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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338화 (338/350)

338화 황제 도전 (2)

“와, 진짜 오랜만이다!”

고유 스킬.

각 직업의 개성이자 정체성인 이 스킬들은 특정 레벨 대에 도달할 때마다 하나씩 해금된다.

그 기준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공통점은 전부 10레벨대를 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가장 마지막에 익혔던 ‘난도질’은 370레벨에 익힐 수 있었으니…….

자그마치 60레벨 만에 새로운 고유 스킬이 주어진 것이었다.

“게임 속 최고 레벨이란 게 좋긴 좋지만…… 굳이 안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이런 거지. 1등은 전부 직접 부딪혀봐야 안다는 거. 뭐 어쨌든 딱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추가됐긴 했네. 운이 좋았어.”

하도 새로운 스킬이 주어지지 않길래 전직 레벨을 기점으로 기본 직업은 더 이상 고유 스킬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전직 직업과 별개로 기본 직업들 또한, 아직 고유 스킬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서둘러야겠네. 스킬을 2개나 배우려면.”

도둑 직업의 고유 스킬이 새로 오픈된 것처럼, 내 세컨 직업인 악마 사냥꾼의 고유 스킬도 추가됐다는 걸 의미했다.

스르릉.

나는 양손에 든 검을 착검하며 황급히 전장을 이탈해 크리스탈 캐슬로 향했다.

본토에 있는 두 직업의 마스터들을 만나기 위해서.

* * *

“대륙 제일의 도둑 산드로가 아니신가? 허허! 오랜만이군!”

“잘 지내셨습니까, 어르신.”

도둑 직업의 마스터, 알 쿠사딘.

조금도 변한 게 없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자 곧바로 특별한 반응을 보여줬다.

400레벨을 달성해서 미완성 스킬북 때문에 방문했을 당시엔 주지 않았던 퀘스트였다.

“어느덧 자네가 이렇게나 훌륭히 성장했군. 지금의 자네라면 비전으로 전해지는 영법(影法)의 고급 기술을 익힐 수 있을 걸세.”

띠링!

[퀘스트 ‘대도적이 갖춰야 할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직업 퀘스트 창.

보통 고유 스킬북을 보상으로 주는 직업 퀘스트는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어찌 됐건 해당 퀘스트를 획득할 레벨 대에 도달한 유저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어야 하기 때문.

다행히 클리어 조건이 모호하다거나 어렵지 않아 필드를 돌아다닌 지 1시간 만에 깰 수 있었다.

“역시 자네라면 쉽게 해낼 줄 알았네. 도둑을 더욱 도둑답게 만들어줄 비전의 영법까지 터득해냈으니, 차후 후계 마스터를 걱정이 덜었네.”

“별말씀을요. 좋은 기술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킬북(그림자 지대)를 획득했습니다.]

430이란 높은 레벨 대에서 새로 주어진 고유 스킬.

당장 효과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데스라 사막에 위치한 캄랑을 찾아갔다.

“이름 높은 사냥꾼 산드로여. 간만이군.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새로운 ‘가르침’, 혹은 ‘기술’을 배우고자 찾아왔습니다. 마스터시여.”

여전히 허름한 임시 본부를 지키고 있는 악마 사냥꾼 오리스.

아직 전직 레벨에 도달한 악마 사냥꾼 유저도 없는 상황.

하지만 그는 그저 NPC였기에 아무렇지 않게 고레벨의 퀘스트를 건네줬다.

“어? 이거 뭐야?”

한데 그가 준 것은 마계 괴수를 토벌하고 그 증거를 가져오는 토벌 퀘스트였고.

하필이면 내가 몰이 사냥을 하며 수도 없이 먹은 고르곤의 뿔 20개를 구해오는 것이었다.

띠링! 띠링!

[퀘스트 ‘지옥의 마수 토벌’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지옥의 마수 토벌’을 클리어했습니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퀘스트를 받은 지 단 몇 초만에 직업 퀘스트를 완료해버렸다.

추측건대 430레벨대에 주어지는 악마 사냥꾼 퀘스트였기에, 그 대상을 비슷한 레벨 대의 필드인 요정계로 설정해 둔 모양이었다.

그렇게 현존하는 악마 사냥꾼 최고 레벨의 스킬까지 손쉽게 얻게 된 나는, 스킬창을 열어 두 스킬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림자 지대(고유 스킬): ★☆☆☆☆☆)]

* 마나 소비: 300

* 사용 대기 시간: 120초

* 자신의 그림자를 확장시켜 6초간 반경 5m 안을 그림자로 장악합니다.

* 자신의 그림자 안에서는 그림자 밟기의 위치 지정이 자유로워지고 사용 대기시간이 1초로 고정됩니다.

