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천계 입성 (2)
“나이스!”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와중에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축볼 누님의 외침처럼, ‘천문’은 마치 우주로 향하는 수직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 같았다.
포탈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이동 수단.
덕분에 빛기둥으로 빨려들듯 흡수된 이후, 비행기를 탄 것만큼이나 높은 상공까지 순식간에 올라왔다.
‘천계로 재입장하는 데 쿨타임이 있다니! 이 정도면 완벽하잖아?’
하지만 내 머릿속엔, 그런 경이로운 풍경 대신 방금 본 메시지창으로 온통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구상을 이루기에 천계는, 그 어느 곳보다도 완벽한 필드였기에!
-태성 라인을 힘으로 무너뜨리는 건, 아무리 봐도 힘들 것 같다. 대놓고 서버를 집어삼키겠다고 라인을 선포한 후에, 오히려 세력이 더 커졌거든. 물론 반발도 거세지만 새로이 놈들한테 붙은 유저들이 더 많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힘 있어 보이는 놈들과 한 편이 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 거겠지.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서 전…… 힘으로 놈들을 누르는 대신, 대중의 그 ‘심리’를 이용해 보려고 해요.
아무리 혼자 PK를 한다 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태성의 숫자를 줄이는 건 무리였다.
미친 척 한 시간에 백 명씩, 하루에 천 명을 넘게 죽인다 하더라도…….
추정 인원만 십만에 가까운 태성 라인에게는, 아주 미미한 타격일 테니까.
-하핫! 또 영문 모를 소릴 하는 거 보니, 뭔가 특별한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게 뭐냐?
-태성이 강해 보이니까 유저들이 붙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태성이 약해 보이면 어떨까요?
-약해보인다?
-네. 그러면 점차 유저들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지 않겠어요? 잔챙이들 수천 명을 죽여봤자 별 의미는 없겠지만, 태성의 정예들이 수백명씩 죽으면 얘기는 다르겠죠. 전 앞으로 태성의 랭커들, 그 자식들만 잡아 죽일 거예요.
-흠……. 좋은 생각인 것 같긴 한데, 성의 전용 인던에서만 레벨업하는 놈들만 골라 죽일 방법이 있을까?
-인던에서만 평생 레벨업할 수 없잖아요. 이대로 레벨이 오르다 보면 새로운 필드로 가야 할 텐데, 그곳에 발도 못 붙이게 하면 어떻겠어요? 오면 죽이고, 그렇다고 못 오면 알아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뭐가 됐건, 그러다 보면 랭커 목록에서 태성의 이름이 점차 사라지게 될 거예요.
-아하…… 그렇다면 네 말은……?
-네. 놈들이 즐겨하던 그 ‘사냥터 통제’란 걸 해볼 생각이에요. 바로 천계에서요!
얼마 전 지옥불 형님과 비밀리에 나눴던 대화.
사실 난 원래부터 새로운 필드에는 태성이 발끝도 못 붙이게 만들려고 했다.
한데 입장 쿨타임까지 존재하는 필드였다니?
그나마 내세울 거라곤 ‘물량’빨이 최고였던 태성에겐, 가장 최악이나 마찬가지인 제한이었다.
싸움 중에 죽더라도, 부활 후 재투입되던 기존의 전투 방식이 원천 봉쇄됐단 뜻이었으니까!
[천계의 서부, ‘루네아’에 도착했습니다.]
[업적 ‘하늘 끝에 닿은 자’를 획득했습니다.]
미친 듯이 빠른 속도였지만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근 1분 동안 아름다운 테론 대륙의 경치를 실컷 감상할 수 있었지만, 더욱 큰 기대 때문에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천계.
신과 천사들이 머무는 그곳이, 얼마나 황홀하게 만들어져 있을지 내심 기대가 됐기 때문.
그렇게 온통 하얀 구름으로 뒤덮인 공간 위에 떠 있는 공중 도시.
처음 마주하게 된 천계 도시의 첫인상은…….
“뭐야? 여기 천계 맞아? 잘못 온 게 아니고?”
아름다운 폐허.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슈슝, 슝, 슝!
