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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329화 (329/350)

329화 무적 버닝스타 (5)

[태세 전환!]

[난도질!]

먼저 가장 강력한 2개의 자버프를 걸었다.

그리고는 곧장 놈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크헉!”

푸푹! 푹! 푹!

막대한 민첩 수치로 가뜩이나 높은 공속에 10성 난도질이 더해져, 마치 버그로 여겨질 만큼 빠른 공격이 들어갔다.

그 엄청난 데미지에 녀석이 화들짝 놀랐지만.

“힐! 힐! 히일!!”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늘 위.

도망칠 곳이라곤 아무 데도 없었기에, 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힐을 외쳐대는 게 전부였다.

“차징!”

[다리우스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상태 이상 ‘넉백’을 회피했습니다.]

“혼신의 일격!”

[다리우스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상태 이상 ‘기절’을 회피했습니다.]

뭐든 해보려 안장에서 일어나 반격해온 다리우스.

하나 사냥꾼의 춤으로 회피율 95%를 달성한 내 몸은 놈의 공격을 허무하게 통과시켜버렸다.

회심의 즉발 스턴기마저도.

“이런 씨앙! 다 피해버리면 뭘 어떻게 상대하란 거야!”

이렇게 공격을 주고받은 잠깐 사이, 나는 놈에게 16번이나 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랭커라 해도 내게 이 정도 공격을 당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피격 횟수.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다리우스 자식은 각종 10강화 레전더리 장비와 온갖 희귀 업적들로 무장한 특별한 놈이었다.

그래서 공격을 버텨내며 오히려 주변의 부하들과 반격을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놈은 그러지 않았다.

“질풍 돌격!”

마치 누가 몸을 당기기라도 한 듯 내게서 단숨에 멀어진 다리우스.

놈은 맞서 싸우는 대신, 주저 없이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걸 택했다.

“정말 너다운 선택이구나!”

내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행동.

그걸 본 나 또한 다이빙하듯 드레이크에서 뛰어내려 놈을 추격했다.

굳이 내가 급소 공격을 쓰지 않았던 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놈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들기엔, 주변에 몰려 있는 부하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

지난 수중 왕성 전투에서 익히 겪었던 것처럼, 놈의 주변엔 영혼 연결을 걸어줄 부하들이 널려 있었다.

또한 지금 이곳은 수백 기가 넘는 비행 부대의 한복판.

단숨에 잡아내려 무리하다 실패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포위당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놈을 편안히 죽여줄 생각이 없었기에 도주를 허용한 것도 있었다.

놈이 도망칠 곳이라곤, 유저들이 모여있는 저 밑 지상밖에 없었으니까!

[귀신 발걸음!]

[연속 베기!]

[연속 베기!]

공중에서 귀신 발걸음을 사용하자 금세 추락 중인 다리우스에게 다가설 수 있었고.

나는 놈의 곁에 딱 달라붙어 함께 추락하면서, 평타 캔슬을 섞은 공격을 퍼부었다.

“이런 미친 자식!”

놀란 다리우스는 몸을 뒤집으며 최대한 내 공격을 방어해보려 애썼지만…….

현재 나는 스킬 가속화 상태.

쉴 새 없이 휘둘러지는 스킬 세례에 결국 참지 못한 녀석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티에스 나이츠 소환!”

빛과 함께 거대 강철 기사로 화한 다리우스.

비록 데이네스는 빼앗겨버렸다지만 놈이 탈 여분은 당연히 있었을 테고.

하늘 위 드레이크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녀석에게 낙사를 피할 타이탄이 있다는 걸 확신했다.

사실 포획으로 녀석을 추락시키려 들 때부터, 나는 놈이 타이탄을 소환할 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게 달려든 이유.

그건 일단 놈이 쉽게 도주할 수 없도록 드레이크에서 떼놓는 것이 우선이었고.

수많은 관중들이 우리의 승부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선, 놈이 타이탄에 탑승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밟기!]

