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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258화 (258/350)

258화 대격변 (4)

[산드로: 인원들이 조금만 더 넘어올 때까지, 다들 조금만 대기하겠습니다!]

[국선: 넵! 화랑 거의 완료됐습니다!]

[유머스트다이: 피스메이커도 다 넘어와 갑니다!]

[두바이: 리버스 나이츠 총 4대, 준비됐습니다!]

아무래도 공격하는 입장이다 보니, 인원이 상당히 빠르게 넘어왔다.

우리 삼인방이 방금 죽인 적의 비행 펫이 제법 많았는지, 마을 상공만큼은 우리 피닉스 라인의 길드 마크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렇게 차츰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하늘을 먼저 메꾸듯이 떠 있자, 적들도 쉽게 날아오를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오직 단 하루. 이 전략이 처음 등장한 오늘만 먹힐 만한 전략이야. 그러니까…… 되도록 많은 성을 차지한다!’

천 여기가 넘는 원딜러 페가수스 부대들.

그것도 중첩으로 받은 신의 가호 때문에, 그 숫자를 배는 웃돌 만큼 강해져 있는 비행 부대였다.

그들의 원거리 포격으로 오직 오벨리스크만 노린다.

타연에 처음으로 등장한 전략.

덕분에 지금까지는 나의 이런 전략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실 기존의 수성법으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이 전략에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었다.

길게 소모전 할 필요가 없으니 최소한의 죽음과 자원 소모로 성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공성에 참여한 병력들이, 점령 성공 후 곧바로 다른 곳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 두 번째였다.

성 하나를 수성하는 데는 제법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한다.

내성문과 성벽뿐만 아니라 오벨리스크에도 미리 진형을 갖춘 채 방어해야만 했으니까.

그러니 수성하는 입장에서는 쉽사리 병력을 빼서 공격당하는 다른 성을 지원해 줄 수 없었다.

따라서 이론상.

우리 병력만 소모되지 않는다면, 한 시간 동안 열 개 성의 공격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준비한 비행 부대였다.

[산드로: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이번 성은 넥스트가 차지해야 하니까 내성문부터 차근차근 뚫으면서 들어가겠습니다. 그동안 페가수스가 절대 격추당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넥스트도 오벨리스크에 도착할 때까지 병력을 최대한 보호해 주시고요!]

[검객: 알겠습니다! 사실 긴가민가했었는데, 분위기를 봐선 정말 성공할 것 같군요!]

[산드로: 저희 라인을 선택하신 걸,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넥스트의 길드 마스터, 검객.

희귀 아이디를 자랑하는 그는, 사실 타연을 오래 해왔지만 막상 길드를 창설하고 본격적으로 키운 지는 오래되지 않은 유저였다.

따라서 중립으로만 남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뒤늦게 뛰어들기엔 세력 차이가 너무 나는 상황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망설이며 때만 기다리던 그의 마음을 캐치한 것이 바로 지옥불 형님이었다.

[산드로: 자, 그럼 출발!]

금세 마을 안의 적들과 비슷한 숫자가 되었다.

대략 잡아도 족히 2천은 넘을법한 숫자.

하지만 적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이들은 전부 뜨내기나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정예 병력은, 이미 중요한 성을 지키고 있거나 우리 측을 공격하는 공성 멤버에 껴있을 테니까.

그러니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모든 병력의 동시 전진을 명령했다.

“크아악!”

“나가지 마! 대체 이게 무슨 경우야!”

적들도 그런 우리에게 제동을 걸기 위해 함께 밖으로 나왔지만…….

하늘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광역 마법에 눈 녹듯이 사라질 뿐이었다.

“크하핫! 이래서 전쟁은, 하늘부터 제압해야 하는 법이었구먼!”

근처에서 들리는 유머스트다이의 호쾌한 웃음소리.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시야에 보이는 유저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적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길 주저하는 겁을 먹은 모습.

하지만 우리 편은, 죽을 걱정 따윈 추호도 하지 않은 듯 신나게 함성을 지르며 끝없이 달려나갔다.

‘사기가 오를 만큼 올랐다!’

거듭된 연승과 성과에, 우리 측 병력의 분위기 또한 물이 올랐다.

이번 공성 전략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왜 남이 획득한 페가수스 깃털을 양도받는지 몰랐던 원딜러들.

오늘 공성에서 태성의 성들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들이라고 염려되지 않았을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료들보다 한 대라도 더 유효타를 먹이려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삼 전쟁에서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실감 났다.

길지도 않았다.

딱 1분쯤.

그 정도만 마을 입구에서 튀어나오는 태성 놈들을 포격하자, 놈들의 기세는 금세 사그라졌다.

반대로 우리 지상 병력들은, 그새 최고 속력으로 전진해서 마을을 거진 다 빠져나갔다.

[산드로: 바로 내성문을 칠 테니까, 비행 부대와 타이탄은 내성문 상공으로 집결해 주세요!]

[두바이: 네!]

