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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38화 (138/350)

138화 실마리 (2)

“몬스터 라이딩!”

곧바로 지상을 향해 쏜살같이 곤두박질쳤고, 그에 놀란 태성의 파티와 부딪히기 직전 날개 돌풍을 사용했다.

[그림자 밟기!]

그리곤 전방에서 모든 화이트 울프들의 어그로를 끌며 몸빵 중이던 탱커.

방금 넉백당해 버린 전사의 후방으로 순간이동했다.

“뭐, 뭐야?”

“엿 됐다! 산드로야!”

쉭! 연속 베기! 쉭! 은밀한 일격!

[‘필중’ 효과로 상대방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데미지를 입힙니다.]

첫 공격부터 새로 얻은 건틀릿의 고유 효과가 발동됐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력과 공격 속도도 추가로 적용됐다는 사실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으헉!”

기사가 아닌 전사 유저가 탱킹 중이던 걸 감안하더라도, 몇 대 때리기도 전에 금방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원래 사냥 중인 파티를 공격할 땐 힐러가 우선순위가 맞지만, 때에 따라서 몹들에게 맞고 있는 탱커부터 공격하는 것도 이처럼 효과적이었다.

픽! 픽!

공중으로부터 따라 내린 현중이가 연계 스턴을 먹인 궁수에게로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여전히 훼라리에 탄 채 용의 +6 드라코닉 보우를 든 라챤이.

왠지 나보다 레드 드레이크에 더 어울려 보일 만큼, 멋지면서도 두려운 원딜러의 포스를 자랑했다.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조용햇!”

소리치며 죽어가는 궁수와 그를 말리는 힐러.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머지 궁수 2명도 순식간에 죽어버려서, 필드엔 힐보따리 혼자만 남게 되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산드로 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사냥 중인데 뒤치기라뇨?”

“네? 그렇게나 뒤치기를 좋아하던 척살 전문 길드 분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황당하네요?”

이렇게 소수로, 그것도 안전지대인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필드에 나온 이상 죽음을 각오했을 터.

한데 힐보따리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근데 좋고 좋은 사냥터들 놔두고 굳이 왜 여기서 사냥 중이었어요? 죽이기 전에 그것 좀 한번 물어보려고요.”

“제가 대답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언제까지 당신이 지금처럼 날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만간 우리 태성을 건든 걸 후회하게 될 겁니다. 거기 뒤에 있는 두 분도 마찬가지고요!”

“뻔하고 지겨운 소린 그만하시고요……. 프로스트 울프를 잡은 게 님네 파티였나 보죠?”

“됐고! 이제 그만 죽이시죠?”

“아님, 역시나 시공의 틈새 때문?”

“…….”

곧잘 대답해주던 힐보따리의 입이 갑자기 굳게 닫혔다.

‘역시 이곳이 맞았구나. 이놈들이 향하던 방향은 크레바스 쪽. 정확히 짚었고 제대로 찾아온 거였어.’

“좋은 정보 감사하고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내, 내가 무슨 정보를 줬다고 그러…… 억!”

아무리 랭커라 해봤자 상대 또한 랭커급 유저.

힐러에 불과한 그로선, 타연 톱클래스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우리 셋의 폭격을 잠시도 버티지 못했다.

슈우우.

반항도 포기한 채 재가 되어 사라지는 힐보따리의 모습을 보며, 현중이가 말했다.

“역시 시공의 틈새는 돌아올 수 없는 골짜기에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얘들이 생뚱맞게 그곳을 향하고 있었을 리 없잖아.”

“뭐가 됐든 간에 제대로 찾아온 건 확실해. 태성 길드원, 그것도 랭커를 여기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답은 나온 거야. 이제부턴 시공의 틈새가 어디에 있는지, 샅샅이 뒤져보는 일만 남았다!”

휘이잉-!

몰아치던 눈보라가 잠시 멈춰 설원 너머의 풍경이 잠시 드러났다.

저 멀리 보이는 시야 끝.

그곳엔 빙하로 이루어진 산맥과 수없이 많은 얼음 골짜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 * *

“어디부터 가 봐야 할까요, 형님들?”

“일단 보이는 대로 들어가 보자. 빙하 산맥 쪽을 뒤져보다 보면 무슨 던전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늘에서 내려다본 맵의 끝자락 빙하에는, 어림잡아도 수백 개 이상의 크레바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일루전이 그곳을 이유 없이 만들어 두진 않았을 터.

내심 그중 하나에 분명 필드 던전이나 인던이 있을 것 같았다.

[이동 불가 지역으로 진입하여 주기적인 데미지를 입습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경고 알림창이 떴다.

너무 높은 상공으로 계속 올라가거나 아직 오픈되지 않은 맵에 다가갔을 때 뜨곤 했던, 착륙을 강요하는 메시지였다.

