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화 개전 (2)
“모두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모이라 하면 빨리빨리 좀 못 오냐? 이제 이테른에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닌데.”
“쏘리 쏘리. 저번에 좀 모자랐던 게 생각나서 갑자기 세팅 좀 바꿨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아무 라인에도 속하지 않은 고레벨들.
즉, 중립 상태인 랭커급 유저들은 우리를 보며 불평하는 대신, 어떻게 이런 폭업이 가능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천계에 올라오기 전 ‘콘라드의 비밀 거처’ 인던을 깨고 오면, 몹 사냥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러자 테터리욜 지역은 물론, 집단으로 리스폰된 천사장을 잡고 이테른 지역까지 넘어오는 유저도 생겨났다.
“에이, 길드의 메인 탱커신데 늦을 수도 있죠! 왜 우리 간판 기를 죽이고 그래요!”
“어쭈, 요것들이? 라챤아, 너 방금 누가 타이탄 선물해 준 건지 잊었어?”
“하핫! 농담이에요. 다 모였으니 어서 트라이하러 가죵!”
뭐 그렇게 넘어왔다 하더라도…….
보란 듯이 돌아다니는 천사장을 킬할 유저는 여전히 우리밖에 없긴 했지만.
“현중이 형은 이번에도 소환 없이 탱킹 할거예요?”
“그럼! 타이탄을 왜 소환해? 이제 난 소형 타이탄이나 마찬가진데!”
누가 들으면 허세라고 치부할만한 현중이의 외침.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다.
-크하하핫! 다들 봤죠? 레이드 내내 타이탄 없이 원탱으로 잡아버린 거? 이게 바로 축굴 님의 위엄이시다!
실제로 엊그제 감행했던 천사장 레이드에서, 녀석은 끝까지 레벤다스 소환 없이 버텨냈다.
비록 HP는 솔저급 타이탄보다 약간 모자란 수준이었지만, 방어력은 더 높고 스킬 사용이 자유로웠기 때문.
무엇보다 파티원들의 힐과 버프를 제한 없이 받을 수 있었다.
소환 시간이 무제한인 타이탄.
공격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만 빼면, 족히 그렇게 불리고도 남을 만한 위용이었다.
“저깄네요!”
여하튼 이제 퍼스트 킬이 남은 필드 보스는 이테른 지역뿐.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두 놈을, 라챤이가 안개를 뚫고 찾아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주변에 있는 심연의 몹들을 깨끗이 정리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침식된 날개 데아 우리엘>
<침식된 날개 데아 우피엘>
타이탄만큼이나 거대한 몸체.
지금껏 퍼킬을 먹은 4마리의 보스 몹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천사.
그들이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다른 유저 꼬이기 전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당당아, 시작해!”
“네, 드로 형!”
지잉-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적색의 타이탄 ‘프리덤 나이츠’가 소환됐다.
그리고 그 안에 탑승한 당당이가 침식된 날개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곳이 어디라고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감히…………』
동시에 돌아보는 쌍둥이.
당당이는 그대로 타이탄을 돌려 뒤로 도망쳤다.
“현중아!”
“옥케이! 도발의 살기!”
그리고 현중이는 뒤따라가는 하나, 우리엘을 향해 도발 스킬을 사용해 따로 빼냈다.
이렇게 타이탄을 탄 당당이가 한 마리 떼놓은 사이, 우리는 나머지 한 마리를 빠르게 정리하는 작전이었다.
극강의 컨트롤을 자랑하는 당당이만이 할 수 있는 시간 벌기였다.
[활력의 빛!]
[수호의 빛!]
우리엘의 공격을 받는 현중이에게 파티원들의 버프가 쏟아졌다.
그에 힘입은 녀석은, 바로 각종 도발 스킬과 공격 스킬을 쓰며 어그로를 쌓기 시작했다.
“빛의 방패!”
그리고 회복 스킬이 극대화되는 자가 버프.
쿨타임을 줄여주는 이리아의 가호와 영광의 오라 덕분에, 녀석은 이 사기 스킬을 거의 공백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같이 잘 사냥하지 않아서 그런가? 축굴 형님의 몸빵은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 됐네요.”
“그러게 말이다. 한 마리도 잡기 힘들어서, 차례로 공간이동하며 어그로 끊던 때가 얼마 전인데……. 우리한테 그런 적이 있었나 싶다.”
