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12화 (12/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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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재능을 가진 천재

[2차 전직에 성공하였습니다.]

[당신의 몸에 깃든 불카노스의 가호가 더욱 강해집니다.]

[흑마법사의 기본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 갈증 이 추가되었습니다.]

메시지는 간소했다.

그도 그럴게, 2차 전직까지는 기본 부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3차 전직에서는 명칭도 바뀌고, 성장 방향과 특화스킬 등도 생겨나기에 의미가 큰 것은 3차전직 부터다.

태호는 메시지들을 기다렸다.

[위업 달성!]

[위업 : 히든 캐릭터 ‘흑마법사’.]

[리얼포스에 존재하는 ‘흑마법사’ 의 최초 2차 전직 등극.]

[보상 : 지능 스텟 +5]

기다렸던 위업까지 달성했다.

이로서, 총 올 스텟2와 지능 5가 상승한 셈이다. 지능이 상승했으니 대미지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고, 아이템 파밍도 이 던전에서 한다면 충분했다.

2차 전직으로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다.

중독, 절망, 폭사를 비롯한 소규모 범위 스킬들이 각 1등급씩 상승했다. 그로인해 스킬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기본 흑마법사 스킬]

[등급 : 2급]

[스킬명 : 중독][숙련도 : 210]

[쿨타임 : 1초][소모마력 5]

[상대를 중독 상태이상에 빠트려, 15초의 시간 동안 매초 적당한 중독 대미지를 준다. 같은 대상에게 중복 사용은 불가능하다.]

약 5초간의 지속시간 상승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스킬 설명 중 ‘미약한 중독 대미지’ 가 ‘적당한 중독 대미지’ 로 바뀌었는데, 대미지 증가의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리얼포스의 통계적으로 1급의 스킬레벨이 오를 때 마다 대미지 상승량은 약 20%.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범위 스킬들이 ‘소규모 범위’에서 ‘중규모 범위’ 로 바뀌었다. 이는 이미 데이터가 있는데, 대략 10평 규모의 범위에 스킬을 난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2차 전직으로 얻은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2차 흑마법사 스킬]

[등급 : 3급]

[스킬명 : 갈증][숙련도 : 0]

[쿨타임 : 100초][소모마력 : 초당 50]

[자신의 마력을 초당 50씩 감소시키며, 초당 50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지속시간 10초.]

그렇다. 생존기였다.

2차전직을 기점으로 흑마법사는 점점 더 골고루 이런저런 스킬들을 얻게 된다. 생존, 탱킹, 근접대비, 원거리 공격 등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다.

태호는 전직으로 얻은 것들을 대강 확인하며 정보 창을 띄웠다.

[아이디 : 카이저]

[레벨 : 50]

[직업 : 흑마법사][2차전직]

[성향 : 중립][속성 : 어둠]

[생명력 : 650][마력 : 825]

[공격력 : 12][마법 공격력 : 130]

[방어력 : 52][마법 방어력: 30]

[스텟 : 힘12, 민첩12, 체력12, 지능30]

[업보 : 20]

[특이사항 : 모든 정령들의 적대를 받는 중.]

[*위업- 최후의 생존자]

[*위업- 비밀던전의 첫 해방자]

[*위업- 비밀던전 첫 클리어]

위업은 벌써 세 개가 쌓였다. 저 스텟 포인트에 현재는 올스텟10의 버프가 걸려 있었다. 스텟 포인트는 힘, 민, 체에 소량 분배하고 나머지는 지능에 올인했다.

태호는 보스에게서 떨어진 아이템들을 수거해 나갔다. 반짝이는 광석들이 제법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나쁘지 않아.’

이 돌들은 ‘카오스 스톤’ 이라고 불린다. 카오스 스톤은 리얼 포스의 아이템 옵션을 재설정할 때 사용하는 재료로 사용됐다.

[등급 : 3급]

[종류 : 재료]

[이름 : 카오스 스톤]

[아이템의 특수옵션 재설정에 사용되는 재료. 혼돈으로 가득 찼던 대격변 시기에 생성된 특이물질이다.]

카오스 스톤은 많이 모아 둘수록 나쁠 일이 없다. 특수 옵션이란, 이런 것을 말 한다.