총 1천 여기의 비행 부대를 통솔하는 피닉스의 부길마, 두바이.

그의 지시에, 마을 위에서 포격을 날리던 페가수스 부대가 순식간에 내성문으로 날아왔다.

지상과 달리, 비행 펫만의 빠른 기동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산드로: 자,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전부 강하!]

슈슈슛!

이번엔 대답 소리도 없었다.

그저 페가수스 무리에서 조용히 몇몇이 떨어져나와, 추락하듯 강하했을 뿐.

그마저도 금세 적들의 원거리 공격에 격추당해 페가수스들은 빛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은 곧바로, 더욱 큰 빛에 휩싸이게 되었으니까.

“레벤다스 소환!”

“리버스 나이츠 소환!”

쿠쿵쿵쿵쿵!

내성문 앞을 반원으로 바리케이드 친 태성의 군대.

그 한복판 위로 총 5대의 타이탄이 포탄처럼 떨어졌다.

그리고는 즉각 무기를 넓게 휘두르며, 특유의 긴 리치를 활용한 멀티 히트를 먹이기 시작했다.

“티에스 나이츠 소환!”

“신화 나이츠 소환!”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을 리는 만무.

적들 또한 타이탄 3기를 소환해 우리 측 타이탄의 공격을 막아섰다.

이런 곳에도 타이탄 라이더가 있는 걸 보면, 확실히 한 달 사이 새롭게 제작된 타이탄의 숫자가 제법 많은 모양이었다.

“전부 점사!”

하지만 의미 없었다.

괜히 전쟁에서 제공권(制空權)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게 아닌 법.

타이탄은 유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탓에, 원딜러들의 일점사는 그만큼 집중되기 쉬웠다.

퍼퍼펑!

굳이 내가 지상에 내려갈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환됐던 적의 솔저급 타이탄들은 순식간에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두바이: 2기 파괴! 나머지도 오래 못 버팁니다!]

물론 우리 측 타이탄도 적들의 원딜러에 노출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일부러 현중이가 투입된 것이었다.

나이트급이자 방어에 특화된 타이탄, 레벤다스.

녀석이 버티며 적의 바리케이드를 흩트리는 동안, 지상의 병력과 공중의 병력은 순삭해버린 타이탄의 다음 타겟으로 성벽의 원딜러들을 공격했다.

“으악! 살려줘!”

“우리 편 탱커는 뭐 하고 있는 거야! 이걸 못 버텨?”

“네가 버텨봐! 이게 버텨지나!”

우리의 타겟팅은 점점 집중되는 반면, 적 원딜러들의 타겟팅은 계속 흐트러졌다.

탱커들 대신 자신들을 향해 위아래에서 공격이 집중되니, 오더가 아무 소용도 없는 상황.

그렇다 보니 적의 병력은 계속 줄어만 갔는데, 우리 측은 거의 멀쩡하다시피 할 정도로 피해가 없었다.

번쩍!

결국 빛과 함께 사라진 레벤다스.

하지만 그림자 밟기를 활용해 타겟팅에서 벗어난 현중이는, 순식간에 우리 측 병력으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계속 공격당하던 적의 근접 딜러들이 급속도로 줄어들더니, 마침내 내성문 앞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제 성문 공격!”

나의 외침과 함께 전진하는 화랑과 피스메이커, 흑풍단…….

그리고, 넥스트 길드원들.

비록 타이탄이 소모되긴 했지만,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성문은 손쉽게 뚫리고 말았다.

성벽 위 또한 이미 끊임없이 이어진 포격에 클리어된 상황.

지상 병력은 하늘의 비행 부대와 발맞춰 오벨리스크로 전진했고.

익숙한 피넬리 주성 앞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 앞까지 순식간에 당도했다.

‘역시 버릴 수 없는 성이다…… 이건가?’

오벨리스크를 둘러싼 정사각형의 바리케이드.

그 안을 꽉꽉 채운 병력만도 얼추 천 명이 훌쩍 넘어 보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비행 포격 부대가 있었으니, 시간이 소요될 뿐 오벨리스크를 무너뜨리지 못할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두바이: 다들 오른쪽 상공을 봐 주세요! 적의 비행 부대 출현입니다!]

그 순간.

제법 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 갈래로 넓게 펼쳐진 하얀 날개.

대략 봐도 3백 기는 넘어가는 대규모의 페가수스 부대였다.

“드로 형님, 보이세요? 제독이에요.”

“어? 정말?”

“네.”

그에 뒤에 타 있는 라챤이가 이글 아이로 누군지를 알려줬다.

이미 진작부터 백 기가 넘는 페가수스 부대를 완성했던 올림푸스의 제독.

다른 곳을 수성하고 있을 거로 생각한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아마도 피넬리 외성 마을이 아니라, 인근의 다른 마을로 이동한 다음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아무리 놈들 대부분이 근접 페가수스라 해도, 숫자가 너무 많아. 이러면…… 속전속결이다!’

