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20화 (120/350)

120화 체크 메이트 (1)

반태성 암살단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

처음에는 별 소득이 없었다가, 홍당무를 시작으로 태성의 간부진들이 속속들이 잡혀 나갔다.

홍길동을 비롯해서 무려 부길마인 동키호테까지 잡는 데까지 성공하게 되자, 녀석들은 또다시 필드에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다.

[업적: 천인살(A)]

* 타이탄 연대기를 플레이하는 유저 1천 명을 살해했을 시에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공격력 +5%)

* 업적 효과로 머더러 상태가 되면 지속 시간이 2배로 증가합니다.

PK를 다시 시작한 탓에 천인살 업적도 금세 얻게 되었다.

이 역시 퍼센티지로 공격력을 올려주는 굉장히 좋은 A급 업적.

천승 투사니 만승 투사니 하며 10단위로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이 게임의 특성상, 아마 만인살도 S급 업적으로 충분히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갔다.

또한 무차별 PK가 아니라 간부급 제보가 떴을 때만 출동했기에, 틈틈이 레벨업도 꽤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달성한 365레벨.

도둑 랭킹 10위가 366레벨로 랭크업되어 있는 걸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역대급의 레벨업 속도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이번 레벨업을 하며 스킬 포인트가 한 개 더 생겼다는 것이었다.

5레벨마다 주어지는 스킬 포인트.

덕분에 비로소 나는 급소 공격 스킬을 8성으로 만들 수 있었다.

[급소 공격(특별 스킬): ★★★★★☆☆☆]

* 마나 소비: 450

* 사용 대기시간: 39초

* 대상의 급소를 8회 공격합니다. 적중 시마다 대상은 0.5초간 경직 상태에 빠집니다.

1성이 올라갈 때마다 쿨타임이 3초씩 줄어들기에, 스킬 가속 상태에서 완전한 무한 경직을 유지하려면 8성을 찍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달성하게 되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전부 끝마쳤다.

[도닥통: 요즘은 간부 놈들이 영 필드에 나오지 않네요.]

[쉐도우로드: 꼭꼭 숨어만 지내는데 뭐 별수 있나요? 뭐 저희가 쳐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고요.]

[도닥통: 어? 쉐로님이 정답을 말씀하셨는데요? 안 될 거 있겠습니까? 안 그래도 저희가 먼저 쳐보자고 말씀드려 보려고 했는데요!]

내가 그동안 레벨업과 PK를 병행하며 결전의 날을 준비하는 동안, 다리우스는 단 한 번의 행적도 노출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진작부터, 결국엔 일이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 대략 예상은 하고 있었다.

[산드로: 저도 예전에 혼자 태성측 성에 쳐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단 할 만합니다. 안 나오면 쳐들어가는 것이 우리나라 국룰이긴 하죠^^]

[도닥통: 오! 산드로님까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한결 맘이 편해지네요. 안 그래도 성에 잠입하는 건 조금 위험해서, 다 같이 들어가자고 건의하기는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말이죠. 다들 어떠세요, 본격적으로 전원 다 모여서 대놓고 PK를 해보는 것은요?]

[무적살라딘: 전 좋습니다! 드디어 완전체 출동인가요? 와, 은신 도둑 12명이 한 번에 튀어나오면 진짜 지리겠네요!]

[데몬킬러: 찬성입니다! 산드로님이 킬하는 걸 구경만 하느라, 제 단검이 녹슬고 있었어요!]

[쿨맨: 간만에 고향 집을 다시 방문하게 생겼네요ㅎㅎ]

원래 태성 길드의 길드원이었다가 탈퇴 후 합류한 쿨맨에 이르기까지, 성에 먼저 쳐들어가자는 의견에 대부분이 찬성의 뜻을 표했다.

사실 도닥통의 의견은 다소 위험한 작전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간의 PK로 다들 자신감이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내 전투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신뢰가 쌓여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 또한 혼자 잠입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이렇게 전원이 참여한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연 최강의 딜러인 도둑은, 경우에 따라 혼자서 사냥 중인 1개 파티를 전멸시키는 유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PK에 특화된 직업이었으니 말이다.

