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47화 (247/350)

247화 신석 (3)

[업적 ‘천계를 정화하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사라진 파티엘.

놈이 사라지자, 결계 앞은 금세 조용해졌다.

그리고 주변에서 하나둘씩, 그 고요함을 깨는 탄성을 터뜨렸다.

“와! 이 방법이 정말 먹히다니!”

“첫 트라이인데 한 명도 안 죽었어! 필드 보스를 상대로!”

“드로 이 자식은…… 진짜로 난 놈이라니까?”

사실 나도 이렇게나 완벽하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

만약 방금의 레이드 과정을 누군가가 지켜봤다면, 결코 ‘정상적’인 레이드였다고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버그를 쓴 건 아니잖아?’

떨어진 드랍 템을 주우면서도, 내 머릿속에선 연신 자기합리화가 이루어졌다.

그만큼 이번 레이드는, 일단 시도해보긴 하지만 성공 확률을 그렇게 높게 보고 시작했던 게 아니었다.

여러 우연들이 겹쳐야만 가능했던 일이라서.

“타비엘을 통한 어그로 리셋이 신의 한 수였다. 공간이동으로 어그로 대상이 사라졌는데도 레이드가 초기화되지 않았고…… 거기다 랜덤 타겟팅 보스도 아니었어. 여러모로 행운이 많이 따른 레이드였다.”

“뭐가 됐건 우리도 공짜로 죽인 건 아니잖습니까? 저희가 보유한 모든 타이탄의 소환 기회를 투자했고, 이게 먹히지 않았다면 자칫 전멸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했지요.”

총평하는 카이저 형님과 지옥불 형님.

기뻐하기보단 굳이 말이 많으신 걸 보면, 뭔가 찜찜한 면이 남아있는 기색이었다.

“너무 걱정들 하지 마세요. 최악의 경우, 보상 회수 정도밖에 더 있겠어요? 타연에 그런 전례는 없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희가 쓴 이 방법은, 어쩌면 지금이라서만 가능했던 방법이라서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거예요.”

“응?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테터리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게 우리밖에 없어서, 타비엘을 편하고 방해 없이 이용했잖아요. 이곳이 이 지역의 입구나 마찬가지인데, 나중에 유저들이 넘어올 때쯤이면 이런 식의 전투가 가능하겠어요?”

“……그렇구나. 정말 카이저 님의 말씀대로 행운이 많이 따른 레이드였어.”

“그렇다고 운만 따른 건 아니었죠. 그걸 다 계산했기에 서둘렀던 거니까요. 제게 천사장을 2마리 발견하셨다고 했잖아요. 나머지 하나도 저희가 잡으려면, 타이탄 재소환 쿨타임을 최대한 빨리 돌려야 했거든요.”

“뭐? 드로…… 넌 정말…….”

자주 있던 일이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지옥불 형님이 내게 감탄하신 듯했다.

굳이 형님께 매력을 어필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아저씨들, 언제까지 수다만 떠실 거예요? 드로 오빠, 뭐가 나왔는지 좀 공유해주세요. 넘넘 궁금해요!”

“뭐 아저씨?”

“왜요, 아저씨들 맞잖아요. 제 남친 포함!”

참다 참다 결국 끼어든 라푼젤.

하긴 나도 아직 템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해서, 얼른 공격대 채팅창에 링크를 걸어줬다.

[산드로: 필드 보스라 그런지 역시 짭짤하네요. <로파티엘(디바인)>, <대지모신의 수호 갑옷 상의(레전더리)>, <대지모신의 수호 갑옷 하의(레전더리)>, <대지모신의 수호 갑옷 견갑(레전더리)>, <천사장의 기도(레전더리)>]

이외 여러 잡다한 템도 드랍됐지만, 큼지막한 건 이게 전부였다.

마법사용으로 보이는 디바인 보옥, 로파티엘.

유일한 무기에다 디바인 템인 것을 보아, 타이탄이 소환되는 보상인 듯싶었다.

그리고 무려 레전더리 갑옷 세트 3피스가 한 번에 드랍됐다.

대충만 살펴봐도 필드 드랍템에다가 고레벨 지역이라 그런지, 레전더리 중에서도 최상급 옵션들이 달려있었다.

“최초의 법사용 디바인 무기이네? 이거 설마 마법사용 타이탄이 소환되는 거려나?”

“오, 진짜 그럴지도? 전사형 타이탄만 있으란 법도 없잖아!”

호들갑을 떠는 현중이었지만, 가능성 있는 추측이었다.

평타마저 범위 공격이었던 보스 몹 파티엘.

녀석처럼 마법사용 타이탄이 소환되어 광역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이제 막 본격화된 타이탄 간 전투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었다.

“어머, 이걸 정말 제가 가져도 되는 거야? 다들 괜찮으세요?”

“그럼요. 예전에 제가 말했잖아요. 저 혼자만 강해져봤자 의미 없다고요. 게다가 이 중에 누님 말고 누가 이걸 쓸 수 있겠어요. 저희가 템이나 팔자고 겜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이 디바인 템은…… 우리 길드의 유일한 마법사인 축볼 누님이 갖게 되었다.

