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급성장 (1)
“참, 이걸 다리우스한테 고마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응? 뭐가 또?”
“우리가 이렇게 뭉쳐서 살게 된 거 말야. 은근히 재밌지 않냐? 사실 맨날 너랑만 보고 사느라 지겨워 미치는 줄 알았는데.”
“어쭈? 그게 아니겠지. 인마, 그냥 솔직하게 말해라.”
“내가 뭘?”
“축볼 누나랑 자주 보게 돼서 좋은 거라고.”
“큽. 누, 누나가 왜!”
“그냥 좋으면 좋다 그래. 주변 사람들이 계속 모르고 있는 척해주는 것도 이젠 힘들다.”
“뭐야? 설마 다 눈치챘단 말이야?”
“그럼 그걸 모르겠냐? 그렇게 티를 냈는데?”
박태후가 다녀간 후, 우리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공실이었던 집을 초고속으로 계약하고, 극비리에 연석이와 연우가 이사 왔다.
한데 그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다.
-어차피 이사 가는 거면, 나도 함께 살아도 될까? 한 사람이라도 많을수록 더 안전할 거 아냐?
-어머 정말요? 언니가 와주시면 저야 좋죠!
-진짜지? 와, 나 이거 너무 잼있을 것 같아! 항상 게임 끝내고 캡슐에서 혼자 나올 때마다, 넘넘 외로웠거든! 가만! 태규 오빠까지 들어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지환아, 너희 집에 한 명 더 들어가도 괜찮지 않아?
-네? 저희 집요? 흐음…… 방이 3개라 가능할 것 같긴 한데요…….
-됐네 그럼! 우리 태규 오빠도 꼬시자! 테라팰리스를 완전 버닝스타 사무실로 만드는 거야!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일까?
예전에 현중이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저들이라고 표현했던 게 이제야 실감 났다.
박태후의 과거 행적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는데도, 연우는 물론 축볼 누님까지도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긴 두 분 다 보통 금수저가 아니셨죠? 무려 집안에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까지 계시는데!
-금수저는 무슨……. 말했었잖아, 우리가 괜히 세인트가 아니었다고. 게임 속 일 가지고 현실에서도 이렇게 지저분하게 구는 줄 알았다면, 우리도 그렇게 해산은 안 했을 거야.
뜬금없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먼저 부탁해도 모자랄 제안이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동거하게 되면, 더더욱 우리를 건들 생각 따윈 못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축볼 누님은 연우네 집에, 축빙 형님은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되었다.
이사 오며 우스갯소리로 했던, 나중에 캡슐방이 될지도 모르겠단 얘기가 반쯤 현실이 된 것이다.
“벌써 루네아에서 복귀하는 거냐?”
공간이동 전용 천사, 타비엘까지 마중 나온 현중이와 함께 휴식 중인 파티에 도착했다.
그러자 앉아계시던 축빙 형님이 일어서서 반겼다.
“네, 축빙 형님. 이제 천계엔 태성 마크가 보이질 않네요. 이참에 저도 레벨업이나 실컷 하죠, 뭐.”
“그래 잘 생각했다. 우리가 가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당장 꿀 빨 수 있을 때 최대한 빨아 둬야지.”
“맞아요. 이 가호 여부로, 유저들 간에도 레벨 차이가 엄청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천계의 첫 관문 루네아 지역.
매일 몇 차례나 그곳에 들러 태성 놈들을 통제한 지도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그 효과로, 이제는 놈들이 천계 필드엔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다.
모두 최고레벨에 정상급 장비, 그리고 3중첩 신의 가호로 무장한 내가, 특수한 필드 조건을 활용해 이룩한 업적이었다.
또한 하필이면 발견된 하나뿐인 인던도 안전지대 밖 필드에 존재했다.
그래서 태성 라인은, 천계 콘텐츠만큼은 일반 고레벨 유저들보다도 훨씬 뒤처져있었다.
“금방 왔네?”
“축볼 누나, 다들 레벨업은 많이 했어요?”
“그럼! 아마 오늘 저녁이면 현중이도 400렙 찍을걸? 미리 축하축하!”
“오! 그래요? 야, 너 398렙 아니었나?”
