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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326화 (326/350)

326화 무적 버닝스타 (2)

버버번쩍!

서둘러 되돌아가는 내 눈에 놈들이 타이탄으로 변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모두가 타이탄 라이더라 믿기 어려운, 근 20기에 가까운 타이탄들의 집단 강하.

내가 놈들 성을 습격할 때 몇 번 사용했던 침투 방식을 이번엔 반대로 당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놈들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쿠쿵! 쿠쿵! 쿵! 쿵!

“이, 이게 뭐야!”

“으악! 미끄러진다!”

놈들의 착륙 목표였던 주성 건물 위에 갑자기 생겨난 푸른 결계.

신규 필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던 ‘보호막’이, 어느샌가 성을 감싸고 있었고.

신나게 강하하던 타이탄들은 그에 부딪혀 전부 미끄러지듯 내성문 바깥 지역으로 튕겨져 떨어졌다.

[지옥불: 잘했습니다 핑크래빗님. 흑풍단은 잠시 드래곤 공격은 멈추고 타이탄 일점사부터 지시해주세요. 타겟은 가까이 있는 놈부터 우선입니다!]

그리고 미리 이 상황을 예견했던 것처럼 지옥불 형님의 오더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만약 하늘 위에서 네가 주성으로 뛰어내렸다면…… 그랬다면 오늘 수성은 실패했을지도 몰라. 알겠냐? 다리우스, 이 쫄보 자식아!

건국이 있던 공성전 당일, 태성이 대규모 타이탄 부대를 가지고 우리 아베르 성을 쳐들어왔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다리우스가 직접 그 타이탄들을 이끌고 내성 안으로 강하했다면, 오벨리스크는 진작에 함락됐을 거라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가, 놈들의 방해가 뻔히 예상되는 이번 레이드를 무방비로 준비했을 리 없었다.

처음엔 흑풍단 곳곳에 타이탄 라이더들을 심어둬, 놈들이 기습하면 맞대응하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드래곤 레이드에는 상당히 많은 타이탄이 필요해서 조금은 난감한 작전이었다.

그런 고민을 갖고 있던 찰나, 생각지 못한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길마님, 이번에 하신다는 드래곤 레이드 있잖아요. 보니까 하늘 위에서 브레스를 난사하던데…… 그거 어떻게 막을지 생각해보셨어요? 흑풍단이 모여있으면 그대로 노출될 거잖아요?

-일단 땅으로 끌어 내리기 전까진 성안에 숨어있으려고요. 내려오면 그제야 나와서 진형을 잡아야 할 거예요.

-참여하는 유저들이 최소한 수천 명은 될 텐데, 그게 제대로 잘 될까요? 그러지 말고 미리 성벽 위에 진형 잡아두셔도 돼요. 제가 다 방법을 찾아놨거든요.

-네? 정말요? 어떻게요?

-전에 저한테 투자하셨던 180만 골드 있잖아요. NPC 강화요. 그거 업그레이드가 다 되니까 다음 단계가 오픈됐어요. ‘마도 시대 보호막’이라는 건물 전용 방어막이요. 물론 계속 유지하는 건 아직 안 돼지만, 그래도 짧게 3번까지는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와! 정말요? 그럼 첫 브레스는 간단히 막을 수 있겠네요! 아직 제대로 업글해본 사람이 없어서 성에 투자해봤던 건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성이 아니라 사람한테 투자를 잘한 거겠죠. 아닌가요? 후훗!

-하핫! 그런가요? 아무튼 잘하셨어요! 이번 레이드에 큰 도움이…… 잠깐, 보호막이라면 혹시 타이탄도……?

바로 핑크래빗에게 맡겨 두었던 성 방어 시스템의 신기술, ‘보호막’.

타이탄의 등장 이후 변화될 수성전에 대한 대비책이, 성 방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 숨겨져 있었고.

우리는 그걸 타연에서 최초로 발견하고 개발한 길드가 되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투자 한번 잘했다니까? 저 모습을 보니까, 보호막이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네.’

“방금 뭐였어!”

“갑자기 보호막이 생겨났었어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런 씨앙! 그럼 일단 성문이라도 부셔! 체력 다 닳아버리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멀지 않은 거리라 금세 타이탄 인근까지 도착하자, 착륙한 타이탄들이 쏟아지는 원거리 공격을 맞으며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로 보아 그들 중에는 일도양단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

하지만 흑풍단 한복판에 떨어져 난전을 벌였다면 모를까…… 성벽 밖에 따로이 떨어진 그들은, 그저 덩치 큰 사냥감에 불과할 뿐이었다.

