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18화 (218/350)

218화 일인자의 무게 (4)

“네? 배리어요?”

“응. 지금 내게 제일 필요한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그 스킬이야.”

문득 타연 초창기, 장현수 부사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 왜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했냐고 물으셨죠. 그럼 현실 속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만약 의사가 된다면 의료 기술 외에 요리, 스포츠, 미술 등등, 다른 기술들은 익힐 수 없나요? 실제로는 변호사나 다른 전문직 자격증을 다수 보유하신 분들도 찾아볼 수 있죠. 그러면 왜…… 게임 속에서는 그런 일이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선입관이 존재하는 걸까요?

-저희 타이탄 연대기는 말로만 자유도를 외쳐왔던 기존의 게임과 다릅니다. 직접 플레이하시다 보면,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광활한 자유도가 주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실 겁니다!

각 직업이 가진 고유 스킬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주지만…….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공통 스킬과 심화 스킬, 그리고 특별 스킬의 존재는 그 정체성에 개성을 덧붙여주었다.

덕분에 나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도둑 같은 캐릭은 물론,

검술이나 궁술 스킬을 사용하는 마법사나 사제 등도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었다.

사람들 생김새가 전부 제각각인 것처럼, 유저들은 타연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듀얼 클래스의 업데이트와 이 마도 시대 스킬북.

이 둘 또한, 그런 장현수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물론 그가 정말 식물인간인 상태라면, 처음 의도했던 것들이 전부 반영되진 못했겠지만.

“그런데 오빠…… 하필이면 왜 배리어예요? 그게 과연 마나 웨폰보다 더 오빠한테 적합한 스킬일까요? 오빠 캐릭의 중심축은 누가 뭐래도 마나 쉴드잖아요?”

“이것만큼은 저도 누나 말에 동의해요. 배리어 같은 걸 배울 거라면, 차라리 천상의 방패가 더 낫지 않아요? 8성 천방이면 무려 16초 동안이나 무적 상태일 텐데요!”

“너희 말도 다 맞아. 하지만 이건 내가 쭉 생각해왔던 테크트리야. 세컨 직업을 얻을지, 전직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 스킬북만큼은 배리어가 맞아. 내 캐릭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타연에 없으니까!”

초반, 그리고 중반.

신검을 들게 된 내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생존’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죽으면 그대로 끝인 내 처지와 별개로, 타연 속에는 나보다 강한 강자들이 우글대는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에 와서 생존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게 되었다는 것.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는 더 이상…… 타연에 나보다 더 강한 유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난, 자타가 공인하는 이 게임 속 ‘일인자’였다.

“방어나 생존도 중요하긴 해. 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단 공격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할 시점 같아. 적들도 계속 레벨업 중이고 장비가 더 좋아지는데, 공격력이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되겠어? 히든 피스? 전설 스킬? 라챤이 네가 그런 걸 기대하는 이유가 뭐야? 죽지 않기 위해서야?”

“아, 아뇨! 그야…… 혼자서 다 씹어먹고 싶으니까요. 그 빌어먹을 태성 새끼들을요!”

“맞아, 나도 그래! 하지만 방어만 계속 투자하면 그게 가능할까? 7신기는 벌써 3개나 풀렸고, 어느덧 디바인 무기도 하나씩 나오고 있어. 은근히 날 저격한 업데이트들도 이제는 큰 위협이고!”

“형님…….”

“그러니까 미리 준비하려고. 올 마력 세팅으로 키워온 내 캐릭이, 조만간 마주칠 한계에!”

“알겠어요. 그러니까 대체 왜 배리어인 거예요? 그것도 불이나 얼음 속성이 아니라면 어떤 걸요? 마검사는 그게 제일 좋은 테크라고, 이미 카이저 형님이 정립했던 거 아니었어요?”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말을 꺼냈겠어? 이미 그동안 검증까지 다 마쳤지.”

로만전자와의 만남에 응했던 것.

그건 마검사 랭킹 2위인 그에게 긴히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어서였다.

타연에서 극소수, 그것도 랭커급 중에는 그 말고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그’ 스킬에 관해서!

