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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228화 (228/350)

228화 세계수의 회복 (1)

“와…… 멋지다!”

“그러게. 진짜 신비스럽네!”

실내.

그것도 밀폐된 지하인데도 불구하고, 눈 부신 햇살이 은은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줄기는 흙 대신 카펫을 뚫고 솟아나 고고히 서 있었다.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마법진.

이 모든 게 게임 속이기에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잠시만요! 아직 다가가지 마세요!”

그 순간, 카이저 형님이 앞서가던 파볼 누님과 현중이를 멈춰 세웠다.

“네?”

“이제 곧 시작일 겁니다. S급 퀘스트의 마지막 관문이.”

“아…… 그랬죠. 저 신비로운 모습에 깜빡 넘어갈 뻔했네요.”

지금껏 많은 필드와 인던에서 보스 몹들을 잡아냈다.

대부분 처음 상대해보느라 힘겨웠던 상대들.

그중에서도 역시나 가장 힘들었던 건, 처음 S급 퀘스트를 공유받은 상태로 도전했던 드래곤 ‘투 메르타스’였다.

그러니 이제 곧 마주할 보스 몹이, 쉬운 놈일 리 없었다.

“그럼 시동 걸어 보겠습니다!”

“그래! 혹시 모르니까 내가 영혼 연결도 걸어 줄게!”

역시나 이런 일은 메인 탱커 역할을 할 현중이가 먼저 나서는 게 순서였다.

차분히 지탱의 오라를 켜고 자버프를 시전한 현중이.

그런 녀석에게 축빙 형님으로부터 아지랑이 같은 흰 선이 생성되어 이어졌다.

이윽고 모든 준비를 끝마친 녀석은 나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저벅저벅.

적막한 공간에 녀석의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윽고 나무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잔뜩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주변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했다.

“뭐야? 이 나무가 아닌가?”

“모습이 완전 세계수와 판박인데 그럴 리가 있겠냐? 그거 맞아.”

“근데 왜 아무 일도 없지? 드로, 네가 다가와서 묘목 한 번 꺼내볼래?”

“잠깐만. 너 나무에 손을 한 번만 대봐. 혹시 모르니까.”

내 오더를 들은 현중이가 나무 밑동 부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녀석은, 마치 달리던 차에 치이기라도 한 듯 뒤로 튕겨져 나뒹굴었다.

슈슉! 슉! 슉!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지상에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며 나타났다.

총 3개의 실루엣.

숨어서 나무를 지키고 있던 다크 엘프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오! 역시 여긴 쉐도우 나이트가 지키고 있었구나?”

엘프답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외모.

하지만 머리는 눈부신 금발 대신 흑발이었고, 피부는 차가운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제국의 뿌리를 탐내러 온 것인가!”

“지금 너희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아느냐?”

그리고 놈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으며 넘어진 현중이를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쉐도우 나이트 수리틸>

가장 먼저 긴 레이피어와 작은 원형 방패를 든 다크 엘프가 현중이에게 추가 넉백을 시전했고…….

<쉐도우 나이트 이븐실>

뒤따라온 두 번째 다크 엘프는 양손에 든 단검을 빠른 속도로 휘두르며 폭딜을 찔러 넣었다.

“으악! 뭐야 이 자식들!”

푹! 푹!

그렇게 정신 못 차리는 현중이에게 어디선가 원거리 추가타가 날아와 연신 적중했다.

<쉐도우 나이트 로메크실>

범인은 처음 나타난 자리에서 화살을 날리는 마지막 다크 엘프.

한 방 한 방이 어찌나 강력한지, 현중이는 적중 시마다 경직 상태에 빠져버려 제대로 된 무빙조차 할 수 없었다.

“안 되겠다, 뒤로 빠져!”

“그, 그게 안 돼!”

“야, 천방은 절대 쓰지 마라! 차라리 이대로 그냥 죽어버려!”

쿨타임이 긴 무적 스킬을 썼다간 괜히 나중에 아쉬울 수 있었다.

어차피 지금 있는 곳은 인던.

죽어봤자 경험치나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을뿐더러, 우리가 부활시켜줄 수도 있었다.

[포획!]

부활시키기 편하도록 채찍으로 녀석을 최대한 우리 쪽으로 끌어온 다음, 괜히 어그로가 끌리지 않도록 모두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진 채, 현중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감상했다.

그렇게 잠시 후.

현중이가 죽자 거리 제한으로 어그로가 풀렸는지, 다크 엘프들은 잠시 일렁이는가 싶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빈사 상태에 빠진 현중이에게로 다가가 부활시켜주었다.

“크으윽! 이 자식들 장난 아니게 아파! 설마 얘들 다 보스인 거야?”

“그러게. 상당히 까다로운 조합이네. 이런 건 또 처음 보는데? 너 죽는 속도를 보니까 공격력도 장난 아닌 것 같던데…….”

다크 엘프 셋.

