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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206화 (206/350)

206화 콘틀랑 정상 전투 (3)

콰쾅, 쾅! 쾅!

제법 몸집이 거대한 오크 로드 데스 나이트가 공격 중인 적을 향해, 거대한 검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축빙 형님의 타이탄도 같은 지점을 내리쳐 후속타를 먹여 초토화시켰다.

“크윽!”

“우, 우리도 어서 타이탄을!”

아직 정상 위에는 수백 명이 넘는 적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3대나 되는 타이탄이 전부 절벽 밑으로 떨어져 버렸더니, 놈들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던 모양이었다.

축빙 형님 타이탄 어깨에 올라탄 채 데스 나이트를 조정하는 기파랑과, 종횡무진하는 무살 형님에게 타겟팅이 집중되지 못한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곧 하늘 위에서 새로운 타이탄이 나타나며 우리 앞에 착지했다.

<신화 나이츠>

온통 황금빛으로 칠해진 타이탄.

페가수스를 타고 있던 타이탄 라이더 중 하나가, 급한 마음에 뛰어내린 것이었다.

챙! 챙!

그리고는 멀티 히트 데미지를 맞고 있던 유저들을 보호하며, 우리의 공격을 튕겨냈다.

그에 맞서 형님과 내가 양방향에서 동시에 검을 휘둘러 갔으나, 침착하게 막아냈다.

워낙 유려한 솜씨로 흘려내는 탓에, 축빙 형님은 한순간 무게 중심을 잃고 주춤거릴 정도였다.

“뭐지? 검도를 배운 사람인가?”

“몰라요. 일단 최대한 무시하고 유저들부터 치죠!”

사실 이렇게 대놓고 깽판을 벌이고 있었지만, 애초부터 우리가 이곳을 정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베르 수성전에서 내가 끝까지 혼자 버티고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까닭은 흑풍단의 엄호 사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들은 끝없이 쏟아지는 원거리 공격을 맞으며, 어떻게든 내성문을 뚫고 들어가는 데 급급했던 것.

만약 허허벌판에서 나 혼자 맞섰다면, 그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인원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의 상황이, 정확히 딱 그와 같은 경우였다.

[축복받은무빙: 드로야, 난 벌써 반피다!]

[산드로: 형님! 말씀드렸던 것처럼 역소환될 것 같으면, 바로 뛰어내리세요!]

[축복받은무빙: 알겠다!]

타이탄 한 대에 발이 묶여버리자, 적들도 금세 정신을 차렸다.

로드급 대신 새로 나타난 솔저급 타이탄에 집중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페가수스 라이더들도 방향을 바꿔 형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챙, 챙, 챙!

마치 먹이를 채가는 독수리들처럼, 수십 기가 넘는 페가수스들이 형님 곁을 스쳐 가며 공격하자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이익! 저리 비키지 못해!”

“어림없다!”

철저하게 방어 위주로 막아서는 신화 나이츠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타이탄 간에만 적용되는 공방 시스템.

이 때문에 로드급 타이탄을 갖고도 솔저급을 압도하지 못했다.

심지어 축빙 형님의 타이탄까지 있는 2대 1 상황이었는데도 그러했다.

조금 전 혼자서 세 대의 타이탄을 상대하던 것과 완벽히 뒤바뀐 입장.

역시 타이탄은, 타이탄으로 잡으라고 만들어둔 게 아니었다.

‘이까짓 솔저급 타이탄 정도 따위야…… 원래 몸으로는 완전 껌이나 마찬가진데!’

루이투스를 타고 있는 지금 상태가, 오히려 타이탄을 상대하기엔 더 취약하다니…….

그렇다고 눈앞의 신화 나이츠를 잡아내자고, 루이투스를 역소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내가 맡은 임무는, 놈들을 정리하는 척 최대한 시선을 끄는 역할이었으니까!

“더는 못 버티겠다! 나 먼저 간다!”

소환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침내 가이라 나이츠의 체력이 소진 직전에 다다랐다.

급히 나를 향해 손을 뻗어 기파랑은 전해주고는, 형님은 곧바로 뒤돌아 절벽을 향해 뛰어내렸다.

“응?”

나를 가로막던 신화 나이츠와 태성 놈들이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이, 투명 계단이 있던 허공에서도 무언가 함께 떨어졌다.

공중정원 입구를 낀 채 들락날락하며 딜을 날리던, 축볼 누님의 합동 다이빙이었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이지? 단체 자살이라니……?”

“자살은 무슨!”

그리고 그 잠깐의 방심을 틈타, 나는 다시금 쿨타임이 돌아온 심판의 전진을 사용했다.

쿠쿠쿵, 털썩!

잘 막아서던 신화 나이츠가 넉백으로 넘어지는 것은 물론, 열심히 공격을 날리던 태성 라인 놈들 수십 명도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그런 놈들을 향해 영광의 검을 비롯한 멀티 히트 공격을 먹이자,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리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어, 어디를 쫓아야 하는 거야?”

