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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19화 (119/350)

119화 암살단 가입 (3)

[도닥통: 산드로님, 지금 출동 가능하세요? 사냥하러 나왔답니다, 홍당무요!]

[산드로: 지금요? 사냥 중이었지만 홍당무라면 당장 달려나가야죠. 어디로 가면 될까요?]

[무적살라딘: 위치 공유(!), 이곳입니다. 간만에 3인 파티로 몰이 사냥이나 한다고 나왔다네요!]

태성에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무적살라딘.

그가 보내온 위치 링크를 서둘러 확인해 보자, 예전 필드전을 벌일 때 카이저를 처음 만났었던 벨루타 해안이었다.

원래는 태성이 통제하는 독식 사냥터였으나 지금은 따로 통제하지는 않는 곳.

그래도 수중 왕국의 머맨들이 출몰하는 고레벨 사냥터인지라, 유저가 드물어 여전히 몰이 사냥을 하기에는 좋은 사냥터였다.

[산드로: 바로 치면 의심받으니깐 먼저 도착해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이번엔 누가 오시는 거죠?]

[쉐도우로드: 무적살라딘님과 살살님 차례 아니었나요?]

[무적살라딘: 네, 저 맞습니다! 전 이미 가고 있어요!]

[살살치세요: 벌써 제 차례였어요? 금방 가겠습니다!]

[산드로: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도착해 주세요!]

도닥통의 암살단에 들어가면서 약속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보상 문제.

멤버 대부분이 PK로 인한 득템을 목적으로 삼았기에, 내 참여를 모두가 반긴 건 아니었다.

내가 다리우스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놈이 떨굴 드랍템을 내가 먹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보상을 먼저 약속했다.

마신검 루팅은 각자의 운에 맡기겠지만, 만약 내가 먹게 된다 해도 전 멤버에게 1억 상당인 1백만 골드를 지급하겠다고.

그리고 후불이 걱정돼서 믿지 못하겠다면, 다리우스 킬 전까지 있을 PK에서의 드랍템은 모두 전 멤버들에게 골고루 양보하겠다고 말이다.

사실 더는 내가 드랍템에 욕심 부릴 만큼 템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기에, 이 멤버들의 실시간 정보망을 이용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싼값이었다.

백날 평(平) 길드원들 수백 명을 죽여 봐야, 다리우스는 꿈쩍도 안 할 테니 말이다.

자신의 수족과 같은 유저들이 계속해서 PK를 당할수록.

그리고 내가 자꾸 겁도 없이 녀석의 영역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놈은 나를 죽여 신검을 먹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칠 게 분명했다.

“아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맨날 어두침침한 성안 던전만 돌다가 바닷가로 나오니깐 얼마나 좋아! 에어 밤! 토네이-도!”

펑! 쉬이익, 퍼퍼펑!

서둘러 도착해보니, 홍당무와 같이 온 2명의 마법사 유저의 광역 마법 효과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여전히 바람 계열의 마법 스킬만을 집중적으로 익히는지, 새롭게 선보이는 마법도 윈드 커터의 심화 스킬인 토네이도였다.

토네이도에 휘말려 떠오른 머맨들 수십 마리는, 동료 마법사 둘이 연계해서 날린 파이어볼과 파이어 레인에 무방비로 노출당해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이 좋은 사냥터를 놔두고 인던에서 썩어야 한다니…… 진짜 산드로 그 개자식 때문에 이게 무슨 손해인지 모르겠네요. 누님.”

“야 이 새끼야! 내가 그 자식 이름은 꺼내지도 말라고 했지? 너 오늘 나한테 뒈지고 싶어서 그러냐?”

“힉!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저도 갑자기 울화가 터져서 얼떨결에 그만…… 어, 어쨌든 저는 여기 처음 와보는데 경험치도 짭짤하고 좋은 곳이네요? 누님 마법 때문에 바람도 선선하게 부니 꼭 해변에 놀러 나온 것도 같고요!”

“놀러 오긴 개뿔. 진짜 안 닥칠래? 얼른 몹 끌어오고 뭐해! 어차피 뒤치기 땜에 딱 30분만 바람 쐬러 나온 건지 몰라? 근데 계속 그렇게 입만 털고 있을 거야?”

“네넵! 갑니다, 가요! 매직 미사일!”

“아, 빡치는 새끼네! 갑자기 개자식 이름을 꺼내서 간만에 좋아진 기분, 잡치게나 만들고!”