- 일명 얼불 배리어…… 이젠 마검사의 정석 빌드가 된 테크를 따르지 않고 초반에 다른 속성을 찍었던 걸 후회하지 않냐고요? 아니요. 제가 다른 속성을 부러워 해왔다면, 제루티안의 축복을 받자마자 당장 바꾸지 않았을까요?

-역시 그렇군요. 그럼 혹시 실제 사용해 오면서 느꼈던 장단점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일반 유저들 리뷰야 많이 찾아서 읽어봤지만, 고수는커녕 전부 다 중저레벨에 불과했거든요.

-가장 큰 단점은 역시나 치명적인 마나 소비량입니다. 잠시만 유지해도 마나가 쭉쭉 소모되니까, 장시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죠. 장점이라면 역시나…… 상당히 강력한 광역 데미지와 ‘감전’입니다. 마검사 뿐만 아니라 전 직업을 아무리 통틀어 봐도, 이만한 상태 이상기도 없는 것 같거든요.

‘번개’ 속성 배리어.

활성화 시 몸 주위에 뇌전이 감돌며 광역 마법 피해를 주고, 피격 시엔 공격 대상에게 ‘감전’ 디버프를 선사하는 활성화 스킬.

설명만 들어서는 마검사들이 이 스킬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실제로 익힌 유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유는 다른 배리어들에 비해 두세 배가 넘는 마나 소비량 때문.

가뜩이나 마나 소모가 극심한 ‘마검사’들이 이 스킬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자연적으로 다른 스킬은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나 대지는 아니실 테고, 설마 오빠…… 번개?”

“맞아. 번개 속성 배리어를 찍을 거야. 배우자마자 바로 8성까지 만들려고 스킬 포인트도 아껴뒀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오빠! 마쉴을 찍은 분이 대체 왜 그걸 배우신다는 건데요? 배리어는 활성화 스킬이라 마나가 계속 소모되는 거 아시잖아요! 시너지를 낼 스킬을 고르라고 했더니, 하필 완전 정반대인 최악, 그것도 번개를 고르시면 어떡해요!”

내 이런 선택이 정말 옳은 건지…….

연우가 워낙 흥분해서 외쳐대는 탓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맞다.

그만큼 이 스킬을 택한다는 건 도박이자 리스크가 큰 행동이었다.

내 예상만큼의 효용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내 캐릭이 걸어온 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 될 선택이었으니까.

새삼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 건지 다시 한번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스킬북을 최초로 얻은 것도 나고, 최초로 스킬을 새겨넣는 것도 나였다.

랭킹 1위가 된 이후 처음 겪는 ‘최초’의 선택.

앞으로는 무슨 길을 걸어가든, 나는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만 했다.

그것이 어느 분야에서든 ‘일인자’가 겪게 되는 숙명.

설사 나중에 잘못된 선택으로 판명 나더라도, 그 결과는 겸허히 수용하리라.

“아직 길드원들한테도…… 아니,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은 거지만 지금 말해줄게.”

“뭐길래 그러는데요? 오빠 설마…… 게임 접을 생각인 건 아니죠?”

“그럴 리가? 그냥 좀 바꿔보려고 해. 나 조만간 제루티안의 축복을 사용할 생각이야.”

“네?”

“그렇게 초기화해서 버릴 거야.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마나 쉴드’를!”

매일 밤 밤잠 설치며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

그리고 드디어 랭킹 1위를 달성한 뒤에 깨달은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리셋’.

즉, 새로운 산드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 * *

(나: 형님. 바쁘세요? 부탁드릴 게 좀 있습니다.)

귓속말을 드린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응답은 없었다.

그렇게 답장을 기다리는 날 묵묵히 바라보던 현중이가, 이미 수십 번은 반복한 말을 다시 한번 꺼냈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는 거냐?”

“인마. 이미 스킬북을 배리어로 각인시켜버렸는데, 언제까지 그 소리냐?”

“아직은 늦지 않아서 그러지. 배우진 않았으니까 새로 하나 더 얻으면 되잖아.”

“됐어. 한 달에 한 번 뜨는 드래곤이 드랍한 건데, 언제 또 먹을 줄 알고?”

“그걸 왜 못 먹어! 계속 그 스킬북을 먹어야, 언젠가 나도 배울 차례가 돌아오지!”