빠르게 진행해왔지만 아직 남은 공성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니 우리 비행 부대를 이곳에서 소진할 수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판단을 마친 나는, 곧바로 오더를 내렸다.

[산드로: 적의 페가수스 부대가 붙기 전에 공성을 끝내겠습니다. 비행 부대는 적의 바리케이드는 무시하고 오벨리스크만 포격하세요! 나머지 지상 병력은 바리케이드에 붙고, 넥스트는 지금부터 오벨리스크만 칩니다! 혼전을 유도하세요!]

[검객: 넵!]

[두바이: 넵!]

아무리 페가수스의 체력이 적더라도, 3백 기나 붙는다면 우리 측 피해가 없을 수가 없다.

특히 마음 편히 공격만 하던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공격 당하다 보면 타겟팅이 자연스레 분산될 수 있었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다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오벨리스크를 파괴하는 게 정답이었다.

오벨리스크를 무너뜨려 성을 점령하게 되면, 놈들이 어렵게 우리 측에 붙더라도 곧 마을로 튕겨나게 될 테니까!

“라챤아, 당당아! 둘 다 죽지 마라!”

“네!”

“넵!”

우리 측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제독의 부대를 늦춰야 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난 이 전쟁의 사령관이면서, 타연 속 최강자이기도 했으니까!

“와아아아!”

“성을 내놔라!”

죽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하는 지상의 부대들.

그 풍경을 밑에 두고, 훼라리의 머리를 제독의 부대로 향했다.

휘휙! 휙! 휙!

바로 수십 개씩 날아오는 화살들.

하지만 근접 딜러들이 스위칭해서 날린 공격이기에 전혀 무섭지 않았다.

[몬스터 라이딩!]

그렇게 놈들 부대와 맞부딪히는 순간!

훼라리를 가속시켜 놈들 한복판을 관통하겠다는 듯이 돌격해 들어갔다.

“여길 혼자 오다니, 미쳤구나!”

“무시하고 전진! 놈들 페가수스부터 잡는 게 우선이다!”

반응은 두 가지.

혼자서 3백 기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이는 나를 무시하고 계속 날아가려 했고.

나와 직접 맞부딪힌 놈들은 곧바로 무기를 검으로 바꾸고 공격해왔다.

사실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오는 건 당연한 본능이었다.

그저 내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상태라는 걸 잊은 것이 잘못이었을 뿐.

파지지직!돌격과 동시에 활성화시킨 라이트닝 배리어.

그를 모르고 공격했던 놈들은 전부 예외 없이 감전에 빠졌다.

나는 라챤이와 당당이를 태운 훼라리는 그대로 날려 보내고, 감전에 빠진 적에게로 점프해 올라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늘 위에서 칼춤을 추었다.

적의 페가수스 사이사이를 날듯이 이동해가며!

“크헉! 라배 뭐야!”

“무조건 감전이니 놈을 치지 마라! 모두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근 십 여기가 감전당해 잠시 주춤거린 제독의 부대.

하지만 제독의 오더에 날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8성 라이트닝 배리어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근처에만 있어도 확률적으로 감전에 빠뜨린다는 것이었다.

“윽!”

“또 감전이야!”

뭉쳐서 이동하던 놈들 한복판에 뛰어든 상황.

그렇다 보니 근 1초마다 한 명씩 감전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주춤대는 놈들의 페가수스는, 나의 공격 한두 방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가 없지. 난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

아직 제독은 테크트리를 바꾼 나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십여 명이 낙사로 리타이어되자, 결국 그가 뒤돌아봤다.

“산드로 너…… 제법 머리를 썼다만, 정말 우리를 상대로 이런 게 소용 있을 것 같냐!”

“…….”

“대답해라!”

“…….”

어느덧 전진하는 것도 잊은 채 계속 말을 걸어오는 제독.

하지만 난 그럴 마음은 없었지만, 대꾸할 수 있는 시간도 없는 상태였다.

피픽! 픽! 픽!

제법 거리를 띄운 채 훼라리에서 원딜을 날리는 당당이와 라챤이.

덕분에 전진을 멈춘 제독의 페가수스 부대는 계속해서 하나둘씩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익! 호의를 이딴 식으로 갚다니!”

도대체 무슨 호의를 베풀었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제법 시간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그 결과.

[피넬리 성의 오벨리스크가 점령당해 공성전이 종료됩니다.]

……………………

슈슝!

“와, 베스트 타이밍이었다!”

다시금 마을로 튕겨난 우리.

혼전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다행히 성은 계획했던 대로 넥스트의 차지로 돌아갔다.

제독의 부대가 멈칫대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비행 부대도 제법 상당한 피해를 입을뻔한 순간이었다.

“드로야. 이쯤 했으면 됐다……. 이제 그만하고 멈춰라.”

그리고 그 순간.

함께 마을로 쫓겨난 적의 부대 중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

공교롭게도 인근으로 함께 튕겨난 올림푸스이자 신화국의 수장, 제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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