대탐이는 자신과 다른 길을 택한 현중이의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녀석은 현중이와 달리 암흑 기사로 전직해서, 탱킹보다는 공격력을 택했다.
여하튼 페이즈 후반까지 어그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홀로 공격하는 현중이.
녀석의 안정적이고 단단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탱킹 모습은, 내게도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예전의 마쉴 테크를 유지했더라도…… 저 정도라면 무조건 현중이에게 탱킹을 맡겼겠어.’
마쉴 테크의 장점은 유저를 상대할 때 극대화된다.
힐을 못 받는 대신 다수의 유저들을 쉴새 없이 죽이며 마나를 유지하는 구조.
한데 저렇게 강력한 필드 보스를 상대할 때는 흡수하는 마나보다 소모되는 마나가 더 많아, 장기전이 불가능했다.
반면 현중이에겐 힐링 스킬과 더불어 강력한 방어력까지 뒷받침되고 있었다.
길드원 대부분이 전직을 마친 지금.
이제는 무슨 일이든 간에, 나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어느덧 길드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나보다 더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뛰어난 동료들로 성장했으니까.
“어라? 근처에 사냥 중이던 유저가 있었나 본데요?”
“응? 어디?”
“저기요. 아까 지나쳤던 아발란체 길드원들이네요.”
계속 현중이를 기특하게 바라보느라, 인근에 다른 파티가 가까이 다가온 걸 뒤늦게 깨달았다.
최근 이테른 지역에 넘어온 유저가 있다곤 하나 아직 100여 명 정도의 소수에 불과했다.
대규모 레이드로 리스폰된 천사장을 죽였어도, ‘엔젤 슬레이어’ 업적의 경신은 공훈에 따라 주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6인 파티.
그들은 최근 두각을 드러낸 중립 길드, ‘아발란체’의 일원들이었다.
“그냥 맨날 떠 있던 놈들을 잡으니까 구경 왔나 보지. 패턴을 직접 살피는 것도 중요한 정보가 되니까.”
“흐음. 그거야 상관없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요?”
“응? 뭐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 라챤이는 아발란체 파티를 지긋이 응시하며 말했다.
“서로서로 버프를 걸어주고 있어요……. 이런! 저분들 레이드에 껴들 생각인가 본데요?”
“뭐?”
갑자기 커진 라챤이의 음성.
그에 힐을 주느라 정신없던 축빙 형님까지 놀라 뒤돌아봤다.
“일단 제가 가서 얘기해 볼게요!”
“그래!”
왠지 난입할 것 같아 서둘러 달려갔으나, 내가 오는 것을 보고도 그들은 주저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쉬익! 픽!
머리 위로 스쳐 지나는 화염구와 화살.
그것들을 뒤로한 채, 우리엘에게 붙으려는 탱커의 길을 막아섰다.
“잠시만요!”
“……왜 그러시죠?”
분명 랭킹 게시판에서 본 기억이 있는 기사, ‘도토리’였다.
파티장으로 보이는 그는, 내가 막아서자 차마 제치지 못하고 멈추며 되물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저희 길드가 이놈 레이드에 도전 중입니다. 저희가 먼저 트라이한 게 명백하니, 잠시만 지켜봐 주시겠습니까?”
“…….”
“랭커시니 잘 아시잖아요. 이렇게 먼저 잡고 있는 레이드에 참여하는 건, 타연에서 금지하는 노매너 플레이라는 걸요.”
“…….”
하지만 첫 물음 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저희가 실패하면 바로 양보해드릴 테니,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껴드시면 어그로가 꼬여서 자칫 레이드가 실패할 수도 있거든요.”
“…….”
“그럼…… 알아들으신 거로 알고 돌아가겠습니다.”
이들이 공격에 참여하더라도, 우리보다 많은 기여도를 가져갈 린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서둘러 그들을 저지한 건, 루팅권 때문이 아니라 천사장이 결코 만만한 보스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현중이가 막강한 탱커로 거듭난 이후, 우리는 최소한의 타이탄만을 소환하며 천사장 셋을 더 독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전부 다 한 마리씩 잡았던 거고, 지금은 당당이의 소환 시간 안에 우리엘을 잡아내야만 했다.
그렇다 보니 레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져야 했고, 갑작스러운 변수가 끼어드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괜찮겠지. 랭커도 두 분이나 껴있는 파티니까…….’
계속 대답이 없었지만, 상식 밖의 행동을 할 것 같진 않아 길드원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돌아왔다.
