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48화 (148/350)

148화 레이드 경쟁 (1)

‘응? 이건?’

예상 밖의 아이템을 먼저 수거한 다음,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다리우스는 죽었더라도 아직 전투는 끝난 게 아니었기 때문.

축빙 형님의 가이라 나이츠가 어깨 위에 당당검을 태운 채, 수없이 많은 심연의 몹들을 이끌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축복받은무빙: 잡은 거야? 다리우스를?]

[축복받은얼굴: 네 형님! 잡았습니다!! ㅎㅎㅎ]

[당근당근단검: 잘됐군요! 잔챙이들은 다 정리했습니다. 절반쯤은 보스 몹과 심연 몹들한테 몹사했고요.]

역시 레이드중인 파티를 뒤치기하는 것만큼 효과가 확실한 건 없었다.

하지만 태성 놈들을 죽인 몹들의 어그로가 이제는 우리로 바뀌었기에, 이대로라면 우리의 목숨도 위태로울 수 있었다.

“다들 절 따라오세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살아날 구멍은 있는 법.

훼라리와 와순이로도 벗어나지 못할 이 상황에서도, 탈출구는 존재했다.

웅, 웅.

우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전방에, 다리우스가 생성한 검붉은 포탈이 이글대고 있었던 것이다.

이 포탈이 어디와 연결돼있는지 이미 확인했던바.

나는 주저 없이 포탈로 뛰어들었고 나머지 길드원들도 아슬아슬하게 뒤따라 들어왔다.

“여긴 어디지?”

“번스타인 외성 마을입니다. 놈이 빌린 하우스인 거 같은데, 마주치면 껄끄러울 테니 다 함께 바로 귀환하죠.”

주인 말고는 문을 열 수 없어 함부로 들어올 순 없지만, 빠져나가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급박했던 포탈 너머의 상황과 달리 여유로운 이곳에서, 우리는 전부 귀환 주문서를 사용했다.

* * *

-[필독] 산드로 이 자식 신상명세 아시는 분?

“이건 또 누가 어떤 헛소리를 적어 놨으려나?”

“뭔 글인데?”

길고 길었던 접속 시간과 긴장에 지쳐있던 터라, 다들 곧바로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조금은 여유를 되찾은 지금, 나와 현중이는 느긋하게 치맥을 시켜 먹으며 올타에 올라오는 글들을 뒤적였다.

-어그로 ㅈㅅㅈㅅ 산드로는 진짜 레전설로 남을 거다. 태성이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부디 만수무강하십쇼!

└ㅋㅋㅋㅋ 진짜 오래 살아서 태성 놈들 싸그리 접게 만드는 꼴 보고 싶다!

└└이 기세라면 가능할 듯!

└└└레알 처음에 복수 어쩌고 할 땐 웬 관심종자인가 했는데... 매 순간 전설을 만들고 있네? 이걸 라이브로 직관할 수 있다니... 개꿀잼!

뭔가 해서 직접 게시글을 들어가 읽어보면, 죄다 이런 식이었다.

전부 나에 대한 찬양 글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다리우스를 잡았다는 사실은 그 직후 전 서버에 공개되어 그야말로 생난리가 나 버렸다.

[‘버닝스타’ 길드가 ‘태성’ 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길드 간의 전쟁 결과.

보통 전체 알림창으로까지 공지되진 않지만, 이번에는 특별 대접을 받게 되었다.

‘아마 반대로 우리가 졌다면…… 전체 알림으로 뜨진 않았겠지?’

그 이유는 상대가 특별했기 때문.

타연에 단 3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 길드가 패배했으니, 전체 알림창으로 뜰만 했던 것이다.

-난 아직도 다리우스가 죽었다고는 생각 안 해!

└그럼 뭐라고 생각하는데?

└└실수로 항복했을 수도 있자나!

└└└태성 애들 아직도 현실부정 중이네ㅋㅋㅋ 다리우스가 항복이라ㅋㅋㅋ

“이거 진짜 태성 길드원이 적은 걸까?”

