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최고의 도둑 (1)
(지옥불: 아침부터 절 찾으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나: 아, 접속하셨어요? 급히 드려야 할 말씀이 있는 것 같아서요. 잠시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지옥불: 네, 산드로님이라면 언제든지요.)
태성, 혹은 다리우스가 운영자와 결탁했음을 의미했던 녀석의 실토.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함께 들은 증인들이 죄다 태성 놈들이기에 공론화시키기엔 힘들겠지만, 그동안 명확하지 않던 것이 이젠 뚜렷해졌다.
결국,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태성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배후에 있을 운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이걸 처음 알려주었던 카이저에게 먼저 연락해봤으나, 귓속말을 꺼놓은 상태였다.
랭킹 1위가 되어서도 꺼놓지 않던 귓속말까지 끈 걸 보니, 뭔가 아주 바쁜 모양.
그래서 이 일을 의논할 만한 차선책, 지옥불에게 연락해두었다.
슝!
요즘 그가 자주 머문다는 칼젠 성을 찾아가, 그에게 새벽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었다.
“이미 들으셨을 것 같은데, 새벽에 다리우스를 죽이려다가 아깝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적의 함정을 역이용했던 작전이라…… 무모하긴 했지만 그래도 성공 직전까지 가셨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결국 실패했는 걸요, 뭐. 그래도 나름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녀석이 일루전 측과 모종의 연관이 있었다는 걸 직접 실토했거든요.”
얘기하는 김에 오스타그 황궁에서 마탑주에게 당했던 일, 그리고 카이저에게 들었던 정보까지 전부 전해주었다.
그도 다리우스처럼 일루전과 연관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지금껏 태성과 그토록 싸워왔을 리 없을 테니 믿어보기로 했다.
“운영자라…… 놈이 그런 말을 했다니……. 사실 저도 다리우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건, 종종 느껴왔습니다. 한데 역시 그랬군요.”
“만에 하나 녀석이 뭔가 혼란을 주기 위해 연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한없이 낮겠죠. 그러니 앞으로는 운영자들, 세 명 전부 다 태성 그룹과 한편이라고 간주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지애…… 아니, 테오시스까지 말이지요…….”
친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그런 일에 연루됐을지도 모른단 사실에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도 알고는 있어야 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타연 유저와 연관된 일이었으니까.
“네. 그래서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어차피 실패하게 된 암살에만 더 목매달지 않고, 저희 길드를 제대로 한번 키워 보기로요. 수월하진 않았지만 제가 이렇게까지 무사히 큰 걸 보면, 분명 태성이든 운영자든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됐을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만큼, 강한 길드로 성장시킬 생각입니다.”
“하긴 태성에게 유리하게 혜택을 베풀거나 확률 조작 따윌 할 순 있더라도, 전투나 경쟁을 좌지우지하는 건 그런 게 전부는 아니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버닝스타 길드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봐 오면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오던 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옥불 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저들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파헤치고 무너뜨리도록 협력하도록 하죠! 피로 맺은 ‘혈맹’과 같이!”
“하하! 전 이미 그렇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여하튼, 저도 나름대로 운영자들에 대해서 안팎으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자식이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타연을 만든 개발자라 해도 그런 짓을 한 게 사실이라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겁니다. 정보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산드로 님.”
“별말씀을, 지옥불 님. 저도 최대한 알아본 다음,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면 바로 공유드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온, 오프라인에 인맥과 정보통이 가득한 지옥불을 통해, 태성과 일루전 간의 유착 관계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 * *
(무적살라딘: 드로야, 이거 진짜 죽이는데? 아니 봉인된 것도 이 정도인데, 봉인이 풀리면 어느 수준이라는 얘기야? 돌았네, 이 검!)
(나: 쓸 만한가 봐요 형님? 하긴 옵션이 기사보다는 도둑에 더 최적화된 검이기는 했어요. 괜히 암살이란 단어가 붙었던 건 아니더라고요.)
(무적살라딘: 전에 쓰던 검도 레전더리였는데, 이거엔 못 비빈다. 암튼 너무 고맙다 드로야!)
새롭게 우리 버닝스타 길드에 합류한 도둑, 무적살라딘.
대부분의 대형 1군 길드와 마찬가지로, 그도 나름의 가입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산드로…… 아니, 길마님. 그냥 넘어가는 건 저도 찝찝합니다. 비밀을 보장해준답시고 도닥통네 암살단이 개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게, 결국 배신당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고요.
