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59화 (59/194)

< 아주 조져졌어? >

[Lv.295]

[탄광 렉투스]

이 근방의 던전은 ‘탄광’ 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렉투스’ 류인데, 이는 리얼포스 고유의 종족이었다.

대가리는 쥐의 그것과 똑같다. 수염이 길게 나고, 얼룩덜룩한 털이 숭숭 솟아 있는 시궁쥐의 형상이다. 하지만 상반신과 하반신은 작고 단단한 인간의 형태로, 울끈불끈한 근육이 대조적인 녀석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전신은 아주 단단하며, 마치 광석 같다.

렉투스는 지하 부족 중 하나로, 광석을 캐내 식량으로 삼기 때문일 거다.

때문에 물리 공격력으로 이 녀석들을 제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차피 지금 태호에게는 물리마법 방어무시가 상시 적용이기에 별로 큰 상관은 없겠지만.

찌이익 찌익!

로투스들이 태호를 보며 맹렬한 적의를 뿜어냈다.

현재 태호에게는 갖가지 버프들이 뒤덮혀 있었다.

선지자의 해골이 마법성능2배 보너스.

데스나이트의 심장은 태호를 반 무적의 상태로 만들어 준다.

어둠의 계약이 어둠 마법 대미지 30% 증가.

어둠 강화가 어둠 마법 대미지 30%를 또 강화시켜 준다.

군자의 지팡이가 어마어마한 마법 공격력을 올려 주며.

마지막으로 패시브 스킬 ‘에픽 콜렉트’ 가 추가 대미지 50%를 선사해 주는 것이다.

현재 태호가 소유해서 사용하는 에픽 아이템은 ‘7개’.

에픽 콜렉트는 에픽9개를 사용할 때, 100% 추가 대미지를 부여해 준다.

타인이 보기에, 태호는 이미 말도 안 되는 사기캐릭터였다. 밸런스 따위는 이미 애시당초에 짓뭉개 버린 정신나간 사기 캐릭터.

하지만 태호는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모자라.’

그렇다.

이제 경쟁상대는 유저가 아니었다. 혼돈의 권좌에서 나타나는 판타로스의 대장군들과 장군들이 상대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태호는 달렸다.

타타타탁-!

던전은 길고도, 깊었다. 그렇게 쭉 던전의 끝까지 달려온 태호는 정면에 선 거대한 로투스 왕과 조우했다.

[Lv. 310]

[정예]

[로투스 왕, 반나밴더.]

이 던전은 확장팩이 등장한 후에 나타난 곳. 때문에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이 보스를 상대하려면 복잡한 공략공식을 맞추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보스는 물리 마법 방어력이 매우 높다. 때문에, 이 동굴의 천장에 위치한 뾰족한 지형지물을 건드려 낙석을 일으켜 놈에게 맞추어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의 낙석으로 단단한 외피를 깨어낸 뒤에야 공략할 수 있는 것이 반나밴더인데...

‘어둠의 비.’

촤아아아아!

태호는 가득 모인 잡몹들과 보스에게 광역기를 갈기며 씩 웃었다.

‘마방 무시 앞에선 아무래도 상관 없지.’

문제가 있다면, 현재의 태호가 레벨이 고작 210 정도인지라 8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몬스터들에게 상태이상이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다는 점일 거다.

그나마 ‘마법 성능 2배’ 효과 덕분에 몇 초라도 유지가 되는 거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거의 안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레벨과 상관없이 완벽하게 상태이상에 걸리게 하기 위해선 엘 로스의 가면을 가져와야 할 듯 싶었다.

태호는 정면의 놈들에게 지속적으로 광역기를 쏟아 붓다가, 아르카네를 소환했다.

‘어둠의 망토.’

휘리릭!

아르카네가 사방을 싹 쓸어 한 곳으로 묶어 버리는 어둠의 망토를 사용했다. 상태이상에서 풀린 몬스터들이 다시 한번 더 묶였다.

태호는 쿨타임을 기다리며, 아르카네의 스킬들을 번갈아 사용했다.  ‘어둠의 장막.’

결계가 만들어져 움직임을 봉쇄하고.

‘어둠의 폭탄, 대규모 범위 중독, 시력상실.’

자신의 스킬을 쏟아 부은 뒤.

‘어둠의 종소리.’

석화 상태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놈들을 괴롭혔다. 아르카네가 스킬을 쏟아붓고 난 뒤에 돌아가면, 막시무스가 달려가 무한의 방패를 사용해 한번 더 틀어막는다.

