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영웅의 전당 (4)
“상당히 충격적인 비주얼이군요…….”
지옥불의 말 그대로였다.
우리가 이 인던에 들어온 뒤, 뜻밖의 존재를 여럿 접하게 됐다.
천계에 도달해야 만나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천사병들이 몬스터로 나타났고, 숨겨진 엘프 종족 중에서도 극소수인 하이 엘프도 만났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타천사(墮天使)의 모습은, 대략 어느 정도 보스로 예상했는데도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역시 천계는 우리가 생각해왔던 낙원 같은 곳이 아니라…… 저런 놈들도 존재하는 또 하나의 필드 사냥터가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키 6미터. 비록 부러지긴 했지만 날개는 모두 4개. 종합해 본 결과, 천사장급이네요.”
“천사장이라고?”
“맞아요. 엊그제 공개된 시네마틱 영상에 천계의 풍경이 스치듯 지나간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간 게임 속에서 공개됐던 내용들까지 고려해볼 때, 저 크기는 분명 천사장급이에요.”
성별 구분이 없음에도 아름답고 고귀해 보이는 외모.
하지만 그에 반해 파미엘이 착용한 장비는 기사들이 착용하는 판금 갑옷(plate armor)에 가까웠다.
하얗고 주황빛을 띤 금속들이 얽혀있는 화려한 갑주.
타연 유저라면 그 익숙한 외형에 어떤 한 존재가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타이탄!’
로드급 타이탄인 루이투스의 설명에도 적혀 있었다.
빛의 신 루이튼의 천사장 ‘레투아렐’을 본떠서 만들어진 근접 전사형 타이탄이라고.
인간들이 만든 나이트급들도 종종 천사장을 흉내 내 만들었다고 쓰였던 정보는 정말이었다.
지금 보이는 천사장의 모습은, 유일하게 노출된 얼굴과 날개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타이탄으로 착각할만한 크기와 외형이었으니까.
“다들 많이 놀라셨죠? 사실 보스가 어떤 놈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바로 레이드에 도전하겠습니다. 그럼 시동은 저희 버닝스타의 축굴이가 걸어볼까요?”
“인던이라 죽어도 상관없는데…… 그냥 시동 없이 바로 레이드에 도전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좋습니다, 카이저 형님. 그럼 따로 시동은 생략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검과 방패를 든 걸 보면 근접 전사형 타이탄이 같은데, 천사병들이 고유 마법을 썼으니 놈도 당연히 비슷한 마법을 쓸 것으로 예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파티원이 16명이나 되었기에 인던에 들어와서 겪었던 내용들을 토대로 주의할 사항 몇 가지를 짧게 브리핑했다.
이곳의 몹들은 위치에 따라 들고 있는 무기와 방어구가 제각각이었지만, 똑같은 특징 하나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타연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했던 주황빛 공격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
처음에는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 마법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빛 속성 마법이었다면…… 분명 내 신검으로 데미지를 흡수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이도류 마스터리에 붙어있는 가드 성공률 +27%라는 높은 수치 덕분에, 전투하는 중간중간 나름 피해 감소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괜한 체력 회복으로 불굴의 용맹함 효과가 사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빛 마법이나 스킬이 보일 때면 절대 가드하지 않고 그대로 맞아왔다.
* 빛 속성 마법 및 스킬을 검으로 가드 성공 시, 데미지 흡수 및 체력 회복으로 치환
신검에 붙어있는 이 옵션 때문.
허나 천사병들의 공격은 타겟형이 아닌 범위형 공격이었고,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다가 자연적으로 가드가 발동되는 순간이 발생했다.
하지만 놈들의 주황빛은 체력 회복으로 치환되지 않고 그저 데미지 감소만 조금 들어왔을 뿐.
즉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녀석들이 빛을 다루기는 해도 더는 ‘빛’에 속해 있는 존재들이라고 간주할 수 없었다.
“이상입니다. 그럼, 축굴이의 퍼스트 탱킹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네!”
지금 우리 파티에는 유달리 근접 딜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사실 보스몹을 레이드 하기엔 그다지 좋지 않은 조합.
하지만 그 근딜러들이 다들 랭커였기에 다들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 믿고 레이드를 시작했다.
“신성한 보호막!”
“수호의 빛!”
파비엘을 향해 달려가는 현중이.
