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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09화 (109/350)

109화 제국의 습격 (2)

내 옆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현중이에게 시답잖은 농담을 건넸다.

마치 우리 둘만 다른 게임을 하는 듯 유저들과 동떨어져 있었기에, 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중이와 나, 우리 둘이 이렇게까지 커버리다니!’

비록 게임에 불과하다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둘은 정말 전쟁터 한복판에서 등을 맞댄 채 적군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상황이 더욱 감격스러운 것은, 이제는 우리 둘 다 이 상황이 조금도 겁나지 않을 만큼 일당백의 랭커급으로 성장했다는 점이었다.

[재빠른 몸놀림!]

[신성한 가호!]

사슬 갑옷으로 무장한 다가온 병사들을 향해, 우리도 반격을 시작했다.

붙어보니 병사들의 레벨대가 금세 가늠됐다.

대부분이 400레벨 안팎.

상당히 고레벨의 NPC였으나 별 상관은 없었다.

[제국군 병사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12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제국군 병사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12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일반 병사는 일반 몸이나 다름없었기에, 빠르게 휘둘러지는 내 평타 공격을 4대 이상을 버티는 병사가 없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업적치가 빠르게 쌓여나갔다.

[연속 베기!]

쌍검을 찬 이후부터, 연속 베기는 검을 빠르게 두 번 휘두르는 것이 아닌 X자로 동시에 휘두르는 것으로 스킬 모션이 변해 버렸다.

덕분에 아주 미세하지만 스킬 시전 속도도 짧아져, 다음 타겟팅을 향해 예전보다 빠르게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잡아서 언제 다 잡을 건데?”

“하하! 우리 현중이, 템 좀 바꾸더니 요즘 기가 살았네?”

내가 차근차근 재빠르게 정리해 나가는 방식이라면, 현중이는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국군을 잡고 있었다.

[가시 반사!]

녀석이 퀘스트 보상으로 선택한 특별 스킬, ‘가시 반사’.

시전시 자신이 받는 모든 근접 물리 공격 데미지의 일정 퍼센트를 공격 대상에게 반사하는 스킬이었다.

탱커 직업군이 익히면 좋은 특별 스킬 중 하나로 손꼽혔는데, 역시나 랜덤으로 주어졌기에 이 스킬을 가진 탱커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익히기만 한다면 딜러와의 일대일 전투뿐만 아니라, 이런 다대일 전투에서도 빛을 발하는 스킬이었다.

녀석이 가진 방패는 무려 디바인급.

덕분에 현재 현중이의 방어력과 방패 방어 계수는 웬만한 랭커보다도 높았다.

거기다가 녀석이 오늘 아침 완성한 드라코닉 비늘 갑옷 세트는, 현존하는 방어구 중 가장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정도만 해도 제국군의 다굴은 전혀 두렵지 않은 수준.

한데, 심지어 한 가지 더 얽혀있는 스킬 때문에 몸빵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바로 특별 스킬, ‘영혼 연결’.

선택한 대상과 본인이 입는 모든 데미지를, 일정 비율로 나눠 받는 스킬이었다.

사용하기에 따라 공격 스킬로도 활용이 가능한 이 스킬은, 훼라리 위에서 현중이와 본인에게 열심히 힐을 넣고 있는 축빙 형님의 것이었다.

즉, 이 모든 게 갖춰진 현중이는 현존하는 타연 최강의 몸빵 캐릭이나 마찬가지였다.

‘저 자식 저거, 어쩌면 몰이 사냥은 나보다 나을 수도 있겠는데?’

툭툭.

투 메르타스의 독니로 자신을 둘러싼 제국병들을 한 대씩 친 후, 방패 방어 자세로 반사 데미지를 입히는 사냥법.

그런 식으로 딜링을 하니, 나와 엇비슷한 속도로 제국군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그 와중에 와순이를 탄 라챤이와 축볼 형님으로부터 멀티 샷과 파이어볼 같은 광역 스킬도 간간이 날아와, 다가왔던 제국군들은 허무할 정도로 금방 정리됐다.

[축복받은파볼: 와, 우리 길드원들 엄청 세졌구나! 병사가 200명은 족히 있었는데 고작 5명이서 순삭해 버렸네?]

[산드로: 그래도 아직 엄청나게 많이 남았습니다! 어쨌든 일단 주변에 있던 놈들을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 타이탄을 한 마리만 끌어와 볼게요!]

[라스트챤스: 오! 드디어 타이탄 킬러가 출동하는 건가요?]

잠시 빈 공터가 되어버린 주변.

그곳을 지나 조심스럽게 가장 밖에 서 있던 타이탄에게로 다가가 보니, 역시 녀석이 나를 감지해 돌아봤다.

‘됐다! 다행히 어그로는 한 마리만 끌리는구나!’

쿵, 쿵, 쿵!

거대한 땅 울림을 동반한 녀석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의 머리 위로 거대한 네임바가 보였다.