화려한 네임 바의 모습으로 보아, 하나하나가 전부 보스급이었다.

보스 몹이 중간 보스를 소환하는 경우야 심심찮게 봐왔지만, 보스급 3마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드로: 역시나 까다로운 보스 몹이 지키고 있었네요. 다들 지켜보셨으니까 브리핑은 짧게 마치고 트라이부터 해보죠!]

[카이저: 각각 기사, 도둑, 궁수 포지션인가? 피통이야 워낙 많을 테니 힐러는 필요 없었을 거고... 밸런스와 조합이 좋은 편이네.]

[라스트챤스: 다크 엘프라 그런지 이속이 장난 아니게 빠르던데요? 딱 봐도 어그로 먹고 빙빙 도는 식의 전략은 못 쓸 것 같으니까 제법 까다롭겠어요.]

[축복받은무빙: 근데 우린 투 힐러인데 어떡하지? 푼젤이와 내가 즉흥적으로 멀티 힐을 해야 하려나?]

[대탐험시대: 저와 축굴 형님이 성기사니까, 힐러 만큼은 안 돼도 어느 정도 커버는 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축볼 누님이 계속 쉴드 걸어주면서 잘 피하면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각자의 분석과 전략을 빠르게 의논했다.

원래라면 세 팀으로 나눠서 하나씩 맡는 게 정석일 터.

하지만 그러기엔 놈들의 이동 속도가 빠르고 공격력이 강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다.

[산드로: 굳이 나눠서 싸울 필요 있을까요? 적들 조합이 다양한데, 일률적으로 나눴다간 더 불리한 전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카이저: 일리 있는 말이다. 방패를 든 녀석보단, 궁수나 쌍단검을 든 녀석이 훨씬 더 데미지가 센 것 같더구나.]

[산드로: 그럼 이렇게 하죠. 쌍단검을 든 녀석은 저 혼자 맡겠습니다. 그 사이 나머지 분들은 궁수부터 잡아주세요. 그러면 의외로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뭐라고요?”

내 브리핑이 워낙 의외였는지, 당당이가 채팅창으로 대화하는 것도 잊고 큰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마쉴이 좋아도 혼자서 어떻게 버틴단 거예요? 딱 봐도 흡수하는 것보다 들어오는 데미지가 몇 배는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산드로: 아아.... 그러고 보니 아직 제가 제대로 보여드린 적이 없죠? 실패하면 재트라이하면 되니까....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지켜봐 주세요. 저도 이게 몹들한테 먹히는지 시험해 보고 싶거든요.]

[카이저: 하핫! 알겠다, 그걸로 버텨볼 생각이었구나?]

여전히 불신하는 표정인 당당이를 바라보며, 나도 마지막 말은 채팅 창 대신 직접 말해주었다.

“네. 버티는 것뿐만 아니라…… 될 수만 있다면 잡아도 볼 생각이에요. 제 라이트닝 배리어로.”

* * *

[축복받은얼굴: 저 자식, 저거 객기 부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내가 맞아봐서 아는데 진짜 장난 아니게 아팠는데....]

[축복받은무빙: 축굴이 너, 형이 길드원들 앞에선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이거 진짜 안 되겠네?]

[축복받은얼굴: 앗, 죄송요! 방금 발언은 취소니까 다들 잊어주세요!]

“그래. 형님 말씀대로 분위기 초 치지 말고…… 어서 시작이나 해라!”

메인 탱커를 맡은 현중이의 투정을 끝으로, 우리는 본격적인 레이드에 돌입했다.

녀석이 다시 나무에 손을 대자 다크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난 그중 쌍단검을 든 이븐실이란 놈을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포획!]

선 어그로를 먹은 현중이에게 달려들다 내 채찍에 휘감겨 끌려온 회색 다크 엘프.

난 곧바로 무기를 스위칭한 뒤, 놈에게 검을 휘둘렀다.

퍽! 연속 베기! 퍽! 은밀한 일격!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속으로 들어간 평타 캔슬 공격.

그에 어그로는 곧바로 나로 바뀌었고, 녀석의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마나 쉴드가 10,336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10,728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

조금 전 친위대에게 맞았던 공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미지.

허나 양손으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공격이기에, 사실상 DPS는 친위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 첫 페이즈에선 이 정도 수준이다…… 이거지?’

물론 어마어마한 공격력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내 풀 MP는 10만을 훌쩍 넘어섰다.

스탯이 높아질수록 1 수치당 누적 증가하는 MP와 마법 방어력이 높아진 효과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까짓 공격에 벌써부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었다.

‘흠…… 역시 안정적이군.’

데미지 체크를 위해 평타를 주고받는 사이.

길드원들의 전황도 파악할 겸 둘러보았는데, 다들 괜찮아 보였다.

늘 내게 무시당하는 현중이지만, 사실상 타연 최강의 탱커나 다름없는 스펙이었고…….

