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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08화 (108/350)

108화 제국의 습격 (1)

“그만하면 산드로 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이제 저희도 전투를 준비해야 하니 이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가자 바라기야.”

“알겠습니다, 길마 님.”

“네, 다 같이 화이팅합시다!”

그렇게 아틀란티스의 간부진들도 자리를 잡기 위해 이동했다.

잘 알아듣도록 말했으니, 바라건대 제발 허튼 생각 따위는 하지 않길 바랐다.

“오, 우리 길마 제법 멋진데? 최상위 길드 여기저기서 눈독 들이는 인물이라니!”

“거절하는 건 또 어떻고요? 괜한 딴생각은 접어두시죠. 잡생각 마시고 피닉스 옆자리나 잘 지키세요! 캬! 난 드로 말하는 거 보고, 타연 지존이 오신 줄 알았잖…….”

“축굴이 너 안 닥칠래? 아무튼 늦었으니 저희도 이제 이동해 볼까요?”

“누구 땜에 늦었는… 야! 멈춰! 나도 태워줘야지!”

아직 소환을 해제하지 않고 대기 중이던 훼라리에 올라타자, 축빙 형님과 현중이가 따라서 올라탔다.

레드 드레이크는 대형 몬스터인지라 최대 3인까지는 태울 수 있었다.

하나 나머지 2명도 문제없었다.

라챤이가 이번에 테이밍한 몹 또한, 2명은 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와순이 소환!”

녀석의 외침과 함께, 훼라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리폰보다는 큰 와이번이 소환되었다.

내가 열심히 길막을 해주며 혼자 테이밍하도록 도와준 몬스터.

바로 가트웰 산맥의 와이번, ‘와순이’였다.

“축볼 누님, 꼭 잡으세요!”

“야, 야! 허리를 뭐 하러 잡어! 그냥 타도 안 떨어져! 이거 겜이야, 왜 이래?”

“아…… 네 네. 어쨌든 출발합니다!”

각각 훼라리와 와순이를 나눠 탄 우리 버닝스타 멤버들은, 금세 하늘 위로 올라가 지상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내성 안뿐만 아니라 성벽 밑 절벽과 이어진 사잇길.

내성문과 이어진 로젠타스 성 특유의 구름다리와 건너편 언덕에 이르기까지.

보이는 모든 곳이 온통 유저들투성이었다.

하나 아직 제국군으로 보이는 NPC 군단은 코빼기도 안 보일 만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 제국과의 거리가 거리인 만큼 NPC들이 이곳까지 실제로 걸어올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축복받은얼굴: 이제 정각인데 어디로 오려나?]

[라스트챤스: 형님, 다리 위를 보세요! 갑자기 포탈이 생겼네요!]

경고했던 정각 3시.

내성문 앞 다리 위에 제국군의 NPC 군관(軍官) 한 명이 포탈을 통해 나타났다.

유저의 수가 너무 많아 서 있을 자리가 없다 보니, 유저들 어깨를 밟고 서 있는 다소 황당한 모습이었다.

『리버스 국의 졸개들은 들어라! 감히 제국의 태양이자 지엄하신 제피르 3세 님의 명을 어긴 너희들에게 엄중한 징벌을 내리고자, 황제께서는 친히 우리 제국 7군단 ‘멈추지 않는 돌격’을 파병하셨다. 지금이라도 고개를 조아려 이곳 로젠타스 성을 바치겠다고 항복한다면, 황제께서는 바다와 같이 넓은 아량을 베풀어 회군토록 명하실지어다!』

“고작 NPC 주제에 말이 너무 건방지구나! 거절이다!!”

우리와 달리 항복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창이 떴는지, 지옥불은 거친 손짓으로 허공을 터치했다.

그리고는 NPC 군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벽 위에서 화살 한 대를 쐈고, 그걸 신호 삼아 수백 대의 화살이 군관에게 날아가 꽂혔다.

군관은 쏟아지는 일점사에, 짧은 단말마를 남기며 금세 쓰러져 버렸다.

『리버스의 군주여! 정녕 어리석은 선택을 했구나! 이곳에 곧 피의 응징이 들이닥치리라!』

[잠시 후, 가이라 제국의 침공이 시작됩니다.]

