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73화 (273/350)

273화 급성장 (4)

“꿈틀이 님!”

“아! 오셨어요?”

두 손을 바삐 움직이느라 고개만 돌려 인사하는 그.

50미터도 넘을 것 같은 절벽 한가운데 매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고산지대의 산양 같아 보였다.

일행 중 대도 부츠를 갖고 있는 건 나 혼자뿐.

성큼성큼 절벽을 걸어 위로 올라가자, 채집에 성공한 꿈틀이가 허리를 펴며 반겨줬다.

“일찍 오셨네요?”

“궁금하게 하시니 바로 올 수밖에 없었죠.”

“하하! 그래요? 그래도 미리 말하면 재미없잖아요.”

최초로 천계에 오른 멤버 중 한 명 꿈틀이.

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예상보다 황폐했고 볼품없었다.

온통 심연에 잠식된 안개투성인 곳에 기대했던 신규 채집물은 찾아 볼 수 없었고…….

그 결과 꿈틀이는 다시 생명의 숲에 내려와 채집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이곳 또한 오픈된 지 얼마 안 된 신규 필드인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대체 뭐였는데 그러세요?”

“아, 여기는 아니고…… 좀 더 들어가야 하니깐 이동할까요?”

“엇! 끝까지?”

“헤헤!”

나란히 절벽에서 내려온 꿈틀이는 라챤이, 현중이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를 계곡의 더욱 깊숙한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나저나 대도 부츠는 언제 구하신 거세요?”

“이거요? 덕분에 알바마스터 님과 친해지게 돼서, 구매를 부탁드려 놨었어요. 다행히 매물이 나오자마자 구할 수 있었죠.”

“아하? 저희 아베르 성에서 구하신 거였네요? 그건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건데, 저도 모르게 착용 중이셔서 놀랐네요.”

“장사꾼 중에 알바 님만큼 능력있고 믿을만한 분이 별로 없더라고요. 다른 곳보다 매매 수수료가 싸기도 하고요. 요즘엔 워낙 호박 마켓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그런지, 매물도 엄청 잘 들어오더라고요. 저도 비싼 채집물은 호박 분들한테 판매해요.”

“오, 그래요?”

“그럼요. 더군다나 최근엔 제작 공방들도 활성화돼서 아베르 성이 유저 간 거래의 성지 취급을 받고 있어요. 세금을 걷지 않는다고 했을 땐 잉? 했었는데…… 역시 산드로 님이시구나 했네요.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신 거세요?”

갑작스럽게 내 칭찬을 늘어놓는 꿈틀이.

안 그래도 최근엔, 로낙쏜에만 머물던 유명 대장장이 장인이 성안에 공방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알바마스터도 그렇고 눈앞의 꿈틀이도 그렇고.

판을 깔아두니 타연의 굵직한 유저들이 알아서 모여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아베르 성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성장 중인 것이다.

“저도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이 게임의 매력이잖아요? 현실과 달리 타연에서는,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있으니까요. 저나 꿈들이 님처럼요.”

“맞아요. 우연히 산드로 님과 만났던 게 제 타연 인생을 바꿔놓고 말았죠. 채집꾼들의 드림 템인 대도 부츠를, 제가 직접 벌어서 구매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요? 그러니 이번엔 제가 도움을 좀 드리고 싶네요.”

“뭘요. 다 본인이 열심히 하신 결과죠. 도움이야 세계수 묘목으로 엄청 많이 주셨는걸요.”

“그거야 얼떨결에 새 필드에 따라 들어와 얻게 된 거잖아요? 그런 거 말고…… 아직 저만 발견한 이걸, 산드로 님께 알려드리는 게 진짜 빚을 갚는 거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도착한 곳은 어느 절벽 밑, 푸른 석벽이 박혀 있는 곳이었다.

“여기였어요?”

“네. 이미 많은 유저들이 조사를 마친, ‘블루 스톤’이에요.”

“흐음……. 이 방향으로 오시길래 대충 예상은 했는데…….”

생명의 숲 끝자락에 위치한 가로세로 2미터가량의 푸른 석벽.

이곳 또한 한창 인던이 발견되던 당시 주목받은 지역 중 하나였다.

강력한 몬스터들을 뚫고 도착한 곳에 이런 게 있다면, 누가 봐도 무언가 이벤트나 퀘스트가 주어지는 곳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왜요? 실망하셨어요?”

“아뇨. 그냥 와보시면 알려주신다고 하셔서, 채집 중에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셨나 싶었거든요. 여긴 저도 PK하려고 왔다가 몇 번 살펴봤던 곳이라서요.”