“뭐야? 혹시 너…… 배리어 스킬북 넘겨달라고 머리 굴린 거였냐? 이 자식, 너 좀 소름이다?”

그러고 보니 투 메르타스의 리스폰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간혹 오크 로드나 고르곤이 리스폰 되면 한 번씩 잡긴 했지만, 놓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공틈에 뜨는 마계 군단장이나 드래곤은, 무조건 잡아야 할 보스 몹이라 늘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카이저: 오! 미안하다. 시네마틱 영상이 길어져서 귓속말이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래, 어쩐 일이냐?)

(나: 또 무슨 퀘스트를 깨셨길래 시네마틱을 보고 계셨어요? 어디 계세요? 잠시 좀 찾아뵈려고요!)

(카이저: 황궁이다. 넌 여기 오기 힘들 테니까 내가 가마. 성에 있지?)

(나: 맞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아무리 내가 레벨 랭킹 1위에다 최초의 400레벨 달성자라곤 해도…….

이 게임에서 가장 퀘스트 진행률과 달성률이 높은 사람은 단연코 카이저 형님이었다.

그러니 그런 형님에게 여쭤볼 겸 확인받고 싶은 일이 있었다.

“어? 저기 오신다. 하늘에서!”

펄럭펄럭-

흰 날개를 세차게 퍼덕거리는 페가수스 한 마리가,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아베르 내성 광장 안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어서 오세요, 형님! 바쁘시다면서 페가수스는 또 언제 얻으셨대요?”

“오랜만이구나 드로야. 주변에서 다들 하나씩 얻길래 나도 공중정원에 다녀왔다. 우리 라푼수가 꽂혀서는 어찌나 보챘는지…… 근데 확실히 라이딩 스킬을 투자한 게 전혀 아깝진 않구나.”

“하긴 형님이시라면 쉽게 얻으실 수 있었겠네요. 잘하셨어요.”

“아무튼 드로야, 축하한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빨리 400레벨을 찍었구나!”

“감사합니다, 형님. 형님도 벌써 통합 랭킹 10위 안에 들어오셨던데요? 진짜 레벨업 속도가 어마어마하세요!”

신창을 얻고 난 이후.

카이저 형님은 타이탄의 봉인을 풀기 위해, 기꺼이 10레벨 감소 페널티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리우스가 랭킹을 회복한 속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금세 톱텐 안까지 재진입했다.

다리우스의 막강한 서포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레벨업 속도.

물론 신창과 라푼젤의 도움이 컸겠지만, 애초에 형님이 ‘마검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마검사는 공수(攻守) 둘 다에 뛰어난, 하이브리드 직업이었다.

“직업은 마검사라도 이젠 ‘마창사’라고 불러야 하려나요? 무기가 커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더 멋져요.”

“그까짓 거야 아무렴 좋다. 그나저나 어떤 일 때문에 부른 거냐? 역시 랭킹 1위란 자리가, 쉽지만은 않은 자리란 걸 실감한 모양이지?”

“맞아요, 형님. 진짜 앞서나간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네요. 이 빌어먹을 게임…… 도무지 어떻게 해야 다음 필드로 갈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하핫! 넌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어렵기 때문에 더 재밌고 몰두할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는 날이 올 거다. 그래, 말해 봐라.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뭐고, 어디서 막힌 거지?”

형님도 통합 랭킹 1위를 해보았기 때문일까?

굳이 대화를 길게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전에요, 형님. 저랑 한 번만 붙어 봐요.”

“응? 뭐라고?”

“여기서 결투 한 번만 해보자고요. 저희 그동안…… 결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잖아요?”

“갑자기 무슨…… 흐음, 그럴까?”

그리고 성격마저도 은근히 비슷한 점이 있었다.

뜬금없는 내 제안을 거절할 법도 할 텐데, 곧바로 수락하시는 걸 보면.

“형님도 은근히 궁금하셨죠? 저와 싸우면 누가 이길지?”