랭커급 도둑 12명이 연막탄 속에서 한명을 대상으로 벌일 살육.

그건 정말 상상만 해봐도 짜릿했다.

[도닥통: 그럼 어디로 갈까요?]

[무적살라딘: 성을 습격할 거면 피넬리 성은 어때요? 그 성 인던이 태성에서도 제법 고렙인 유저들이 많이 찾는 인던이니까 말이죠.]

[도닥통: 좋습니다. 그럼 다들 그동안 준비 마치시고 새벽 1시에 가는 것으로 하죠. 그때쯤이면 대부분 자러 가서 성안에 많이 남아있지는 않을 겁니다.]

남은 시간은 3시간 정도.

성을 습격한다고 다리우스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었고, 심지어는 접속을 끊은 상태일지도 몰랐지만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이번 습격에, 드디어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러니 따로 준비시켜야만 했다.

우리 버닝스타 길드원들을!

* * *

“지옥불 님께도 연락해 두는 편이 좋지 않겠어? 혹시나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좋겠지만 안 됩니다. 피닉스 길드원이 몇 명이라도 움직이면 눈치채고 절대 나오지 않을 거예요. 처음부터 위험할 거 알고 시작한 거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축빙 형님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찌 보면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일주일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미끼 노릇을 하며 다리우스의 수족만 골라서 잡았기에, 원래대로라도 다리우스는 결코 참고만 있진 않았을 것이다.

‘자기네 성이 털리고도 참는다면 길마에서 물러나야지. 태성 길드 전원이 내가 다리우스를 노리느라 PK 하는 거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지 레벨업에만 바빠서 그걸 냅두는 놈을 누가 진심으로 따르겠어?’

필드에서 PK하는 것이야 굳이 잡으러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점령한 성안에서까지 적이 나타나 PK를 하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건 누가 봐도 다리우스가 나에게 겁먹은 것.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나한테 죽을까 봐 쫀 거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위신이 서지 않았다.

“하긴, 예전에 성 깃발에 불붙었을 때도 엄청 화냈었다고 하더라. 원래도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놈이니, 자기 집 털리는 걸 보고만 있을 리는 없겠지. 그럼 어쨌든 우리는 네가 전에 얘기했던 대로만 하면 되는 거지?”

“네, 축볼 누님. 이번 일은 누님과 축굴이의 합이 특히나 중요하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어찌 보면 제 목숨은 누님 손에 달린 것과 마찬가지예요. 알고 계시죠?”

“아이, 뭘 그리 부담 주고 그래? 어쨌든 드디어 이런 날이 오긴 오네. 모든 원흉의 시작이었던 놈을 잡게 되는 그 날이…….”

버닝스타 길드를 창설하고 이런저런 곁다리 일들을 많이 해왔지만, 우리의 목표는 원래부터 이것 하나였다.

다리우스를 잡고 태성을 무너뜨리는 것!

“아, 그러고 보니 라챤이 너는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히든캬드는 그 이후로 아직까지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고?”

“네. 사실 별 새로운 소식은 없지만 근래에 하나 들은 게 있긴 있어요.”

“어? 뭔데?”

“피닉스에 계신 아는 형님께 들은 얘기인데, 히캬 형님 집이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시는데 최근 많이 힘들어했었다고 하네요. 그거야 저도 원래 아는 일이었는데, 아마 태성 그룹의 압박을 받아서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시더라고요.”

부모님 회사가 어려우면 게임을 할 게 아니라, 진작부터 게임을 접고 도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게임으로 악착같이 성공해서 도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니, 마냥 힐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뭐, 아직 밝혀진 건 없어서 히캬 형님이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태성, 특히 다리우스가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히캬 형님을 압박하고 협박했을 거란 심증은 들어요. 결국 녀석을 죽이고 태성을 무너뜨리다 보면 자연히 진실도 밝혀지겠죠. 태성이 해체된다면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사실이 될 테니까요. 그때 가면 히캬 형님이 다시 저희 앞에 나타나 용서를 구하실지도…….”