“흠…… 아마 개인 유저가 적은 게 맞지 않을까? 나조차도 우리가 박태후를 잡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으니까 말야.”

놈이 죽던 그 순간이 생생히 떠올랐지만, 도통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무언가 꿈꾸던 일을 이루고 나면 오히려 그만큼의 감동은 덜하다던데…… 내가 딱 그런 부류인 모양이었다.

일개 중(中) 레벨 수준이었던 개인 유저 하나가, 우여곡절 끝에 통합 랭킹 1위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물론 혼자서 이룩한 건 아니었다.

길드원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줬고, 시공의 틈새라는 지리적 요건까지 합쳐진 결과였다.

하지만 모든 건 결과가 말해주는 법.

어찌 됐건 난 다리우스를 죽이는 데 성공했고, 녀석이 차고 있던 아이템까지도 손에 넣게 되었다.

<천사장 페리엘의 고결(디바인, 망토)>

* 방어력: 1020

* 모든 속성 내성 +10%

* 모든 능력치 +30

* 최대 HP 및 MP +2500

* 초당 HP 및 MP 회복 +55

* 빛 속성 마법 및 스킬에 피격 시, 데미지 흡수 및 체력 회복으로 치환

* 특수 스킬 ‘천사장의 보살핌’ 발동 가능(사용 대기시간: 24시간)

* 이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빛의 신 루이튼이 그의 천사장을 위해 직접 만든 망토입니다.

* “마계에 대항하기 벅찬 우리에게, 천계가 베풀어준 호의는 반드시 길이 찬양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 내게 이 망토가 없었다면, 목숨이 열 개였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 서 있진 못했으리라!” - 신마전쟁의 영웅, 막시무스 드란체 -

녀석이 드랍한 아이템.

아쉽지만 그건 마신검 ‘룬 제스베라’가 아니었다.

-디바인 템을 가진 유저는 사망 시 무조건 1개 이상의 디바인 템을 드랍한다.

이 정보는 2개 이상 디바인 템을 가진 유저라면 그중 하나는 드랍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물론 PC 버전이었던 타이탄 에이지의 설정을 따르지 않았을 희망을 품곤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해본 결과, 결국 이 설정만큼은 그대로 이어진 모양이었다.

‘아쉽긴 해도 이게 어디냐? 타연에 하나밖에 없는 디바인 망토인데? 내가 퀘스트를 통해 얻으려 들었으면, 아마 절대 못 얻었을 거야.’

역시 난 놈은 난 놈이었다.

레전더리야 돈으로 발라서 마련할 수 있다지만, 이런 디바인 템은 보나 마나 수없이 많은 태성 길드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후에야 얻게 됐을 것이다.

‘레벤다스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디바인 급에도 급이 나눠져 있어.’

신검에 붙은 가호 옵션은 없어 감히 강화하진 못한 모양이지만, 순정 그 자체만으로도 기존의 레전더리 망토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레전더리 갑옷을 웃도는 방어력은 물론, 디바인 템답게 옵션이 6개나 붙어있었다.

그중 다리우스를 감싸 방어해준 쉴드 ‘천사장의 보살핌’은, 비록 하루에 한 번밖에 쓸 수 없었지만 여벌의 목숨을 갖게 해주는 최상위급 옵션이었다.

“그나저나 난 아무것도 못 얻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업적을 줘서 놀랐다.”

“그치? 나도 놈을 죽였다고 업적까지 얻을 줄은, 미처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

통쾌한 복수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우리 길드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었을 텐데, 놈은 후하게도 그에 따른 보상을 골고루 나눠주었다.

[업적: 킹 슬레이어(A)]

* 타이탄 연대기에 존재하는 국왕을 처치했을 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모든 능력치 +20)

* 업적 효과로 일부 귀족 NPC들로부터 호의나 반감을 얻게 됩니다.

