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34화 (3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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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령 (3)

귀신들의 온 몸에서 회색 기운이 스물 스물 빠져나오며, 공중으로 산화돼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스나이트는 놀란 듯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섰다. 그리고 가만히 그들을 살펴 보았다.

귀신들의 온 몸은 어느새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다. 사기가 잔뜩 깃들어 있던 몸은 뭔가 청명해지고, 느껴지는 기운이 확 와닿았다.

약간 친숙한 느낌.

[퀘스트 완료.]

[경험치 획득]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함께 경험치가 올라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야, 정말 죽을 뻔 했는데.”

밀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정말로 죽을 뻔 했는지, 탐스럽던 갈색 머리카락이 모조리 타 대머리가 돼 있었다.

“결계의 반사가 엄청났지 뭐야. 까딱하면 내장까지 익어서 죽을 뻔 했어.”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놀란 눈을 했다.

“이 곳에서 뭔가가 나타난 것 까진 봤는데...... 그건 네가 처리한 거야?”

태호는 고개를 까닥였다.

“예.”

“허어...... 이거 정말 대단한데.”

그가 태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마 그건 혼돈의 잔재일 것이다. 아직 성장하기 전이었나 본데?”

“귀신을 먹고 성장하는 듯 했습니다. 귀신을 죽이지 않고 막기만 한게 주효했어요.”

태호가 사실대로 말하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정말인가?”

이내 그는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게 됐군. 본의 아니게 우리 모두 골로 가는 방법을 네게 주문한 셈이니까.”

“지난 일이니까요.”

태호는 저 편을 보며 덧붙였다.

“어쨌든 잘 해결된 것도 있고.”

귀신들의 몸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저마다 귀엽게 생긴 존재들이 하나씩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태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녀석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Lv. 1]

[어둠의 하급 정령]

하급 정령들의 생김새는, 예전 눈의 하급 정령을 보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은색 윤기나는 찹쌀떡처럼 생겼다. 언뜻 보면, 탱탱볼 같아 보이기도 했다.

탱탱볼 같은 것에 두 눈이 붙어 있는게 퍽 앙증맞았다.

[Lv. 50]

[어둠의 중급 정령]

중급 정령은 약간은 인간의 형체로 바뀌었다. 어떤 녀석들은 남성체 같기도, 또 어떤 녀석들은 여성체 같기도 했다.

[Lv. 90]

[어둠의 상급 정령]

상급 정령은 완연한 인간체였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정밀해졌다.

이 곳의 귀신들은 저마다 본래의 이름을 머리 위에 떠올리고 있었는데, 바뀐 이름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정말이었다.

이 녀석들은 어둠의 정령이었던 것이다. 태호는 이 산의 정보에 대해 다시금 떠올렸다.

‘밤이 돼야만 방문할 수 있는 산. 해가 뜨면 보이지도 않고, 산에서 나갈 수도 없지.’

그 조건에 딱 부합한다.

동시에 메시지들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의 하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어둠의 하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어둠의 중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

.

.

[지속적으로 많은 어둠의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10 감소했습니다.]

.

.

.

[어둠의 상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메시지들은 그야말로 사정없이 미친 듯 떠오르고 있었는데, 태호가 굳이 죽이지 않고 막아내기만 해 본모습을 되찾은 정령들이 고마움을 표하는 듯 했다.

“하하.”

어쩐지 터무니없는 이 상황에 태호는 멍하니 서서 그것을 주시할 뿐이다.

[지속적으로 많은 어둠의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사라졌습니다.]

[어둠의 중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어둠의 중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어둠의 정령 친화력 수치가 10 상승했습니다.]

[정령과의 관계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어둠의 상급 정령을 구원하였습니다.]

메시지들이 한참을 떠오르더니, 기어코.

[어둠의 정령 친화력 수치가 50 상승했습니다.]