착!

추락 직전의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침착하게 이동기를 사용해 놈의 꺼낸 타이탄에 올라탔다.

그리곤 등 뒤에 대도 부츠를 찰싹 붙인 채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쿠웅!

거대한 낙하음과 함께 도달한 지상.

지상군과 발맞추어 날아오던 비행 부대였기에, 떨어진 곳은 라인 간에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는 전장 한가운데였다.

“뭐, 뭐야?”

“산드로잖아?”

하늘에서 보란 듯이 떨어졌기에 한순간 전장의 시선은 우리에게로 집중됐고.

다들 전투에 바쁜 와중에도, 내가 미친 듯이 공격 중인 타이탄이 무언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타이탄에 누가 탔길래 저렇게 필사적으로 공격하는 거야?”

“그냥 우리 정예 중 한 명이겠지!”

“그게 뭔 상관이야! 저걸 가만 놔둘 거야? 다들 얼른 공격해!”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곧 나를 향한 공격들이 폭발적으로 날아왔고.

다리우스가 탄 티에스 나이츠 또한, 곧장 후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역행하느라 치열하게 전투 중이던 부하들을 짓밟고 밀쳐가면서.

“다리우스 이 쫄보 새끼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모습은 보여줄 수 없는 거냐! 이러고도 니가 한 나라의 국왕이야?”

나는 그 모습에 순간 울화가 치밀어, 검신이 부러질 듯 세차게 찔러넣으며 소리쳤다.

놈을 알기에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놈이 지상에 떨어지면 일단은 부하들 뒤로 숨으려 들 거란 사실을.

하지만 너무 예상대로만 움직이니까 역시란 생각보다는 실망이 훨씬 더 컸다.

함정을 없이는 내 앞에 당당히 나타나지도 못하는 자식.

나와 검을 맞대고 당당히 승부를 겨뤄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자식.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게임해 왔던 건, 고작 이따위 소인배나 이겨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죽기 싫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지기 싫어서 그래왔던 거겠지? 너란 놈은 어릴 적부터 그런 새끼였으니까!’

내게 신검이 있었다지만 다리우스 또한 비교적 일찍 마신검을 얻었다.

따라서 놈이 초반부터 직접 나서서 싸우려 들었다면…… 비슷한 조건, 혹은 훨씬 더 나은 상황에서 승부를 벌일 수도 있었다.

물론 마신검을 빼앗긴 지금은 불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전, 만약 녀석이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길드원들을 믿고 맞서 싸웠다면?

그들이 걸어줄 영혼 연결과 각종 방어와 힐링 스킬들을 믿고 버티면서, 힘을 합쳐 나를 죽이려 들었다면?

나는 스킬 가속으로 마나가 급소모되어, 비행 부대 한복판에 포위된 채로 위기에 빠질 수도 있었다.

즉, 다리우스에게는 나를 이길 만한 기회가 지금까지 몇 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식은 결코 조금의 리스크도 짊어지려 하질 않았고.

그 때문에 늘 도박하듯 끊임없이 도전해온 내게 두 번이나 죽게 되었다.

그러니 이번에 맞이할 세 번째 죽음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야만 했다.

항상 외딴곳, 그리고 소수만 봐왔던 죽음.

녀석이 그토록 싫어하는 ‘패배’를, 수없이 많은 유저들이 목격하게 만드는 것으로!

[사냥꾼의 춤!]

[재빠른 몸놀림!]

그사이 놈의 지시가 있었는지, 모든 태성군들이 눈앞의 적들도 놔둔 채 내게 일점사를 날려왔다.

‘루이투스는 안 돼!’

아무리 나라도 무시하기 힘든 집중포화.

하지만 타이탄을 꺼내게 되면 놈을 추격해서 죽일 수 없다.

순간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마친 나는, 놈이 탄 티에스 나이츠의 몸체를 박차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착지를 도움닫기 삼아 점프한 뒤, 귀신 발걸음을 사용해 등 뒤에서 가슴 부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했다.

