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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50화 (150/350)

150화 레이드 경쟁 (3)

“이렇게 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다리우스도 생각이 있다면, 디바인 망토를 드랍했는데 다시 군단장 레이드에 도전할 리 없었다.

이번에 죽게 되면 무조건 마신검을 드랍할 테니.

그래도 혹시나 도박처럼 시도할 수 있어, 우리 측에서도 감시할 사람이 필요했다.

현재 금지에 입장이 가능한 인원은 총 여섯.

모두 할 일이 바쁠뿐더러, 시공의 틈새는 혼자서 필드를 돌아다니기엔 힘든 곳이었다.

다행히 당당검이 먼저 콘텐츠 탐험을 해보겠다고 자처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나 더 마련해 놓기로 했다.

“에이! 차기 지존이 되실 분한테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죠! 잘 보여 놓을수록 저한테는 완전 이득이잖아요?”

인맥도 적고 따로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이럴 때 난감했는데, 다행히도 핑크래빗은 내 도움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다리우스의 포탈이 위치한 장소는 번스타인 외성 마을.

유저들이 빌리는 ‘하우스’는, 성과 같이 귀환 주문서를 등록하는 포인트가 따로 있지 않았다.

따라서 마을로 귀환한 뒤, 직접 걸어서 들어가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위치에 따라 임대 낙찰가가 천차만별로 차이 나는 요인.

어쨌든 이 때문에 이 집의 정문만 지키고 있으면, 놈들이 언제 시공의 틈새로 넘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유니크급 무기 및 방어구 매입 판매합니다. 레전더리도 상담받습니다!>

사재기 덕분인지 이제는 레전더리 템까지 매입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핑크래빗.

단순히 지켜만 봐달라고 하기엔 미안했는데, 이렇게 대로변에 좌판을 깔고 장사 하면서 감시해달라고 하니 조금은 덜 미안했다.

그래도 부탁은 부탁이었던지라, 골드는 그렇고 빛나는 강화석 10개를 건네주었다.

“와! 뭘 또 이런 걸 다 주시고 그래용. 산드로 님은 통도 크시다, 정말!”

“수고해주시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요 뭘요.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접속 종료하실 때는 꼭 말씀해 주세요!”

“참……. 게반 마을에서 뵀던 때를 생각해 보면, 진짜 너무 신기해요…….”

핑크래빗의 혼잣말과 같은 속삭임이 서둘러 떠나려는 내 발길을 붙잡았다.

“네?”

“그땐 정말 하루에도 몇십 명씩 마주치는 흔한 사용자 중 한 분이셨는데, 몇달 새 이렇게나 변하신 모습이 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거든요! 하긴 그때도 지금처럼 물약 하나를 건네주시는 여유가 있기는 했었죠.”

“흠……. 돌이켜보면 정말 운이 좋아서 이 정도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래빗 님께서도 열심히 하시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운이 갑자기 찾아오실 거예요!”

“제 행운은 이미 산드로 님을 만난 거로도 충분한걸요. 전 그저 곁에서 님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랍니다. 부탁하신 건 꼭 최선을 다해서 감시할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날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말을 듣는 날도 있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은 하루하루가 보람찼다.

* * *

“많이 바쁘셨나 봐요? 어제는 귓속말도 계속 꺼 두셨던데…….”

다리우스에 대한 조치까지 끝마친 뒤, 나는 무살 형님과 꿈틀이님을 차례로 훼라리에 태웠다.

“네? 아, 네 조금요……. 죄송하지만 TV나 인터넷은 전혀 안 보시나 봐요?”

“네. 온종일 채집하다가 로그아웃하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분은 말만 노가다를 한다는 게 아니라, 게임 속에서 진짜로 노가다를 하고 계시는구나!’

휘이잉-

내가 접속하기만을 밤새 기다렸다는 꿈틀이.

어제는 워낙 바빠 태워줄 새가 없었기에,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레어로 향했다.

“사실 어제, 운 좋게도 다리우스를 죽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네? 태성의 길마, 그 다리우스를 잡았다고요?”

“예. 그래서 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드래곤을 잡은 지 이제 곧 한 달.

조만간 리스폰이 될 것이 확실한 이상, 태성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녀석들의 수상한 낌새를 미리 발견할 수 있는 방법.

그 역할을 할 사람으로, 온종일 레어 안에만 죽치고 있는 이 ‘꿈틀이’만큼 적합한 유저는 찾기 힘들었다.

침묵의 숲에서 로그아웃하면 무조건 숲 초입에서 로그인됐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태성 길드원이 보이면 바로 귓속말 드리면 된다는 거죠?”

