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318화 (318/350)

318화 미스틱 드래곤 (2)

└와, 이거 뭐지? 진짠가?

└└산드로 아이디 찐 맞는데?ㄷㄷㄷ

└뭔 개짓거리임? 미스틱 드래곤은 뭐고 천만 골드는 또 뭐임?

└└지금 여론 안 좋아지니까 수작질 부리는 거 같은데?

└야이 썅드로야! 지금 이러고 놀 때냐? 너 때문에 유저들 죽어나는 거 계속 못 본 체할 거야?

└아주 막장이구나. 그냥 산드로는 게임 접는 게 더 나을 듯

└└접긴 왜 접어. 나한테 천만 골드 주기 전까진 접으면 안 됨. 미스틱 드래곤은 내꺼다!

└다들 타연 접속ㄱㄱㄱ 운 좋게 찾아내면 인생 바로 핀다!

다박다박.

초 단위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댓글들.

잠시 지켜보던 사이, 내가 작성한 글은 금세 핫이슈 게시글로 선정되어 상단에 고정됐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어. 그러니 지환아,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자.”

예상보다 더 많은 욕을 얻어먹든, 아니면 의외로 괜찮을지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차피 태성 궤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그 과정에서 발생될 비난과 시빗거리는 감수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

그러니 더욱더 이슈가 되고 소란스러워진다면 결과적으로는 내게 더 이득이었다.

여론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으니, 이 글이 유저들에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미스틱 드래곤은 더 빨리 발견될 테니까.

어차피 시간을 단축하고자 거금을 투자한바.

계속 글이나 읽고 있기엔 시간이 아까워 다시 타연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길드창에 방금 내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을 공유했다.

[축복받은얼굴: 네가 진짜 제대로 미쳤구나? 방금 미스틱 드래곤 잡겠다고 한 말도 어이는 없지만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진짜 선 제대로 넘은 짓 아냐?]

[축복받은무빙: 그래 드로야. 이건 글 올리기 전에 우리와 의논이라도 좀 해봤어야 한 것 같은데? 우리는 요정계에 가둬놓고, 자꾸 혼자서만 모든 걸 감당하려는 것 같은데.... 돈은 차치하더라도 이 일로 네가 얼마나 욕 얻어먹게 될지는 생각해본 거야?]

그리고 연타석과 같은 내 돌출발언에 다들 또 한 번의 우려와 염려를 나타냈다.

[대탐험시대: 어차피 황제 잡으려면 미스틱 드래곤부터 먼저 잡아야 하는 게 확정적이잖아요? 전 드로 형의 판단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희만으로는 절대 찾아내지 못할 걸요?]

[기파랑: 사실 제가 먼저 제안드렸던 의견이에요. 물론 돈을 이렇게나 많이 거실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드로 형한테 뭐라 하시지 말고 저를 탓해주세요.]

[무적살라딘: 무슨 말인지도 알고 뭔 상황인지도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성급했던 것 같은데?]

[산드로: 다들 잠시만요.]

확실히 처음 내가 떠올렸던 부정적인 생각처럼.

전적으로 나를 신뢰하는 우리 길드원들에게조차 이번 일은 파격적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산드로: 제가 한 행동의 책임과 여파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의 비난, 그리고 우리가 벌이는 태성과의 전쟁에 대한 명분 등등.... 그 모든 것들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겠죠. 다만 저는 다만 우리 버닝스타 길드가 만들어진 제1 목표,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축복받은파볼: 태성의 해체... 그거 말야?]

[산드로: 네, 누나. 결국 우리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당장의 비난도 오래가진 않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선 미스틱 드래곤을 최대한 빨리 찾아 잡아내는 게 중요했고요.]

만약 길드원들의 레벨 및 스펙이 높아 황제의 피를 무난히 깎아낼 수 있다면, 굳이 미스틱 드래곤을 잡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이 같은 과정이 필요했다.

완벽한 극상성의 무기와 공격력을 지닌 나.

그 덕분에 혼자만의 딜링으로도 황제에게 수십 명의 랭커 못지않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극상성의 방어력만 더 갖춰진다면, 소수만으로 황제를 잡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에 미스틱 드래곤 레이드가 필요해진 것이다.