계속 자발적으로 신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우겨서, 결국 그가 사는 도시인 대전까지 직접 찾아가게 되었다.
마침 이제는 때가 이르렀다고 느끼고 막 생각도 바꾼 참이었기에, 직접 만나는 데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야! 천하의 산드로가 이렇게 착하게 생겼었다니! 진짜 대박이었네!
-뭐? 말 편하게 하라고? 그래그래. 대신 너도 앞으론 편한 형으로 생각해라. 난 누구처럼 배신같은 건 안 할 테니까. 그것도 내 동생한테라면 절대!
올해 30살인 오현수 형님.
원래 졸업 후 공무원을 준비하다 어쩌다 타연에 빠지게 됐다는 무살 형님은, 이번에 접게 되면 그간 타연에서 번 돈으로 카페를 창업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한데 순전히 나 때문에 그걸 1년간 미루겠다고 결정했다.
그 말인즉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 버닝스타에서 1년 동안 함께하기로 작정했다는 의미.
형의 스스럼없는 태도와 남다른 각오를 보고 나니, 나 또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드로야, 이게 말이 돼? 날 언제, 얼마나 봤다고 그런 비싼 아이템을 준다는 건데? 내가 그런 걸 또 어떻게 덥석 받아? 아무리 차용증을 쓴다고 해도!
-형님이 검을 떨군 거에, 저와 길드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당장 무기도 없이 뭘 하시겠어요. 암만 그래도 랭커신데, 유니크급 따위나 차실 순 없잖아요?
-와! 살다 살다 내가 너처럼 통 큰 녀석은 처음 본다. 아무리 그래도 현금화하면 몇억은 거뜬한 템인데…….
-하하! 저도 살다가 누군가한테 통 크다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튼, 저희 버닝스타에 들어오시면 앞으로 득템하실 일도 많으니 금방 갚으실 거예요. 어때요, 쓰실 거죠?
-써야지 그럼! 이렇게 제대로 대접해 주면서 스카우트하니까 앞으로는 진짜 충성을 다해야겠다. 드로, 아니 지환아. 정말 고맙다! 감동이야!
난 사주는 믿지 않아도 관상은 믿는 편이다.
한데 무살 형님을 실제로 뵙고 나니, 역시 제대로 스카우트했다는 믿음이 깊어졌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나름 도박하는 심정으로 이번에 얻은 ‘봉인된 악마 군단장의 암살검’을 형님에게 건네 드렸다.
이건 산드로로서의 선택이라기보다는, 한 길드의 수장으로서 내린 나름의 ‘투자’이기도 했다.
‘나도 사람들에게…… 지옥불 님과 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싶은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그동안 지옥불이 내게 보여준 특유의 카리스마에 어느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모양이었다.
내 이런 간 큰 행동에, 스스로도 놀라웠으니 말이다.
(무적살라딘: 아무튼 내가 어제 말한 건 생각해봤어? 어떻게 할 거야?)
(나: 네, 생각해 봤습니다. 한데 당당님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길드에 든 적이 없잖아요. 솔플러들의 살아 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유전데, 저희 길드에 들어오려고 할까요?)
형님이 길드에 가입한 후 가장 먼저 제의한 일.
그건 익히 알고 지내던 한 유저의 영입을 한번 시도해 보라는 것이었다.
‘역시 랭커라 그런지 클라스가 남달라. 당근당근단검 님과 직접 알고 지내는 사이셨다니.’
2년 전 처음 직업 랭킹 1위를 차지한 후, 지금껏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가장 유명한 도둑.
솔플과 은둔 성향이 강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가끔씩 폭탄 발언을 하며 타연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유저.
무살 형님은 같은 직업군의 랭커라 그런지, 나름 그와 안면이 있다고 했다.
(무적살라딘: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면 그 사람도 솔깃할 거야. 마침 내가 그걸 알고 있으니까 한번 공략해 봐.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
(나: 당당님이라면 몇 번을 실패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긴 하죠. 좋아요! 영입 한번 해보겠습니다!)
(무적살라딘: 굿굿!)
[무적살라딘: 여러분, 저희 길마님이 스카우트에 나서겠답니다~ 꼭 성공하실 수 있게, 다들 응원 부탁드려요~]
[축복받은무빙: 오! 요즘 우리 길마 이리저리 바쁘네 바뻐~]
[축복받은파볼: 벌써 누굴 또? ㅇ-ㅇ?]