<가이라 나이츠>

티에스 국과 리버스 국이 생산한 타이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네이밍과 외형.

한데 혼자 자신만만하게 이곳까지 다가온 녀석을 공격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감히 제국의 자랑, 가이라 나이츠에 대적하려는가! 그 알량한 만용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치르게 하리라!”

녀석이 갑자기 우렁찬 외침을 토해낸 것이다.

전장을 내려다보며 성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던 나머지 타이탄들 중 절반 이상이, 그 소리를 듣고 우리 쪽을 돌아보며 노란 안광을 빛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거대한 성벽이 움직이듯 타이탄 8대가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축복받은얼굴: 저희... 혹시 주옥된 겁니까? 튈까요?]

[산드로: 튀기는 뭘 튀어! 언제는 뭐 쉬운 전투가 있었냐? 축굴아, 우리도 그냥 레벤다스부터 꺼내자. 축볼 누님도 잠시 타이탄 모드로 블로킹 좀 부탁드릴게요!]

[축복받은파볼: ㅇㅇ 아라썽!]

이렇게 된 이상 속전속결이 답이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타이탄을 놓치지 않고 업적치를 최대한 많이 먹을 기회이기도 했다.

아직 예상일 뿐이었지만, 놈들이 비싸거나 중요한 템들을 드랍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레벤다스 소환!”

현중이는 나머지 8대가 도달하기 전에, 서둘러 레벤다스부터 소환해 이미 공격을 시작한 타이탄의 어그로를 가져갔다.

퍽! 퍽!

그사이 나는, 녀석의 후방으로 이동해 등까지 올라타 검을 쑤셔 넣기 시작했다.

타이탄 파괴자의 업적 효과.

용살검의 대형 몬스터 추가 데미지 효과.

거기에 신검의 기본 데미지와 확률 성 속성 데미지까지…….

늘 적용 중인 불굴의 용맹함 효과와 자버프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공격력이었다.

한데 최근 타이탄을 상대로 추가되는 버프들을 계속 얻어서, 도대체 한 방의 데미지가 어느 정도일지 나조차도 가늠이 안 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 솔저급 타이탄의 대략적인 HP는 30만 내외.

이 정도 수준으로는 이제 랭커들이 가진 최강의 스킬보다 더 아플 내 평타 공격을 견뎌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지잉-!

본래 수백 명의 유저들을 상대한다 해도 충분히 위엄을 자랑했을 솔저급 타이탄.

놈은 그렇게, 우리 버닝스타의 일점사와 내 무차별 폭격을 버티지 못하고 해체되듯 역소환되고 말았다.

<제국군 상급 장교 에릭 퍼슨 준남작>

파괴된 타이탄에서는 장교로 보이는 준남작이 한 명 나타났지만, 이제는 익숙히 봐온 과정인지라 전원이 순간적으로 폭딜을 넣어버렸다.

나까지 그림자 밟기를 사용해 녀석의 뒤를 잡자, 잠시 버티며 도망치던 녀석은 결국 비명을 지르며 죽어버렸다.

[제국군 상급 장교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24,000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업적 ‘귀족 살해자’를 획득했습니다.]

[파괴된 타이탄의 정수 조각(1)을 획득했습니다.]

확실히 타이탄 라이더라 그런지, 일반 병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업적치가 들어왔다.

거기다가 생각지도 못한 업적까지 꽁으로 획득하게 됐다.

[업적 : 귀족 살해자(B)]

* 타이탄 연대기에 존재하는 귀족 NPC를 처치했을 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공격력 +5%)

* 업적 효과로 일부 NPC들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 귀족을 추가로 살해할수록, 이 업적은 더욱 뛰어난 효과로 거듭나게 됩니다.

‘어? B급치고는 너무 좋은 옵션인데? 근데 마지막 설명은 설마……?’

PvP시와 같은 제한 조건이 붙지 않은 순수 공격력 증가 옵션.

그것도 무려 퍼센티지로 올려주는 상당히 보기 드문 업적이었다.

레벨업을 해도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공격력이 아쉬운 내게는 단비와도 같은 업적 효과!

그 기분 좋은 효과가 적용된 것을 확인한 나는, 레벤다스를 타고 올라가 어깨 위에 반듯이 섰다.

“축굴아 가자! 이제부터 쇼타임이다!”

정면에서 달려오던 타이탄들은 마침내 우리 앞에 도달했고, 그중 절반씩 레벤다스와 축볼 누님의 티에스 나이츠에게 나뉘어 달라붙었다.

쿵!

10대나 되는 타이탄들이 서로 뒤엉켜진 장관이, 유저들의 눈이 닿지 않는 이곳 후방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난, 여전히 루이투스를 소환하지 않은 상태로 이 전투를 맞이했다.

어느덧 7만에 다다른 믿지 못할 만큼 높은 MP 수치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타이탄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나는, 어느새 루이투스를 탔을 때보다도 순간 DPS가 더 높은 캐릭이 돼버렸거든!’

