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일인 통제 (3)
돈이 넘쳐도 매물이 없어 못 구하던 템이었는데…….
최근 피닉스와 벌인 치열한 필드전 때문에, 머더러 상태였던 터라 귀한 템을 드랍해 버렸다.
힐이 쏟아지는 데도 죽어버린 홍길동.
다들 이 충격적인 상황에 정신 못 차려야 마땅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선 어그로 대상이라 날 쫓던 레시아렐이, 반사적으로 힐링 스킬을 쓴 힐러를 바라봤기 때문.
그냥 평타 공격이었다면 그나마 사정은 나았을 텐데…….
불운하게도, 녀석의 첫 공격은 광역 스킬이었다.
『혼돈의 축복이여!』
콰과광!
“흐악!”
“차, 참아! 보스한테 죽도록, 그냥 가만 놔둬!”
소리치는 태성 놈들.
내게 다가왔던 건 죽은 홍길동뿐이었던지라, 난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러면 로그아웃할 필요도 없겠는걸?’
역시 꼬장엔 뒤치기가 최고.
특히 필드 보스를 이용해 먹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인 건 없었다.
“전에 했던 개짓거리를 또 써먹어?”
“산드로 이 개자식! 넌 꼭 죽여버린다!”
펄쩍펄쩍 뛰면서 제각기 흩어지는 태성 놈들.
그러면서도 내게 저주를 퍼붓는 것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러게 꼭두새벽부터 누가 기어 나오래? 그리고! 계속 당해주니까 같은 방법을 써먹는 거지!”
이럴 땐 똑같이 욕으로 맞받아치는 것보다 살살 긁는 게 훨씬 딜이 잘 들어가는 법.
램보를 탄 상태로 주위를 슬슬 돌기만 했는데도, 강력한 광역기에 정신없는 놈들은 내게 달려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팟!
그래서 난 램보를 되돌려 보내고, 차분히 은신을 사용해 잠시 타겟팅에서 벗어났다.
놈들이 당황해서 그렇지, 보스 몹의 어그로 따위는 타이탄 하나만 소환해도 쉽게 떼놓을 수 있었다.
그러기 전에, 최대한 놈들을 헤집어 놔야만 했다.
[난도질!]
쉬식, 쉬식, 쉬식!
공속 버프로 모습을 드러내며 휘두른 양손의 검.
그에 내가 노리고 다가갔던 힐러 ‘매일출근’은, 셀프 힐 한 번 할 새도 없이 단숨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헉! 뭐야!”
동일 대상 공격 시, 4대마다 터지는 ‘치명 공격’.
가뜩이나 공격력이 뻥튀기돼버렸는데, 이도류와 이 패시브 스킬 조합의 순간 폭딜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얘 진짜 산드로 맞아? 몇 대 치지도 않았는데 왜 픽픽 나자빠져?”
“왜 그런지는…… 너도 한 번 맞아보든가!”
곁에서 소리치는 마법사.
녀석에게 다가가자 놈은 황급히 블링크를 사용해 도망쳤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실수.
거리를 벌려주는 이동기이자 생존기는, 내가 먼저 그림자 밟기를 뺐는지부터 확인하고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림자 밟기!]
쉬식, 연속 베기!
타연에서 가장 체력과 방어력이 약한 직업, 마법사.
몇 대 덜 쳐도 될 것 같아 세 번째 평타 대신 연속 베기를 썼는데…… 정말로 죽어버렸다.
‘미쳤다 정말!’
나조차도 믿어지지 않는 어마어마한 공격력.
죄다 랭커 아니면 랭커급인 놈들을 상대하는 중인데도, 이렇게 쉽게 죽는다는 것이 마치 꿈만 같았다.
[3초간 ‘속박’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
하지만 당연히 꿈은 아니었다.
시원하게 썰어버리는 대신, 잃게 된 것도 있었기에.
“소, 속박이 먹혔다!”
“멈췄다! 전부 일점사!”
분노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걸까?
레시아렐을 피해 흩어지던 놈들이, 갑자기 내가 속박이 걸리자 죄다 전진기와 이동기를 사용해 달라붙었다.
그리고 난, 다가오는 놈들을 보면서 침착하게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사냥꾼의 춤!]
활성화 시 10초간 회피율을 2배로 증가시켜주는 악마 사냥꾼의 생존기.