내 뒤로 하나둘씩 넘어오는 동료들.
그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전부 똑같았다.
“그러게? 완전히 폐허나 다름없잖아?”
무너진 건물의 잔해, 깨져있는 대리석 바닥, 부서진 조각상 등등…….
공중에 떠 있는 건물들 사이에 놓인 수많은 구름다리도, 대부분 끊어져 있어 온전한 걸 찾아볼 수 없었다.
“의외로구나, 천계가 이런 곳이었다니…….”
“그러게요, 형님. 물론 천사가 반겨주고 타연의 신들을 곧바로 마주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이렇게 엉망인 데다가 텅 비어있을 줄이야…….”
내 옆에 마주 선 지옥불 형님 또한,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시야의 왼쪽 윗부분.
그곳에 지상의 마을과 같은 ‘안전지대’라는 표식이 떠 있는 거로 보아, 여기는 천계에서 ‘도시’ 역할을 하는 공간이 틀림없었다.
앞으로 이 게이트를 통해 전이돼 오는 유저들이 많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데 도시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NPC들이 보이지 않았다.
폐허인 건 그려러니 해도, 어떤 속사정이라도 들려주거나 흔한 퀘스트 하나조차 건네줄 NPC가 한 명도 없다니?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여러모로 예상을 많이 빗나간 곳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죠. 전체 알림창도 뜨고 빛기둥도 솟구쳤으니, 금세 이곳을 발견할 거예요. 그러니 빨리 흩어져서 뭐라도 찾아보죠!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요!”
“아, 그렇지! 다들 흩어져서 찾아보고, 뭔가 발견하면 파티 채팅창에 바로 보고해라!”
“넵!”
순식간에 흩어지는 피닉스.
“우리도 둘러봐요! 꿈틀이 님은 이곳에 있다가 누구 올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전해주시고요!”
그리고 우리 버닝스타도 곧바로 알아서들 뿔뿔이 흩어졌다.
“어라? 드로 님은 안 가세요?”
“잠시만요. 잠시만 귓말 좀 하고요.”
하지만 내겐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 래빗님. 자리에 계시죠? 당장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핑크래빗: 네, 말씀하세요!)
미처 우리와 함께 오지 못한 신입 길드원.
그녀에게 맡길 일이 있었으니까.
(나: 지금 당장 거래소와 각 도시의 장사꾼들을 죄다 뒤져서 시중의 마력석 좀 싹쓸이해 주시겠어요? 급한 일입니다.)
(핑크래빗: 네? 마력석이요? 빛마석 말씀하시는 거세요?)
(나: 아뇨. 그건 비싸니까 그냥 마력석이랑 정제된 마력석, 두 개만 있는대로 전부 구매해 주세요! 천계로 향하는 데 정제된 마력석 2개가 필요합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씀 드리는지 아시겠죠?)
(핑크래빗: 앗! 넵넵! 지금 당장 달려갈게요!)
아무리 벌 만큼 벌었다 해도 이걸 놓칠 순 없는 법.
돈이 길가에 널려있는 거나 다름없는 정보를 획득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재입장 대기 시간이 길어 되돌아갈 수도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핑크래빗이 지상에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됐네요. 그럼 꿈틀이 님, 첫 유저가 올라오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넵!”
테오시스가 소환해서 방문했었던 운영자들의 쉼터, 로스트 캐슬.
천계의 도시 루네아는 그와 비슷하게 하늘 위 구름에 떠 있는 거대한 공중 도시처럼 보였다.
그래서 걸어서 이동하기보다는 바로 훼라리를 소환해 날아오르려 했으나.
[자격을 갖춘 자 외에는 비행이 제한됩니다.]
이곳 또한 비행이 제한된 필드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 바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길. 재입장 쿨타임은 좋았는데…….”
하는 수 없이 두 발로 직접 둘러보았지만, 입맛이 썼다.
몇 날 며칠까진 바라지 않았어도, 그래도 단 몇 시간만이라도 천계에 선두로 도착한 보람과 꿀을 빨고 싶었는데…….