“저 위로는 날아갈 수가 없나 보다. 하는 수없이 여기서부턴 내려서 걸어가자.”

“알겠습니다, 형님!”

턱.

빙하 산맥을 얼마 앞두지 않은 동토 위에 발을 내디뎠다.

한데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라 할지라도 주변이 너무 휑하기 그지없었다.

“지환아. 근데 좀 이상하지 않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태성 애들을 둘러쌀 정도로 몹이 많았는데, 여기엔 하나도 없잖아.”

“나도 막 그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아무리 오픈된 지역의 끝이라도 필드긴 필드인데…… 몹이 없다니?”

프로스트 울프를 테이밍할 때 이곳까지 와보진 않았지만, 올타에서 알게 된 정보와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타연에는 소위 말하는 ‘모험가’ 유저들이 있다.

현실에서도 북극과 남극, 심지어 우주를 탐험하는 실존 인물들이 있는데, 가상 현실인 이곳에 없을 리 만무.

그들의 모험담은 기록이 되어, 타연 팁과 노하우 게시판에서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노스랜드에서 북녘을 향해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마치 맵의 마지막 경계임을 알려주는 듯 방벽과 같은 빙하 산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던 그곳에 도달하는 것은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오픈된 필드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엔, 제 레벨이 너무 보잘것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 레벨이 훨씬 더 높아지는 날, 저는 다시 한번 꼭 빙하 산맥 탐험에 도전해 정복해 보겠습니다.

그린 드래곤 투 메르타스를 최초로 발견했던 유저, ‘대탐험시대’.

그가 남긴 노스랜드 탐험기에는 이곳이 수많은 몬스터들로 우글거리는 죽음의 사냥터라고 적혀있었다.

오우거와 비홀더가 시시때때로 들이닥치는 침묵의 숲도 뚫었던 그였으니, 허튼소리는 아니었을 테니 뭔가 이상했다.

저벅저벅.

그런 의문을 가진 채 5분여를 걸었을까?

오랜만에 몬스터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인한 화이트 울프>

기존의 화이트 울프와 달리 수식어가 붙은 녀석.

고레벨이 분명해 보였지만 한 마리에 불과해, 우리에겐 조금의 위협도 되지 못했다.

크엉! 컹!

순식간에 죽어버린 녀석을 보며 라챤이가 말했다.

“진짜 수상한 지역이에요. 제 호크 아이로도 주변에 다른 몹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수식어가 붙은 녀석이 리스폰되는 필드인데…… 이놈 하나만 덩그러니 떠 있었다고? 지환아, 이거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되지 않아?”

다리우스가 시공의 틈새를 활성화시키면서 무언가 변화가 생겼나?

만약 그게 아니라면……?

“설마 우리보다 앞서가면서 다 잡아버린 건가!”

“아하! 우리가 여기 온 타이밍이 녀석들과 겹쳤다는 거지? 그럼 지금 상황이 말 되네!”

“현중아, 라챤아! 뛰어! 그게 맞다면 곧 앞서간 녀석들과 마주칠 수 있을 거야!”

필드 위에서 다리우스와 재회할 수 있다니!

비록 어제 공성전으로 루이투스의 소환 쿨타임이 차 있진 않았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녀석이 데이네스를 소환하더라도 금세 부숴버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

오히려 비행 불가 지역이라 녀석이 도망갈 구석이 없다는 사실이 내게는 더욱 반가웠다.

기대감으로 미친 듯이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뛰길 또 5분여.

허나 녀석은커녕 어떠한 유저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없었고, 엉뚱한 놈들의 흔적만 잔뜩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몬스터들이 필드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강인한 화이트 울프>

<흉폭한 아이스 트롤>

<거대한 성난 에티>

띠링! 띠링! 띠링!

갑자기 울리는 수많은 어그로 감지 효과음!

빙하 산맥이 시작되는 절벽 앞까지 다다르자, 수백 마리의 몹들이 이제야 자신들을 발견했냐는 듯 우리를 향해 몰려왔다.

“튀, 튀어!”

“뭐야! 여기 다 모여 있었어?”

“말할 시간에 빨리 뛰어! 쟤들 이속 장난 아니게 빨라!”

미묘하게나마 성기사인 현중이의 이속보다는 느렸던 탓에, 한참을 뛰어가자 놈들도 어그로가 풀려 되돌아갔다.

“몹이 없던 이유가 이거였어? 빙하 산맥 근처에 다 몰려 있느라?”

“그런가 봐요, 현중이 형. 무슨 절벽을 지키는 것마냥 엄청 몰려 있었네요.”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라챤아.”

“네? 드로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딱 봐도 모르겠어? 누군가 저기에 몹몰이 해놓은 거잖아. 유저들이 절벽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네? 아…… 그럼 아까 봤던 태성 놈들 목적이!”