“네. 다른 길드원이라도 여럿이 찾아온다거나 싶으면 무조건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근처에서 사냥 중일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려울 거 없는 일이네요. 알겠습니다!”

오늘도 그를 노가다 현장인 레어 앞까지 무사히 출근시켜 준 다음, 무살 형님과 다시금 날아올랐다.

“어제 다리우스를 죽이는 동안, 채팅창으로 구경만 하시느라 많이 아쉬우셨죠?”

“말도 마라. 피눈물 흘리면서 레벨업만 하고 있었다. 난 왜 그런 업적 하나를 못 받았던가! 하면서…….”

“흐흐! 형님도 이번에 드래곤을 잡아서, 군단장만큼은 꼭 함께 잡읍시다.”

“응. 그나저나 드디어 너와 함께 사냥해보는 건가? 이거 기대되는데? 네크로맨서를 뛰어넘는 타연 최강 솔플러와의 사냥이라니!”

“어쩌다 보니 이제야 처음 사냥해 보네요? 물론 몹을 사냥하러 왔지만, 언제 인간 사냥으로 뒤바뀔지 모르지만요. 후후!”

무살 형님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하나.

겸사겸사 레벨업을 하면서, 태성 놈들이 레어에는 발도 못 붙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옥불과의 의논 결과, 레이드는 드래곤이 리스폰 되자마자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려면 태성이 리스폰 정보를 최대한 늦게 눈치채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각 성에서 NPC 병사들을 차출하고 이동하다 보면 놈들도 곧 알게 되겠지만, 앞서서 출발하는 게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여전히…… 투 메르타스의 피를 깎는 역할이 NPC 병사들의 몫일 테니까.’

레이드 도중에 난입해서 공격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전투는 없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설령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놈들이 자칫 NPC 병사부터 전부 죽여버리면 레이드는 바로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

최대한 앞서 출발해서 NPC들이 무사히 레어까지 도착하는 것이, 이번 드래곤 레이드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었다.

‘물론 놈들의 추격은, 나를 비롯한 대규모의 피닉스 길드원들이 함께 막게 될 테지…….’

이번 레이드가 길드전 같은 대규모 전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인트였다.

조만간 마주하게 될 이런저런 변수들에 대해 예상하는 동안, 숲 초입 부근에 도착해서 착륙했다.

훼라리를 타고 날아다니면, 적들이 보자마자 전부 도망칠 게 뻔했기에 얼른 역소환 시켰다.

짹짹, 짹!

높디높은 나무와 몬스터밖에 출몰하지 않는 숲.

한데도 어디선가 새소리가 효과음처럼 간간이 들려왔다.

“참…… 이곳도 장관인데, 워낙 깊은 곳에 있어서 유저들이 구경하러 못 온다니 아깝네.”

“평균 레벨이 오르다 보면 많이들 찾아오는 날이 오겠죠. 물론 태성 놈들은 그때가 돼도 얼씬도 못 할 테지만!”

그렇게 도둑 두 명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파티 사냥이 시작됐다.

사실 사냥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에 누가 있는지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나 솔플을 주로 하는 내게 해당하는 사항.

하지만 무살 형님과 함께하니 그럴 염려가 줄어들뿐더러, 사냥 속도는 더 빨라져 혼자 사냥할 때와 먹는 경험치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진짜 미친 몸빵이구나? 말로만 들었지 마나 쉴드로 소모되는 MP를 마나 흡수로 메꾸니 말도 안 되는 사냥 속도야! 원래도 이런 식으로 혼자 무한 사냥을 해왔던 거야?”

“네. 신검을 든 후부터는 줄곧 이랬어요. 리스크가 있었지만, 결국 완성하고 나니 저도 백번 잘했다는 생각뿐이에요. 남들은 알고도 따라 하기 힘들 테크트리겠지만요!”

최근의 레벨업과 장비 스펙업, 추가 업적 획득과 드래곤 하트 복용 등을 통해 내 풀 MP는 8만을 넘어서게 되었다.

드래곤을 잡을 당시 5만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말도 안 될 정도로 급증한 수치.

거기에 비율로 올라가는 업적과 건틀릿 등의 템을 새로이 얻어, 공격력 또한 상당히 높아졌다.

이제는 과장이 아니라 정말 걸어 다니는 보스 몹이나 마찬가지인 상태.

유저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몸빵과, 각종 효과로 뻥튀기된 무시무시한 공격력까지 동시에 갖춘 사기 캐릭이 되어버렸다.

‘나도 지금의 내가 적이라면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어 보일 정도니…… 적들 입장에서는 열 받아 미칠 만도 할 거야.’