[정령과의 관계가 매우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령과의 관계는 최상입니다. 모든 정령이 당신을 사랑하며, 어둠의 정령과의 계약 시 당신에게 최상의 조건을 제시합니다.]

곧, 위업도 떠올랐다.

[위업 달성!]

[위업 : 어둠의 정령 구원자]

[최초로 어둠의 정령 정령 친화력 수치 100 달성]

[보상 : 어둠의 정령 친화력 50]

뭔가 터무니없는것들이 올라간 느낌인걸.

태호는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밀란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보게!”

과연.

사방에 즐비한 어둠의 정령들이 태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하늘에 뜬 달은 빛을 발하고 있었고, 어두침침하며 음습했던 이 산의 풍경이 바뀌어간다.

새카맣게 죽어 있던 산에 윤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녹음을 되찾고, 생기가 돌아오고 있다.

싸아아-

문득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하늘을 보니, 영롱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둠의 정령들은 태호에게 가까이 오더니 다시한번 인사를 한 뒤, 하늘을 향해 양 손을 쭉 펼쳤다.

둥실!

동시에 그들의 몸이 떠올라, 하늘로 날아갔다. 마치 민들레홀씨가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정령들이 사라지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흑마법사의 소실된 마법중 하나가 탑으로 돌아갔습니다.]

[흑마법사의 탑을 방문해, 소실된 마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탑으로 돌아갔다...?

태호는 곰곰이 생각했지만,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밀란 역시 태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정신이 하나도 없군.’

태호가 허허, 웃어버렸다.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순간 벌어져 버린 것 같았다.

태호는 다급히 여기저기를 찾아 보았다. 혼돈의 잔재가 뭔가를 남겼을 거란 추측을 했지만, 아쉽게도 별다른 것을 찾아내지는 못 했다.

“흐음......”

“아, 나의 움막으로 돌아가지 않을래?”

“예?”

밀란이 말했다.

“지금 당장 흑마법사의 탑으로 돌아가 볼까 하거든. 내 움막은 생긴 것은 초라해도, 워프 포인트거든. 횟수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흑탑과 이 곳을 몇 번 정돈 오갈 수 있을 거야.”

“아.”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런 류의 마법이나 소비 아이템이 없을까, 생각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태호는 저 편 풀숲에 숨어버린 데스나이트를 소환 해제한 뒤, 그를 따라 나섰다.

* * *

다시 찾은 라이언은 여전히 북새통이었다.

밀란과 태호는 흑마법사의 탑 앞, 거리에 나타났다.

‘이거, 굉장히 편리한데.’

꽤 탐이 났다. 걸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워프를 통해 바로 오게 된 것이다.

“휘유, 요즘은 모험가가 많이 늘었네!”

밀란이 특유의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 그대로였다.

리얼포스는 하루가 다르게 유저가 늘어가며, 점점 주류의 자리에 올라 서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빨라.’

유저가 급증하는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아이템 처분이나 매입 시간을 바꿔야겠는걸.’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와 함께 흑마법사의 탑 안으로 들어섰다.

흑마탑주, 아파치 레퓨어가 그들을 격하게 반겼다.

“왔는가! 나의 동지!”

“탑주님!”

밀란과 흑마탑주가 서로를 부르며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해냈구나!”

“예!”

“그리고 우리의 영웅!”

[흑마법사의 탑이 당신에게 신뢰를 가집니다.]

[신뢰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흑마법사의 탑과의 평판은 현재 ‘확고한 신뢰’입니다.]

‘세상에.’

태호는 솔직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집단의 평판이란, 기본적으로 ‘확고한불신-불신-약한불신-약한신뢰-신뢰-확고한신뢰’ 등의 단계를 따른다.

그리고 확고한 신뢰를 따기까지의 노고와 시간은 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 확고한 신뢰를 따내면 그 집단에게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에 엄청난 혜택들을 누릴 수 있기는 했지만.

헌데, 흑마탑의 의뢰는 단 두 개 만에 확고한 신뢰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태호는 불현 듯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자.’