[산드로: 기대하고 계세요. 이번에도 역시나 거물일 테니까요^^]
랭커들의 절반 정도는 항상 귓속말을 꺼놓는다.
동시 접속자가 어마어마한 타연이라 그런지, 아무리 필터링과 차단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
당당도 그런 유저 중 하나라서, 결국 하는 수 없이 그를 찾아 캄랑으로 이동했다.
* * *
[데스라 사막 북부, 캄랑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어? 뭐야? 산드로 아냐?”
[은신!]
“어디 어디? 없잖아!”
“아냐, 방금 순간이동으로 왔었어. 내가 잘못 본 건가?”
요즘은 하도 알아보는 유저들이 많아서, 거의 패시브 스킬처럼 항상 은신 상태를 유지해야만 했다.
대놓고 훼라리를 타고 다닐 때도 많았지만, 이렇게 내 동선이 알려지기 싫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다.
‘아! 유명해지니깐 점점 더 귀찮아지는구나!’
풀 레전더리, 아니 풀 디바인 장비를 둘둘 말 정도가 되면 당당히 다닐 수 있을까?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여전히 숨어다니는 신세라고 생각하니, 왠지 좀 처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감상도 잠시.
빠르게 광장을 나와 오아시스로 향하는 마을 서쪽 입구로 향했다.
‘참 특이한 사람이기는 해. 랭킹 1위가 그런 사람이라니…….’
현재 데스라 사막을 둘러싼 십수 개의 마을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여기 ‘캄랑’이었다.
제법 큰 마을이라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퀘스트 NPC와 유명 인던이 있는 오아시스와 가장 가까이 위치했기 때문.
당연한 사실이지만, 사막 한복판에 있는 오아시스에는 순간이동술사가 없었다.
그래서 그곳에 위치한 인던을 가려면, 캄랑까지 순간이동한 다음 직접 걸어가는 방법밖엔 없었다.
“자자, 이제 출발합니다! 어서 모이세요!”
“벌써 정각이야? 하마터면 늦을 뻔했네!”
“빨리 붙어. 놓치면 30분 더 기다려야 해.”
그래서 그런지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가 하나 존재했다.
마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
그 앞에 마치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같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규모 사막 횡단 대열.
일명 오아시스행 버스가 막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나도 저 대열에 낄 뻔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후딱 건너뛰어 버렸네.’
오아시스에 있는 ‘숨겨진 피라미드 베테르’.
300레벨 안팎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던 중 하나로, 오죽하면 늘 상주 중인 인원이 천 명 단위가 넘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엔 인던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인던 앞 막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가는 유저와 소모품들을 사고팔 장사꾼들이 모여, 이렇게 한꺼번에 이동하곤 했다.
“출발합니다! 다들 소환말 타세요!”
이번 타임에 모인 인원은 대략 20명 정도.
선두에 있는 성기사의 외침과 함께, 마을 밖으로 나온 유저들이 전부 각자의 이동용 소환수를 꺼냈다.
그리고 난, 그들 뒤를 은신인 채로 조용히 뒤따라 갔다.
* * *
“아, 이러다 놓치는 거 아냐? 안 보인지도 한참이나 지난 것 같은데…….”
아무리 8성 은신이라고 해도 소환말의 이동 속도를 쫓아가기는 역부족.
따라가다 멀어지면 은신을 풀고 쫓아가기를 반복했으나, 쿨타임에 걸려 거리가 벌어진 지 벌써 몇 분이 지났다.
“설마 그사이에 만난 건 아니겠지 뭐.”
오아시스가 목적지였다면 진작 훼라리를 소환해서 날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사막 횡단 대열을 찾고 그들 뒤를 쫓은 이유.
거기엔 그들이 수십 명씩 모여서 사막을 이동하는 의도와 정반대의 사정이 있었다.
‘난 당신들이 피하려고 뭉치게 만든 유저…… 바로 그 사람을 만나러 여기 온 거거든.’
어느 필드를 가던 머더러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자신보다 더 센 유저를 만나면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어 머더러의 비율이 많진 않았지만, 어쨌든 어딜 가도 가끔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머더러들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데스라 사막이었다.
다른 필드 사냥터들은 대부분 마을과 가까워 머더러들이 활약하기 좋지 않았다.
드나드는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
한데 데스라 사막은 워낙 드넓은 사냥터임에도 불구하고, 거점 마을들이 사막 외곽에만 존재했기에 공백 지역이 존재했다.