* 다수의 국왕을 추가로 살해할수록, 이 업적은 더욱 뛰어난 효과로 거듭나게 됩니다.

무난하면서도 뛰어난 효과인 올 스탯 추가 업적.

A급답게 높은 수치를 올려주는 이 업적은, 우리 파티원 전원이 얻게 되어 또 한 번의 스펙업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지환아, 기분은 어때? 그토록 원하던 복수에 성공한 소감이?”

“나만 성공했냐? 너는 어떻고?”

“나야 속 시원하지. 그 자식의 추잡한 밑바닥을 보게 된 것도 통쾌했고!”

“하하! 나도 녀석이 위기의 순간에 그딴 식으로 나올지는 몰랐다. 역시 우리완 태생부터 다른 것 같은 놈도, 막상 다급해지면 본성이 나오나 보드라.”

시작은 녀석이 먼저 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녀석에게도 내가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신검도 모자라 디바인 망토까지 내가 빼앗은 셈이 되었고, 무엇보다 녀석의 숨기고 싶었던 추악한 본성까지 끄집어낸 사람이 되었으니…….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데?”

“뭐 변하는 게 있겠어? 하던 대로 녀석을 계속 방해하고 성장해야지. 일단 명실상부한 지존, 통합 랭킹 1위를 찍을 때까지!”

“이대로라면 그건 금방 이룰 것도 같은데……. 햐! 아무튼 지금도 얼떨떨하다! 강지환, 이 허접이던 자식이 타연의 지존이 된다니!”

“1위 찍는다고 게임 끝나냐? 그 후에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아직 태성의 뒤를 봐주던 운영자가 누군지도 밝혀지지 않았잖아. 그리고, 다리우스는 랭킹 1위가 아니어서 나한테 따라잡히고 죽은 거냐? 아직 형님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래! 어차피 이제는 타연으로 인생도 바뀌었는데, 제대로 한번 달려봐라! 누가 올타에 적은 것처럼 레전설이 한 번 돼봐!”

“그러니깐 형님이 너무 빨리 앞서나간다고 포기하지 말고, 죽을 둥 살 둥 따라와라. 오늘처럼 형님 덕에 타연의 참재미를 계속 만끽해보려면!”

“오냐! 오늘만큼은 니가 무슨 소릴 하더라도 봐 주마! 하하!”

타연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조건으로 시작한다고 주장했던 다리우스.

놈의 말은 분명 틀린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구석도 있었다.

쥐뿔도 없이 복수심에만 불탔던 내가, 운이 따랐다곤 해도 결국엔 놈을 잡아버렸으니!

맥주캔을 들고 창가에 가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재벌 3세인 녀석도 분명 이 강남 한복판에 살 테니, 저 불빛 중 하나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녀석 대신, 불빛을 향해 속으로 한마디 했다.

‘박태후…… 아직 끝이 아닌 거 알고 있지? 이제 9번 남았다!’

그 정도는 더 잡아야…….

내 원한이 좀 풀릴지도!

* * *

[산드로: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라스트챤스: 짝짝짝!!]

[무적살라딘: ㅉㅉㅉㅉㅉㅉ!]

[산드로: 뭡니까 다들 ㅋㅋㅋ]

오랜만의 음주로 아침 늦게 접속했다.

한데 나만 빼고 다들 일찍부터 접속해 있었는지 특별한 인사로 나를 반겨주었다.

[축복받은무빙: 어제는 제대로 축하도 못 했잖아! 생각해보니 이건 일주일은 축하해야 할 일 같더라고 ㅋㅋㅋ 정모 안 하나?ㅋㅋ]

[라스트챤스: ㅋㅋㅋ얼마나 달리셨길래 이제 접속하세요? 지옥불 형님이 찾으시니까 연락 한 번 해보세요~]

[산드로: 어. 바로 찾아봬야겠다^^]

이 기쁜 소식을 지옥불이 못 들었을 리 없다.

