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46화 (146/350)

146화 킹 슬레이어 (1)

[축복받은얼굴: 아싸! 계획대로 됐구나!]

[축복받은무빙: 다행히 늦지 않은 모양이다. 드로야, 얼른 다가가서 확인해 봐라!]

두근두근!

놈과 마주칠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는지.

침착하게 은신을 다시 걸고 오르던 언덕 끝에 올라 너머를 바라봤다.

“윈드 커터!”

“그레이터 힐!”

2개 파티.

정확히 10명의 유저가 움푹 들어간 분지 안에서 거대한 보스 몹과 전투 중이었다.

<심연에 잠식된 군단장 베르몬>

8미터는 될법한 거구의 화려한 중갑옷을 입은, 두 개의 뿔이 돋보이는 악마 몬스터.

얼핏 봐도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 공방을 벌이는 대상의 몹 네임과…….

태성!

한창 공격 중인 유저 전원이 달고 있는 길드 마크 속 단어가 가장 먼저 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앞에서 메인 탱커 역할을 하고 있는 유저.

뒤이어 ‘다리우스’라는 아이디가 적힌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산드로: 다리우스, 확인됐습니다. 하하하!]

[라스트챤스: 미쳤다! 오늘 진짜 무조건 잡는 건가!]

[축복받은파볼: 일단 진정들 좀 해!! 다 잡은 거 놓칠라!!]

10명.

그것도 일도양단, 홍길동, 홍당무, 동키호테, 슈마허 등등…… 전원 랭커로 이루어진 멤버들.

분명 적지 않은 숫자였지만, 한편으로는 태성 길드의 평소 위상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편이었다.

이 모든 게 ‘자격을 갖춘 자’라는 A급 업적 유무로 인한 결과.

우리 길드의 무살 형님 같은 랭커도 이곳엔 못 올 정도였으니, 10명이나 이곳에 함께 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성의 저력은 알아줄 만했다.

‘하지만 그 영광도…… 오늘로써 끝이다!’

내가 널 따라잡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절대 알 수 없을 테지.

온종일 게임에만 매달렸고, 말도 안 되는 도박에도 몇 번이나 도전했다.

오직 너를 죽여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한번 실수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도전과 타연에 처음 시도됐던 모험들.

그로 인해 많은 보상도 얻었지만, 그 험난한 과정에 포기하고 싶을 순간도 많았다.

심지어는 운영자로 보이는 존재로부터 위협을 당하기까지 했다.

강해질 만큼 강해지고, 가질 만큼 갖게 된 지금.

처음 품었던 강렬했던 복수심도 이제는 희석될 만했지만,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몇 번이고 다리우스를 죽인다 하더라도, 내 마음속에 있는 증오와 분노는 절대 꺼지지 않고 여전할 것임을!

[산드로: 대기... 아직은 대기입니다...!]

만약을 위해 언덕 위까지 오른 이는 오직 8성 은신을 가진 나 하나뿐.

나머지 파티원들은 전부 조금 밑에서 대기하느라 놈들의 모습조차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최적의 난입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파티원들을 조금 더 대기시켰다.

“나의 애마, 쿨라는 어디에 있는가!!”

콰광! 슈우우!

막 도착했을 때도 레이드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는데, 새로운 페이즈에 돌입한 듯 파괴음과 충돌음의 주기가 2배가량 빨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 중에서 단 한 명의 탈락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인던도 아니라 죽으면 부활이 안 되는데…… 보아하니 아직까지 한 명도 리타이어되지 않은 건가? 역시 처음 잡아 보는 건 아닌 모양이야.’

전원 랭커로 이루어진 최강의 레이드 파티나 다름없다 하더라도, 놈들의 무빙과 대처가 너무도 탁월하고 시기적절했다.

그러나 적, ‘악마 군단장’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흡사 드래곤 ‘투 메르타스’가 연상될 정도로!

“모두 무릎을 꿇어라!!”

거대한 크기 때문에 마치 난쟁이들이 거인을 상대하는 듯한 레이드 현장.

녀석이 갑자기 오른손을 휘두르며 외친 한마디에 모두 멈춰서 버렸다.

갑작스러운 피어 공격에 당해, 전원이 광역 스턴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양단이 개자식아! 또 늦었냐!”

“죄, 죄송합니다!”

몸이 굳은 상태에서도 모두가 일도양단을 노려보는 기색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보스의 스킬 타이밍에 맞춰 뭔가 해야만 했던 걸 놓쳐버린 모양.

스턴은 금세 풀렸지만, 그 사이에 군단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한 궁수 랭커 ‘페퍼민트’가 죽어버렸다.

슈웅.

그 직후, 거대한 주먹을 쉴 새 없이 휘두르던 군단장 앞에 비슷한 덩치의 타이탄이 나타났다.

이름은 티에스 나이츠.

일도양단이 소환해서 탑승한 타이탄의 이름이었다.

