 뭐고, 템빨 앞에선 다 소용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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