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7화 (7/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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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리얼 포스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히든 피스에 목을 메었다.

무수히 많은 개인방송자들의 너도나도 ‘히든피스’ 라는 방제목이 시작이었다.

히든 피스!

그 막연한 단어에는 일확천금의 꿈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리얼포스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히든피스는 어디에나 숨어 있다.

같은 몬스터를 잡는 방법에 따라 등장할 때도 있고, 멀쩡한 장비를 깨먹고 나서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기행을 펼치면 히든피스가 나타났다. 히든피스가, 정식 컨텐츠보다 많았다.

간혹 그러한 과정에서 걸리는 대박은 역시나 에픽 아이템이나 스킬북이다. 하나 먹기만 하면 그야말로 막대한 돈에 판매할 수 있었다. 혹은, 랭커의 꿈을 꾸며 인생 제2막을 노려 보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인생, 한 방이지!

어느날부터 유저들이 외치기 시작한 구호다.

* * *

흑마법사로의 전직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마법사의 포지션이 대략 ‘양지’ 의 위치라면, 흑마법사의 포지션은 ‘음지’ 의 위치일 뿐.

필연적으로 존재하나 의외로 전직방법은 리얼 포스가 오픈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그 방법이 그야말로 기상천외하여, 밝혀진 뒤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 하긴 했는데......

“어흠.”

눈 앞의 마법사NPC는 빤히 태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직 퀘스트를 부여하는 임무를 받은 그는, 리얼 포스 내 마법사들의 상징과도 같은 거만함을 품고 있었다.

“자네 역시 마법의 길을 걷고자 하나?”

초보자용 영역의 NPC들은 프로그래밍 된 듯 한 고정 말투와 패턴을 사용한다. 그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대화를 나눌 수 없으며, 정해진 대사만을 반복하는 것이다.

허나 이 지역을 벗어나게 된다면 무수히 많은 자유의지로 의사소통을 하는 이들과 조우하게 될 테니, 문제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편하다.

“예.”

“어디보자, 마침 자정. 달의 힘이 정점에 깃들 시간이니, 마력이 대지에 충분하겠군.”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힘은 기본적으로 마나 라고 부르는데, 달의 힘을 빌어 온다는 설정이었다.

때문에 오전 0시부터 1시 사이에만 퀘스트 수주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존재했다. 마법사가 손을 흔들자, 태호의 눈 앞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1급 퀘스트]

[전직 퀘스트]

[마법사 전직]

[마법사 NPC에게 재차 말을 걸어, 조건 충족.]

1급의 퀘스트는 가장 낮은 등급의 퀘스트란 뜻이다. 말을 다시 걸기만 하면 해결될 정도로 쉬운 난이도다. 1급부터 10급까지의 퀘스트가 존재한다. 당연히 숫자가 높아질수록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태호는 그 퀘스트를 부여한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마법사에게서 몸을 돌렸다.

여기서 다시 말을 걸면, 마법사로 전직할 수 있다. 하지만 태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알바롱 영지를 벗어나 다시 설원에 섰다.

‘시간은......’

오전 0시 11분.

이 시각부터는, 설원에 정령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과연, 여기 저기에서 눈송이들이 팡! 팡! 하고 터지며 하얗고 동그란 구체 형태의 정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은, 히든 직업 정령사로서의 전직을 위한 녀석들이다.

들꽃이 가득한 들판에 해가 정점에 달할 땐 꽃의 정령이 나타나고, 열기가 가득한 화염지대에서는 불의 정령이 나타나는 식이었다. 아무튼 정령들과 어울리며 친화력을 쌓은 뒤 마법사에게 전직하면 히든 직업 정령사가 될 수 있다.

정령사도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는 직업이지만, 이번엔 거른다.

태호는 가만히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와락!

하얀 찹쌀떡 같은 눈의 정령들이 태호를 보더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품에 안겼다. 태호는 녀석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딘 철검을 들었다.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별 수는 없는 일이다.

휘익!

퍽!

꽥!

단말마와 함께 눈의 정령이 터지듯 죽음을 고했다. 경험치는 오르지 않았지만, 눈 앞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눈의 하급 정령을 살해하였습니다.]

[눈의 하급 정령이 정령계로 돌아갔습니다.]

눈의 정령들이 동그랗게 눈을 뜬 채 태호를 본다.