단 십 분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고작 그 시간 동안, 이 너른 벌판과 같은 폐허에서 무슨 선점을 하고 어떤 걸 독식한단 말인가?
반쯤 자포자기하고 이 건물, 저 건물을 돌아보며 NPC들이 있나 찾아보는 찰나.
기대하던 인물로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대탐험시대: 다들 이쪽으로 좀 와보세요! 위치(!) 천사들을 발견했어요!]
[산드로: 오옷! 정말? 전원 대탐이 쪽으로 집결하세요!]
이런 탐험과 퀘스트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인물.
대탐이가 가장 먼저 첫 단서를 발견한 것이었다.
서둘러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천계의 천문의 정면인, 도시의 가운데 부근에 위치한 거대 구조물.
마치 첨탑과도 같이 높게 솟아있는, 반쯤 무너져 있는 탑의 정상이었다.
“와…… 크다.”
그리고 그곳에는 ‘천사’라고 일컬을 수 있는 존재가, 하나도 아닌 무려 셋이나 있었다.
<루이튼의 작은 날개 로이엘>
<루이튼의 작은 날개 레이엘>
<루이튼의 큰 날개 라시엘>
3m가 거뜬히 넘어가는 큰 체고와 티 없이 하얀 한 쌍의 날개.
엘프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거대한 체형 때문에 어딘가 무섭게 느껴지는 그들은, 무너진 벽에 각각 기대어 앉아있었다.
“뭐야? 천사들이 왜 이렇게 힘없이 있지? 말은 걸어 봤어?”
“네. 카이저 님과 함께 발견해서 먼저 해봤어요. 큰 날개는 묵묵부답인데 다행히 작은 날개는 반응하더라고요. 일단 지금 오신 분들도 들어보게, 형님이 다시 한번 대화해보세요.”
흩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피닉스 측 인원들도 금세 다 모였다.
한시가 급한 시간.
난 제대로 천사들을 살펴볼 새도 없이, 가까이에 있던 로이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루이튼의 날개시여…… 저희는 ‘지상’에서 온 ‘인간’들입니다. 혹시 ‘천계’가 어째서 이런 모습인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지상의 인간이 이곳에 오다니……. 설마 천문이 회복된 건가요? 이곳 천계와 이어지는……?”
“네, 맞습니다.”
정해진 듯한 대사를 읊는 작은 날개.
가만있어도 말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굳이 맞장구를 쳐가며 그에게 호응했다.
나도 모르게 천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서, 잠시 게임인 것도 잊은 채 몰입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천 년 만의 손님인데, 아쉽게 됐군요.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예전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라……. 우리의 날개들 또한 함께…….”
“그게 무슨……?”
“지상의 인간들이 기록한 천계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문이 닫혀 있었던 이유……. 위대하신 분들의 행방마저도 알 수 없는 지금, 우리들은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입니다.”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버틴다는 말씀이신 건지요?”
설마 마계와 천계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던 건가?
하지만 서로는 불가침의 영역이라, 중간계인 지상에서 전투를 벌였던 설정이 아니었나?
하지만 그에 대한 의문은 바로 풀리게 되었다.
“우리가 맞서고 있는 심연……. 차츰 천계를 침공해오던 그 미지의 존재들은 어느덧 이곳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잠식했습니다. 지금도 이 루네아의 외곽에서는 남은 날개들이 심연의 침식에 힘겹게 맞서고 있지요……. 하지만 위대한 분들의 도움이 없는 이상, 이제는 버틸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심연.
시공의 틈새를 쳐들어온 미지의 존재.
천계와 마계와 상관없는 제3 세력인 그들은, 이곳에서도 이미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근당근단검: 천계는 인간한테 당연히 호의적일 테니, 이 지역이 어떻게 새로운 필드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심연 몹들이 출몰하는 설정이었네요.]
[축복받은무빙: 그러네. 하긴 인간이 천사들을 잡고 레벨업할 사냥터로 만들어두진 않았을 테니...]
심연이라…….
레벨업하기에 그놈들만큼 좋은 몹도 없었으니, 일단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었다.
“그렇다면, 저희가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회복 중인 우리를 대신하여…… 심연의 존재들에게 대항해 줄 수 있겠습니까?”