그래서 유저들 자체가 드문드문 사냥했고, 마을이 멀어 지나다니는 유저들도 적었다.
즉, 한번 먹이를 타겟팅하면 놓치기 힘든 필드였다.
그러니 머더러들이 치고 빠지기 최적의 조건이나 마찬가지.
물론 사막인지라 엄폐물이 부족해, 유독 특정 직업군이 많이 출몰할 수밖에 없긴 했다.
빠른 이동 속도와 자체 엄폐가 가능한 직업.
바로 ‘도둑’이었다.
“으악!”
펑! 펑!
눈앞에 있는 모래 언덕 너머에서 어렴풋이 비명소리와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새 만났구나!’
황급히 정상에 올라 밑을 내려다보니, 앞서갔던 횡단 일행이 절반도 남아있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진짜 당당검이야?”
“도대체 왜 죽이냐고요! 도둑 랭커면 다예요!”
“말 좀 해보라고요!”
그 절반조차 이제는 전투를 포기한 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 사이를 종횡무진 휩쓸고 있는 주황색 실루엣 하나.
바로 내가 찾던 살아 있는 전설, ‘당근당근단검’이었다.
쉬익! 팟!
허공을 수놓는 X자!
나와 똑같은, 이도류의 특유의 연속 베기 이펙트가 쿨타임마다 번쩍였다.
그가 들고 있는 건 두 자루의 당근.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외형 변경을 마친 쌍단검이었다.
다른 장비들은 외변 없이 멋진 회백색의 가죽 갑옷과 짧은 망토 그대로인데, 무기만 당근으로 들고 있으니 생뚱맞기 그지없었다.
한데 더욱 이상해 보이는 건, 그의 당근에 맞은 유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광경이었다.
슈슛!
다시 소환말을 꺼내 도망가는 유저들에게 화살이 툭툭 날아가 꽂혔다.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활로 스위칭한 다음, 정확히 적중시킨 당당검이었다.
[재빠른 몸놀림!]
그는 순식간에 근접 딜러들을 잡아버리고, 뿔뿔이 흩어지던 유저들을 이속 자버프를 걸어 따라붙었다.
최적의 동선과 최선의 그밟 타겟팅!
덕분에 그는 결국 단 한 명의 유저도 놓치지 않고, 전부 다 잡아버리는 데 성공했다.
“휘유, 이제 다 잡고 한 마리 남은 건가?”
“…….”
“나와요, 계속 버틸 생각 말고! 간파 쿨은 금방 다시 돌아온답니다!”
“…….”
“에고고……. 결국 시간 낭비하게 만드네요.”
뭐지?
내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챈 거지?
누군가에게 내 8성 은신이 걸린 적은 처음인 터라,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안녕하세요 당당검 님. 안 그래도 모습을 드러내려던 참이었습니다.”
“어라? 산드로…… 님?”
이런 곳에서 PK나 하고 있을 줄 몰랐던 유저.
그래서 최근 근황을 조사하는 도중, 나를 적잖이 놀라게 만든 유저.
“실례지만 잠시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검으로요?”
“하하! 아닙니다. 진짜 대화 좀 나눠보고 싶어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어요. 생각보다 금방 만나 뵙게 됐네요.”
새빨간 아이디만큼 위협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던 당당검.
그는 잠시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양 허리춤에 당근을 꽂아 넣었다.
진지하면서 우스운 그 모습에, 그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정말 종잡을 수 없어 보였다.
“저를 왜요?”
“그전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어차피 이제 여긴 저희 둘뿐이니까요.”
“절 어떻게 발견하신 거예요? 간파도 쓰지 않으셨는데요?”
“그거요? 암만 은신이어도 발소리는 들리잖아요. 님 바로 밑 모래가 갑자기 살짝 파이기도 했고요.”
세상에…….
족히 100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이 모래뿐인 사막에서 발소리를 들었다고?
그리고 전투하느라 바쁜 와중에, 여러 모래 언덕 중 일부분이 변하는 것까지 캐치했다고?
‘설마 드디어 만나버린 건가……. 진짜를……?’
지금의 산드로로 다시 태어나기 전.
여러 게임에서 정상에 도전해보기를 지레 포기하게 만든 사람들.
도무지 저게 가능한 건가 의문을 품게 만든 극소수의 사람들.
그래서 이곳 타연에도 당연히 존재할 거라 줄곧 생각해온 사람들.
마침내 타고난 천재, ‘재능러’를 만나게 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