“그래. 아마 주기적으로 몹몰이 해놓으려고 방문하던 놈들이었던 모양이야.”

이 근처 필드에 몹이 없던 이유.

어쩌다 보이더라도 한 마리씩 띄엄띄엄 떨어져 있던 이유.

그건 누군가 근처의 몹들을 한껏 끌어다가, 어딘가에 몰아두었기 때문이었다.

‘한번 리스폰된 몹은, 죽지 않는 이상 새로 리스폰되지 않는다는 걸 이용한 거야.’

어떻게 몹들이 리스폰됐던 장소로 돌아가지 않도록 어그로를 잡아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태성 놈들이 이 방법을 통해 그동안 ‘시공의 틈새’라는 장소가 알려지지 않도록 통제했을 거란 사실이었다.

“하긴 뭔가 이상했어요! 아무리 타연이 넓더라도, 플레이 중인 유저가 몇 명인데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니요!”

“그래. 가뜩이나 유저들이 찾지 않는 장소에, 그마저도 다가갈 엄두조차 못 내도록 만들어 뒀던 거야. 태성 이 자식들, 하여간 잔머리 하나는 좋다니까!”

“잔머리라기보단 운이 따랐던 게 더 컸겠지. 시공의 틈새란 곳의 단서가, 하필 이런 곳에 숨겨져 있었으니…….”

“형님들! 근데 저거 하나씩 하나씩 다 잡아야 할까요? 얼핏 봐도 한참 잡아야 할 것 같은데요?”

“뭐 어쩌겠어, 잡아야지. 지환아, 다시 다가가 볼까?”

“아냐. 너희들은 잠깐 여기서 기다려 봐. 혼자 들어갔다 나와볼 테니.”

이제 막 빙하 산맥이 시작되는 구간이었다.

저 안에 얼마나 많은 갈림길과 크레바스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하늘에서 대충 살펴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하나하나 다 잡으면서 들어가다 보면, 반나절을 사냥해도 다 훑어보지 못할 것 같았다.

“하여간 나도 템부터 좀 맞춰야겠다. 이거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

“크크, 너도 돈 모으면 무조건 이 템부터 사라. 절대 후회 안 할 템이야. 물론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겠지만!”

하지만 비행이 불가하더라도 내겐 이곳을 훑어볼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도 부츠.

다시 빙하 절벽이 시작되는 곳까지 이동한 나는, 몹들이 달려오는 걸 무시한 채 한쪽 벽을 타고 올라가 절벽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

띠링! 띠링! 띠링!

미친 듯이 어그로 감지 효과음이 울렸지만 공격해 오는 몹은 없었다.

강인한 생명력과 공격력으로 악명높은 노스랜드의 몬스터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탓에 원거리 공격 몹은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00미터도 되지 않는 절벽 꼭대기에 오르자, 드넓게 펼쳐진 빙하의 윗면과 곳곳에 위치한 크레바스들이 보였다.

그곳들을 하나하나 내려다보며 전진하는 것만도 일이라면 일.

하지만 이곳 어딘가에 분명 시공의 틈새로 향하는 실마리가 있을 테니 허투루 찾아볼 순 없었다.

“와! 진짜 알뜰히도 채워 넣어놨네! 어딜 가나 몹들투성이구나!”

갈라진 절벽 틈새.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크고 작은 크레바스 속에, 노스랜드의 몹들이 늪에 빠진 것마냥 들어차 있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동원해서 이런 짓을 벌였던 걸까?

아까 죽인 파티는, 사실 이곳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팀이 아니었을까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이런 곳을 찾은 파티치고는 유달리 궁수가 많이 포함된 이상한 조합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절벽 틈과 수십 개의 크레바스 안을 살펴보길 한참.

절벽 위 맨 끝부분에 도달할 때쯤, 마침내 특별한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배회하는 고르곤 쿨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10미터는 넘을 듯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강철의 황소.

타이탄 에이지에서 석화 브레스를 뿜는 것으로 악명을 떨쳤던 녀석은, 타이탄 연대기에서도 여전히 강하고 위협적인 보스 몹처럼 보였다.

“드디어 찾았구나! 마계 몹이라 그런지 이런 곳에서 보니 좀 생뚱맞아 보이긴 하네. 근데 수식어가 왜 ‘배회하는’이야? 저렇게 갇혀 있을 거면서?”

온통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녀석은, 유달리 작은 크레바스에 빠져 있어 마치 시리도록 푸른 얼음 감옥에 갇힌 것처럼 서 있었다.

아무리 마계에서 넘어온 특별한 놈이라 해도 ‘네임드’ 필드 보스 몹답지 않은 모습.

잠시 의문을 품던 난, 곧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태성 이 자식들…… 설원에 뜨는 보스 몹을 여기까지 끌고 와서 가둬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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