[리버스 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모든 길드는 가이라 제국과의 전쟁에 자동으로 참전하게 됩니다.]

“오! 저놈 완전 간지나게 외치면서 죽는데? 이거 영화 같아서 벌써부터 두근두근한데?”

“드디어 시작이구나! 오래도 기다렸다!”

“꺄! 저 이런 거 완전 처음 봐요! 내가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다니!”

모든 유저들에게 나와 똑같은 알림창이 떴는지, 필드는 곧 벌어질 전투에 대한 기대감으로 순식간에 소란해졌다.

그리고 공중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우리의 눈에, 특별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로젠타스 성과 2km가량 떨어져 있는 언덕 위 필드.

그곳에 거대한 포탈 열 개 정도가 생성되더니, 그 속에서 수많은 병사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기다려 왔던, 제국군의 등장이었다.

(나: 지옥불 님. 2km쯤 떨어진 11시 방향에 포탈이 생성되어 제국군들이 공간 이동해 오고 있습니다. 이미 수천 명은 될 듯한데 끝도 없이 나오고 있네요.)

(지옥불: 네, 저도 전달받았습니다. 성은 저희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 작전대로 후방 교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나: 네, 뒤는 걱정 마세요!)

수백 기의 기마병,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천 명의 장창 병과 보병들이 차근차근 전열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마법사들과 궁병들이 보였는데,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얼굴은 전부 투구나 후드 등으로 가리고 있었다.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조금이라도 거부감이 덜 들기 위해 만들어 놓은 설정이라고 했지.’

간혹 도적단이나 산적 등의 인간형 몬스터가 등장할 때 나타나는 게임 속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제국군의 모습.

여하튼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수만 명은 족히 빠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제국군의 포탈.

그 안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마지막에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타이탄, 아니 이번엔 타이탄 ‘부대’였다.

“이런! 제국군이 타이탄도 갖고 왔잖아? 저놈들, 완전 작정하고 쳐들어온 거였네?”

“하나, 둘, 셋 넷! 미쳤어…… 저 자식들 12대나 갖고 왔어요!”

“이게 고작 한 개 군단 수준이라고……? 제국의 클라스가 이 정도인 거야?”

러프하게 잡아도 족히 5만 명은 넘어 보이는 병사.

그리고 비록 솔저급으로 보이지만 무려 12대나 되는 타이탄을 끌고 온 제국군이었다.

이 정도면 단순한 몬스터 웨이브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타연의 세계관에서 제국이란 존재가 얼마나 강력하고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곳인지, 마치 게임사가 가르쳐주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다만 너희 일루전도, 그리고 타연 속 제국도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지.’

지금 이 로젠타스 성과 주변에는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몇 배는 많은 유저들이 모였다는 것.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 버닝스타 길드원들이,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라면 무참히 짓밟혔어야 할 이 로젠타스 성과 오늘 전투의 결과는, 이런 변수들 때문에 180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와아아아!”

“제국에 대항한 대가를 치르라!”

“황제 폐하! 만세!”

끝없이 제국군을 토해내던 거대한 포탈이 결국 하나둘씩 할 일을 끝마치고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5만 명이 넘는 제국군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성의 정문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장관이구나, 정말. 드로 덕분에 이런 구경도 다 해보네.”

“와, 이거 무슨 영화 팔찌의 제왕을 실제로 보는 것 같네요! 이따 지상에 내려가서 직접 싸울 생각을 하니깐 살 떨리는데요?”

축빙 형님과 현중이의 감탄은 엄살이 아니었다.

나 또한 수만 명의 행군을 보고 있자니 그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데도 이 정도인데, 직접 땅 위에서 맞부닥치는 유저들 기분은 어떨까?’

거침없이 전진하는 제국군.

반면 필드에 있던 유저들 무리는 홍해 가르듯이 갈라져 흩어지는 모습이었다.

“으아아!”

“비, 비켜! 으악!”

오늘 전투의 메인 디펜스 장소는 로젠타스 성과 그 주위.

성에 못 들어온 유저들은 필드에 남아 가장자리의 제국병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기마병을 필두로 전차처럼 돌진하는 제국의 메인 병력을 피해 달아나기 바빴다.