어그로 때문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축빙 형님과 라푼젤은, 이미 전에 한 번 맞춰본 적이 있어 그런지 자연스럽게 다른 버프를 넣어줬다.
[도발의 살기!]
『하찮은 미물들이 이곳까진 어떻게 온 것이지……?』
“허세는 자식이…… 이거나 받아라, 방패 돌격!”
조각상 같은 무표정에 한 줄기 이채가 띠었고, 곧이어 다가오는 현중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허나 현중이는 성기사의 고유 돌격기로 그 공격을 피하며 코앞까지 붙었다.
그리고는 발밑에서 연속 베기를 비롯한 공격 스킬을 사용하며 어그로를 쌓기 시작했다.
[산드로: 일단 초반 패턴은 단조로운 것 같습니다. 이대로 3힐러 원탱킹으로 10초만 더 어그로를 쌓고, 근딜과 원딜이 동시에 공격 들어가겠습니다!]
[지옥불: 알겠습니다.]
[카이저: 알겠다]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미지에 싸인 레이드가 펼쳐진다.
진행되는 페이즈 전부를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하는 전투.
하지만 요즘 들어 안 그런 적이 있었던가?
이 자리에 모이기까지 각자 수많은 전투와 레이드를 거친 사람들이기에, 어쩌면 단번에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들었다.
[파이어볼!][파이어볼!]
[파워 샷!]
[차징!]
콰광, 쾅!이윽고 현중이가 어그로를 충분히 쌓자, 딜러들이 전원 참여해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아무리 16인 인던의 보스라 할지라도, 그 16인이 랭커급 멤버들로만 구성된 탓에 파미엘의 체력바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뭐지? 쉽잖아?”
“방심하지 마세요. 보스가 이렇게 원 패턴일 리가 없습니다!”
이따금 검과 방패를 활용한 공격 스킬을 사용하긴 했으나, 워낙 탱커가 단단한 데다 받쳐주는 힐러들도 짱짱해서 위기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옥불의 주의대로 녀석의 체력이 75% 구간으로 접어드는 순간, 마침내 위기가 찾아왔다.
『미물치고는 제법 강한 놈들이구나……. 오노라, 버림받은 나의 수족들이여!』
“부하몹 소환입니다!”
파미엘의 외침과 함께, 보스 룸 벽면에서 날개를 잃은 천사병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그 모습에 우리들은 황급히 힐러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미엘로부터 벗어났지만…….
“어라?”
사방에서 나타난 천사병들은, 바로 곁에 있던 힐러와 원딜러들을 무시한 채 중앙에 있는 파미엘만을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잡, 잡아야 해요! 붙지 못하게 막으세요!”
그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내가 서둘러 외쳤지만, 몇 대 치기도 전에 총 6마리의 천사병들 전부가 파미엘의 곁에 붙고 말았다.
그리고는 익숙한 멘트를 외치기 시작했다.
“빛이 늘어날수록 더욱 밝게 빛나리라!”
“빛이 늘어날수록 더욱 밝게 빛나리라!”
순식간에 전장을 주황빛으로 물드는 빛이 번져나갔고.
[마나 쉴드가 2.777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2.777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
[마나 쉴드가 3471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3471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
[마나 쉴드가 4339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4339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
익숙한 광역 마법의 도트 데미지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수치로 증폭되어 들어왔다.
그에 놀란 파티원들이 모두 뒷걸음질 치며 빛의 범위 밖으로 물러서려 할 때, 천사병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파미엘이 갑자기 불길한 외침을 토해냈다.
『빛이 사라지면…… 모든 것은 소멸하리라!』
번쩍!
효과음 하나 없었지만, 무참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터져버린 빛무리가 우리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에 휩쓸린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축복받은얼굴이 사망하였습니다.]
[두바이가 사망하였습니다.]
[카이저가 사망하였습니다.]
[지옥불이 사망하였습니다.]
……………………
전원 사망.
이 미친 범위 공격에서 오직 나만 남겨져 버렸다.
그마저도 남은 MP가 1/4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역대급의 데미지였다.
“켁! 진짜 미친 거 아냐? 무슨 범위 공격 데미지가…….”
하지만 숨 돌릴 새도 없이 천사병들이 다시 주황빛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란 난, 곧바로 입구 쪽을 향해 보스룸을 뛰쳐나왔다.