물론 기파랑도 쓸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효율적이진 못했다.

“이거, 3피스 전부를 우리가 갖기엔 좀 미안한데…….”

“무슨 말씀이세요? 세트 아이템이잖아요. 세트 효과까지 붙어 있으니까, 당연히 한 분이 전부 착용해야죠!”

그 대가로 피닉스 측은 갑옷 세트를 가져가게 되었다.

피격 시마다 체력이 회복되는, 보기 드문 특수 효과가 붙어 있는 갑옷.

파티엘이 차고 있던 갑주와 비슷한 외형이라 눈부시게 화려한 이 갑옷은, 앞으로 지옥불 형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주리라.

“죄송합니다, 형님. 따로 못 챙겨드려서…….”

“무슨 그런 소리를! 네가 어떤 녀석인지 내가 잘 아는데…… 형이 이런 거로 섭섭해할 것 같냐? 나중에 필요한 게 나오면 말할 테니까, 그때나 잊지 말고 챙겨주면 된다.”

우리 버닝스타와 피닉스만 템을 챙겨서 서운할 수도 있었는데, 카이저 형님과 라푼젤은 그런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도리어 내가 미안해하는 게 싫으신지, 배려해주시느라 바빴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빈말이 아냐. 일단 새 업적도 얻어서 아무 소득도 없는 건 아니니까.”

“아…… 하긴 하늘 끝에 닿은 자는 C급에다가 누구나 얻을 수 있었으니 별 의미는 없었죠? 이번에 얻은 게 확실히 좋긴 하네요.”

[업적: 천계를 정화하는 자(A)]

* 천계를 잠식한 세력을 물리친 자들에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모든 능력치 +20)

* 심연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시, 추가 피해를 주게 됩니다. (모든 데미지 +10%)

파티엘을 처치하고 얻은, 제법 얻기 힘든 A급 업적.

스탯 증가도 좋은 편이었지만, 무엇보다 심연의 몬스터에게 추가 데미지를 주는 옵션이 무척 좋았다.

그간 시공의 틈새에서 폭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같은 효과가 붙어 있는 ‘심연과 조우한 자’ 업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업적까지 추가됐으니, 심연 몹들이 넘쳐나는 이곳 천계에서도 한층 더 빠른 폭업을 가능케 해줄 업적이었다.

‘나만 두 길을 걷는 자와 천문 개방자 업적을 얻긴 했지만…… 그것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업적이야.’

하지만 파티엘이 우리에게 준 업적은,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오, 다들 엔젤 슬레이어 업적은 확인해보셨어요? 천사장을 하나 더 잡았더니 경신됐는데요?”

“어? 정말이네?”

느닷없는 라챤이의 외침.

그에 업적창을 살펴보자, 타락 천사를 추가 소멸할수록 업그레이드된다고 적혀있던 대로 ‘엔젤 슬레이어’ 업적이 변해있었다.

올 스탯 증가가 15에서 20으로 늘어난 건 미미한 변화.

테터리욜만 있던 추가 출입 지역에,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된 건 큰 변화였다.

“이테른 지역은 뭐지? 누구 들어본 사람 있어?”

“없어요. 보나 마나 천계에 있는 다른 지역이겠죠.”

“오, 그럼 개꿀이잖아! 아직 테터리욜도 다 뒤져보기 전에 새 지역이라니!”

지역 간 이동을 직접 걸어서 할 수 있는 지상과 달리, 천계는 그런 식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아직 두 지역밖엔 겪어보지 못했지만, 분명 큰 날개들은 지상의 공간이동술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눈앞 결계 안의 NPC를 통하면 분명…….

“있다! 타비엘한테 이동 선택 지역이 추가됐어!”

“잠시만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제가 먼저 넘어가…….”

“드로 형님! 방금 생존기를 다 빼놓으신 분이 앞장을 서긴 왜 서요! 제가 가볼게요!”

내 말을 끊으며 말릴 새도 없이 타비엘을 통해 사라진 대탐이.

그 모습에 벙쪄 있는 사이, 녀석은 금방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안전합니다! 역시나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결계가 있고 저처럼 돌아올 수 있어요. 주변에 몹들도 안 보였고요!”

“그래? 그러면 안 가볼 이유가 없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지역이 늘어날수록 우리에겐 이득.

그러니 일단 방문해보는 걸 마다할 필욘 없었다.

그렇게 타비엘에게 말을 걸어, 일단 구경삼아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 봤다.

[천계 북부, 이테른에 도착했습니다.]

타비엘이 만든 작은 결계와 비슷한 공간.

심연의 안개를 힘겹게 막아내는 이 안에, 이제껏 봤던 큰 날개들과 비슷한 거대한 천사 하나가 서 있었다.

<이리아의 큰 날개 아시엘>

타연에서 정화를 담당하고 있는 물의 신, 이리아.

그 이름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이 누구와 연관된 곳인지 알법했다.

“루네아는 빛의 신 루이튼. 테터리욜은 땅의 신 텔로라. 이테른은 물의 신인 이리아의 지역이겠네요. 물론 지금은 죄다 침식당한 상태지만…….”