선두의 제국군들은 유저들을 무참히 썰어대며 절벽 위 다리까지 금세 도착했다.

그런 제국병들을 피하고자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유저들까지 나타날 정도로, 다리 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버렸다.

“지금이다! 공격!!”

그 순간, 피닉스 군도 드디어 반격을 시작했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다리 위의 유저들이 방패막이가 된 상태로 접전이 벌어진 것이다.

콰광! 콰과광! 쉬이이! 펑!

로젠타스 성의 자랑, 4개의 첨탑에서는 광역 마법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성벽 위에서도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화살과 원거리 스킬들이 화력을 보탰다.

크아악-!

워낙 수많은 화력이 집중된 터라, 전진하던 제국의 병사들은 다리의 절반도 지나지 못한 채 산화되어 나갔다.

하지만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공중에서 지켜보니, 마치 깔때기처럼 뒤에서 대기 중인 제국군들의 숫자가 다리 위의 병력보다 수백 배는 넘어 보였다.

‘역시 저 정도 숫자라면…… 원래였다면 절대 못 버텨냈을 거야.’

유저들 간의 공성전과 달리, 제국의 병사들은 끝도 없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대로 전투가 이어진다면 결국 MP와 화력이 유지되지 못해 내성문은 결국 뚫렸을 것이다.

그걸 진작부터 예상했기에 성밖에도 이렇게나 많은 유저들이 나와 대기 중이었고, 우리 버닝스타도 수성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산드로: 자, 이제 저희도 슬슬 내려가겠습니다. 와순이 쪽은 계속 공중에서 저희만 따라오면서 잘 엄호해 주세요!]

[축복받은파볼: ㅇㅋ! 맡겨둬! 필요할 때마다 넉백 좀 달달하게 넣어줄게!]

[산드로: ㅎㅎㅎ 믿겠습니다 누님!]

벌써 전투의 체계가 잡혔는지, 제국군의 양 측면은 수많은 동맹 유저들이 감싸며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내릴 곳은 단 하나였다.

녀석들이 나타나자마자 전진했기에 성 밖의 유저들은 미처 감싸지 못한 곳.

마치 왕이라도 되는 듯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타이탄들이 위치한 저곳.

바로 제국군의 ‘후방’이었다.

[산드로: 계획대로 지휘관부터 잡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찾아내 봅시다!]

-메인 퀘스트 중 하나인 도둑단 소탕 인던에 들어가도 우두머리가 있고, 필드에서 만나는 산적을 잡더라도 놈들 중에 꼭 산적 두목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쳐들어온다고 예고했던 7군단의 규모라면, 당연히 지휘관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놈들부터 쓸어버려야 합니다. NPC들과의 전쟁은 처음이지만, 분명 우두머리부터 잡으면 뭔가 변화가 생길 거에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있을 필요도 없잖아요?

피닉스의 간부진, 그리고 우리 버닝스타가 함께 전략회의를 나눈 끝에 도출한 결론이었다.

그 예상을 증명이라도 해주겠다는 듯, 제국군 후방에는 딱 봐도 일반 병사들과는 클래스가 달라 보이는 타이탄 12대가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저곳에는 당연히 지휘관들, 그리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7군단의 사령관’까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게 타당해 보였다.

우리 버닝스타의 이번 목표와 임무는, 바로 저곳에 있는 우두머리들을 해치우는 것이었다.

“저부터 내려갑니다! 놓치지 말고 잘 따라들 오세요!”

쿵!

적군 한복판에서 내릴 수 없었기에, 후방 끝에 있는 제국군 근처로 점프해서 내려앉았다.

띠링!

몹들에게 어그로가 끌릴 때 들리는 익숙한 효과음이 귓가에 울렸다.

그와 동시에 앞을 바라보며 전진 중이던 제국군 병사가 곧바로 내가 있는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곧 근처에 있던 수백 명의 제국 병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뒤따라 내려온 현중이에게 말을 건넸다.

“현중아! 우리 그냥 썰기는 심심하니까,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나 할래?”

“인마! 그게 디바인 검을 두 자루나 들고 있는 놈한테서 나올 소리냐? 너 양아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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