본래, 신비의 숲 니바에서의 퀘스트는 보통 유저는 클리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왜냐? 에픽 아이템을 제물로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에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선뜻 바칠 용자는 많이 없어.’

그리고, 두 번째 우르즈 백 마운틴에서의 퀘스트.

여긴 사전 지식이나 충분한 조사가 없었다면, 레이드급 보스를 상대해야 하는 곳.

‘난이도가 터무니없이 올라가서, 최소 달 단위의 시간이 소요될 퀘스트였지.’

허나 태호는 두 가지 퀘스트를 생각보다 무척 수월하게 클리어 해 버린 것이다. 결코 난이도가 낮았던 퀘스트들은 아니었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아파치 레퓨어가 후다닥 태호에게 달려와 끌어안았다.

“우리 탑에 보물이 왔어! 하하하! 최고야!”

그 순간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완료]

[흑마부탑주, 카멜의 의뢰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경험치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로서 우린 소실된 마법 하나를 찾아 버린 거다!”

아파치 레퓨어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는 듯 했다. 이내, 그가 태호의 손을 잡았다.

“자, 나도 몸이 너무 근질거렸지만 너희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파치 레퓨어는 그들을 끌고 자신의 접객실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 큼직한 책 두 권이 놓여 있었다. 나머지 한 권의 말미에 뭔가를 깃펜으로 적어 넣고 있었는데, 그게 궁금한 태호가 물었다.

“그건 뭡니까?”

“뭐긴! 너희가 소실된 마법을 되찾아 주어서, 탑으로 돌아온 마법을 고대 룬어로 적는 중이잖아!”

그는 미친 듯이 펜을 휘갈기며 결국 책을 완성한 뒤, 한 권을 태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밀란에게 주었다.

[‘교환불가 : 흑마법사 비전마법-어둠의 정령’을 획득했습니다.]

“탑으로 돌아와......?”

태호가 머리를 갸우뚱거리자, 밀란이 대답했다.

“넌 아직 모를 수도 있겠군. 소실된 마법들은 연어가 돌아오는 것 마냥, 탑으로 돌아오는 거야. 마법사들이 왜 굳이 탑을 짓는다고 생각해?”

“......글쎄요.”

예나 지금이나 미스테리다.

“첫째론, 하늘의 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지. 우리는 어찌됐든, 하늘의 신님들의 속성을 빌어쓰는 입장이니까.”

이해했다.

“둘째론......”

“아 그만 그만! 그 얘길 하려면 마법의 기원까지 쭉 설명해야 하잖아! 긴 설명은 나중에 하고, 우선 익혀 보자고. 그리고 어둠의 정령이란 것을 소환해 보자니까!”

아파치 레퓨어가 몸이 닳는다는 듯 소리쳤다.

* * *

흑마탑 중심부.

거대한 수련장으로 보이는 공간에 도착한 세 사람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태호는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등급은 10급 유니크였다.

[비전마법-어둠의 정령을 배우시겠습니까?]

“예.”

화아악!

이로서, 태호는 어둠의 정령 스킬을 배웠다. 그리고 스킬 설명을 읽어 보았다.

[정령계에 존재하는 어둠의 정령을 소환해,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시전자의 ‘친화력’이나 변화에 따라 다른 등급의 존재가 등장하며, 성격의 격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흐음......’

태호의 현재 친화력은 150.

이는, 위업이 떠오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이거, 친화력만 높으면 같은 개체가 나오는 건가요?”

혹시나 싶어 아파치 레퓨어에게 물어보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탑에 저장된 기억에 따르면, 그건 아니야. 어둠의 정령들은 정령계에 수 없이 많고, 그들의 성격도 저마다 제각각이지. 아마 능력치도 저마다 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다른 정령들도 그렇거든.”

“흐음......”

그렇다 이거지?

태호는 고민하다가, 문득 괜찮은 방법을 떠올렸다.

‘7시 7분 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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