가뜩이나 회피율이 높아진 내겐, 단숨에 최대(max) 회피율인 95%까지 올려주는 사기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페퍼민트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일도양단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상태 이상 ‘넉백’을 회피했습니다.]
[비상구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
순식간에 꽂힌 십여 개가 넘는 각종 공격과 스킬들.
한데 내게 적중된 유효타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이 상태에서 위협이 될 만한 건 오직 공격 마법뿐.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은 캐스팅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내 고스펙의 장비와 레벨 차이 때문에 저항도 심심찮게 뜨는 상황이었다.
“약점 포착!”
또한 무엇보다, 화살보다는 보고 피하기가 쉬웠다.
속박이 풀린 난, 둘러싼 딜러들 사이를 뚫고 뒤편으로 이동하며 다음 차례인 버프를 발동시켰다.
목표는 다양한 종류의 마법사들.
특히 디버프가 많은 흑마법사가 최우선 타겟이었다.
“플라이! 엇, 뭐야? 비행 불가 지역이었어?”
내가 다가오는 걸 본 흑마법사 하나가 당황에 찬 비명을 질렀다.
놈은 몸을 뒤틀며 내 공격을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역시나 단 4방 만에 잿빛 먼지가 되었다.
“예전의 산드로가 아냐! 원래는 마법이 안 통했잖아!”
“맞아! 거기다 공격력이 말도 안 되게 세졌어!”
치열한 상황에서도 각자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공유하는 태성의 딜러들.
어느덧 타이탄도 2기가 소환되어 레시아렐의 시야를 끄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놈들 뒤편으로, 마법을 캐스팅 중인 홍당무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일단 너는 놓칠 순 없지!’
상당히 까다롭고 강력한 마법사.
더불어 내 척살 우선 목록 중 상위에 위치한 그녀였기에, 집중 회피를 사용하며 무작정 뛰어 다가갔다.
그 모습에 캐스팅 중이던 걸 취소하고 다급히 블링크를 사용한 그녀.
하지만 난 곧바로 뒤돌아 이동기를 사용했다.
이미 그밟을 사용한 걸 확인해서 쓴 스킬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내게는 또 다른 이동기가 하나 더 생겨버린 후였다.
[귀신 발걸음!]
앞으로 퉁겨지듯 쏘아지는 몸.
마치 공간을 삭제하듯 줄어든 그녀와의 거리를, 빠른 이속을 활용해 더욱 좁히며 다가가 검을 찔러넣었다.
“꺄아! 마나 쉴드!”
영리하게도 즉시 마쉴을 켠 그녀는, 그 상태로 뒷무빙하면서 반사적으로 즉발 스킬까지 사용했다.
[매직 미사일!]
“저리 꺼져! 꺼져엇!”
쏘아진 5방의 하얀 미사일.
공통 스킬이자 즉발 스킬답게, 터무니없이 약한 공격력 덕분에 잘 쓰이진 않는 스킬.
한데 역시나 PVP전에서는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있었다.
[홍당무로부터 89의 마법 피해를 입었습니다.]
[홍당무로부터 103의 마법 피해를 입었습니다.]
[0.2초간 상태 이상 ‘경직’에 빠집니다.]
[홍당무로부터 95의 마법 피해를 입었습니다.]
……………………
5개의 미사일 중 무려 2개나 100이 넘는 피해가 들어와, 경직도 2번이나 걸렸다.
물론 찰나와 같은 짧은 경직에 불과했지만, 연달아 공격이 캔슬되고 이동이 멈춘다는 건 생각보다 큰 피해였다.
‘매직 미사일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순간적으로 데미지 100이 절대 넘지 못하도록, 하루빨리 더 좋은 방어구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쨌든 당장은 해결책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하나.
마법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귀찮게 만들기 전에, 죄다 정리해버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그걸 단숨에 이뤄낼 수 있는 ‘힘’이 갖춰져 있었다.
[재빠른 몸놀림!]
[태세 전환!]
가속된 이속만큼 상대적으로 느려진 적의 움직임.
연신 타이탄을 공격하며 터지는 천사장의 광역 기술.
내게 휘둘러지는 근접 딜러들의 무기와 원딜러들의 화살 비.
그 사이사이로, 로브를 착용 중인 모든 유저들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연속 베기! 회전 베기!”
평캔 후 은밀한 일격에 이은, 연속된 공격 스킬들.