비록 타이탄의 공격을 막을 순 없지만, 논타겟팅 공격인지라 절반 이상은 보고 피할 수 있어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한데 전용 스킬밖에 쓰지 못하는 타이탄 탑승 모드 보다 활용할 수 있는 스킬들이 훨씬 더 많았다.

데이네스를 상대하기 위해 대(對)타이탄 전투 대비에 노력해왔던 보람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었다.

펑! 펑!

맞부딪치는 순간, 점프해서 넘어간 가이라 나이츠의 등 위에 덫 설치를 캐스팅해 연막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옆에 있는 다른 가이라 나이츠의 뒤로 그림자 밟기로 옮겨 탄 뒤, 또다시 연막을 터뜨렸다.

사방은 금세 자욱한 연기로 뒤덮였으나, 우리 버닝스타 길드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연막은 타이탄들 곁에서 공격해오는 수백 명의 제국군을 대비한 것.

우리의 최우선 타겟은 워낙 큰 덩치 때문에 연막 속에서도 잘 보이는, 타이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국군 상급 장교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36,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파괴된 타이탄의 정수 조각(2)을 획득했습니다.]

타이탄을 역소환시키자 튀어나온 장교를 죽이고,

[제국군 상급 장교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24,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파괴된 타이탄의 정수 조각(1)을 획득했습니다.]

또 다른 놈이 튀어나오면 그 녀석도 잡아 죽였다.

축볼 누님의 티에스 나이츠는 작전대로 긴 장창으로 뒷걸음질 치며, 최대한 공격을 막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무려 4대 1의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3대의 타이탄을 잡을 동안 버텨낼 수 있었다.

현중이 쪽도 돌아보니, 레벤다스 특유의 집중 방어 스킬을 사용해서 4대의 타이탄의 공격을 훌륭히 방어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훼라리와 와순이를 탄 나머지 길드원들은, 제국 궁수병들의 공격을 피해 높게 떠올라 있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금 쓸까……? 아니야.’

얼핏 위험해 보이는 상황.

단테리오의 팔찌를 써서 타이탄들을 순식간에 전멸시킬까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으나, 아직은 아껴둬야 할 타이밍이었다.

타이탄은 사실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 상정하지 않았던 전력.

우리가 후방에 온 ‘진짜 목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왠지 스킬 가속을 쓰지 않고서도 이것들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계속 샘솟는 중이었다.

“방패 강타!”

자욱한 연막을 뚫으며 내가 다가오자, 현중이는 타이밍 좋게 방패 강타를 시전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스턴에 빠진 듯 잠시 정지된 가이라 나이츠의 몸체 위로 대놓고 점프해서 올라탔다.

더없이 유려해 보였다!

마치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의 정령과도 같았다!

대도 부츠 덕에 타이탄의 몸체를 여기저기 내달리는 지금 내 모습을, 사람들이 봤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타이탄의 거대한 투구의 뒤를 치고 있는가 싶으면, 그대로 검을 내리그으며 내려와 아킬레스건에 후속타를 먹였다.

그런 나를 짓뭉개기 위해 발을 구르면, 타이탄의 뒤꿈치를 밟고 점프해 옆구리에 연속 베기를 먹였다.

허공에 새겨진 X자 검광이 사라지기도 전에 타이탄의 반격이 휘둘러지면, 어느새 나는 거리를 벌렸다.

지상에 내려선 내 모습을 보고 조건반사적으로 검을 내리찍는 타이탄 4대의 집중 공격을, 그림자 분신으로 피해버리고는 치던 놈에게 다시 그림자 밟기를 시전해서 되돌아갔다.

그렇게 0.1초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 큰 피해를 입고 말았을 무빙을, 나는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틈틈이 딜까지 먹였다.

신검을 얻고 난 후부터 매일 같이 16시간 이상 플레이를 하며 다져온.

그리고 최근 공성전과 필드전에서 다대일 전투를 수없이 많이 치르며 절정에 이르게 된 집중력과 전투 센스 덕분이었다.

원래도 컨트롤만큼은 자부해왔던 나였기에, 지금처럼 랭커급 레벨을 달성하고 충분한 전투 경험까지 쌓이게 되자 불현듯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난, 내 캐릭의 능력치과 스킬을 100%까지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급성장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었던 희열의 극치(極致)였다.

[제국군 상급 장교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24,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제국군 상급 장교를 처치하여 길드 업적치 36,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라스트챤스: 저 형님 미쳤다........]

[축복받은파볼: 드로 정말 사람이 하는 거 맞아? 알고 보니 AI였던 거 아니야?]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네……. 이게 네 진짜 실력이었냐?”

아직 소환시간이 끝나지 않은 레벤다스 안에서 현중이가 감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함께 전투를 치른 길드원들은, 전부 제자리에서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유저가 탑승한 제대로 된 타이탄은 아니긴 했지만…….

그렇게 난 8대의 타이탄을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만에 모조리 부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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