태호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녀석들이 나타나는 시간은 오전1시까지. 그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내일 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대미지를 받고 돌아간 녀석들은 일정 기간 동안 재생성되지 않으나, 정령계에서 회복한 뒤 다시 나타날 것이다.

미안하지만, 역시나 별 수 없다.

퍽!

퍽!

퍽!

그때부터 태호의 정령 학살이 시작됐다.

빼액! 빼액!

비명을 지르는 녀석들을 하나 하나 처치해 나갈 무렵.

[지속적으로 눈의 하급 정령을 살해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생성되었습니다.]

[정령과의 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퍽!

퍽!

퍽!

[업보 수치가 1 상승했습니다.]

[정령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그렇게 반복할 무렵.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업보 수치가 1 상승했습니다.]

[정령과의 관계는 최악입니다. 모든 정령이 당신을 적대합니다.]

이것이 흑마법사의 조건이다.

과연, 선과 악이 있다면 주로 악을 담당할 흑마법사의 전직 조건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보라는 수치는 정령들과의 관계 시 영향을 미치는 평판 스텟과도 같았다. 정령들과 적대 관계가 되며, 몬스터처럼 선공을 가하는 적이 된다.

물론, 이 업보 스텟이 높다면 악마형 몬스터들과의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존재한다. 태호는 그 메시지를 확인한 이후에도, 업보 스텟이 10 이상 더 상승하는 것을 본 뒤에야 정령 학살을 그만두었다.

[업보 수치가 1 상승했습니다.]

[업보 수치가 20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정령이 당신을 적대하며, 정령을 사냥 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자.

이 메시지를 기다렸다.

시간은 딱 오전1시. 사방에 즐비하던 눈의 하급 정령들이 태호를 노려보다가, 팡! 팡! 소리와 함께 눈송이로 사라져 갔다.

그대로 알바롱 영지에 돌아온 태호가 마법사NPC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이런 무자비한 자를 보았나!”

마법사가 경악하며 말을 이었다.

“자네에겐 마법사의 칭호를 줄 수 없겠네! 순수의 결정체인 정령을 이리도 많이 학살하다니? 이런 사악한 자 같으니라고! 썩 꺼지게!”

마법사의 불호령과 함께 눈 앞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업적 : 정령 연쇄 살해범]

[직업, ‘흑마법사’ 의 전직이 가능합니다.]

[전직에 응하시겠습니까?]

그제야 태호는 씩 웃었다.

“예.”

화아아악!

전신에 시커먼 기운이 모여들더니, 태호의 온 몸에 스며들었다.

[당신의 속성이 바뀝니다.]

[무속성 -> 어둠]

[1차 전직에 성공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몸에는 어둠의 신, 볼카노스의 가호가 깃듭니다.]

[흑마법사의 기본 스킬을 부여받았습니다.]

[기본 흑마법사 장비(1급)을 받았습니다.]

.

.

.

.

.

.

리얼 포스의 스킬 시스템은 간편한 맛이 있어서 좋았다.

기본 베이스가 되는 스킬들은 레벨이 오름에 따라 자동 습득한다.

스킬들은 숙련도가 존재하며, 각 숙련도는 0부터 1000까지다. 숙련도가 오를수록 대미지와 성능이 상승하는데, 자주 사용할수록 오르는 것이 상당한 노가다를 요구했다.

특히 마의 500구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헬렙이라고 불리우는 구간이었다.

말 그대로, 숙련도 상승을 위해 기하급수적인 스킬 난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행히 태호에게는 에픽 반지가 있기에 그 부분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법서라는 아이템을 통해 다양한 스킬들을 추가 습득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엔 제한이 붙지만, 아직은 깊게 생각 할 필요가 없다.

향후 2차, 3차, 나아가 10차 까지의 전직을 통해 고급 스킬들을 배워 나갈 수 있었다.

아무튼.

전직에 성공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자.

스킬 목록을 보자.

흑마법사로 전직하게 되면, 무직 시절 레벨링을 하여 찍은 스텟들도 모두 초기화가 되어 스텟 설정을 다시 할 수 있었다. 1레벨에 전직한 태호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일.

[기본 흑마법사 스킬]

[등급 : 1급]

[쿨타임 : 1초][숙련도 : 0]

[스킬명 : 중독][소모마력 5]

[상대를 중독 상태이상에 빠트려, 10초의 시간 동안 매초 미약한 중독 대미지를 준다. 중독 대미지는 상대의 체력이 1이 됐을 때 멈춘다. 같은 대상에게 중복 사용은 불가능하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등급 : 1급]

[쿨타임 : 0초][숙련도 : 0]

[스킬명 : 절망][소모마력 5]

[상대를 절망 상태이상에 빠트려, 10초의 시간 동안 이동속도 감소 상태이상을 건다. 같은 대상에게 중복 사용은 불가능하다.]