눈앞 홍당무의 마나 쉴드가 깨짐과 동시에, 그녀의 몸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타탓!
그 광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두 손으로 먼지를 헤치며 근처에 있던 다른 마법사를 공격했다.
팟! 팟! 팟! 팟!
단 네 방.
미처 무빙으로 피하거나 쉴드를 쓰기도 전에, 두 번씩 휘둘러진 내 양손 공격에 홍당무와 같이 재가 되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이동하며 한 놈, 한 놈, 한 놈…….
재빠른 몸놀림이 적용되는 10초의 지속 시간 동안, 난 총 5명의 태성 마법사를 ‘삭제’하듯 없애버릴 수 있었다.
“다들 뭐 하고 있는 거냐!”
그 모습을 본 다리우스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다들 내 뒤꽁무니만 쫓다가 멍하니 동료의 죽음만 지켜본 딜러들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 차렸다.
자신의 동료들이 어떤 유저인지 잘 아는데, 이렇게 쉽게 썰려 나가는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건방진 자식.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붙으면 될 거 아냐? 가장 센 놈이 제일 뒤에서 구경만 하는 꼴이라니…….’
처음 뛰어들 때부터 내 최우선 목표는, 당연히 다리우스였다.
하지만 당장 놈에게 달려들 순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력을 손에 넣었다곤 하나, 놈이 다른 누구도 아닌 ‘다리우스’였기 때문이었다.
현 통합 랭킹 2위.
온갖 10강화 레전더리 템과 마신검과 로드급 타이탄의 소유자.
하지만 뭣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녀석이 이미 400레벨을 달성했단 사실이었다.
내 예상에 놈은 분명 ‘전직’을 택했을 터.
만약 내가 난입하자마자 놈이 가장 먼저 달려와 저지했다면, 전투는 지금과 많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막강한 공격력을 손에 넣은 대신, 생존력은 그만큼 낮아진 상태라 대놓고 설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놈은 여전히 신중한…… 아니, 겁 많은 쫄보에 불과했다.
아마 이중 직업을 택한 뒤 처음 마주한, 내 캐릭의 변화부터 먼저 살펴보려던 거겠지?
‘근데 그렇게 뒤에서 사리기만 하는 길마를…… 누가 진심으로 따르겠냐? 나조차도 아는 이 사실을, 넌 몇 년이나 했으면서도 모르는 거냐고!’
길드 마스터란 존재도 길드원들이 있을 때나 가치 있는 법.
하나둘씩 전부 죽어서 혼자만 남게 된다면, 길마란 게 뭔 의미가 있을까?
어느덧 마법사들은 얼마 남지도 않았다.
난 녀석의 행동을 짧게 비웃고는, 다시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 자식, 진짜 집요하네!”
가로막는 검과 창을 비롯한 수많은 무기들.
하지만 태반은 회피가 떴고, 그나마 적중된 공격은 확정 감전이란 디버프로 되돌려줬다.
두 손에 든 검을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그러자 상대는 금세 재가 되어 사라져버린다.
분명 같은 무기를 들고 이제껏 수도 없이 반복해온 행동이지만…… 달랐다.
2배는 더 휘두르고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죽음을 안겨주는 데, 숨 한번 몰아쉴 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공성전에서 내 공격을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했던 놈들이.
이젠 눈만 마주쳐도 절로 뒷걸음질 쳤다.
여기 있는 모두는, 타연 유저라면 전부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랭커들인데 말이다!
“뭐 이리 헛방 나는 건데! 저 새끼 404렙 아니었어?”
“저 자식 리셋한 거야. 마쉴을 버리고 회피로 갈아탔나 보네…….”
“라쉴은 대체 어떻게 배운 거야!”
50여 명 중 마법사는 10명이 조금 넘는 정도.
스치면 죽는 수준이다 보니, 작정하고 노리자 결국 다 잡아버릴 수 있었다.
남은 놈들은 힐러와 버퍼, 그리고 내게 전혀 위협을 줄 수 없는 물리 뎀딜러들뿐.
마쉴을 버린 이상, 예전처럼 몇백 명의 적들 사이로 뛰어드는 짓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지금같이 수십 명 단위를 상대하기에는, 오히려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즉 다시 말해,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은 이번에도 제대로 통용되고 있었다.
[페퍼민트로부터 985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비상구로부터 1,322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1초간 ‘감전’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
마법사들을 처리했으니 다음은 원딜러.