“내가 너처럼 어비스 수치를 모아만 뒀지 한 번도 바꾸질 않았잖아. 이따 저녁에 천계 내려가서 바꾸면, 바로 400렙 찍고 성기사 랭킹도 1위로 경신될걸? 그러니 앞으론 나한테 야야 거리지 좀 마라. 이제 그렇게 함부로 대할 분이 아니시니까.”
“히야, 이 자식이 성기사 최초 전직자라니……. 진짜 게임 오래 하고 볼 일이다.”
“크하하핫! 이제 산드로의 시대가 가고, 나의 시대가 오는 거지!”
현존하는 최고 레벨의 가장 강한 몹들이 몰려다니는 천계 필드.
남들은 10인 파티로도 힘들 사냥터를 우리 길드는 두 팀으로 쪼개서 사냥 중이었다.
심지어 나는, 공성전이 있기 전부터 가끔 사냥할 틈이 나면 혼자 솔플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중이네 파티를 찾아왔다.
접속하자마자 루네아부터 한 바퀴 돌고 온 동안, 맡겨둔 사냥 파트너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오빠, 다시 사냥 가요?”
“어. 파티 탈퇴하고 나한테 요청 걸어. 이번엔 어제보다 좀만 더 빡세게 돌아보자!”
“네? 네에.”
기존의 태성 길드 마크 대신, 로만 전자의 로고를 달고 있는…….
며칠 전 우리 길드로 넘어오게 된 연우였다.
-네? 탈퇴하자마자 바로 오빠네 길드에 가입하라고요?
-뭐 나중에 가입할 필요 있어?
-그래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요……. 제가 아니라 절 데리고 간 오빠를요.
-빼갔는지 스파이를 복귀시킨 건지, 맘대로 생각하라고 해. 아무튼 넌 빨리 와야 해. 함께 천계에 올라갈 거거든.
-왜요? 가봤자 제가 별로 도움 될 것도 없을 텐데요…….
-그러니까 도움이 되도록 얼른 레벨업부터 시켜줘야지. 원래 우리 길드 컨셉은…… 전원 랭커 길드였거든!
연우의 직업은 기사.
그것도 방패 테크트리 위주로 키운 전형적인 탱커였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연우는 파티 플레이가 아니라면 솔플로는 레벨업하기 힘든 캐릭이라는 뜻이었다.
이미 타연 정상급 레벨을 자랑하게 된 우리 길드원들.
연우 또한 랭커급에 가까운 고레벨이었지만, 그래도 10레벨 정도 뒤처져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내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직접 일대일로 초고속 버스를 태워주기로!
“그럼 형님 누님들, 이만 연우 데려갈게요!”
“오, 또 데이트하러 가는 거야?”
“내가 그딴 소리 하지 말랬지?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야! 몹들이 미친 듯이 많아서, 말 한마디 못 하고 사냥만 하는데!”
“네 네. 암 그러시겠죠. 아무튼 수고해라! 연우도!”
“네, 축굴 오빠!”
[연우가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
짓궂게 장난치는 현중이를 뒤로하고, 2인 파티를 결성한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심연 몬스터들이, 선 어그로에 끌려 하나둘씩 다가왔다.
“연우야, 스위칭 해.”
“네!”
연우는 곧바로 차고 있던 검방을 집어넣고 활로 바꿔 찼다.
옅은 녹빛의 뼈 재질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진 외관.
다름 아닌 드라코닉 보우였다.
그간 라챤이가 갖고 있던 여분의 하나를, 아낌없이 친누나에게 넘긴 것이었다.
“간다!”
슈욱! 슈욱!
먼저 쏘아진 화살을 따라, 다가온 심연의 파편 덩어리에게 달려들었다.
[라이트닝 배리어!]
선공한 연우에게 이동하던 녀석은, 활성화된 뇌전 공격에 당해 뒤돌아봤고.
[태세 전환!]
[재빠른 몸놀림!]
“프흑!”
눈 깜짝할 사이에 연속 공격에 당해 묘한 신음소리를 터뜨렸다.
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휘두르던 검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심연의 파편 덩어리로부터 2,335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심연의 파편 덩어리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심연의 파편 덩어리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
이곳에 단둘, 그것도 사제는커녕 성기사도 없이 온 이유.