그리고 그 사이 재차 쏟아지는 태호의 광역기들.

최근 들어와 골자가 된 사냥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특히 아르카네가 아주 효녀였는데, 레벨을 가리지 않고 상태이상을 걸어 버리는 덕분에 아무리 몰이 사냥을 해도 크게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역시 정령계 공주님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스킬 사이클(스킬의 쿨타임이 찰 때 마다 대미지 딜링을 하는 방식)을 돌리던 태호는 잡몹들이 모조리 다 죽어나갈 무렵, 씩 웃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태호는 던전의 첫 진입자 보너스로 ‘하루 동안 올 스텟 10’ 의 효과, ‘3일 간 경험치와 드랍률 50% 증가’를 동시에 받고 있었다.

보스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 * *

“레어, 레어, 레어.”

슬슬 이쯤 되니 7급 레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호는 레어들을 수거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 유니크.”

보스가 떨군 것은 유니크였다. 유니크는 고작 하나였지만, 그래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등급 : 8급][유니크]

[종류 : 무기(양손검)]

[이름 : 반나밴더의 힘]

[옵션 : 공격력1500]

[특수옵션]

[힘 +5]

[힘 +5]

[힘 +5]

심지어 힘힘힘이다. 반나밴더의 힘을 챙긴 뒤, 태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제 철광석을 캐낼 시간이었다.

이 곳의 로투스들을 잡으면 놈들이 쓰던 곡괭이를 드랍템으로 떨구는데, 그것을 이용해 사방의 광석들을 캐낼 수 있었다.

태호는 어둠 기사단을 소환하고, 막시무스와 그들에게 곡괭이를 하나씩 내밀었다.

“캐.”

[......]

막시무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곡괭이를 받아 들었다.

[강철의 기사 막시무스가 철광석을 캐는 신세라니.]

녀석은 자신이 방금 한 말이 꽤 마음에 드는지, 강철의 기사가 강철을 캔다? 으흠... 이라고 중얼거리며 괭이질을 시작했다.

“......”

[나도! 나도!]

아르카네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기어코 곡괭이를 하나 받아 가더니, 힘차게 들었다가 뒤로 넘어졌다.

[아고.]

태호는 그런 아르카네를 일으켜 잔뜩 묻은 검댕을 털어 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계획대로 진행만 된다면, 곧 볼카노스는 힘을 되찾는다. 그때, 태호는 몇 가지의 부탁을 할 생각이었다.

첫째로, 현재 태호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의 문제.

지금의 태호에게는 별 필요 없는 스킬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갈증, 체마교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본래의 흑마법사라면 당연히 필요했겠지만, 태호는 에픽 아이템의 힘으로 그것들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그것들을 활용해 새로운 스킬을 받거나, 교환을 요청해 볼 생각이었다. 신들은 제물을 요구한다.

제물.

광범위한 뜻이 있지만, 지금까지 생각 해 보니 딱히 그 ‘제물’ 이라는 것의 제한이 있진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 시도 해 볼까 한다.

둘째로, 더 이상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새삼 느낀 것.

리얼포스의 세계는 넓다. 태호가 혼자서 전 대륙을 누비는 것은 가능하나, 모든 부분을 틀어 막을 수는 없다.

에픽 아이템을 수집하고 장군들을 두들겨 패는 이야기의 수준이 아니었다. 큰 틀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정도의 이야기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게 있다.

잊혀진 왕국이 릴리즈 되며, 대륙 정 중앙엔 잊혀진 왕국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사방은 이미 혼돈의 힘에 침식되어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렸다.

이른바 ‘죽음의 대지’ 라 불리던 필드다. 태호는 과거, 잊혀진 왕국의 마지막 시기 쯤 그 곳을 정화할 수 있는 특수한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대지 정화는 매우 효과적으로 혼돈의 힘을 억제시킨다. 당시의 잊혀진 왕국 최종 보스, ‘앙헬 바로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대지 정화를 통해 놈의 힘을 축소시키는 게 주효했으니까.

그 부분에서, 태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혼자서는 그 넓은 대지를 모조리 정화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성기의 볼카노스의 힘이 회복된다면? 어쩌면 그는...

태호는 생각을 정리했다.

철광석이 한 무더기나 캐내졌다. 던전 사방 팔방을 돌아다니며 모조리 캐낸 철광석을 인벤토리 창에 수집하기 시작했다.