무엇보다 저쪽 팀에는 신창을 들고 있는 카이저 형님이 함께하고 있었다.

날아오는 화살을 창으로 튕기거나, 한 번씩 현중이 대신 맞아주며 데미지를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플레이가 단연 돋보여 보였다.

그렇게 검방을 든 다크 엘프를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 전원은 궁수에게 딜을 집중했다.

오크 로드 데스 나이트의 도끼질, 라챤이의 폭풍 연사, 축볼 누님의 이중영창 등등.

보기만 해도 살벌한 공격들이 쉴 새 없이 퍼부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나만 혼자였던 건 아니었다.

빠른 이동 속도와 몸놀림 때문에 공격을 적중시키기 힘들 거로 예상된 이븐실.

놈의 특성을 미리 살펴봤던 터라, 보조 딜러 한 명을 따로 빼 온 것이다.

픽! 픽! 픽! 픽!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놈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날아와 꽂히는 단검 2자루.

단 한 번의 딜 로스(loss)도 없이 정확히 적중되는 단검의 주인은, 당연히 당당이였다.

“잘하고 있다! 어그로 걱정은 말고 지금처럼 팍팍 꽂아 넣어!”

“형한테서 어떻게 어그로를 뺏는다고 그런 말을 해요? 그나저나 안 보여주실 거예요? 왜 안 쓰세요?”

“다음 페이즈로 가면 쓰려고 했는데…… 보고 싶다니까 지금 켜볼까?”

“네, 당장요!”

마침 MP가 유지되는 것도 확인한 터라, 그 말에 바로 배리어를 활성화시켰다.

파지직- 파지직!

내 몸을 감싸던 마나 쉴드의 푸른 빛.

그 위로 8줄기의 뇌전 줄기가 추가로 생성됐다.

“끽!”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열심히 공격 중이던 다크 엘프 이븐실이 덜컥하고 멈췄다.

* 각 뇌전 줄기는 피격 시 자동으로 공격한 대상을 향해 반격합니다. (반격 시 100%의 확률로 ‘감전’ 상태 이상)

바로 이 반격 효과가 발동되어, 곧바로 ‘감전’ 디버프에 적중된 것이었다.

“뭐야? 보스 몹이 감전에 걸려요?”

“크크, 봤지? 이거 진짜 제대로라니까?”

흔히 보스 몹에게는 어지간하면 유저들의 상태 이상기가 먹히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먹히더라도 50% 정도 효과가 반감되거나, 여러 특정 조건 하에서만 가능했다.

허나 다행히도 이븐실은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 인간형 소형 보스 몹.

거기다 일부러 포획을 사용해 다른 엘프들과 거리를 띄워뒀던 터라, 8줄기의 뇌전은 모두 녀석에게 집중됐다.

즉, 보스 몹답게 ‘저항’이 뜰 수는 있지만 한 대 때릴 때마다 8줄기 전부의 반격을 받는다는 뜻.

그렇다 보니 감전이 터질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퍽! 지직! 퍽! 지직!

“하핫! 이거 완전 잡몹 다 됐네?”

“미쳤다…….”

감전이 풀리면 공격을 재개했지만, 그러면 바로 다시 감전에 빠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함께하던 당당이도 어이가 없는지, 공격도 멈추고 멍하니 바라만 봤다.

그러는 사이에도, 난 급격히 줄어드는 MP를 채우기 위해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곧, 녀석은 금세 두 번째 페이즈로 접어들었다.

[다크 헤이스트!]

마치 도둑의 난도질을 사용한 것처럼 급속도로 빨라진 공격속도.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래 봤자 한 대 치고 감전에 빠지는 패턴은, 이전 페이즈 그대로였으니 말이다.

“어둠이여……!”

그렇게 이븐실은 너무도 쉽게 25% 미만으로 피가 떨어지며 마지막 페이즈에 접어들었다.

소환된 검은 정령…….

허나 역시나 계속된 감전 디버프에,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채 죽어버리고 말았다.

“크악! 지금 너희가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지르는 건지 아느냐……!”

마치 유저가 죽는 것과 비슷하게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다크 엘프.

마계에 물든 놈이었어서 그런지, 내 신검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마나는 줄곧 풀로 가득 찬 상태였다.

“진짜…… 이젠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해지셨네요.”

“그 정도는 아냐. 그냥 마계 몹은 나와 상성이라서 쉽게 잡은 거지. 특히 공속이 빠른 쌍 단검은 완전 극상성이었고.”

“암만 그래도…… 진짜 대박이네요. 몹뿐만 아니라 대인전도 장난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아직 안 끝났잖아? 끝나고 얘기하고 얼른 도와드리자!”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자, 아직 검방 엘프는커녕 궁수 엘프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난 그런 팀원들에게 합류하며, 오랜만에 예전의 건방진 말투를 흉내 내며 외쳤다.

“에이, 아직도 한 마리를 못 잡았어요? 역시 우리 길드는…… 나 없으면 안 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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