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39화 (39/194)

────────────────────────────────────

────────────────────────────────────

어둠 기사단 세트

세상에, 던전을 소유할 수 있다니?

‘이게 소유 가능한 거였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데스 때문에?’

태호는 어느새 완연한 인간의 형태로 변한 데스나이트가, 나는 막시무스다! 하하하! 데스나이트가 아니다! 라고 외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던전 ‘증오의 피라미드’를 소유하시겠습니까?]

[수락과 함께 해당던전은 ‘카이저’ 님의 소유입니다.]

‘전혀 생각지 못 한 변수로군.’

던전을 그저 ‘소유’ 해 버린다는 것!

리얼포스의 던전을 온전히 시스템의 허용 하에 소유한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그것은 과거 로만 제국을 비롯한 거대 길드들이 통제를 통해 무수히 많은 인력을 갈아 넣어야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은 완전한 소유가 불가능했다. 당연했다. 때문에 던전에 들어오는 유저를 막아내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갈아 넣어야 했다.

허나 태호는 다르다.

태호는 시스템이 허용한 소유자였다. 던전 입장의 제한을 걸어 버린다면, 태호가 허용한 유저만이 증오의 피라미드를 이용할 수 있을 터다.

이 중요한 것을 거절할 유저가 있을까?

“수락.”

[당신은 ‘증오의 피라미드’ 의 던전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던전 관리 탭이 추가됩니다.]

태호는 허허허, 웃어 버렸다.

[이름 : 강철의 기사 막시무스]

[레벨 : 200][정예]

[생명력 : 200000][마력 : 10000]

[공격력 : 10000]

[방어력 : 10000]

[스텟 : 힘100 , 민첩100, 체력100, 지능100]

[보유스킬 : 왕실 검법, 영광의 축복, 오러블레이드, 무한의 방패, 도발, 영광의 기사]

[보유장비 : 스산한 혈흔의 한손검...(더 보기)]

이제 진명을 되찾은 ‘막시무스’ 의 위력이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20만의 생명력, 그리고 공방이 1만씩이라니.

태호는 잠시 얼이 빠져 있다가 새로이 생겨난 ‘영광의 기사’ 라는 스킬을 살펴보았다.

[스킬명 : 영광의 기사]

[막시무스가 보유한 올스텟의 합산X100 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추가하는 영광의 기사로 변신한다.]

스텟이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그 용도가 이쪽에서 드러나는건가.

본래 마력이 없었지만, 마력 탭이 생성된 것도 눈여겨 볼 점이었다.

태호는 하도 정신이 없어 이마를 짚었다.

[연계 퀘스트]

메인 퀘스트 ‘영광의 기사단’ 이 드디어 완료됐다. 그리고 떠오른 것은, 연계 퀘스트였다.

[8급 퀘스트]

[메인 퀘스트]

[잊혀진 왕국.]

[대륙 어딘가에 존재하는, 고대 잊혀진 제7왕국의 단서 찾기.]

잊혀진 왕국!

리얼포스의 제1확장팩과 직결되는 잊혀진 왕국이었다. 태호는 새삼 자신이 리얼포스의 거대한 흐름에 탑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태호는 유일하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고 확신했다.

“후......”

이것저것 얻은 것이 많았지만, 가슴 한 켠은 어쩐지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머릿속으로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태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간이 입을 열었다.

“이봐요!”

“......!”

태호가 그를 보자, 라간이 아이템 하나를 던졌다. 태호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등급 : 8급][유니크]

[종류 : 방어구(발)]

[이름 : 어둠 기사단의 부츠]

[옵션 : 방어력 500]

[특수옵션]

[지능 +5]

[체력 +5]

[지능 +5]

[세트 옵션이 존재합니다.*비활성화*]

‘귀신처럼 지능과 체력만 골라서 붙었네.’

옵션 재설정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라간을 다시 볼 수 밖에 없었다.

라간이 별로 물욕이 없는 것은 그다지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향후 리얼포스가 초대박 행진을 거듭할 무렵엔, 그가 딱히 바라지 않아도 태호는 억지로 아이템들을 쥐어 주기도 했다.

그의 집안이 영국의 상류층, 그 중에서도 영국계 재벌에 속한다는 것을 태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나 지금이나 태호는 그의 비정상적인 초탈함에 가끔은 의문을 갖기도 했다.

태호는 회귀한 지금, 과거에는 알지 못 했던 라간의 또다른 면모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그를.