그러니 오늘은 많은 도움을 준 지옥불부터 찾아가, 경과를 전해주는 게 순서였다.

라챤이를 통해 약속을 잡고는 곧바로 듀메인 성으로 향했다.

“어서 오시지요, 산드로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반신반의하면서 정신없이 시공의 틈새로 향했던 거라서요!”

전장에서 돌아온 개선장군을 맞이해주는 게 이런 느낌일까?

지옥불은 마치 자신이 이룩한 성과인 것마냥 순수하게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나는 그에게 테오시스와 헤어진 다음부터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놈의 욕심이 과했군요. 죽을지도 모른다면, 군단장 레이드는 포기하는 게 맞는 선택이었는데요.”

“퍼스트 킬의 보상이 워낙 좋잖아요? 아마 일도양단이 드랍한 군단장의 암살검도, 고르곤을 퍼스트 킬해서 얻은 보상 같습니다. 그런 걸 감안해볼 때, 시공의 나락에 있는 ‘군단장’이 드랍할 템은 어마어마할지도 모르죠.”

“그것도 그렇지만, 역시나 그곳과 타연을 연결해주는 영구 포탈이 가장 욕심났겠지요. 오랜 성길의 수장이자 국왕인 놈이니, 그 포탈이 갖는 메리트를 정확히 계산해냈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나 좋은 걸까요?”

“물론이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척 얻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완 비교도 안 될 만큼, 특히나 성을 운영해온 경험만큼은 타연에서 손꼽히는 유저일 지옥불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대단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군단장의 퍼스트 킬을 가져갈 수 있는 길드는 태성과 우리 버닝스타, 단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시공의 틈새로 이어지는 귀환석이 2개밖에 풀리지 않았다는 걸 차치하더라도,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유저 또한 대부분 두 길드에 속해 있었으니 말이다.

‘영구 포탈이 이어지고 나면 금지라는 제한도 풀리겠지? 하지만 그건 군단장이 잡힌 이후의 일일 테니…… 역시나 현시점에선 의미 없는 일이야.’

어제 다리우스가 군단장을 레이드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태성이 공성전에도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길드원들까지 합류했던, 최강의 레이드 팀이 분명했다.

거기에 타이탄도 최소 4대 이상 참여한 역대급 멤버였지만…… 퍼스트 킬 달성 여부는 불투명해 보였다.

일단 군단장의 덩치가 너무 커서 타이탄의 디펜스로도 팀원들을 철저히 보호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고, 주변에 심연의 몬스터들이 많아 몹이 몰릴 위험성이 너무 커 보였다.

또한 명색이 ‘군단장’인데 부하 몬스터의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마지막 페이즈쯤에는 대규모 소환으로 난장판이 될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하필이면 다리우스네 포탈이 너무 가까이 위치해 있어.’

마지막으로 우리에겐 이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놈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시공의 틈새가 가진 몇 가지 지역적 특성 때문.

한데 그건 마찬가지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레이드에 한창 돌입한 순간.

태성이 같은 방법으로 몹몰이를 해오거나 뒤치기를 해온다면?

까딱 잘못하면 손도 못 쓰고 전멸해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래도 군단장을 레이드 하려면, 더 많은 유저들이 시공의 틈새에 들어갈 수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그거야 익히 알겠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현재로선 S급 퀘스트를 클리어한 유저는커녕, 얻은 유저조차도 찾기 힘든 수준이니…….”

“지옥불 님. 그래서 제가 제안 하나를 드리고 싶은데요.”

“말씀하시지요. 사실 전 산드로 님이 제안을 건네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 결과가 너무나 좋았거든요.”

“하하! 그러세요? 아무튼, 조만간 리스폰될 ‘투 메르타스’. 혹시 이놈을 저희 버닝스타와 함께 잡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저희가 드래곤 레이드를 도와드리는 대신, 피닉스도 저희가 군단장을 잡는 걸 도와주시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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