이쯤부터는 나를 포함한 모든 딜러들이 공격에 합세할 시점이었으니까.
“이제 어그로는 충분히 쌓았으니 전원 총공격하겠…… 어? 뭐야?”
그런데, 천사장에게 막 다가서던 우리보다 먼저 달려든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도토리.
그는 내 경고와 매너를 무시하고, 다시 우리엘에게 뛰어들며 강력한 공격 스킬을 쏟아부었다.
“아이 씨, 당신들 대체 뭡니까!”
“라챤아, 잠깐만! 형이 다시 얘기해 볼게.”
그 모습에 발끈한 라챤이가 다가가려 했으나, 이건 길마인 내가 책임질 일이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템 때문에 그러세요? 아니면 업적 때문에?”
“…….”
“말씀을 하셔야 알지 않겠습니까? 다들 왜 이러세요? 알 만큼 아시는 분들이!”
하지만 도토리는 여전히 내 말을 씹으며 우리엘을 향해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저희도 디바인이 먹고 싶거든요?”
뜬금없게도 대답은 뒤편에서 들려왔다.
같은 파티원인 마법사 랭커, ‘동그라미’였다.
“네?”
“저희도 득템하고 싶다고요! 천계가 당신네 버닝스타 거는 아니잖아요? 전쟁을 핑계로 태성 분들을 PK한 다음, 이렇게 필드 보스의 퍼킬을 전부 다 독식하는 거야말로 진짜 노매너 아니에요?”
“이게 왜 노매넙니까? 지금 저희 성기사가 힘들게 탱킹하는 걸 옆에서 주워 먹는, 당신들이야말로 노매너죠. 실례지만…… 님들 파티만으로는 잡기는커녕, 잡을 생각도 못 하는 보스 몹 아닌가요?”
“당신네 길드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천계엔 유저들이 훨씬 더 많았을 거고, 그러면 합동으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을 걸요? 그런 식으로 리스폰된 천사장을 잡고 저희도 이렇게 이테른까지 넘어온 거고요. 그리고 말이죠…… 당신들이 천계 지역을 독식하려고, 필드전 핑계로 학살한 거 모를 것 같아요?”
계속해서 어이없는 말을 하는 그녀.
이제 이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실해졌기에, 내 입에서도 점점 좋은 말이 나오진 않았다.
“저희가 오픈한 맵인데 저희가 선점하는 게 문제라도 된다는 소립니까? 저희 때문에 천계에서 사냥 중이란 걸 잊고 계신 것 같은데요?”
“참나, 설마 그걸로 생색내는 거예요? 누가 오픈했더라도 사냥터면 올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차라리 태성이 오픈했으면 신의 가호나 득템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진짜 거지 같은 버닝스타 때문…….”
“라미야, 그만!”
점점 격앙되다 흥분해버린 그녀를 제지한 도토리.
그렇게 굳게 닫힌 입을 연 그가 말했다.
“드로 님도 아시죠? 지금 여기서 사냥할 수준이면 타연을 얼마나 뼈 빠지게 해야 가능한 건지요. 솔직히 저희도 죽어라 하고 있는데, 득템 찬스도 한 번 못 얻는 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이미 다른 천사장도 몇 마리 독식한 거로 아는데, 이놈은 같이 좀 잡읍시다.”
“뭐라고요?”
“저희도 공격해서 기여도를 쌓을 테니, 득템은 각자의 루팅 운에 맡기자고요!”
한데 입을 열어도 문제였다.
이렇게 뻔뻔한 소리를 태연히도 말하고 있었으니.
“정말 상종 못 할 분들이네요? 퍼킬을 못하면 하셨던 대로 차후 리스폰된 걸 잡아도 되는 거잖아요? 이런 짓은 저레벨 먹자들이나 하는 행동입니다!”
“아, 몰라요 몰라! 띠꺼우면 죽이든가! 맨날 지들만 비싼 템 먹고 타이탄도 챙기고! 타연이 니들만 하는 게임이냐?”
그러다 결국엔 본심을 드러냈다.
그게 신호였는지, 그나마 설렁설렁하게 공격하던 다른 파티원들도 각자 마나 물약을 먹으며 강력한 스킬을 퍼부었다.
콰광! 쾅! 쾅!
6인에 불과했지만, 이들 또한 최소 랭커급 이상의 유저.
탱킹이나 힐링, 버프 스킬 따위를 쓸 필요 없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다 보니, 그들의 화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안 되겠다! 그냥 다들 공격에 집중하세요!”