애꿎은 남자 마법사가 괜히 말을 꺼냈다가 욕만 먹고 몹 몰이를 위해 뛰어나갔다.

그 옆에는 다른 여자 마법사가, 눈치껏 조용히 입 다물고 MP나 채우고 있었다.

(무적살라딘: 익히 들었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성격 제대로 개판이네요?)

(나: 말 마세요. 저러면서 자기보다 위에 있는 일도양단이나 다리우스한테는 얼마나 오빠 오빠 거리는지, 아오 당장이라도 치고 싶네요ㅎㅎ)

(무적살라딘: 살살님 곧 오실 테니 잠시만 참으세요. 그 사이에 저희가 들키거나 놈들이 떠날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간파!”

말하기가 무섭게 MP를 채우던 여자 마법사가 간파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

홍당무 옆에 서 있는 나는 8성 은신의 소유자였고, 무적살라딘은 거리를 둔 채 나무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넌 또 왜 그걸 자꾸 쓰냐? 그 새끼는 어차피 간파로도 발견 안 되는 놈인 거 몰라? 엠피 안 아까워?”

“죄송해요, 언니.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썼네요. 왠지 이런 뻥 뚫린 필드에 나오면 혹시 뒤에 도둑이 있지나 않은지 불안해져서요.”

“불안하면 성안에 처박혀 있지 뭐 하러 따라 나와서 자꾸 신경 긁는 소리만 하고 자빠졌는데? 아, 진짜 미치겠네! 요즘 쓸 만한 애들은 죄다 탈퇴하고 왜 이렇게 빡치게 만드는 애들 밖에 없는 거야! 우리 독식 사냥터였던 곳에서 이렇게 사리면서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빡치는데!”

웬만하면 살살치세요가 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더는 참기 힘들었다.

좋은 소리도 계속 듣다 보면 지겨워지는 법.

한데 이 히스테릭한 소리를 더 들어주기엔 내가 너무 강해졌다.

듣기 싫은 소리를 억지로 듣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해서 강해진 게 아니었던가!

“진짜 성격 참 더럽다 더러워. 볼 때마다 같은 길드원들한테 저렇게 짜증 부리는데, 도대체 왜 안 쫓겨나고 있는 거냐? 나이도 많지 않은 거로 알고 있는데, 인성 참 문제다 문제!”

“꺄! 엄마야!”

뜬금없이 허공에서 스르륵 나타난 내 모습에, 홍당무가 호들갑스럽게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아요! 산드로 님, 항상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시면 어떡해요? 아무튼 반가워요!”

“어, 언니?”

“……?”

한데 깜짝 놀란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그 이후의 반응이 생뚱맞았다.

공격하기는커녕 뜬금없이 말투까지 고치며 친한 척이라니?

“저번에 죽었을 때 개념도 드랍하셨어요? 절 보고 반갑다니요?”

“아니 아니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싸울 필요가 없잖아요. 이미 두 번이나 절 죽이셨으니, 그동안 분은 풀리실 만큼 풀리지 않으셨어요?”

“뭔 두 번이에요? 저번에 죽일 뻔하다가 인던 포탈에 들어가는 바람에 못 잡았던 게 얼마나 아쉬웠는데? 재빠른 몸놀림!”

뭔 수작을 부리려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의도대로 대화를 지속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무시하고 자버프를 쓰며 달라붙었다.

“악! 악! 블링크! 이 개자식아! 제발 좀 그만해!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계속 날 괴롭히는 건데! 너 때문에 떨궜던 반지 때문에 내가 몇억을 손해 봤는지 알아?”

“누가 보면 악당이 선량한 사람 잡고 있는 줄 알겠네요? 처음 만났을 때 기억 안 나세요? 너희가 아무 잘못도 없던 나를 재미 삼아서 놀던 때가? 이제야 니들이 어떻게 게임을 해 왔는지 실감이 나는 거죠?”

[연속 베기!]

[은밀한 일격!]

“근데 이번에는 숨을 포탈이 없어서 어쩌죠? 잘 가요! 다시 부활하면 이젠 맘 좀 곱게 쓰면서 게임하고요!”

헛수고인 줄 알면서도 열심히 도주하는 그녀의 뒤통수를 공격하니, 후방 공격 판정이라 금세 죽어버렸다.

다른 두 잔챙이 마법사들은 무적살라딘이 잡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모습을 드러내며 잡도록 하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지금 내가 PK 하는 이유는 미끼 역할.