[산드로: 놔두면 놈들이 또 어떤 방법을 동원해 우릴 공격해 올지 몰라요. 잠시 마음고생하게 만들어 죄송하지만.... 저를 믿고 당분간은 다 잊고 레벨업에만 전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이제 정말... 우리의 목표가 멀지 않았잖아요?]

[연우: 그래요, 여러분! 태성만 없어지면 전부 다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 아니에요? 놈들이 시작한 무차별 PK 때문에 사람들이 갑자기 저희 길드를 욕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다들 조금만 더 참아봐요! 드래곤도 잡고 황제도 잡으려면 어찌 됐건 스펙은 최대한 올려둬야 하잖아요?]

[축복받은얼굴: 흠.. 연우까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래, 좋다! 어차피 벌어진 일 후회하면 뭐 답이 나오나? 어차피 지 돈 써서 지가 욕먹겠다는데 뭘 어떻게 말렸겠어? 오늘도 어제처럼, 논스톱으로 12시간 사냥에 돌입한다!]

그리고 결국, 다들 고맙게도 나를 이해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길드원들이 해줘야할 건 이해뿐만이 아니었다.

[산드로: 그래서 말인데요.... 앞으로 제보 귓속말이 좀 많이 들어올 텐데, 사냥하시면서 이것도 좀 신경 써 주세요. 우선 제가 받기야 하겠지만... 걸린 돈이 돈인 만큼 엄청나게 들어올 거거든요. 부탁드립니다!]

[축복받은파볼: 뭐?]

[축복받은무빙: 크흠!]

나와 함께 분담해야 하는 고통도 있었던 것.

뭐 모든 일에 언제나 그렇듯이, 예외도 있었지만 말이다.

[당근당근단검: 전 항상 귓속말 끈 상태로 게임해와서.... 죄송하게 됐습니다ㅎㅎ]

* * *

[고르곤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고르곤으로부터 3,225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큐버스로부터 5,102의 마법 피해를 입었습니다.]

……………………

“회전 베기!”

10성 광역 스킬 한 방에 우수수 쓰러지는 몬스터들.

그럼에도 버텨낸 놈들까지 차례로 공격하자, 마치 몹들이 둘러싼 벽 같던 주변은 금세 깨끗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놈 남은 서큐버스마저 잡아낸 순간, 내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오, 드디어!”

몇 시간의 솔플 몹몰이 덕에 달성한 레벨업.

이로써 난 레벨업한 지 겨우 하루 만에 428레벨을 달성했다.

“확실히 미친 레벨업 속도라니까? 크아, 이오네스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레벨업했을지 가늠이 안 되는구나!”

들판에 빼곡히 깔린 괴수 군단의 몬스터들.

각각 페어리들과 전투 중인 것처럼 펼쳐진 놈들은, 잡혀서 사라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방의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채우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사실은 몹몰이 하기에 수월한 구조의 필드 사냥터는 아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곳에 유저들이 많다는 가정 하의 일이기는 했지만.

“오, 축하축하!”

“캬, 저놈 또 레벨업했네? 같은 필드에서 사냥하는데 랭킹 1위가 나보다 훨씬 더 빨리 레벨업하면 어쩌라는 거냐! 에잇, 이 망할 놈의 타연!”

내 레벨업 이펙트를 보고, 멀리서 사냥 중인 현중이 파티에서 말을 건네왔다.

각각 3인 3파티로 나눠서 사냥 중인 우리 길드원들.

워낙 넓은 맵이라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타이밍 좋게 근방에 와있던 모양이었다.

“억울하면 너도 솔플로 몹몰이 하든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하여간 이놈의 게임은 너무 불공평하게 만들어졌어. 템이 좋아질수록 레벨업도 빨라지면 어떻게 따라잡으란 거야? 너무 빈익빈 부익부잖아!”

“쯧쯧, 형도 그런 생각 하면서 겜할 때가 있었다. 근데 어쩌겠냐? 세상도, 게임도 그렇게 만들어진걸. 결국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더라. 형이 해보니까 죽어라 하면 결국 다 통하더라고.”

“어휴, 저걸! 말이나 못 하면 얄밉지나 않지!”

“아무튼 잔말 말고 한 마리라도 더 잡아! 저녁에 군단장 레이드하기 전까지 레벨업 해두려면!”

“크헉! 뭐 이리 스케쥴이 빡센 거냐! 아오!”