[재빠른 몸놀림!]

[태세 전환!]

피슛!

나는 그렇게 성벽을 향해 달려드는 타이탄들을 향해 자버프를 걸고는 곧바로 그밟을 써서 다가갔다.

“헉! 갑자기 뭐야, 웬 피가…… 크헉!”

가뜩이나 일점사를 받고 있느라 얼마 못 버틸 것 같던 타이탄은, 금세 허무하게 사라졌고.

난 귀신 발걸음을 사용해 바로 다음 타이탄으로 넘어가 공격했다.

그렇게 잠시.

원거리 공격들과 함께 이어진 나의 후방 공격에, 놈들의 야심찼던 타이탄 부대는 허무하게 하나둘씩 사라졌다.

“이번에도 너희 길마는 함께 안 온 거냐!”

분명 놈의 블랙 드래이크가 앞장 섰길래 과감하게 이들과 함께 침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타이탄의 대부분이 역소환되는 동안, 놈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분명 이제는 죽더라도 드랍할 디바인 템이 단 한 개도 없을 텐데 말이다.

“형님께서 이런 곳에 올 것 같냐!”

이제 남은 타이탄은 단 1기.

마침 그 안에 타고 있는 건 내 외침에 발끈하듯 대답한 일도양단이었다.

“왜? 오면 안 돼? 제일 강한 놈이 함께 싸워줘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올라갈 거 아냐!”

“이런 하찮은 일을 하시기엔…….”

“지 입으로 스스로를 하찮다고 말하고 있네. 내가 보기엔 죽음도 불사하고 뛰어든 너희가, 다리우스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 같은데 말야.”

“자, 잔소리 말고…… 죽여……!”

픽!

죽음을 예감한 듯 쏟아지는 공격 속에도 대화를 시도한 녀석이 가상했다.

그래서 칭찬 좀 해줬지만, 몇 마디 나눠보기도 전에 결국 역소환되어 죽어버렸다.

[지옥불: 이로써 보호막은 단 1번만 남았습니다. 다들 명심하고 계세요!]

단 3번뿐이라는 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벌써 2번을 아주 시기적절하고 요긴하게 써먹었다.

그래서 성벽 쪽을 훑어보니, 나를 향해 양손을 들어 열심히 흔들어주는 핑크래빗의 모습이 보여 잠시 마주 흔들어주었다.

‘정말 고맙네……. 이렇게 하나같이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 우리 길드원이라는 사실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애써 그 길을 개척하려고 노력한 핑크래빗이 없었더라면, 오늘 레이드에는 커다란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장사꾼이라 전투와 레이드 등, 눈에 띄지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우리 길드를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해온, 그녀는 정말이지 타연 최고의 서포터였다.

“다시 본대와 합류한다!”

그러는 한편, 여전히 하늘 높은 곳에 떠 있다가 회군하는 다리우스의 블랙 드레이크의 뒷모습이 보였다.

정말이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놈.

오늘은 웬일로 앞장섰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고작 강하할 타이탄 라이더들의 셔틀 역할이나 한 것이었다.

잠시 숨 돌릴 틈을 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미스틱 드래곤의 전투 현장을

살펴보았다.

타이탄에 둘러싸인 상태로 계속 앞에서 알짱대는 현중이를 중점적으로 공격 중인 칼 데드라.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외쳤다.

[축복받은얼굴: 다들 혼란 대비!]

『서로를 증오하거라!』

마치 ‘드래곤 피어’를 사용하듯 외친 녀석의 말.

그에 현중이는 물론, 인근에 떠 있던 본 드래곤에 탄 일행까지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잠시지만 서로를 향해 평타 공격을 휘두르는 모습.

하지만 다행히도 타이탄들은 정신 공격에 면역이라 전혀 지장이 없었고, 현중이 주변엔 녀석을 공격할 만한 유저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덕분에 무살 형님이 탄 프리덤 나이츠에 다가가 몇 대 공격하던 현중이는, 곧 혼란이 풀리자 힐링 세례를 받으며 황급히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이미 몇 차례 반복된 일인 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

타연 최강의 방패와 갑옷 등으로 무장해 방어력 자체도 깡패였지만, 모든 스탯을 체력에만 올인해 얻은 사상 최대의 HP가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칼 데드라를 만든 사람도 상상 못 했을 거야. 설마 지금 시점에서 저놈을 계속 탱킹할 수 있는 유저가 있을 거라곤!’

다시 시작된 일점사와 타이탄들의 공격에 어느덧 체력의 10% 정도가 닳아버린 미스틱 드래곤.