태호가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라간이, 약간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난 레벨업 하는게 세상에서 가장 싫은데, 이렇게 도와주니까 고마울 따름이지. 보니까 딱히 내가 뭘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

“뭐, 굳이 뭘 주고 싶다면 레어 몇 개 주셔도 되고. 우린 또 굳이 준다는 건 마다 안 하니까.”

태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인벤토리 창에서 6급의 레어 장비들을 꺼냈다. 그것을 라간에게 내밀자, 그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또 주신다니까 받아야지, 고맙슴다.”

어둠 기사단 세트!

드디어 세트를 모았다.

태호는 이제 세트 옵션을 살펴보았다.

[세트옵션 : 발동시 사용자의 레벨에 상응하는 어둠 기사단을 소환한다.]

‘그렇지.’

에픽에 준하는 옵션이라는 평가는 결코 박한 게 아니었다.

태호는 이 녀석들이 얼마나 유용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 * *

던전을 소유한다!

태호는 이미 광휘의 궁전을 소유한 바 있다.

허나 그것은 이미 클리어 된 궁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 즉 던전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 곳을 사전에 클리어했던 길드 '무라사메' 역시 길드 아지트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허나, 이것은 몬스터 리스폰이 항시 진행되는 말 그대로의 던전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메리트가 가져오는 이득은 어마어마하다. 과거 로만제국의 ‘통제’ 가 들어올 정도로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에 유리한 던전이 오롯이 태호의 소유가 되었다.

당장 태호의 레벨업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테지만, 향후 태호가 어떤 세력을 만들었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단기간에 레벨업을 시킬 수 있어.’

또는, 리얼포스의 제1확장팩 직전까지의 큰 돈줄이 된다는 점도 있었다.

‘아이템 등급이 풀리기 전, 가장 비쌀 때 미친 듯이 팔아 버릴 수 있지.’

현재 태호의 레벨은 120.

100레벨에 3차전직을 한 이후엔, 20레벨 단위로 새로운 스킬이 등장한다.

120레벨에 배운 스킬은 다음과 같다.

[흑마도사 스킬]

[등급 : 5급]

[쿨타임 : 300초][숙련도 : 0][소모마력 30]

[스킬명 : 어둠가시 장벽]

[시전 시, 반경 1~5미터를 시전자의 의지대로 수호하는 가시의 장벽을 만들어낸다. 가시의 장벽은 무적상태로 10초간 흑마도사를 절대 수호한다. 이때, 흑마도사는 공격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아, 장벽이군.’

절대생존기 가시장벽이었다.

‘흠......’

당연히 좋은 스킬이었다. 태호는 현재 선지자의 해골이 부여한 마법성능2배의 효과를 항시 받고 있기에, 반경 10미터까지의 너비를 수호하는 가시장벽이 20초 무적을 부여할 터다.

데스나이트의 심장으로 10%이상의 체력손실 시 완전회복되는 반무적인 태호였지만, 맹점은 존재했다.

태호가 반무적임에도 불구하고 체력스텟을 꾸준히 올려 생명력 증진을 꾀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리얼포스에 존재하는 ‘한방’ 의 무서움 때문이다.

소위 ‘누커’ 라 불리우는 직업군들이 향후 5차 6차 전직을 이어간 뒤 만들어내는 한방 대미지는 사실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기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리고 대 레이드 시, 레이드 보스 몬스터의 한방패턴을 버티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무적이 길면 아주 좋지.’

태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

.

.

.

.

.

태호는 기지개를 폈다.

휘청!

고글을 벗자, 휘청이는 몸이 느껴졌다.

‘슬슬 부작용이 오는군.’

일체감 100%의 몸.

그 몸에 스텟의 영향이 들어갔으니, 현실에 일순간 이질감을 느끼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은 주기적으로 건강검진과 심리치료를 받곤 했다.

태호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감은 채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두두둑-

좁은 태호의 방은 오늘따라 더욱 조용했다. 태호는 쥐 죽은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시간을 좋아했다.

그 적막 속에서는 어떤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현실의 포근함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이내, 스마트폰을 들어 최근의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리얼포스, 화제의 흥행돌풍!]

[동시접속자 200만명 돌파 예감? 제작사 ‘팀 아스라이’ 는 아직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일련의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베일에 뒤덮혀 있는 ‘팀 아스라이’ 의 정체는?]

[계획된 흥행? 흥행 열풍의 중심 프로게이머 ‘윤형석’ 역시 묵묵부답...]

역시 카더라 통신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리얼포스, 전국의 가상현실 게임방 점유율 32%갱신!]

‘생각보다 훨씬 빨라.’