[영혼 수확(고유 스킬): ★☆☆☆☆☆)]

* (passive) 처치한 악마의 영혼을 수집해 공격력과 방어력을 증가시킵니다. (개수당 +1%, 최대 누적 보유 영혼: 6개)

* (active) 마나 소비: 600, 사용 대기 시간: 600초

-보유한 영혼을 방출시켜 10초 동안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당량 증가시킵니다. (개수당 +3%)

“캬! 이거야 원, 버릴 게 없구나. 버릴 게 없어!”

각각 여유분과 레벨업으로 얻은 스킬 포인트 1개씩만 투자해 배운 신규 스킬이지만, 신검과 마신검 덕분에 둘 다 바로 6성이 되어버렸다.

이 가성비를 뛰어넘어 갓성비 넘치는 수치를 보고 있자니, 확실히 내 캐릭이 정상이 아니란 사실이 다시 한번 실감 났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지! 세계관 최고의 무기라는 7신기를, 무려 2자루나 차고 있는데!’

430레벨에 익힐 수 있었던 신규 고유 스킬.

이런 고레벨이 돼야만 익힐 수 있는 스킬이 나쁠 리 없었다.

물론 고유 스킬의 심화 버전이나 다름 없는 전직 고유 스킬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겠지만…….

만약 진작 배웠더라면 둘 다 스킬 포인트를 5개씩 투자해 10성을 만들었을 정도로 괜찮은 스킬들이었다.

특히 각각 특수한 효과들을 갖고 있어서 좀 더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았다.

“레이드를 하루만 더 미루길 정말 잘했다. 430렙이 되면 이 스킬들을 익힐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더라면, 진짜 엄청 후회했을 거야.”

두 스킬을 확인하며 한층 강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더욱 흡족한 레이드를 딱 하루 남겨두고 이 두 스킬을 익혔다는 사실이었다.

어려운 전투를 앞두고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

마치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 마음가짐을 안 누군가가, 내게 행운을 안겨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레이드 결과가 좋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게 만들었다.

(핑크래빗: 길마님, 어디 계세요? 지금쯤이면 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 아 벌써 제 차례에요?)

(핑크래빗: 길마님한테 차례가 어딨어요! 레벨업도 중요하지만 얼른 와보세요. 혹시 횟수 제한같이 저희가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먼저 받아두셔야죠!)

(나: 네, 그럼 바로 갈게요. 사실 레벨업은 한 시간 전에 했거든요ㅎㅎ)

(핑크래빗: 뭐예요? 그럼 당장 오세욧!)

그리고 마침맞게 연락 온 귓속말.

어차피 핑크래빗도 만나봐야 했고 남겨둔 스케줄도 소화할 겸, 나는 즉시 주문서를 사용해 아베르 성으로 귀환했다.

* * *

“오, 다들 여기 있었네?”

“오셨어요, 오빠?”

“왔어요, 드로 형?”

주성으로 귀환한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타이탄 제작 연구소.

타이탄 메카닉 NPC인 메이슨 앞에, 핑크래빗을 비롯해 당당이, 연우 등이 함께 모여있었다.

“어때, 둘은 다 끝냈어?”

“네. 한참을 고민하다가 방금 막 끝냈어요.”

“저도요, 오빠. 애초에 제 에르카다는 방어형이니까 저는 방어에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저 말고도 공격력이 뛰어난 타이탄은 이미 많으니까요.”

“그래? 당당이 너는?”

“저는 스펙은 그대로 놔두는 대신 스킬을 각인했어요. 제 로우리엘은 나이트급이라 체력이나 공격력은 만족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스킬이 가장 끌리더라고요.”

이곳에 온 목적을 이미 수행한 당당이와 연우.

둘은 고민 끝에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택을 끝마친 후였다.

“하긴. 당당이 넌 컨트롤이 되니까 스킬 하나를 추가되는 게 더 범용성에 좋겠네. 잘 선택했다.”

“뭐예요, 오빠? 그럼 저는 컨트롤이 안돼서 스펙에 집중했다는 거예요? 이거 지금 탱커 무시하는 발언 맞죠?”

“하핫! 연우야, 미안 미안. 어쨌든 둘 다 만족한다는 건 맞지?”

“그럼요! 아직 타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훨씬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역시 핑크래빗 누나예요. 누나 덕분에 이렇게 최초로 타이탄 강화를 시도해보게 되다니!”

“호호! 내가 뭘!”

어제 저녁, 마침내 기다려왔던 타이탄 제작 연구소의 3티어 업그레이드가 완료됐다.