간간이 회피를 뚫고 공격이 들어와 감전에 빠뜨리는 비상구가 다음 타겟이었다.
“귀신 발걸음!”
8성을 찍어서 쿨타임이 18초로 줄어든 악마 사냥꾼의 이동기.
덕분에 그밟보다 자주 사용할 수 있어, 주기적으로 적의 타겟을 흩트리는 것과 동시에 목표 대상을 더욱 쉽게 공격할 수 있었다.
“이, 이게 혼자 가능한 플레이라고?”
제법 안면 있는 비상구의 힘 빠진 목소리를 들으며, 그를 이 전투에서 해방시켜주었다.
픽! 픽! 픽!
붙으면 무조건 사망인데, 이속도 빠른 도둑이 이동기까지 남발하니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내가 봐도 사기 같은 활약도 잠시.
곧 전장은 오직 탱커와 근접 딜러, 힐러들 외에는 다른 직업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다들 산드로한테 집중해!”
그 와중에, 마침내 레시아렐이 멀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티에스 나이츠.
익숙한 일도양단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엔, 태성의 타이탄이 소환되어 천사장을 전장과 먼 곳으로 유인하는 중이었다.
‘내가 가만 놔둘 것 같아?’
하지만 나를 칭하는 별명 중 하나는 타이탄 킬러.
멀어지는 녀석을 향해 난 램보를 소환해 따라붙고는, 곧바로 대도 부츠로 등에 올라타서 후방 극딜을 먹였다.
[태세 전환!]
“크헉! 이 미친 새끼!”
8성을 찍은 터라 쿨타임이 금방 돌아오는 극딜 모드로 전환해 공격하자…… 단 10초.
이 짧은 시간 만에 일도양단의 타이탄을 역소환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튀어나온 녀석과의 일대일 대결.
잠시 온갖 스킬을 사용하며 발버둥 쳤지만, 마치 고레벨이 저레벨을 아무 피해 없이 잡아버리듯 손쉽게 놈을 죽여버릴 수 있었다.
『혼돈의 축복이여!』
[레시아렐로부터 9,332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도적으로 벌어지 녀석과의 차이에 감동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로브에서 가죽 갑옷으로 바꿔 방어력이 훨씬 더 강해졌지만, 마쉴이 없어 가만히 천사장의 공격을 맞아주기엔 너무 위험했기 때문.
곧바로 어그로를 바꿔 공격해 오는 레시아렐을 이끌고, 떠나온 태성 놈들을 향해 도로 달려갔다.
“그만 좀 깝쳐라! 산드로!”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다리우스는 마침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잉-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마신검의 타이탄, 데이네스.
놈은 소환과 동시에 높게 점프해 내게 날듯이 다가왔다.
쿠웅!녀석의 간판 스킬이자 광역 넉백기인 절망의 울림.
그걸 뻔히 맞아줄 필욘 없었기에, 램보를 역소환하며 근처에 있던 아무 기사에게 그림자 밟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다리우스의 목표는 내가 아니었다.
“전부 다 안전지대로 후퇴해라! 이놈은 내가 끌고 간다!”
내가 피한 리프 어택에 레시아렐이 적중됐고, 어그로는 바로 데이네스로 옮겨진 것.
녀석은 그 직후 곧바로 천계 도시, 루네아가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하여간 웃긴 자식이라니까. 지가 먼저 마을 쪽을 향하면 남은 애들은 어쩌란 건지…….’
나름 길마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모양이었는데, 놈이 먼저 천사장을 끌고 도시로 향하다 보니 길드원들이 도망갈 동선이 한정됐다.
그렇다 보니 흩어져야 할 놈들이 도로 뭉치게 되었다.
“다들 최대한 뭉친 상태로 후퇴한다!”
부길마인 동키호테의 오더가 있었지만, 전투를 포기하고 도망을 택한 놈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속이 느린 힐러들은 내 최우선 먹잇감이 되었다.
“말도 안 돼. 우리 대태성이 고작 한 놈을 상대로 이렇게…….”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안전지대를 밟는 데 성공한 동키호테.
하지만 그의 곁에는, 성기사 같이 생존력이 높기만 한 탱커들만 남아있었다.
50여 명의 태성 정예들.
이제 막 천계에 입성한 그들을 상대로 난, 혼자서 무려 절반 이상을 지상으로 반송시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