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194화 (194/350)

194화 신규 직업 (2)

“피, 피흡요? 그리고 마흡이라니! 마나를 흡수하는 버프 스킬을 갖고 계시다고요?”

“네, 맞아요. 인챈터의 고유 스킬 중에 존재합니다. 아직까진 타임 어택에 도전할 만한 극소수만 익힌 것 같은데, 곧 입소문이 날 거예요. 아마도 이 스킬이 인챈터를 귀족 직업을 만들어주고, 픽률도 훨씬 높여줄 밥줄 스킬이 되겠죠.”

그야말로 청천벽력.

갑자기 귀가 멍해지는 것만 같은 충격이 나를 강타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따위 스킬이 타연에 등장한 거지?’

현재에도 게임 내에 피흡이나 마흡 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철저히 극소수의 유저에게만 제한적으로 허락되고 있었다.

무려 ‘레전더리’라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에 붙은 옵션이었기에!

“듣다 보니 머리가 띵해지네요……. 혹시 스킬 설명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저는 일단 마나 웨폰부터 5성을 찍었으니까, 그건 감안해서 보세요.”

한계돌파가 스킬 링크를 걸어주자, 서둘러 스킬 설명을 비교하면서 확인해보았다.

[블러드 웨폰(고유 스킬): ★]

* 마나 소비: 200

* 사용 대기시간: 100초

* 10초간 물리 공격으로 입힌 데미지의 5%만큼 체력을 뺏어옵니다.

[마나 웨폰(고유 스킬): ★★★★★]

* 마나 소비: 360

* 사용 대기시간: 60초

* 18초간 물리 공격으로 입힌 데미지의 25%만큼 마나를 뺏어옵니다.(대상이 마나가 없을 경우에는 뺏어오지 못합니다)

“일루전이 미쳤구나! 흡수율이 25%라고? 아, 아닌가? 시간제한이 달려 있긴 하구나!”

일단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먼저 뱀파이어의 루비 반지나 사파이어 반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흡수율이 높다는 점.

그다음으로는 5성으로도 고작 18초밖에 유지되지 않는다는 시간제한 페널티와 남발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마나 소비량과 쿨타임 등이었다.

“좀 전에, 본인 외의 대상에게는 모든 인챈트 효과가 절반밖에 안 들어간다고 하셨죠?”

“네. 인챈터로서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사실 버프 스킬들이 워낙 좋아서, 타인에게도 100% 전부 적용되면 분명 사기 소리를 들었을 거거든요. 나중에 너프당할 바에야, 처음부터 이렇게 나오는 게 낫죠.”

“그렇다면 타 직업들에겐 5성 버프를 넣어줘도, 12.5%가 한계겠군요…….”

확실히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래 봤자 내 입장에서는 대참사인 것이 분명했다.

극소수만 가능했던 피흡과 마흡 효과를, 앞으로는 전 유저들이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것 또한 천계와 마계 콘텐츠를 대비해서 준비했다는 거야? 설마…… 날 겨냥해서 급조해서 만든 스킬은 아니겠지?’

일루전 전체의 의지였는지, 누군가의 개인적인 의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스킬이 나오게 된 이상, 내 올마력 마쉴 테크트리의 강점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돌파 님. 혹시 괜찮으면 사람 한 명만 더 불러서, 잠깐 실험 좀 해봐도 괜찮을까요?”

“네? 아…… 네! 유니크 템까지 받았는데, 그 정도야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파티 초대 좀 할게요!”

머릿속으로 계산되는 파급력을 확인해보고자, 급하게 라챤이를 초대해서 불렀다.

레벨 100 수준의 한계돌파로는 칼도 안 박힐 테니, 이왕이면 타연 최고의 딜러 중 하나를 데리고 실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끼익! 끼익!

잠시 개미굴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자, 라챤이가 와순이를 타고 금세 도달했다.

“부르셨나이까, 군주님!”

“됐고, 얼른 들어가 보자. 해볼 게 있어.”

“갑자기 왜 이리 심각해지셨나이까?”

점점 현중이와 서로 닮아가는 녀석을 이끌고 굴 안으로 들어가자, 한계돌파가 아는 척을 해왔다.