또한 그래서, 이미 나 또한 아무것도 없다는 것으로 결론지은 곳이었다.

“아, 그러셨어요? 그래도 실망은 마세요. 이걸 발견한 사람은 아마도 제가 최초일 테니까요.”

“네?”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바로 시작할게요.”

말을 마치고 석벽에 다가간 꿈틀이.

그가 꺼낸 무언가가 사라지고, 그의 손이 몇 차례 허공을 터치했다.

그러자…….

위잉! 위잉!

푸른 석벽이 묘한 기계음 같은 소리와 함께 세로로 금이 생겼다.

그리고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틈이 쩍하고 벌어졌다.

“자, 됐습니다. 이제 최초로 들어가 보세요. 12영웅 중 하나였던 콘라드의 거처에!”

“우와! 이게 뭐야?”

“아, 아니! 여기에 인던이 있었어요?”

설마 푸른 벽이 ‘문’이었는 줄은 상상도 못해서, 함께 온 현중이나 라챤이도 적잖이 놀랐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한 틈.

그곳에 다가가니, 입장을 묻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두말할 것도 없는 인던 활성화 현상.

뜻밖의 인물이 기대하지도 않은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이 숲에 워낙 고등급 채집물이 많다 보니 엘프들이 준 관련 퀘스트들이 좀 있었거든요. 그렇게 채집 퀘스트를 깨다 보니까 얻었던 퀘템이 있어요. 어디다 쓸지 몰랐었는데, 마침 어제 채집하다 여기까지 올 일이 있어 와보니까 활성화 여부 메시지가 뜨더라고요.”

“와……. 감춰진 인던의 활성화는 대형 길드들도 잘 찾지 못하는 건데…… 정말 대단하세요!”

“그냥 뽀록이었어요. 9성 채집꾼만 깰 수 있는 퀘스트인데 아시다시피 아직 타연엔 몇 명 없잖아요? 근데 솔직히 여기가 산드로 님께 도움이 될 곳인지는 모르겠네요.”

“무슨 소리세요! 당연히 도움 되죠!”

최근 들어 타연의 스토리에서 12영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천계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터.

남들보다 먼저 이곳을 클리어한다는 건, 우리에게 무조건 이득일 수밖에 없었다.

“헤헤! 최초 클리어는 보상도 좋으니까 어서 들어가 보세요. 맨날 선물만 받았으니까, 저도 이렇게 보답 한번 드려야죠!”

“역시 사람은, 드로 형님처럼 늘 덕을 베풀고 살아야 하는 법이라니까!”

사실 꿈틀이에게 해준 건 크게 없었다.

그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건을 약속으로 몇 가지 편의를 봐줬을 뿐.

사실 묘목을 얻기 전까진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 게 많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고마워할 만한 은혜를 베푼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내 생각일 뿐.

그의 입장에서는 달리 느꼈을 수도 있었다.

내가 지옥불 형님의 보답과 도움을 받을 때마다, 항상 너무도 고마웠던 것처럼 말이다.

“고대 마법사의 거처. 즉, 던전이에요. 아마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 세 분 만으로 되시겠어요?”

“함께 안 들어가시고요?”

“저야 채집만 하느라 전투력은 형편없는걸요.”

“4인 인던이라서 1명 모자라는데, 그냥 함께 들어가시죠?”

“흠…… 그럼 그럴까요?”

말만 그렇게 할 뿐이지, 항상 고레벨 필드에서 채집해왔던 꿈틀이의 레벨이나 장비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최근 돈을 벌고 투자를 했는지 몇몇 템들은 레전더리급으로 보였다.

그래서 굳이 길드원을 한 명 더 부를 필요 없이, 우리는 곧장 인던으로 들어가 살펴보기로 했다.

[인스턴트 던전 ‘콘라드의 비밀 거처’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ES]

살짝 어두침침한 공간.

주변을 둘러싼 석벽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발하는 인던 안은,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

‘대마법사 레인젤의 숨겨진 던전!’

이곳과 달리 필드 던전인 그곳이 이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거처라 그런지, 비슷한 콘셉트로 지어진 모양이었다.

“키메라네요.”

“오호라, 그러네?”

황소만 한 크기의 몸체.

그리고 각각 사자, 염소, 뱀의 모습을 한 3개의 머리를 가진 몬스터.

보통 인던 입구엔 그 던전에서 가장 약한 몹이 배치되는 것치고는, 제법 강력한 놈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유저들 입장에서의 관점.