사실 난 이곳 천계의 보스 몹이라면 몰라도, 사냥터에서 딱히 힐링 보조가 필요하지 않았다.
마쉴 테크의 마나 흡수에 버금갈 정도로, 현 스펙의 전투 유지력 또한 기가 막히게 뛰어났던 것이다.
쿵!
“벌써 하나 잡은 거예요? 진짜 다른 파티에 있다가 오빠랑 같이 사냥하면,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니까요? 방금까지 5인 파티로도 이것보다 두 배는 더 오래 걸린 몹이란 말예요!”
“뭘 새삼스레 또 그래? 바로 다음 놈으로 부탁할게!”
“네!”
일단 기존엔 전혀 써먹지 못했던 효과를, 테크트리를 바꿈으로써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자연 회복’.
불굴의 용맹함 효과를 발동시키기 위해 늘 무게 게이지를 무겁게 다녔던 과거.
덕분에 난 이 자연 회복을 전혀 써먹지 못하고 봉인한 채 살았다.
하지만 온갖 고스펙 아이템과 업적 효과, 신의 가호까지 받게 된 지금.
현재 내 1초당 HP의 자연 회복 수준은 무려 800포인트를 넘어서고 있었다.
회피를 뚫은 몇몇 공격에 노출되어도, 조금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풀피가 돼 있을 정도로 사기적인 회복력!
마나 또한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스킬을 자제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온갖 스킬들을 펑펑 쏟아내며 사냥할 수 있었다.
여기에 로브를 버리고 가죽 갑옷을 택한 것과 루비 반지를 통한 체력 흡수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업적으로 인한 심연 몬스터 추가 데미지.
거기에 대부분이 대형 몬스터라 용살검의 미친 뻥 데미지까지 먹이다 보니, 내게 천계는 레벨업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슈욱! 슈욱!
“오빠 또 끌고 왔어요!”
“어, 알았어!”
본인이 짐이 되고 있단 생각에, 한 시도 쉬지 않고 화살을 날리는 연우.
나도 처음엔 방패 기사라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줄 알았는데, 웬걸?
방해는커녕, 미묘하지만 오히려 혼자 사냥하는 것보다 레벨업이 조금 더 빨랐다.
‘타이밍 딱 맞고!’
줄곧 탱커를 오래 해온 덕분에, 최정상급 풀링 센스를 보여줬던 것이다.
내가 몹 하나를 잡고 있으면, 어느새 다음 몬스터를 물색해 공격이 귀신같이 끊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것도 정확한 데미지 계산으로, 절대 다대일 상황에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
각종 어그로 스킬들을 갖고 있는 실력 좋은 탱커.
거기다 가뜩이나 사정거리가 긴 드라코닉 보우까지 장착하자, 최고의 몹몰이꾼이 탄생한 것이다.
“그다음 녀석은 왼쪽이에요!”
“그래!”
이곳 테터리욜은 아직 우리 길드원과 소수의 피닉스 길드원들만 사냥하는 필드.
간만에 완벽한 파티 플레이가 주는 참 재미를 느끼면서, 우리는 쉬지 않고 사냥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 * *
“오빠, 우리 이제 조금만 쉴래요?”
“아, 그럴까? 힘들었지?”
“진짜 대단하네요……. 저도 어지간하면 멈추잔 말 먼저 안 꺼내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사냥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
“하긴 가상현실 게임에서 이 정도로 플레이하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 사냥.
계속 근접 전투를 벌인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연신 몹을 찾고 활을 당기느라 지쳤는지 연우가 휴식을 요청했다.
“드문 게 아니라 처음 본다고요! 무슨 2시간을, 단 1초도 안 쉬고 검만 휘두르실 수 있어요? 그동안 쭉 이런 식으로 사냥해 오신 거예요?”
“그럼! 신검을 줍고 나서는 늘 이래왔는걸? 물론 요즘은 공속과 이속이 워낙 빨라져서, 예전보다 훨씬 더 피곤해졌긴 하지만…….”
“진짜 오빠는 괴물이에요 괴물. 열심히 하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역시 괜히 랭킹 1위가 된 게 아니네요.”
“갑자기 웬 비행기야?”