앉아있는 터라 눈높이가 비슷한 로이엘.
그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귓가에 효과음이 울렸다.
띠링!
[퀘스트 ‘심연의 파편 토벌’을 획득했습니다.]
[심연의 파편 토벌: 반복 퀘스트]
* 클리어 난이도: B
* 루네아를 침입해오는 ‘심연의 파편’을 처치하라(0/10)
* 퀘스트 클리어 보상: 천사의 기도 1개
다름 아닌 반복 퀘스트.
도착하자마자 메인 퀘스트가 주어질 린 없었고…….
일단은 반복 퀘스트나 하며, 이곳의 분위기 파악이라도 하라는 개발자의 뜻 같았다.
“오호…… 이제 공틈엔 유저들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었는데, 사냥하기엔 딱 좋겠네.”
“그래도 아쉽지 않아요? 업데이트의 메인 지역에 최초로 도착한 건데, 바로 사냥이나 하라는 건……. 뭔가 우리만 얻을 수 있는 보상 같은 게 주어지면 좋잖아요.”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욕심도 많네? 그 보상이란 것도 다 찾아내야 얻을 수 있는 건데, 시간이 없잖아.”
다소 아쉬워하는 현중이와 달리,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카이저 형님은 크게 실망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꿈틀이: 벌써 유저가 올라왔어요! 근데 피닉스 길드원이네요....?]
그 순간, 게이트 앞을 지키고 있던 꿈틀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알려줬다. 어차피 이곳은 금방 들킬 테니, 바로 우리 길드원들에게 알려줬지.”
“아, 그러셨어요? 잘하셨습니다.”
“한데 새로운 사실이 있더구나. 천문이라는 게이트를 통과하는 덴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있었어.”
“네?”
“레벨 350이 넘지 못한 유저는 통과할 수가 없구나. 아직 천계로의 이동을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는 말과 함께…….”
이곳의 모두는 타연에서도 내로라하는 유저들이었기에 알지 못했던 일.
천계에 오기 위해선 재료 템과 입장 쿨타임뿐만 아니라, ‘레벨 제한’까지 존재했다.
여러모로 특별하면서 레벨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규 지역.
그런 만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곳만의 특별한 혜택들이 존재할지도 몰랐다.
가령 ‘성’ 점령과도 같은……!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넓은 필드인데, 선점할 만한 혜택이 없을 리 없어요. 그게 대체 뭘까요……?”
벌써 다른 유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니, 어쩌면 선점 혜택은 이미 끝난 건지도 몰랐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인지 세 천사들에게 이런저런 키워드를 외치며 재차 말을 걸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심연이라……. 심연의 파편, 심연에 잠식된 군단장…… 또 뭐가 있었지? 찢긴 날개, 회색 날개, 타천사들……?’
뭐지?
도대체 뭐가 있을까?
[꿈틀이: 앗! 태성 놈들이 올라왔어요! 그것도 한 둘이 아니에요!]
열심히 고민하던 찰나, 마침내 선점의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태성마저 올라오기 시작했다면, 이제 동일 선상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
내심 포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무심코 방금 얻은 업적들이나 살펴보려 업적창을 열었는데, 잊고 있던 업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업적: 엔젤 슬레이어(A)]
* 타락 천사를 소멸시켰을 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모든 능력치 +15)
* 업적 효과로 천계의 NPC들이 호의적으로 대합니다.(추가 출입 가능 지역: 테터리욜)
* 타락 천사를 추가로 소멸시킬수록, 이 업적은 더욱 뛰어난 효과로 거듭나게 됩니다.
추가 출입 가능 지역, 테터리욜.
분명 지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던 지역명이었으니 천계였던 게 아닐까?
서둘러 셋 중 머리 하나는 더 커다란 천사, 큰 날개 라시엘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라시엘 님. 혹시 ‘테터리욜’에는 어떻게 가는지 알고 계신가요?”
그리고 놀랍게도.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쳐다도 보지 않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줄곧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며 말했다.
“인간이여. 그대가 어찌 테터리욜을 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