쾅! 쾅!

비록 군단장보다 작은 크기였지만, 타이탄은 역시나 상당한 거체였다.

그 몸이 전부 오브젝트 판정을 받기 때문에 타이탄 간에는 서로의 공격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작위로 휘두르는 군단장의 공격을 대신 맞아 파티원들을 보호할 수도 있었다.

비록 솔저급이라도 역시나 타이탄은 타이탄.

가속화된 공격 속도와 광역 스턴 한방에 위태해졌던 다리우스의 팀은,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9명.

하지만 티에스 나이츠를 일도양단 혼자만 가져왔을 것 같지도 않았고, 놈에겐 아직 데이네스라는 로드급 타이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산드로: 보아 하니까 저희가 곧 넘어올까 봐 총동원한 것 같네요. 처음엔 보자마자 뒤치기로 잡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작전을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축복받은얼굴: 응? 뭘 변경해? 이대로 공격 안 하고?]

[산드로: 생각보다 놈들의 수가 많고, 타이탄도 많이 갖고 온 것 같다. 좀 더 놈들의 전투력을 소진시키거나, 최소한 데이네스는 뺀 상태로 만들고 공격해야겠어.]

[라스트챤스: 어떻게 하시려고요, 형님?]

[산드로: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 몹몰이를 해올 테니까 다들 거기에 맞춰 주세요!]

[라스트챤스: 네? 몹몰이요....? 아하! 알겠습니다!]

놈이 힐러와 단둘이 레벨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한데 웬걸?

넘어올 수 있는 모든 길드원들은 전부 다 이곳 시공의 틈새에 와 있었다.

저 악마 군단장의 퍼스트 킬을 위해서!

‘군단장의 검은 고르곤이 드랍한 거였나? 하긴 심연의 몹들은 템을 떨구지 않던데…… 본토와 연결될 퀘템은 저 군단장이란 놈이 드랍해야 스토리상 말이 되겠지!’

저 정도 인원이라면 지난 두 번의 만남에서처럼, 팀원들이 다리우스의 도주를 작정하고 도와주면 놓칠 수도 있었다.

실수는 두 번으로 족했으니, 그걸 방지해야만 했다.

설령 나도 위험에 처할지라도!

“훼라리 소환!”

비탈길을 내려와 놈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훼라리를 소환했다.

그리곤 바로 탑승해서 올라왔던 길을 도로 활강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올라온 길은 직선 코스.

도중에 어그로가 끌린 몹들은 전부 잡으며 이동했지만, 서둘러 다리우스를 찾느라 최대한 사냥을 피하는 동선으로 올라왔다.

즉, 밑에는 우리가 잡지 않은 심연의 몹들이 아직 수두룩하게 남겨져 있었다.

난 그것들을 끌고 레이드 현장에 난입할 작정이었다.

‘많이도 필요 없어. 딱 10마리면 충분하다!’

대부분의 필드 사냥터는 유저들이 몹보다 많아, 다수의 몹을 보는 것이 구조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간혹 존재하는 몹몰이 사냥터에서는 아직도 종종 일어나는 일.

몹을 몰아다가 사냥 중인 유저에게 던져버리는, 이른바 ‘몹몰이 테러’가 존재했다.

‘이곳은 진짜 최적의 조건이야. 사람이 없어 몹이 쌓여있을뿐더러, 죄다 공격력이 강한 놈들투성이라 원거리 몹도 없으니까!’

띠링! 띠링! 띠링!

빠른 이속 덕분에 연달아 울리는 어그로 감지음.

이 정도면 됐다 싶어, 훼라리의 고개를 다시 분지 쪽으로 돌렸다.

[산드로: 지금부터 난입하겠습니다. 어그로 먹지 않도록 절대 스킬은 쓰면 안 됩니다!]

[당근당근단검: ㅋㅋㅋ 저희 중에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있을까요?]

응?

당당검이 채팅에 참여하다니?

지금 상황에 덩달아 흥분됐는지, 그의 고조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천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유저였으니 어쩌면 벌써 예측했기에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 정도 몹을 끌고 다리우스에게 다가가면, 녀석이 정말 도망칠 구석이 없는 진짜 ‘나락’에 빠지게 된다는 결과가!

펄럭펄럭.

저공비행으로 길드원들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쳤다.

그리곤 곧바로 다리우스의 레이드팀 한복판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가며 소리쳤다.

“다리우스, 네 이놈! 선물 받아랏!”

군단장을 상대하다 내 고함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는 태성의 랭커들.

“뭐, 뭐야!”

“꺄악! 저 미친 산드로 자식, 언제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늘 그렇듯이 내 등장은 태성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한데 이번엔 특히나 더 그런 듯싶었다.

“다들 긴장해라! 놈이 심연의 몹들을 몰아 왔다!”