“뭐, 뭐 하는 거냐!”

“암만 일점사해봤자 포기할 것 같아? 내가 너처럼 죽는 게 무서워서 여기서 도망칠 것 같냐고!”

아무리 후방 추가 데미지를 입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고작 솔저급 타이탄을 역소환시키는 건 10초면 충분했다.

짧은 소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이루어졌지만.

결국 그렇게, 놈이 탄 타이탄은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빛과 함께 역소환됐다.

<다리우스>

그리고 다시금 내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번에는 빠른 기동력으로 도망치게 도와줄 드레이크도, 잠시 시간을 벌어줄 타이탄도 없는 무방비 상태로.

“군주님!”

“막아랏!”

그 순간, 호위하던 페가수스와 그리폰 라이더들이 가까스로 도착해 스킬을 시전했다.

녀석을 향해 뻗쳐진 십수 개가 넘는 하얀 선들.

익히 잘 알고 있는 영혼 연결들이 연결되자, 놈의 표정이 조금 안심한 듯 변했지만.

[난도질!]

[그림자 밟기!]

아무리 타연 최고 수준의 장비와 데미지 감소 스킬로 무장했다 할지라도, 공격하는 나 또한 타연 최고의 무기와 극딜 테크트리를 보유한 몸이었다.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

그 어떤 것도 꿰뚫을 수 있는 창.

짧은 시간, 그와 마찬가지인 공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겼다. 또다시!’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는 도중, 갑자기 다리우스의 색과 몸이 변했다.

수많은 태성 놈들을 죽이며 봐온, 잿빛 먼지의 형태로!

결국 창과 방패의 대결은 줄곧 그래왔듯 방패가 무참히 찢어발기며 끝난 것이다.

물론 이번만큼은 이전과 달리, 많은 관중이 있었다는 것이 다르긴 했지만.

“죽었다!”

“다리우스가 졌어!”

“몇 명이나 살리려고 도와줬는데, 그걸 죽어버리냐!”

흥분하는 주변 사람들을 뒤로한 채, 황급히 귀신 발걸음과 그림자 밟기를 적절히 사용하며 이동했고.

그렇게 마나가 거의 한 자릿수에 근접할 만큼 소진됐을 때쯤, 나는 아군들 틈바구니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딜이 조금만 더 모자랐다면…… 까딱 위험할 뻔했다.’

마지막 순간 놈의 부하들이 보여준 영혼 연결 일점사는, 생전 처음 보는 장관이면서 내게는 위기이기도 했다.

그걸 전부 뚫고 놈을 죽이려면, 가뜩이나 위험한 집중포화에 조금 더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혼 연결은 중첩될수록 효과가 급감한다는 점에 승부를 걸었고, 공교롭게도 나는 평소보다 공격력이 급증된 상태였다.

마침 놈과의 대결 직전에 공격력을 15%나 높여주는 만인살 업적을 획득해버린 것!

여러모로 오늘 다리우스는, 이곳에서 내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와, 진짜 대박! 산드로 님 개멋있었어요!”

“오늘만큼은 우리 피닉스 라인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겠네요!”

“감사합니다. 다만 다리우스가 죽었다고 아직 레이드가 끝난 건 아니니, 축배는 나중에 들겠습니다!”

치열했던 전투 중, 갑자기 라인의 수장이 전장 한복판에 추락했다.

그리고는 형편없이 도주하다가 처참히 죽어버렸다.

한두 사람이 아닌 모두가 그 광경을 지켜봤으니 태성군의 사기가 곤두박질치는 건 당연지사.

몇몇 간부들이 고함을 지르며 전투를 독려했지만…….

보아하니 목표였던 레이드 방해와 템 스틸은커녕, 바리케이드를 뚫어보지도 못한 채 끝날 분위기로 보였다.

