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333화 (333/350)

333화 대성공 (3)

“인마, 봤냐고?”

“봤다, 이 자식아. 잘했다. 아주 잘했어…….”

“고작 그 말이 전부야?”

“그럼 뭐 업어라도 달란 거냐?”

따당! 땅! 땅!

테디베어의 망치질이 첫 번째 세트를 제작할 때와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리드미컬하게 들리는 효과음과 화려한 손놀림.

직접 제작 중인 테디베어도 무척 놀랐는지 환희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완성됐슈! 아유! 이게 워쩐 일이다냐!”

처음 디바인 템을 제작하는 날 크리티컬이 뜨다니.

감격에 겨워할 만도 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빠, 빨리 줘봐!”

“하핫! 짜식 흥분하기는! 자 가져가라! 방금 만든 것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나란히 놓고 비교해봐!”

그렇게 현중이로부터 디바인 갑옷 상의를 건네받자마자 얼른 훑어보았다.

<명장 테디베어의 드래곤 스케일 상의(디바인, 흉갑)>

* 방어력: 1350

* 마법 방어력: 1660

* 모든 속성 내성 +10%

* 암 속성 내성 +20%

* 모든 능력치 +50

* 최대 HP +15000

* 최대 HP +6000

* 초당 HP 및 MP 회복 +115

* 모든 물리 공격 데미지 -322

* 스턴 저항 +10%

* 넉백 저항 +10%

* 이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아베르 성 천하제일 대장간의 주인, 테디베어가 제작한 역작입니다.

* “이걸 내가 맹그렀다고?” - 명장 테디베어 -

이미 제작된 템과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진 않는 수치.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렇지 않았다.

기본 스펙은 전혀 변한 게 없었지만, 먼저 만든 것엔 없는 옵션이 무려 2개나 붙어 있었던 것이다.

“와! 올 속성 내성이 추가로 붙었네? 그리고 데미지 절댓값을 낮춰주는 리덕션(reduction) 옵션도 붙었고!”

“형도 봤다. 그거 몇몇 레전더리 방패에서만 봤던 옵션인데 갑옷에 붙은 건 또 처음 보네. 확실히 크리티컬이 좋긴 좋아. 랜덤으로 옵션이 붙으니까 이런 템도 만들어지는 거잖아?”

“와……. 뭐가 됐건 대박이다 진짜. 기대 이상이야!”

방어력과 패시브 스킬 등으로 상쇄되어 들어오는 최종 데미지 값.

거기서 최종적으로 322 만큼의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리덕션류 옵션은 방어계열의 끝판왕급 옵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데미지가 강한 단일 개체를 상대로도 괜찮았지만, 상대적으로 데미지가 약한 다수.

즉, 고만고만한 유저들을 상대할 때는 아무리 많은 공격에 노출되더라도 데미지가 0이 뜰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크리도 아니고 옵션 2개나 새로 붙은 크크크 크리티컬이었지? 이제 형님과 너와의 급 차이를 실감하겠냐?”

“아, 아니지. 이건 인정할 수 없어. 내가 이미 연달아 3번이나 노크리로 만들어뒀었잖아. 그러니까 확률상 이번에는 누가 했어도 크리가 떴을걸?”

“와! 이 자식이 말 바꾸는 거 봐라? 뜨나 안 뜨나 두고 본다며!”

“응, 안 들려. 결과가 좋게 나와서 고맙긴 하다만, 이건 온전히 네 덕분이라고 보긴 어렵다.”

“어쭈, 그럼 한 번 더 뜨면?”

“그럼 무조건 인정이지. 연달아 크리가 뜨는 건 완전 희박한 일이니까.”

“좋아! 그럼 내가 무조건 또 띄운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하의에 도전한 현중이.

사실 디바인 템을 의뢰해보는 건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기에 녀석이 신나서 도전할 만도 했다.

땅! 땅! 땅!

그렇게 시작한 갑옷 하의 제작.

하지만 방금과 다르게 망치는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았고…….

“하핫! 봐라, 너도 별수 없지? 크리가 쉽게 뜨는 게 아니라니까? 디바인이라서 더더욱 안 뜨는 것 같다고 했잖아!”

“……좋냐? 크리가 안 뜨면 누가 안 좋은 건데. 이게 그렇게 웃을 일이냐고?”

“어라? 그러네? 아무튼 안 떠도 형은 다 이해하니까, 앞으로 다시는 축복받았네 어쩌네…….”

번쩍!

한데 그 순간, 테디베어의 망치에서 다시금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대성공 특유의 이펙트였다.

“크하하핫! 봤냐? 그럼 그렇지! 이 형님이 누구신데!”

쫄깃한 기대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대성공은 제작 과정 어디에서 발현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완성 바로 직전에서 크리가 뜨는 경우도 종종 존재할 정도.

방금 전 시작과 동시에 크리가 뜬 것과 달리, 이번은 딱 그와 같이 제작 완성 바가 전부 차오를 때쯤에 터져버렸다.

