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29화 (29/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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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책을 펼쳤다.

[3차 전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화아악!

태호의 온 몸에 검은 기운이 모여들더니, 싸아악 스며들며 메시지들을 띄웠다.

후우욱!

온 몸에 힘이 깃드는 것 같았다.

[당신의 몸에 깃든 불카노스의 가호가 더욱 강해집니다.]

[3차 전직에 성공하였습니다.]

[전직 보너스로 지능 스텟이 5 상승했습니다.]

[직업명칭이 '흑마도사' 로 변경됩니다.]

[위업 : 최초의 3차전직자]

[보상- 전직자의 주력스텟 +5]

[지능 스텟이 5 상승했습니다.]

두 메시지가 떠오름과 함께, 지능스텟이 총 10 상승했다.

[아이디 :카이저]-칭호 ‘학살자’

[레벨 : 100]

[직업 : 흑마도사][3차전직]

[성향 : 중립][속성 : 어둠]

[생명력 : 3700][마력 : 2475]

[공격력 : 23][마법 공격력: 421]

[방어력 : 1223][마법 방어력: 121]

[스텟 : 힘22(+1), 민첩22(+1), 체력33(+14), 지능72(+29)]

[업보 : 20]

[특이사항

[: 모든 정령들의 적대를 받는 중.]

[: 데스나이트의 심장이 장착귀속됨.]

[*위업- 최후의 생존자]

[*위업- 비밀던전의 첫 해방자]

[*위업- 비밀던전 첫 클리어]

[*위업- 지역 현상수배범 처치!]

[*위업- 특수던전의 첫 해방자]

[*위업- 특수던전 첫 클리어]

[*위업- 히든캐릭터 '흑마법사']

[*위업- 최초의 3차전직자]

태호는 현재 자신의 장비를 살펴보았다.

선지자의 해골.

데스나이트의 심장.

왕실 수호자의 증표.

어둠기사단 투구가 지능15.

어둠기사단 상의가 체력10, 지능5.

그 외 여기저기서 구한 레어 장비 하의, 장갑, 신발이 총 체력 2와 지능8을 올려주고 있었다.

마법 공격력을 300 올려주는 레어 지팡이를 꽤나 유용하게 써 먹고 있었다.

스텟은 지능50%, 나머지는 힘민체에 골고루 투자했다.

어둠 기사단 하의를 보유하고는 있으나, 옵션 재설정이 필요해서 우선은 다른 장비로 대체하는 중이다.

어둠 기사단 장비들은 그냥 입고 있으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색감은 까맣고 약간은 푸르딩딩한데, 세트를 온전히 갖추게 되면 빛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검은 색으로 변한다.

아무튼, 지금 태호의 외형은 사실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유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이어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모든 어둠 계열 스킬의 등급이 1등급 상승하였습니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 어둠의 폭탄을 얻었습니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 밤의 발걸음을 얻었습니다.]

‘어폭이군.’

어둠의 폭탄.

과거, 흑마법사로서 3차 전직을 이룬 뒤 얻을 수 있는 어둠의 폭탄은 흑마법사 누킹(한순간 큰 대미지를 넣는 것)의 핵심이었다.

그간은 사냥하기 빡빡하고 힘이 들어도, 그나마 어둠의 폭탄이 생긴 이후론 수월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등급 : 5급]

[쿨타임 : 10초][숙련도 : 0][소모마력 5]

[스킬명 : 어둠의 폭탄]

[상대에게 어둠의 폭탄을 심는다. 폭탄은 10초의 시간 동안 상대에게 가해지는 어둠 마법 대미지를 50% 증가시키며, 이 효과가 성공적으로 끝날 때 폭발하여 대규모 범위 대미지를 준다. ‘폭사’ 나 ‘범위 폭사’ 로 효과가 끝날 시에도 적용된다. 같은 대상에게 중복 사용은 불가능하다.]

일종의 필살기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이미 태호에게는 흑마법사의 애매한 딜량을 커버할 아이템들이 마련돼 있었다. 일종의 날개를 단 셈이다.

선지자의 해골과 데스나이트의 심장, 그리고 태호에게 가해지는 각종 효과들이 중첩되는 것이다.

선지자의 해골이 부여한 효과는 ‘마법 성능 2배 증가’ 다.

때문에, 어둠의 폭탄이 가져오는 ‘걸린 상대에게 어둠 마법 50% 증가’ 는, 100% 증가가 되는 것이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등급 : 5급]

[쿨타임 : 15초][숙련도 : 0][소모마력 5]

[스킬명 : 밤의 발걸음]

[눈에 보이는 약 20미터의 거리를 원하는 거리만큼 순간이동한다. 순간이동 시 시전자가 서 있던 반경에 어둠의 장판이 남아, 인근의 적들에게 짧은 구속 상태이상을 건다.]

‘생존기도 하나 늘었고.’

