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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339화 (339/350)

339화 황제 도전 (3)

“와! 확실히 디바인급은 다르긴 다른가 보네요. 훨씬 더 간지나게 변했어요!”

“오빠! 뭐예요? 검 주변에 이것저것 덧대진 건 알겠는데 저 금장 무늬는 뭐죠? 대체 골드가 얼마나 들어간 거예요!”

“골드는 왜? 125만 골드였던 것 같은데?”

“헉! 그럼 저보다 돈이 2배나 더 넘게 들어갔다고? 그럼 인정! 그 정도 금액이면 확실히 태가 달라질 만하네요!”

파츠 추가가 완료되어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서 있는 루이투스.

녀석의 다른 부분들은 딱히 변화된 게 없었다.

하지만 들고 있는 검과 팔, 그리고 어깨 부근.

특히 희고 긴 검신을 자랑하던 장검이 특별하게 바뀌어 있었다.

딱 봐도 더욱 날카로운 기운이 감돌면서, 새롭게 금장까지 새겨진 화려한 모습으로!

“그래? 같은 돈이 드는 게 아니었구나? 어쩐지 좀 많이 달라는 것 같더라.”

요즘 돈 쓰는 것에 워낙 둔감해져서 그렇지, 고작 업그레이드 한 번에 들어가는 것치고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후회는 되지 않았다.

원래 세상 모든 일이란, 대부분 돈이 들어가는 것에 비례해서 결과물도 나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루이투스(로드급, 전사형)]

* HP: 980000/980000 * MP: 340000/340000

* 공격력: 5550(+2775) * 물리 방어력: 6510 * 마법 방어력: 4250

……………………

오랜만에 살펴보는 루이투스의 상태창.

다른 것들은 전부 그대로였지만 단 하나, 공격력에 데미지가 추가됐다.

정확히 원래 공격력의 50%만큼이!

“아무리 한 가지만 특화시키는 업글이라도…… 원래 이렇게 많이 오르는 건가? 공격력이 50%나 올랐는데? 보유한 스킬들도 공격력에 계수 영향을 받으니까, 훌쩍 강해진 것 같은데? 강화로 치면 거의 5강화가 한 번에 된 셈이잖아!”

“네? 50%라고요? 오빠! 방어력을 선택한 저는 고작 25%만 올랐는데요?”

“어? 그래? 내건 로드급이라서 다른 건가?”

“설마요! 원래도 더 좋은 타이탄이 강화 수치마저도 더 좋게 뜨면 밸런스는 어떡해요? 뭐 특별히 다른 건 없어 보였는데, 뭐 멘트라든가 다르게 뜬 게 있었어요?”

“그렇게 말해봤자 처음 해보는 거라 알 수가 있나. 그저 타이탄의 강화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이런 말이 떴던 게 다인데?”

“그거네요, 오빠! 저랑 다른 메시지가 추가됐잖아요. 성! 공! 적! 이란 한마디가요!”

뭐지?

설마 타이탄 강화에도 강화 보너스 시스템이 있었던 건가?

그리고 내가 그걸 첫 시도에서 성공한 거고?

“오, 드디어…… 우리 드로 형한테도 뽑기 운이 따르기 시작한가 본데요?”

“……그런가 보다. 첫 도전에 크리티컬이 떠버리다니. 이런 건 또 처음인지라 얼떨떨하네.”

“그것도 솔저나 나이트급이 아닌 로드급에서 떠버린 게 더 대박이죠! 하, 이놈의 타연! 하여간 빈익빈 부익부라니까요? 아무튼 축하합니다, 형!”

“고맙다, 흐흐. 네 컨빨에 기죽지 말라고, 형한테도 운빨이 따라와 준 모양이다. 아니면 라챤이와 현중이한테 기운 좀 옮겨 받았나?”

늘 부정적이었던 마인드가 변했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좋은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기운을 건네받은 걸까?

지난날의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특별한 경험.

지금은 전혀 기대도 안 했던 곳에서마저 이렇게 행운이 불쑥 튀어나왔다.

“축하드려요, 길마님. 루이투스가 한층 더 강해졌네요!”

“감사합니다, 래빗 님. 덕분에 좋은 결과가 뜬 것 같네요.”

“에이,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순수하게 운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건데요, 뭘.”

“그래도요. 래빗 님이 서둘러 3티어를 완성하지 못했더라면 레이드 전에 강화 시도는 못 했을 거잖아요. 그러다 나중에 했다면 결과가 평범했을 수도 있고요. 항상 뒤에서 길드를 위해 이렇게나 애써주셨는데, 변변찮은 보상도 못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 돈 하나 안 들이고 이렇게 여러 시스템을 만져볼 수 있어 얼마나 재밌는데요? 저한텐 이 모든 게 보상이니까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길마님!”