“엇? 부르신다는 분이 라스트챤스 님이셨어요?”

“네. 혹시 아세요?”

“……그럼요. 아직도 타임 어택 상위권에 계신 분이잖아요? 반갑습니다, 챤스 님!”

“네, 저도 반가워요. 한데 제 귓말은 씹더니 드로 형님과는 언제 이렇게 만나서…….”

“하핫! 아까는 좀 바빴어서요…… 죄송합니다!”

짧게 인사를 나눈 우리는 곧바로 주목적이었던 스킬 테스트에 돌입했다.

“마나 웨폰!”

먼저 한계돌파가 파티원이 된 라챤이에게 처음 보는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러자 라챤이가 들고 있는 드라코닉 보우에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자, 그럼 쏘겠습니다! 하나, 둘, 파워 샷!”

[마나 쉴드가 2,662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2,398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7,214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평타 2방에 이은 궁수의 메인 딜링 스킬, 총 3방이 그대로 적중했다.

한 방 한 방이 대포알과도 같은 라챤이답게, 원거리 공격치곤 말도 안 되는 데미지였다.

하지만 마나 쉴드의 75% 데미지 감소로 인해, MP 감소량은 3천 정도에 불과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감소된 건, 그 1.5배에 달하는 4500이었다.

“이런…… 이거 진짜로 큰일이네……. 라챤아, 넌 마나 얼마나 올랐어?”

“1500이요. 와, 이거 상당히 많이 스틸해 오네요? 버프가 지속되는 18초간은, 아무리 스킬을 난사해도 마나가 닳지 않겠어요! 와우, 이거 개쩌는 스킬이네요!”

“지금 좋아할 때냐? 형은 완전 망했구만…….”

최근 레벨업에 몰두하는 와중에도, 사실 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400레벨에 도달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전직, 그리고 이중 직업.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테크트리로 가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남들이 먼저 선택하고 이뤄놓은 것들을 대한 정보를 토대로, 가장 합리적이고 독창적인 테크트리를 구상하고 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가장 앞서 나가는 입장에 서서, 한번 정하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번 타임어택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인챈터란 직업을 선택한 유저를 만나 보니, 전직 대신 이 직업을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 모자란 공격력을 채워줄, 좋은 대안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마나 웨폰’이라는 뜬금없이 등장한 스킬 하나가 모든 걸 망쳐놨다.

도무지 설명만으로는 믿어지지 않아 테스트까지 해보았으나, 결과는 예상 그대로.

이 스킬은…… 정말 내 테크트리에는 완벽하게 카운터로 작용하는 스킬이었다.

“저 외의 다른 기록들도, 아마 이 두 스킬 조합을 토대로 세운 기록일 거예요. 자버프와 물약밖에 사용할 수 없는 훈련소 안에서, 이 마나 웨폰을 쓰게 되면 무한 마나 상태나 다름없게 되니까요. 저처럼 스킬을 난사하면서 병사들을 몰아 잡았겠죠.”

그 후에도 한계돌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결국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떠나보낸 후에도, 내가 넋을 놓고 있자 라챤이가 위로의 말을 건네왔다.

“형님…… 충격이 크셨나 봐요. 괜찮으세요?”

“라챤아……. 내가 진짜 음모론이나 피해망상 같은 건 되도록 갖지 않는 편인데…… 이것만은 못 참겠다. 일루전이냐, 아니면 다리우스냐? 도대체 어떤 새끼가 이따위 더러운 방법으로 자꾸 날 너프하는 건데!”

지난 아베르 수성전에서 수천 명이 들이닥쳤던 성문 앞에서 끝까지 버틴 날 보고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루전 욕으로 도배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저따위 캐릭이 존재할 수 있냐고.

어쩌다 타연이 이렇게 밸런스가 엉망인 게임이 돼버렸냐고.

하지만 내 테크트리는 독창적이면서 신검과 완벽하게 매칭된 탓이었던 것이지, 완벽한 테크트리는 아니었다.

아니.

처음 마쉴 도둑이란 테크트리를 떠올렸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테크트리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게 나의 변하지 않는 생각이었다.

왜냐면 장점만큼이나 약점도 극명했기 때문이었다.