[지옥불: 살아남으신 분 계십니까? 전원 사망인 건가요?]
[산드로: 저요. 다행히 저는 살아남았어요.]
[카이저: 정말 간만에 죽어보는군요...]
[축복받은얼굴: 와... 천상의 방패를 써볼 타이밍도 없었네요.]
[산드로: 지금 빠져나와서 리셋 중이니, 금방 살려드리겠습니다!]
막파티원들의 무분별한 PK 방지와 유저의 편의성을 위해 죽음 페널티가 없고 부활이 가능한 인던.
정말 이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다행이었지, 필드였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가 파미엘의 어그로를 끌게. 그동안 앞에서 죽은 파티원들 좀 부활해 줘.”
“네, 오빠.”
가장 보스와 멀리 떨어져 있던 라푼젤부터 살리고, 차근차근 전 파티원들이 부활할 수 있도록 어그로를 끌고는 빙빙 돌았다.
그리고 전원 보스룸 밖으로 나와 피와 마나를 채우며 전략을 수정했다.
“드로가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전부 다 마을로 돌아가 다시 이곳까지 걸어올 뻔했다. 애써 정리한 인던인데 새로 공략해야 했고.”
“저 미친 천사가 저따구로 비상식적인 공격을 사용할 줄 알았나요? 와, 데미지 돌았더라고요!”
“아무래도 천사병들과 접촉하면 더 강해지는 모양입니다. 당당이는 어떻게 생각해?”
“놈들이 파미엘에 하나씩 붙을 때마다 정확히 1.25배씩 도트 데미지가 더 들어왔어요. 마지막 보스의 공격이 없더라도 무조건 붙기 전에 정리해야 합니다.”
내게 마지막 순간 들어온 공격은 대략 21만 데미지가 넘어갔다.
타연 최고의 마법 방어력을 갖춘 내가 이 정도였으니, 사실상 무적 스킬 말고는 무조건 죽으라고 만들어둔 공격 스킬이었다.
그렇다고 16인으로 한정된 상태에서 무적 스킬이 있는 성기사의 비율을 무턱대고 늘렸다간, 오히려 천사병들을 정리할 화력이 부족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직업 구성까지 생각할 게 많은 레이드였으나, 생각보다 우리 구성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처음이라 당황해서 그랬던 겁니다. 하던 대로 축굴이 원탱으로 가고 나머지 분들은 각자 구역을 맡아서 그곳에서 나오는 천사병들을 정리하죠.”
빠르게 인원을 3파트로 나눠 2힐러가 힐을 담당하고, 현중이는 그동안 자힐과 1힐러로 파미엘을 담당하는 전략을 세웠다.
물론 3파트 중 1개는 나 혼자 담당하는 구역이었다.
마쉴과 마흡 덕분에 천사병 하나 정도는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었고, 나머지 놈은 따로 붙잡아 둘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 재도전 가겠습니다!”
첫 도전은 다들 인던이라 알게 모르게 방심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놈의 공격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겪어본 뒤라, 이번엔 사소한 무빙부터가 아까와는 달라 보였다.
『미물치고는 제법 강한 놈들이구나……. 오노라, 버림받은 나의 수족들이여!』
순조로운 첫 페이즈가 끝나고, 이윽고 부하 몹 소환 타임이 다가왔다.
그에 난 미리 벽에 붙어 있다가, 튀어나온 한 놈을 향해 풀버프의 공격을 쏟아내 잡았다.
그리고 내 담당인 나머지 한 마리가 파미엘에 붙는 순간, 군단장의 채찍으로 무기를 바꿔 들고 스킬을 사용했다.
[포획!]
빛이 어쩌고를 외치다 말고 내 앞으로 끌려온 천사병.
녀석을 향해 남은 스킬을 사용해 잡아내자, 나머지 2파트도 다들 천사병을 해치우고 중앙으로 합류했다.
“천사병을 다 잡았더니, 파미엘도 폭발 스킬을 사용하지 않네요?”
“잘 됐다. 어서 잡자!”
그 후에도 몇 번의 재소환이 있었지만…….
친절히 스킬 타이밍을 알려주는 파미엘의 외침과 모션 덕분에, 전원 실수 없이 천사병들이 붙기 전에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원딜러와 힐러를 향해 방패에서 광선형 빛 마법을 쓰던 50% 구간을 지나고, 부하들을 2배씩 소환하는 25% 구간마저 어찌어찌 통과할 무렵이었다.