최소 한 달 이상?

아니, 어쩌면 그보다 이상 흥행의 역사가 앞당겨졌다. 조만간 천만명을 쉽게 넘을 것이며, 1억을 찍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유저수 증가는 사실 중국의 유저들이 접속하기 시작하면서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수는 깡패였다.

리얼포스가 돈이 되기 시작하고, 유저는 더더욱 급증하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값싼 인력을 고용해, 마치 기업 형태로 게임을 플레이시키기 시작한 것.

자본을 가진 이들이 소위 ‘개발도상국’ 의 인력을 게임 유저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유저 풀은 더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간다.

과거에는 그런 역할을 ‘소규모 작업장’ 이 했다면, 향후에는 그 ‘작업장’ 이 기업의 형태를 띄게 된다는 말이다.

무수히 많은 신흥 재벌을 낳았으며, 나중엔 리얼포스 내에서의 프렌차이즈 사업과 사업왕의 강연도 나오는 판이었다.

이처럼 리얼포스가 제4의 경제산업처럼 변해 가며, 게임 내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마치 현실과 다름없는 가상현실 말이다.

그 모든 것이, 더욱 빨라졌다.

예정보다 훨씬 더 빨라질 터.

그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에, 태호는 고양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팀 아스라이.

그 어떤 투자도, 자문도 받지 않는 비밀의 제작사. 천문학적인 유저의 수를 감당하는 비정상적인 서버운영, 그리고 철저한 비밀고수를 유지하는 제작사.

어떤 면을 봐도 괴리감이 있다. 적어도 인간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는 형태의 기업이다.

모든 것은 매스컴과 유저, 그리고 전문가의 분석 뿐이다.

‘놈들은 대체 뭘까.’

정말, 외계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수마에 빠져들었다.

* * *

3일.

던전이 허용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동안, 태호와 라간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사냥에 열중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태호의 레벨은 190이다.

앞으로 10레벨만 더 올린다면, 4차전직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슬슬...’

아무리 막시무스가 보유한 경험치 35% 보너스가 있다곤 해도, 이제 한계였다.

몬스터 최대레벨이 170인 이 던전의 특성상, 태호가 올릴 수 있는 레벨은 이 정도가 거의 한계치였다.

이쯤 되자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상당히 높아졌기에, 그간의 빠른 레벨업이 무색할 정도가 되었다.

‘확장팩이 나와서 상위 몬스터들이 등장하면 쉬워지겠지만.’

라간의 레벨은 현재 150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사냥만 열심히 해 본 적이 언제던가.”

라간이 눈을 꿈뻑이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아예 진로를 정했는지, 탱커 노선의 직업군으로 전직해 버렸다.

직업명은 팔라딘이다. 공방 밸런스 중, 방어에 더 중점을 둔 클래스였다.

이쯤 되니 인벤토리 창도 꽉꽉 차올랐다.

‘순수의 강철은 대략 200개가 넘어.’

가장 큰 수확은 순수의 강철이었다. 순수의 강철로 만들 수 있는 에픽 아이템은 월드 제한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리얼포스의 전 대륙에서 제작할 수 있는 횟수의 제한이 걸린다는 말이다.

과거의 리얼포스에서 순수의 강철을 모아 첫 에픽 제작을 한 유저는 서비스 이후 1년 후에나 나왔다.

그 정도로 획득 난이도가 높았으나, 태호는 ‘영광의 기사단’ 메인 퀘스트를 통해 굉장히 손쉽게 손에 넣은 케이스였다.

태호는 이번엔 아르카네를 바라보았다.

아삭 아삭

“......”

아르카네의 레벨도 120.

데스나이트, 아니. 막시무스의 레벨은 200 그대로다. 녀석은 여기서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레벨이었다.

‘획득한 유니크 아이템은 총 여섯 개.’

우선.

태호는 라간에게 스크롤 하나를 내밀었다.

대도시 라이언으로 돌아가는 귀환 스크롤이었다.

사냥은 이 쯤에서 마쳐 볼까 한다.

태호는 향후 계획을 몇 가지 점쳐 보았다.

‘세계수.’

우리아의 의뢰로 생겨난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라간과 태호 모두 세계수의 씨앗을 하나씩 구해야 했다.

허나, 세계수의 씨앗은 한 곳에 한 종류밖엔 없다. 결국 따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순수의 강철.’

순수의 강철로 아이템 제작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남서부로 떠나야 했다.

‘1차 아이템 매각.’

슬슬, 저레벨 노멀과 레어를 매각해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