“그래. 앞으로 어떻게 스토리가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훨씬 더 앞서고 있는 건 확실해. 대충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상되고…….”

“네? 벌써요?”

“그래. 네가 링크해준 천사장의 기도. 아직 다들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걸 보니 대충 어떻게 흘러갈지 알겠더구나.”

[천사장의 기도(레전더리, 재료 아이템)]

* 천사장의 염원과 의지가 담긴 구슬입니다.

* 각종 무기나 방어구, 연금술에 사용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 침식된 신석을 회복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천사장의 기도에 적혀있는 설명.

카이저 형님이 말씀하신 건, 신석과 관련된 세 번째 내용인 듯싶었다.

“신석 회복 말씀하시는 거죠? 근데 두 분은 천계가 신석 쟁탈전으로 흘러갈 거라고 예상하지 않으셨어요?”

“그래, 그 생각엔 변함없다. 근데 드로야, 지금 한 번만 주변을 둘러볼래?”

“네? 왜요? 안개 때문에 뭐 보이는 게 없는데요……?”

“그래, 맞다. 죄다 침식된 상태지? 그러면 신석 또한, 일단은 침식으로부터 회복부터 해야 쟁탈이든 뭐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천계 콘텐츠의 첫 번째는 아마도 신석의 회복. 그로 인한 천계 도시들의 활성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걸 이룬 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겠지.”

짝짝짝!

형님의 설득력 있는 추측을 홀린 듯 듣고 있던 와중.

갑자기 작은 박수 소리가 들려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리가 결계 밖으로부터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역시 카이저 님이시네요. 항상 절 놀라게 하신다니까요?”

짙은 보라빛 커트의 중성적인 외모.

우리 앞에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는 운영자, 테오시스가 결계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운영자님……. 오랜만이군요.”

“다들 반갑습니다. 버닝스타 분들과 피닉스 분들의 연합이라니……. 항상 저희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엔, 여기 두 길드 분들이 계시네요!”

여느 때처럼 가벼워 보이는 말투와 행동.

하지만 그녀가 겉보기완 다른 사람이라는 건, 이미 몇 차례 만나면서 깨달은 지 오래였다.

“안녕하세요, 테오시스 님. 저도 반갑기는 한데, 여기엔 어쩐 일로……?”

“아, 산드로 님. 천계가 갑자기 오픈돼서 전 직원들이 한창 바쁜 상황이랍니다. 한데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렇게 파티엘을 벌써 레이드하셨다니……. PK만 하시는 걸 보고 떠났는데, 진짜 대단하세요.”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럴 수는 없죠. 루네아 지역도 아닌 테터리욜 지역의 천사장이 벌써 잡히다니요? 심지어 이곳 이테른 지역 몹들의 평균 레벨은 450 이상이거든요? 아직 대다수가 300레벨대를 못 벗어나신 여러분들이…… 벌써 올 곳은 아니라고요?”

염려하긴 했지만 역시나였나.

동료들도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내 강행으로 갑자기 이루어진 레이드.

꼼수라고 말하기엔 뭔가 양심이 찔리는 방법으로 성공했지만, 그건 운영자가 잠시 한눈을 판 덕에 이루어졌던 모양이다.

즉 다시 말해, 테오시스가 쭉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면 도중에 중지되었을 레이드였다.

“그래도 버그를 쓴 건 아니잖아요?”

“맞는 말씀이지만, 허용될 플레이도 아니었답니다. 물론 이미 끝난 레이드니까 저희 측에서도 부정하진 못하죠. 그저 이곳에 넘어오는 것만큼은 자제를 부탁드리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답니다.”

하지만 역시나 유저 친화적인 일루전의 정책답게, 레이드를 무르기 위해 나타난 건 아니었다.

테오시스.

그녀는 우리만의 사적인 이유가 아닌 공적인 이유로, 우리에게 간곡히 부탁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럼 그것만 부탁하시려고 모습을 드러내신 거세요?”

“네? 아 네, 맞습니다. 산드로 님.”

“아무리 천계 오픈 당일이라곤 해도……. 저희를 쭉 지켜보고 있었다니, 참 한가하시네요.”

“……네?”

내가 차갑게 반응하자 뭔가 놀라는 기색인 테오시스.

하지만 나로선 이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오랜만에 찾아온 이유가, 고작 이거란 사실이 너무 실망스러웠으니까!

-제 이름을 걸고, 이번 일은 최대한 공정하고 은밀하게 추적해서 조사하겠습니다.

마지막 만남 당시, 내게 이오네스의 부정을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던 그녀.

하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난…….

최근 그녀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강지환 씨는 이오네스인 배혁진 총괄 디렉터를 의심하고 계셨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분이 장현수 부사장의 후임을 맡게 된 것도 뭔가 의심스럽거든요.

-흐음…… 흥미로운 얘기군요.

-네?

며칠 전, 로만 전자 측과 계약하기 위해 만났던 오프라인 만남.

그곳에서 만난 관우, 서제욱은 내게 놀라운 말을 전해주었다.

-저희 측에서는 유력한 용의자로…… 테오시스인 성지애 씨, 그분을 의심하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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