밤의 발걸음은 지형지물을 뛰어넘기에도 용이했다. 이 역시 성능 두 배 효과를 받는다.

태호는 새로 얻은 스킬들을 정리하며 흑마법사의 탑을 나섰다.

* * *

[리얼포스, 입소문 퍼지며 흥행돌풍 예감!]

웹 포털 사이트에 대문짝만한 기사가 실렸다.

‘아, 슬슬 그 쯤인가.’

원래 리얼포스의 흥행돌풍은 3억 명이라는 현시대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U-TUVE) 유저, ‘란슬롯’ 의 플레이가 시작된 이후였다.

그는 리얼포스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를 따라 많은 유튜버들이 리얼포스를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유저가 유입되는 것은 그 즈음이었다.

허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프로게이머 윤형석의 선택, 그리고 대형 유튜버 란슬롯의 극찬!]

[이어지는 극찬 세례! 리얼포스는 과연 갓겜인가? 심층리뷰!]

그 시기가 대폭 줄어들었다.

때문에, 리얼포스의 세계에 여러 변동이 생길 것이다.

‘그나저나.’

니바 숲.

신비의 니바 숲이라고 불리우는 그 곳은, 라이언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출몰 몬스터의 평균 수준은 대략 150레벨. 그리고, 태호의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위치와 크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 편이다.

‘그리고......’

태호는 혼자서 입수할 수 있는 난이도의 거의 막바지급에 위치한 에픽 아이템 두 종을 떠올렸다.

‘엘 로스의 가면, 군자의 지팡이.’

이 중, 우선 순위라면 역시 군자의 지팡이였다.

주무기 장비였고, 또 위치가 라이언 반경에 있었다. 최소 진입레벨이 100대인지라 후순위로 밀려 있던 녀석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태호는 흘끗 시간을 확인했다.

‘이쯤 되면 머더러들 접속제한이 풀렸겠군.’

놈들의 특성 상, 리벤지 퀘스트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찾아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뭐, 안 오면 안 오니까 좋은 거고.’

한 번에 여러 개를 해치우고 지나칠 수 있는 곳 위주로 선택하자면, 역시 니바 숲이다.

막 남쪽 정문으로 빠져나올 무렵이었다.

챙챙- 챙!

라이언의 앞마당에서 여전히 대련이 현재진행중이었다. 태호는 빙긋 웃으며 그들을 스쳐 걸어가다가, 문득 기시감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깡!

노란 머리의 사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패배감을 맛보고 있었다. 방금 전 얻어맞은 한 방이 결정타였던 모양이다.

태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 씨.”

노란 머리의 사내는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더니,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옆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는 무릎을 모은 채, 뚱한 얼굴로 저 편에서 새로 대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네...... 나는 재능이 없을라나.”

“......”

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늘 긴장감 가득했던 마음이, 한순간 탁 풀리며 큭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이 좋았다.

‘라간.’

라간이었다.

과거의 동료이자, 그의 오랜 친구였던 라간이 초보자의 모습으로 이 곳에 앉아 있었다.

태호의 웃음을 들었는지, 라간이 태호를 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킥킥킥 웃었다.

“그쪽도 앞마당 싸움꾼?”

라간의 물음에 태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싸움 잘 해요?”

“그럭 저럭 못 하진 않죠.”

라간이 눈을 빛냈다.

“그럼 좀 알려 줘 봐요. 내가 일체감 테스트로는 60%가 넘는다고 나왔거던. 근데 여기서는 영 쪽을 못 쓴단 말이에요.”

그 말대로였다.

라간은 미래의 랭커였다.

곧 발매될 첫 확장팩에서 랭크 시스템이 등장한다.

미래의 통합 랭킹 14위, 라간이 쌩초보자의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는 건 꽤나 신선한 일이었다.

태호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악수?”

라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태호의 손을 맞잡았다. 태호는 어쩐지 그를 빤히 보다가, 양 팔을 벌렸다.

“응?”

라간은 눈을 껌뻑이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태호에게 포옹도 해 주었다. 어쩐지 감개무량해, 태호는 그대로 그를 끌어안은 채 등을 토닥였다.

“......이거 신종 변탠가?”

라간의 말에 태호가 하하하, 웃어 버렸다. 너무 반가워서 평소답지 않게 감정적이 돼 버렸다.

태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의 마지막 장면이 남아 있었다.

-대장, 여기까진가 봐.

판타로스의 수하들이 밀려오는 서울. 빛처럼 움직이는 창으로, 수많은 괴물들의 틈새를 뚫던 그.

태호에게 도망갈 시간을 주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졌던 세상 그 누구보다 믿음직했던 동료이자-

-......그 동안 즐거웠다.

친구.

“어라? 엥?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라간은 태호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정신이 이상해진 변태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태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포옹을 풀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일체감 테스트는 뭘로 했는데요?”

“뭘로 하긴...... 창으로 했는데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한다.