“대체 이게 워쩐 일인 겨? 크리가 연속으로 뜨는 것도 보기 힘든디 디바인에서? 축하허구만유, 드로 씨.”

“가,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축하부터 받은 나는 마냥 기쁘면서도 묘하게 분한 기분이었다.

‘진짜 운빨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놈이구나.’

내가 현중이의 반만큼이라도 운이 따랐더라면 훨씬 더 일찍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녀석의 말도 안 되는 운빨을 보고 있자니, 왠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와, 이것도 옵션이 새로 붙었는데? 갑옷 3피스 중에서 2개나 대성공 디바인이라니. 하여간 너도 운빨 쩐다.”

“누구 놀리냐? 너 운 좋은 거 이제 인정하니까 인간적으로 놀리진 말자. 어차피 다 확률 싸움이잖아.”

“놀리는 게 아니라, 어차피 이거 다 네가 직접 차려고 힘들게 모아서 만든 거잖아. 내가 열심히 띄워봤자 너 좋은 거니까 운이 좋다고 말한 거지. 이런 행운의 사나이를 형님으로 둔 네 운빨이!”

“…….”

머리로는 운이 아니라 확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슴으로는 정말 운빨이란 게 존재한다고 인정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무려 디바인을 제작하면서도, 미리 실패를 가정해 2세트 분이나 준비한 것이었다.

항상 강화나 뽑기 등등을 할 때, 시작도 전부터 난 안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뽑기 템을 골드로 팔아버리거나, 강화도 여러 개를 마련한 뒤에야 시도하곤 했다.

물론 그마저도 전부 실패해서, 결국 +6레어 템이나 쓰곤 했지만.

하지만 현중이 녀석은 달랐다.

서버 내 단 한 자루밖에 없는 용살검을 건네받자 주저 없이 강화를 시도하는 담력.

늘 운 좋게 강화에 성공해 금방 고스펙으로 향한 사람들을 부러워했지만, 어쩌면 행운이란 현중이같이 긍정적인 마인드 없이는 따라붙지 않는 놈지도 몰랐다.

즉, 행운이 늘 나를 빗겨나갔던 이유는 과거의 내 부정적인 마인드 탓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제는 상관없었다.

지금은 그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내가 이런 데 운이 없는 놈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대신해줄 사람이 주변에 많이 생겼으니까.

“아무튼 이것도 확인해봐라. 역시나 개쩌는 거 같으니까.”

<명장 테디베어의 드래곤 스케일 하의(디바인, 하의)>

* 방어력: 710

* 마법 방어력: 880

* 모든 속성 내성 +5%

* 암 속성 내성 +10%

* 모든 능력치 +25

* 최대 HP +7500

* 최대 HP +3000

* 초당 HP 및 MP 회복 +63

* 스턴 저항 +5%

* 넉백 저항 +5%

* 이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아베르 성 천하제일 대장간의 주인, 테디베어가 제작한 역작입니다.

* “맙소사! 이것도 내가 맹그렀다고?” - 명장 테디베어 -

드래곤 스케일 도안에 따른 제작템이고 같은 사람이 만들어서 그런지, 붙은 옵션은 비슷비슷했다.

통상 갑옷의 하의와 견갑은 상의 스펙의 1/2에 불과했는데…….

첫 번째로 제작한 디바인 템과 비교하면 이번엔 비록 옵션이 1개만 더 붙었지만, 스펙은 대략 10% 정도 더 높게 제작됐다.

레전더리 템도 상급과 하급 사이에는 스펙 차이가 현격하다.

또한 같은 디바인급이라도 7신기와 다른 무기들은 갭이 상당히 크단 걸 감안하면.

확실히 대성공이 뜬 디바인 갑옷은 제작템이라 할지라도 타연이 끝나는 날까지 사용 가능한 졸업템이라 부를 만했다.

“맞네. 이 옵션 창을 보고 있자니…… 그간 고생한 기억이 전부 사라지는 것 같다. 이거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어. 그 자식을 잡아내는걸!”

“뭐야, 왜 벌써 다 끝난 것처럼 말을 해? 아직 한 개 더 만들 게 남아있잖아.”

“아, 맞다. 재료 좀 줘봐. 이제 2개나 떴으니까 만족한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다시 만들어볼게. 수고했다 현중아.”

“뭔 소리야. 나보고 다 해보라며.”

“어차피 크리가 2개나 떴으니까 이번엔 확률상 뜰 일 없을 거 아냐. 그냥 네 쩌는 운빨은 다음을 위해 좋은 상태로 남겨둬라. 괜히 실패로 마무리하지 말고.”

“이 자식은 또 실패할 생각부터 하고 있네? 이런 거에 정해진 확률이 어딨어! 결과는 크리, 혹은 노크리. 이 두 개밖에 없으니까 확률은 무조건 50%지!”

“뭐래? 일단 넘겨줘 봐. 마지막은 형이 장식해볼 거니까.”

“늦었다, 자식아. 이번에도 지켜보기나 해. 형님의 기막힌 운빨을!”