줄곧 정상 위의 타이탄을 공격해오던 페가수스와 그리폰 라이더들.

놈들이 당황한 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내게도 전해질 정도였다.

함께 뛰어내린 형님과 축볼 누님이, 도중에 페가수스를 소환해서는 날아올랐기 때문!

놈들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나는 무살 형님마저 어깨에 태우고는 축빙 형님이 뛰어내린 반대편 절벽을 향해 점프했다.

“훼라리 소환!”

휘이잉! 지잉-

그렇게 나 또한 까마득한 절벽에서 추락하는 도중, 루이투스의 소환을 해제했다.

그리고 곧바로 훼라리를 소환해서, 함께 추락 중이던 기파랑과 무살 형님을 공중에서 차례로 받아내서 태웠다.

“나이스 캐치!”

“와우! 역시 스카이다이빙은 언제나 짜릿하네요!”

“두 분 다 잘했어요! 역시 우리 길드원들이라니까!”비록 타이탄으로 시선을 끌어줬다곤 하지만, 수백 명의 적들 사이로 뛰어드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길드원들 하나만큼은 정말 잘 구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산드로: 축굴아, 어떻게 됐어? 벗어났냐?]

[축복받은얼굴: 어. 일단 라챤이한테 타서 벗어나는 중이다. 성공인 건가?]

입구 앞에서도 귀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직후, 내가 세운 작전은 간단했다.

정상 위에 진을 치고 있는 놈들이야 그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쫓아올 수 없는 놈들.

그러니 백여 기가 넘는 페가수스와 수십 기의 그리폰들을 따돌리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그러기엔 ‘양동작전’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나를 비롯한 축빙 형님과 다른 길드원들이 먼저 시선을 끈다.

그리고는 시간을 끌다 양 갈래로 나뉘어 도망쳐서 놈들이 우리를 뒤쫓아오면, 뒤늦게 현중이가 입구 밖으로 나와 또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남아있는 소수의 라이더들이 있을 수 있기에 이중 훼이크를 넣었다.

그건 2인승이 가능한 라챤이의 와이번에 현중이가 숨은 채로 함께 타는 것.

은신의 망토를 가진 현중이의 템을 활용한다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잠시나마 눈속임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현중이의 반응으로 보아 그 계획은 성공한 듯싶었다.

[산드로: 그럼 빨리 귀환부터 써!]

[축복받은얼굴: 일단 좀 벗어나야 가능하지! 어? 인제 된다. 야호!]

귀환 주문서의 캐스팅 시간은 10초.

몇몇 그리폰이나 페가수스가 쫓아올 순 있어도, 그보다 이속이 빠른 라챤이의 와이번이라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라스트챤스: 앗, 뭐야! 저희 걸렸어요!]

[산드로: 뭐?]

[축복받은얼굴: 드로야 빨리 이리로 와라! 주옥됐다, 우리!]

다급히 채팅창으로 도움 요청을 하는 현중이.

그 글이 떠오름과 동시에, 우리 뒤를 쫓던 페가수스들도 갑자기 방향을 바꿔 되돌아갔다.

‘이, 이런!’

순간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한 나는, 우리가 떠나온 콘틀랑 정상 방향을 향해 훼라리를 선회했다.

“어떻게 된 거야, 드로야. 그걸 어떻게 눈치챈 건데?”

“모르겠어요. 일단 서두르죠!”

그와 동시에,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축복받은무빙: 앗! 이런 제기랄... 결국 죽어버렸다.]

[축복받은파볼: 나도 죽었어... 힝...]

먼저 도망쳤던 형님과 누님이 결국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

하지만 이는 형님과 누님도 처음부터 각오했던 일이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비록 다른 길드원들이 전부 다 죽더라도 디바인 템을 갖고 있는 현중이만큼은 절대로 죽어선 안 됐다.

난 더욱 급해진 마음에, 몬스터 라이딩 스킬을 활성화해 훼라리의 이속을 높였다.

그러자 되돌아가던 페가수스들 사이를 순식간에 꿰뚫고는 추월해버렸다.

“저, 저기예요! 저기 저 궁수!”

“어? 저 자식은?”

현중이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공격받았던 터라, 현장에는 금세 도착했다.

그러자 라챤이의 와이번을 공격 중인 범인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놈들보다 더 크고 화려한 날개와 빛깔을 자랑하는 그리폰.

슈마허가 타고 다녀서 익숙한 그리폰 킹을 탄 채 화살을 날리고 있는 유저는, 일전에 만나본 적 있는 아틀란티스의 랭커 ‘비상구’였다.

“읔! 와순이 체력이 다 돼가요!”