따라서 예전처럼 혼자서 필드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둘을 그림자 밟기와 람보를 소환해서 마저 잡고는, 쭉 PK를 지켜봤던 무적살라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와! 살라딘 님 운이 좋네요! 대박이 나와버렸어요!”

아무래도 홍당무는 이 반지와 인연이 없는 것 같았다.

다시 구매했는지, 아니면 남은 한 개마저 떨군 건지 모르지만 또다시 반지를 떨구고 만 것이다.

머더러도 아니어서 기대도 안 했었는데, 이쯤 되면 운이 없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 편이었다.

“네? 뭐가 나왔는데요?”

[산드로: 링크 걸게요. <+2 정령왕 실로키네의 바람 반지(레전더리)>(!) 무적살라딘님 제보로 먹었고 살살님이 오시기 전에 먹게 된 템이니, 이건 무살님께 드리겠습니다. 축하합니다!]

[살살치세요: 와! 대박! PK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레전더리를 드시다뇨! 개부럽 ㄷㄷㄷ]

[도닥통: 축하합니다! 슬슬 득템 소식이 들려오네요^^]

[후방주의: 저거 바람 법사들한테 엄청 비싸게 팔리는 템인데.... 저걸 진짜로 그냥 드려요? 와, 산드로님 통 장난 아니게 크시네 ㄷㄷ]

[산드로: 비싼 거야 잘 알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다른 분들도 제보 열심히 해주셔서 잡는 데만 성공한다면, 떨구는 템들은 이렇게 모두 드릴 테니 분발해주세요!]

나도 연우님이라는 비밀 연락망이 하나 있었지만, 이건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확실히 이 암살단에 들어와서 경험하고 나니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실감났던 것이다.

멤버 한 명 한 명마다 랭커 수준까지 플레이하며 구축한 네트워크와 정보망이 합쳐지자, 타연 최고의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연 도닥통이 심혈을 기울이고 자신한 멤버들다웠다.

나야 정보보다는, 주된 킬러 역할로 이 암살단에 스카우트된 거긴 하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한 것도 없는데 이런 비싼 템을 선뜻 주시니 얼떨떨하네요.”

“간부진의 실시간 위치 정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시면서 그런 말씀하세요? 근데 살라딘님은 어쩌다가 여기 들어오시게 된 거세요?”

마저 우리를 공격해오던 머맨들을 잡고, 반지를 건네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무적살라딘.

현재 도둑 랭킹 8위에 랭크된 고수.

랭커들의 삶이 그러하듯 몇 년간 현실의 삶은 포기한 채 타연에 올인해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위치였는데, 이런 전문 PK범으로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저도 뭐 다른 분들이랑 비슷해요. 소규모 길드에서 지냈었는데 레이드 도중에 태성 간부진과 사소한 시비가 붙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길드가 날아갔어요. 저야 도둑이라 척살을 피해 다니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제 지인들은 참다못해 결국 다 접게 되었죠. 그 후로도 꾸역꾸역 혼자서 게임을 해왔지만, 이젠 저도 크게 한탕하고 접으려고 들어왔습니다.”

“그렇군요. 다들 태성과 원한이 많네요.”

“그러는 산드로 님은 어떠세요? 만약 다리우스를 죽이면 뭐 하실 생각이세요?”

“태성 길드도 야금야금 무너뜨려야죠. 그래야 제대로 된 복수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럼 태성을 무너뜨린 다음에는요?”

태성을 무너뜨린 다음이라…….

요즘 들어서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아마도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은연중에 실감이 났기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일단 도전은 해봐야겠죠? 제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1등.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지존이라는 자리를요!”

단순히 통합 랭킹 1위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타이탄 연대기라는 게임의 지존이 누구였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튀어나올 이름.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지존 산드로’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어졌다.

“좋은 목표네요……. 아마 산드로 님은 꼭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산드로 님만큼 열정적으로 타연을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열정적이라고요? 제가요? 훗, 예전에 제가 얼마나 무기력한 놈이었는지 아신다면, 절대 그런 말씀 못 하실 텐데요?”

“예전이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제가 봐온 산드로 님의 모습은 언제나 열정적이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잠시도 쉬지 않고 전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렇기에 이번에도 꼭, 다리우스를 잡아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반태성 암살단의 멤버들과 한 명 한 명 인연을 맺으며.

본격적인 암살행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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