온전히 레이드에만 역량을 집중한 게 아니라 태성을 견제하면서도 이 정도라니.

역시 오늘 레이드는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과 함께, 나는 다시 외성 마을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아무리 동맹들이 태성 놈들에게 들러붙었다지만, 어느새 군데군데 뚫려서 날아오는 페가수스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옥불: 이제 적들의 타이탄이 소진됐으니, 바리케이드를 치겠습니다! 두바이, 댜크홀스! 부대를 이끌고 앞으로!]

허무하게 타이탄을 십수 기나 소진한 태성이 다시 강하를 시도할 수는 없었다.

유저가 죽으면 부활 후유증만 없애고 복귀할 수 있지만, 타이탄이 한번 파괴되면 4일이라는 긴 쿨타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넵!”

형님의 오더가 떨어진 이후, 돌연 수천 명이 동시에 대답한 듯한 큰 함성이 들려왔고.

곧 내성문 안에서 유저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부 피닉스의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라인 내 정예들로 구성된 근접 공격 유저들이었다.

탱커에서부터 딜러, 그리고 힐러 등등.

원거리 공격이 불가한 유저들이 한데 모여 나오더니, 중간에 있는 레이드 전투 현장을 지나쳐 외성 마을을 향해 일렬로 자리를 잡았다.

페가수스가 없거나 비행을 포기한 태성 유저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을, 바리케이드를 만든 것이었다.

“절대 지나가지 못한다!”

“어디 한 번 우릴 뚫어봐봐! 이 허접들아!”

기세등등하게 외치며 눈을 부라리는 바리케이드 인원들은, 그간 태성의 횡포를 참아왔던 게 폭발한 듯 거칠었다.

특히 대부분 근접 딜러들이라서 그런지 더욱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진형도 갖춰졌으니, 이제 하늘만 제대로 막으면 뚫지 못할 거야.’

아무리 태성 라인에 유저들이 많다고 한들, 그에 맞서고 있는 우리 피닉스 라인 유저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한데 오판으로 이미 대다수의 타이탄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날려버린 이상, 바리케이드를 뚫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대부분이 마을 입구를 통해 빠져나오는 지형이었기 때문에, 단번에 밀어붙이기 어려운 구조였다.

“안 돼!”

“으아악!”

그런 지상의 상황을 살펴보며, 나는 하늘에 떠 있는 페가수스들을 계속해서 하나둘씩 삭제해나갔다.

두 번 때릴 것 없이 단 한 방에 페가수스가 죽어버린다는 것.

고작 한 번의 움직임이 감소된 것에 불과했지만 그 차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한 방에 페가수스를 역소환시킬 수 있다면, 잠시도 비행을 멈출 필요 없이 적을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슥, 스슥!

검을 한 번씩 휘두르며 스쳐 지나가면, 여지없이 유저 한 명이 떨어져 낙사했다.

과장 하나 없이 정말 순수하게 ‘원샷원킬’ 그대로인 상황.

이렇다 보니 상공을 몇 차례 빙빙 돈 것만으로도 근 100여 명이 넘는 유저들을 순식간에 죽여버렸다.

-혼자…… 아니, 당당이와 라챤이가 있다고 해도 고작 셋이서 어떻게 페가수스 부대를 막겠다는 거야? 암만 너라도…… 그건 말이 안 되잖아!

-현중아. 그게 왜 불가능해? 스페셜 원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 수백, 수천 명도 하기 힘든 일을 혼자서 해내 왔으니까 그렇게 불렸던 거 아냐? 그런 너는 드래곤 원탱할 자신이 있는 건 맞아?

-그럼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구도 탱킹할 수 없을걸?

-마찬가지야. 내가 너 대신 드래곤을 탱킹할 자신은 없지만, 놈들을 막아낼 자신은 있어. 지상이라면 모를까, 종이 몸인 페가수스 부대 따위는 무조건!

현중이와 했던 대화 그대로, 공중에 날아오른 페가수스가 아무리 많다 한들 내게는 허수아비만도 못했다.

이 역시 단 한 방에 죽여버릴 수 있는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손에 넣었기 때문.

놈들은 한꺼번에 뭉쳐서 날아오르기도 하고 사방팔방에서 동시에 날아오르기도 해봤으나…….

높은 체력과 빠른 기동력을 가진 훼라리를 떨치고 레이드 현장까지 다가가는 유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수백 명을 죽이다 보니, 결국 페가수스로는 답이 없다 느껴졌는지 점차 그 수가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내게는 이런 메시지가 떠오르기까지 했다.

[업적 ‘만인살’을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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