‘마나 드레인. 그리고 사파이어 반지. 이것들이 너무 극카운터들이었지.’

현재 8성 마나 쉴드의 데미지 경감률은 75%.

같은 공격에 4대를 맞더라도 1대 데미지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는, 사기적인 피해 감소였다.

하지만 모든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에 통하는 경감률도 적용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마나 흡수.

마나 자체를 뺏어가는 종류의 스킬과 효과 앞에서는, 경감률이 단 1%도 적용되지 않고 순수 데미지에 비례해 마나를 뺏겨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적들이 마나 웨폰 버프를 받으면 내게만 공격력이 1.5배 강화되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인챈터 자신의 공격력은 2배가 된다는 뜻이었다.

‘나한테만 공격력이 배로 적용되는 버프가 나왔다고? 그것도 앞으로 어지간한 유저들이 전부 다 적용받을 수 있는?’

이건 마쉴 테크트리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간 위기가 찾아왔다든지 저격 패치가 벌어졌다든지 해왔지만, 어느새 쥐도 새도 모르게 진짜가 업데이트됐던 것이다.

“이 스킬이 그렇게나 심각한 거예요?”

“라챤이 넌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모를 수 있겠구나. 간단히 말해보자면…… 앞으로는 두 번 다시는 수성전 때처럼 적들 앞에 혼자 나설 수 없게 될 거야.”

“네? 어째서요?”

“내가 그렇게 다굴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타연이 논타겟팅 게임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나 감소량을 마나 흡수량이 따라가서 가능했던 거였어. 근데 이제부터는 마나 웨폰을 건 놈들을 상대로 마나 흡수량이 도저히 따라갈 것 같지가 않다.”

수백 명의 원딜러가 있다 하더라도 적들 한가운데 있는 내게 꽂히는 화살과 타겟 마법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거기에 근접 딜러들이 나를 둘러싼다 하더라도 십여 명 수준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러니 내가 태성의 레이드 부대 한복판에 홀로 쳐들어가거나, 수성전에서 자신 있게 성문 앞에 당당히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만약 지난 수성전에서 이 스킬을 배운 인챈터가 10명만이라도 참가했다면?

홀로 버티기는커녕, 이미 타이탄도 사용했던 터라 죽을 위기에 처했을 수도 있었다.

“들어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었네요. 형님이 애써 완성시킨 테크트리인데…… 이렇게 업데이트 한 번으로 망쳐버릴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안 키웠을 텐데 말이죠! 어쩐지 타이탄 에이지에는 없던 직업군이 왜 갑자기 등장하나 싶었어요!”

“완전히 저격하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나를 너프시킨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어. 이건 분명 나를 견제하기 위해 수를 쓴 게 분명해. 다리우스…… 아니면 예전에 마주쳤던 그 운영자. 아마도 둘 중 하나가 범인이겠지. 둘 다 일수도 있고…….”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예전의 나라면 분통만 터뜨리고 망연자실했을지 몰라도, 이미 난 변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변해버렸다.

이미 지금까지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그걸 전부 다 뚫었기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포기하기는커녕, 이번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아! 진짜 답답해 죽겠네요! 이만하면 좀 자리 좀 잡고 제대로 싸우는가 싶으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공격해 오니까요. 진짜 어떤 새끼가 이러는 건지 면상 한번 보고 싶네요!”

“이따위 치졸한 방법으로 나를 건든다는 건, 역시나 대놓고는 못 건든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이번에도 또 도망가주면 돼. 놈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어떻게요? 무슨 방법이라도 생각나는 게 있으세요?”

“아니, 없어.”

“네?”

자신만만하게 내뱉은 말과는 달리, 실제로 난 아직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또한 이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아직 여유 시간이 있잖아. 인챈터들이 계속 늘어나고, 나와의 전투에 참여할 만큼 레벨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흠……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요즘 너 현중이를 닮아가던데, 그거만큼은 닮지 마라. 현중이 자식이 맨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덤벼들어야지, 안될 일도 되는 거야.”

하지만 방법이 없다면 새롭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전직, 그리고 이중 직업.

또한, 그동안 얻었던 아이템과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

그 모든 것들을 조합하다 보면, 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신검을 얻은 이후부터 난…… 항상 정답만을 찾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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