번쩍!
갑자기 녀석이 어떤 외침이나 기색도 없이, 처음 파티를 전멸시켰던 범위 마법을 사용했다.
“으헉!”
“어라? 이번엔 살았네?”
하지만 의외로 그때와 같은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오진 않았다.
그저 3만 안팎의 버틸 만한 데미지.
레이드 후반부라 힐러들이 부족해진 마나를 쥐어짜 내야 하긴 했으나, 금세 파티는 정상화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딱 10초 후.
번쩍!
파미엘이 또다시 급작스럽게 범위 공격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꿈틀이 님이 버티지 못하고 첫 사망자가 돼버리고 말았다.
“뭐야? 랜덤 데미지인가? 방금보다 더 아팠는데?”
이번에 들어온 데미지는 3만 7천 정도.
랜덤 데미지니 원딜러한테 더 아프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순간적으로 번뜩 알아차릴 수 있었다.
‘1.25배!’
당당검이 말해 준 중첩 계수.
그와 엇비슷하게 따라간 데미지였다.
파미엘은 부하 몹들 없이도 더욱 강해지는 빛 공격을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10초마다 1.25배씩 데미지가 강해집니다! 이번에 거의 다 죽을 거예요. 다들 극딜하세요!”
“뭐? 아, 알았어!”
마지막 페이즈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정해진 시간 안에 잡아내지 못하면 결국 전멸해서 실패해버릴 수밖에 없는!
직업 구성, 스킬 쿨타임과 마나 분배, 피해를 최소화시킬 끊임없는 무빙 유도까지.
정말 볼수록 까다로운 조건들로 세팅된 보스였다.
[천상의 방패!]
[배리어!]
각자 자신들만의 생존기를 미리 꺼내, 다시 돌아온 공격에 대비했으나…….
현중이, 두바이, 카이저, 그리고 축빙 형님이 영혼 연결을 걸어준 라챤이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기사 랭커인 지옥불마저 버티지 못했다.
“다음에 무조건 전부 죽습니다. 스킬 아끼지 마세요!”
“피가 10%나 남았는데 잡겠어?”
“현중아, 닥치고 딜이나 해!”
이런 패턴의 보스라면 재도전한다 해도 성공 확률이 미지수였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난도질!]
급격히 빨라진 공격 속도.
덕분에 내 마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득 찼다.
“으악!”
하지만 이번에 들어온 데미지는 무려 10만.
그 때문에 전장에는 파미엘과 나, 오직 단둘만 남겨지게 되었다.
‘질까 보다! 무조건 이번 타임에 죽여버린다!’
칭!
하지만 내겐 비장의 한 수, 단테리오의 팔찌가 있었다.
극심한 마나 소모량 때문에 끝까지 아껴뒀으나, 이번에 잡지 못하면 가망이 없었다.
[연속 베기!]
[은밀한 일격!]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스킬 폭격에도 불구하고, 못내 내 공격력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다음은 없단 생각으로 극딜을 쏟아낸 결과!
『추악한 신과 버림받은 영웅…… 진실은 결코 이대로 묻히지 않으리!』
[퀘스트 ‘부러진 날개 파미엘의 소멸’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엔젤 슬레이어’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타이탄 ‘로파미엘’의 소유권(최초 보상)이 당신의 파티에게 주어집니다.]
소름 끼치는 단말마와 함께 파미엘이 부러진 2쌍의 날개만 남긴 채 조금씩 흩어졌다.
그리고 결국, 남겨졌던 회색 날개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옥불: 잡은 겁니까? 성공한 건가요?]
[축복받은얼굴: 잡았어요! 방금 업적 클리어 메시지가 올라왔거든요!]
[카이저: 다행입니다.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복받은무빙: 다들 힘을 합친 결과네요. 카이저님과 지옥불님을 비롯한 전원 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전원 사망한 상태라 채팅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파티원들.
다들 한 길드 소속도 아니었는데, 어려운 레이드를 함께 끝마치고 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동료애가 생긴 느낌이었다.
[산드로: 덕담은 다들 일어나서 하시죠? 전리품부터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파미엘이 사라진 자리.
그곳에 거꾸로 꽂혀 있는 장검을 비롯한 많은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나도 한 마디 감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