“그래. 뭐가 됐든 이번이 정말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다. 그러니 다들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하죠! 다들 아시겠지만 고수들 간의 싸움은 한 끗 차이로 결판이 나니까요!”

“그래, 버닝스타 화이팅!”

“아자아자, 화이팅!”

다들 무기를 휘두르며 기합을 지르는 모습을 보니, 우습지만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놀라웠지만, 돌이켜보면 이 사람들을 동료로 얻게 되어 결전을 한다는 것이 가장 놀랍다는 생각과 함께……!

* * *

[산드로: 제가 먼저 성벽 위로 올라가겠습니다.]

[도닥통: 네. 역시 대도부츠 신은 사람이 있으니 잠입도 세상 편하네요~]

피넬리 성은 태성이 칼젠 성을 먹기 직전에 점령한 성이었다.

때문에 칼젠 성 인던과 난이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기에, 태성의 고레벨 군들이 제일 많이 찾는 성이었다.

물론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필드 사냥을 더 선호했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크게 특출난 부분이 없는 평범한 성이었기에, 성의 후방 쪽 성벽을 타고 올라가 은신을 풀고 안쪽에 있는 NPC 궁수병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슈슈슉!

그렇게 궁수를 잡고 다시 성벽 끝으로 이동하자마자, 성벽 아래에 있던 11명의 도둑들이 나를 향해 그림자 밟기를 시전해서 전부 다 올라왔다.

고렙들답게 전원 다 5성 그림자 밟기를 찍어, 시전 거리가 닿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쉐도우로드: 개꿀 ㅋㅋㅋㅋ]

[살살치세요: 전에 혼자 성에 잠입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하니깐 들어오기 넘넘넘 쉽네요 ㅋㅋㅋㅋ]

성문이 닫혀있으면 걸어서 들어올 수 없었고, 날아서 들어오려 해도 성벽 위의 NPC 궁수들을 뚫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렇기에 사실 성 길드원들이 머무는 주성 안까지 몰래 잠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따라서 이런 폐쇄된 주성 안에 있는 유저들은 평소에 방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문을 걸어 잠근 자신들의 안방 안으로, 누군가가 PK를 하러 들어왔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산드로: 일단 성벽 위의 궁수병들부터 전부 다 처리하죠?]

[도닥통: 네? 어차피 5성 은신은 못 볼 텐데 굳이요?]

[산드로: 혹시나 빠져나올 때 걸리적거릴 수도 있으니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어차피 잡아도 유저들이 바로 눈치채지는 못하잖아요?]

[쿨맨: 그렇긴 하죠... 네, 그럼 최소한으로 잡으면서 들어가도록 하죠!]

핑계는 이렇게 댔지만, 사실 이 암살단 몰래 우리 버닝스타 길드원들이 따라 들어올 수 있도록 NPC들을 처리해 두어야만 했다.

그렇게 NPC 병사들을 잡으면서 이 성에 많이 와봤었던 쿨맨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니, 금세 주성 건물 안의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쿨맨: 이곳입니다. 여기가 피넬리 성의 인던이 있는 영지 마법사의 방이에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성의 전용 인던이 있는 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열려있는 방문 안으로, 족히 30명은 돼 보이는 태성 유저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유명한 간부진은 없는 듯싶었지만, 이름 있는 랭커진 유저의 아이디가 한둘 보이기는 했다.

몇 명의 유저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잠수를 탄 것처럼 보였기에, 아직 우리의 은신을 눈치챈 사람은 없어 보였다.

[산드로: 일단 저는 잠수 탄 유저보다는 대화 중인 유저들부터 조지겠습니다.]

[도닥통: 네. 치기 시작하시면 알아서 따라 치겠습니다. 이곳을 다 정리한 다음에는 귀환 포인트인 부활의 방 앞으로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무적살라딘: 넵!]

[살살치세요: 네!]

……………………

주르륵 올라오는 OK 멘트를 바라보면서, 구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힐러 뒤로 다가가 은신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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