단촐하다.

스킬은 단 두 개.

10레벨 단위로 새로운 스킬을 부여받는데, 숙련도 0의 성능은 정말 하잘것없을 따름이다.

상태이상 스킬은 실패 확률이라는게 존재하는데, 그 확률은 지능수치와 숙련도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대미지는 마법 공격력과 지능에 영향을 받으니, 지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초기의 성능은 기대 미만. 차라리 가서 무기로 두들겨 패는 게 스킬로 사냥하는 것 보단 빠를 정도다.

'하지만.'

가끔은 꼼수가 통한다. 지능지수가 낮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할 때, 원거리 공격을 사용하는 직업군이 쓸 수 있는 최고의 꼼수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꼼수는 1레벨인 지금 매우 유효하다.

인벤토리 창에는 전직이라고 받은 흑마법사 기본 세트가 있었다.

검은 로브, 그리고 검은 지팡이.

둘다 1급인지라 성능은 무딘 철검보단 나은 수준이었다.

‘첫 에픽 아이템은 성공리에 구했다.’

두 번째 목표에 다가서려면, 우선 레벨링이 필요했다. 이쪽 지역에서도 제법 난이도 있는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 * *

설인은 기본적으로 지능이 낮고, 단체 생활을 한다. 한 놈에게 어그로(몬스터가 자신을 공격대상으로 인식함) 가 끌린다면, 인근 녀석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후다다닥!

따끈 열매를 와작 씹은 태호는 부리나케 달렸다. 설산의 사방을 마구 헤집으며 달리는 것이다. 여기 저기서 설인들이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우!

우!

슬쩍 뒤를 돌아 보니, 성이 잔뜩 난 설인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그 수는 대략 서른이 조금 넘는 수준.

아무리 레벨1의 초급 몬스터라지만, 특유의 방어력 덕분에 쉽게 죽지 않는데다 무리를 지어 귀찮은 종류였다.

태호는 근 서른에 가까운 설인들이 몰려들기를 기다렸다, 바로 옆에 있는 큼직한 나무를 타고 냉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아래를 바라본다.

우우-

우우우-

낮은 음성으로 울고 있는 설인들을 확인했다.

레벨1의 몬스터인지라 지능지수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조금만 더 고등급의 지능을 가진 녀석들이라면 나무 따위는 쓰러트려 버렸을 테지만, 이 녀석들은 그냥 나무 아래를 빙글빙글 배회하며 고개를 들어 태호를 향해 손을 뻗을 뿐이다.

닿을 리가 있나.

태호는 나뭇가지 사이에 걸터앉아, 균형을 유지한 채 지팡이를 들었다.

'중독.'

지팡이에서 시커먼 기운이 쓱- 뽑혀 나가더니, 첫 번째 설인에게 중독 상태이상을 걸었다.

터-엉!

특유의 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이내, 중독을 하나 하나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터엉- 터엉-

마력이 바닥날 때 까지 중독을 설인들에게 돌리자, 녀석들의 머리 위에서 시커먼 아우라 같은 것이 스물 스물 새어 나온다

중독 상태이상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다.

40!

40!

40!

숙련도0의 기본 상태에서 가하는 대미지는 대략 40.

태호는 가만히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초당 40씩 떠오르는 대미지는 10초 후 사라져갔다.

이 대미지는 유저를 대상으로 했을 때에는 대미지감소 효과가 적용되기에 오직 몬스터를 상대로만 한 대미지였다.

리얼포스의 모든 스킬들이 유저 상대로 대미지 보정이 있었다.

우우-

우우우-

설인들이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질질 새는 게 느껴지는지, 녀석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머리를 부여잡은 채 괴로워할 뿐이다.

'썩 좋은 광경은 아니네.'

그 사이 마력이 차올라, 다시 중독을 돌렸다. 쿨타임 1초의 마법을 난사하는데 단 0.1초의 자체 딜레이도 생기지 않았다. 일체감 100%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터엉- 터엉-

[스킬 : 중독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연이어, 중독의 숙련도 상승을 알리는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쿨타임은 1초. 마력만 충분하다면, 무차별 난사 역시 가능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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