“왜요?”

“왜긴...... 그냥 그게 제일 앞에 있어서.”

“이번엔 왜 검을 써요?”

말 그대로였다.

라간은 지금 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레벨을 가늠해 보자. 대충, 40레벨 정도는 된 것 같았다.

‘생각보다 빨랐군.’

라간이 첫 접속해야 할 시기보다 훨씬 빨랐다.

라간은 자랑스럽다는 듯 검을 들어 보였다.

“왜냐면.”

그리고 씩 웃어보였다.

“검이 멋있잖아~ 원래 판타지는 검이지!”

“이기려면 창을 써 봐요.”

“으잉?”

그의 직업은, 현재 베이스 직업군의 전사다. 전사는 각종 무기를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2~3차 전직 사이에 다양한 전직군을 가지고 있었다.

태호는 인벤토리 창을 뒤적이다가, 창 한 자루를 꺼냈다.

4급 레어의 창 몇 개가 인벤토리 안에 있었다. 그중 옵션이 괜찮은 것으로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원래 가상현실 게임은 레벨빨 장비빨이에요. 레벨도 좀 올려야 해요.”

라간이 당황한 얼굴로 창을 받은 채 태호와 창을 번갈아 가며 보다가, 창을 쥐고 요모 조모 살펴보았다. 이내 깜짝 놀라 태호에게 다시 창을 내밀었다.

“어, 근데 난 돈 없는데. 이거 엄청 좋은 거 아니에요? 몇백 골드는 할 것 같은데......”

태호가 킥킥킥 웃었다.

터무니없이 정직한 면이 있는 녀석.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호탕해, 태호와 죽이 정말 잘 맞았던 녀석다웠다.

“가져요.”

“엥? 정말?”

“정말로.”

“오. 우린 또 주는 건 마다 않는데, 나중에 무르기 없깁니다.”

라간은 창이 마음에 드는지 벌떡 일어서더니 이리 저리 찌르고 휘두르고를 해 보았다. 그리고 태호에게 물었다.

“그쪽은 어느 나라 출신이에요?”

“한국이요.”

“동양의 신비!”

그는 그 말을 중얼거리며 태호에게 큰 절을 했다.

“고맙슴다!”

그는 영국 출신의 신사였다. 이 시대에서 그의 나이는 20대 초반. 현실에서의 그는 부유한 상류층의 막내아들이었다. 주로 해외 오지에 여행을 다니며, 그것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는 모험가이기도 했다.

최근의 가상현실 게임에는 자동통역이 이루어져 있기에,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이거 그냥 받기는 좀 그렇고, 내가 꼭 갚을게요.”

그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에요.”

“알아요.”

녀석은 그런 녀석이었다. 고작 게임에서 한 약속도, 최선을 다 해 지키는 신의가 있는 녀석이다.

태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 판 싸움이 끝난 저 편을 가리켰다.

“오케이! 함 해 보실까!”

라간이 그곳으로 다시 걸어 나갔다. 둥그렇게 주변에 앉아 수다를 떨던 유저 하나가, 그를 보고 걸어 나왔다.

이내 두 남자가 서로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결투가 시작됐다.

팟! 파파파팟!

과연.

주무기가 창으로 바뀐 라간은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미친 듯이 상대를 몰아 붙여 갔다. 허술하던 검과는 달리, 창에는 그런 것이 없다.

창 특유의 긴 리치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리얼포스가 공인한 스킬의 수준이 아닌, 순수한 유저가 가진 몸재간이었다.

‘사람마다 재능 있는 무기가 따로 있는 법이지.’

태호는 팔짱을 낀 채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라간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상대를 고꾸라트렸다. 손쉽게 승리를 따낸 그가 의기양양해져 태호에게 돌아왔다.

“하하하! 당신 말이 맞았군. 창이었어!”

“......”

“그래! 역시 판타지는 창이지!”

태호는 배를 잡고 웃어 버렸다.

라간은 태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라간! 당신의 이름은?”

“카이저.”

태호가 통성명을 하며 다시금 라간과 악수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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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니바 숲.

레벨 150구간의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리는 사냥터이자, 비밀을 간직한 숲이었다.

‘니바 숲의 히든피스는, 에테리얼 마법서.’

물 계열 마법사들의 로망이 될 에테리얼 마법서가 이 곳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태호는 자신의 인벤토리 창에 보관돼 있는 ‘저주의 서’를 떠올렸다.

‘은거기인.’

은거기인을 통해 저주의 서를 다른 에픽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다. 교환 목록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숲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어디보자.’

숲은 그야말로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다. 저 하늘 끝까지 솟구쳐 있는 것만 같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만들어낸 숲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장관이었다.

태호는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들을 유심히 살펴 보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이 곳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총 세 개다.

에테리얼 마법서.

은거기인.

그리고, 흑마탑주 아파치 레퓨어에게 부여받은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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