레이드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일단 전투 승리로 인한 업적이 주어졌고, 후에 드랍된 보상템들도 공헌도에 따라 합당하게 분배받았다.

하지만 핑크래빗은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는 비전투 길드원이었기에 남들같이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보상이 없었다.

물론 내가 전적으로 길드 내 살림의 매매를 맡기고 있어 그에 따른 부수입 등이 있긴 했지만, 장사답지 않게 투명하게 처리하는 그녀였기에 그것 또한 지극히 미미했다.

즉, 예전 빛마석 사재기 이후로 그녀가 받은 보상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길드를 위해 애써왔다.

‘진심으로 우리 길드가 잘되기를 바라니까 그런 거겠지……. 그녀 또한 우리 버닝스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니까.’

장사꾼이라고 타연을 상업적으로만 생각하고 즐기지 않는 건 아니다.

단순히 골드를 벌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사냥이 아닌 ‘장사’였던 것이지, 그녀는 돈만 좇는 장사꾼과는 전혀 다른 부류였다.

성의 살림을 맡아본다거나, 숨겨진 캐슬 방어 시스템을 자기 입맛대로 성장시켜본다거나.

혹은 지금과 같이 최초로 타이탄 연구소 업그레이드를 성공시켜 신규 시스템을 개척해 보는 등등.

남들이 해보지 못하는 일들을 시도하고 그 성과를 지켜보는 것에서 흥미와 재미를 느꼈다.

즉, 그녀도 그녀 나름의 방법으로 이 타이탄 연대기라는 게임을 정말 즐겁게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뭐라도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제가 이번 레이드만 성공하면 한꺼번에 보상해드릴게요.”

“아니에요. 전 이번 황제 레이드에서도 별로 하는 게 없는데요……?”

“물론 레이드에 참여하지 못하시니 그렇기야 하겠죠. 다만 제가 황제가 되고 나면, 아마 길드원들 중에서 가장 바빠지실 걸요?”

“네? 그게 무슨……. 아!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죠?”

이 작은 아베르 성 하나만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엔 많은 수고가 필요했고.

핑크래빗은 성의 살림을 훌륭해 도맡아 주고 있었다.

한데 일개 성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제국을 관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당연히 내가 직접 다 할 순 없을 테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역할로 적임인 사람은 이렇게 이미 내 앞에 준비돼있었고 말이다.

“흐흐, 아마 그게 맞을걸요? 그러니까 꼭 성공하기만을 빌고 계세요. 내일이면 저희 모두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정말 그렇겠어요! 아참! 성공을 바라는 의미에서요, 이거 받으세요. 깜빡 잊고 못 드릴 뻔했네요.”

“네? 아, 이건…… 저번에 말해두었던 그거네요?”

“맞아요. 진작 챙겨드리고 싶었는데 파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조금 늦어졌네요. 그래도 마침 맞아서 다행이에요!”

원하던 타이탄 강화도 성공적으로 끝마쳐 슬슬 헤어지려던 참에, 핑크래빗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건넸다.

<불사조의 심장(유니크, 음식 아이템)>

* 전설의 영조, 불사조가 부활하는 순간 얻을 수 있는 심장 조각입니다.

* 복용 시 근력과 체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근력 +25, 체력 +50)

* 복용 시 총 HP와 MP가 즉각 75% 회복됩니다.(사용 대기시간: 24시간)

영단, 혹은 영약이라고 불리는 섭취 아이템.

어떤 캐릭터든지 간에 단 1회만 영구적인 효능을 발휘하고, 그다음부터는 그냥 회복 물약과 다른 바 없는 효과를 보이는 아이템.

이미 디바인급 영단인 투 메르타스의 심장을 복용한 나로서는, 전자인 영구적 효과보다는 후자인 회복 효과에 더 관심이 쏠렸다.

절댓값만 회복해 고레벨이 될수록 효과가 미미해진 다른 물약들과 달리, 영단들은 쿨타임이 있는 대신 퍼센티지로 회복시켜줬기 때문이었다.

“투기장 포인트로 이걸 사는 사람이 없어서 웃돈을 주고 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포인트도 50만이나 하는데 만승 투사 템 대신 이걸 사는 건 돈을 갖다 버리는 셈이니까요. 만약 제가 버닝스타 길드원이 아니었어도 아무도 이걸 대신 안 사줬을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바쁘셔서 고생하셨을 텐데…… 덕분에 든든해졌네요.”

콜로세움에서 구매할 수 있는 투기장 전용 템.

한가하게 투기장 포인트를 모을 시간이 없어, 언젠가는 구해둬야지 하면서 줄곧 미뤄뒀던 템이 영단이었다.