“그래. 사실 예전이라면 당연히 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도 이놈을 얻었으니까……!”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하시려는 듯, 형님은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면서 창을 꺼내 들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면서, 형님을 기다리며 포인트를 쏟아부은 새로운 스킬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라이트닝 배리어(고유 스킬): ★★★★★☆☆☆)]

* 마나 소비: 100(활성화 시 1초당 200)

* 사용 대기 시간: 5초(on, off시)

* 몸을 감싸는 총 8개의 뇌전 줄기를 소환합니다.

* 각 뇌전 줄기는 3m 내의 적을 자동으로 공격합니다. (공격 시 10%의 확률로 ‘감전’ 상태 이상)

* 각 뇌전 줄기는 피격 시 자동으로 공격한 대상을 향해 반격합니다. (반격 시 100%의 확률로 ‘감전’ 상태 이상)

지력 수치와 연동되어 알아서 공격하는 마법 공격도 무섭지만, 이 스킬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쉴 새 없이 터지는 ‘감전’ 디버프!

다수를 상대할 때에도 효과적이지만, 소수를 상대할 때는 뇌전 줄기가 집중되어 상대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다.

5개로도 충분한데, 무려 8개!

물론 그만큼 마나 소비량이 극심하긴 했지만, 5개로도 무한 감전에 가까웠는데 8개라면 어떻게 될까?

“준비되셨어요?”

“그래, 시작해라.”

[‘카이저’ 님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카이저’ 님과의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채챙!

결투 성사 효과음과 함께, 형님의 이름이 빨갛게 변했다.

난 재빨리 재림 버프를 사용해 형님에게 다가섰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카이저.

쉽게 거리를 허용할 상대가 아니었다.

부웅! 부웅!

3미터에 가까운 장창은 어느새 형님의 손에 익을 대로 익었는지, 뒷걸음질 치며 넓게 휘둘러대는 공격을 뚫고 통 다가서기가 힘들었다.

결국 버프의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붙을 생각으로 그림자 밟기를 사용해 후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자, 형님은 정확한 타이밍에 얼음 배리어를 소환하며 맞섰다.

[2초간 빙결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

곧바로 느려지는 공격 속도.

하지만 문제는 그뿐만 아니라 이동 속도도 함께 느려졌다는 것이었다.

쉭! 쉭!

바로 거리를 벌리며 신창을 찔러대는 카이저 형님.

“연속 찌르기!”

[마나 쉴드가 6,555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5,982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6,127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느려진 탓에 삼연 찌르기 공격을, 그대로 전부 맞아 줄 수밖에 없었다.

‘크읏! 역시나 신창…… 아프긴 진짜 더럽게 아프구나!’

풀 레전더리와 디바인 망토를 뒤집어쓴 내게 이 정도 데미지라니.

역시나 디바인 무기, 7신기다운 공격력이었다.

또한 형님은 내 무빙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공격해와서, 평타 한 방조차도 도저히 쉽게 피할 수가 없었다.

무시무시한 컨트롤을 가진 상대가 나보다 더 긴 리치의 무기를 사용하자, 즉발 상태 이상기가 없는 도둑으로선 제대로 딜을 넣는 것조차 힘들었다.

탓!

결국 난 재림 버프가 떨어지자, 계속된 뒷 무빙으로 거리를 벌려대는 형님을 따라붙길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팟!

그러자 카이저 형님은 몸을 둘러싼 하얀 얼음 배리어를 이글대는 화염으로 바꾸며 말했다.

“뭐야? 왜 멈추는데? 한창 신나려던 차에.”

“빙결 디버프와 창이 조합되니까 상대하기 진짜 까다롭네요. 붙어봤자 바로 거리를 벌리시니까요.”

“왜 이래? 너한테 급소 공격이 있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거라면 경직 디버프를 먹이며 따라붙을 수 있잖아?”

“하핫! 역시 예리하시네요. 근데 그것만으론 힘들어 보여서 준비를 좀 해봤어요.”

“응? 준비?”

“네. 앞으로 제 밥줄이 되어줄 스킬을 새로 익혔거든요.”

[배리어!]

파지직- 파지직!

스킬 활성화와 동시에 몸 주변으로 샛노란 뇌전 줄기들이 소환됐다.

개수는 총 8개.

덕분에 내 몸 주위는, 쉴 새 없이 번쩍이는 번개들로 화려하게 빛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