내 눈에는 위협을 경고하는 빨간색 대신, 몹 네임이 비슷한 레벨 대라는 하얀색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현재 내 레벨은 411로, 부동의 타연 랭킹 1위였으니까.

“거슬리니까 일단 칠게요!”

퍼펑! 펑! 펑!

만만해 보였던 건 라챤이도 마찬가지였는지 곧바로 폭풍 연사를 날렸다.

그러자 그 한 쿨의 공격이 끝나기도 전에, 키메라는 몇 발자국 다가오다가 그대로 죽어버렸다.

“뭐, 뭐죠? 혼자서……?”

“하하! 아직 라챤이가 전직한 거 모르셨어요? 진짜 채집만 하셨나 보네요. 랭킹 게시판도 안 보시고.”

“와! 진짜 대박이네요! 데미지가 무슨!”

그 모습에 꿈틀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생각보다 강한 몹이 나오는 인던은 아니네요. 빠르게 클리어하자!”

“네엡!”

“그래!”

인던의 제한 인원수는 그 던전의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했다.

많은 인원이 들어가질 수록 클리어 난이도는 급상승.

반면, 적은 인원일수록 의외로 손쉬운 난이도인 경우가 많았다.

3인이나 4인 인던같은 곳은, 일반적으로 소수 파티의 반복 사냥을 위해 세팅된 공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아오, 귀찮은데 그냥 달려버릴까?”

“됐다. 맵도 모르는데 너무 방심하진 말자. 그러다 실패하면 퍼클을 뺏길 수도 있으니까.”

“암만 그래도 여긴 너무 쉬운데?”

그렇다 보니 계속 튀어나오는 몹들 때문에 진척이 느렸다.

마법사의 인던답게 층계로 이루어진 곳은, 속칭 말하는 ‘달리기’가 가능한 구조.

몹들을 패스해서 달리고 싶어하는 현중이를 자제시키며 차근차근 모든 층을 빠짐없이 살피며 내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지하 3층.

중앙의 넓은 홀에 도착한 우리는, 이 인던이 존재하는 몇 가지 목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형님, 이 책 좀 읽어보세요. 과거 스토리가 적혀있는데요?”

“어, 그래?”

-……제논의 변심 이후 정처 없이 도망만 다니던 나는, 함께 마족과 싸웠던 엘프 친우들의 권유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

-……베트릴, 로메크실, 이븐실, 이두릴……. 검게 물든 내 친우들을 용서할 순 없다. 물론 어떤 의도로 제논을 도와, 세계수 파괴에 일조했는지 이해는 한다만…….

맵 중앙에 있는 탁자.

그 위에 놓여있는 책에는 마법으로 인해 몇 페이지가 아직 보존되어 있었다.

제국의 초대 황제인 제논, 그를 피해 이곳에 숨은 콘라드의 일기 같았다.

“오! 이건 뭐지? 역시 생명의 숲에 있는 인던이다 이건가?”

“역시 뭔가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어쩌면 현 황제와 연관된 내용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직 감은 안 잡히지만……. 이 인던에서 뭔가 새로운 내용이 밝혀지는 건 틀림없을 것 같다.”

“네, 맞아요. 그러니까 어서 깨보죠?”

문득 대탐이나 당당이가 함께 왔으면 흥분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나 또한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층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 * *

“벌써 보스룸이네요!”

“그러게. 4인 던전답게 생각보다 금방이었네.”

처음 보는 몬스터, 미스릴 골렘들이 가득한 5층을 돌파한 결과.

마침내 다음 층계로 향하는 계단 대신 굳게 닫힌 문이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다들 준비됐지?”

“응. 만피에 만엠피다!”

“그래? 그럼 됐다. 문 열어.”

“응? 드로 네가 아니고?”

“길드의 간판이 되겠다는 건 말뿐이었냐? 이젠 메인 탱커는 무조건 네 몫이야.”

“아, 맞다. 그랬지? 그럼 들어갑니다요!”

4명 중 3명이나 전직 및 듀얼 클래스였고, 모두 3중첩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 덕에 무척이나 수월하게 이 인던의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그러니 보스 몹 또한 우리가 아니라면 누구도 깨지 못할 수준일 테지만, 만약을 위해 현중이를 앞세워 들어갔다.

“오! 보스 몹은 결국 콘라드였네?”

“오랜만이네요. 리치는…….”

보스룸 안의 모습은 단순했다.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진 땅, 그 위에 회색 로브를 걸친 누군가가 둥둥 떠 있었다.

신마대전의 영웅이자, 지금까지도 12영웅으로 추앙받는 존재.

하지만 지금은 한낱 언데드가 된 리치(lich)가, 검은 동공으로 우리를 응시하며 외쳤다.