그래서 난, 사람들이 없는 이곳에서 혼자서 몹몰이 사냥을 진행했다.

물론 보스몹을 활용한 무한 고르곤 몹몰이를 할 때의 경험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서큐버스를 비롯한 다른 원거리 몹들도 함께여서 그만큼 쉽지만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타연에 단 한 자루밖에 없는 ‘신검’을 가진 몸.

타연 최강의 공격력을 보유한 내가 놈들의 천적과도 같은 무기를 착용했다 보니, 빠르고 안정적인 1인 몹몰이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 결과, 천계의 심연 몬스터들을 사냥할 때보다 단위 시간 대비 1.5배는 더 많은 경험치를 획득하는 중이었다.

“근데 이쯤 됐으면 신규 스킬 하나 정도가 뜰만도 한데 잠잠하네…….”

이중 직업을 택한 걸 후회하진 않지만, 다른 전직자들이 못 보던 스킬을 사용하는 걸 보면 조금은 아쉬웠다.

특히 특별 스킬만큼이나 좋아 보이는 전직 스킬을 볼 때면, 사람인 이상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중 직업을 택한 것도 충분히 메리트 있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 직업에 신규 스킬이 안 뜬다는 건 조금 억울했다.

이 정도 레벨을 찍었으면, 도둑이나 악마 사냥꾼 직업에도 새로운 고유 스킬 하나 정도는 주어질 만했기 때문이었다.

“떠봤자 1차 직업 거라서 많이 좋지도 않을 거면서…… 되게 아끼는구먼? 어쨌든 벌써 한 시간도 더 된 것 같은데? 제보가 하나도 안 들어온 건.”

어제 게시글을 올린 이후로,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에서의 반응은 정말 폭발과도 같았다.

무려 제보 하나에 대한 대가가 천만 골드라니!

레이드를 도와주거나, 공략법에 대한 결정적 힌트나 정보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어디에 있는지, 혹은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제보.

그것 하나에 10억이라니…….

아무리 돈이 많아진 나라도 손이 떨릴 만큼 비싼 금액이었지만, 그만큼 책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역시나 유저들의 어그로를 최대한 많이 끌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리고 둘째와 셋째는 이 정도 금액은 걸어야만 연락을 줄 만한 유저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미스틱 드래곤이 존재한다면…… 이제 슬슬 연락이 올 때도 됐는데 말야.”

일단 미스틱 드래곤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잡고 싶은 욕심에 제보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

바로 랭커를 비롯한 타연 최정상급 유저들이 있었다.

그 당시 투 메르타스 레이드만큼이나 잡아내기 힘들 몬스터, 드래곤.

하지만 지금 이렇게나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달리 생각해보면 충분히 몰래 독식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퍼스트 킬의 보상이 탐난다면 제보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최근 수신 필터링을 380레벨로 올려둔 터라, 생각보다 제보 귓속말이 많이 오는 편은 아니었다.

물론 우리 길드원들은 저레벨들의 제보를 받느라 고통받고 있었지만, 어차피 고레벨이 아니라면 미스틱 드래곤을 발견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기파랑: 형, 저레벨 아이디로 귓말 온 게 있는데요. 차단한 고레벨 유저 중에 아이디가 ㅎ으로 시작하는 사람 것 좀 풀어주시라는데요? 제보와 관련된 중요한 일이래요.)

(나: 응? ㅎ자? 누구지?)

한데 그 저레벨 채널을 열어뒀던 게 다행이었던 모양이었다.

이런 식으로 몰래 접촉을 요구하는 유저까지 나타난 걸 보면.

‘어디 보자, 380레벨이 넘는 사람은……. 설마 이 자식?’

차단한 유저가 워낙 많았지만, 귓속말을 줄 수 있는 고레벨로 한정 지으면 적은 편.

그중 요구한 조건이 해당하는 아이디는 단 두 명뿐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그 두 명의 차단을 해제하자, 기다렸단 듯이 귓속말이 들어왔다.

(홍길동: 오! 산드로님. 차단 푸셨군요?)

(나: 뭐야? 제보하겠다는 사람이 너였어?)

나를 산드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놈들 중 하나.

혹시나 돈 때문에 제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세 번째 부류인, ‘태성’ 길드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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