[등급 : 3급][노멀]

[종류 : 무기(한손검)]

[이름 : 얼음 호수의 검]

[옵션 : 공격력 100]

[특수옵션 : 힘 + 1]

[등급 : 3급][노멀]

[종류 : 장비(상의)]

[이름 : 시린 빛의 레더아머(상의)]

[옵션 : 방어력 50]

[특수옵션 : 지능 + 1]

보스가 떨군 아이템들은 제법 괜찮은 장비들이었다.

등급에 별첨된 ‘노멀’ 라는 등급이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강민에게 판매했던 단검이나, 여태까지는 없었던 별칭이었다.

이는 노멀, 레어, 유니크로 이어지는 등급체계였다.

특수옵션이 하나 붙는다면 노멀, 두 개 붙는다면 레어, 세 개 붙으면 유니크다.

주로 스텟이 붙는데, 가끔가다 이동속도나 공격속도 등의 옵션이 매우 낮은 확률로 등장한다. 그런 장비들의 가격이 얼마나 뛸 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은 레어나 유니크를 떨구기도 하는데, 레벨이 낮은 몬스터들은 대부분 노멀이나 레어 수준이었다. 하다못해 특수옵션이 붙으면 등급이 낮은 경우가 다반사다.

정말 비싼 장비들은 고레벨 레이드나 보스 몬스터들이 준다.

태호는 아이템들을 수거하며 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던전에서는 65까진 넉넉잡고 올리겠는데.’

던전의 몬스터들의 레벨은 대략 42~48 사이. 시간이 여유롭게 있으니, 스킬 숙련도를 올릴 겸 죽치고 앉아 진득히 잡아 볼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여기라면, ‘학살자’ 칭호를 따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잡몹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니, 며칠 내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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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그의 한손검이 귀신처럼 움직였다.

파파팍!

-와아아아아!

열광하는 목소리.

-윤형석! 임지수의 창을 튕겨내며 찔러 넣습니다!

너무도 익숙한 찬사.

푹!

-공격에 성공합니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합니다!

그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방패를 들어, 상대의 미간을 가격했다. 동시에 땅을 밟으며 검을 재차 찔러 넣었다.

푹푹!

심장부와 복부에 검이 쑤셔넣어졌다, 단숨에 빠져나왔다. 그는 그대로 상대를 밀쳐냈다. 털썩! 쓰러진 상대의 목덜미에 검을 쑤셔 넣고, 방패를 바닥에 버리며 일어섰다.

-최강자를 가린다, WOF! 이변은 없었습니다! 맹렬한 도전자의 공격을 유유히 흘러낸 뒤, 몰아치는 공격! 압승! 견고한 챔피언! 최강의 사나이! 팀 SK 게이밍의 투신 윤형석이 왕좌를 지켜냅니다!

치이익-!

가상현실 캡슐이 열리고, 윤형석은 덤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방에는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이 가득했다.

-10만명이 이 곳에 모였습니다! 잠실 스터디움! 불패의 투신, 윤형석이 올해도......

그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대중을 바라보았다. 한 손을 번쩍 들어 본다. 모두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프로게이머 윤형석.

그 이름 석자가 가진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마 한국에서 그보다 더 유명한 프로게이머는 없을 것이다. 초, 중, 고, 대 학생들의 우상임은 물론 이미 청춘이 지나간 직장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프로 게이머!

WOF. World Of Fight 의 절대강자, 투신(鬪神) 이라 불릴 정도니까!

데뷔 이래 5년.

그는 슬럼프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세계 신기록인 75%의 일체감은 그의 몸값을 절정으로 띄워 놓았다. 외모조차 뛰어났다. 밀려드는 TV 광고와 게임 홍보, 그리고 스폰서들은 그를 20대 후반의 나이에 아득히 높은 세상으로 올려 놓기에 충분했다.

‘재미 없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어느 순간부터 WOF에 대한 열정이 식은 지 오래였다.

WOF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스텟과 장비를 가진 두 플레이어가 1:1 대전을 펼치는 대전 액션 게임이다.

때문에, 게임이 어느 정도 연구가 되고 나서는 동일한 테크트리(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일체감이 높을수록 세밀하고 정교한 컨트롤을 통해 환호성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판타지스러운 맛이 부족했다. 돈을 벌기에는 충분히 좋은 게임이었지만 적어도 윤형석 본인에게 있어선 이미 흥미를 잃은 장난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도.

열광하는 관객도.

찬사로 가득한 해설진의 목소리도.

부와 명예도.

더 이상 그의 심장을 뛰게 하진 않았다.

악마의 재능을 가진 천재!