“이곳에 인간이 찾아오다니……. 그런가? 아직도 제국은…… 나를 잊지 않고 쫓고 있었는가!”

그리고는 강력한 범위 마법, 블리자드를 캐스팅해서 공격해왔다.

“어림없다! 도발의 살기! 가시 반사!”

보스몹답게, 이 인던에서는 처음 보는 빨간색으로 네임바가 적혀있었다.

분명 사제 같은 전문 힐러 없이는 힘들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현중이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얼음 폭풍 속으로 달려들었다.

“저희는 잠시만 현중이가 어그로를 충분히 쌓도록 기다리겠습니다.”

“네? 아, 알겠습니다.”

“아! 꿈틀이 님은 그냥 레이드 내내 구경만 하셔도 돼요.”

“앗, 보잘것없겠지만 저도 딜을 좀 보탤 수 있는데요…….”

“괜찮아요. 편하게 구경하세요.”

사자왕 번스타인의 미스릴 장검으로 스위칭한 현중이.

언데드에게 추가 데미지를 줌과 동시에 회복 스킬 상승효과까지 붙은 검이기에, 녀석의 피는 도무지 줄어들 줄 몰랐다.

“와, 현중이 형 맷집 엄청 세졌네요?”

“신성 기사인데 올 체력만 찍었잖아. 저 자식 현재 체력 리젠 수치만도 2천 포인트가 넘을 거다.”

“네? 2천 포인트요? 아니, 그 정도면 무슨 최상급 물약을 초마다 마시는 수준 아니에요?”

“물약이 의미 없는 수준이지. 가뜩이나 만피도 18만으로 늘어나 버렸는데.”

방어구 중에서 가장 옵션 효과가 높게 붙는 건 단연코 갑옷 피스였다.

그중에서도 탱커들이 주로 중갑옷을 착용하는 이유는, 로브나 가죽 갑옷류보다 방어력이나 HP가 배에 가깝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현재 타연에서 현중이보다 체력 스탯이 높은 사람은 없을 것.

한데 거기다 각종 레전더리템과 디바인 장비, 신의 가호 중첩까지 적용되다 보니 내가 마쉴을 쓰던 때와 엇비슷할 정도의 탱킹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심지어 녀석은 셀프 힐까지 가능한데 말이다.

“빛의 방패!”

신의 가호와 영광의 오라 때문에 거의 쿨타임이 없다시피 돌아가는 빛의 방패 스킬.

연신 힐링 스킬과 물약이 번쩍이는 녀석은, 시간만 충분하면 혼자서도 충분히 콘라드를 잡아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와……. 전직하고 테크트리만 바꾼 수준인데, 무슨 2, 3배는 더 강해진 것 같네요.”

“오로지 탱킹만 보면 그렇지. 공격력은 그만큼 낮아졌으니까.”

“그래도 CC기가 여전히 많잖아요. 보면 볼수록 전직하시길 잘했네요.”

“그런 너도 마찬가지 아냐? 전직하고 현중이랑 사냥하는 건 처음이지? 어때, 한 번 놀라게 해줄까?”

“헤헷! 어디 한 번 그래 볼까요?”

어느덧 혼자 콘라드의 체력을 10% 넘게 깎아낸 현중이.

쿨타임마다 어그로 스킬을 먹인 터라, 이제부터는 공격해도 쉽게 어그로가 넘어올 것 같지 않았다.

그에 라챤이가 자세를 낮추며 스킬을 시전했다.

“저격 자세!”

이동불가 상태에 빠지지만 평타 및 스킬의 공격력이 50% 증가하는 모드.

전직 스킬인 저격 자세에 들어간 라챤이가 폭풍 연사를 시전했다.

퍼퍼퍼펑!

단 한대의 빗나감도 없이 콘라드에게 적중된 화살.

얼마나 강력한 공격이었는지, 일정 데미지 이상이 들어가면 경직 상태에 빠지는 효과가 빠짐없이 발동됐다.

‘진짜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구나……. 다들!’

순식간에 줄어드는 네임바의 체력.

그 기특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그로가 바뀔세라 데미지를 분산시켜주기 위해 나도 콘라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태세 전환!]

[난도질!]

꿈틀이에게 퍼스트 클리어를 자신 있게 장담한 이유.

인던의 수준을 충분히 파악한 것도 있지만, 내 오른손에 착용 중인 무기를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신검 룬 페이토나.

언데드나 마족에게 절대적인 상성을 자랑하는 이 무기를 들고난 후, 언데드를 무서워한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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