‘레이드에 합류할 필요는 없으려나? 다가갈 때쯤이면 죽을 것 같은데…….’

마나도 채울 겸 서서히 레이드 현장으로 향하면서 칼 데드라의 상태를 살펴봤다.

10%였던 체력은 이제 바닥을 드러낸 상태.

어느덧 현중이의 원탱도 끝이 나, 타이탄들까지 합류한 최종 극딜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

챙! 챙! 채챙!

근 10미터는 될법한 긴 장창과 화려한 장검을 휘두르는 타이탄들.

카이저 형님의 테라투스와 지옥불 형님의 로파티엘이 칼 데드라의 공격으로부터 본 드래곤 팀을 보호하는 한편, 적절히 딜을 보태주고 있었다.

작전대로 태성의 마지막 견제가 시작될 때를 대비해 아껴둔, 가장 뛰어난 타이탄들이 전부 투입된 것이었다.

[지옥불: 이제 남은 건 2%! 바리케이드 후방도 칼 데드라를 향해 극딜해주세요!]

바리케이드가 태성군을 막고, 내가 공중 및 다리우스를 처리하는 사이.

우리 길드와 흑풍단, 그리고 유저 연합은 별 방해 없이 레이드에 매진할 수 있었고.

결국 보이는 것과 같이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역시나, 월드 보스란 존재는 끝까지 곱게 죽어줄 놈은 아니었다.

『인정하마. 너희는 나를 최초로 궁지에 몰아넣은 인류 최강의 용사들이란 사실을! 허나 그 영광에 대한 대가는 죽음으로 치러야만 할 것이다! 오너라, 어둠이여!』

어느덧 체력 게이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딸피만 남아버린 칼 데드라.

녀석이 돌연 커다란 외침과 함께 처음 보는 용언(龍言)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지옥불: 브레스는 아니지만.... 다들 주의!]

그 외침에 레이드 내내 지상에서 피어오르던 암기(暗氣)들이 전부 솟구쳐 칼 데드라의 머리 위에 똘똘 뭉치기 시작했고…….

더욱 놀라운 건 놈의 마법 범위 안에 있던 모든 유저들.

즉, 내성 안 흑풍단까지 포함한 수만 명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마저도 전부 그곳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생겨난 집채만 한 크기의 암흑구.

그 엄청난 크기와 폭발할 듯 팽창한 위협적인 모습에, 한눈에도 무시무시한 위력이 짐작됐다.

[지옥불: 안 되겠습니다. 너무 위험해 보이니 다들 피하세요! 놈의 마지막 공격은 딱 봐도 막거나 버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타이탄을 제외한 모두가 전멸당할 위기입니다!]

[카이저: 일부 보스들이 죽기 직전에 보이는 패턴, 자폭 공격 같습니다! 전원 몰살당하면 체력이 금방 회복돼서 다 잡은 놈을 놓치게 될 겁니다! 그냥 딜을 더 집중하는 게 낫습니다!]

[지옥불: 오히려 그랬다간 정말로 전멸할 수 있습니다. 일단 다들 물러서세요!]

하지만 지금 물러선다 해도 고작 몇 초 안에 저걸 피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전투한답시고 놈의 범위에 수만 명이 포함될 정도로 빽빽하게 몰려 있었는데, 대체 어디로 피한단 말인가?

『……그리하여 전부 사라지리라. 나와 너희로부터 비롯된 이 어둠과 함께!』

결국 기나긴 캐스팅 끝에 녀석이 시동어를 외쳤고.

피닉스와 태성, 그리고 일반 유저들을 총망라한 모든 유저들이 전부 다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슬하게 칼 데드라 바로 앞까지 도착한 나는, 막 터질 듯 뿜어져 나오는 검은 구체를 향해 소리쳤다.

“마법 흡수!”

내 디바인 투구 ‘요정왕 세리온의 숭고’.

거기에 붙어있는…… 그 어떤 마법이라도 무효화할 수 있는 스킬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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