세상이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 * *

삐빅.

집으로 돌아온 윤형석은 넓은 자신의 집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재미 없네.’

요즘 재미를 느끼는 것은, WOF가 아닌 또 다른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얼마 전 새로 오픈한 게임.

WOF의 개인 리그가 끝났으니, 다음 달부터 팀 리그가 시작될 것이다. 그에게는 이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그는 개인 리그가 한창일 때도 WOF 연습 따윈 하지 않았다. 그저, 리얼 포스에 심취해 있었을 뿐이다.

리얼포스는 신기한 게임이었다.

다른 RPG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것은 정확히 말 해, 사실감이었다.

마치 진짜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입체적이고 넓은 세계는, 갑갑했던 가슴이 탁 트여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특히, WOF보다 치밀한 PVP는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WOF에서 갈고닦았던 실력은, 리얼포스에서는 더욱 극대화 되었다. 다양한 아이템과 장비, 그리고 변화무쌍한 스킬들. 손맛.

무엇보다 좋은 점?

‘프로게이머, 투신 윤형석’ 이라는 이름을 철저히 가린 채, 그간 해 보지 못 한 플레이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라는 탈 속에 숨어, 공인으로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했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겸손한 척, 매너 있는 척, 노력하는 척,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척!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연기로 점철된 WOF의 세상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사실은 약자를 경멸한다. 관심 따윈 없다.

패배자들에게 비웃음을 날려 주고 싶었다. 철저하게 짓밟으며, 조롱하며, 희열을 느끼고 싶었다. 다시는 고개조차 들지 못 하게 짓뭉개고 싶었다.

상실감과 패배감을 느끼는 그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공인이니만큼 그는 최대한 아닌 척 연기를 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리얼포스는 그야말로 휴식처이자, 새로운 세상이었다. 주구장창 WOF만 하던 그에게 있어선, 끊을 수 없는 강렬한 자극이었던 것이다.

샤아악!

그는 옷을 갈아 입지도 않은 채 소파에 누워, 가상현실 고글을 뒤집어 썼다.

두근

두근

WOF에서는 뛰지 않던 심장이, 점점 뛰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가만히 가상현실을 받아 들였다.

샤아아악!

어느새, 사방의 풍경이 바뀌고. 고대했던 리얼 포스의 세계가 윤형석을 맞이했다.

그는 씨익 웃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리얼 포스, 최남단.

시작의 대평야.

리얼 포스가 아직은 유명하지 않다지만, 접속한 유저들 중 많은 이들이 이 최남단 시작의 대평야에서 스타트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들이 약하고, 초보자들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물론 동서남북 중 북쪽 알바롱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할 만 한 수준일 거다. 기후는 약 25°c로 따스한 편이며, 초식동물이나 고블린 등의 하급 몬스터부터 다양한 몬스터들이 골고루 모여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대평야.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을로 돌아가진 못 하는 몸이 돼 버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 짜릿함이 이 세계엔 존재하고 있었다. 리얼포스의 시스템은 타 게임과는 다르게, 이러한 비정상적 플레이도 히든피스로 인정을 해 준다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쉬폰]

그의 머리 위에는 시뻘건 색으로 아이디가 떠올라 있었다. 보통의 유저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아이디를 강제적으로 타인에게 노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헉.”

파티사냥을 하던 유저들이 그를 발견하곤, 비명을 질렀다.

“쉬폰이다! 님들 쉬폰 떳어요! 대피! 대피!”

PK.

즉, 머더러가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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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이 고개를 돌려 태호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네?”

“그래.”

태호는 전신에 묻은 눈을 털며 대답했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유저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사냥도 하고, 물건도 사고팔고 하는 것을 보니 사람 사는 곳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인벤토리 창에는 200골드가 넘는 돈이 있었다. 던전 솔로 플레이를 3일이나 했다. 레벨은 어느새 68. 던전에서 올릴 수 있을 만큼 최대치로 올렸다.

이제는 두 번째 에픽 아이템을 찾아 나설 준비가 된 것이다. 선지자의 해골 말이다.

‘어디보자......’

그 곳은 북대륙 끝.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우는 지역에 있었다. 그 곳에서 몰아치는 한파는 그야말로 절명의 한파인데, 방한복으로는 턱도 없는 추위였다. 거기다, 충분한 준비를 갖춰 가지 않으면 추위에 장비 아이템들이 깨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이 제법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태양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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