그걸 혹시나 해서 핑크래빗에게 지나가는 말로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건네주었다.

그러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약을 쓰시네요. 역시 드로 형 클라스라고나 할까요?”

“당당아, 그래도 형이 찬 아이템만 얼마치인데…… 죽을 걸 살려준다면 싸게 치이는 거 아니겠냐? 아무튼 이제 됐다. 이 정도면 형이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끝마친 것 같아.”

“하긴 그렇겠네요. 준비도 완벽하게 하신 것 같고요.”

이 정도면 최선에 최선을 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레이드 한번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쏟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미련 한 톨 남지 않을 정도의 준비를 끝마친 나는, 마지막 점검을 위해 각 길드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 * *

“그럼, 이제 그만 다들 마차에 타시죠!”

“넵!”

“네!”

이른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시간, 새벽 6시.

제국의 수도 오스타그의 한 저택 안에 비밀리에 모인 우리들은 카이저 형님이 준비한 마차 위로 하나둘씩 올라탔다.

제국 백작급 이상의 유저만이 차출할 수 있는 최고급 운송수단, 팔두마차.

병사들의 검문조차도 무시할 수 있는 이 마차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탑승 정원이었다.

게임답게 정원을 넘어선 인원은 욱여넣거나 납작 엎드려 탈 수도 없어, 아예 마차 안으로 진입할 수조차 없었다.

바로 이것이 이번 황제 레이드가 총원 10명이라는 소수 인원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이었다.

[산드로: 형님, 저희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지옥불: 그래, 우리도 준비를 끝마쳤다. 건투를 빈다!]

[산드로: 네,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레이드를 우리만 진행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아무리 예행연습을 했다곤 해도, 이번 레이드는 어떻게 진행될지 혹은 끝이 어떻게 나게 될지 조금도 가늠하기 힘든 어려운 전투.

따라서 미리 예상 가능한 변수들은 최대한 커버하려고 노력했고, 그 대책이 바로 피닉스 라인의 총출동이었다.

원래라면 접속이 무척이나 저조했을 새벽 시간.

피스메이커, 화랑, 넥스트, 그리고 최강흑풍단 등등.

피닉스 자체는 물론이고 라인의 최정예들까지 전부 접속해, 비밀리에 오스타그로 넘어온 상태였다.

이유는 하나.

행여 우리가 실패하거나 후반부에 전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그들 모두가 천상궁으로 지원해오기 위해서였다.

‘이것 또한 게임이라서 가능한 전략이지. 원래부터 오스타그 황궁은…… 유저들에게 무척이나 유명한 관광지기도 하니까.’

제국의 습격을 받은 이후로, 피닉스는 7성을 포기하고 제국과의 전쟁을 매듭지었다.

즉 다시 말해, 수배를 받고 있는 우리 버닝스타는 여전히 제국의 적대를 받고 있었지만 피닉스 라인은 그렇지 않았고.

따라서 모두들 황궁 내에서 유유자적하게 대기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황실 뒤편의 천상궁 인근엔 접근조차 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이판사판이 될 레이드 후반부의 혼란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난입할 수 있었다.

황궁은 도시 안과 달리, 애초부터 안전지대가 아니었으니까.

“와, 이 안까지는 처음 와봐요.”

“실컷 봐둬. NPC 소유인 황궁의 모습은 지금이 마지막이 될 테니까.”

“오, 그런가요? 키킥!”

마차의 차창 밖을 보며 잡담을 나누는 라챤이와 현중이.

그러나 태평하기만 한 그 둘 외에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지(死地)로 걸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긴장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들 긴장 푸세요. 제가 괜히 혼자 예행 연습했던 게 아니잖아요? 지금의 저희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다들 경험으로 알고 계시잖아요. 절대 못 잡을 몬스터는 타연에 없다는 걸요. 만약 저희가 실패한다면, 그건 저희 잘못이 아니라 보스를 만든 사람이 잘못 만든 걸 겁니다!”

“그래 맞다. 다들 긴장되겠지만 드로 말대로 조금만 릴렉스하자. 적당한 긴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많으면 생각은 물론 몸까지 굳을 수밖에 없어. 어차피 천상궁 안에 진입할 때까지는 공격받을 일 없으니까, 다들 속으로 계획을 점검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한 번씩 해보자.”

그리고 역시나 힘들 때마다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축빙 형님이 모두를 다독여주었다.

한층 부드러워진 분위기.

그렇게 각자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 10여 분 동안, 마차는 제국 정예들이 지키는 마지막 관문까지 순탄히 통과할 수 있었고.

마침내 천상궁 결계 안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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