도무지 말로는 설득이 불가능한 상황.
하는 수 없이, 나 또한 그들 곁에 서서 우리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난장판이야!”
황당해하는 현중이.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총력전으로 들어가는 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
“아발란체가 이런 길드였어?”
“니들이 하나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길드원들도 이판사판으로 제각각 우리엘을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
라챤이, 무살 형님, 대탐이, 축볼 누나, 기파랑 등등…….
전원 전직을 마친 우리 길드원들이 합세하자, 우리엘의 네임바가 급속도로 깎여나갔다.
“와! 뭐지 이거?”
“버닝스타…… 다들 딜이 미친 수준이잖아?”
그 모습에 당황해하는 아발란체 파티원들.
한데 이게 또 그들 중 한 명을 자극했는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파이어 스톰!”
“파이어 볼!”
열심히 힐을 쏟아붓는 축빙 형님에게로 날아든 마법.
바로 동그라미가 날린 공격이었다.
“뭐죠?”
“사제만 없으면 못 잡아!”
그리고 그 공격을 필두로, 곁에서 함께 공격하던 궁수와 흑마법사도 타겟을 바꿔 축빙 형님을 공격했다.
퍼펑! 펑! 펑!
“이 자식들 뭐야? 갑자기 나를 왜?”
“당신들 돌았어요? 감히 우리 형님을 쳐?”
이해되지 않는 상황.
설마 우리 길드, 그것도 나 ‘산드로’가 있는 파티에 시비도 모자라서 선공까지 하다니?
‘템에 눈이 멀어 미쳐버린 건가?’
뭐가 됐건 그들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
먼저 공격한 그들 머리 위로 정당방위 표식이 떴고, 그걸 본 라챤이는 곧바로 화살을 연달아 날렸다.
“아얏!”
라챤이 혼자만의 반격이었는데도 호들갑 떨며 아파하는 동그라미.
하지만 랭커 마법사답게 스킬 사용 및 파티원의 힐링으로 어떻게든 계속 버텨냈다.
“라챤아, 멈춰! 공격하지 마!”
“아니, 왜요? 저놈들이 먼저 쳤잖아요!”
“그래도 중립 분들 PK는 안돼!”
아무리 그들이 노매너로 나왔다 하더라도, 섣불리 적을 늘리는 행위는 삼가야 했다.
그렇게 라챤이는 몇 발의 화살을 더 쏘다가 내 만류에 공격을 멈췄다.
“아오 씨……. 진짜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놈들인데…….”
내가 이렇게 자제시키는 걸 봤으면 눈치껏 행동하는 게 정상.
하지만 놈들은 그러지 못했다.
“한주먹은 무슨! 어디 한 번 죽여봐 이 자식아! 쫄았냐? 내가 너 따위한테 죽을 것 같아?”
“됐다. 그냥 무시하련다.”
“진짜 못났다. 이럴 거면 치질 말든가. 실컷 공격하다가 사리는 것 좀 봐. 산드로 따라서 이미지 관리하냐?”
끝까지 도발하는 동그라미.
그녀는 라챤이가 참아내는 것 같자, 다시 축빙 형님에게 마법 공격을 시전했다.
“이런 씨앙!”
정말이지 경우 없는 행동.
그 모습에, 라챤이가 더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화살을 날렸다.
푹!
“뭐, 뭐야?”
한데 화살에 맞은 건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 뒤에 있던 궁수가, 갑자기 백스텝으로 끼어들며 화살을 대신 맞았다.
슈우우.
그리고는 황당하게도…….
궁수는 그 한 번의 공격에 잿빛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아니 무슨…… 한 대 맞으면 죽을 피였다고? 이곳 천계에서?”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라챤이.
그럴 만도 한 게, 이런 고레벨 사냥터에서 딸피로 사냥 중인 유저가 있을 거라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것도 힐러가 포함된 파티였는데!
“라챤이 너…….”
그리고 들려온 연우의 말.
“아이디 뭐야…… 왜 머더러가 된 거야?”
또한 놀랍게도, 껴들어 죽은 궁수는 정당방위 상태도 아니었다.
분명 아발란체 전원이 축빙 형님을 공격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는데 말이다.
‘설마…… 궁수 한 명은 일부러 헛방만 쏘고 있었던 거야?’
뭔가 많은 것이 어긋난 상황.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명확했다.
처음부터 그들의 목적은, 천사장이 아니라 ‘우리’였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