그리고 놈이 공격 중인 라챤이의 와이번은 몇몇 페가수스에 둘러싸인 채 공격받는 중이었다.

비상구의 전용 템인 썬더볼트의 썬더 샷에 적중되어, 와순이가 공중에서 ‘감전’ 상태 이상에 빠져버린 게 이 사단의 원인이었다.

“이 배신자가!”

“이젠 타연을 겪을 만큼 겪었을 텐데, 무슨 배신자 타령을 하나요?”

아틀란티스는 피닉스의 오랜 동맹이었던 곳.

덕분에 남처럼 생각하지 않았었고 비상구와는 몇 번 마주친 인연까지 있었다.

비록 태성 라인에 들어갔단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우리 길드원을 공격 중인 모습을 직접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래서 날아가던 속도 그대로, 비상구가 탄 그리폰 킹을 향해 돌격했다.

[화염구 브레스!]

퍼엉!

훼라리의 전용 스킬에 뒤이어, 놈이 타고 있는 그리폰 킹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함께 타고 있던 무살 형님과 기파랑의 본 스피어 공격도 함께 들어갔다.

“앗! 내 그리폰 킹!”

끼익! 끼익!

애처롭게 울려 퍼지는 그리폰 킹의 울음소리.

페가수스와 달리 몸빵이 좀 되는지 제법 버텨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다다랐는지, 타고 있던 비상구는 와순이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는 그리폰 킹을 역소환했다.

“어차피 이젠 늦었어요. 저 성기사는 여길 절대로 못 빠져나갈 겁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말과 함께 지상으로 쑤욱 떨어졌다.

분명 그대로 떨어지다가, 낙사 직전에 그리폰 킹을 재소환하려는 도주법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놈을 쫓아가서 친히 죽여줄 시간이 없었다.

바로 앞 허공에서, 라챤이의 와순이가 작은 빛무리와 함께 역소환돼버렸기에!

“혀, 형님!”

추락하는 라챤이와 현중이.

현중이는 무적 스킬과 새로 얻은 페가수스가 있었지만, 라챤이는 떨어지면 그대로 낙사였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용납할 수 없다!’

난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는, 추락하는 라챤이와 현중이를 따라서 수직으로 강하해 따라갔다.

슈슉, 슉! 슉!

그런 훼라리 뒤를 뒤따르는 페가수스와 그리폰들.

어림잡아 원래 날아다니던 놈들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숫자였다.

그런데 잠깐 뒤돌아본 선두의 페가수스 라이더들 중에서, 낯익은 아이디 하나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제독이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깄었구나! 처음부터 쭉 현중이만 찾고 있었던 거야!’

내가 양동작전을 펼친답시고 콘틀랑 정상 위에서 난동을 피울 때도.

일도양단 패거리의 타이탄을 손쉽게 처리해 버릴 때도.

제독은 다른 이들과 달리 정예 멤버들의 페가수스들을 지휘하며 때를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그간 독식해왔던 이 공중정원을 라인에 공유하는 대신…….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현중이로부터 디바인 방패만큼은 뺏어갈 생각으로!

‘역시 쉽게 생각할 사람이 아니었어.’

같은 랭커라곤 하지만, 역시 일도양단이나 홍길동 같은 놈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그릇이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을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우리가 속은 셈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변하는 건 없었다.

적들의 숫자가 많더라도 그 전부를 상대할 필요는 없는 싸움.

뭐가 됐건 지금의 전투는, 현중이가 살아서 도망가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천상의 방패!”

쿵!

공중에서 계속 떨어지던 현중이가 지상에 닿기 직전 무적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난 녀석을 향해 그림자 밟기를 사용해 지상으로 착지했고, 훼라리는 그대로 곁에서 떨어지던 라챤이를 나를 대신해 태웠다.

“뭐, 뭐야!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최대 3인 탑승이 가능한 훼라리에 태우기 위한 모험.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에 누구도 낙사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바로 날아오른 훼라리와 달리, 지상에 떨어진 나와 현중이는 곧바로 뒤따라온 적들을 맞이해야만 했다.

펄럭펄럭!

하늘에서 하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페가수스 라이더들.

그리고 지상에서 콘틀랑 정상을 향해 이동 중이던 태성 라인 놈들.

족히 이백 명은 넘게 둘러싸인 상황이었고, 심지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다른 적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옛날 생각나네. 제국 놈들 한복판에서 둘이서 무쌍을 찍던 때가…….”

“인마, 지금 잡담할 때냐? 어서 꺼내기나 해라.”

“오냐, 레벤다스 소환!”

지잉-

환한 빛을 쏟아내는 마법진과 함께, 특유의 소환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페어리 퀸의 퀘스트를 깨느라 단테리오의 팔찌도 쿨타임인 지금.

어쩌면 현중이가 마지막으로 소환하는 걸지도 모르는 레벤다스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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