사냥이 지쳐서 쉬자고 한 줄 알았는데, 수다가 떨고 싶어 그랬나?
바로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질문해오는 연우가, 귀찮기보다는 신기했다.
“아니…… 오빠한테 버스 타다 보니 죄송한 생각이 들어서요. 평소에 열심히 한다고 해왔는데, 제 자기만족이었나 싶어요. 오빠처럼 열심히 했다면, 제가 지금 이렇게 민폐 끼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민폐는 무슨. 내가 오히려 너한테 신세를 많이 졌으면 졌지. 갑자기 집을 나오게 만든 것도 그렇고.”
“나온 건 오히려 잘한 일 같지 않아요? 집에 있을 땐 그래도 눈치가 보여서 조금은 쉬엄쉬엄했는데, 이제는 마음껏 집중할 수도 있는 걸요? 아무튼 전 지금까지 지석 오빠가 가장 존경스러운 유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오빠가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응? 내가 무슨……. 지옥불 형님한테 비하면 난 아무 것도 아니지.”
형님의 게임 커리어나 컨트롤, 리더쉽과 별개로…….
자신의 마신검을 뒤통수 친 히든캬드를 벌써 용서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에요. 기억하세요? 저번에 만났을 때 오빠가 건국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던 거. 근데 그것도 벌써 이루셨잖아요! 전 최소 몇 년은 걸릴 거라 생각하고 말했던 건데요!”
“아…… 맞다. 네가 그런 말을 했었지?”
태성이란 목표 외에도 다른 이정표를 제시해 줬던 사람.
내게 그 가능성을 처음으로 말해 줬던 게 바로 연우였다.
길드를 성장시키고 이렇게 건국하게 된 이면에는, 어쩌면 연우가 했던 말이 무의식중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오빠, 그 약속은 언제 지키실 거예요? 제가 레벤다스를 스틸하실 수 있게 도와드렸을 때 했던 약속이요.”
“어? 아하, 타이탄?”
“네! 제가 타이탄 라이더가 되고 싶다고 진작부터 말했었잖아요! 태성에 있을 땐 전부 자기네 간부들만 챙겨주느라, 제 차례는 올 수도 없었단 말예요.”
“그거라면 문제없어. 조만간 타이탄을 하나 뽑을 수 있을 것 같거든.”
“네? 아하, 국가 제작 타이탄이요?”
핑크래빗을 통해 진행 중인 타이탄 제작 연구.
파괴된 타이탄 정수의 조각의 정체는 제작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보조 템이었다.
개수를 많이 투입하면 할수록 더욱 빨리 완성되는 시스템.
아쉽게도 첫 도전은 실패가 뜨고 말았지만, 다시 조각을 투입해 지금도 새로운 하나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완성되면 너한테 제일 먼저 줄게. 우리 ‘프리덤 나이츠’를.”
“와! 진짜죠? 약속이에요!”
“그럼. 네가 나한테 해준 게 얼만데…….”
원래는 다음 차례로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지만, 연우가 버닝스타에 가입한 이상 최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길드에 끼친 공헌도를 따져보면, 그녀를 따라올 만한 길드원도 없었으니까.
“그럼 다시 사냥해 볼까?”
“벌써요? 에휴, 알겠어요. 근데 여긴 대체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되려는 걸까요? 이렇게나 사냥을 많이 했는데도 별 진척이 없으니.”
“일단 필드 보스들부터 다 잡고 계속 몹들을 사냥하다 보면, 뭔가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필드 몹들은 잡을 만큼 잡지 않았어요? 오빠. 만에 하나인데…… 혹시 이곳에는 단서가 없는 게 아닐까요?”
몸을 일으켜 다시 몹을 찾아 이동하려는 찰나.
연우가 색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그게 무슨 소리니?”
“천계 콘텐츠라고 천계에서만 진행되는 건 편견 같아서요. 게임은 다 유기적으로 만들어지는 법이잖아요…….”
“흐음?”
“그러니까 제 말은, 천계에 급하게 올라오느라 저희가 지상에 놓친 게 있지 않을까 싶다는 거예요.”
“……!”
“가령 제국이나, 세계수가 있던 생명의 숲 같은 필드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