메인 탱커이자 레이드의 리더답게, 다리우스가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곤 외쳤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의 얼굴은, 침착했던 목소리완 달리 문자 그대로 ‘썩어’ 있었다.

[힐!]

[쉴드!]

하지만 무려 보스 몹을 잡고 있었는데, 잠시라도 힐링 스킬이 끊길 순 없는 법.

끌고 온 몹들이 레이드 팀과 겹치는 순간!

줄곧 내게로 고정돼 있던 놈들의 시선이 모두 힐러에게로 옮겨졌다.

쿵! 쿵! 쿵!

그리고는 곧바로 놈들의 공격이 집중적으로 퍼부어졌다.

도둑같은 극딜러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어그로 관리에 신경 써야만 하는 직업군 ‘힐러’.

몹몰이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힐을 중단하긴 했지만, 다리우스의 피가 빠지는 걸 두고 볼 순 없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그러거나 말거나 곧바로 훼라리 위에서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현재 전투 중인 상태라 10초간의 로그아웃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10, 9, 8……]

[0!]

유저와 달리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어그로가 끌린 것만으로도 전투 상태 판정을 받는다.

하도 몹몰이를 해 와서 사냥 중인 유저들에게 테러하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10초간의 로그아웃 대기 페널티로 업데이트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힐러가 알아서 어그로를 먹어준 덕분에, 난 그 시간을 여유롭게 전부 다 채울 수 있었다.

번쩍.

눈이 떠짐과 동시에 캡슐 안의 조명도 함께 켜졌다.

“크크크! 다리우스, 넌 내가 오늘 무조건 죽인다. 로그인!”

긴박했던 타연 속 상황과 평온하기 짝이 없는 캡슐 안의 모습.

그 괴리감을 느낄 새도 없이, 난 곧바로 로그인을 외쳤다.

-라라 랄라라.

장엄하기 짝이 없는 로그인 풍경.

접속을 기다리는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지금 다리우스의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타이탄 연대기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모험이 되길 바랍니다.]

시야 한가운데 떠오른 메시지창 뒤편으로, 다시금 치열한 전장의 모습이 펼쳐졌다.

군단장 베르몬이 내가 끌고 온 심연의 몹들과 함께 태성 놈들을 무자비하게 내려치고 있었다.

다리우스라는 역대급 탱커와 타이탄을 활용해 나름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유지하던 태성 팀.

잠시 타연을 떠나 있던 몇십 초 사이에 이곳은, 조금 전과 전혀 딴판인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축복받은얼굴: 드로 재접속했다!]

[라스트챤스: 형님, 어서 빨리 올라오세요! 다리우스 자식, 다 접고 튀기 시작했어요!]

이미 들어오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던 결과.

다리우스 놈이 데이네스를 소환해서 분지 밖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기 길드원들은 다 죽어 나가는데, 지 혼자 살겠다고 튀는 모습이라니…….’

역시 놈답다고나 할까?

감상은 감상이었고, 난 놈을 쫓기 위해 서둘러 펫을 소환했다.

“램보 소환!”

하지만 이번엔 훼라리가 아닌 프로스트 울프, 램보였다.

장애물이 없는 지상을 달릴 때는 훼라리에 못지않을 만큼 빠를뿐더러, 이놈에겐 특별한 옵션이 하나 붙어있기 때문이었다.

“레벤다스 소환!”

분지 위에서 전황을 내려보던 현중이가, 타이탄을 소환해 데이네스의 동선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나타난 터라 꼼짝없이 레벤다스의 쉴드 어택을 맞고 스턴에 걸릴 타이밍이었는데, 놀랍게도 놈은 빠른 반사신경으로 회피해버렸다.

“절망의 울림!”

타이탄 주제에 리프 어택을 해버리는 사기 스킬.

오직 로드급이기에 허락된 점프 공격으로 우리 팀원들을 훌쩍 뛰어넘은 데이네스는, 곧바로 포탈이 있는 방향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

“몬스터 라이딩!”

하지만 타이탄의 이속이 빠르다 한들, 전용 탈것의 속도에는 못 미치는 법!

이 상태에서 10초간 펫의 이속을 가속화하는 액티브 스킬을 써버리자, 순식간에 놈의 꽁무니를 뒤따라 잡았다.

난 그 상태에서 램보에게 계속 공격할 것을 명령함과 동시에, 곧바로 그림자 밟기를 써서 데이네스의 등으로 옮겨탔다.

“오늘로써 타이탄 킬러의 목록에, 로드급 타이탄도 추가되겠구나!”

“이 건방진 자식이 뭐라고? 어라…… 뭐냐 또 이건!”

내 목소리를 듣고 발끈한 다리우스였지만, 곧바로 말을 멈추고 말았다.

이유는 바로 ‘빙결’ 효과를 주는 램보의 냉기의 발톱 때문.

드래곤에게도 통했던 이 이속 감소 효과가, 녀석의 타이탄을 느리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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