미스틱 드래곤 레이드 전이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황제를 잡기 직전에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와! 연구소 대박이에요! 설마 했는데 정말로 타이탄을 강화할 수 있었네요!

우리의 예상대로 3티어 연구소에는 ‘타이탄 강화’ 기능이 들어가 있었고.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각자 원하는 곳에 커스터마이징하듯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길마님도 생각해둔 거 있으세요? 강화 내용은 진작 들었으니 사냥하시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셨을 거잖아요.”

“네, 대충요. 각인할 수 있는 스킬이야 아직은 3개 밖에 없어서 딱히 추가할 생각은 안 들고…… 그냥 공격력 강화에 투자해 보려고요. 아무래도 체력과 기본 방어력이 높은 로드급인 만큼, 데미지가 더 세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사실 마신검을 들고 난 후부터는, 타이탄을 탔을 때보다 맨몸일 때 공격력이 확연히 더 세졌거든요. ”

“역시 그렇네요. 길마님이라면 공격력을 택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방어야 컨으로 어느 정도 상쇄되는 면도 있으니까요.”

“뭐 딱히 컨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빨리 잡을수록 결국엔 덜 맞는 법 아니겠어요? 흐흐!”

타이탄 강화 시스템은 크게 파츠(parts) 추가와 스킬 각인으로 나뉘어졌고.

강화는 각각 딱 한 개씩만 적용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어 신중히 선택해야만 했다.

일단 파츠 추가는 타이탄에 부품을 추가해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체력과 마력이라는 4가지 파트 중 한 가지를 강화하는 것이었고.

스킬 각인은 기존 솔저급 타이탄에게 랜덤으로 부여되는 스킬 3가지 중 하나를 직접 골라서 부여하는 것이었다.

다만 전용 스킬이 아닌 기본 스킬, 그것도 솔저급에 들어가는 스킬인지라, 로드급 전용 스킬을 3개나 갖고 있는 나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택한 건 공격력 추가.

황제 레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타이탄 비소환 상태로 이루어질 계획이지만, 막판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혹여 소환 상황을 가정하면 이게 더 나은 선택 같았다.

“어쨌든 정하고 오셨으니 시간 끌 것도 없겠네요. 파츠 추가는 스킬 각인보다 금방 끝나는 편이니까 바로 시작해 볼까요?”

“그러죠. 그럼…… 메이슨! 내 타이탄에 ‘파츠 추가’를 통한 ‘강화’를 부탁해도 될까?”

“마이 로드, 산드로 님이시여. 이를 말씀이십니까? 현재 소환 가능하신 타이탄의 이름과 강화 부위를 말씀해 주시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다만 재료비는 준비해주셔야 합니다.”

“얼마든 상관없다. 타이탄의 이름은 ‘루이투스’. 그리고 강화는 ‘공격력’을 택하겠다.”

[1,250,000골드를 소모하여 타이탄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대답과 동시에 뜬 선택 알림창.

나는 곧바로 YES를 터치했고.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정비 소환을 통해 강화를 시작하겠습니다.”

메이슨이 시키는 대로 따르자, 연구소 한 켠에 비어 있는 타이탄 전용 틀에 루이투스가 정비 모드로 소환됐다.

그리고 곧바로 연구소 내 NPC들 10여 명이 달라붙어 무언가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특히나 검 주변에 여러 명이 배치된 모습이었다.

“히야, 로드급 타이탄의 강화라니……. 진짜 엄청 강해지겠네요.”

“그래도 아쉽지. 데이네스였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루이투스가 다수를 상대할 땐 좋지만, 아무래도 소수를 상대하기엔 데이네스가 더 나은 편이라서.”

“네? 어차피 유저는 타이탄을 1대밖에 소환 못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맞는데, 알고 보니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도 있더라고. 예전 레벤다스를 먹었을 때 못고른다고 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됐어. 신검과 마신검을 둘 다 창고에 맡긴 후 마신검을 먼저 꺼내서 착용하면, 데이네스를 소환 타이탄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걸.”

“네? 그게 정말이에요? 완전 꼼수를 발견해 내셨네요. 근데 왜 바꾸지 않으셨어요?”

“나도 바꾸고야 싶었지. 근데 그러려면 레벨 다운을 또 10개나 해야 하더라고. 망할 놈의 7신기!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이딴 빌어먹을 페널티나 감수하게 만들어두다니……. 그건 또 차마 못하겠더라.”

“아이고, 그것참 아쉽네요.”

잠시 당당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NPC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루이투스는 계속 무언가가 추가되며 조금씩 외형이 변해나갔다.

그렇게 몇 분.

마침내 눈앞에 기다리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타이탄의 강화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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