철저한 테크트리 분석에 행운, 여러 도박이 성공해서 이루어진 놀라운 결과.

오늘도 그 기적을 직접 체험하며 쉴 새 없이 오우거와 비홀더들을 때려잡았다.

“드로야, 얼른 은신!”

“…….”

그러던 중, 몹을 끌러 가셨던 무살 형님이 다가오며 다급히 속삭였다.

한창 잡고 있던 몬스터는 감지를 못하는 오우거였기에, 곧바로 8성 은신으로 숨자 곧 왜 그러셨는지 알 수 있었다.

‘저게 누구야……? 완전 월척이 걸렸구나!’

(나: 와.... 저희에게 이런 날이 찾아오네요?)

(무적살라딘: 그래. 나 지금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실수해서 놓치진 않겠지?)

(나: 그럴 리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자식만큼은 무조건 잡을 겁니다!)

무살 형님과 나를 설레게 만든 건 이곳을 찾은 무리의 유저들.

다름 아닌, 태성이 나를 죽이기 위해 만들었던 오직 도둑으로 이루어진 ‘암살부대’였다.

‘은신으로 이동하다가 비홀더가 나타나면 빠른 이속으로 도망치거나 잡으면 되니까, 놈들로만 온 거구나?’

대규모 병력으로 오지 않는 이상, 레어까지 가는 일은 여전히 소수의 유저로는 힘든 일이었다.

그리폰 같은 느린 탈 것은 와이번의 둥지를 뚫지 못하니, 결국 드래곤의 리스폰을 확인하기에 ‘도둑’들 만큼 적합한 캐릭도 없었다.

그래서 다리우스는 이들에게 그 역할을 맡긴 모양이었다.

(무적살라딘: 드로야.... 부탁이 있는데, 저 자식만큼은 나한테 양보해주면 안 되겠냐? 대신 다른 놈들은 손도 안 댈게!)

(나: 하하! 그럼 저 혼자 나머지 10명을 잡아야 하는데요? 아무튼 좋습니다! 저는 놈만큼이나 때려잡고 싶은 놈들이 많으니까요!)

꾸르륵!

집중된 폭딜로 순식간에 어그로가 끌린 비홀더를 잡아버린 도둑들.

놈들은 처음 칼젠 성에서 만났을 때보다 인원이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내 눈엔 역시나 홍길동이 제일 먼저 들어왔지만, 무살 형님이 양보해달라는 놈의 아이디 또한 눈에 띄었다.

<도닥통>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녀석.

쿨맨, 쉐도우로드 등등…….

한때 반태성 암살단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뭉쳤던 이들이, 이제는 태성의 길드 마크를 단 채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합류한 덕분에 태성의 도둑부대의 숫자는 더 늘어난 모양.

저들 전원이 최소 랭커급 이상이었으니, 생각해 보면 타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암살단이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 놈들이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바로 난입하겠습니다?)

(무적살라딘: 잠깐!! 아무리 그래도 방금 비홀더를 정리했으니까, 다음 비홀더를 잡을 때 공격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 흠....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도닥통은 형님께 양보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무적살라딘: 못말리겠다 진짜ㅋㅋㅋ 그래, 가즈아!)

잠시 비홀더의 침묵 스킬에 빠진 동료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던 놈들.

그들을 향해 훼라리를 소환해 스킬 사용을 명령하며 달려들었다.

“반갑다, 이 자식들아!”

“누, 누구냐!”

“누구긴 누구야! 니들이 잡겠다던 그분이시지!”

날 죽이고 신검을 뺏겠다고 모인 놈들이 허둥지둥하는 꼴이라니.

가장 맛있는 놈은 나중에 먹기 위해, 나는 반격해오는 홍길동을 무시한 채 가장 먼저 쿨맨을 향해 검을 날렸다.

[연속 베기!]

훼라리의 광역 넉백에 당해 넘어진 녀석에게 들어가는 폭딜.

은신 이동을 위해 전원 도둑으로 구성된 놈들답게, 쿨맨에게는 어떠한 힐링 스킬도 들어오지 않았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찾아온 거야?”

“으악! 그림자 밟…… 큭!”

덜컥!

넉백이 풀리자마자 이동 스킬을 쓰려던 녀석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짧은 경직에 빠져버리는 내 ‘급소 공격’ 스킬에 적중당했기 때문.

순식간에 나머지 7번의 공격이 이어졌고, 결국 마지막 경직이 풀리기 전 먹인 은밀한 일격을 버티지 못한 채 잿빛으로 변했다.

“어쨌든 잘들 왔어. 모두 이곳 힘들게 왔을 테니, 마을까지는 내가 편하게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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