[철광석 : 140개]

140개나 된다.

아이템을 꺼냈을 때, 부피의 측면에서 보면 대략 천 개 정도 있으면 드워프의 몰락한 마을에 재료 공급을 해 주기엔 충분할 것이다.

.

.

.

.

.

.

3일의 시간을 꼬박 채웠다.

태호의 인벤토리 창에는 철광석이 1400개가 넘게 쌓여 있었다.

아르카네의 레벨은 이제 150.

막시무스의 레벨은 230이 넘었다.

태호는 자신의 상태창을 띄워 보았다.

[레벨 : 260]

태호의 레벨은 260이다.

200레벨에 4차전직을 한 이후, 20레벨 간격으로 신스킬을 하나씩 배우기에 배운 스킬은 총 세 개.

인벤토리 창은 이제 7급 레어, 그리고 유니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할 거냐면, 동영상을 하나 찍을 것이다.

태호는 정면의 산을 바라보았다.

밤!

하늘에 달이 떠오른 이 시각, 태호는 우르즈 백 마운틴 앞에 서 있었다.

과거 이 곳은 귀신들이 떠도는 저주받은 산이었다. 밤에만 보이니,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흑마법사의 새로운 전직 방법은 흑마탑주에게 들었다시피, 이 곳에 등장하는 어둠의 정령과의 친밀도다.

태호는 어둠 기사단 세트를 온전히 장착한 뒤, 아르카네를 소환 해제했다.

홀몸으로 산에 들어선 태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동영상이 3인칭 관찰자 시점, 그리고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동시에 녹화되고 있었다.

팡!

팡!

사방에 검은 찹쌀떡 같은 어둠의 정령들이 나타나, 달빛을 만끽하며 신나게 통통 뛰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태호는 그 중 한 녀석에게 가 쪼그려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Lv. 1]

[최하급 어둠의 정령]

녀석이 기분이 좋은지 태호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러자, 사방의 어둠의 정령들이 통통 뛰어 태호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사방에서 토옹- 토옹- 뛰며 자신도 안아 달라며 재촉했다.

태호는 피식 웃으며 녀석들을 하나 하나 품에 안아 주었다. 그렇게 녀석들을 한번 쓱 다 보여 준 뒤, 그 녹화 파일을 김택환에게 보내 주었다.

그에게 개인 메신저로 답장이 왔다. [전직 방법인가요?]

[예.]

[나쁘지 않군요. 흑마법사라는 이미지가 갖는 음침함과는 정 반대라서 신선하기도 하고요. 약간의 편집만 하면 될 듯 한데... 약간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은 있습니다.]

[그럴 줄 알고 하나 더 보내드립니다.]

태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첨부파일을 하나 더 보내주었다. 동영상을 확인한 김택환은 잠시 후, 답장을 보내 왔다.

[......저 없이도 잘 하실 것 같은데요. 하하하! 이거면 충분합니다.]

태호는 씩 웃었다.

다음날.

언노운의 유튜브 채널에,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미 매드무비1편은 대히트를 치며 500만 조회수 고공행진 중이었다. 팔로워는 150만명을 돌파했으니, 무슨 동영상을 올려도 사람들은 환호해 줄 것이다.

[Hidden class dark Mage, how to start?]

[다크메이지 전직 방법.]

영문과 한글이 동시에 깔리며 태호가 어둠의 정령들과 친밀도를 나누는 장면이 보여졌다.

그 뒤, 각 마을마다 위치한 마법사 NPC가 비추어지며,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동영상의 마지막에는 어둠의 정령들이 하나 둘 모습을 비추는데, 맨 마지막에 등장한 것은 아르카네였다.

아르카네는 가만히 태호를 올려다 보다가 이렇게 묻는 것이다.

[사과 좋아. 맛있어. 많이 줄거야?]

태호는 그런 아르카네를 번쩍 들어 품에 안은 뒤, 사과를 꺼내 준다. 아르카네가 사과를 아작 아작 베어 먹으며 동영상은 끝나는 것이다.

"이건 무조건 히트지."

태호는 씩 웃으며 아르카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어? 훌륭해?]

"응, 아주 좋아. 아주 잘했어."

아르카네가 방긋 웃었다. 칭찬을 받은 것이 못내 기쁜지, 양 뺨에 활기가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조진 거야? 아주 조져졌어?]

"......"

< 아주 조져졌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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