내 닦달에도 녀석은 아랑곳없이 마지막 제작 의뢰를 터치했고.

이윽고 테디베어는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다.

“아따, 힘들구먼유! 요놈이 마지막이지유?”

“네, 맞아요. 마지막도 크리로 자알 부탁드립니다!”

“끌끌, 멋을 아는 유저라 그런지 운도 참 좋구먼유. 나중에 혼자 찾아와유. 외형 템 하나 멋진 놈으로 맹그러 줄게유.”

“좋죠!”

처음 보는 주제에 어느새 쿵짝이 맞는 현중이와 테디베어.

그 모습이 괜히 꼴불견이라, 이내 두 사람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2개나 대성공이 떴으니, 이번 투자는 누가 봐도 ‘대성공’이었다.

그러니 크리가 뜨지 않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땅! 땅! 따당! 땅! 따땅!

갑자기 요란스럽게 변한 망치질 소리에, 나는 목이 부러져라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떴다! 3연속 크리! 으하하하하!”

“껄껄껄껄! 완전 신의 손이구먼유!”

“…….”

대장간이 떠나가라 웃는 현중이.

그 앞에 앉아있는 테디베어 또한 연신 망치를 내리치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미쳤다……. 현중이 너는 진짜 미친놈이야.”

“하하! 봤지! 이제 넌 평생 동안 나한테 뭐라 못하는 거다? 이야, 이 형님이 도대체 얼마를 벌어준 거야!”

사실 이곳에 오며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다.

무려 6피스나 제작하니 1개 정도는 대성공이 뜰 거라 기대하며 왔다.

하지만 3연속 실패가 떠서 역시 디바인은 다르구나 내심 포기했는데…… 3연속 크리라니?

다른 건 템의 급이 아니라 의뢰를 하는 사람의 운빨이었다.

“하필이면 중복되는 피스가 없어서 전부 대성공된 디바인 세트로 차려입게 됐네?”

“……고맙다. 이건 도저히 인정 안 할 수가 없네.”

“크크, 이런 일 있으면 앞으로 형님부터 불러. 괜히 네가 직접 하다가 망치지 말고.”

“……끄응. 알겠다, 이 축복받은 자식아.”

완성된 견갑은 대성공된 하의와 같은 옵션을 달고 있었다.

같은 유저가 만들고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서 그런지 랜덤으로 붙는 옵션이 왠지 중복된 느낌.

하지만 나한테는 그게 더 이득이었다.

하필이면 붙은 옵션이 올 속성 내성 추가였기에 원하던 내성 수치가 단숨에 리미트에 도달한 것이다.

* 암 속성 내성: 95%

‘드디어 암 속성 맥스치를 달성했구나! 세트 옵션도 너무 좋은 게 붙어서 완벽하네!’

그렇게 잠시 스펙창을 확인하던 도중, 내 화려하면서 세련된 묵빛 갑옷의 외형을 살펴보던 현중이가 물었다.

“이제 노크리 장비를 강화하는 일만 남은 건가? 그것도 그냥 형한테 맡기지?”

“응? 강화?”

“어. 강화하려고 2세트나 만든 거 아냐?”

“대성공이 3개나 떴는데 강화를 왜 해?”

“뭐? 그럼 안 해?”

원래 강화하려던 이유는 내성 퍼센티지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였다.

내성이 48%였을 때 들어오던 반사 데미지가 1만 정도였으니 원래 트루 데미지는 2만.

그러니 리미트 수치인 95%가 되면 들어오는 데미지는 1천밖에 안 되게 된다.

한데 만약 90%라면 들어오는 데미지는 2천.

고작 5% 차이에 불과하지만 들어오는 데미지는 2배나 됐다.

내성이 리미트에 가까워질수록 단 몇% 차이에도 무척 큰 차이가 발생하기에 굳이 강화를 시도하려던 것이었다.

“근데 3연속 크리 덕분에 95%를 그냥 달성해버렸잖아. 그러니까 강화할 필요가 없지. 이게 하나에 얼마짜리인데 강화를 해? 날려버리면 어쩌려고.”

요즘 내가 아무리 돈을 펑펑 써재꼈다 한들, 별 메리트도 없는 강화에 무려 디바인 템을 희생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인 설명을 들은 현중이는, 내 생각과 달리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역시 태생이 쫄보인 놈은 어쩔 수 없네. 결국 평생 형처럼은 살 수 없는 소심한 인생이야.”

“……뭔 말을 해도 오늘만큼은 이 형님이 참아주마.”

“크크. 그래도 염치는 알아서 다행이라니까? 그럼 그거 어디다 쓸 건데? 설마 팔 건 아니지?”

“팔긴 어디다 팔아, 이게 누구한테 들어갈 줄 알고. 이렇게 된 이상 잘됐다. 늘 따로 챙겨드리지 못해 마음에 걸렸었는데.”

“뭐? 누구? 누구길래 디바인 갑옷 세트를 챙겨준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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